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1몰입식 체험
토미미 일행은 건축 설계사 스티치의 안내로 지하 도시 쎄루에르차에 방문하게 됐고, 거기서 두린족이 세운 대형 워터슬라이드를 보게 되었다. 한편, 가비알과 유넥티스도 지하로 향하는 길을 찾고 있었다.
너무 위험하잖아, 꼬마야. 설마 돌아가는 길이 기억나지 않는 거야?
꼬마 아니라고!
그냥, 음, 좀 헷갈린 거야……
나 같은 전문가가 길을 안내하지 않았다면, 너 같은 꼬마가 위험한 동굴을 어떻게 지났겠어? 나조차도 조금 힘에 부치는데 말이야.
차라리 여기서 텐트 치고 잠깐 쉬는 건 어때? 텐트 칠 줄 모르는 사람은 내가 도와줄게.
진심이야? 지금 여기서?
공기도 잘 통하고 장소도 넓잖아. 비바람도 피할 수 있고 온도도 딱 좋은 데다가, 어두컴컴해서 안대도 필요 없겠어.
음…… 엘리시움 씨 말에도 일리가 있어요! 그런데 로도스 아일랜드의 이런 외근용 텐트는 익숙하지 않아서……
괜찮아, 내가 알려줄게. 이건 펼치면 바로 쓸 수 있는 아주 간단한 모델이야. 그런 다음 고리 몇 개만 고정하면……
와! 정말이네요! 엄청 편리해요!
후방 지원부에서 이 텐트를 디자인할 때, 야외 전문가인 나한테 특별히 자문했거든!
시리즈에 내 이름을 써도 된다고 허락까지 해 주었어. 왜 최종적으로 채용되지는 않았는지 모르겠지만……
음, 설마 이 텐트는 아직 개선할 부분이 있어서 본 전문가의 이름을 올릴 가치가 아니라고 판단했는가? 뭘 또 그렇게까지, 난 그런 사소한 걸 신경도 안 쓰는데!
토미미, 네가 로도스 아일랜드에서 잘 지낸다고 들어서 너무 기뻤지만, 지금 보니까 좀 의문이 들어…
너희 로도스 아일랜드는 승강기에서 텐트도 치고 자?
음, 그게 아니라 엘리시움 씨는 좀 특별한 분이라서……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건 평범한 승강기가 아니야. 우리 두린족의 자랑스러운 초간편 대승강기 1호라고!
그래, 텐트 치기에 아주 딱이야.
너!
됐어, 너희들 그만 해. 스티치, 네가 말한 지하 도시까지 얼마나 남았어?
맞아, 꼬마야. 승강기에 탄 지 벌써 30분은 됐다고.
꼬마가 아니…… 하아, 내가 부족에서 들었던 가비알의 엽기 행각에 설마 너희들도 다 관련된 건 아니지?
당연하지! 그 녀석은 툭하면 날 때린다니까!
……아니면, 너희들은 그냥 돌아가는 게 어때?
그렇게 자주는 아니고, 그래도 3주에 한 번은 때렸을걸……
잠깐만요!! 엘리시움 씨는 그저 가비알 씨의 동료일 뿐이지만……
저는 가비알 씨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동료이자, 아카후알라 최강인 '가비알의 의지' 부족의 족장이에요!
뒷부분은 겨우 사실이라 할 수 있겠네.
……하하, 기꺼이 돕겠다고 나서줘서 고마워. 이 도시는 너희를 뜨겁게 맞아줄 거야.
(작은 목소리로) 너희들의 그 엉성한 궤도 기계가 도움이 되면 좋겠는데……
스티치, 무슨 말 했어?
아, 아무것도 아니야. 내 말은 거의 다 도착했다고.
다들, 쎄루에르차에 온 걸 환영해.
지상인이 두린족 도시를 방문할 기회는 좀처럼 드물지. 하물며 이렇게 아름다운……
야야야, 저, 저건 뭐야?!
대폭포?
대…… 대형 슬라이드네요!!!
아니, 저게 중요한 게 아니야. 저 멀리 정원이 있는 아름다우면서도 심플한……
두린족의 도시가 이렇게 생겼다니. 나는, 어, 좀 더…… 전형적인 모습일 거라 생각했는데?
신비로운 지하 궁전이라던가, 잡지에 그렇게 쓰여 있었어.
사실 쎄루에르차는 두린의 도시 중에서도 특별하긴 해. 여긴 나처럼 전설적인 설계사들이 세운 도시니까.
우리 선인들은 아름답고 조화로운 도시를 만들기 위해 이곳에 왔어. 그분들의 이념을 이어받은 것이 바로 저 아름다우면서도! 심플한……
슈퍼 스파이럴 슬라이드잖아!!!
딜런이 아카후알라가 엄청 재미있는 곳이라면서 실실대길래 거짓말인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진짜였구나!!
우와아, 빨리 보고 싶어요, 지금 당장 보고 싶어요! 다음에는 꼭 가비알 씨랑 함께 놀러 와야겠어요!
말로만 듣던 두린족이 무역에 관심이 있으려나 모르겠네?
너희, 심플함이 뭔지 알기는 하는 거야?! 저런 쓰레기 앞에서 내 작품이 정말 그렇게 눈에 안 들어오는 거야?!
됐다…… 아무래도 정말로 사람을 잘못 찾은 것 같네.
후우, 아마 이 근처일 거야.
부족 어르신들에게 아카후알라 지하에 큰 동굴이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이렇게 복잡할 줄이야.
토미미가 한 말이 사실인가 봐.
정말 최악의 상황이 일어나면 우리 티아카우뿐만 아니라, 지역 전체에 있는 사람이 영향을 받을 거야.
그렇게까지 심각하지는 않을 게다.
대제사장! 여기는 어떻게?
그야 물론 너희한테 문제가 생긴 것 같아서 와 봤지. 난 못 하는 게 없는 대제사장이잖냐.
그럼 할아범, 그 전설 속 지하 도시에 어떻게 가야 해?
서두를 것 없다. 지하 동굴에 깊숙이 들어갈 기회는 흔치 않으니, 주변 경치도 감상해 보지 그러냐.
이 형광 식물들을 봐라. 이건 비밀인데, 이것들을 가루 내서 린수 구이에 뿌리면 맛이 일품이야.
그리고 이 넝쿨에 달린 열매는……
할아범, 우리는 시간이 없어!
알았어, 알았어. 비교적 안전한 길이 어디에 있더라? 왼쪽으로 꺾었다가 오른쪽으로 꺾고, 다시 오른쪽으로 꺾었다가 왼쪽으로 꺾었던가?
그런 다음 연속 네 번 왼쪽으로 꺾었었나?
그럼 제자리로 돌아오잖아.
그런가? 거참 이상하군.
다시 생각해 보마. 음, 지하 동굴은 굽이굽이 길이 복잡해서 외우기가 힘들거든! 오른쪽으로 꺾었다가 오르막이었던가? 내리막이었나?
그러면 위험한 길은 어떻게 가는데?
넌 어렸을 때랑 똑같이 여전히 성급하구나.
좀 위험하긴 하지만, 그만큼 빠른 길이 하나 있기는 하지.
저기 지하 하천이 보이느냐? 뛰어내리거라.
진심이야?
너희 신체라면 별문제 없을 거다. 하지만……
주마마, 준비해. 심호흡하고……
간다!
하지만 역시 느긋하게 나를 따라오는 게 좋을 게다. 사실…… 음? 어디 갔지?
아무튼 여기가 바로 우리 두린족의 도시 쎄루에르차야.
아카후알라 지하에 이렇게 넓은 곳이 있었다니. 전혀 몰랐네……
쎄루에르차는 옛날부터 여기 있었어. 머리에 모험 이야기만 가득 찬 소수의 바보만 빼면, 우린 지상에 별 관심이 없으니까.
물론, 난 예외지만.
너는 모험 이야기 같은 걸 싫어하는 타입인가?
그래, 나는 싫어해……
날 떠보려 하지 마, 내가 바보도 아니고!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데!
크흠, 다시 내 소개를 하지. 나, 스티치 캔버스는 이 도시에서 가장 뛰어난 건축 설계사야.
보시다시피 이 도시에서 사람들이 가장 마음에 들어 하는 건물은 다 내가 설계했지……
저 대형 슬라이드처럼요? 스티치 씨, 다시 보게 됐어요!
아, 저건 아니야.
그럼 분명, 이 지하 도시의 돔을 말하는 거겠네. 태양빛의 느낌까지 연출하다니. 꼬마야, 실력이 대단한데!
너희들, 센스라는 게 있긴 한 거야? 이 도시의 진짜 포인트가 뭔지 모르겠어?
음…… 조경이 잘 되어있는 거?
됐다, 아무래도 너흰 센스를 더 닦아야 할 것 같네.
모처럼의 기회니까, 정식으로 의뢰하기 전에 이 도시의 진정한 지혜의 결정이라고 불릴만한 곳을 안내해 줘도 될 것 같아.
거긴 내가 임시로 머무는 곳이야. 내가 직접 설계한, 깊은 고민의 핵심을 표현한……
자, 봐봐……
이남, 저기 좀 봐요. 저 가게에선 뭘 팔려나요!
수영복인가?
너무 귀여워요!!
두린족 옷은 네가 입을 수 없어. 게다가 넌 꼬리도 굵은데……
으으으, 꼬리 얘기는 하지 마세요!
그래도 구경은 되잖아요!
야, 너희 둘! 어이!
엘리시움, 빨리 저 둘을 데리러……
방문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음, 이 버섯 구이의 식감, 이국적인 분위기, 역시 색다르네.
역시 케오의 음식 취향은 일류였구나. 아카후알라의 버섯은 놓칠 순 없지만, 아카후알라 지하의 버섯은 더 맛보기 힘드니까! 너도 하나 먹을래?
……적응이 너무 빠른 거 아니야?!
으윽…… 내 머리……
형씨, 버텨! 요까짓 어려움에 형씨가 질 리 없어! 이런 재난, 이런 고통! 우린 다 견뎌왔잖아!
내 병은 너무 심각해. 너희와 함께하는 동안, 정말 즐거웠다……
분명 방법이 있을 거야. 분명……
그 신기한 액체는? 형씨의 활력을 되찾아 주는 그 기묘한 액체 말이야!
아, 그렇지. 그 신기한 액체가 있었지. 내게 다시 살아갈 용기를 주는……
도와줘, 지나가던 착한 사람이여. 우리 함께 그 매력적인 이름을 외쳐보자!
거기 굵은 꼬리, 너, 너 말이야!
앗…… 저요?
자, 마음에 귀를 기울여 그 이름을 외쳐. 셋, 둘, 하나!
올드 칼 벌꿀주!!!
음…… 가비알 씨가 끓인 고깃국?
컷!
대사가 틀렸잖아, 굵은 꼬리!
그, 그렇게 부르지 마세요……
아브도티야는 어디서 저런 이상한 놈을 데려왔는지……
아브도티야?
잠깐…… 너희는 올드 칼 벌꿀주 팬클럽 사람이 아니잖아!
팬클럽에는 아브도티야 말고 너희처럼 정신이 멀쩡해 보이는 녀석이 없는데!
정신이 멀쩡한 정도를 판단 기준으로 삼다니……
어떡하지, 형씨? '진심으로 사랑하는 걸 외치자' 캠페인은 취소할까?
그건 안 돼!
넌 지상에서 온 리베리지?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자자, 마침 술이 반 통 남았어.
이남, 이 사람들 술통을 들고 다녀요!
……저렇게 큰 통을 대체 어디서 꺼냈을까?
이건 쎄루에르차 최고의 술이야! 뭣도 모르면서 인정하지 않는 놈들이 조금 있긴 하지만.
마셔 볼래, 리베리? 후회하지 않을 거야.
너희들…… 정말 극진한 대접이네.
천만에! 사양할 필요 없어! 너 같은……
미남 말이야?
제정신이 아닌 걸 보니 우리 팬클럽에 들어오기 딱이네.
내게 속세를 뛰어넘는 기품이 있다는 말인가? 아하하, 그런 평가는 처음이네. 내게 나조차도 모르는 면이 있었다니.
그럼 사양하지 않고, 기꺼이 한잔 받지!
거기 두 사람도 괜찮다면……
응, 나도 마셔 보고 싶네.
저, 저는 조금만!
잠깐! 왜 갑자기 또 술판을 벌이는 거야! 날 도와주러 온 거 아니었어?!
엇? 너는……
친애하는 시민 여러분, 엄청난 건축 설계사를 직접 만나서 조금 긴장되는 거 다 알아.
그런데 이 한가해 보이는 사람들도 실은 해야 할 일이 많아. 그리니까 이만……
이봐 형제, 너도 한잔할래? 좋은 술이야.
나? 아니야, 난 술 안 마셔.
머리를 써서 문제를 해결하는 소수의 두린족으로서, 내 머리는 항상 냉정함을 유지해야 하니까……
……풉.
……뭐야, 그 떨떠름한 표정? 술병은 왜 갑자기 치켜드는데?
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지? 얘 지금 뭐라고 했어?
술을 안 마신다고? 그것도 냉정한 머리를 유지하기 위해서?
얘들아, 큰일 났다. 이종족이 우리 도시에 섞여들어 왔다!
눈 똑바로 뜨고 보라고, 이 고주망태야. 이종족처럼 생긴 건 저들이잖아!
이 녀석이 무슨 헛소리를 해대는지 똑똑히 알려주자!
“얼음보다 단단하고, 겨울보다 더 길며, 눈물보다 조용하고, 탄식보다 허무하다.”
“이노바는 자신이 떠난 그날 오후를 여전히 잊지 못한다. 마을은 기침하는 거인처럼 녹내를 내뿜고 피를 토해냈다.”
“그녀는 넘어지면 다시 일어났고, 절대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녀가 바라는 건 많지 않다. 그저 꿈이 없는 땅과 허비할 수 있는 시간을 찾고 싶었다.”
“아니면 따뜻한 차 한 잔이나 몇 모금의 술이라도 좋다. 누리는 건 죄가 아니니까. 적어도 그녀에게는.”
“그녀는…… 그녀는 뭘 쫓고 있으며 또 무엇으로부터 도망치고 있는 걸까?”
“그녀 자신도 답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