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T-9메인 함교
고향을 지키는 수호자였던 티아고는 고향을 파괴하는 심해 신도를 향해 끝내 날카로운 마수를 드러낸다. 대재판관이 힘겹게 버티고 있는데 반해, 스툴티페라 나비스의 사냥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빨리빨리 걸어라!
윽……
……이 명흔들은, 대체 뭐지?
비록 작고 형태는 다르지만, 이 형광빛을 발하는 생명도 우리 동포의 파생물이야.
선지자님이 그랬었어. 바다의 어느 곳에서는 그 해역 전체가 발광하는 생명체로 가득 차 있다고 말이야. 그것들이 곧 전부이자, 그것들이 모든 동포를 위해 생명의 요람을 만들고 있지.
'명흔'은…… 파도를 따라 몰려온, 수천수만 해리 밖에 있는 '그분'의 사소한 의지에 불과해. 설사 조금밖에 안된다 해도, 그 의지는 육지를 잠식하고 있는 게 확실하지.
명흔은 육지를 또 다른 바다로 바꾸어 놓을 것이야.
……그렇군.
이베리아는 자네들이 계획한 첫 번째 희생품인 거로군. 그란파로도 마찬가지고.
……!
……희생품? 단어 선택을 잘 못 한 것 같은데?
아니, 그렇지 않다.
재판소는 이 마을을 빼앗아 가겠지. 이 '아름다운' 명흔을 봐라. 이것들도 마찬가지지.
여긴 더 이상 우리 집이 아니다. 더 이상 그 찬란했던 세월과는 관계가 없지.
티아고, 너는……
조르디도 잡혀갔고…… 도망간 사람들도 지금쯤 모두 징벌군에게 붙잡혔겠지.
너흰 모두 살인자다.
……(흥분한 듯) 크으으으
Mon3tr……?
저 녀석이 어떻게 여기에 있지?! 그럴 리 없는데! 저 녀석은 분명 마을 서쪽에……!
티아고! 이 자식, 속였구나!
……
너도냐!?
……재판소의 스파이가 되기 전에, 난 그저 그란파로의 한 평범한 노동자의 딸이었어.
우리의 증오심을 얕보지 마. 우리가 굴욕을 참고 책임을 다하는 건, 단지 너희들을 없애기 위한 것이니까.
재판소든 너희든, 모두 우리 고향을 짓밟은 적에 불과해.
파멸을 제대로 맛봐라. 우리가 그때 맛본 것과 같은 것을 말이다.
티아고 씨……! 비키세요!
으윽!
(크르르르)
……더 이상 조작할 곳이 없어, 나머지는, 에너지가……
이젠, 이 등대가 얼마나 더 버틸 수 있는지에 달렸네.
(명흔이, 벌써 이 층까지 올라온 거야?)
좀 더 위로 올라가 봐야겠어……
대재판관님……
……
팔이 저려온다.
암초의 형태와 배치는 이미 크게 변했다. 재판관은 온 힘을 다해, 시야에 들어오는 적들을 가능한 한 모조리 섬멸했다.
그러나, 적들은 말 그대로 무궁무진하게 많았다.
검은 녹슬었고, 상자 속의 폭약도 바닥이 난 상태다.
오직 등불 속의 불꽃만 그전보다 더 세게 타올랐다.
다리오는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았다. 늘 지켜왔던 그 고탑을 말이다.
그는 수평선 너머를 바라보았다.
……바다의 생물이여, 이베리아는 너희들에 의해 파멸되지 않는다.
인간은 너희들에 의해 멸망하지 않는다.
다리오는 목구멍에서 피를 토해냈고, 피비린내가 코안을 가득 메웠다.
(느릿한 사르륵 소리)
나 또한 파멸되지 않는다. 단지 죽음을 맞이하게 될 뿐이지.
……기다려라, 가르시아.
(얌전히 선장 옆에 앉아있다.)
사냥감이 입질하기를 기다리는 시간은 늘 지루하군.
우리가 두 번째로 괴물을 사냥했을 때가 기억나나? 그땐 우리에게 백여 명의 생존자가 남아있었지……
해안을 떠날 때의 환호 소리와 축포 소리가 아직도 귓전에서 맴도는 것 같군. 우린 위대한 해안을 뒤로 하고, 에기르의 전설을 가득 싣고 바다 깊은 곳으로 달려갔지.
불과 며칠 후, 우리가 바다에서 고작 며칠 지냈을 뿐인데…… 재난이 찾아왔지.
아아…… 그 어리석은 세포들은 왜 너의 언어까지 빼앗아 갔을까?
나는 너와 대화를 하고 싶다. 저 썩어빠지고 어리석은, 60년이나 걸려 겨우 여기에 도착한 바보들이 아니라.
(속상한 듯, 알폰소의 손을 문지른다.)
안녕하세요, 선장님.
마침 저걸 낚아 올릴 미끼가 필요했는데, 네가 내려가 보는 건 어떤가? 어차피 넌 에기르인이잖나.
……
……왜? 내가 한 말을 잊었나?
알아서 뛰어내리겠나. 아니면 내가 던져줄까?
네가 살아남은 건 기적이야. 오늘까지 생존한 이베리아인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거든.
너랑은 상관없는 일이다 나 또한 이베리아와는 상관없지. 60년 동안 난 이미 이 배의 것이 되었다.
하지만, 우린……
……내게 맡기세요, 스카디.
사냥이 즐거우신가요?
내 온화한 태도가 네놈들에게 많은 오해를 줬나 보군. 난 너희들 몸에 흐르고 있는 괴물의 피를 느낄 수 있다. 우린 같은 존재란 말이지.
같은…… 존재라고요?
당신과 당신의 일등 항해사와 같다고요?
……누가 가르시아에 대해 얘기하도록 허락했지? 누가 네게 그런 눈빛으로 나의 가르시아를 봐도 된다고 허락했지? 에기르의 잡종 주제에.
……
너희에게 가르시아가 과거에 어떤 사람이었는지에 대해 설명한 기억은 없다. 너희는 그가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키가 큰지, 작은지도 뚱뚱한지, 말랐는지도 페로인지 마족인지도 모를 테다.
너희는 이자가 나의 일등 항해사이자, 내가 사랑하는 이라는 것만 알면 된다. 그리고 이자의 과거의 모습을 외부인에게 알려줄 일은 영원히 없다.
가르시아에게 너희들의 동정 따위는 필요 없다. 제멋대로의 상상으로 과거와 지금을 비교하는 것은 더더욱 필요 없다.
가소롭군, 파도조차도 씻어낼 수 없는 더러운 사냥감의 피가 섞인 헌터 주제에, 감히 우리한테 적의를 드러내?
스카디는 눈살을 찌푸렸다. 남의 말, 특히나 육지에 사는 사람이 하는 말에 신경 쓰는 일이 극히 드문 그녀였지만, 눈앞의 이 사람이 늘어놓은 이례적인 말이 그녀를 불쾌하게 했다.
일등 항해사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스카디를 바라보았다. 그는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우린 당신의 도움이 필요해.
……너흰 이 괴물들을 뭐라 부르지? 시 무엇이라고 부르지 않았나?
음, '시본'이요.
내가 왜 시본을 도와야 하지? 그 재난이 있은 뒤로, 얼마나 많은 젊은이들이 바다에서 목숨을 잃었는지 아나?
당신은 바다 위를 떠돌아다니며, 육지로 돌아오지 않은 채, 계속 바다를 적대시할 생각인가요?
그것이 바로 나의 삶이다.
우리는…… 어비설 헌터스예요. 에기르에서 왔죠. 당신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에 대해 자세히는 잘 모르지만, 추측만으로도 당신을 존경합니다.
당신 또한 이해해 줬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한 모든 일은 그놈들을 대항하기 위해서란 것을 말이죠.
에기르가 어떻게 된다 한들, 나와 무슨 상관이지?
어머, 오해를 하고 있군요.
스카디는 옆에 있는 스펙터를 힐끗 쳐다보았다. 스펙터가 "나한테 맡겨"라고 한 건, 그녀가 교섭에 자신이 있다는 뜻인 줄 알았다.
하지만, '교섭'이라면, 저 무기를 꺼낼 필요가 없다.
제 말은, 저 괴물들을 죽이는 건 우리의 일이란 뜻이에요. 그리고 저 자신도 그 과정을 즐기고 있고요.
당신이 사냥하는 목적이 배불리 먹기 위해서라면, 목표를 죽인 뒤에 그 피와 살들을 넘겨드리죠. 어차피 그 역겨운 것들의 뒤처리는 항상 하기 싫었으니까요.
……
너희들의…… 실력이 그렇게 뛰어난가? 빅토리아인이나, 라이타니엔보다도? 난 너희가 시본을 사냥하는 걸 보았다. 별로 대단하지는 않던데?
아, 오해하셨어요. '시테러'라 불리는 저급한 생물들은 보통 2팀에서 전공으로 기록할 가치도 없어요. 글래디아 씨도 그런 사소한 건 신경 쓰지 않고요.
저는 당신보다 강해요. 이건 명백한 사실이죠.
크어어……!
어머, 조급해하지 마세요. 부인이신지 남편이신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당신 차례가 아니에요.
……가르시아에게 손을 댄다면, 죽을 것이다.
제가 죽는다고요?
대장님이 내린 임무는 이 배를 빼앗은 뒤 에기르로 돌아가는 것이죠. 당신을 천천히 설득할 만큼 그리 한가하지는 않아요.
이거야말로 간단하고 효율적인 교섭 방식…… 헌터의 방식이죠.
……하, 죽고 싶은 모양이로구나!
동족, 너를 찾으러 왔다.
포식, 중요한 일이다.
너흰, 동포가 아니다. 그건 알고 있다. 하지만 너희도 동족에게 돌아갈 수 있다.
묻고 싶다. 너희는, 어떻게 하고 싶지?
꺼져!
……!
하, 네가 시본이 아니란 걸 증명하려면 방법은 간단하다. 저 녀석을 죽여봐라. 네 '동포'한테 손을 쓰기 싫은 게 아니라면 말이야.
제 발목이나 잡지 않길 바라죠.
너야말로 저 뒤틀린 '동포'에게 자비를 베풀까 봐 걱정스럽구나, 에기르인이여.
그런 걱정은 붙들어 매시지. 혹시나 제가 정말로 저들 편으로 전락한다 해도, 날 이기지는 못할 거니까.
제가 시본이 아니란 걸 증명하면, 그 배를 우리한테 빌려주실 수 있나요?
어림도 없지, 이 배는 나의 것이라고.
유감이네요. 이번 전투 중에 제가 그 팔을 떼어내 버리면, 당신의 인간적인 부분이 더 확실해지지 않을까요?
일등 항해사! 나서지 마, 인간이라고 자칭하는 이 괴물이, 대체 우리랑 얼마나 다른지 어디 보자.
스카디, 사냥감은 나에게 넘겨줘요. 이번 사냥은 내 것이에요. 조금만…… 조금만 화풀이할 수 있게 해주세요.
……
포식은, 반드시 해야만 한다.
사명감이, 환경을 만든다.
너희는, 영양분이, 풍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