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2열정, 또는 비창
비정상적으로 호전된 규모는 예상보다 컸고, 거리에는 살카즈가 재난과 관련이 있다는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한다. 히비스커스는 본의 아니게 자신을 포위한 무리와 대치하게 된다.
등장 오퍼레이터: 히비스커스, 히비스커스 더 퓨리파이어
후우……
체르니 씨 쪽은 그다지 순조롭지 않았지만, 애프터글로의 다른 주민들은 말이 잘 통하는 것 같네.
열 가구 넘게 방문했고, 거기다 혈액 샘플도 몇 개 채취했으니, 나쁘지 않은 성과야.
날이 곧 저물겠다……
아가씨, 온종일 여기저기 돌아다니느라 고생한 것 같던데, 배는 안 고파?
애프터글로의 대표 음식을 한번 먹어보는 게 어때?
대표 음식이요?
자, 새콤 양배추 볶음! 이 향기로운 냄새, 이 아름다운 빛깔!
(뜨거운 기름에 볶은 발효식품이라, 건강에는 별로인 것 같은데……)
왜? 바가지 씌울까 봐 그래? 이건 그냥 서비스로 줄 테니 한번 먹어봐!
사양하지 않아도 돼. 아가씬 우리 이 동네를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진료해 줬잖아. 이건 감사의 표시야.
(하아, 이 친절을 거절할 수도 없고……)
그럼,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감사는 무슨!
그런데 왜 한 입만 먹어? 서비스라고 했잖아.
아직 배가 안 고파서요, 나중에 먹을게요.
그런데, 레시피를 바꿔볼 생각은 없으신가요?
레시피를 바꾸라고?
네. 이건 대략 성인의 한 끼 식사에 해당하는 양이에요. 그런데 들어있는 소금과 기름은 권장 섭취량의 3배에서 5배 정도에 달해요. 이러면 건강에 해로울 수밖에 없거든요.
아가씨, 내가 몇십 년 동안 장사했는데, 맛없다고 한 사람이 여태껏 한 명도 없었어.
갑자기 레시피를 바꾸면 단골들이 욕할걸!
이것도 모두의 건강을 위해서예요.
이걸 먹으러 오는 건 대부분 저와 같은 감염자들이죠? 기름지고 짠 음식은 건강한 사람보다 감염자에게 더 해로워요……
그럼 하나만 물어보자. 이 요리의 맛은 어때? 맛이 있어, 없어?
맛이…… 있어요.
그럼 됐잖아!
그래도……
됐다니까. 아무래도 아가씬 내 요리를 먹을 복이 없는 것 같군.
하하……
참, 몇 가지 여쭤봐도 될까요?
뭐, 지금은 한가해서 상관없다만, 뭐가 궁금한 거야?
요즘 장사는 어떤가요?
바빠! 날씨가 따뜻해서 그런지 요 며칠 먹으러 오는 사람이 부쩍 늘었더군.
여기 오는 손님들을 다 아시나요?
알다마다. 우리 가게를 찾는 사람들은 모두 애프터글로 주민들이야. 기본적으로 다 아는 얼굴이지.
모두 감염자인가요?
응, 맞아.
그럼, 한동안 안 오다가 요새 갑자기 다시 나타난 손님이 있던가요?
있어. 적지 않지.
그 손님들의 이름과 거주지를 알려줄 수 있을까요?
고맙습니다!
천만에!
마지막으로…… 사장님은 요즘 상태가 어떠세요?
광석병 말인가? 뭐, 평범해. 나쁘지도, 좋지도 않아. 요즘 장사가 잘 돼서 그런지 매일 물건 들여올 때마다 유난히 힘이 나긴 하지만.
음악에는 별로 관심이 없으시죠?
훗, 애초에 난 예술 체질도 아니고, 예술가처럼 높은 목표가 있는 것도 아닌데 뭐. 그저 내 가족만 먹여 살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제 질문은 여기까지입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업 번창하세요!
그래, 고마워.
그런데 아가씨…… 한 입만 먹고 더 안 먹을 거야?
그게…… 그러니까 아까……
농담이야, 농담!
의사들은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지. 이해해! 하지만 우리 요리사는 당연히 맛이 더 중요하잖아. 좀 더 이해해 주면 안 될까?
으윽…… 알겠습니다. 하지만 찬성은 하지 않습니다.
그거면 됐어. 나중에 먹고 싶으면 언제든지 와!
네, 네.
희한하네. 한 입만 먹었는데 왜 울상이었지……
쯧, 저렇게 착한 아가씨가 하필 살카즈라니.
사장님, 새콤 양배추 볶음 하나요!
네에! 엇, 너구나.
미트소스는 더블, 살짝 눌어 붙여서…… 맞지?
고맙습니다!
그런데 아까 그 아가씨는 못 보던 얼굴이던데, 아는 사이인가요?
요즘 이 동네를 하도 돌아다녀서, 몰라도 알게 됐지. 왜, 네 가게로 초대해서 한잔 대접하려고?
아, 아니요!
정신없이 바빠 보이던데 커피 마실 시간이나 있을는지. 아마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 거겠죠.
비정상적으로 호전된 사례가 내 예상보다 더 광범위하게 목격되고 있어……
앗, 죄송해요!
괜찮아. 오히려 사과는 내가 해야지. 이 웅장하고 아리따운 건물에 정신이 팔려 너의 영감을 방해했으니.
……영감이요?
그럼, 또 봐.
또……
봐……
(벌써 사라졌네……)
(나도 슬슬 돌아가 볼까. 광장엔 주택가도 없는데……)
어이, 거기.
네?
(윽, 술 냄새……)
그래, 너야! 마족!
……
누구시죠?
너 방금 우리 집에서 나왔잖아, 기억 안 나?
그렇다면, 슈나이더 씨의 가족이신가요? 아까는 집에 안 계셨던데.
내가 아들이야! 감히 우리 아버지의 피를 뽑아?!
히비스커스, 히비스커스!
안단테 씨, 마침 잘 왔어요. 이분, 많이 흥분하신 것 같은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안단테? 로도스 아일랜드의 안단테잖아! 얼른 너희 상사한테 전해, 이 마족 놈을 돌려보내고 다시는 애프터글로에 들여보내지 말라고!
저기…… 일단 진정하시고, 이분이 뭘 했는지 알려줄 수 있을까요? 그래야 저도 보고서에 넣죠.
(작은 목소리로) 네가 왜 안 돌아오나 했다…… 먼저 사무소로 돌아가!
(작은 목소리로) 좀 더 지켜볼게요. 이번 사건은 수상한 점이 있는데, 저 사람 말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
아버지 피를 빼 갔다고! 더러운 마족 놈이! 그게 무슨 뜻인지 알아?
저기, 슈나이더 씨, 아무래도 뱀파이어에 관한 소문을 들으신 것 같은데, 저는 그저 평범한 살카즈예요. 피에 대해 아무런 흥미도 없어요……
내가 언제 뱀파이어 얘기했냐?
야, 네가 와서 내 얘길 좀 들어봐. 이 녀석이 우리 감염자의 피를 모으고 있다는데…… 대체 뭘 하려는 것 같아?
저요?
그래, 너! 빨리…… 얼른 말해 봐!
그, 그게…… 저는 볼일이 있어서 이만……
칫, 한심하긴……
저기, 형씨! 형씨가…… 한번 말해 봐!
글쎄…… 자세한 건 모르겠지만, 감염자의 피로 아츠를 사용하는 캐스터가 있다고는 들었는데.
요즘 고탑 캐스터들이 감염자를 몰래 잡아간다던데, 아마도 비슷한 이유 때문이 아닐까……
그래, 그거야! 이 마족이 곳곳에서 우리 피를 수집하는 건, 분명 그런 일에 쓰려는 거야!
감염자의 혈액을 수집해서 아츠를 시전하는 건…… 제가 알기론 이른바 '위치킹 잔당' 외엔……
?!
히비스커스가 무심코 내뱉은 한마디에 두 감염자뿐만 아니라, 주위에서 수군대던 구경꾼들도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너…… 감히 폐하의 존함에 경칭도 붙이지 않고 함부로 입에 올리다니…… 역시…… 보통 사이가 아닌 거로군.
틀림없어! 예언에서 그랬잖아, 마족들이 감염자의 피로 사람을 해치는 아츠를 사용한다고!
예언이라니? 설마 그 폐하의……
맞아, 그 예언이야! 절대 그 예언이 실현되게 할 순 없어!
예언이라고?
예언이 있다고 듣긴 했는데 뭐라더라…… 자세한 내용이 뭐였지?
저도 궁금해요. 당신들은 예언 때문에 절 쫓아내겠다 하는데, 저는 그 예언이 뭔지도 몰라요. 그러니까 이대로 마냥 쫓겨날 수는 없잖아요?
대놓고 떠들어댈 일이 아니야. 그 폐하가 아무런 아츠도 남기지 않았다는 보장은 없어. 만약,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헉!
그, 그, 그럼…… 살짝 알려줘 봐. 예언에서 대체 뭐라고 했는데?
하아.
(작은 목소리로) 안단테 씨, 최근에 비슷한 소문을 들은 적 있나요?
(작은 목소리로) 솔직히 전혀 기억이 없는 건 아니지만, 별로 신경 안 써……
(작은 목소리로) 그 폐하가 오래전에 이미 없어졌다는 건 둘째치고, 설령 아직 살아있다고 해도 굳이 애프터글로에 예언 같은 걸 남길 필요도 없잖아.
(작은 목소리로) 사람들이 점점 몰려들고 있어……
아가씨, 역시 아가씨는 피하는 게 좋겠어.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조심하는 편이 나쁠 건 없으니까……
당장 애프터글로에서 꺼져!
여러분, 이런 근거 없는 헛소문은 믿지 마세요!
헛소문?! 예언을 감히 헛소문이라니, 너……
저기요, 아까는 제가 그 위…… 그 사람의 잔당과 친한 사이라 하더니, 지금은 제가 또 그 사람에게 불경하다느니…… 이건 앞뒤가 너무 모순되는 게 아닌가요? 대체 무슨 목적으로, 무엇을 선동하려는 거죠?
너희 같은 놈들은 원래 상식적으로 대할 수 없어.
게다가 너 같은 마족이 애프터글로에 나타나, 조사를 핑계로 모두의 피를 모으고 있잖아. 네가 무슨 꿍꿍이인지 누가 알겠어.
설령 네게 악의가 없다 할지라도, 우린 예언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고. 그러니까 네놈은 여길 떠나야 해. 다들, 안 그래?
맞아! 맞는 말이야!
여러분이 존재하지도 않는 재난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건 분명 '그 폐하'의 이름 때문이겠죠.
그런데 제겐 이보다 더 두려운 사실이 있어요.
그것은 바로 제가 이번 사건의 진실을 판별할 수 없게 되는 거예요.
제가 여기서 물러나게 되면,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됩니다. 제가 아무리 겁이 나도 여러분을 절대 위험에 빠트릴 수 없습니다.
여러분이 저를 감염자의 피로 아츠를 시전하는 캐스터라 생각하든, 재난을 퍼뜨리는 '마족'이라고 생각하든…… 저는 상관없습니다.
저는 그저 더 많은 목숨을 구하고 싶을 뿐이에요. 그것 말고는 애프터글로에 원하는 게 없어요.
헛소리하지 마라! 떠날 생각이 없다는 건, 네가 기어코 애프터글로에 위해를 가하겠다는 거잖아!
……
여러분, 저는 당신들과 대립할 생각이 없습니다.
만약 당신들이 저를 보고 싶지 않다면, 저는 로도스 아일랜드 사무소로 돌아갈게요. 그러니까 여러분도 잠시 진정해 주세요.
쯧, 이제야 말이 통하네……
아니지!
로도스 아일랜드 사무소가 어디 있는 줄 알고? 사무소도 애프터글로 관할이잖아!
그게 아니라면, 로도스 아일랜드에 무슨 특권이라도 있어서 애프터글로가 관여할 수 없다는 건가?
절대 인정할 수 없어!
여러분, 함께 이 마족을 쫓아냅시다!
일부는 달려들었고, 일부는 제자리에 서 있었고, 일부는 등을 돌려 이 시비가 발생한 곳을 벗어났다.
그들이 무슨 선택을 하든 히비스커스는 그저 거기 서서 싸우지도, 도망치지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