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3마탄의 사수
에벤홀츠와 크라이데는 감염자가 진입할 수 없는 클리피파티오 구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새 첼로를 구입했고, 체르니에게 본인들의 연습 결과를 다시 평가받는다.
등장 오퍼레이터: 에벤홀츠, 히비스커스, 체르니, 히비스커스 더 퓨리파이어
어디 보자…… 여기야, 틀림없어.
이렇게 화려한데, 정말 악기 가게가 맞나요?
물론. 이곳은 비세하임 최고의 악기 상점이야. 아니면 널 데려오지도 않았어.
하지만, 저는 글리피파티오에 출입 신청도 안 했는데……
여기 관리들은 너무 게을러. 네 신청서를 볼 때쯤이면, 음악회가 아마 다 끝났을 거야.
그리고, 들켜봤자 벌금 정도야.
감염자가 애프터글로를 빠져나가는 걸 도운 사람에게는, 감염자보다 벌금이 더 엄하다고 들었어요……
두려울 거 없어, 괜찮아.
어깨 펴, 기죽지 말고. 들키기라도 하면 골치 아파지니까……
어서 오세요. 악기를 고르실 건가요, 아니면……
우리는 첼로를 사러 왔어.
알겠습니다.
이분은……
음? 이쪽은……
실례지만, 옷차림이 단정하지 못한 분은 저희 가게에 출입하실 수 없습니다.
역시 저는 밖에서 기다릴게요……
밖에서요? 아무래도 수상해 보이는데 뭔가 찔리는 거라도 있는 건가요? 당신……
지금 누굴 의심하는지 알고는 있는 건가? 옷차림이 단정하지 못하다느니, 수상해 보인다느니…… 감히 귀족한테 그딴 식으로 말해? 여기서 계속 일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지?
잠시 형편이 좋지 않아 어쩔 수 없이 검소하게 입은 것뿐이야. 소박한 옷이지만 깨끗하고 멀쩡한데, 대체 무슨 근거로 출입을 막는 거지?
죄송합니다. 하지만 옷차림이 아무래도 저희 가게의 격조와……
격조?
이쪽은 내 사촌이다. 얼마 전에 큰 변을 당해서 소중한 첼로가 망가졌다.
위로의 뜻으로 첼로를 사주려고 온 건데, 감히 내 앞에서 격조를 운운해?
그 점은 저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만, 옷차림이 단정하지 않은 손님을 받지 않는 게 저희 가게의 규정이라……
죄송합니다만, 일행분은 가게에 들어오실 수 없습니다.
좋아!
에벤홀츠는 자신의 망토를 벗어 크라이데에게 둘러줬다.
이젠 나와 같은 옷을 걸쳤으니 들어갈 수 있겠지? 아니면, 내 망토도 단정하지 못한 옷차림에 속한다고 말할 건가?
그렇다면, 내가 이 망토를 다시 걸치면, 나도 들어갈 수 없게 되는 건가?
아, 그건……
자, 잠시만요…… 점장님께 확인하겠습니다.
사람을 차별 대우하는 녀석이로군!
이 망토, 돌려드릴게요……
고맙습니다.
고맙긴.
애당초 내가 네게 첼로를 사주겠다며 널 끌고 온 거잖아.
저 녀석이랑 한 판 붙는 한이 있더라도 오늘 널 꼭 데리고 들어가겠어.
정말 죄송합니다. 두 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곧 점장님께서 오셔서 두 분을 안내해 주실 겁니다……
안녕하세요, 혹시 지금 시간 있으신가요?
히비스커스잖아.
시간이야 있고말고.
혹시 병세는 어떠신가요……
후우……
아까 그 점원이 보안관한테 신고할까 봐 두려워 죽을 뻔했어요……
그럴 리가. 네가 감염자인 것도 모르는데. 그냥 네 옷차림만 보고 널 평민 취급한 것뿐이야……
이런, 한 가지 잊은 게 있네.
네?
공연복 말이야.
너 설마 그 옷 입고 무대에 올라갈 거야? 그래도 격식은 갖춰야지.
가자, 네게 비세하임 최고의 재봉사를 찾아줄게……
안 돼요. 체형을 잴 때 오리지늄 결정이……
그것도 그렇네.
그럼…… 애프터글로에서 최고의 재봉사를 찾는 건 어때?
하늘은 맑고 푸르며……♪
됐어, 그만해.
그래도 정말 고마워요. 첼로도 사 주고, 옷도 맞춰주다니!
첼로는 그렇다 쳐도 옷은 받지도 못했는데. 입어보지 않고는 알 수 없으니, 아직 인사하기는 일러.
내일 오후면 알 수 있어요! 분명 잘 어울릴 거예요!
고맙습니다!
악기 가게를 나오면서부터 노래를 흥얼거리거나 고맙다고 인사했어. 벌써 열 번도 넘게 했거든.
네, 네.
강물은 잔잔하게 흐르고……♪
이 노래……
네?
어디서 들어본 것 같기도…… 아니야, 내가 잘못 들었을 수도 있어.
그나저나, 첼로를 배웠으면서 악기는 왜 없는 거야? 고장 난 건가?
예전에 첼로를 가르쳐주셨던 선생님이 선물로 주신 게 있었는데, 금방 망가져서 지금은 집에 놓여 있어요. 아마…… 이곳을 떠날 때 활만 가지고 가야 할 것 같아요.
활? 활만 가지고 뭐 하게?
활을 보면 선생님의 모습이 떠오르니까요.
활마저 없다면 선생님을 잊어버릴까 봐 두려워요.
잊는다고? 지금도 잘 기억하고 있는 것 같은데?
사실 기억이 흐려지기 시작했어요……
저의 선생님은 긴 생머리의 산크타 여성이었어요. 옷차림은 수수한데, 입가엔 늘 미소를 머금고 있었죠……
예전엔 더 많은 게 떠올라 마치 선생님이 내 눈앞에 서 있는 것처럼 생생했는데…… 지금은 잘 기억이 안 나네요.
실은 이전부터 많은 사람을 기억하고 싶었는데……
그러려면 기념품 같은 게 필요해요. 그게 있으면 잊어버리지 않거든요.
……기념품인가.
그럼 이번에는? 체르니는 어떻게 기념할 거지?
그분의 사인을 받을까 해요.
로도스 아일랜드의 히비스커스는?
히비스커스 씨라면, 로도스 아일랜드 로고가 있는 빈 약병이라도 달라고 할까요?
풋, 그건 너무 대충인데.
제가 기억만 나면 되죠. 형식은 중요하지 않아요.
그럼 나는? 나는 이 첼로로 기억할 건가?
그건…… 역시 다른 걸로 기념해야 할 것 같아요.
선생님이 주신 첼로가 금방 망가졌는데, 혹시 이것도 그러면……
하긴.
동전은 어떨까요? 구멍을 뚫어서 목걸이로 만들면 좋을 것 같아요.
나를 기억하려는 물건인데, 왜 돈이야!
네? 안 되나요? 그럼 다른 걸로……
아니, 아니야. 그것도 좋아.
그럼, 우리 집으로 돌아가서 연습 좀 해볼까?
아니요…… 우선 체르니 선생님의 댁으로 가는 게 좋겠어요.
뭐?
됐어. 날 보면 또 기분 나빠할 게 뻔해. 매번 있는 일이잖아.
그건 그냥 오해예요. 금방 풀릴 거예요.
처음 만났을 때부터, 나와 그 사람 사이에 오해가 있다고 했는데……
설령 정말 오해가 있더라도 이제는 풀 수 없을 거야. 역시 포기하는 게 편해.
어제 체르니 선생님도 당신을 인정하셨잖아요!
오해는 조금씩 풀어가는 거예요.
……
가시죠. 저도 체르니 선생님 앞에서 당신이 사준 첼로를 연주해 보고 싶어요.
이렇게 좋은 악기를 알아봐 줄 사람이 없으면, 너무 아쉽잖아요.
안녕하세요! 혹시 시간 괜찮으신가요?
히비스커스? 미안하지만, 내가 좀 바빠서……
몇 가지 질문만 대답해 주시면 돼요.
대답하기 싫은 질문은 대답 안 하셔도 돼요.
내 피는 안 뽑을 건가?
허락하지 않으시면, 안 뽑을 거예요.
알았어.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이 첼로는 애프터글로에서, 그것도 반나절 만에 구할 수 있는 물건이 절대 아닙니다.
당신들 설마 글리피파티오에 다녀왔었나요?
네.
간도 크군요.
실은…… 저를 가게에 들여보내기 위해 에벤홀츠 씨가 점원과 다투기도 했어요.
다퉈요? 왜, 이 옷차림이 충분히 눈에 띄지 않는다고 생각했나 보군요?
그 점원이 옷차림이 단정하지 못하면 가게에 들어갈 수 없다는데, 이게 어딜 봐서 단정하지 않다는 거야? 단지 크라이데가 평민 옷차림을 했다고 일부러 트집을 잡는 거였어!
당신 같은 귀족도 평민의 편을 드는군요.
크라이데를 위해 나선 것뿐이야!
귀족이든 평민이든 크라이데의 실력으로 그 가게의 악기에 어울리지 못할 게 뭐가 있어?!
크라이데는 가게에 들어오지도 못하게 하면서, 그런 명품 악기를 시늉만 낼 줄 아는 귀족들에게 파는 건, 최고급 목재를 땔감으로 쓰는 거나 다름없지.
(고개를 끄덕인다)
당신이 그런 말을 할 줄이야.
크라이데 씨, 당신은 우선 새 첼로에 익숙해지세요.
에벤홀츠 씨는 저와 함께 연습하시죠. 잘못된 버릇을 고칠 수나 있는지 한 번 볼게요.
버릇을 고치다니…… 그건, 아무래도……
알겠습니다, 체르니 선생님!
(작은 목소리로) 거봐요, 오해가 조금씩 풀리고 있잖아요.
(작은 목소리로) 체르니 선생님의 태도도 조금씩 변하고 있으니, 이젠 당신이 하기에 달렸어요.
안녕하……
마족?
썩 꺼져, 혼쭐이 난 걸 벌써 잊은 거냐?
……죄송합니다, 실례했습니다.
……잠깐.
무슨 일이시죠?
또 사무소로 돌아가 숨을 셈이지?
전……
너무 심한 거 아니에요?
넌 또 어디서 굴러온……
당신, 아직 지급하지 않은 외상이 꽤 많죠? 제가 어디서 굴러왔을 것 같나요?
으윽, 비글러 점장이었군…… 미안하네, 미처 몰라봐서……
고마워요.
인사는 됐습니다.
애프터글로가 감염자 거주지다 보니, 활기가 있어 보이긴 해도,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도 많으니까 조심하는 게 좋을 거예요.
충고 감사합니다.
이건 제 명함입니다. 카페 전화번호가 적혀 있으니 목이 마르면 전화 주세요. 저희 배달 서비스도 아주 빠르거든요.
아하하……
그런데, 로도스 아일랜드 사무소는 그동안 안단테가 맡았던 것 같은데, 당신은 최근에 이쪽으로 파견된 분입니까?
아니요, 사실 저는 이곳에서 발견된 이상 현상을 조사하러 왔어요.
참, 비글러 씨, 혹시 지금 병세가……
이상 현상이요? 전혀 몰랐는데, 어떤 현상이죠?
사실은요……
상황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습니까?
라흐만의 공작이 성공했습니다.
우르티카 백작은 대체로 예상대로 움직이며, 라흐만에게 어느 정도 방해가 되긴 했지만, 아마도 무의식적으로 한 행동인지라 별 영향은 없었습니다.
대단한 성과는 아니군요. 어차피 라흐만 혼자서 로도스 아일랜드를 쫓아낼 거라고 처음부터 기대하지는 않았으니까요.
체르니는 눈이 하늘까지 치솟은 평론가들을 음악회에 초대하느라, 그동안 쌓아 뒀던 인맥을 총동원했다더군요. 그것 때문에 저작권도 많이 내놓았고요.
게다가 예전에 그가 경멸하던 귀족의 곡에도 마지못해 추천서를 써줬다는 정보가……
그로서는 여기까지 온 이상, 더는 되돌릴 수 없겠죠.
며칠 전의 그 산크타는요? 영감을 얻기 위해 라테라노에서 라이타니엔까지 왔다고 신고했던 그 여인 말입니다.
기록에 따르면 그 산크다는 비세하임을 둘러본 뒤, 오늘 아침 일찍 비세하임을 떠나 다음 목적지로 이동했다고 합니다.
그럼, 그 여인은 굳이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없겠군요.
가시죠, 붉은 노을 전당에 갈 시간입니다.
네? 체르니와 약속한 시간은 저녁 아니었나요?
준비해야 할 일도 많지 않습니까.
게다가 만일 그 사람이 변덕을 일으켜 붉은 노을 전당을 둘러보겠다고 하면, 우리가 배치해둔 사람으로선 막을 수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더 귀찮아질 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