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스툴티페라 나비스

SN-1중심 광장

사이드 스토리작전 후2022-11-03

드디어 엘리시움과 만난 켈시는, 얼라이브 언틸 선셋 멤버들과 교섭을 진행한다. 한편, 시테러의 죽음과 함께 그것의 기형적인 동포들이 꿈틀꿈틀 기어 나오자, 마을은 공포에 빠진다.

등장 오퍼레이터: 켈시, 엘리시움


바다는 검었다.

네다섯 살 때, 그란파로의 촌장 티아고, 그리고 무기를 든 다른 어른들과 함께, 해변으로 향했다.

난 아직 그날의 날씨를 기억한다. 구름과 안개가 짙게 끼었고, 오후 해 질 녘이 되니 여느 날보다 더 쌀쌀했다. 날씨가 쌀쌀하게 느껴지는 건 기온 때문이 아니라, 색깔 때문이었다, 열정을 잃은 색깔.

나중에야 안 것이지만, 그날이 바로 그란파로에서 이베리아의 눈에 마지막으로 보수작업을 한 날이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보수작업을 시도했던 날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징벌군이 소식을 가지고 나타났다. 어른들은 모두 울상이 되었지만, 나는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다. 그저 바다와 하늘이 맞닿은 곳을 멍하니 바라만 봤을 뿐.

바다는 검었다.

바다는 아무 희망 없는 대지와 신기할 정도로 잘 어울렸다.

구경 중인 마을 사람

티아고 촌장이 왔다!

티아고

그래서, 페드리가 한 말이 진짜란 건가? 아마이아.

아마이아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눈 앞에 펼쳐진 이 광경을 보니 딱히 뭐라 말을 못 하겠네요.

티아고

그런데, 누가 이 괴물을 죽인 건가? 거기다 이렇게 여기에 버려두다니?

아마이아

저것의 처리는 제게 맡겨주세요.

티아고

그건……

아마이아

잘못 처리하면 위험한 일이 발생할까 봐 걱정돼요. 그리고 보세요. 이건 시테러를 관찰할 기회 아닌가요?

티아고

……알았다. 하지만, 나도 같이하마.

티아고

우린 아직 저것이 도대체 뭔지 확실히 알지 못한다. 또한 저것의 피가 동료를 불러오지 않을 거라는 것도 확신할 수 없지.

아마이아

이의는 없어요.

티아고

자, 젊은이들, 비켜 보게. 내가 이 시체를 옮길 테니……

티아고

……생각보다 가볍군. 자, 아마이아, 우리 이제 어디로 가면 되나?

아마이아

절 따라오세요.

티아고

너흰 여기에 있지 말고 빨리 집으로 돌아가거라.

당황한 마을 주민

우리 재판소에 안 가봐도 될까…… 진짜 다른 괴물이 더 있으면 어떡해?

티아고

재판소에 찾아갈 필요 없다.

당황한 마을 주민

하지만……

티아고

내가 필요 없다고 했잖나!!

당황한 마을 주민

윽……

아마이아

티아고 씨.

티아고

……

티아고

이 마을은 아직 징벌군의 개입이 필요하지 않아. 우리한테는 우리의 방식이 있다.

티아고

만약 재판소에서 진짜 사람을 보내서 이걸 보게 된다면, 그때부터 그란파로에 평안한 날이 없을 거라는 걸 왜 모르는 거냐?

당황한 마을 주민

그렇긴 하지만…… 아…… 아니야.

티아고

가자꾸나, 아마이아.

당황한 마을 주민

우리 진짜 촌장의 말을 들어도 되는 걸까?

막막해하는 마을 주민

티아고 씨가 재판소를 싫어한 게 하루 이틀도 아니잖아. 그런데 정말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징벌군이 없으면 누가 싸우러 가지? 내가 가야 하나?

막막해하는 마을 주민

더군다나, 최근에 외지인도 많이 왔는데, 티아고 씨는 못 본 척하잖아. 만에 하나 그 외지인 중에……

당황한 마을 주민

역시 재판소에 사람을 보내 알려야 해! 안 그랬다가 징벌군이 우리를 발견하면 뭐라 해명하겠어! 나는 이교도 취급받고 싶지 않단 말이야!

엘리시움

……아마이아 씨…… 그 작가……?

엘리시움

일단 얼라이브 언틸 선셋의 분들께 얘기는 해둬야겠어…… 계속 모른 척하면 안 될 것 같아.


알티

예배당은 평소에도 이렇게 적막해? 당신들이 믿는 신과 신앙은?

엘리시움

모든 이베리아인이 다 라테라노교를 믿는 건 아니에요. 알티 씨, 이 마을은 매우 위험해요. 켈시 선생님이 도착하기 전까지 제가 당신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해요.

알티

그럼 우리가 공연이나 해야겠다. 음악은 모든 사람의 불안감을 없애줄 수 있잖아.

엘리시움

하하, 그런 뜻은 아니었어요……

알티

서두를 것 없어, 내가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맞혀볼게.

엘리시움

네……

알티

아…… 보인다…… 해양 생물이 보여. 그래, 너희들은 그걸 시테러라고 부르는군. 최초로 그렇게 부른 사람은 이베리아인이었을까, 아니면 켈시였을까? 암튼, 그건 상관없고.

알티

시테러 한 마리가 메마른 하늘 아래에 있어. 그 비판적인 비늘은 어디에도 있을 곳이 없군. 시테러도 알아, 이곳은 자신의 집이 아니며, 오직 집만이 사라져가는 생명을 잡아둘 수 있다는 것을.

알티

……그렇구나! 그 시테러는 높은 조각상에 매달려 노래를 부르고 있어, 요즘 유행하는 최신 락을. 맞지?

엘리시움

……조각상 위에 걸려 있지도 않고 노래를 부르지도 않아요. 하지만, 거의 그렇게 보여요.

엘리시움

정말 의외네요. 알티 씨, 이게 당신의 아츠인가요?

알티

어쩌면 죽음 자체가 무언가를 노래하는 것 아닐까? 시테러가 내게 이 점을 일깨워줬어. 하지만, 이런 미학이 종족의 한계를 뛰어넘어 전해질 수 없다니, 그야말로 자연계의 비애야.

알티

네 생각은 어때?

켈시

다행히 이런 미학이 모든 생물의 필수품은 아니야.

엘리시움

케, 켈시 선생님이네요! 그동안 왜 연락을 안 하셨어요……

켈시

한마디로 말하면, 신임을 얻기 위해서야. 나는 지금도 이베리아 재판소로부터 감시받고 있거든.

켈시

시간이 별로 없지만 임무는 막중해. 엘리시움, 넌 가서 그 시테러 시체를 가져간 마을 주민을 잘 살펴. 난 알티와 따로 얘기할 게 있어.

엘리시움

……알겠어요.

엘리시움

이건 통신기예요. 선생님은 제 오리지늄 아츠를 알고 계시니, 음, 선생님의 동료분들께 나누어 주셔도 돼요.

켈시

알았어.

엘리시움

……선생님께선 더 간단한 인수인계를 원하실 수도 있겠지만, 저는 이 말을 꼭 해야겠어요…… 선생님께서 무사하신 걸 보니, 그나마 마음이 놓이는 것 같아요.

엘리시움

조금이라도 이상한 걸 발견하면 바로 보고드릴게요. 그럼, 이만 가볼게요.

켈시

……응, 수고해.

알티

……오랜만이야, 닥터 켈시.

켈시

알티.

켈시

여기까지 오라고 해서 미안해. 너희들에겐 이것도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일일 텐데.

알티

넌 왜 이베리아에 감시당하고 있지? 정말 그들을 상대할 방법이 없는 거야?

켈시

시간이 촉박하다. 게다가 종교적 분위기로 위장한 이베리아의 공포심과 신중함이 나와 재판소 고위층과의 만남을 방해하고 있어.

알티

음…… 엄청 급해?

켈시

각 나라에서는 우리가 직면한 문제가 무엇인지 여전히 잘 모르는 것 같아. 그들은 광활한 대지가 한창 강성한 시대에 고요함 속에 사라졌다는 걸 믿기 힘들어하는 것 같아.

켈시

하지만 난…… 이 일들이 발생하는 과정을 직접 목격한 것이나 다름없지.

알티

그렇긴 하지.

켈시

다른 사람들은?

알티

간만에 나온 소풍이라, 자유 시간을 좀 줬어. 당신이 부탁했던 물건, 여기 있어.

알티

너를 찾아온 이유는 지난번과 같아.

알티

난 지금의 바다에 거의 아무 감정이 없어…… 특히, 닥터 너한테서 바다에 관련된 답을 듣고 나서부터.

켈시

그동안 네가 결정을 내렸다면 좋겠군.

알티

……우리가 내린 결정을 의논하기 전에, 닥터 너…… 좀 인간미가 있어 보이는데?

알티

이를테면, 음성 호출 기능이 있는 엑스레이를 다 갖고 다닌다거나?

켈시

……

알티

어, 미안, 내가 또 망친 것 같군. 너도 이젠 습관이 되어서 괜찮지 않아?

알티

그런데 신기하긴 하다. 난 그 어떤 일도 네가 처세하는 보편적인 방법론이나…… 혹은 '성격'을 바꿀 수 없을 줄 알았거든.

켈시

그런 일이 있을 수도 있지.

알티

그래, 알았어. 어쩌면 내가 닥터 너의 개인 문제를 깊이 따지면 안 되는 거였을지도……


수상한 신자

……놈이다. 그놈이 아직 있어. 놈뿐만이 아니라, 더욱 많은…… 바다의 기운까지도. 대체 이 마을에 언제부터 에기르인이 이렇게 많아진 거지?

과묵한 신자

재판소의 음모일 거야.

수상한 신자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몇몇 재판관의 머릿속엔 그 우매한 율법으로 가득 채워져, 자신이 정의롭다고 생각하는 행동을 계속하려고 하고 있을지도 몰라……

과묵한 신자

넌 적의 손아귀에서 도망치면서, 상처에 붕대를 감을 여유까지 있었어?

수상한 신자

……한 에기르인이 도와준 거야.

과묵한 신자

동료야?

수상한 신자

아니, 그냥…… 바다를 좋아하는 에기르야.

과묵한 신자

우리 형제의 시신은 어떻게 됐어?

수상한 신자

아마이아와 티아고 손에 있어. 빨리 방법을 찾아야 해.

수상한 신자

장례를 치러줘야 한다고.

과묵한 신자

땅에 파묻는 것은 인간이나 하는 짓이지, 우린 아니야.

수상한 신자

우린 우리가 생각한 대로 살아야 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동경하고 우러러봐야 한다고 아마이아가 말했어. 마치 우매한 재판관들이 자신의 규칙을 대하듯이 말이야.

과묵한 신자

그러면, 우리도 그들처럼 우매한 것 아니야?

수상한 신자

우매함은 우리가 아직 버리지 못한 천성이야. 우린 아직 그들처럼은 되지 못했어.

과묵한 신자

궤변이군.

수상한 신자

……그래, 부정하지 않을게. 하지만, 넌 육지의 짐승들이 우리 형제의 유체를 괴롭히는 걸 보고만 있을 거야?

과묵한 신자

……

수상한 신자

우린 아직 육지에 있어. 우리를 안내하는 사자도 없으니, 우리 스스로 바다를 품을 방법을 찾는 수밖에 없어.

수상한 신자

그전에…… 우리 형제를 묻어주자. 우리는 그 어떤 무의미한 죽음에도 슬퍼해야 해.


아마이아

……이런 생물을 손쉽게 죽일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누굴까요? 티아고 씨.

티아고

뭐라고?

아마이아

네다섯 명의 징벌군이 연합하여 포위했거나 심판의 불에서 생긴 등불이라면 별로 놀랍지도 않아요.

아마이아

하지만…… 이 가여운 시테러의 몸에는 상처가 한 곳뿐이에요.

아마이아

전설의 대재판관들이 싸우는 모습을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이베리아에서 이 일을 할 수 있는 건 그들뿐이라고 생각해요.

티아고

그럴 리가 없다! 재판관이 그란파로에 온 걸 본 사람이 아무도 없거늘!

아마이아

그렇긴 하지만, 외부인이 극히 드물었던 이 마을에 이렇게 많은 방문객이 연달아 찾아온 걸, 모두 재판소의 실수 때문이라고 볼 순 없지 않나요?

티아고

그건……

아마이아

징벌군이 행진하는 소리를 일반 주민들이 못 들었을 린 없죠. 하지만 재판관은요? 제복을 갈아입고 검과 등불을 숨긴다면 우리가 어떻게 발견할 수 있겠어요?

티아고

……

티아고

……네 말은 재판관이 몰래 이곳에 잠입했단 말이냐? 저 외지인들 속에 섞여서?

아마이아

아마도요.

티아고

……잠깐 나갔다 오마.

아마이아

티아고 씨.

아마이아

티아고 씨도 잘 아시겠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재판관들이 와서 이 시테러들을 처리해주길 더 원할 거예요.

티아고

안다, 당연히 잘 알지. 하지만, 난 아무 이유 없이 어떤 동물을 미워하지 않아. 하지만 저…… 재판관들은 미워하고 있지.

아마이아

……하아.

아마이아가 시테러의 시체를 쓰다듬는다. 죽음이 그에게 가져다준 마지막은 결코 참담한 것이 아니었다.

인간의 기준으로 봤을 때, 시테러는 기형적이고 무서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각도에서 보면 어떨까? 자연과 생명의 법정에선 이 완벽한 동물을 과연 어떻게 생각할까?

아마이아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았다. 이 술집엔 사람이 한 명도 없다. 적어도 겉보기엔 사람이 없어 보인다. 티아고와 아마이아는 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림자가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무언가가 그림자 속에서 걸어 나왔다. 희미한 불빛 아래 그의 대략적인 윤곽이 드러난다.

한 사람이다. 에기르인.

아마이아

……당신이 한 짓인가요?

이상한 헌터

(에기르어) 그건 중요하지 않아.

아마이아

당신은 징벌군 같아 보이지 않군요……

이상한 헌터

(에기르어) 너흰 날 속일 수 없다.

아마이아

잠깐만, 당신은 에기르인인가요? 그렇다면 재판관은 더더욱 아니겠군요.

이상한 헌터

(에기르어) 고요함은 이 바다가 가장 무서워하는 잡음이다. 우린 두 번 다시 받아들일 수 없어, 모두 다.

아마이아

당신이 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난 당신이 여길 떠나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상한 헌터

……(에기르어) 살비엔토의 주교가 죽었다.

아마이아

……

이상한 헌터

(에기르어) 난 네가 생각한 것만큼, 그렇게 인내심이 강하지 않아.

아마이아

설마……

아마이아

(에기르어) 살아있는 어비설 헌터스를 직접 만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티아고

재판관인가…… 그럴 리가, 재판관이 이곳에 나타날 리는……

엘리시움

티아고 씨! 방금은……

티아고

……

엘리시움

티아고 씨?

티아고

……최대한 빨리 이 마을을 떠나라. 너도, 그리고 네가 기다리는 그 사람도.

티아고

너는 좋은 사람이다, 나도 알아. 조르디도 그렇게 말했지. 하지만……

티아고

하지만, 무언가가 이 마을에 숨어있는 것 같다. 모든 게 너무 비정상적이야…… 아니, 이베리아에 그 일이 있은 뒤로 정상이었던 적이 없어.

엘리시움

……티아고 씨 말대로 최대한 빨리 떠날게요.

엘리시움

그런데요, 방금 예배당에서 뭔가 본 것 같아요……

티아고

젊은이, 말해 봐라. 자넨 재판소의 사람인가? 조르디한테 접근한 것도 그 아이를 데려가기 위해서인가?

엘리시움

티아고 씨?

티아고

물론 네가 나를 속일 수도 있지. 하지만, 그랬다간 나도 가만있지 않을 거다, 외지인.

엘리시움

……전 아니에요. 제가 만약 에기르인을 잡으러 왔다면, 그렇게 오래 기다릴 필요가 있었을까요?

티아고

……

티아고

……고작 시테러 한 마리일 뿐이야. 여긴 해변이야, 우린 십몇 년 전에 이미 이 녀석과 비슷한 녀석을 본 적 있지.

티아고

너무 긴장하지 마라, 외지인. 너와는 상관없는 일이니까.

엘리시움

……티아고 촌장님, 제가 마을의 골칫거리를 해결해 드릴 수도 있어요.

티아고

네가? 넌 아무것도 할 필요 없다……

엘리시움

조르디가 위험에 빠진다고 해도요?

티아고

……


수상한 신자

……아무도 없어? 아마이아와 티아고가 왜 둘 다 없지……?

수상한 신자

……!

과묵한 신자

놈의 냄새다!

수상한 신자

빌어먹을 에기르인, 놈이 아마이아를 데려갔나?! 감히……

수상한 신자

……아, 아니지, 아마이아는 싸울 줄 모르니, 별일 없을 거야……

과묵한 신자

적어도 우리 형제의 유해는 이곳에 있어.

죽은 시테러

……

과묵한 신자

……넌 어떻게 할 셈이지?

수상한 신자

우리 형제를 데리고 떠나자. 이 썩은 내 나는 오두막은 그의 관으로 어울리지 않아.

수상한 신자

그러고 나서…… 그에게 어울리는 귀착점을 찾아보자. 봐봐, 그에게는 죽음도 그저 온순한 하인일 뿐이야. 그 에기르 범인은 이 점을 깨닫지 못했을 테지.

수상한 신자

어서 가자.


알티

음…… 다시 말하면, 우린 뭐야? 보험인 거야?

켈시

난 너희가 바다로 돌아가 저 괴물들과 맞서길 원치 않는다는 걸 알아.

켈시

너흰 이 바다에서 태어났고, 매우 강해. 하지만 설령 너희가 원래의 모습을 되찾는다 해도 저 진흙탕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거야.

알티

으음, 그렇게 위험해?

켈시

네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알티

하지만 솔직히…… 우린 원래부터 별로 신경 안 썼어. 우린 그냥 우리가 원하는 일을 하고 싶을 뿐이야. 아마 이 대지 위에 대다수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켈시

만약 시본이 음악을 이해할 수 있다면, 정말 재난이 테라에 들이닥친다고 해도, 여전히 많은 사람이 너희한테 귀를 기울일 거야.

알티

사실 그들은 인간보다 완벽해. 어떤 일도 더 잘 대처할 수 있어. 그들에게 몇백 년의 시간을 준다면, 아마 오리지늄에도 적응할 수 있을 거야.

켈시

나도 알아.

알티

음…… 그럼 넌, 닥터 켈시?

알티

우린 에기르인이야. 시테러, 시본…… 그리고, 바다 깊은 곳에 숨어 지내고 있는 불쌍한 우리의 동족들……

알티

……네가 보기에 어떤 차이가 있어?

켈시

너흰 아주 늦게 태어났어. 그래서 많은 일에 대해 잘 몰라.

알티

프로스트가 깊은 바위틈에서 깨어났을 때, 처음으로 든 생각이 저 이단자 및 괴물들과 멀리하는 거였대.

알티

바다에는 교류할 수 있는 동족이 없고, 땅 위에선 대부분 몸을 숨기고 대지로 돌아가지. 그나마, 음악이 외로운 마음에 한 갈래 틈을 내어줄 수 있어 다행이야.

켈시

만약 이 모든 게 순리대로 끝난다면, 우리에게 과거를 이야기할 많은 시간이 주어질 거야.

켈시

게다가 사실 나는……. 너희들이 이베리아와 에기르의 계획에 참여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어.

알티

어째서? 당장이라도 우리 손을 빌리고 싶어할 줄 알았는데.

켈시

난 에기르와 오랫동안 연락을 하지 못했어. 밀물조차도 구슬피 울부짖고 있지. 제한된 정보가 추측을 방해하고 있어.

켈시

우린 이번 재난의 진정한 원인을 잘 모르기에, 그 어떤 가능성도 추측할 수 없어.

켈시

최악의 경우, 너희들마저도…… 음, 불청객이 온 것 같은데.

알티

……응?

알티

저 사람들, 이젠 당당하게 이 마을에 나타난 거야?

누군가가 문을 두드린다.

켈시가 말없이 예배당의 문 쪽을 바라본다. 저 육중해 보이는 널빤지는 수없이 많은 혼란을 겪었고, 스크래치 하나하나가 모두 지난 과거의 기록이다.

켈시는 문밖에 무엇이 있는지 알고 있다. 하지만, 심해의 사교도들이 이렇게까지 노골적일지는 미처 생각지 못했다.

혹은……

수상한 신자

……

과묵한 신자

외부인이 있어. 이상한 냄새가 나. 그 이상한 에기르인일 거야.

사교도 두 명이 예배당에 들어섰다. 과거 신앙심에 둘러싸여 있던 이 라테라노 건물은 얼굴을 가린 이 두 사람을 포용하고 있다.

그들의 품에 안겨 있는 것은 그들의 '형제', 시테러…… 다른 사람이 지어준 이름을 버린다면, 어쩌면 그건 그저 죽은 생명일 뿐이었다.

알티

저들이 안고 있는 것은……

켈시

시테러야. 저들은 싸울 의지가 없어.

수상한 신자

……

형제의 유체를 안고 있던 신자가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켈시 옆을 지나갔다, 마치 그의 눈엔 이 두 방해자가 보이지 않는 것처럼.

마치 예배당 입구에서부터 순교의 심연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처럼.

수상한 신자

(어색한 에기르어) 형제여, 형제여. 들어라.

수상한 신자

(어색한 에기르어) 우리가 무능해서 형제가 이런 변을 당했다. 우리의 두려움 때문에 형제가 바다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

수상한 신자

(어색한 에기르어) 용서해라, 형제여. 나에게는 너의 목소리가 들린다.

수상한 신자

(어색한 에기르어) 세상 사람들은 죽음이 생물의 종착점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개체의 의미를 초월하는 순간 죽음조차도 무력하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는 형제의 유해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호흡을 가다듬고 무릎을 꿇은 그의 눈동자에 슬픔이 보였다.

수상한 신자

(어색한 에기르어) 우리가 바다로 돌아가기 전까진 내가 곧 너의 관이다. 내가 널 심해로 데리고 가겠다.

수상한 신자

(어색한 에기르어) 자, 형제여, 편히 잠들어라. 우린 늘 함께 할 것이다.

입으로 단백질을 섭취하는 건 일종의 식사 행위이다. 하지만, 그는 자기 형제를 먹을 생각이 없었다.

그는 또 다른 원초적인 방법으로 둘을 하나로 합쳐야 했다.

그건 바로 '키메라'이다.

수상한 신자

윽, 아아……

알티

저 사람 뭐 하는 거야?

켈시

……동화하고 있는 거야. 시테러의 몸통 일부를 강제로 자기 몸 안에 끼워 넣는 가장 간단한 방식이지.

알티

말려야 하는 건 아닐까? 징그러워, 너무 보기 흉하잖아.

켈시

말려야지. 하지만 우리는 아니야.

과묵한 신자

……! 후안!

수상한 신자

하아…… 뭐야…… 나…… 난 아직 그가 살아 있는 것 같아…… 뭐라고?

과묵한 신자

재판소 놈들이야!

수상한 신자

너…… 으, 으악……

성도 카르멘

……추악한.

성도 카르멘

비록 황폐한 예배당이라 할지라도 여긴 이베리아 재판소의 성지다. 그런데, 너희들은 우리의 율법과 신조를 공개적으로 모독하고 있구나.

과묵한 신자

……정말로 재판소 놈들이 숨어 들어왔구나. 그런데 저 에기르인은 또 뭐지?

과묵한 신자

후안!

수상한 신자

너……! 이베리아인…… 으악…… 빌어먹을!

수상한 신자

저 녀석을 죽여!

수상한 신자

으아아아!

성도 카르멘

어두운 호수에서 황혼 녘의 산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시테러는, 썩은 고깃덩어리 냄새와 뒤엉켜 있고, 새로운 터전의 보좌를 탈취할 뻔한 반역자는 소리 내어 웃고 있구나.

성도 카르멘

살비엔토에 이어, 이렇게 볼품없는 마을이라니. 재판소에서는 여전히 심해 교회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한 것 같구나. 네놈들은 틈만 있으면 파고드는군.

과묵한 신자

후안! 재판관! 네 이놈……!

성도 카르멘

너희들은 내가 봤던 그 어떤 심해 잔당들보다도 연약하고 무능한 녀석들이거늘, 왜 이 평범한 마을을 고른 것이지?

성도 카르멘

대답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