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스툴티페라 나비스

SN-ST-1옛 우물

사이드 스토리브릿지2022-11-03

요즘 보기 드문 해변 마을 그란파로에 로도스 아일랜드, 이베리아, 얼라이브 언틸 선셋까지 모였다. 곧 폭풍우가 휘몰아치려 한다.

등장 오퍼레이터: 엘리시움, 켈시, 글래디아, 스카디, 스펙터 디 언체인드, 루멘


'대지'.

이 말은 그 좁음 때문에 널리 알려져 있네.

먼 옛날엔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것과, 우리의 삶과 관련된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는 위대한 말이 있었을까?

그 위대한 말은 땅과 하늘을, 내륙의 나라들엔 잘 알려지지 않은 바다를 포함하여…… 입을 열어 단어 하나 내뱉는 것만으로도 수억 년간 생명의 과정을 묘사하는 것이 가능했을까?

그 말은 인류의 머리 한구석 어딘가에 존재하는 것일까, 켈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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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시

당신이 모를 리가 없을 텐데.

점잖은 노인

내가 아는 지식이 적지는 않네만, 나도 매일 질문을 해야 하네. 모든 사람은 미지에서 벗어날 수 없고, 미지는 영원히 사람들을 괴롭히지.

켈시

……

켈시

……(오래된 살카즈어) '세계'.

점잖은 노인

흠, 난 그대라면…… (사르곤어) '세계'라고 할 줄 알았네만.

점잖은 노인

그건 살카즈어인가?

켈시

맞아.

점잖은 노인

신기하군, 자신을 의사라고 일컫는 필라인이 보인 첫 반응이 마족의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라니.

점잖은 노인

그대의 신분은 바다 위의 구름처럼 변화무쌍한 것 같군.

켈시

그렇다고 말의 성질이 변하진 않아.

점잖은 노인

말이라…… 켈시, 여길 보게, 우물일세.

점잖은 노인

그대는 여기서 어떻게 담수를 얻는지 아는가? 이베리아 사람들이 어떻게 이 푸른 초석을 이용해 건물을 쌓아 올리는지 아는가?

켈시

과거의 이베리아 귀족들이 오만으로 인해 판단력이 흐려지지만 않았어도, 저 바다는 이베리아를 난공불락의 요새로 만들었을 거야.

켈시

이 우물은 매우 깊고, 바다와도 아주 가까워.

점잖은 노인

보게나, 이 우물은 아직 마르지 않았고, 가짜 태양을 품고 있네.

켈시

이젠 서둘러 가야 해.

노인은 아무 대답 없이 바닥에서 돌 하나를 주워들었다.

지극히 평범한 돌멩이라 감상할 가치도 없어 보였지만, 노인은 바닷바람이 남긴 촉감을 느끼기라도 하는 듯 여전히 우물 바닥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켈시는 더 이상 재촉하지 않고 묵묵히 앞에 있는 노인이 대답하기를 기다렸다. 그녀는 구름이 움직이는 걸 보았고 바람이 세다는 걸 느꼈다.

점잖은 노인

서두를 것 없네, 켈시, 급할 것 없어. 우린 좀 더 쉬어도 되네…… 자네가 어떤 준비를 했던 간에 말이지.

점잖은 노인

여기에 돌멩이 하나를 던져 넣으면, 물소리가 들리기까지 얼마나 걸릴 것 같은가?

켈시

5, 6초쯤.

점잖은 노인

이베리아의 가장 순박한 사람도 이 바다를 이용할 줄 안다네. 이 우물의 깊이에도 지혜가 숨겨져 있지.

켈시

하지만 지금의 빅토리아의 농부나 컬럼비아의 노동자들은 바다의 전모조차 모를 거야.

점잖은 노인

음…… 켈시, 내가 오는 내내 그대에게 총 몇 개의 질문을 했지?

노인이 돌멩이를 쥔 손을 높이 치켜들고 손바닥을 펴자, 돌멩이가 손에서 미끄러 떨어졌다.

두 사람은 모두 돌멩이를 주시하고 있었지만, 속도도 너무 빠른 데다 어둠에 섞여들자 더 이상 돌멩이의 궤적을 쫓아갈 수 없었다.

2초, 어쩌면 3초, 두 사람 사이에 적막이 흘렀다. 순간 바람 소리조차 그쳤다.

고요하다. 켈시는 고요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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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당'

작은 물소리가 우물 벽을 뚫고 나와, 단 몇 초간의 짧은 순간에 이 대지가 얼마나 고요했었는지를 두 사람한테 일깨워주는 듯했다.

켈시

123개, 참 매력적인 숫자인 것 같아.

점잖은 노인

123개의 질문, 123년. 지금의 재판소에…… 나보다 나이 많은 재판관은 없네.

점잖은 노인

대다수 재판관들은 싸우다 죽었고, 천수를 누린 자는 거의 없다네. 이 끝이 보이지 않는 고통 속에서 두려움에 굴복한 일부 사람들은, 그 말로가 그다지 좋지 못했지.

점잖은 노인

나는 이베리아의 모든 걸 봤다네. 함대가 돛을 올리는 것도 봤고, 빅토리아 사절들의 떨리는 목소리도 들었었지.

점잖은 노인

하지만 거대한 고요함이 모든 것을 파괴했네, 마치 꿈에서 깨어나는 것처럼. 모든 이베리아 사람들은 아직도 재난에 대한 원망과 아름다운 꿈이 깨진 것에 대한 실의에 빠져있다네.

켈시

리베리는 장수하는 종족이 아니야. 리베리의 엘더즈나 건강한 장수자들도 지금의 이베리아가 겪는 재난을 감당하기 어렵지.

켈시

당신의 수명은 기적이야. 재판소가 기적을 만들어낸 거지. 그리고 그것이 당신에게 전례 없는 사명감을 주었고.

켈시

사상과 영광이 추락하기 시작한 시대에 당신과 초기 재판소 동료들은 '성도'라고 높이 불렸지.

점잖은 노인

'성도', 세상 사람들을 인도하는 데 쓰이던 그 호칭은 마치 땔감과도 같지…… 지금은 재만 남았네.

점잖은 노인

백 스물세 번의 계절이 바뀌는 동안, 오직 겨울만이 나에게 흔적을 남겼네. 수많은 진실을 봐 왔으나, 유독 봄날은 어떤 모습이었는지 기억이 안 나.

점잖은 노인

……켈시.

켈시

응.

노인의 눈빛이 변했다.

신념은 일종의 언어고, 기도는 길을 만든다. 이베리아란 이 나라, 어쩌면 국가를 초월한 개체가 지금 자신의 아래턱을 만지며, 바람의 속도를 계산하고 있다.

점잖은 노인

나는 지금까지 백이십삼 년의 세월을 살아왔네. 그리고 나는 그대에게 내가 깨달은 백스물세 개의 질문을 던졌지.

점잖은 노인

하지만 그대는 내가 던진 모든 질문에 답을 했네. 그대는 내가 아는 모든 걸 알고 있지.

점잖은 노인

인류는 계속 나아가고 있고, 비밀은 끊임없이 나타나겠지. 하지만 지식은 결코 이미 알고 있는 것, 즉 '기지'의 높은 벽은 넘을 수 없을 걸세.

점잖은 노인

하지만 우리가 맞서야 할 상대는, 바로 그 높은 벽 너머에 있네. 그곳은 어두컴컴한 검은 숲일세.

점잖은 노인

하지만 켈시, 그대는 높은 벽의 이쪽에 있는 건가……? 아니면 숲의 저편에 있는 건가?

켈시

당신한테 달렸어.

점잖은 노인

흠, 허허…… 그대는 심지어 그쪽에 있는 나무에 나뭇잎이 몇 개 있는지도 알고 있구먼. 무서운 여자야.

점잖은 노인

이베리아의 성도는 여전히 사람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봉이라는 데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네. 하지만, 그대는 그 범주를 벗어났으니, 절대 평범한 사람이라고는 할 수 없지.

점잖은 노인

그대는 아마도 어떤 특별한 아츠를 사용해 수명을 연장했거나, 혹은 어떤 오래된 신분을 물려받았거나, 아니면, 큰 뜻을 품은 영혼을 품고 있겠지.

켈시

……

점잖은 노인

설령 신앙이 사상으로 짜인 사기극이라 할지라도 우린 희망을 굳게 믿었네. 하지만 안타까운 건, 노쇠가 우리를 하나둘 무너뜨릴 때까지, 우린 아직도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는 걸세.

점잖은 노인

자신의 오리지늄 아츠나 다른 수단을 이용해 노쇠를 이겨낸 저 장생자들은 적에게 끊임없이 시달려야 하는 긴긴 세월 속에서 더욱 두려움을 느낄 게야.

켈시

에기르가 언제부터 이베리아에도 미지의 공포가 된 거지?

점잖은 노인

맨주먹뿐인 한 아이가 어떻게 무기를 든 낯선 사람의 도움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겠나?

켈시

하지만, 그 아이가 물에 빠져 죽기 직전이라면?

점잖은 노인

그대는 여전히 그대가 말한 것을 증명해야 하네. 에기르의 지금 상황이 정말로 그대가 말한 대로인가? 시본과 그것의 근원을 이길 방법이 정말 있는 겐가?

점잖은 노인

그렇지 않다면, 이베리아는 그대를 믿지 않을 걸세. 나도 자넬 믿지 않을 거고.

점잖은 노인

내가 죽기 전에, 켈시. 내가 죽기 전에 그대가, 그대들이 반드시 이베리아에 증명해 보여야 하네.

점잖은 노인

안 그러면, 바닷물이 문명의 불을 꺼뜨리고, 다른 나라에서 준비를 마치기 전에 놈들이 이베리아를 넘어…… 이 '세계'를 갈기갈기 찢어버릴 걸세.

점잖은 노인

어쩌면 테라 문명과 사회의 전반 과정을 부정하는 것이, 놈들 사고의 먼지 속에선, 단지 적자생존의 일부일 지도 모르네.

켈시

또 어쩌면, 우린 근본적인 차이가 없는지도 모르지.


……해변의 작은 마을, 고즈넉하면서도 음침하다. 조용하면서도 시끌벅적하다. 생기가 넘쳐 보이지만 곳곳에 위험과 미스터리가 도사리고 있다……

창작 의욕을 북돋울 수 있는 곳이야!

너희 생각은 어때?

프로스트

(경쾌한 기타 독주)

아야

바닷가는 분위기가 심상찮아. 벌써 그 고약한 녀석들의 냄새가 나는 것 같아.

아야

난 아직도 우리가 이렇게 경솔하게 해변에 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알티

괜찮아, 자극적이면 영감이 더 잘 떠오를 거야. 댄을 봐봐, 벌써 서두르고 있잖아?

프로스트

(중후한 기타 독주)

음악의 영감!

알티

……맞아, 영감을 얻을 기회지.

아야

난 우리가 이미 변한 저 바다에서 영감을 얻을지는 한 번도 생각 안 해봤는데.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으니까, 더 생각해 볼 만하지.

알티

네 말이 맞아.

프로스트

(찬성의 기타 독주)

아야

……그럼, 우리 따로따로 움직일까? 난 혼자 짐을 여관에 두고 올게.

좋아! 그럼 난 저쪽에 가볼까?

알티

너 혼자?

아야

걱정해줘서 고마워, 우리가 여기에 있으면 '위험'할 수 있다는 걸 기억해준 것도 고마워.

프로스트

여관은 어디에 있어?

그러고 보니, 이 작은 마을에 여관이 있을까? 이런 곳에 오는 사람이 있기나 하려나?

아야

우린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해.

알티

맞아, 살아남아야 음악도 할 수 있어.

프로스트

(독주)

아야

……바다. 바다다.

아야

우리가 돌아왔다.


조르디

죄송한데요…… 좀 비켜줄 수 있을까요?

엘리시움

어, 그래.

조르디

오늘도 하루종일 예배당에 앉아계셨나요? 윽……

엘리시움

엘리시움이라고 해.

조르디

죄송해요…… 벌써 여러 번 뵀는데.

엘리시움

괜찮아, 여기서 '엘리시움'이란 이름은 흔치 않지?

엘리시움

그보단, 이베리아에선 나 같이 잘생긴 남자가 흔치 않지?

조르디

……하……

조르디

당신같이 자신감 넘치는 사람은…… 확실히…… 흔치 않은 게 사실이에요.

엘리시움

……그래.

엘리시움

나도 여기에서 한동안 지낸 후에야 내가 고향이라고 생각한 곳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걸 깨달았어.

조르디

엘리시움 씨, 혹시 오늘도 여기에서 사람을 기다리고 계시는 건가요? 벌써 며칠이나 된 것 같은데……

엘리시움

하하, 내 일의 성질상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야. 그리고 벌레나 오리지늄 무더기투성이인 원시림보다는 여기가 나아.

조르디

…… 엘리시움 씨는 외지에서 오셨나요?

엘리시움

어, 그게 느껴져? 설마 이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 때문인가?

조르디

사실…… 음…… 그것보다도, 이렇게 말할 수 있겠네요.

엘리시움

예를 들면?

조르디

입고 있는 옷…… 이라던가.

엘리시움

너 뭐 좀 아는데?

조르디

……그란파로를 찾는 사람은 드물어요. 여긴 사람이 드물어서, 여기서 나고 자란 아이들은 마을 주민들의 얼굴을 다 알아볼 정도예요.

조르디

그리고…… 바다와 가깝기 때문에…… 이렇게 적극적으로 에기르인과 대화하려고 하는 리베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어요.

조르디

특히 재판소 사람들이 자주 들락거리기 시작한 후부터는 더더욱이요……

엘리시움

……그랬구나.

엘리시움

알아, 그런 일 나도 많이 겪었어.

조르디

이런 일이 이베리아의 다른 도시에서도 발생한다고요? 사람들이 춤추고 노래하며 태평성세를 찬미한다고 소문난 도시에서도요……?

엘리시움

이베리아 외의 모든 지역에서 다 일어나고 있어. 내가 보기엔 다 거기서 거기야. 각자의 고충이 있는 거지.

엘리시움

근데 난 더 골치 아픈 에기르인을 만난 적이 있어.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야. 자신이 알고 있는 상식을 죄다 다른 사람의 머릿속에 집어넣고 싶어 하는 그런 사람 있잖아.

엘리시움

넌 이 정도면 아주 어울리기 좋은 편이야.

조르디

으음……

엘리시움

……너 왜 “네가 아는 상식이 과연 쓸모가 있을까?”라는 표정으로 날 쳐다보는 거야?

조르디

아, 아니에요!

엘리시움

내가 마치 백수처럼 매일 길거리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아도, 나도 아~주 많은 곳을 돌아다녔고, 아~주 많은 일들을 겪었어.

조르디

엘리시움 씨는 탐험가이기도 하셨군요…… 다른 곳의 에기르인은 어떻게 살고 있나요?

엘리시움

……하하.

엘리시움

괜찮게 살고 있어.

엘리시움

……괜찮게.


???

티아고 촌장님…… 매일 이곳에 안 나오셔도 돼요.

티아고

안 좋은 소문이 돌고 있다. 너희가 걱정되는구나…… 아마이아.

아마이아

안 좋은 소문…… 혹시 그 사교도에 관한 소문 말인가요?

아마이아

재판소가 우리랑 이렇게 가까이 있고, 우린 바다와 가까이 있을 뿐만 아니라, 지금의 이베리아 중심과도 이렇게 가까이 있어요.

아마이아

어떻게 그런 일이 발생할 수 있겠어요?

티아고

나도 확실치가 않다. 다만 바다와 가까운 곳이라면, 그게 어디든 그런 일이 발생할 수 있어. 그건 드문 일이 아니야.

티아고

그리고…… 해안가에서 괴물을 봤다는 사람도 있다.

아마이아

……페드리 영감한테서 들으셨나요?

아마이아

그 사람은 술을 적게 마시면, 늘 횡설수설하곤 해요.

티아고

……

아마이아

착한 티아고 씨, 티아고 씨는 예배당에서 일하는 조르디를 걱정하시는 거죠?

티아고

……난 배운 게 없어서…… 아마이아가 도와준다면 내가 좀 안심할 수 있을 것 같다만……

티아고

그 소문들이…… 과연 사실일까? 유령선, 사교도, 그리고 심해에 잠복해 있는 괴물까지……?

아마이아

재판소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가 바다에 나가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있어요.

티아고

그래, 84년이 됐는지, 85년이 됐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구나……

아마이아

고요함 사건이 일어난 것은 1038년이에요. 금지령이 시행된 지는 5, 60년밖에 되지 않았고요.

아마이아

티아고 씨, 당신은 자신의 기억 속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갇혀 산 것인가요? 나이가 그렇게 많아 보이지도 않은데, 혹시 태어날 때부터 이 마을에 갇힌 건가요?

티아고

청빈한 삶이 일종의 구금이라면, 난 오랫동안 갇혀서 산 게 맞아.

티아고

마린이 죽은 뒤로, 난 심지어 바다 가까이도 가지 않았지. 바다가 원망스러웠거든.

아마이아

……사실 당신은 그 유언비어가 무서운 게 아니라, 재판소가 무서운 거겠죠. 더 많은 징벌군이 와서 에기르인을 모조리 잡아갈까 봐 두려운 것이겠죠.

티아고

……

아마이아

하아, 불쌍한 티아고 씨……

아마이아

재판소에서 그 에기르 여자를 죽였고, 당신의 사랑하는 사람을 앗아갔으니, 당신의 불만과 분노는 이해가 돼요. 하지만, 모든 사람을 위해 말과 행동을 조심하는 게 좋을 거예요.

티아고

……어쩌면 네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구나.

티아고

……그래, 네 말을 들으마. 넌 우리보다 아는 게 많으니까…… 오늘은 뭐 하고 있었니?

아마이아

저야 늘 똑같죠 뭐, 티아고 씨. 무서울 정도로 한적한 이 마을에서 제가 할 일을 할 뿐이에요, 시답잖은 번역가 일 말이죠.

아마이아

그런데, 벌써 몇 개월째 전달자가 마을에 오지 않아, 원고가 너무 많이 밀려 걱정이에요.

티아고

하아, 번역이라니! 난 평생 이 마을을 떠난 적이 없어서 이베리아어 말곤 다른 언어는 아는 게 없거늘.

아마이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네요……

티아고

그렇군, 조르디도 일을 거의 끝냈겠지…… 유언비어 때문에 요 며칠 새에 재판소에서 조르디를 찾아와 괴롭히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티아고

그럼, 나 먼저 가보마, 아마이아.

아마이아

조심히 가세요, 티아고 촌장님.

아마이아

사교도라……

아마이아

……

아마이아라는 이름을 가진 젊은 여자는 잠깐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눈앞에 있는 종잇장에 몰두했다.

우르수스의 소설, 카시미어의 일대기, 라이타니엔의 시, 사르곤의 민간 이야기……

지금 이 순간, 대지는 책이라는 형태로 여자의 앞에 쌓여, 문자라는 이름으로 해석되고 있었다. 질서 있게, 엄숙하게.

공기는 매우 습했고, 여자는 무심코 페이지의 모서리를 만지작거렸다.

아마이아

……바다의 감촉.

아마이아

“물보라는 빨라지고 있다. 바람은 겁을 내고 있다. 산호로 그려진 수평선은, 온통 형광으로 물들어 있다.”

아마이아

“우리는 날개가 없는 스스로를 원망할 것이다.”


엘리시움

업무 다 끝났어?

조르디

어, 네, 끝났어요……

조르디

보시다시피, 평소에 여기엔 아예 사람이 없어서, 제 업무는 잠깐 청소만 하면 끝이에요.

조르디

엘리시움 씨는 오늘도 기다리실 건가요?

엘리시움

응, 그 사람들은 지난주에 벌써 도착했어야 하거든. 근데 윗선에서도 말했었어, 다 이상한 사람들이라 지각해도 이상하지 않을 거라고.

조르디

지각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요즘도 그란파로에서 만나기로 약속하는 사람이 있나 봐요?

엘리시움

이상하지? 나도 이상하다고 생각해. 그래서 미저리 씨가 이 일을 말했을 때, 내가 자진해서 왔어.

엘리시움

하지만, 이렇게 한 달이나 있을 줄은 몰랐지만 말이야.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어.

조르디

근데 재판소에서…… 당신들과 같은 외지인을 그란파로에 들일 리가 없을 텐데요?

엘리시움

여기가 재판소의 중추와 너무 가까워서?

엘리시움

아니면…… 바다와 가까워서?

조르디

……둘 다일 수도 있어요.

엘리시움

……그렇군……

조르디

엘리시움 씨는 여기에 어떻게 오셨어요? 제가 가본 곳이 많진 않지만, 그란파로가 버림받은 구석진 땅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어요……

엘리시움

안 그래도 심심했는데, 네가 궁금하다면 얘기해 줄 수 있어. 말벗도 생기고 좋지 뭐.

조르디

폐를 끼치는 게 아니라면, 다음에…… 앗!

조르디

죄송해요,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었네요. 티아고 아저씨가 절 기다리고 계셔서, 집에 가서 밥해야 돼요……

엘리시움

가족이야?

조르디

음…… 그런 셈이죠. 티아고 아저씨가 절 키워주셨거든요.

엘리시움

거 봐, 넌 자신이 에기르라고 그렇게 의기소침해 있을 필요 없어. 누군가 선의를 베푸는 사람도 있으니, 너도 좀 긍정적으로 생각하도록 해.

조르디

……네, 고마워요, 엘리시움 씨.

[CG: 27_i26]

그란파로. 이베리아의 고대 언어로는, 등대를 뜻한다.

등대는 일찍이 배를 밝게 비춰주는, 선원들이 돌아갈 곳이기도 했다.

배가 바다를 사랑하게 되고, 서로 포옹하고, 또한 함께 멸망할 때까지, 얼마나 많은 영혼이 암초 아래에 잠들게 될까?

조르디

(아마이아 씨? 어디 가는 걸까…… 어.)

조르디

(간만에 저기가 시끌벅적하네, 무슨 일이지?)

[CG: 27_i26]
알티

어디 갈 거야?

예배당! 사람들은 두 손으로 기도를 하는 게 아니라, 징과 북을 치는 방법을 배워야 해.

아야

……이 광장이 바로 이 마을의 중심지야. 모든 건물이 이 광장을 둘러싸고 있어.

프로스트

조각상, 등대.

프로스트

바다의 등대이기도 하고, 이 마을의 등대이기도 한…… 두 가지 의미.

그 비유 너무 촌스러워!

지나가던 마을 주민

수상한 사람들이야, 너무 가까이하지 마……

구경하는 마을 주민

전에 페드리 영감이 말했잖아……

지나가던 마을 주민

괜히 잘못 엮였다간 재판소에 끌려갈 수도 있어.

지나가던 마을 주민

그러게 말이야. 요즘 외지인이 왜 이렇게 많이 늘었지? 재판소에서는 신경도 안 쓰나?

조르디

(못 보던 사람들인데…… 저 사람들 꾸민 걸 보면…… 뮤지션들인가?)

조르디

(윽, 저 여자가 이쪽을 보고 있는 건가?)


아야

......

조르디

아, 안녕하세요.

아야

해변에서 에기르인을 만나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너 같은 에기르인이 있다는 건 오히려 신기하게 느껴지네.

아야

너…… 혹시, 여기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

조르디

뭐, 뭐라고요?

아야

그래, 모르는 걸 보니, 너도 바다에서 태어난 아이는 아니구나. 넌 육지에서 태어난 에기르인이었어.

아야

하아, 정말이지, 이젠 놀랍지도 않아.

알티

아야, 이쪽이야!

아야

응, 갈게.

아야

아, 맞다…… 너…… 음……

조르디

제, 제가 왜요?

아야

저 조각상 위에 있는 저게 뭔지 알아? 현지인은 다 알아?

조르디

저…… 저건 등대예요. 전에 저 등대를 둘러싸고 많은 작업이 이뤄졌던 것 같아요, 후에 많은 노동자 가족이 이곳에 남게 되었고요……

아야

너도?

조르디

아…… 네, 우리 집에 아직도 그때 당시의 물건들이 일부 남아 있어요. 도면이라던가, 사진 같은 거요……

아야

음…… 등대구나. 이베리아의 등대, 육지 국가의 등대라, 재미있네.

아야

냄새가 네 몸에서 풍기는 건 아닌 것 같네. 그렇다면 너희, 각별히 조심해야겠어.

조르디

처음 보는 사람들이네…… 저건 악기인가?

조르디

……혹시 엘리시움 씨가 기다리는 사람들인가?

티아고

조르디.

조르디

앗, 티아고 아저씨, 미안. 내가 좀 일찍 아저씨한테 갔어야 했는데……

티아고

저 사람들이랑 엮이지 말거라. 저 사람들의 꼬리와 귀가 보이지 않아, 날개도 그렇고. 어쩌면 저 사람들 모두 에기르인일 수도 있다.

조르디

난……

티아고

조르디, 착하지? 넌 내가 에기르인한테 편견이 있어서 그러는 게 아니란 걸 알잖느냐. 요 며칠 떠도는 소문을 잊은 건 아니겠지?

티아고

외지에서 온 에기르인들이랑 너무 가까이하지 말거라. 에기르인이 해변에 나타났는데, 그 사람 옆에 재판관이나 징벌군이 없으면 분명 문제가 있는 걸 테다.

티아고

나도 저 사람들이 착한 사람이라고 믿고 싶다. 하지만 재판소에선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어. 그러니…… 미안하다…… 난 네가 잡혀가는 꼴을 볼 수 없다. 그러니 넌 반드시 착하게 보여야 한단다.

조르디

알았어. 내게 사과 안 해도 돼, 티아고 아저씨.

조르디

……나도 다 알아.


켈시

의외군, 당신이 이렇게 흔쾌히 승낙하다니.

성도 카르멘

세 명의 어비설 헌터스…… 살비엔토에서 벌어진 일은 나도 알고 있네. 아이린은 언제나 상세하게 보고하니까.

성도 카르멘

그러고 그대가 이베리아를 망가뜨리려 한다면, 더 간단한 방법이 있었겠지.

성도 카르멘

어비설 헌터스…… 보고서에 적힌 대로 그들이 정말로 그렇게 강하고 날렵하다 할지라도, 세 명 정도는 재판소에서 충분히 제어할 수 있네.

성도 카르멘

재판소에선 그 사람들을 처형할 권한을 유보했을 뿐이지. 난 그저 그대가 말한 진실이 궁금해서, 그 사람들이 이베리아 땅을 밟을 수 있도록 허락했을 뿐일세.

켈시

이베리아는 바로 그 오만함 때문에 지금처럼 상황이 나빠진 거 아닐까?

성도 카르멘

사실 우리는 오만이란 단어의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네. 오만은 인간에게 있어 그림자와도 같아, 관속에 들어가는 그 순간까지도 함께 하는 법이니까.

성도 카르멘

그대와 인연이 있는 두 재판관은 이미 재판소로부터 밀령을 받았다네. 필요하다면 그들은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낼 것일세.

성도 카르멘

……그리고 몇몇 정체불명의 에기르인이 그란파로에 나타난 것 같네. 그런데, 그대는 그들에 대해 말한 적이 없어.

성도 카르멘

그녀들은 누구인가?

켈시

그녀들은 에기르인이 아니야.

성도 카르멘

……

성도 카르멘

이베리아의 역사를 언급한 적은 극히 드물지만, 이 나라의 전성기 때 우린 무려 전 대륙을 가로질러 볼리바르 평원으로 진군한 적도 있네……

성도 카르멘

수많은 금화와 지식이 우리의 도시로 흘러들어왔지, 마치 물이 높은 곳에서 계곡으로 쏟아지듯. 그 영광스러운 폭포가 내는 우렁찬 소리는, 심지어 파도를 덮을 수 있을 정도였다네.

성도 카르멘

……(사르곤어), 우뚝 솟은 것, 혹은 '베헤모스'.

성도 카르멘

어쩌면 내가 눈여겨봐야 할 건 그녀들일지도 모르지. 그녀들은 적의가 없어 보이나, 나의 경각심은 곤두서 있네…… 어쩌면, 그녀들은 바다에 속했었을지도.

성도 카르멘

켈시, 그대는 의사일세. 혹시 재판소의 부탁을 하나 들어줄 수 있겠는가?

켈시

……말씀해 보시지.

성도 카르멘

재판소의 중추는 해안에서 매우 가까운 곳에 있네. 우리는 언제든지 멸망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어.

성도 카르멘

하지만, 우리는 그대가 필요하네. 외부인으로서, 우리의 앞날을 내다 봐줄 수 있는 눈 말일세.

켈시

이 일에 관해서는 우리의 이해관계가 일치해. 나로선 거절할 이유가 없어.

성도 카르멘

더 긴 세월이 가져다주는 신비감은 정리하는 것이 좋겠지, 켈시. 나와 함께 백성들 사이에 잠복해 있는 악당이 대체 어디에 숨어있는지 찾아보세.

켈시

칭찬으로 받아 둘게…… 영광이야.


스카디

……글래디아.

글래디아

당신, 잠시 못 본 사이에 말투가 많이 바뀌었군요. 이런 점에서는, 확실히 예전과 많이 달라졌어요.

스카디

……제2대대장, 질문이 있어.

글래디아

그 썩은 내 나는 해안을 떠난 이후부터, 우린 이미 모든 정보를 공유했는데요.

스카디

전부가 아니야.

스카디

우리만 가도 충분한데, 왜 스펙터까지 데리고……

글래디아

스펙터를 봐요. 지금의 저 모습이 바로 그녀의 원래 모습이겠죠.

글래디아

로도스 아일랜드에서 치료받았을 때의 모든 기록을 다 알아봤어요…… 당신도 스펙터가 이렇게 말이 없는 모습은 처음일 거예요.

글래디아

당신은 스펙터를 돕고 싶지 않나요?

스카디

이렇게 해서 도울 수 있을까?

글래디아

어쩌면요.

글래디아

결국 그 환상들을 깨뜨릴 수 있는 건 스펙터 자신뿐이에요. 그녀 자신이 곧 열쇠에요. 스펙터라면 그 더러운 실험의 결론을 돌파할 수 있어요, 그녀는 로렌티나니까요.

글래디아

……다만, 그 전에 우리가 스펙터를 위해 온상을 준비해야 해요.

스펙터?

……

스카디

스펙터가 잠시 정신을 차렸을 때…… 난 그저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어……

글래디아

그렇게 감성적으로 굴지 마세요. 스펙터가 자신의 모습을 싫어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에요.

스카디

당신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켈시 선생님을 더 믿는 것 같아.

글래디아

아마도요. 켈시 선생님은 우리에게 기회를 만들어주기 위해 이베리아에 홀로 남겠다고 하셔서 놀랐어요…… 감사할 따름이죠.

글래디아

켈시 선생님의 일이 다 잘 풀렸으면 좋겠어요.


엘리시움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네.

엘리시움

오늘도 안 올 것 같군. 이 작은 마을에서 유일하게 눈에 띄는 건물에 있다 보면, 언젠가는 만나지 않을까 했는데……

엘리시움

여기에 처박혀 있는 것도 너무 지루해, 이럴 줄 알았으면 로도스 아일랜드에서 올 때 책이나 더 가져올걸……

알티

……라테라노 예배당이야! 해변에 이렇게 온전한 상태로 남아 있다니, 정말 놀라워! 음, 근데 여기 건물 스타일은 완전 다른 것 같은데.

알티

하긴, 라테라노의 예배당에 라테라노인만 있었다면 즉흥 연주를 할 수 있었는데, 여긴 분위기가 너무 침침하잖아…… 응?

엘리시움

어……

엘리시움

……알티 씨?!


티아고

당분간 해변 가까이에 가지 말거라, 조르디. 예배당은 아주 안전하고 깨끗하니깐 거기에만 있으렴.

티아고

넌 다른 일은 걱정하지 말거라…… 올해는 돌아온 젊은이들이 별로 없다. 여길 떠난 대부분 사람은 대도시에 정착할 방법을 찾으니…… 이제 우리는 재판소의 지원 없이는 살 수가 없지.

티아고

너도 잘 생각해 보거라, 여길 떠나야 한다는 내 말. 여기 있는 사람은 모두 전에 등대 보수 작업을 하러 왔다가 남은 노동자 가정뿐이야.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달라, 언젠가는 다 떠나겠지.

티아고

……조르디?

조르디

듣고 있어, 아저씨.

조르디

하지만, 에기르인이 여길 떠난다 해도 어디로 갈 수 있을까?

티아고

아마이아가 그러더구나. 바깥의 일부 지역에선, 이베리아의 다른 곳에선 에기르한테 그리 가혹하지 않다고 말이야.

조르디

하지만, 난 나만의 집을 찾고 싶어. 어떤 것, 어떤 관계, 난…… 그렇게 간단하게 결정할 수가 없어.

조르디

난…… 아직 준비되지 않았어.

티아고

……그래 알았다.

티아고

그래, 아마이아가 내게, 자기가 번역한 책을 또 한 권 줬단다. 나는 어차피 못 읽으니, 네가 예배당에 가져가 읽으며 시간을 보내려무나.

조르디

응.

조르디는 조용히 거리를 걸었다.

그는 앞에서 걷고 있는 등이 구부정한 노인을 보며, 지난해 티아고의 모습이 떠올랐다.

말없이 찾아온 노쇠가 세월이 흐르고 있음을 방증해주는 듯했다. 꿈에서 깨어난 순간부터 잠이 들 때까지 호흡 속에서 몸부림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조르디는 원망하지 않았다. 그는 이런 생활에 이미 익숙하다.

조르디

……티아고 아저씨.

티아고

왜 그러느냐?

조르디

난 지금처럼 지내는 게 좋아. 예배당에서 일손을 도우며 아이들도 돌보고, 가끔 작업 중에 다친 사람들을 치료해주면서.

조르디

최근 외지에서 온 리베리도 한 명 알게 됐어. 그는 이름이 엘리시움이라고 하는데, 매우 남달라 보였어. 날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조르디

재판소 사람들은 이 마을에 안 온 지 오래되었잖아. 그렇게 긴장할 필요 없어.

티아고

거긴 예배당이 아니라 초소란다. 노동자들이 아직 등대를 정비하려고 할 때 재판소에서 우리를 감시하기 위해 그곳에 초소를 세운 것이지.

티아고

하지만 지금, 새로운 해안선은 잠잠해졌고 이베리아의 눈 복구 작업도 보류되었으니, 재판소에선 당연히 우리가 죽든 살든 상관하지 않는 게란다.

티아고

물론, 냉정하게 말하면, 재판소가 아무 소용 없는 건 아니다. 재판소 사람들이 그것들을 막을 수만 있다면……

조르디

……그것들?

티아고

아무것도 아니다, 조르디. 노동자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유언비어일 뿐이야.

조르디

……유언비어……

티아고

조르디?

조르디

……


조르디

……여…… 여기에 있어?

조르디

저건 대체 뭐야…… 일단 티아고 아저씨한테 알려야 하지 않을까……

조르디

……!

바다 괴물

……


티아고

조르디? 뭘 생각하고 있는 게냐?

조르디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조르디

티아고 아저씨…… 해변엔 뭐가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