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2낙하
지하 폭포에서 뛰어내린 가비알이 쎄루에르차에 도착하며 오해가 풀렸다. 스티치는 가비알 일행이 돔을 수리하는 대신, 오리지늄 탐사를 위해 철도교를 수리해 주길 원했다.
고마워, 토미미. 이 은혜는 로도스 아일랜드에 돌아가면 꼭 갚을게.
마, 망보기는 서툴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
좋아, 그럼 한 모금 마셔 볼까!
음, 구스베리주는 역시 목 넘김이 이상하지만……
엘리시움 씨, 엘리시움 씨!
왜, 왜 그래? 그 친구들이 찾아왔어? 내가 상대편 술을 마셨다고 말하지는……
스티치 씨가 왔어요!
후우, 한참 찾았네.
그런데 이 녀석은 왜 여기 있지?
여어, 스티치.
이게 몇 년 만이지? 정말 너무하네. 내 '그레이트 아쿠아핏', 한 번도 보러 온 적 없지?
기왕 온 거 같이 놀지 않을래? 역시 서핑이 최고야!
내가 워터슬라이드의 유속 제한 밸브를 몰래 열어줄게, 그럼 더 신나게 놀 수 있을걸……
필요 없어, 난 급해.
다들 날 따라와. 재미있게 놀았으면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야지.
스티치, 뭘 그렇게 매번 서둘러, 시간은 많잖아! 우리는……
아니, 내 '시간'은 아주 제한돼 있어. 설계 대표인 마스터 캐치는 건강하고 활기차겠지만, 난 광석병 환자니까 몇 년 못 살거든.
아, 미안, 그런 뜻이 아니었는데!
내 말은, 너랑 제대로 얘기를 나누고 싶어. 그때의 오해도……
잘 들어, 캐치.
인정받고 싶은 거라면 넌 이미 쎄루에르차 시민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잖아. 굳이 나한테 인정받을 필요까지는 없어.
네가 원하는 게 존재감이라면 초대형 물대포 같은 거나 만들어 봐. 빨간색으로 칠하든 분홍색으로 칠하든 말리지 않을게.
하지만, 내 시간만은 빼앗지 마. 난 죽어도 양심을 속이면서, 하아, 네 녀석의 '건축 작품'을 치켜세울 생각은 없으니까.
가자, 지상인. 내 계획을 얘기해 줄게……
잠깐만, 스티치, 내 말 좀 들어 봐……
캐치, 내가 너한테 해 줄 수 있는 조언은 단 하나야. 내 일에 관여하지 마.
각자 갈 길 가자고.
스티치, 시간이 된다면 꼭 너와 함께 방금 말한 초대형 물대포에 관해 얘기하고 싶어. 너무 흥미로워.
하지만, 그전에…… 무슨 소리가 들리지 않아?
어차피 그 주정뱅이들이 또 멍청한 짓을 하는 거겠지.
아니야……
설마 돔……?
그건 절대 아니야. 구조물에 관해서는 내 실력을 믿어도 돼.
저, 저건!
떨어지는 느낌이다.
바람이 귓가를 스친다. 너무 시끄럽다.
로도스 아일랜드의 몇몇 괴짜들은 이런 느낌을 즐긴다던데, 나는 이해가 안 간다.
나? 왜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냐고? 이유는 단 하나. 문제를 해결하려면 뛰어내릴 수밖에 없으니까.
주먹이든 몽둥이든 도끼든, 뭘 쓰던 말이다.
문제를 마주하고 나쁜 놈을 찾아내서 처치하는 것. 뭐 어려울 게 있나?
앞으로 뭘 마주하든……
도끼가 부서지고, 몽둥이가 부러지고, 주먹을 움켜쥐지 못해도.
어쨌든 하면 된다.
음모든 맹수든 버섯이든 불덩이든, 아니면 다른 역겨운 뭐든!
내가 다 때려눕혀 주마!
야, 가비알. 뭔가 이상한데, 앞을 봐!
응?
저기요, 이제 그만 좀 내려주시죠!
아, 미안.
……저게 뭐지? 폭포? 미끄럼틀?
야호!
어, 가비알, 왜 이제 왔어?
두린족의 '그레이트 아쿠아핏'에 온 걸 환영해!
에엥??
흐흑, 가비알 씨, 제가 잘못했어요!
너 말이야!
그러니까, 맹수나 하늘에서 떨어진 불덩이나, 하늘을 가린 버섯 같은 건 없다는 거지?
그런 게 표현을 다듬는 법이라고 엘리시움 씨가 말해서……
나중에 녀석을 두들겨 패줘야겠어.
토미미도 틀리진 않았어. 두린족이 확실히 곤란한 모양이야.
그게 뭔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스티치 씨가 그렇게 주장하고 있으니까.
……나도 물론 이유가 있지.
그러니까, 잘난 척하는 지상인들이 또 무슨 미친 짓을 하려는 거군요!!
멋대로 도끼를 메고 쎄루에르차에 침입해 두린족을 돕는다고요?
웃기시네요. 두린의 문제는 스스로 해결할 수 있어요. 위대한 지상인 여러분의 도움 따위는 필요 없다고요.
게다가 당신들 몸에 있는 지상의 더러움과 추악함은 평화로운 이 도시를 더럽히기에 충분하죠!
음, 넌 루포잖아? 너도 지상에서 온 거 아니야?
저는 이미 지상의 모든 걸 포기했어요. 지금은 쎄루에르차의 시민일 뿐이죠.
그러니까 쎄루에르차의 시민으로서 말할게요. 당장 이 도시를 떠나세요!
완강하게 거절한다면 제가 다른 수단을 써서라도 당신들을 쫓아낼 거예요.
잠깐, 아브도티야, 이 사람들은 내가 부른 거야.
스티치 씨…… 당신 돌아왔군요.
당신이 어떤 계획을 하고 있든 한때는 저들의 일원이었던 입장에서 충고하겠습니다. 체념하세요. 지상의 힘을 빌리면 쎄루에르차에 해가 될 뿐이에요.
쎄루에르차 시민들은 진정한 '탐욕과 음모'가 무엇인지 모릅니다.
아브도티야, 이미 시민 투표를 마쳤어……
그렇다면 다시 투표해서 부결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두린족이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정 안 된다면, 지상인들이 가장 잘하는 피를 흘리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해도 저는 끝까지 상대할 겁니다.
쯧쯧, 이해가 안 되네. 아무래도 오해가 생긴 것 같은데.
아카후알라 지하에 사는 이웃들이 곤란한 일에 부딪혔다고 해서 도와주러 온 게 다야. 그들을 위해서, 우리를 위해서도.
훗, 전기톱을 들고 온 걸 보니 책상다리라도 달아주러 왔나 보네요. 아니면 그 도끼로 과일이라도 깎아 줄 건가요?
수작은 그만 부리세요. 친절하던 사자가 순식간에 잔인하게 변하는 모습을 제 눈으로 직접 봤어요. 이익에 대한 추구와 약탈에 대한 갈망은 지상인의 본성이죠.
당신들이 착한 두린 동포들을 속일 수 있을진 몰라도, 저는 절대 속일 수 없어요. 당신들의 그 핑계를 너무 잘 아니까요.
하아, 믿든 말든 이 도끼는 그냥, 음, 호신용일 뿐이야.
하지만 기어코 싸워야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나도 얼마든지 상대해 주지.
……
어이, 거기 도끼 든 녀석.
너 완전 멋지잖아!
어? 아…… 고마워?
아브도티야, 정말 대단해!
평소에는 글을 쓰거나 그림만 그리더니, 이런 모습도 있었구나!
그게 아니라……
이게 높이가 얼마야? 뛰어내린 기분이 어때?
왜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지? 폭포 꼭대기에서 뛰어내리다니!
이 둘은 네 친구야? 너 이 녀석, 이런 친구가 있다고 왜 얘기 안 했어!
위험할 수도 있으니까요. 우리는……
나도 한 번 태워달라고 하면 안 될까?
아브도티야, 이번에 피크닉 다녀오면서 뭐 재미있는 거 안 가져왔어? 저번에 가져온 야생 과일 같은 거 말이야!
우리 몇 시간 만에 보는 건데, 재회를 위해 한잔해야지!
자, 잠깐만요!
언니, 이름이 가비알이야? 도끼 좀 만져봐도 돼? 무겁지 않아?
어, 괜찮은데?
가비알 누님, 지금 시간 돼? '그레이트 아쿠아핏'에 엄청 재미있는 비밀 놀이 기구가 있는데, 누님이라면 아주 멋지게 탈 것 같아!
이건 우리 집 주소야. 내일 시간 되면 우리 초특급 맥주 무제한 파티에 놀러 와!
뭐 하러 내일까지 기다려, 지금 당장 시작하면 되지!
좋은 생각이야!
그래, 좋은 생각이야! 캐치 군, 술 더 가져와!
……두린족은 어떻게 된 거야? 엘리시움한테 물들었나?
토미미, 표정이 왜 그래?
역시 가비알 씨네요. 어딜 가든 사람들의 중심에 있어요.
……하아.
내가 보기에는 멍청한 사람들이 가장 멍청한 녀석 뒤를 따라다니는 것뿐인데.
이런 매력이 있는 녀석들이 꼭 있단 말이지.
아카후알라 사람들이 늘 얘기하던 '무적의 가비알'이 바로 저 사람이구나.
그런데 왜 폭포에서 뛰어내린 거야? 미리 약속했어?
……아니, 끼리끼리 모인다고 해야 되나.
토미미, 나 둘러싸였어. 도와줘!
갑니다~
여긴 너무 정신없으니까 다른 곳으로 가자.
그래서, 네가 그 두린족이구나.
아카후알라에 있을 때 네 이름을 많이 들었어, 가비알.
말해 봐. 쎄루에르차의 위기는 대체 뭐고, 아카후알라 지역에 어떻게 영향을 준다는 건데?
그게…… 실은 말하자면 아주 복잡해. 지리학, 지질학, 사회 형태 등을 포함한 많은 부분과 관련되어 있거든.
자세히 얘기해 봐.
그중에서도 가장 귀찮은 문제는 문학 분야에도 조금 연관된 건데……
……토미미처럼 나도 아주 조금 표현을 다듬었어.
우리한테 한 얘기도 과장이었다는 거야?
과장이 아니야! 난 그저, 음, 조금 거시적인 관점에서 이야기했을 뿐이야.
수백만 년 뒤, 지각이 변동하면서 정글 전체가 침몰할 확률이 매우 높은 건 사실이니까……
나 이 녀석 패도 돼?
마음대로.
자, 잠깐만! 난 정말 너희의 도움이 필요해. 쎄루에르차와 관련된 일인 것도 진짜야!
우리 비즈니스 관점으로 문제를 생각해 보자고! 너희들도 봤잖아. 두린족의 기술은 정글에 큰 도움이 될 거야!
아카후알라 사람들이 더는 낡아빠진 선반 기계 몇 개를 보물처럼 여기지 않아도 된다고!
글쎄, 정말 도움이 된다면 말이지.
약속할게. 앞으로 아카후알라 사람들에게 기술적으로 문제가 생기면 내가 무엇이든 대답해 줄게!
(작은 목소리로) 훗, 너희들이 알아들을 수만 있다면 말이지.
뭐라고?
그, 그러니까 못 알아들어도 내가 최대한 설명해 주겠다고.
그럼 본론으로 돌아가서, 네가 하고 싶은 게 도대체 뭔데?
아주 간단해. 나와 함께 사람들을 설득해서 지진 때문에 망가진, 도시 밖으로 연결된 철도교를 복구하는 거야.
그러면 저 망할 돔을 수리하지 않아도 오리지늄 탐사 장치를 다시 설치할 수 있어. 나도 잔소리하는 영감한테서 벗어날 수 있고.
게다가 겸사겸사 철도교의 진로를 막은 대형 슬라이드도 폭파할 수 있고. 그야말로 일석이조, 아니 일석삼조지!
스티치 씨, 왜 돔이 아니라 철도를 수리하려는 거예요? 폭파하기에는 슬라이드가 너무 아깝잖아요!
저 구멍을 남겨두고 '그레이트 아쿠아핏'을 만든 건 모두가 투표로 결정한 일이야.
게다가 돔을 수리하는 건 아주 심오한 기술적인 문제들이 얽혀 있어. 너희는 설명해도 이해 못 해!
우리의 계획을 추진하기 위해 다시 한번 투표를 진행할 거야!
아무리 그래도 저렇게 재밌는 슬라이드를 폭파해야 한다니……
너희 두린족은 기술도 뛰어나면서 왜 아카후알라 사람한테 철도교 수리를 도와달라는 거야?
……뭐, 당신들한테는 알려줘도 상관없겠지.
철도교 수리 방안을 제안한 설계사로서 이번 일이 통과되면 책임자는 분명 내가 될 거야.
하지만! 너희들이 철도교 설계도를 봤어? 나 학교 다닐 때 한 번 봤는데, 심플이 모토인 내 디자인 콘셉트에 완전히 어긋나 있었어!
빼곡한 선로에, 보기 흉한 골격 구조까지!
그래서 다리나 철도 설계에 관한 수업을 들을 땐, 항상 잤지.
……그러니까 넌 철도교를 세울 줄 모른다는 거네?
인정하긴 싫지만, 그게 내 유일한 결점이라 할 수 있지.
그래서 이 방면으로 일가견이 있는 아카후알라 사람한테 도움을 청한 거야. 이 중요한 프로젝트를 너희에게 맡기는 거지!
어때, 완벽한 계획이지?
두린족 세상도 참 너그럽네. 이런 녀석이 아무 일 없이 성장할 수 있다니……
야, 무슨 뜻이야!
다행이다, 주마마도 와서. 철도교 수리하는 일쯤은 쉽게 해결할 테니까……
어라? 주마마는?
역시, 내가 잘못 본 게 아니네.
……경계.
……꼬마야, 이리 오렴!
이상, 위험! 도망 준비!
잠깐, 가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