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3기담괴론
스티치와 설계 대표는 각자의 설계 스타일을 놓고 논쟁을 벌이는 가운데, 두린 로봇에 대한 유넥티스의 태도가 공업 대표의 주의를 끈다. 아브도티야도 가비알에게 점차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새것, 감지, 완벽하다!
하하하, 빙글빙글 돌지 마. 네가 기운을 되찾은 것 같아서 나도 기뻐.
주마마, 특기, 수리.
주마마, 도움, 요청한다.
넘버 0428, 동료, 은퇴했다. 응답 없다, 도움, 요청한다.
우리, 함께 제조됐다. 함께 일했다. 지금, 응답 없다.
응답이 없다고?
진정하고, 함께 가보자.
주마마, 이쪽이다.
……
구조와 부품을 보니…… 음, 단순한 수리는 안 될 것 같은데.
이건 무슨 원리지? 이 구조는 또 뭔데? 언니랑 구조가 완전히 달라. 클로저 스승님에게도 이런 건 들어본 적 없는데.
여기를 연결하면…… 아니다, 조심하는 게 좋겠어. 얘도 네 친구인 거지?
친구? 주마마, 여러 번, 친구 관계, 정의했다. 이해 불가.
수리, 불가능?
자료를 찾을 수만 있다면……
자료? 도서관, 자료 있다.
그럼 데려가 줄래?
가이드한다, 영광스러운 사명. 주마마, 이쪽이다.
참 흥미롭군……
책에서는 한 번도 보지 못한 소통 방식인데. 역시, 지상인은 연구해 볼 가치가 있어.
엘리시움, 슈퍼 스파이럴 슬라이드를 거꾸로 타서 누가 더 빨리 내려가는지 시합할래?
훗, 로도스 아일랜드의 수상 전설이 뭔지 보여주지!
쏜즈 그 녀석도 이걸로 날 이긴 적이 없으니까!
솔직히 너랑 한가롭게 돌아다닐 생각은 추호도 없어. 차라리 망할 아카후알라 정글에서 글룸핀서한테 잡아먹히는 게 더 낫겠네.
그렇게 말하지 마, 스티치. 난 그냥 네 의견이 듣고 싶을 뿐이야.
쎄루에르차 시민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나는 알아…… 너의 스승님이나, 너나, 다 명실상부한 쎄루에르차 최고의 건축 설계사야.
두린의 그 어떤 건축학 서적에서도 쎄루에르차의 이 멋진 돔과 비슷한 걸 본 적이 없어. 너만 괜찮다면……
그 일 때문에 날 찾아온 거라면 서로 시간 낭비하지 말자.
네가 내 '그레이트 아쿠아핏' 설계를 싫어하는 거 알아. 슬라이드도 그렇고, 분수대도 그렇고, 솔직히 뛰어나다고 말할 순 없지.
하지만 스티치, 내가 정말 설계하고 싶은 게 뭔지 알아? 너와 마찬가지로 머리 위에 있는 저 돔이야! 우리가 오랫동안 경쟁했던 돔 말이야!
……하하, 내 앞에서 감히 그런 말을 하다니, 간도 크네. 그렇게 싸우고 싶어?
우리는 좋은 라이벌이지.
풉! 좋은 라이벌은 무슨! 날 너무 과대평가하네.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이라도 펑펑 흘릴까?
스티치, 나 진지해.
나 줄곧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어. 왜 몇 년 전에 돔 개조 계획을 도중에 포기한 거야?
표결 회에서 더는 네 설계를 볼 수 없었고, 넌 그렇게 떠났어. 정말 다시 한번 네 미학으로 사람들을 설득할 생각이 없는 거야?
설마 정말로 마스터 핀치가 아무 말 없이 떠난 걸 받아들인 거야? 그분은 너의……
설교하지 마, 캐치!
……난 이제 질렸고 모든 게 싫어졌을 뿐이야. 그게 다야.
내 모든 야망을 저 망할 돔에 걸어야 하는 게, 그리고 우리 사랑스러운 쎄루에르차 시민들을 납득시켜야 하는 게 이젠 신물이 날 지경이야.
너처럼 '꿈을 품은 건축 설계사'와 함께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설계 방안을 알려야 하는 것에 지쳤다고. 이젠 지겨워!
잘 들어. 지금 우리 머리 위에 있는 저 녀석이 물이 새든, 폭발하든, 아니면 너희가 투표해서 무너뜨리든……
이젠 나랑 상관없는 일이야. 너희 마음대로 해!
하지만 저 돔은 네 스승님의……
다시 한번 말할게.
마!
음!
대!
로!
해!
하아, 그래.
스티치, 원래는 너와 함께 참신한 돔 개조 방안을 만들고 싶었어. 그럼 쎄루에르차 대다수 주민들의 동의를 얻을 수 있을 거야.
하지만 네가 돔이랑 엮이는 게 그렇게 싫다면, 나도 강요하지는 않을게. 네 의견을 존중해.
그래도 조금만 시간 내서 내 개조 방안을 들어주면 안 될까? 네 조언을 듣고 싶어.
전혀 관심 없…… 아니다, 일단 얘기해 봐.
정말? 다행이다!
우선은 좀 더 화려하게 꾸며야 한다고 생각해.
복잡한 기하학무늬라면 돔의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해 줄 거야! 유리 쟁반처럼 말이지!
노란색, 초록색, 빨간색, 그리고 파란색이 서로 충돌하는 거야! 쎄루에르차 시민들이 올려볼 때마다 색다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게!
낮이든 밤이든 새로운 돔은 언제나 사람들이 주목하는 대상이 될 거고, 마음의 평안을 얻고 싶을 때 언제나 모두의 버팀목이 되어주는 거지!
마치 눈부신 커다란 보석처럼!
어때? 개인적으로 난 아주 훌륭한 설계라고 생각해. 획기적인 부분이 많아서 매우 만족스러워. 그래도 네 의견에는 진지하게 귀를 기울여야……
캐치.
생각이 바뀌었어? 정말 다행이다, 그럼 우리 함께……
저 돔에 털끝 하나 건드리지 마. 내가 전력을 다해서 널 막을 거니까.
아까는 관심 없다고, 내 마음대로 하라며?
난 너희들이 저 죽은 돔을 되살릴 줄 알았어. 아니면 그냥 묻어버리든가. 뭐든 상관없지만.
하지만 이런 식으로 모독하는 건 안 돼!!!
어? 나의 흘러넘치는 존경심이 돋보이잖아?
……안 되겠다, 너 오늘 좀 맞자!
수리 자료, 도서관, 위치: 파일 보관실 59구역, 오픈식 책장.
여긴가?
확인.
어디 보자, 음…… 이건 두린 문자인가? 도무지 읽을 수 없네.
판독. 제목: 《대모험가 지상 여행기》, 《두린 술의 양조법 127가지》.
검색 중, 새로운 결과: 《당신이 상상도 못 한 광기의 두린족 대계획》, 《사회적 행위의 영향에 기반한 사이버네틱스 연구》……
꼬마야, 우리가 찾는 자료가 여기에 있는 거 맞아?
확률: 42.377%. 두린족, 정리, 안 한다.
음, 이쪽은 글자를 알아볼 수 있네.
책장 3개가 다 10년도 더 된 《기담괴론》이네. 여긴 빅토리아어로 된 책이고…… 카시미어의 《레드 와인》도 있잖아?
우리는 그것들로 지상의 정보를 얻고, 언어와 문화를 배우고 있어.
그렇구나. 그래서 교류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거네.
이건 두린족의 잡지인가? 《폭풍 튜닝! 자율차 광란의 대출격》, “잡지 구독 즉시 기본 모델 한 대를 선물……”. 설마 이게 밖에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그 작은 차를 말하는 거지?
크로크가 자율차 개조 사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거든. 부스트 팩마저도 대히트를 쳤어.
크로크 말로는 '다들 그 랜덤성을 좋아한다'라고 했지만, 난 이해가 안 가.
그런데 왜 사르곤어를 쓰는 거야?
《기담괴론》의 훌륭한 전통을 이어받기 위해서 잡지는 반드시 사르곤어로 만들어야 해! 우리 두린은 그렇게 생각해.
이 책을 찾고 있는 거지? 《3초 만에 나만의 어시스턴트 로봇 만들기》.
도움이 될 것 같네, 고마워.
데커키! 안녕!
둘이 아는 사이야?
안녕, 내 소개를 하지. 난 쎄루에르차의 공업 대표, 디컬처 실버민트이야.
어시스턴트 로봇의 관리자이기도 하지.
관리자라……
그래, 쎄루에르차의 어시스턴트 로봇은 내가 제작과 모니터링, 관리를 담당하고 있거든.
모델 R3-E3 어시스턴트 로봇 0429, 너 여기서 뭐 해?
나, 주마마에게, 0428 수리, 신청했다.
0428은 은퇴했잖아. 얼른 네 위치로 돌아가도록.
……알겠다. 복종.
주마마, 너와 어시스턴트 로봇이 대화하는 게 영 이상한걸. 녀석의 반응이…… 평소랑 좀 달라.
우리의 대화가 뭐가 이상한데?
글쎄, 어쩌면…… 대화하는 것 자체가 이상할지도?
너는 쟤들과 소통하지 않아?
아니…… 로봇은 단지 일할 뿐이니까.
그럼 안 되지. 나는 언니랑 자주 대화하거든. 언니의 서늘한 금속 케이스에 기대기도 하고, 언니가 로봇팔로 내 어깨를 토닥여 주기도 해. 그리고 언니의 아름다운 합성음은……
……뭐?
《기담괴론》에는 그런 내용이 없었는데.
에헤헤, 대 수확이네요!
몸에 맞는 옷은 못 샀지만, 이것들도 너무 좋아요! 처음 보는 광석, 이상하게 생긴 금속 풍경, 그리고 귀여운 장식품들까지……
그리고 무엇보다! 가비알 씨가 저를 위해 골라줬다는 거예요……
가비알 씨가 저랑 커플 목걸이를 맞추면 더 좋았겠지만요!
……저거 괜찮은 건가요?
아, 괜찮아. 쟤는 원래 저랬어.
책에서 보니까 저렇게 사재기하는 행위를 일부 지역에서는 '자라크 증후군'이라고 부른다던데. 스트레스나 다른 원인이 있을지도……
아니에요, 전 정말 행복해요! 저한테 이것들은 소중한 추억이거든요!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그런데 아브도티야, 우르수스 이름 같은데. 고향이 우르수스인가?
제 이름은 아브도티야 라조르펜입니다. 전형적인 두린식 이름이죠.
그래도 아브도티야는 우르수스어잖아.
뭐 하자는 거죠?
그냥 잡담하는 건데 뭘 그렇게 긴장해.
……아니요. 거긴 저의 집이 아닙니다. 그냥 거기에서 왔을 뿐이에요.
진짜 이해가 안 가네. 왜 그렇게 지상을 경계하는 거야?
……
어렸을 때 가족이 저를 위해 문법 선생님을 고용했는데, 저는 그 선생님과 함께 지내는 걸 무척 좋아했어요. 선생님은 따분할 때가 대부분이었지만, 가끔은 재미있는 얘기도 들려주셨거든요.
우르수스에는 고향을 묘사한 문학이 아주 많은데, 선생님은 늘 그런 것들에 감탄하셨어요. 그리고 저희는 함께 그 모티브나 글짓기 방법을 분석했고요……
그때 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향을 그리워하고, 먼 길을 떠난 사람은 언젠가 출발점으로 돌아와 마지막 잠을 청하는 줄 알았어요……
나중에야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고향에 대한 기억이 고통밖에 없고 옮겨간 곳이 더 좋게 느껴진다면, 왜 굳이 잠깐 발붙였던 곳을 그리워해야 하나요?
그저 여정 중에 거쳐 간 숙소와 다를 바 없는데.
아브도티야 씨, 왜 우르수스를 떠난 거예요?
……자세히 이야기하고 싶진 않아요.
구역질 나는 일들이 있었어요. 하룻밤 사이에 저는 신분과 가족, 친구 모두를 잃었어요. 저는 허겁지겁 그곳에서 도망쳤죠.
우르수스에서 사르곤, 그리고 이 지하 도시까지…… 꽤 힘들었을 것 같은데.
목적지조차 없는데 힘들고 안 힘들고 뭐가 중요하겠어요.
저는 그냥 운 좋게 여기를, 이 쎄루에르차라는 도시를 발견했을 뿐이에요.
여기 두린들이 저를 받아주었으니, 저도 그 선의에 마땅히 보답해야죠.
……여긴 제가 선택한 거처입니다.
그러니까 지상에서 온 그 무엇도 두린족을 해치게 둘 순 없어요. 그게 순수한 악의든, 원래는 선의였던 것이든, 저는 절대 용서할 수 없어요.
이게 제가 당신들에게 주는 경고입니다.
……그래?
원래는 너에 대한 우호의 표시로 한잔 사려 했는데, 역시 그만둬야겠네……
아니요.
그게 안 된다는 건 아니에요.
…… 후우.
흠, 술 마시는 스타일은 우르수스답네.
시끄럽네요. 두린도 이렇게 호탕하게 마시거든요.
솔직히 나는 심리학에 뛰어난 의사가 아니라서 사람 마음에 관한 건 잘 몰라. 딱히 관심도 없거니와, 육체를 치료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벅차거든.
그렇지만 네가 아무리 포장한다 해도 진짜 두린족이 될 수는 없어.
저희가 아직 서로의 문제점을 지적할 만큼 친한 사이는 아닌 것 같은데요?
아까 네가 두린 가게 사장과 얘기하는 걸 들었어. 설원에 관한 이야기를 썼는데 별로 인기가 없나 봐.
……맞아요, 지하에는 눈도 없고 평원도 없으니까요.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저는 그곳이 그리워서 그런 이야기를 쓰는 게 아니에요. 거긴 단지…… 이야기가 벌어지는 땅일 뿐이에요.
거기에서 이야기가 벌어진다는 걸 아는 것 자체가 두린과는 달라.
결국 숨길 수 없는 흔적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노력할 거예요.
그냥 너답게 살아도 두린족은 기뻐하며 널 받아줄 거야.
만약 제가 새로운 자신을 원한다면요?
……그런가.
말씀하신 대로 두린들은 항상 싱글벙글 다른 사람들을 받아들이죠. 이번에는 저와 당신들이지만, 다음에는요?
당신은 의사니까 사람 마음속에 있는 악을 모를 리 없고, 사람들이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 위해 얼마나 파렴치한 짓을 하는지도 모를 리 없을 거예요.
이건 종족 문제가 아니에요. 지상의 모든 것이 우리를 폭력에 익숙해진, 재물을 탐내는, 야망으로 가득 찬 모습으로 만들었습니다……
저도 거기에 물들었던 때가 있었어요. 그래서 새로운 자신을 원하는 겁니다.
악은 습득하고 전염되는 거예요. 지하 사람들은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에 악에 대한 저항력이 없어요.
당신 말이 맞아요. 저는 두린이 될 수 없어요. 하지만 쎄루에르차의 시민으로서 이곳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저는 기꺼이 노력할 거예요.
……한 번도 더럽혀지지 않은 이 순진함을 지키기 위해서.
두린족은 스스로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다고 네가 그러지 않았어?
제가 한 말로 저를 가르치려 들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