IC-7살아가는 법
두린족은 도시가 파괴되기 전의 마지막 모습을 꾸미기 시작했고, 아브도티야도 시민들을 어떻게 설득할지 고민하는 반면, 스티치는 부담감에 도피를 선택한다.
그런데 마스터 엣지, 궁금한 게 있는데 스티치의 스승은 어떤 사람이야?
네가 날 따라온 데에 다른 목적이 있을 줄 알았지.
스티치를 걱정하는구먼.
하하, 들켜버렸네.
나 원래 이래. 다들 화기애애하게 사이좋게 지냈으면 좋겠어.
그러면 넌 분명 그 녀석의 스승을 마음에 들어 할 거다.
핀치 캔버스는 쎄루에르차에서 가장 인기 있는 건축 설계사야.
그의 디자인이 두린에서 가장 유행하는 스타일과는 전혀 달랐지만, 그는 한 마디의 설명으로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았지.
그 사람이 뭐라 했더라. 아 맞다, “우리의 끝없는 욕망에 반항한다.”
독특한 이론을 갖고 있지만 쎄루에르차 사람들은 핀치 캔버스를 아주 좋아했지.
그런 사람이 왜 쎄루에르차를 떠나 버린 거야?
나야 모른다.
엥?
아무한테 말도 없이 갑자기 떠나버렸거든.
그거…… 참 이상하네.
그가 남긴 제자는 모두가 인정하는 재능을 가졌지만, 사람됨은 뭐, 너도 알다시피.
하하, 그건 스승이 갑자기 떠나버린 것과 관련이 있을지도 몰라.
그렇겠지.
어라? 결과가 나온 거 아니야?
음, 어디 보자……
이런……
왜 그래?
하아, 내 예상과 거의 비슷하군.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약 한 달이다.
한 달? 그럼 승강기를 확장하기에는 충분하겠네.
오, 왔구나, 가비알.
아무래도 내 도움은 필요 없나 본데?
그래, 이 정도 탐사했으면 충분하겠지.
아브도티야는 설득했나?
그래, 쎄루에르차 주민들을 설득해 준다고 했어.
그래, 그럼 이제 남은 건 주민들에게 지금 상황을 공식적으로 알리는 거겠군.
지상으로 갈지 말지도 결정해야 하고, 돔에 관한 일도 해결해야지.
응? 돔은 왜?
아, 너희가 두린이 아닌 걸 깜빡했군.
두린의 도시가 재난을 당하는 일은 아무리 드물다고 해도, 평생에 한 번 정도는 자신이 사는 도시가 파괴되는 일을 겪게 되지.
그래서 우리는 고향을 떠나는 일을 특별하게 여기지 않아.
오히려 떠나기 전에 도시를 최고의 상태로 유지하려고 하지. 그 상태에서 파괴되도록 말이야.
오호, 아주 멋진데!
그런가? 우리한테는 당연한 것을.
지금까지 돔의 구멍을 방치해 둔 건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지만, 이젠 슬슬 해결할 방법을 생각해야지.
돔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스티치는?
응? 너희랑 같이 있지 않았나?
엥? 여기로 온다고 했는데.
가비알 씨, 스티치를 찾고 있나요?
어디 갔는지 알아?
네. 오는 길에 만났는데 아무 말도 없이 동굴 밖으로 가버렸어요.
어?
지도를 갖고 있다고 자신만만하게 얘기하더니, 이제 와서 이 책장 어딘가에 있을 거 같다고?
크흠, 어쩔 수 없는 일이에요.
애초에 저는 지상으로 돌아가는 데 관심이 없었으니까요. 책에서 지도를 봤던 걸 기억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야 합니다.
아직 시간 있어. 너희 말대로 동굴 구조가 그렇게 복잡하다면 여기서 시간을 좀 더 써서라도 찾아보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래서, 그 책 제목은 기억해?
잊어버렸어요. 어렴풋이 기억나는 건 무슨 여행기였는데, 두린 작가가 지상에서 경험한 다양한 사적들을 적은 책이었어요.
물어봐도 소용없어. 우리는 두린어를 모르잖아.
두린어는 모르지만, 나한테 이 친구들이 있다는 걸 잊지 마.
주마마, 주마마, 도움이 필요해?
아브도티야가 말한 지상으로 가는 동굴 구조의 지도가 기록된 여행기를 찾고 있어.
도서관, 서적 정리, 안 한다. 수색 난이도, 높다.
찾아만 주면 너희를 위해 대대적인 점검을 해 줄게.
주마마는 친구, 주마마를 돕는다.
주마마를 돕는다, 주마마를 돕는다.
좋아, 그럼 잘 찾아봐. 밖에서 기다릴 테니까 무슨 일 있으면 나를 불러.
그래.
그리고…… 대제사장.
왔다, 왔어.
도와줘.
이건……?!
내 친구야.
나한테 두린어를 할 줄 아는지부터 물어야 하는 거 아니냐, 주마마?
할아범이 모를 리가 없잖아?
허, 내가 지하에 대해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았다고 삐진 거로구나.
그게 말이지, 주마마, 내가 아는 걸 모두 네게 알려주려면, 네가 이동도시를 만들어 내는 그날까지도 끝내지 못할 게다.
사람이란 지식에 대해 적당히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내가 사람은 아니지만.
도울 거야 말 거야?
그럼 찾으면 용서해 준다고 약속하거라.
좋아.
어머, 이남 씨, 도서관 입구에서 뭐 해?
누굴 좀 기다리고 있어. 너는?
도서관 관리인이 도서관 개조에 대해 상의하자고 불러서.
관리인은 오래전부터 개조하려고 했지만, 계속 미루고 있었거든. 마침 이번이 좋은 기회잖아.
……아까부터 계속 신경 쓰였는데.
방송이 나가고 반나절이나 지났지만, 여기 두린들이 당황하지 않는 건 그렇다고 치더라도.
왜 다들 자기 집을 개조할 생각만 하는 거야?
응? 아, 이남 씨는 지상인이니까 이해가 안 가겠네.
당신들은 재앙을 피하려고 이동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들었잖아?
그렇지.
하지만 우리는 달라. 우리의 도시는 이동할 수 없거든.
지하에 세운 도시를 이동시키는 건 확실히 어려운 일이지.
내가 알기론 그런 도시를 세우려고 했던 마스터가 있었대.
봐봐, 돔에 바위나 벽을 부수는 기능을 더해 도시에 플랫폼을 더하면 실현 불가능한 일은 아니잖아.
음…… 내가 건축은 잘 모르지만, 우리의 이동도시보다 더 정신 나간 생각 같은데.
물론 여태까지 진짜 그런 도시를 만들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 없지만.
아무튼 우리 도시는 이동할 수 없어.
그런데 우리의 모든 도시에는 오리지늄 광맥을 탐사하는 시설이 있어서, 오리지늄 광맥이 접근하면 미리 경보가 울려.
그 시설이라면 재앙정보전달자의 일을 대신할 수 있는 거 아니야……?
재앙정보전달자의 존재를 나도 들은 적이 있어. 하지만 실제로는 좀 달라. 왜냐하면 그 시설은 오리지늄 광맥이 확산하는 것만 감지할 수 있으니까.
그것도 맞아. 듣기로는 오리지늄 광맥이 발견된 후 활성화까지 시간이 좀 걸린다던데. 만약 이번처럼 특별한 상황이 아니었다면 너희들이 대피하기에는 아마 충분했을 거야.
하지만 재앙은 그 징조가 발견되면 그럴 시간이 없지.
그래서, 너희들은 살던 도시를 포기하는 데 익숙해졌다는 건가?
사실은 정반대야.
두린은 이 땅과 관련된 모든 걸 사랑해. 기계도, 건물도, 우리가 세운 모든 도시도.
하지만 재난이 불가피하다면 우리 도시는 파괴될 게 뻔하지.
그게 우리가 필연적으로 마주해야 할 현실이라면 반드시 고려해야 할 한 가지 문제가 있어.
주민들이 재난 때문에 한 도시를 떠나야 하지만, 그건 일시적이고, 다른 두린, 심지어 그들의 후손이 다시 이 땅에 돌아올지도 몰라.
그들은 도시의 잔해를 보고 이 땅에서 일어난 재난을 떠올리며 아마 슬퍼하겠지. 그런데 이 도시에서 살았던 사람들이 바라는 게 과연 그것뿐일까?
피할 수 없는 운명에 대해 과연 우리는 복종하는 수밖에 없을까?
우리는 그걸 용납할 수 없어. 그래서……
우리는 재난이 오기 전에, 우리의 도시가 어떠한 모습으로 파멸을 맞이할지 결정하기로 했어.
훗날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우리 기술의 결정을 찬양하고, 우리가 남긴 흔적에 놀라길 바라며, 우리가 이룬 업적을 기리기 위해 술을 마시길 바라지.
파괴된 다른 도시를 봤을 때 우리도 똑같이 할 거야.
물론 우리도 고향을 떠나는 게 슬프지만, 이런 슬픔에 이미 익숙해져 있어.
게다가 우리한테는 지금 이 순간에 우리의 도시를 최고의 상태로 유지하는 게 더 의미 있는 일이야.
이른바 도시의 죽음에 단장을 해준다는 거야.
참…… 낭만적인 발상이네.
물론, 더 직접적인 이유는 가장 중요한 공업 장비만 챙겨도, 로봇들의 도움만 있으면 몇 달 안에 새로운 도시를 세울 수 있다는 거야.
아니면 그런 생각을 아예 못 하겠지.
하하, 그것도 그렇네.
엇, 저건…… 스티치 아니야?
이건…… 아니에요.
이것도…… 아니에요.
이건, 어머, 이 책이 왜 여기에 있죠? 나중에 챙겨야겠네요.
이건, 카시미어의 기사 소설이네…… 네 거야?
어머, 당신이 이걸 알아본다는 걸 깜빡했군요……
그렇다고 할 수 있죠. 제가 지상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우르수스인인 네가 어떻게 우르수스에서 두린의 도시까지 오게 된 거야?
……
저의 가족은 전혀 명예롭지 않은 귀족 투쟁 때문에 모두 죽었고, 저는 고향에서 도망칠 수밖에 없었어요.
도망치다가 킬러한테 쫓겨서 어떤 동굴에 들어가게 됐죠.
그 동굴도 승강기 위에 있는 동굴처럼 구조가 복잡했는데, 어쩌다 보니 우연히 지하로 통하는 승강기를 발견하게 된 거죠.
그렇게, 운이 좋게 살아남게 된 거예요. 이렇게 간단하답니다.
그렇구나, 정말 운이 좋았네.
……다른 소감은 없어요?
어떤 소감을 원하는데?
……하아, 역시 가비알 씨의 친구답군요.
로도스 아일랜드에서도 그런 얘기를 자주 들어.
네가 살아남은 것 자체가 엄청난 행운이지.
쎄루에르차처럼 좋은 곳에서 사는 것도 잘된 일이고.
……그렇습니다.
저는 제 처지에 더 분노할 줄 알았어요.
과연 저의 가족이 정말로 아무런 죄도 없었고, 저의 부모님은 평소에 착한 일만 했는데도 사악한 사람에게 원한을 산 걸까요?
물론 아니죠.
저의 아버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가족을 걱정하기는커녕 상대에게 저주를 퍼부었어요.
저의 어머니는 제가 뒷문을 통해 집에서 빠져나갈 때까지 어디 있었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저는 그저 우르수스 귀족들의 수많은 음모 속의 하찮은 희생양에 불과하죠.
당신 말대로 저는 정말 운이 좋은 거예요. 그래서, 어렵게 얻은 이 행운을 소중히 여기는 것입니다.
하긴.
……
너 사실은 가비알이랑 대판 싸우고 싶지?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가비알한테 설득당하긴 했지만, 자세히 생각해 보면 네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은 못 했으니까.
다시 찾아가서 따지고 싶지만 기회를 잃었고, 그래서 혼자 마음에 담아두고 있겠지.
가비알 같은 성격 때문에 화가 난 사람을 많이 봤거든. 나도 가끔 그래. 그런데 넌 가장 티가 나는 사람이야.
……좋아요, 인정하겠습니다.
가비알 씨 같은 사람은 처음 봤어요. 우르수스인으로서든 두린족으로서든 그 사람은…… 정말로 속수무책이에요.
털어놔야 속이 시원할 것 같으면 나한테 말해도 돼. 날 도와줬으니까 가비알한테 대신 전해 줄게.
……그럴 필요는 없어요. 아직 그 정도까지 무너지지는 않았으니까요.
대신 제안이 하나 있습니다.
저는 사실 지상으로 돌아가 살 마음이 없어요.
위기가 지나가면 두린족한테 지하로 돌아가자고 얘기할 거예요.
물론 한번 관계를 맺으면 쉽게 끊어지지도 않고, 앞으로 일절 왕래하지 않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도 이해해요.
그리고 당신들, 아카후알라의 티아카우도 교류할 만한 상대란 것도 인정합니다.
그래서 두린이 지하에 다시 도시를 세우면, 아무것도 없는 정글에서 지하로 이주하도록 당신들을 초대할 생각이에요.
그때가 되면 가비알 씨 같은 사람도 두린의 사회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분명 이해하게 될 거예요.
음…… 그건 됐어.
왜요?
일단 지도부터 찾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