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스툴티페라 나비스

SN-ST-8지휘실

사이드 스토리브릿지2022-11-03

증오심은 티아고가 재판소에 복수하게 하고, 증오심은 글래디아가 눈앞의 기회를 보지 못하게 만들어, 결국 울피아누스와 다른 길을 가게 된다. 그러나, 증오심 속에 있는 것은 고향을 지켜낼 각오와 책무였다.

등장 오퍼레이터: 울피아누스, 글래디아, 스펙터, 스카디, 엘리시움, 스펙터 디 언체인드


글래디아

여기야.

글래디아

(여기까지 오게 이끌고는, 냄새를 감췄어. 육지에서 살면서 적지 않은 수단을 배운 것 같군.)

글래디아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녀는 알고 있다. 옛 친구가 근처에서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하지만 그녀는 망설이지 않았다. 망설일 시간도 없었다. 최대한 빨리 이 배에 관한 비밀을 모두 알아내고…… 이 비밀들을 갖고 다시 에기르로 돌아가야 했다.

그녀는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고향을 도와 재난에 맞서고 싶었다.

글래디아가 손안의 열쇠를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보물 창고의 문을 열었다.


성도 카르멘

이 명흔들을 소각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렸을 텐데, 켈시와 그 검은 생물에게 감사를 표해야겠군.

괴팍스러운 신자

명흔은 이 암초를 삼키지 못할 거다. 아쉽군.

괴팍스러운 신자

하지만, 이것 또한 천만 가지 형태 중의 하나일 뿐이야, 예언을 들어본 적이 없는 당신은 이해 못 하겠지.

성도 카르멘

예언이라 했나? 미지의 생물을 믿는 신도에 불과한 도피자들 따위에게 미래가 필요하단 말인가?

괴팍스러운 신자

선지자님은 당신들과 달라. 그분은 거짓된 미래를 묘사하거나, 실천할 수 없는 약속을 절대 하지 않아.

괴팍스러운 신자

선지자님께선 그저 수천만 개의 비늘이 하나로 되어 하늘 높이 날아오를 거라 하셨지. 그분은 그저 바다가 빛으로 가득해 넘실거리며 영원히 마르지 않을 거라 하셨다.

괴팍스러운 신자

그리고 생명의 죽음과 소멸이 하나가 될 그때에는 여기 모든 거짓된 별들조차도 생명의 빛을 가릴 수 없을 거라고도 하셨다.

괴팍스러운 신자

우리는 그런 생태계에서 살게 될 것이다. 우리 모두가 이 웅장하고 아름다운 순환의 일부가 되겠지. 한 생명이 탄생하고, 헌신하고, 그 가치를 추구하다가 마지막엔 사라지기까지, 이러한 과정을 몇 번이고 반복할 것이다.

성도 카르멘

듣자 하니, 어떤 오리지늄 아츠로 너희에게 보여준 환각에 불과한 것 같군.

성도 카르멘

이베리아를 이 지경으로 만들고, 수백만 백성이 도탄에 빠졌는데도, 이게 웅장하고 아름다운 순환의 일부라고 말할 수 있는가?

괴팍스러운 신자

네가 뭘 안다는 거냐?! 종족에서는 종래로 개체의 죽음을 '끝'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생명은 끝난 뒤에도 여전히 웅장한 순환의 일부에 속한다고!

성도 카르멘

분노, 초조함. 너는 그저 인간에 불과하다는 증거로구나, 이단자여.

괴팍스러운 신자

……난 당신한테 붙잡히지 않을 거다, 재판관. 당신의 오리지늄 아츠를 알지. 그 빌어먹을 아츠 말이야, 우린 모든 걸 내놓을 준비가 되어 있다.

괴팍스러운 신자

너는 영원히 선지자님을 뵙지 못할 것이다. 마치 네가 시간을 잡을 수 없듯이, 그저 손끝으로 흘려보내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괴팍스러운 신자

대재판관! 그란파로의 모든 사람이 당신들한테 불만을 품은 지 오래다! 징벌군은 이곳에 접근할 수 없지. 너는 지금 혼자다!

괴팍스러운 신자

이제 도망갈 수 없다고!

성도 카르멘

……도망이라?

성도 카르멘

우리가 여기에 있는 게, 정의와 사악에 대해 논쟁이나 하기 위해서라 생각하나?


엘리시움

하아…… 하아……

고문을 담당하는 신자

저 녀석, 아무 말도 하지 않아. 멍청한 이베리아인 같으니라고……

고문을 담당하는 신자

저 시커먼 괴물한테 무슨 약점이 있는 게 확실해, 강인함도 갖췄고 명흔을 쉽게 태워버릴 수 있는 능력까지…… 저 녀석은 대체 뭘까?

고문을 담당하는 신자

이렇게 아무 정보도 얻지 못하고 있다가, 징벌군이 포위망을 뚫기라도 하면, 우린……

엘리시움

……실패할 거라고?

엘리시움

하하…… 너흰 켈시 선생님과 저 재판관님에게 상대가 안 돼, 이미 진 거나 마찬가지지.

고문을 담당하는 신자

닥쳐!

고문을 담당하는 신자

내가 널…… 잠깐, 뭐 하는 거냐?

고문을 담당하는 신자

네 지팡이에서 왜 소리가 나지?! 무슨 짓을 한 거냐?

엘리시움

너희는 저 해양생물에 너무 관심이 많나 보네…… 음, 너흰 '오리지늄 아츠'가 뭔지도 모르지?

엘리시움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살면 좋지 않아……

엘리시움

크악……

고문을 담당하는 신자

독선적인 놈……! 우리가 아무 준비도 안 했을 것 같나? 재판소와 한 패거리인 너희들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우리가 얼마나 오래 준비했는지 아나!

티아고

저 녀석의 술수에 넘어가지 마라. 몇 달이나 마을에서 숨어 지낸 스파이야. 그것도 통신수단에 능통한 스파이지.

티아고

어쩌면 우리 위치가 이미 유출됐을지도 몰라.

고문을 담당하는 신자

……스파이, 스파이라, 우리들 중에 재판소의 스파이가 숨어들어온 게 틀림없어!

티아고

난 너희 존재를 알고 있었다. 너희들이 숨기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지. 그리고 난 아마이아와 가깝게 지내기도 했고. 하지만 재판소는 달라. 그들은 확실히 그란파로에 적의를 품고 있단 말이지. 만약 그들이 숨기려 든다면……

티아고

우린 대대로 일하면서 살아온 노동자일 뿐이니, 알아챌 수 있을 리가 없지.

고문을 담당하는 신자

그럼 저 녀석을 내던져 동포들의 먹이로 삼자. 명흔의 확산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 징벌군을 막기 위해 우린 더 많은 양분이 필요해.

고문을 담당하는 신자

그다음 우리도 방법을 찾아 여길 떠나야 해.

티아고

그래. 길은 내가 안내하겠다. 나보다 그란파로를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전에 적지 않은 비밀통로와 지하 창고를 남겨뒀는데……

엘리시움

티아고 씨, 당신은 이래선 안 돼요.

티아고

알고 지낸 지 얼마나 되었다고 설교할 생각인가? 입만 산 도덕주의자 녀석.

티아고

일어서, 걸어라. 넌 이제 바다의 일부가 될 것이다.


글래디아

(그런 거였군.)

글래디아

(오리지늄 에너지와 에기르 과학기술의 결합, 더 튼튼한 천장, 육지 이동도시의 응용 모델, 오리지늄 아츠의 확장성.)

글래디아

(이것이 바로 과학원의 천재가 보는 대지의 모습이로구나. 수십 년의 시간이라면, 이런 것들을 이루기엔 충분하지……)

글래디아

(하지만……)

???

하지만, 부족하지.

[CG: 27_i35]
울피아누스

육지와의 교류가 없이도 에기르는 여전히 할 수 있었다. 과학기술을 조금 융합하는 정도로는 판세를 역전하기에 부족하지.

글래디아

역시…… 당신이었군요.

글래디아

솔직히 기뻐할 수는 없겠네요, 울피아누스.

글래디아

멈추세요. 한 발짝이라도 움직였다간, 당신을 꿰뚫겠어요. 옛 전우여.

글래디아

스카디는 그동안 자신이 어비설 헌터스의 마지막 생존자라 생각해왔죠. 스카디조차 당신이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의외로군요.

울피아누스

너는 예리하군, 집정관 글래디아.

글래디아

이런 자리에서 허례허식 따위는 필요 없겠죠. 집정관 울피아누스.

글래디아

이렇게 불리는 게 오랜만이겠죠. 그립기라도 한가요?

글래디아

우리가 알고 지낸 지도 오래됐네요. 소대로 복귀하지 않은 헌터가 무얼 의미하는지, 당신이 제일 잘 알고 있을 텐데요.

울피아누스

내가 처단한 사람이 너보다 적진 않을 거다. 난 지금도 보증할 수 있다. 혹시라도 생존자 중에 심연으로 떨어지는 자가 있다면, 그들의 노랫소리가 들리기 전에 마른 암초 위에 매달아 줄 것을 말이지.

글래디아

그렇다면 지금은? 당신의 몸에는 이미 놈들의 냄새가 풍겨요. 놈들과 한패가 된 것이죠.

울피아누스

자신을 속일 생각 마라, 글래디아. 넌 다른 사람에게도 엄격하지만, 자신에겐 특히 더 그렇지.

울피아누스

설마 육지에서 배회하면서 자신을 괴롭히는 것을 즐기게 되기라도 한 건가?

글래디아

헌터, 당신의 대답이 저를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죽음을 각오하셔야 할 거예요.

울피아누스

글래디아, 대부분의 일은 이미 네 손에서 벗어났다. 난 반드시 다른 각도에서 문제를 해결해야만 했지.

글래디아

무슨 일을 말하는 거죠?

울피아누스

나도..... 너희와 마찬가지로, 육지에서 한동안 살았었지.

울피아누스

하지만, 난 다른 것들을 보았다. 육지의 문명을 이해하기나 하나? 아니, 대답은 필요 없다. 오만한 글래디아여.

울피아누스

육지의 문명은 살아남기 위해 오리지늄을 개발했다. 오리지늄은 사람들에게 기회와 희망을 가져다줬지. 물론 새로운 재난을 안겨주기도 했고 말이야. 오늘날까지도, 그들은 아직 오리지늄의 원리를 철저하게 분석해 내진 못하고 있지.

울피아누스

난 수많은 참사를 목격했었다…… 그들은 이를 '재앙'이라고 했지. 우매하고 무식하고 나약한 사람들이지만, 그들의 멸망과 몸부림치는 모습은 여전히 경이롭더군.

울피아누스

……에기르는 그들과 별반 다르지 않아.

글래디아

예전의 당신은 그렇게 연약한 사람이 아니었는데요.

울피아누스

아니, 감성적인 얘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니야.

울피아누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에기르는 생존을 위해 바다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이어 바다는 에기르를 삼켰고, 그리고 우리가 탄생하게 되었지.

울피아누스

우리는 추악한 투쟁의 산물이다. 근본으로부터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영원히 문제를 해결할 수 없게 되겠지.

글래디아

울피아누스…… 당신은 대체 뭘 본 거죠? 피의 유대를, 전우를 포기하려 하다뇨.

울피아누스

'신전', 저 역겨운 신자들이라면, 분명 이렇게 불렀을 테지.

글래디아

놈들에 대해 잘 아는 듯이 말할수록, 당신에 대한 신뢰는 떨어질 거예요.

울피아누스

하지만 이 말이 가장 적합하지.

울피아누스

넌 에기르가 일찍이 바다 깊은 곳에서 무엇을 발견했는지 알고 있을 거다. 전문적인 역사학자가 아니더라도 교양교육만으로도 이 정도는 알고 있겠지.

울피아누스

수천 년 전 우리는 바다의 중심에 도착했었다. 그곳에서 원점을 발견했지, 문명의 원점 말이다.

울피아누스

……내가 알기로는, 글래디아.

울피아누스

그것과……저 시본의 소굴 가장 깊은 곳…… 가장 깊은 곳에서……

울피아누스

난 '건물'을 봤다. 아니, 에기르에서 가장 위대한 과학 집정관을 데려온다 해도, 그들도 내가 본 것을 해석할 수 없을 테지.

울피아누스

너무 심하게 다친 탓에 더 깊숙이 들어가지는 못했다. 끓어오르는 피, 귀청을 찢을 듯한 소음 속에도, 나는 느낄 수 있었지……

글래디아

……무엇을요?

울피아누스

……그곳엔 수많은 그것이 있었다.

글래디아

…………

글래디아

이건…… 당신이 소대에서 벗어난 이유가 되지 못하겠네요. 당신은 그 정보를 가지고 돌아왔어야 했어요.

울피아누스

수천만 번의 울부짖음이 하나가 될 때,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시본들은 형태가 서로 다른 배아 속에서 같은 이름을 읊조리고 있었지.

울피아누스

…… 이샤-믈라.

울피아누스

혹은, 스카디라고 해야 할까?


선장 알폰소

……바닷속으로 뛰어든 건가?

선장 알폰소

놈은 다시 올 것이다. 잠시 기다리도록 하지.

선장 알폰소

뭐가 됐든 우리는 '동족'이니까. 참으로 한심하군.

일등 항해사

……!

선장 알폰소

……흠. 보이는구나, 저 파도가 부자연스레 부서지는 게 회오리바람이나 신기루 같은 것이, 그야말로 기이한 경관이로군.

선장 알폰소

훗, 오늘은 정말 떠들썩하구나. 제이미와 셰프가 죽은 뒤로 이리 떠들썩한 날은 없었는데 말이야.

마지막 기사

……으윽.

마지막 기사

서…… 석류꽃.

선장 알폰소

……기사.

선장 알폰소

한동안은 못 볼 줄 알았는데, 내 배에 돌아온 건, 고향의 냄새가 그리워서인가? 아직 완전히 미쳐버리진 않았나 보군?

마지막 기사

……

기사는 묵묵히 알폰소를 쳐다보기만 했다.

하지만, 그는 이내 다시 바다로 눈길을 돌렸다. 알폰소도 그의 시선을 따랐다. 시간의 개념이 점점 모호해져 가는 날들 속에서 세월은 이미 그 의미를 잃었다.

선장 알폰소

아직도 파도를 사냥하고 있는 건가?

마지막 기사

……

선장 알폰소

괴물들의 피가 아직 너에게 영생을 안겨주고 있지 않았으면 하는구나. 그렇다면 언젠가는 익사를 맞이하게 될 터이니. 익사란 행복한 일이지.

마지막 기사

……

선장 알폰소

오늘은…… 바람이 세지 않군.

마지막 기사

……파도는, 바다의, 호흡.

마지막 기사

호흡은 아직, 멈추지 않았다.

마지막 기사

아직, 죽지 않았다.

마지막 기사

지상의, 괴물처럼. 삼키고, 파멸시킨다.

선장 알폰소

지상의 괴물이라.

마지막 기사

문명!


스펙터

스카디.

스펙터

또 하나 생각났어요. 우린…… 어떻게 살아남은 거죠?

스펙터

당신은 또 어떻게 살아남았죠?

스카디

자세한 건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우린 수없이 베고 죽이다가, 그것이……

스펙터

제 말은, 음, 만약 그때 당시 그들 종족이 모두 우릴 죽이려 했다면, 과연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요?

스카디

……

스펙터

다시 말해, 에기르에서도 우리가 살아 있는지 모르겠죠.

스카디

알 리가 없지.

스펙터

소드피쉬가 이 배로 오자고 했나요?

스카디

응, 이 배가 우릴 집에 데려다줄 거라고 했어.

스펙터

음, 이건 에기르의 솜씨 같아요, 조선 기사의 이름이…… 브레오간이네요. 낯선 이름이에요.

스카디

……전에도 넌 과학원의 사람들 이름은 잘 기억하지 못했었지.

스펙터

당신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스카디

……이렇게 너랑 대화할 수 있으니, 무척 안심되네.

스카디

진짜 돌아왔구나, 로렌티나. 다시는 우리 곁을 떠나지 않을 거지?

스펙터

하하, 그렇게 낯부끄러운 말 할 필요 있나요? 지금까지도 당신들과 함께였잖아요. 그저 조금 멍하고 영리한 수녀를 연기했을 뿐이에요. 그런 것도 싫지는 않아요.

스펙터

음, 다만, 이 옷은 대장님이 로도스 아일랜드 분들한테 부탁해 주문 제작한 걸까요? 대장님이 사이즈를 알고 있을 줄 몰랐네요.

스카디

……사실, 넌 키가 조금 더 컸어.

스펙터

당신도 알고 계셨나요?

스카디

난…… 돕기만 했을 뿐이야. 제2대대장이 육지 사람들의 취향을 믿을 수 없다고 했어.

스펙터

취향이요? 하하……

스펙터

사실 대장님이 정작 본인은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걸 우린 다 알죠. 이런 디테일에 늘 이렇게 신경 써 주셔서 대장님께 감사할 따름이에요.

스카디

제2대대장이 넌 긴 치마를 즐겨 입는다고 했어. 예전부터 그랬지. 나도 기억나. 다만…… 나는 이런 재봉 일은…… 많이 안 해봤으니까.

스펙터

네……

스펙터

……아, 이 부호들, 이 에기르 문자는 우리가 같이 적어 넣은 거죠.

스펙터

당신과 글래디아, 그리고 저에 대한 일이 적혀 있어요, 우리의 에기르, 그리고…… 우리의 고향이 적혀 있죠.

스펙터

이건 누구의 아이디어인가요? 제 아이디어는 아니겠죠?

스카디

우리 셋의 아이디어야.

스펙터

그럼 디자인은요?

스카디

……소드피쉬가 고른 거야.

스펙터

소드피쉬가 고생했겠네요.

스카디

우린 전투에 집중해야 해.

스펙터

알아요, 하지만, 사냥하기 전에 몸단장을 하지 않을 순 없죠, 그렇지 않나요?

스펙터

스카디 씨, 제가 혼돈 속에서 자신이 누구인지 떠올랐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난 게 뭔지 아나요?

스카디

뭔데?

스펙터

지금의 내가 아득하고 또렷한 기억의 저편에 있는 나 자신과 얼마나 다른지 살펴보는 거였죠.

스펙터

얌전한 수녀로 살아가는 것도 싫지는 않았지만……

스펙터

지금처럼 믿을만한 동포가 결정해 주는 모습이 더 맘에 들어요. 내 심정을 알 수 있겠나요?

스카디

음…… 네가 살비엔토의 그 단지 안에서 막 깨어났을 때보단 훨씬 더 좋을 거야.

스펙터

하하, 맞아요.

스펙터

그래서, 지금 우린 우리의 선장님을 설득해야 하는 것 맞나요?

스펙터

제게 맡기세요.


글래디아

말도 안 돼. 그런……

울피아누스

이샤-믈라.

울피아누스

그 거대한 시체와 함께 해구 속으로 가라앉았을 때, 보통 에기르인이라면 감당하지 못할 압력 속에서 난 지금껏 본 적 없었던 것들을 보았다.

울피아누스

글래디아, 에기르가 왜 육지와 연을 끊었는지 알고 있겠지. 오리지늄과 재앙이 에기르를 침범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한 여러 가지의 추론도 말이야.

울피아누스

그중 대부분은 옳다는 게 증명되었다. 바다는 하나의 배양접시처럼, 에기르의 순결을 양육하고 보호하고 있는 것이지.

울피아누스

하지만…… 우리가 자랑으로 여기는 문명이야말로, 어떤 거대한 것한테 빌붙어 사는 곰팡이 같은 존재라면 어떨 거 같나?

글래디아

당신은 예전부터 질문하는 것을 좋아해서,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길을 개척하며 업적을 남겼죠. 하지만 설마 에기르를 모욕할 줄이야. 많이 변했네요. 몰라볼 정도로.

글래디아

그리고 이렇게 질질 끌고 있을 시간은 없어요. 스카디에 대한 당신의 추측…… 자신의 헌터에 대한 가장 잔혹한 비난이군요.

울피아누스

'시본'은 포괄적인 이름일 뿐이다. 너도 알다시피, 그들의 생태는 매우 복잡하지.

울피아누스

너도 스카디가 놈들 중에서도 더욱 상위의 존재가 될 수도 있다는 걸, 우려한 적이 있겠지?

글래디아

네가 먼저 길을 벗어났을까 걱정이군.

울피아누스

제1대, 제4대 모두 도중에 죽게 되었지. 한 팀은 선두에서, 다른 한 팀은 끝에서 우리에게 돌파할 기회를 마련해 줬다.

울피아누스

너희 제2대는 소굴 근처에 남았다. '소굴'이라고 묘사하긴 그렇지만, 우린 거대한 전체에 들어간 작은 병균에 불과했지.

글래디아

하지만 병균도 건강한 사람을 죽일 수 있죠.

울피아누스

그렇기 때문에 우린 성공할 수 있었어. 성공했다 믿었었지.

울피아누스

난 그저, 그것의 시체와 함께 잠들었을 뿐이야. 피, 그 빛나는 액체가 피가 맞다면, 그 피는 내 온몸에 뿌려지고 날 감싸 안았지.

울피아누스

하지만, 난 그것의 시체와 단잠을 잤을 뿐. 그 빈 껍데기 속에서, 그것이 남긴 피와 살에 의지해, 주위가 잠잠해질 때까지 숨어있었지.

울피아누스

그렇다면 스카디는 어땠지? 스카디는 끝까지 싸웠다.

울피아누스

그건 일반적인 '죽임'이 아니었다. 그건 '포식'이 아니라, '먹이를 주는 것'이었지. 종족 전체가 주는 먹이 말이야.

울피아누스

네 예측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해. 모든 어비설 헌터스가 통제력을 잃고, 모두 시본으로 변할 줄 알았나? 아니, 스카디는 아니야.

울피아누스

넌 이미 알고 있어. 그것과 대면하고, 그 해구를 표류했던 우리는 알고 있을 테다.

글래디아

당신 말은 즉……

울피아누스

무슨 문제가 생긴다면, 우린 스카디를 죽여야 한다.

글래디아

스카디는 당신의 헌터에요.

글래디아

게다가 당신은, 지금까지의 은폐와 배신에 대해 해명도 하지 않았죠. 그래 놓고선, 그런 추측을 믿으라고요?

글래디아

그렇게 침묵하는 습관, 마음에 들지 않아요. 당신의 신병을 구속해, 에기르로 끌고 가는 게 나으려나요.

글래디아

유감이네요. 집정관이 항쟁 중에 타락하다니. 사기 저하로 이어지겠죠.

울피아누스

너로는 무리다.

울피아누스

글래디아, 자신의 변화에 초조해하는 네가, 아직도 에기르를 대표할 셈인가?

울피아누스

이건 기회다. 너의 이해와 도움은 바라지 않는다만, 우리 중 누군가는 이 기회를 잡아야 하지.

울피아누스

진실을 밝혀야만, 활로가 보일 것이다.

글래디아

그게 지금 당신의 행동과 무슨 관계가 있죠?

울피아누스

네 목적은 이 배다. 내 목적은 브레오간, 그 에기르인이고.

울피아누스

이미 어느 정도 감은 잡았다. 브레오간의 증거는 내가 본 걸 증명해 주었지. 대단한 사람이야. 그 시대, 그런 조건에서 나와 유사한 결론을 얻었으니 말이야.

울피아누스

네가 가지고 있는 그것…… 너도 이미 알고 있겠지. 그것이야말로 진정 가치 있는 물건이란 것을. 육지에서는 아무도 이해 못 했겠지, 그렇기에 그는 고독 속에서 죽어갔다.

글래디아

아무도 이해 못 한 건 아니죠, 하지만……

울피아누스

'하지만'이라, 너같이 확고하고 고집이 센 사람이 '하지만'이라고 몇 번이나 말하는 거지?

울피아누스

우린 동료다. 우린 함께 이번 전쟁을 설계했지. 우린 서로를 좀 더 신뢰해야 해.

울피아누스

마지막으로 충고하는데, 에기르로 돌아가는 것은 아직 너무 이르고 위험한 일이다. 아직 정확히 알아내지 못한 일들도 많고, 돌아가 봤자 헛수고일 뿐이지. 게다가 에기르가 어떤 모습으로 변했을지 너도 모르잖나.

울피아누스

육지에 남아 있어라.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더라도, 네 말대로…… 그녀는 나의 헌터다.

울피아누스

내가 책임지겠다.

글래디아는 또 무언가 말하려는 듯했다.

그런데, 그녀가 고개를 돌리는 사이에, 무언가 갈라지는 듯한 커다란 굉음이 방안의 구석구석에 울려 퍼지더니, 강렬한 흔들림이 이어졌고, 책상 위에 가득했던 진리들이 바닥에 떨어지는 모습이 유난히 글래디아의 눈에 아른거렸다.

'리바이어던'

총전쟁설계사들이 어비설 헌터스 이 계획을 내놓기 전에, 어비설 헌터스가 소굴로 달려가기 전에, 브레오간은 육지의 어리석은 신도들이 열광할만한 호칭을 사용했다.

그는 재난의 근원을 철저히 연구하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는 육지에서 마지막 퍼즐 조각을 찾았다.

마지막 기사

……열쇠…… 나의…… 밀 냄새다…… 여긴 고향인가? 고향이, 가족들이 나를 돕는다.

마지막 기사

내가 바다를 부술 때까지.

두 헌터는 읊조리고 있는 기사를 바라보았다.

글래디아가 손안의 열쇠를 꽉 움켜쥐었다.

울피아누스

……저 괴물을 봐라. 자주 보이는군. 인간인듯하면서도 인간이 아니야. 동족조차 놈을 받아들이지 않지.

울피아누스

매일 파도를 찾아 헤매고, 끊임없이 파도를 부수며 헛수고만 하고 있지.

울피아누스

우리처럼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