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1중심 광장
죽은 시테러 한 마리가 여전히 이 대지를 주시하고 있다. 그리고, 주시당한 모든 사람은 그란파로가 이미 어떤 큰 위기에 빠졌다는 걸 깨닫는다.
알티 씨! 저 그 《신들린 재구성》이란 노래, 정말 좋아해요!
그래? 미처 몰랐네. 사르곤 정글 지역에서 갑자기 떠오른 아이디어라, 너무 앞서가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그런데 그 닥터한테 당신 같은 부하가 있을 줄은 몰랐네? 다들 그 닥터처럼 재미없을 줄 알았거든.
하하…… 다른 분들은요?
댄은 흥분해서 해변으로 뛰어갔고, 아야와 프로스트는 묵을 곳을 찾으러 갔어. 좀 초라하긴 하지만, 그래도 재미있을 것 같아.
재미……요?
켈시가 당신한테 우리에 대해 말해주지 않았어?
조금만요. 중요한 물건이 당신들한테 있다고 했어요.
유명한 얼라이브 언틸 선셋이 켈시 선생님과 사적으로 연락하고 있다 해서 깜짝 놀랐어요……
솔직히 나도 놀랐어.
하지만…… 이곳에 우리 팬이 있어 정말 기뻐. 이번 여정이 좀 더 새로울 것 같아.
여러분을 만나니 한 달 동안 고생한 걸 다 보상받은 기분이에요. 아, 이 포스터에도 사인 좀 부탁드려요……
……당신은 무슨 마음으로 이베리아에 돌아온 거야?
말하자면 좀 복잡해요. 게다가 전 얼라이브 언틸 선셋의 알티 씨에게 이런 질문을 받아볼 거라곤 생각도 못 했어요.
우리 밴드 이름이 마음에 들어?
완전 마음에 들어요.
고마워.
켈시는 어디에 있어? 나는 켈시가 여기서 기다릴 줄 알았는데, “난 뭐든 다 알아”라는 표정을 지으면서 말이야. 그다음에 우리한테 모든 걸 알려줄 줄 알았거든.
저도 켈시 선생님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어요. 당신들보다 많이 늦진 않을 거예요.
좀 빨리 왔으면 좋겠네…… 곧 밀물 때니까.
……외지인, 어딜 가나 다 외지인이야. 요즘 어떻게 된 거야, 재판소에서 정말로 이 정도로 경계를 늦춘 건가?
그래. 외지인, 온통 외지인이군. 저 여자들은 하나같이 특별해. 몸에서 바다의 기운이 느껴져.
에기르인일까?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해. 우리 형제자매들이 다 무서워하고 있어.
서둘러야 해. 재판소에서 이렇게 소홀했던 적은 거의 없어…… 하지만 이 해역의 경계심이 늦추어진 게 재판소의 함정이라 할지라도, 우린 뒤돌아보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야 해.
형제자매를 돕고, 사자와 육지와의 연락을 재건하기 위해, 반드시 우리가 먼저 이베리아의 눈의 제어권을 가져와야 해…… 그럴 수 없다면, 차라리 파괴해야 해!
난 무고한 사람을 죽이고 싶지 않아. 그들도 다 내 가족이었으니까.
……
우리 조직에 더 많은 사람을 가입시켜야 해. 우린 훨씬 더 넓은 길을 선택할 수 있어. 이베리아나, 이 대지가 약속한 것보다 훨씬 더 나은 길 말이야.
저기…… 우리 형제자매들이 불안해하는 건 저 외지인들 때문일까?
아마도, 하지만 확실치는 않아. 우린 모두 약해, 형제자매들도 약해. 그러니, 경거망동해선 안 돼. 재판소에서 우리 모두를 죽여버릴 수도 있어.
우린…… 신중해야 해…… 안 그랬다간 이 대지에 너무 많은 피를 흘릴 수 있어. 그녀는 피 흘리는 걸 좋아하지 않아…… 우리든, 우리 형제자매들이든, 모두 억울하게 죽어선 안 돼.
……! 누구야?!
역시 이럴 줄 알았다. 사교도, 심해 신도…… 최근 몇 년간 이베리아에 안 왔더니, 사방에 놈들의 냄새가 나는군.
음…… 하지만, 켈시와 다시 만나는 게 벌써 기대되는걸. 켈시는 아직 안 왔나?
네. 켈시 선생님이 말하길, 재판소의 경계망에 걸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해요. 그래서……
이상하네. 켈시는 이베리아의 궐기를 지켜봤을 텐데, 어떻게 그들의 우두머리를 찾을 방법이 없을까? 왜 하필 이렇게 어설픈 방법을 쓰려고 하는 거지?
하하, 이베리아의 궐기는 몇백 년 전의 일이에요. 아무리 켈시 선생님이라도……
켈시가 요 몇 년간 처세술을 좀 배웠나 보네…… 하아, 난 아직 젊어서 그런지 잘 모르겠지만 말이야.
하하, 알티 씨는 농담도 잘하세요……
……만약 켈시 선생님께 정말로 뜻밖의 일이라도 생겼다면, 도와주실 건가요?
음…… 당신이 부탁한다면.
켈시가 당신들, 그 뭐더라, 아 맞아. 로도스 아일랜드에게 있어 그렇게 중요해?
……솔직히 전 켈시 선생님이 왜 이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베리아에 오시려고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건 켈시 선생님이 선택한 소임이라고 믿어요. 켈시 선생님도 위험을 무릅쓰고 이베리아에 오시는데, 저 같은 이베리아인은 더 말할 여지도 없겠죠.
……그렇구나.
그렇다면 나가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아니면 여기서 잠깐 기다려도 되고. 좀 있으면 누군가 막 뛰어 들어와 소리를 지를 테니까.
네? 무슨 말씀이신지……
광장에…… 괴물이…… 나타났다! 괴물이야! 아무도 없어?!
……! 알티 씨, 여기서 잠깐 기다려주세요. 제가 가서 확인해볼게요!
……냄새가 정말 고약해.
댄 말이 맞았어. 역류하는 폭포에 떨어지는 머릿속의 꽃, 비늘의 선율, 뿌리줄기의 노래를…… 부르면 당장이라도 뛰쳐나올 것 같아.
이번 여행을 마치면 정말 괜찮은 아이디어가 떠오를 것 같아.
저게…… 뭐야……?
페드리 영감 말이 맞았어…… 우리 할아버지의 일기장에서 본 적 있어! 저건 바다 괴물이야!
그런데, 저…… 저거 죽은 건가? 움직이지 않는데?
……죄송하지만, 좀 비켜주세요……
……
구름 사이를 뚫고 나온 빛이, 등대 조각상에 몸의 일부를 빼앗겼다. 땅 위에 쏟아지는 빛줄기의 피로, 그림자가 만들어졌다.
죽어 가는 시테러 한 마리가 조각상 그림자 아래에 조용히 누워 있다, 마치 황혼의 노인이 나무에 기대어 잠든 것처럼.
……
…………
……주 ……죽은 거야?
역시 페드리 영감의 말이 사실이었어! 진짜 괴물이야, 바다 괴물. 바다 괴물이 그란파로에 나타났어……!
저 녀석을 뭐라 부르는지 알아. 예전에 본 적 있어!
(저게 시테러야?)
(하지만 해안은 분명 매우 고요했고, 더군다나 재판소에서 어떻게 저렇게 명백한 걸 내버려 둘 수가 있지……)
시테러의 생기 없는 눈동자는 아직 주위를 둘러보고 있는 것 같다. 그에게 있어서, 육지는 물이 다 빠진 바다와 같을 것이다.
하지만, 녀석의 숨통이 끊기지 않았다 엘리시움이 착각하고 있을 때, 녀석의 눈동자는 꿈쩍도 하지 않은 채, 그윽하게 죽음의 심연을 바라보는 것 같았다.
(저 녀석이…… 날 쳐다보고 있는 건가? 아니면 뭘 보고 있는 거지……?)
누가 와서 이 시체 좀 처리해 줘!
저 녀석을 보니 징그러워, 만약 살아있다면 얼마나 무섭겠어? 사람도 잡아먹을까?
……
시테러는 말이 없고, 기형적인 껍데기에서 번쩍번쩍 빛이 났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그 녀석의 주변을 둘러싼다. 무섭고 의문투성이지만, 피어오르는 불꽃처럼 시테러에게 끌리기도 했다.
불꽃, 맞다. 시테러의 죽음은 마치 불꽃 같다. 상처나 핸드캐논이 남긴 총탄 구멍은 보이지 않는다.
죽음이 저 녀석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저 녀석이 죽음을 선택한 것이다.
……아니,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만약 저 녀석이 보고서에서 봤던 그 시테러라면…… 심해 교회는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가까운 곳에 있다는 말인데.
아마이아 씨! 빨리 이게 뭔지 봐봐요……
우선 진정하세요……
아마이아 씨, 혹시 이게 바로…… 바다에 있는 그……
여러분에게 거짓말을 할 순 없죠. 맞아요, 이 녀석은…… 바다의 괴물이 맞아요.
그, 그렇다면! 빨리 재판소에 알려야 해! 여기에 괴물이 나타났으니, 징벌군…… 아니지, 재판관님을 불러와야 해!
안 그러면 우리 모두 끝장이야!
사람들이 모두 예배당 방향으로 도망가고 있는 것 같은데?
왜 그러나, 이봐, 무슨 일인가?
광장에서 괴물 시체를 본 사람이 있대.
괴물…… 페드리가 말한 그 괴물?
맞아. 다들 재판소에 전달자 한 명을 보내야 한다고 난리야……
그 괴물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아? 이빨은 1미터나 되고, 눈은 8쌍이래…… 이봐, 티아고, 어디 가?
조르디, 집에 가서 기다려라. 밖에 나오지 말고, 무슨 일이 생겨도 밖에 나오면 안 돼!
하지만……
……아, 알았어……
우린 구경하러 나가지 말자. 저런 괴물은…… 전염병을 옮길지도 모르잖아.
……괴물……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 누구……?
……!
잠깐만요!
젠장, 에기르인! 저 에기르인이야! 저 사람이 닥치는 대로 우리 동포를 죽였어!
……윽, 상처가……
당신은……
……조르디?
절 아세요? 누구세요?
난…… 넌 내가 누군지 알 필요 없어. 누군지 말해도 몰라. 하지만, 난 너를 알아, 단지 네가 에기르인이기 때문이지.
다, 다치셨어요?
……응, 좀 싸매줄 수 있을까? 넌 예배당의 간병인이잖아.
저……
도와드릴 순 있어요. 하지만, 어쩌다 다치셨는지 알려주셔야 해요.
……알았어.
우리 어디 좀 앉아요.
조금만 참으세요.
……으윽……
움직이지 마세요! 뼈와 내장은 다치지 않으셔서 다행이에요…… 이건 무언가에 베인 상처인데요? 그리고, 피부에 나무 부스러기도 박혀 있어요. 어찌 된 일인가요?
어떤 에기르인이 내 형제를 죽였어. 나도 그 일에 휘말려 들었다가 겨우 도망쳐 나왔어.
사, 살인이요?! 여기서요? 그렇다면 빨리 티아고 아저씨한테 알려야 해요……
하, 하하, 티아고 촌장은 그 에기르인을 어찌할 수 없어.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그놈을 제재할 수 있는 건 재판소뿐이야.
하, 하지만, 그 사람이 당신의 가족을 해쳤잖아요……
우리는 늘 괴롭힘을 받고 있어. 무지함과 공포, 그리고 그 재난이 발생한 이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분노로 말미암아…… 고마워, 덕분에 많이 좋아졌어.
……혹시, 후안 씨 아닌가요?
날 기억하고 있네, 조르디. 그런데 너…… 바다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 없어?
바다…… 에요? 티아고 아저씨가 절 데리고 바닷가에 간 적은 있어요……
거긴 온통 캄캄한 바다였다. 바람이 머리카락을 스치고, 파도가 포효했다.
사람마다 '고향'에 대한 기억이 다르다. 그게 밀 향기일 수도 있고, 골목길 그림자의 각도일 수도 있고, 흙과 눈이 서로 스치는 소리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순간 조르디는 자신이 그란파로에서 생활하면서 이미 고향이라는 것을 가불 받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대지는 이미 진정한 바다를 잊은 것 같아. 하지만 우리는 어…… 언젠가는 바다로 돌아가야 해.
(서툰 에기르어) 고마워, 조르디. 도와줘서 고마워. 언젠가는, 무한한 이타성이 생존의 틈을 가득 메울 거야.
(서툰 에기르어) 조르디, 네가 만약 아직 에기르인이라면, 우리 일은 상관하지 말고 너만의 삶으로 돌아가. 그게 더 좋을 거야.
(서툰 에기르어) 어쩌면, 너도 네 부모님처럼 그 등대를 찾아 떠날지도 몰라.
무, 무슨 말씀이세요? 잘 안 들려요!
(서툰 에기르어) 도망갔던 가족들이 날 데리러 왔어. 하지만 괜찮아. 그란파로는 원래 발판에 불과했으니. 우린 곧 심해로 날아갈 거야.
……!
(가볍게 들리는 바스락 소리)
조르디, 조르디. 에기르인이여.
또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