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3기담괴론
도시 내 각 대표에게 스티치 계획을 지지하도록 설득해야 하자, 이남은 상업 대표를 포섭한다. 가비알은 지상에서 온 쎄루에르차의 주민 아브도티야가 자신들을 몹시 경계하는 걸 눈치챈다.
그러니까 슬라이드를 폭파하고 철도를 다시 세우려면 상업 대표 크로크 다이아몬드페이스, 공업 대표 디컬처 실버민트, 그리고 캐치라는 녀석까지 설득해야 한다는 거지?
맞아. 그 사람들의 입장이 가장 중요하고, 대부분 두린족은 그 사람들의 태도를 참고해서 선택하니까.
네가 가면 되잖아.
……
아무래도 별로 환영받지 못하나 보네.
그렇게 대놓고 말할 필요까지 있나.
영 귀찮은 것 같긴 하지만, 어쩔 수 없네. 아카후알라를 위한 셈 치지 뭐.
그래서, 어딜 가야 그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데?
후우, 드디어 끝났다. 가비알이랬나, 정말 무서운 녀석이네.
아무래도 네 뜻대로 된 것 같구나.
엣지 영감, 이제 만족해?
솔직히 난 '그레이트 아쿠아핏'이 너무 아쉽구나.
하! 누가 철도교 한가운데 지으래? 아니면 나도 손을 댈 이유가 없지!
하지만 내게 좋은 생각이 있다. 돔이 부서져서 폭포가 떨어지고 대형 슬라이드를 세운 지도 반년이 넘었잖아.
다들 아직 즐겁게 놀고는 있지만, 아마 조금 싫증은 났을 거다.
차라리 이번 기회에 새로 만드는 건 어떠냐? 전에 캐치한테 초대형 물대포를 얘기했다지? 이미 사람들 사이에 소문이 쫙 퍼졌다!
솔직히 나도 흥미롭긴 하고……
……하아!
그 아다크리스! 미개하고 무례하고 무모한데다 제멋대로예요! 크로크 씨, 상상이나 갑니까? 창작이 막혀서 기분전환 겸 동굴에 찻잎 따러 갔는데……
안긴 채로 폭포에서 뛰어내렸다면서?
정말 최악이에요.
하지만 평범한 쎄루에르차 주민이라면 그런 유혹을 참을 수 없을걸. 그걸 이야기로 쓰면 대박 날지도 몰라.
“가비알 씨를 믿어요.”, “아브도티야, 꽉 잡아!” 음, 꽤 로맨틱한데.
됐거든요!
적어도 너의 그 눈에 관한 이야기보다는 재밌어.
그러고 보니 이틀 전에 아이들이 단편 소설을 읽고 싶다며 찾아왔길래 드디어 독자가 생긴 줄 알았는데……
감상은?
“너무 웃겼어, 또 올게.”라더군요.
그렇겠지.
아브도티야, 그들에겐 악의가 없어. 다만, 우리 두린족은 아마 너의 경험을 상상할 수 없어서 그럴 거야.
내가 몇 번이나 듣고 나서야 너의 느낌을 약간이나마 이해했을 것 같아? 평범한 두린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겠지.
우리는 진짜 눈조차 본 적이 없는데, 하물며 네가 쓴 글이라니…… 그 단어들을 뭐라고 하더라, '교활', '도망'?
그 단어들이 문학 속에만 존재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죠.
아무튼 저는 지금의 생활에 매우 만족하고 있습니다. 착취하지도, 착취당하지도 않고, 무서운 음모도 없고, 함정이나 암살 따위에 휘말릴 일도 없으니까요.
상가에서 쓸 광고 문구를 쓰거나 간판을 설계하는 것만으로도 먹고 살 수 있는데, 더 바랄 게 뭐가 있겠어요?
매일 한가롭게 안락의자에 앉아 일광욕하는 걸로…… 뭐 인공 광원이긴 하지만, 그거면 충분해요.
이런 평화로운 날이 계속됐으면 좋겠어요……
여기가 상업 대표 크로크 다이아몬드페이스의 사무실인가?
안녕, 저 대형 슬라이드를 폭파하고 싶은데.
……
……하아.
오, 아브도티야, 너도 있었어?
안색이 안 좋은데.
죄송합니다, 크로크 씨. 저는 이만 실례할게요.
집에 가서 크로스보우를 다시 손봐야겠어요.
정말 나 때문에 화난 건가?
크흠, 너희들은 쎄루에르차에 온 지 얼마 안 됐지? 캐치한테 들었어.
뭐랄까, 이번에는 캐치가 꽤 정확하게 평가했네.
“두린보다 더 두린다운 녀석들.”
도망! 도망!
음, 구조가 신기하네. Lancet-2 언니랑 완전히 다른 느낌이야.
가까이! 오지 마!
언니처럼 똑똑한 것 같지는 않네. 하지만 몇 가지 기본적인 반응은 무슨 원리지?
위협도! 높음! 낯선 이, 거리 유지!
긴장하지 마, 난 주마마라고 해. 나쁜 사람 아니야.
신원 정의, 주마마.
넌 이름이 뭐야?
속성: 두린족을 위해 일하는 영광의 모델 R3-E3 어시스턴트 로봇, 넘버 0429.
안녕, 0429. 완충 시스템에 문제라도 생겼어? 왜 그렇게 비틀거리는 거야?
셀프 체크 결과: 복역 기한 임박, 부품 노후화.
내가 도와줄게. 봐, 모든 수리 도구를 챙겨왔거든.
수리…… 실행 가능성, 낮음. R3-E3, 복역 만기 후 즉시 폐기.
꼬마야, 별문제도 없어 보이는데 자포자기하지 마. 아마 나사 몇 개만 조이면 될걸.
네가 너무 귀여워서 도와주고 싶은데, 어때?
우리 친구 하자.
친구? 이해 불가, 친구.
수리, 가능한가?
물론이지.
하지만 우선 네 케이스부터 뜯어야 해.
거부, 작업 신청 취소, 작업 신청 취소. 위험! 위험!
괜찮아, 도망치지 마!
……음? 지상에서 온 피디아가 어시스턴트 로봇을 쫓는 거 같은데?
이상하네, 술이 덜 깼나?
그러고 보니 아브도티야의 감이 안 잡히는 이야기에서 묘사한 게 대충 저런 장면이겠지? '추격' 이런 거.
음, 왜 코미디가 아니라고 하는지 대충 알겠네.
이남 씨, 차라도 마실래?
두린족이 술이 아닌 다른 액체를 마시기도 하는구나.
가끔은 입맛도 바꿔줘야 하니까. 게다가, 크흠, 지금은 근무 중이고. 술은 쉴 때 마셔야지.
그래서, 나를 따로 보자는 용건이 뭔데?
가비알의 싸움 실력은 의심할 여지 없어. 하지만 이런 일에서 가비알의 주먹은 아무런 소용도 없지.
게다가 우리는 같은 부류의 사람인 것 같고 말이야, 쎄루에르차 상업 대표 씨.
아무래도 너는 사업 얘기를 좋아하는 것 같군. 마침 잘됐네, 나도 싫지 않아.
쎄루에르차는 작은 두린 마을에 불과하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우리가 다른 도시와 연결되어 있을 때, 상업 대표로 나도 여러 가지 일을 했거든.
하지만 지난번 지진으로 유일한 철도가 끊겨버렸어. 다행히 쎄루에르차는 자급자족이 가능하고 시민들도 욕심이 없는 편이라, 교통을 회복하는 게 그렇게 시급하지 않았던 거야.
지금 내가 하는 일은 쎄루에르차 시민들의 요구를 충족시켜줄 놀거리를 추진하는 것뿐이고.
이를테면 '그레이트 아쿠아핏' 주변의 노점상을 관리하거나, 새로운 자율차 장비를 출시하거나. 뭐, 꽤 한가로운 편이야.
……내가 두린족의 사고방식은 잘 모르지만, 일반적으로 만취한 상태에서 서핑하는 걸 욕심이 없다고 할 수 있나?
그런 셈이지.
하지만 지상인의 기준으로는……
그래도 우리 기준으로는 그게 욕심이 아니야.
그러니까 스티치가 너희에게 뭘 약속했든, 슬라이드 폭파 계획에 내가 동의하길 바란다면, 내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무언가를 내놔야 할걸.
서로 교환할 게 있어야 거래가 성사되는 거잖아.
이남 씨, 너라면 쎄루에르차의 상업에 뭘 가져다줄 수 있어? 아카후알라의 수공예품은 별로 매력이 없는데.
약삭빠른 자율차 업자들은 이미 너희 외지인들의 이미지를 접목할 생각이던데, 그걸로는 부족해.
너…… 생각보다 지상에 대해 많이 알고 있네.
내가 지상에 가 본 적은 없지만, 도서관에 있는 책은 장식물이 아니니까.
너희의 풍습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지……
아카후알라 사람들은 메탈 크랩을 둘러싸고 계속 춤을 추면서, 마지막까지 버티는 사람이 대왕이라는 칭호를 얻는다면서?
……그런 건 어디서 본 거야?
《기담괴론》. 이건 쎄루에르차에서 가장 유행하는 책인데, 예전에 한 모험가가 지상에서 대량으로 가져왔거든. 지상 세계의 백과사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야.
그건 헛소리나 나불대는 엉터리 잡지잖아!
……서, 설마? 난 그걸 읽으려고 힘들게 사르곤어까지 공부했는데……
……그래서 억양이 거의 없었던 거구나.
하아, 갑자기 힘이 쭉 빠지네. 최신판 《기담괴론》 몇 권이면 바로 너를 매수할 수 있을 것 같아……
최신판? 그 책이 아직도 나와?! 음…… 구해줄 수만 있다면 나도 고, 고민해 보겠지만……
내게 더 좋은 물건이 있긴 한데.
이게 뭐야?
비디오테이프, 한번 볼래?
여기 있었군요.
어, 아브도티야다. 또 아이디어 수집하러 나왔어?
당신들은 도대체 뭘 하고 싶은 거죠?
크로크 씨 쪽은 이남이 맡겨달라고 해서 저희는 주마마를 찾으러 나왔어요.
아니, 제 말은 지상인, 당신들이 무엇 때문에 이 도시에 왔냐는 말이에요. 당신들의 진정한 목적은 뭐죠?
제가 초간편 대승강기 1호 주변에서 한참을 지켰습니다만, 당신들의 주력 부대는 어디에 있습니까? 사르곤의 아미르들이 드디어 이 지하의 재부에 눈을 뜬 건가요?
이 도시에는 당신들이 원하는 자원이 없으니 얼른 돌아가세요. 평화로운 이곳을 피로 더럽히고 싶지 않다면요.
오해라고 했잖아. 스티치가 철도 수리할 사람이 필요해서 우리를 속여서 데려온 거라니까.
……그건 일꾼이 아닌가요? 거기에 속았다고요?
이봐.
걔가 그때 얼마나 심각하게 얘기했는지 알아? 거기다 토미미가 과장까지 보태는 바람에…… 하아,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주마마랑 함께 밤새 싸울 준비를 하고 전속력으로 달려왔단 말이야.
흐흑, 죄송해요. 전 가비알 씨가 좀 쉬길 바란 거였는데……
하아, 됐다…… 기왕 이렇게 된 거 기분전환이라도 해야겠다.
……그러니까 진짜 악의는 없는 겁니까? 어느 귀족의 명령을 받고 약탈하러 온 게 아니라?
믿든지 말든지.
……하긴, 아무리 사르곤이라고 해도 당신처럼 거친 사람을 부리지는 않겠죠.
거칠다고? 난 단지 돌려 말하는 걸 싫어할 뿐이야.
내 계획은 아주 간단해. 스티치 꼬마를 도와주고, 티아카우가 쓸 수 있는 기술을 배운 다음 바로 떠나는 거야. 그게 다야.
로도스 아일랜드에 날 기다리는 환자가 얼마나 많은데.
그렇다면, 당신은 의사입니까?
왜, 그렇게 안 보여? 면허도 있어.
차라리 여기 토미미 씨가 의사라면 어떻게든 믿어보겠지만.
아, 의사라면 저도 할 수 있어요! 가비알 씨가 마취술을 가르친 적이 있으니까요!
부위를 잘 겨냥해서 쿵, 이렇게……
로도스 아일랜드에서는 이걸, 어, '가비알식 운동 에너지 마취법'이라고 불러요.
……그런 비정상적인 방법은 나도 특수한 상황에서만 쓰는 거야.
예를 들면, 마침 마취약이 다 떨어졌는데 싸우다가 보급 팩마저 잃어버렸다든가.
……아무래도 당신들을 따라다니는 게 좋겠어요.
쎄루에르차에서 멋대로 굴 생각하지 마세요. 여기는 저의 집이에요. 당신들이 망가뜨리게 두지 않을 거예요.
마음대로.
당신들이 할 일을 다 끝내고 쎄루에르차를 떠날 때까지 지켜볼 거예요.
그럼 아직 할 일을 못 끝냈으니 구경이나 좀 할까.
저기, 아브도티야 씨…… 당신은 여기 주민이니까 쎄루에르차를 안내해 주실 수 있나요?
……미리 말해두지만, 도시 지형을 조사하려는 거면 포기하는 편이 좋을 겁니다.
아, 아니에요! 제 말은……
아브도티야 씨의 옷이 너무 예뻐서요! 구경할 만한 두린족 패션숍 같은 게 없을까요? 저도…… 견학하고 싶거든요!
……?
좋아요. 그런 거라면…… 확실히 몇 군데 갈만한 곳이 있습니다.
두린 스타일의 액세서리를 보러 갈래요?
좋아요!!
스티치……
……캐치인가, 여긴 어쩐 일이야?
전에는 늘 집에만 틀어박혀 있더니, 오늘은 웬일이래.
나도 가끔은 햇볕을 쬐고 싶거든. 그 말 하려고 여기까지 온 거야?
내 슬라이드를 폭파할 생각이면서, 너랑 얘기하러 오는 것도 안 돼?
……흥, 알고 있었구나.
마스터 엣지가 알려줬어.
그 영감탱이가…… 그래서, 따지러 온 거야?
아니, 사실 난 반대하지 않아. 이번 여름은 충분히 길었어.
건축 설계사로서 최고의 작품은 항상 다음 작품이니까, 안 그래?
쳇, 너의 그런 모습이 제일 꼴 보기 싫어.
어떤 모습?
시도 때도 없이 낙관적인 거.
하하하, 높게 평가해 주네!
하지만 대형 슬라이드를 없애는 데 동의하는 조건으로 너랑 돔에 관해 얘기하고 싶어.
……난 할 말 없어.
가자, 산책이나 하러 가자. '그레이트 아쿠아핏'을 폭파하기 전에 그래도 몇 개는 타 봐야지 않겠어?
또 있어? 다음 시즌은 어디서 볼 수 있어?!
크…… 하! 술맛 좋다! 이남 씨, 더 마실래?
난 아직 남았어……
너무 느린 거 아니야?
그 '와인과 커피'라는 팀이 너무 아쉽다. 거의 우승할 뻔했는데! 하아! 그 배까지 정말 얼마 안 남았는데 말이야!
마음에 드나 보네.
지상인의 생활이 내 상상 이상으로 즐거울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
그런데 이게 도대체 무슨 비디오야?
도솔레스의 '익스트림 철인 그랑프리'야. 카라반 하는 친구가 구해 준 오래된 비디오지.
저번에 사고가 났다던데, 요즘도 계속하는지 모르겠어.
저기…… 나 더 보고 싶은데! 진 팀이 다음 해에 복수하는 거 꼭 보고 싶단 말이야!
크로크, '경쟁'이라는 요소를 조금만 가미하면 아무리 따분한 오락이라도 더 짜릿해지는 법이야.
본인이 지지하는 팀을 응원하면서, 친구들과 신나게 맥주를 마시는 거지. 아마 두린족이라면 이런 생활을 거절할 사람이 없을걸.
게다가 경기 기간에는 주류나 패스트푸드의 매출이 배가 될 거고. 어때, 두린들에게 아주 딱 어울리지?
평소에도 술은 잘 팔리니까 대회까지 열면서 자극할 필요는 없어.
하지만, 음, 신나게 노는 관점에서 보면 확실히 매력적이긴 해.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상업 대표 씨.
슈퍼 수상 레이스를 만들어 볼 생각이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