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T-2바닷가 샛길
조르디한테 떠날 것을 권하면서 티아고는 이 기회에 그란파로와 관련된 모든 것들을 말해준다. 칠흑같이 어두운 바다를 마주한 사람들은 더 이상 갈 곳이 없어 보인다.
조르디!
아…… 티아고 아저씨…… 무슨 일이야?
……너…… 어서 짐을 싸서, 이곳을 떠날 준비를 해.
어, 왜, 왜 그래? 우리 어디로 가는 거야?
재판소가 곧 이 마을에 들이닥칠 거야.
……뭐?
그 사교도들, 바다의 괴물, 그것들 때문에……
……
우리…… 이 마을을 포기하는 거야?
우리?
……
아, 아니, 너만 이곳을 떠나는 거야. 재판소가 이곳에 사교도가 있다는 걸 발견하면, 분명 에기르인도 괴롭힐 거라고!
난 그 사교도들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어, 내 목숨도 개의치 않아…… 우린 이곳에서 너무 오래 살았어. 다른 곳에 가봤자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도 몰라. 우린 이곳을 떠나지 않을 거다.
하지만 넌 달라! 넌 줄곧 바깥 도시와 풍경을 보고 싶어 했잖아? 너는 아직 젊고, 재능도 있어……
하지만 이, 이건…… 너무 갑작스러워.
이건 기회다, 조르디. 네 운명을 바꿀 수 있는 마지막 기회야. 용기를 가져.
이곳에 남으면, 재판소의 심문을 받게 될 거야. 설령 운이 좋아 집으로 돌아온다고 해도, 파도와 시테러의 불안 속에서 여생을 보내게 될 거야.
하지만 네가 떠난다면…… 네 운명은 네가 장악할 수 있어, 그 작은 예배당이 아니라.
그 예배당은 너무 작아…… 넌 여기를 떠나야 해……
티아고 아저씨…… 난…… 어떻게 이렇게 갑작스레……
망설이지 말아, 조르디. 너의 부모님이나 조부모님처럼, 강해져야 해.
……우리 부모님은 정말로 이베리아를 위해 목숨을 바쳤어?
지금 그걸 말한들 무슨 소용이 있어…… 어서, 떠날 채비를 해.
하아, 오랫동안 상인들이 오지 않아, 다 낡은 옷뿐이네…… 젊은이가 새 옷 한 벌 입어보기도 이렇게 힘든데…… 떠나는 게 안 좋겠어?
하지만 재판소에서는 왜 에기르인을 붙잡는 거야? 정말 사교도가 있다면, 리베리라든가, 필라인일 가능성도 있잖아?
에기르인은 바다에서 왔어. 괴물과 재난도 바다에서 왔고.
……그 사람들과 만났어?
아니…… 난…… 잠깐만, 티아고 아저씨, 알고 있었어……? 그 사람들이 이곳에 있다는걸?
그래…… 그 소문들이 근거 없는 엉터리가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다. 우리 모두 알고 있지.
후안은 그들 중 한 명이야…… 그는 골목에서 아무도 없는 창고로 숨어들었어. 게다가 그 사람은 다쳤고…… 나한테 악의는 없었어.
그건 네가 에기르인이어서 그런 거야. 그놈들은 미쳤고, 정상이 아니란 건, 나도 잘 알고 있어.
그러면 왜…… 설마 지금 티아고 아저씨가 그 사람들을 숨겨주는 거야?
그런 건 이제 상관없어. 넌 곧 이곳을 떠날 거니까.
아니, 티아고 아저씨. 난 떠나고 싶지 않아.
뭐?
나…… 난 그란파로에서 태어났어. 단순히 재판소를 피하기 위해 이곳을 떠나야 하는 거라면, 나…… 난……
뭐? 너 지금 네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는 알고 있는 거야?!
재판소에 끌려간 에기르인 중에 멀쩡하게 돌아온 자는 한 명도 없었어! 불구가 되었거나, 정신이 이상해졌다고……
……심지어 많은 이들이 사라졌어. 재판소에서 그들을 가뒀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재판관이 그들을 사형시켰다는 사람들도 있어! 어찌 되었든 간에, 한 명도 돌아오지 않았다고!
괴물과 심해 신도들이 날뛰기 전에 '마음씨 좋은' 재판소에서는 우선 이곳을 전부 불태울 거야. 파멸시키는 것보다 더 좋은 정화 방법은 없거든!
티, 티아고 아저씨…… 진정해!
노발대발하는 노인의 눈에 비친 조르디의 모습이, 몇 년 전 불안에 떨며 이곳에 와서, 폐허 속에서 새롭게 정원을 만들려 했던 그 시절의 자신과 겹쳐졌다.
반평생이 지났고, 젊고 힘이 넘치던 이들의 전성기도 지나갔다. 하지만, 이들은 그란파로에서 무엇을 이뤘는가? 오늘날 이베리아는 또 어떤 모습인가?
그들의 노력은 운명에 그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하였다, 마치 깊은 우물 속에 던져 넣은 돌멩이처럼. 그리고 한때 자신들의 온 열정을 쏟아부어 건설한 고향마저 이제는 위태롭기만 하다.
바다 위의 먹구름이 모든 것을 덮어버린 것처럼, 커다란 허무함이 티아고를 삼켜버렸다.
……아무도……
마린도, 다른 이들도…… 아무도 돌아오지 않았어. 그란파로는 이미 불타오르고 있어. 재판소든, 괴물이든, 우리에게는 탈출구가 없어……
티아고 아저씨……
……조르디, 네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한다면, 난 너의 부모를 뵐 면목이 없다.
……아…… 알았어. 나……
……
바다가…… 보고 싶은데, 가도 돼?
크…… 크아아아아……!
공포 속에서 기절하게 된다면, 너희들의 꿈도 편히 꿀 수 없겠지.
켈시, 저 녀석들은 내게 맡기게. 음흉하고 비열한 음모의 씨앗이 어디에 뿌리내리고 있는지 곧 자백하게 만들 테니까.
물론 그래야지.
(와우, 저 멋진 영감님은 같은 편이야? 닥터?)
그대들은…… 얼라이브 언틸 선셋이로군. 록밴드 같은 젊은이들의 오락은 이해하기 힘드네만.
음악의 신성함을 이해해 줬으면 해.
최근 몇백 년 동안 이베리아에서 베헤모스가 목격됐다는 기록은 없네. 교류는 더 말할 것도 없지. 만일 그대들의 음악이 인류 사회의 생각을 표현하는 거라면, 오히려 흥미가 생기는군.
《Deep Color In the Sea》 이후, 흥미를 잃을 정도로 익숙한 것들엔 관심을 가지지 않았어.
하하…… 그대들의 눈에 이베리아는 어떤 음색일지 궁금하군. 오래 살다 보니 나에게도 약간의 놀라움을 주는 일이 생기는 모양이야.
그럼 켈시, 내가 앞서 말했듯이, 재판소에서는 그대가 이베리아의 눈까지 갈 수 있는 방법을 최대한 빨리 준비하도록 하겠네.
그 전에 모든 준비를 마치고, 되도록 모든 장애물을 제거해야 하네.
……저 시테러, 그래 맞아, 지금 이상한 사람의 몸에 박혀 있는 저것 말이야.
저것한테서 에기르인의 냄새가 나. 남다른 에기르인, 우리와 가까운, 바다의 냄새야.
……뭐라고?
티아고의 보폭은 작지만 빨랐다. 그는 약간 노쇠해 보여도, 또 알 수 없는 기력이 넘쳐 흐르고 있었다.
조르디는 가까스로 티아고를 따라가고 있었다. 바다를 보러 가고 싶다고 말한 건 조르디였다.
그는 자신이 왜 그렇게 말했는지 몰랐다. 지금도 해변에 가고 싶은 것이 과연 자신인지, 아니면 티아고 아저씨인지 분간이 안 됐다.
조르디는 자신은 에기르인이며, 바다는 자기 고향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떻게 바닷속에서 숨을 쉴 수 있을까? 섬 주민의 조상들은 어떤 과학 기술을 사용하여 물속에서 생활했을까?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청년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어릴 적부터 그는 이런 문제에 대해 무척 궁금해했으나, 티아고 아저씨는 대답해 줄 수가 없었다. 티아고 아저씨는 리베리였으니까.
그런데 끝까지 자신은 바다에서 왔다고 주장하던 에기르인은 왜 바닷속에서 익사했을까?
바다……
언제 마지막으로 바다를 봤었는지 기억도 안 나……
징벌군이 아직 이곳에 있었다면, 우린 이미 끌려가서 심문당했을 거야.
미, 미안. 이런 부탁을 해서……
……괜찮다.
저 황량하고 퇴폐한 해안선을 봐라…… 몇십 년 전 우리에게는 위대한 계획이 있었다. 이곳은 본래 난공불락의 요새였어야 했어.
하지만 지금은? 동북쪽 몇 Km밖에 징벌군의 초소가 있고, 서쪽 절벽 쪽에도 하나 있다.
그 외엔? 사기극이나…… 꿈속에서만 존재하지. 눈앞의 이것이 바로 현실이야. 이베리아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걸 우리에게 일깨워주고 있어.
티아고가 휘파람을 불었다. 조르디는 티아고가 이렇게 경솔하게 행동하는 걸 처음 봤다.
지금, 이 순간, 티아고의 신분이 억압받는 촌장에서 한 명의…… 노동자, 고향을 재건하려는 혈기 왕성한 노동자로 바뀐 것 같았다.
쯧, 다 지난 일이야. 우린 실패했어. 그란파로는 실패자의 요람이야.
네가 예전에 너의 부모에 관해 물어본 적이 있었지?
……응.
나는 바다에 대해…… 별로 기억이 없어. 모두 나를 에기르인, 섬 주민이라고 했지만, 난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어. 난 육지에서 태어났으니까.
그렇지, 너의 부모, 엄밀히 말하면 너의 조부모님은 에기르에서 왔어. 바다 깊은 곳에 큰 국가가 있어.
너는 그곳에서 왔어, 조르디.
……에기르.
오래전에 우리가 꿈꾸던 그란파로는 지금처럼 생기 없는 마을이 아니라, 하나의 요새이자, 견고한 거점이었지.
우린 이곳을 기점으로 해안 방어선을 구축하려고 했어. 우리 손으로 국가를 재난으로부터 구해내고, 부흥시켜 고향을 재건하려고 했다.
우린 정말 그렇게 하려 했었다, 조르디.
……
조르디는 말을 끊지 않았다. 티아고의 안색이 점점 흥분하기 시작하더니, 어떤 빛이 그 노인의 탁한 눈 속에 깃들기 시작했다.
그의 모든 근육이 살아나기 시작한 거 같았다. 그가 자세를 조금 바꾸자, 바닷바람이 그의 얼굴을 어루만졌고, 노인은 조금 더 커 보였다.
우린 반세기에 걸친 위대한 계획의 마지막 단계인 이베리아의 눈으로 돌아갈 거야. 그…… 등대를 재가동시킬 거야.
……등대?
그래, 등대. 다행히 고요함에 파괴되지 않은 황금시대의 유일한 유산이야.
재난조차 우릴 무너뜨리지 못했어. 굳건한 희망을 품고 용감히 앞으로 나아가는 거다.
그 당시…… 마린은 푸른색 모자를 쓰고 있었지. 그녀는…… 우리가 모두 영웅이고, 영원할 거라고 했어.
조르디, 너의 조부모와 부모님은 그란파로의 두 세대로, 그들 모두가 이 큰 계획을 위해 노력해왔어. 그들은…… 영원히 위대했어야 했다. 이건 진심이야.
하지만……
하지만 이곳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어.
저 배 보여? 항구에는 원래 많은 배가 있었어. 원래라면 저 배도 징벌군이 가져갔어야 하는 것인데, 놈들은 가져가는 것조차 잊었어.
있어야 할 것들은 있지 않고, 쓰레기만 남았구나. 보잘것없는 작은 마을, 수많은 골칫거리, 살아갈 방법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리고 저 배.
……맞아. 저 배가 있지.
우리 부모님, 만나본 적 없는 조부모님…… 그분들은 이 사명을 자랑스러워했어?
조르디, 네가 이 질문을 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야.
네가 막 철이 들어, 예배당에 남아 간병인을 하겠다고 했을 때…… 나한테 물어본 적이 있어. 집에 있는 먼지가 가득한 수첩과 도면을 가리키며, 나에게 여러 번 물어봤었어.
응…… 기억하고 있어.
그래, 조르디.
네가 몇 번을 물어도 나는 '맞다'고 대답할 거야. 결과가 어찌 되었든 그들은 큰 재난이 닥친 후에도 희망을 잃지 않고 헌신했어.
우리가 마지막으로 이베리아의 눈으로 가려고 시도했을 때, 너의 부모님은 자발적으로 지원했어.
어린 너를 내팽개쳤다고 탓하지 마…… 사라져 가는 모든 이들의 희망을 짊어진 거였으니까. 벌써 세월이 많이 흘렀어. 우리에겐 단 한 번만이라도 성공이 필요해.
……
하아…… 그들을 마지막으로 본 게, 바로 이곳에서 함대를 이끌고 떠날 때였어.
그들은 영웅이야, 조르디. 마린은 우리가 모두 영웅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어. 하지만, 지금 우리는 다 영웅이 아니야, 죽은 그 사람들만 영웅이지.
……그랬구나.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
무엇이 이 모든 걸 무너뜨렸는지는, 너도 알고 있을 거야. 그러한 절망 속에서도 우린 마지막 얼마 남지 않은 희망까지 쥐어짜, 등대에 붉을 밝히길 바랐어, 그런데, 결과는?
재판소가 이 모든 걸 무너뜨렸어. 우리 중에 심해 교회의 스파이가 숨어있다고 말하면서 에기르인을 잡아갔어.
우리는 본래 이베리아를 위해 싸워야 했어. 하지만 그 망할 놈의 재판소가 모든 것을 앗아갔어. 존엄, 이상, 남은 거라곤 아무것도 없어.
조르디, 이제 알겠니?
넌 아무런 희망도 없는 이베리아에서 멀리 떠나야 해…… 저 멀리 다른 국가와 더 넓은 곳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
그란파로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아.
바다다!!
……완전 반대 방향이잖아. 이렇게 눅눅한 방에 악기를 두려고?
아냐, 아야. 물보라 냄새가 나는 거 보니까 여기는 바다인 게 확실해.
물보라는 어떤 냄새인데?
목화 냄새.
후각적인 단어로 시각적인 요소를 표현한 건가……
그런데…… 네 말대로, 눈앞에 정말 바다가 있네.
……당신들은……
에기르인이구나. 게다가 그 육지에서 자란 에기르인과는 많이 다르네. 흐음…… 너희들이 바로 그 이상한 에기르인이구나.
어떻게 부르더라? 맞아, 어비설 헌터스.
글래디아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가 '미간을 찌푸리'는 것과 같은 복잡한 방식으로 기분을 표현하는 건 매우 드문 일이었다.
어비설 헌터스로서의 예감, 제일 출중한 집정관으로서의, 에기르 기술원 혹은 전사로서의 예감.
당신들은…… 얼라이브 언틸 선셋이군요.
저들을 알고 있나요?
응, 우연히 알게 되었어.
뭐가 이렇게 비밀스러워…… 하지만 에기르인도 우리 이름을 알고 있다니 기쁘네.
알티가 예전에 너희들이 남겨 놓은 냄새 때문에 그 함선에 간 적이 있어. 아마 그때 알았을 거야. 그런데 이렇게 직접 만나는 건 처음이네.
내 소개를 할게. 내 이름은 아야, 얼라이브 언틸 선셋의 리드 보컬이야. 이쪽은 댄, 드러머야.
안녕, 바다에서 온 손님들.
……당신들도 바다 소속이군요. 만나서 반가워요.
육지에 온 뒤로 켈시 선생님한테서 당신들, 육지 동족에 대해 배운 적이 있어요.
흐음…… 육지에 대해 말하는 거라면, '우리'가 동족이라고 할 수도 있지. 하지만, 바다에 남아 있었더라면 다른 이야기였을 거야.
너희들은 여기에 왜 왔어? 그 닥터를 만나러 온 거야?
약속 시간에 맞춰 왔을 뿐이에요.
에기르로 돌아갈 방법을 찾고 있어요.
에기르로 돌아간다라…… 너희 셋이, 같이?
우리는 쉽게 헤어지지 않아.
오, 의리가 있네. 그럼 뒤에 저 사람은? 설마 부끄러워하는 건 아니겠지? 왜 한마디도 안 해?
……
불안정해 보여. 무언가가 머릿속을 괴롭히나 보군. 아픈 건가?
아프다고도 말할 수 있죠.
불쌍해라.
……으윽!
왜 그래, 댄?
무언가가 내 척추를 통과한 낌이야. 뇌에 전류가 흐른 뒤,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목소리.
이상할 정도로 침묵하고 있던 스펙터는 그 순간 하늘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두 눈을 감았다. 혼란스러운 기분이 파도 소리에 씻겨 내려갔다. 파도 소리, 이곳은 해안에서 멀다. 하지만, 무언가가 스펙터의 의식에 닿으려 한다.
그것은 바람을 타기도 하고, 구름에 숨기도 하면서 육지를 넘어 바다로부터 왔다.
목소리. 전 들려요.
목소리……? 아무 소리도 못 들었는데.
바다의 선율이에요, 바다의 후손이 울고 있어요.
그것은…… 일종의 노래에요.
시테러의 기운이 점점 강해지고 있어. 마을이 습격받은 거 같아.
자, 잠깐만…… 당신은…… 어떻게 들어온 거야?
다, 당신은 재판관이잖아?! 끌고 온 저것은……
집으로 돌아가라, 마을 사람들이여.
이 두 사람은 이교도와 결탁한 혐의를 받고 있다. 나는 이베리아 재판관의 이름으로 직무를 수행할 뿐이다.
이곳을 떠나라, 마을 사람들이여. 저들의 피가 적들을 끌어들일 것이다. 그대들은 이 전투에 말려들어서는 안 된다.
재, 재판관?! 재판관은 언제 여기로 온 거지…… 저 외부인들, 저 외부인들이 재판소가 파견한 스파이였다고?
나, 난 사교도가 아니야! 나는 저 사람들과 아무런 관계도 없어!
저들을 알고 있지?
저, 저들이라면…… 후안? 후안을 말하는 건가? 진즉에 수상쩍다고 생각했었어. 그는……
됐다.
자신의 마음을 괴롭힐 필요가 없으니, 집으로 돌아가라. 가서 문단속이나 하라.
아, 알았어……!
……
……숨어 있지 말고, 나와라.
……쳇…… 재판관이잖아……아니, 네놈은 대재판관 중 하나!
재판소 놈들이 여기에 나타나다니?!
아마이아와 티아고가 안 보여. 그 에기르인과 관련이 있는 건가……?
빌어먹을…… 저놈이 후안을 죽였어!
후안은 아직 안 죽었다. 아직 들어야 할 대답이 남았거든.
너희들은 내가 과거에 만난 적들과는 다른 것 같구나. 정신도 또렷하고, 누군가의 지시를 받고 있겠지.
하지만, 당신들이 정말 이렇게 정신이 멀쩡하고 미친 것이 아니라면 더더욱 잘 알 텐데……
……당신들이 날 못 이긴다는 것을. 또한, 재판소의 그 어떤 용맹한 전사도 당해내지 못할 것이다.
……으윽……
그럼 당신들은 왜 자발적으로 헌신하려고 하는 거지? 왜 죽음을 자초하려 하는 거냐고?
사악한 파도가 너희에게 뭘 약속했는가? 이 폐허에 가까운 해안선에서 무엇을 계획하고 있었던 거지?
아…… 당신들에게 물어볼 것이 너무 많다, 이베리아의 적들이여.
너희들의 신이 너희를 대신해 그 답을 생각해 주길 바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