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2열정, 또는 비창
지나가던 에벤홀츠와 크라이데는 히비스커스를 구해줬고, 그 과정에서 체르니에게 빌린 첼로가 망가지게 된다. 두 사람의 합주는 여전히 체르니의 인정을 받지 못했고, 공연 일정은 코앞으로 성큼 다가온다.
등장 오퍼레이터: 체르니, 에벤홀츠, 히비스커스, 히비스커스 더 퓨리파이어
안단테가 인파를 막으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혼자서는 도저히 역부족이었다.
사람들은 곧바로 안단테를 밀어내고 히비스커스를 빙 둘러쌌다.
두 번 말하지 않는다, 얼른 꺼져!
뭣들 하는 짓이에요?! 여러분을 도와주러 온 사람한테 이게 무슨 짓이에요?!
안단테, 너랑은 상관없어! 이 마족이 다치는 게 싫으면 애프터글로에서 빨리 데리고 나가!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죠?
크라이데? 히비스커스가 안에 있어…… 사람들한테 포위됐어!
비켜요, 비켜주세요……! 저 좀 들어갈게요!!
넌 또 어디서 온 녀석이야?
아, 너는 떠돌이 생활하다가 여기까지 온 그 녀석이네?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지 말고, 가서 네 할아버지나 돌봐!
히비스커스 씨는 여러분을 도와주러 온 건데 왜 이러시는 거예요?
너 같은 녀석은 절대 모를 거다. 우린 마족으로부터 고향을 지키려는 것뿐이야. 비켜!
히비스커스 씨는 그런 사람 아니에요!
히비스커스 씨는 여러분을 도와 광석병을 치료하러 온 거예요. 히비스커스 씨가 최선을 다해 치료하는 걸 여러분도 보셨잖아요?
광석병을 치료한다고? 그래서 누가 광석병이 나았는데?
크라이데 씨, 당신은 상관하지 마세요. 여기는 비세하임입니다. 길거리에서 폭력을 행사하지는 못할 거예요……
뭐가 어쩌고 어째?!
내 첼로가?!
제정신이세요?!
화가 났으면 저한테 화풀이하시지, 왜 무고한 사람한테 아츠를 쓴 거죠? 크라이데 씨가 이번 일과 무슨 관계가 있다고 그래요?!
아, 아니…… 그러려고 한 게 아닌데……
해명할 필요 없어! 빨리 안 꺼지면 이 첼로처럼 네 몸에도 구멍이 뚫릴 거다!
플루트?
이번엔 또 어떤 놈이냐, 얼른 나와!
……
심…… 심장이 너무 두근거려……
이런 *라이타니엔 욕설*, 저 녀석이 왜……
야, 너희들 어디 가? 왜……
못 들었어? 저 플루트 소리는……
……서, 설마 저건…… 그 사람이……
용서해 주십시오, 제발 용서해 주십시오! 다…… 단지 술에 취했을 뿐입니다. 절대 무례하게 굴 생각은……
……내가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사람들이……
금방 사라졌네?
크라이데 씨, 괜찮아요? 어디 다친 데 없나요?
괜찮아요, 하지만 첼로가……
앗, 첼로가…… 심하게 망가졌는데, 고칠 수 있을까요?
모르겠어요……
아무튼 도와줘서 고마워요.
신경 쓰지 마.
초면에…… 아니, 초면은 아니지. 어쨌든, 제대로 인사를 한 적이 없는 것 같군.
솔직히 아까는 꽤 위험했어. 애프터글로도 비세하임의 일부긴 하지만, 보안관들은 보통 이곳에 오는 걸 원치 않아.
저들이 정말 손을 댔다면, 아마 도와줄 사람이 없었을 거야.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요?
에벤홀츠라고 불러.
그럼, 에벤홀츠 씨, 당신은 그들이 말했던 예언에 대해 들어본 적 있나요?
전혀. 나도 방금 그 사람들한테서 처음 들은 거야.
그러니까, 그 예언이 글리피파티오에는 전혀 퍼지지 않았다는 거네요?
글리피파티오?
비세하임 귀족이라면 모두 글리피파티오에 사는 게 아닌가요?
나를 그들과 같은 취급하지 마.
네? 당신은 비세하임 귀족이……
난 비세하임 사람이 아니야.
그리고, 귀족의 신분을 멋대로 캐묻는 것도 예의에 어긋난 행동이지.
……
그렇다는 건, 체르니 씨의 음악회에 참석하려고 일부러 애프터글로까지 온 거란 말인가요? 그럼 당신도 감염자인가요?
아니, 난 광석병에 걸리지 않았어.
하지만, 음악회에 참가하러 온 사람은 모두 감염자라던데……
이야기는 이쯤 하지.
무슨 급한 일이라도 있으신가요?
물론.
크라이데와 함께 체르니 집에서 연주할 곡을 검사는 받아야 하는데, 결국 이렇게 될 줄이야.
죄송합니다. 제가 시간을 빼앗았군요.
저는 일단 사무소에 돌아갈게요.
……
됐어, 슬퍼할 필요 없어. 일단 체르니네 집에 가자. 체르니는 널 아끼니까, 또 첼로를 주겠지.
당신……
아니, 비꼴 생각으로 말한 게 아니야……
……괜찮아요.
하지만 뭔가 수상해. 나는 무슨 '폐하의 예언' 같은 걸 들어본 적이 없는데……
(설마 게르트루트인가?)
저는 언뜻 듣긴 했어요…… 하지만 기억도 애매하고, 살카즈에 대한 언급도 없었던 것 같은데……
하아, 됐어. 일단 음악회가 더 중요해.
하여간 그 녀석들도 참…… 그렇게 좋으면 '여황의 목소리' 앞에나 가서 '폐하'를 계속 떠들 것이지. 그게 훨씬 더 재밌을 텐데.
이 이야기는 그만하고 얼른 체르니 집에 가자.
하지만 첼로가……
말했잖아, 체르니가 아마 새 걸 줄 거야.
게다가 네 잘못도 아니야. 설령 체르니가 뭐라고 해도 내가 있잖아.
네.
첼로가 망가졌다고요?
혹시 두 분도 싸운 겁니까?!
그게 아니라……
크라이데 씨, 당신이 말해보세요.
……
여기로 오는 길에 저희가 히비스커스 씨를 만났거든요.
히비스커스?
사람들이 히비스커스 씨를 둘러싸곤, 마족이라며 애프터글로에 재난을 가져다 온다고 했습니다.
어처구니없는 소리군요.
그래서 히비스커스를 지키려다가 그만…… 누군가 사용한 아츠에 첼로가 망가지고 말았습니다.
거리에서, 그것도 아츠를요? 그 사람들 미친 거 아닙니까!
그래서 당신이 그들을 물리친 겁니까?
아뇨, 에벤홀츠 씨가 아츠로 사람들을 몰아내고 저와 히비스커스 씨를 구해줬어요.
에벤홀츠가? 당신을 도와줬다고요?
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망가진 첼로는…… 하아, 쓸만한 첼로는 저도 그것 하나뿐이었는데.
죄송합니다……
사과할 필요 없습니다. 당신의 잘못이 아니니까요. 오히려 제가 애프터글로를 대표해서, 그 어리석은 자들의 행위를 당신에게 사과해야 합니다.
어쨌든 망가진 첼로는 일단 여기에 두세요. 제가 다른 첼로가 있는지 찾아보겠습니다.
음…… 이런 양산품밖에 없군요.
일단 이거라도 쓰세요. 그럼 연습한 성과를 볼 수 있을까요?
시작하세요!
……
미스터 체르니…… 어때?
……
저번보다 나아졌군요.
하루 연습한 곡치고 나쁘진 않았습니다. 저도 많은 걸 바라진 않고요.
하지만, 저번에 지적한 문제는 하나도 해결되지 않았군요.
하나도 해결되지 않았다니? 그게 무슨……
……
에벤홀츠 씨의 반응 속도가 한결 빨라진 건 사실이지만, 자신의 파트에만 심취해 마치 뭔가를 뽐내기라도 하려는 듯이 홀로 달리고 있습니다. 결국, 크라이데 씨는 당신한테 끌려가는 꼴이 됐고요.
곡도 제대로 익히지 못했으면서 뭘 뽐내고 싶은 거죠?
……
그리고 이 꾸밈음…… 불긴했습니다만, 호흡이 너무 불안합니다. 그래서야 무슨 의미가 있죠?
크라이데 씨는 그래도 제법 안정적이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숙련도죠. 조금만 더 연습하면 나아질 겁니다.
하지만 《아침 그리고 저녁》은 합주곡입니다. 한쪽이 다른 한쪽에게 끌려갈 순 없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저는 《아침 그리고 저녁》을 취소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저기, 체르니 선생님……
할 말이 있으면 하세요.
에벤홀츠 씨가 체르니 선생님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서 한번 연주해 보는 건 어떨까요?
진심입니까?
저는 당신처럼 맞춰서 따라가지는 않습니다. 망신을 당해도 제 탓이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
(작은 목소리로) 정신을 바짝 차리세요. 여기서 승부를 봐야 돼요.
(고개를 끄덕인다)
준비는 됐나요?
(스읍…… 후우……)
시작하지.
……어때?!
체르니 선생님?
과시하는 욕구는 여전하군요. 당신은 플루트가 뭐라고 생각합니까? 자랑하려는 도구입니까?
……
하지만.
제가 당신의 템포에 일부러 맞추지 않았는데도, 당신은 자신의 파트를 비교적 안정적으로 소화했더군요.
크라이데 씨가 당신을 맞춰주고 있는 게 확실합니다. 하지만 단지 당신의 수준에 맞춰주는 게 아니라, 당신의 버릇에 맞춰주고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개선할 점이 많긴 하지만, 적어도 저의 최저 기준에 아슬아슬하게 닿은 것 같군요.
그 말씀은……?
합격입니다.
앗싸, 해냈다!
(후우……)
미리 말해두지만, 오늘의 기준은 최대한 낮춘 겁니다.
제가 아무 때나 두 분을 불러 확인할 테니, 그때도 이 정도 수준이라면 무대에 올려보내지 않을 겁니다. 알겠습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한 가지 더, 크라이데 씨가 지금 쓰고 있는 건 양산형 모델입니다. 되도록 다른 첼로를 구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전에 선물해 주신 첼로는 이미……
괜찮아, 나한테 맡겨.
음?
내일 같이 첼로 사러 가자. 최고의 첼로를 골라줄게.
뭐?
그러니까 그 폐하라고, 그 폐하의 예언이라니까!
큰일이다…… 가면서 이야기하자. 자세하게 알려줘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