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4등대 입구
조르디는 아이린의 엄호하에 등대의 입구를 찾는다. 그리고 마지막 기사는 이 등대가 거센 파도가 위장한 것이라고 집요하게 주장한다.
후아…… 날이 밝았나?
오퍼레이터들의 장비 소모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심각해…… 그래도, 재앙에서 이렇게나 많은 사람을 구해내다니, 다들 정말 대단해.
윽, 나도 정신을 차려야겠어.
마리아, 엔지니어링부에서 주문한 물건을 가지러 왔어.
아, 그라니! 잠깐만, 내가 어디에 뒀더라…… 요 며칠 정리를 안 했더니, 좀 어질러져 있어서……
아하하…… 여긴 저번보다 더 카시미어식 공방처럼 변한 것 같은데…… 응? 이건?
……소설책이야?
《마지막 기사》! 이게 왜 여기에 있지? 어젯밤에 발칵 뒤집어 놓았을 때 도면 밑에 깔려있었나…… 어쩐지 아무리 찾아도 안 보이더라니.
《마지막 기사》?
어릴 적에 언니가 선물해 준 거야. 내가 예전에 이 책을 제일 좋아했거든.
카시미어의 기사 소설이라……
이거 빌려도 돼?
물론이지!
앗, 아츠 유닛의 이론서가 여기에 있었네…… 미안해, 그라니. 아무래도 시간이 좀 걸릴 거 같아. 이따가 내가 직접 가져갈게.
괜찮아, 기다릴게. 이번에는 로도스 아일랜드에 꽤 오래 머물 수 있거든.
여기에서 소설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면 되지.
정말 미안해……
……
《마지막 기사》.
과장된 느낌이 있긴 하지만, 흔한 이름이기도 하다. 카시미어의 소설에는 수백 명의 마지막 기사, 가장 빠른 기사, 최강의 기사가 있을 것이다.
그래도 빛의 기사가 동생한테 선물한 소설이라면 무언가 특별한 점이 있겠지?
그라니는 그렇게 생각하며 책장을 넘기다가, 그 안에 있는 책갈피를 발견했다.
위에는 카시미어 문자로 비뚤비뚤하게 쓴 글자가 있었는데, 어쩌면 책 안의 대사를 베껴 쓴 것인지도 몰랐다.
“파도가 시끄러우면, 바다를 조용하게 만들어라.”……?
전설의 마지막 기사는 이베리아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의 눈에 비친 적들은 모두 살아 있는 생명만이 아니었다. 돌격의 목표는 오직 산과 도시, 파도뿐이었다.
전설의 마지막 기사는 투구를 벗는 법조차 잊을 때까지 매일매일을 해안에서 바람과 이슬을 벗 삼아 노숙하였다.
전설의 마지막 기사는 거센 파도와 싸우다 사라졌다. 그의 가족들은 그가 해안가에 남겨놓은 유물을 발견하였는데, 그것을 기사의 나라로 가져가, 깊은 산 속에 묻었다.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그 혹은 그녀의 이야기가 한 시인에 의해 알려지고, 각색되고, 구전되면서 그에게 의미와 기호가 부여되었다. 그렇게 되어 기사는 기사의 나라로 돌아가, 논쟁에 휘말렸다……
하지만……
……광기에 사로잡힌 기사가 바다와 시간, 그리고 죽음을 극복했다고 믿는 사람도 있다. 그는 만물이 종말을 맞을 때까지 계속 쫓아갈 것이다.
......
............
당신…… 누구야?
......
기사는 죽은 듯이 글래디아를 쳐다만 볼 뿐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글래디아는 기사가 자신을 쳐다보는 게 아니란 걸 금세 깨달았다.
기사는…… 자기 자신의 품 안에 있는 열쇠를 보고 있을 뿐이었다.
큭……콜록콜록……큭……
기사가 입을 벌려 무언가를 말하려 했다. 쉰 목소리는 마치 근육이 찢어지는 소리 같았다.
기사는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대는 이 열쇠를 어디에서 얻었나?
……
말해두지만…… 로도스 아일랜드의 내부 사정을 알고 싶은 건 아닐세.
하지만 저건 브레오간이 남긴 유산이네. 네 마리의 베헤모스를 통해 다시 어비설 헌터스에게 전해진.
우연한 기회에 어비설 헌터스 중의 한 명이 카시미어에서 그 열쇠를 발견했어.
……카시미어? 정말 먼 나라군. 젊었을 때, 스승을 따라 기사의 나라에서 온 사자를 접대한 적이 있는데, 손에 실버랜스를 든 출정 기사가 자신들의 이상을 묘사하는 걸 엿들은 적이 있지.
그 나라도 많이 변했다고 하더군.
그 변화가 좋고 나쁨을 떠나서, 이 시대의 정치적 실체에 따라 발생하는 이런 변화는 이베리아와 인연이 없었네.
우린 덫에 걸린 짐승처럼 몸부림치고 저항하면서, 피를 흘리고 고통스러워할 것일세. 그리고, 포기하는 순간 죽음의 길에 들어서게 되겠지.
우리가 아직 인간인 배신자들을 끄집어내기 전에, 새로운 의문이 생겼네, 켈시.
그 소년이 브레오간의 후손이란 걸 그대도 알고 있겠지. 재판소에서는 이런 중요한 단서를 놓칠 리가 없을 테니까.
그대는 왜 그 아이가 헛된 죽음을 당하게 그냥 내버려 둔 건가?
(동료를 부르는 소리)
대재판관님!
……수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등대에 도착하기 전까진, 놈들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 대재판관님! 대문을 여는 방법을 찾았어요!
하지만 이베리아의 눈의 핵심 구조는 아주 높은 탑이에요! 엘리베이터가 작동되지 않아서, 걸어서 올라가는 수밖에 없어요!
(꿈틀대며 기는 소리)
대재판관님! 시간이 필요합니다!
너는 그 에기르인을 데리고 먼저 가라.
시간이 별로 없다, 아이린.
네! 어서 가자!
아, 잠시만요!
(격렬한 사르륵 소리)
……!
……음, 그녀들인가? 아니, 등불이 흔들리고 있군. 무언가가 내 아츠의 영역에 들어왔다.
(머뭇거리는 사르륵 소리)
(저것들이 두려워한다. 아니야, 저것들은 지금껏 두려워하는 티를 낸 적이 없어.)
(그렇다면 혼란인가? 무엇이 저것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거지……?)
(혼란스러워하는 사르륵 소리)
……
대재판관이 등불을 높이 치켜들자, 시테러는 암초 밑의 그림자 속으로 물러갔다.
그가 다시 주의를 둘러보니, 괴물들의 선명한 피로 물든 암초 위에 부패한 무기 조각들이 널려 있었다.
재판소의 무기다. 그의 스승, 카르멘의 말처럼 재판소는 하나밖에 남아 있지 않은 등대를 되찾으려 하지 않았다.
고요함이 이 등대에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았기에, 완벽한 상태로 보존되어 있었다.
그렇지만, 재판소는 고요함 이후, 자신들의 눈을 실제로 되찾은 적이 없었다.
이곳은 본래 높은 언덕이었다. 도시의 아름다운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지.
이베리아 사람들은 매일 이곳을 지켜왔다.
(경계하는 사르륵 소리)
하지만 네 놈들은 이곳에다 제멋대로 둥지를 틀고, 사냥터로 삼았다.
후우……
감정.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이다.
일개 병사로 시작해 재판관이 되고, 두 눈으로 진실을 보기까지 다리오는 수많은 시련을 겪으며, 수천 번 잃었다가 수천 번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반복하며 그는 이베리아의 몇 안 되는 대재판관이 되었다.
재판관과 대재판관은 한 글자 차이지만, 거기에는 하늘과 땅 같은 차이가 있다.
그는 자기 자신이 강철처럼 굳건히 나아갈 줄 알았다. 모든 이베리아의 적 앞에서 등불을 밝히며, 날카로운 검을 들고, 경전의 글자 하나까지 실천에 옮길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그는 여전히 마음속에 강렬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 이 감정은 율법과 고취된 정의 속에서 비롯된 것이 결코 아니었다.
그것의 타당성을 인정한 후, 대재판관 다리오는 담담하게 자신이 비통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그는 핸드캐논으로 시테러를 조준하고 있었지만, 시선은 바다를 향했다.
너희들이 죽어야, 인류가 산다.
이건 우리의 율법과 경문이 아니라, 너희들이 말하는 '약육강식'이다.
……여기예요!
역시 기록과 일치해요. 등대의 밑바닥에서 에너지를 공급하고, 핵심 기둥은 세로로 여러 구역으로 나뉘어 있어요. 이 층의 제어기에서 제어하는 것은……
……뭘 제어하는 건데?
……음, 신호 기록이에요.
나중엔 쓸모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우선 등대의 전체 에너지를 가동시켜야 해. 계속 올라가자.
지원군이 도착하기 전까지 무사하길 바라야지.
윽……!
왜 그러세요? 아이린 님?
……아무것도 아냐, 착각했어. 선생님…… 대재판관님이 밖을 지키고 있으니 별일 없을 거야.
네, 알겠어요…… 등대 시스템을 재부팅하면,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 있을지 몰라요. 그럼 다른 사람들도 빨리 쫓아 올 수 있을 거예요.
우리 서둘러요!
……
……
저 사람 정말 이상해, 몸에 약간의…… 냄새가 남아있어.
무슨 냄새요?
다른 육지 국가의 냄새인데, 넌 관심 없을 거야.
저건 분명 시본일 거예요. 하지만 퀸투스랑은 달라요.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나 많은 육지 생물이 시본이 될 수 있죠? 그들은 바다와 자주 접하지도 않을 텐데 말이죠.
……
소통할 수 없다면, 저것의 신체 기능을 없앨 수밖에 없겠군요.
공격하려고 한다!
기사가 갑자기 사라졌다…… 하지만, 어비설 헌터스의 눈으로 그를 포착하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빠른 속도에도 불구하고, 그는 어비설 헌터스를 공격하지 않고, 높이 점프하며 거대한 등대를 향해 포효했다.
크아아아……!
으아앗…… 무, 무슨 일이죠?
당황하지 마! 계속 올라가!
우린 우리의 임무, 등대 점화를 완성해야 해!
네…… 네!
(이 정도의 진동이라면, 벽면이 공격받았다는 건가? 아냐, 그럴 리가. 여기는 지면에서부터 몇십 미터나 떨어진 곳이야. 시테러가 대포라도 가지고 있는 건 아니겠지?)
(호…… 혹시 거대한 생물? 하지만 조금 전 외에는, 더 큰 기척은 없었어……)
(선생님……!)
……
기사는 고개를 들어 등대를 올려다보았으나, 등대는 요지부동이었다.
그는 휘어진 무기를 불만스럽게 흔들었다. 과거 위대한 장인이 만든 이 장창에 지금은 심해의 냄새가 가득 배어 있다.
방해꾼들이 나타나지 않자, 기사는 양 무릎을 살짝 구부려, 다시 한번 시도하려 했다.
……!
지금 뭐 하는 거지?
……
너는 경솔하게 이베리아를 도발했고, 금지 구역에 들어와 중요한 유산을 파괴했다.
너 자신을 봐라. 이젠 인간으로서의 존엄도 남아있지 않는 건가?
……
……존…… 엄?
네 발성 기관이 아직 작동은 하고 있나 보군.
(또렷하지 않은 발음)……바다는…… 필요 없다.
파도를…… 부순다. 낮을 짓밟고, 고통을 질책한다.
사물은, 원래의 모습을 유지해선 안 된다. 나무는, 땅에 뿌리를 내린다.
……너의 자세, 너의 갑옷, 너의 창.
넌 카시미어 사람인가?
나…… 나는……
……
기사다!
……꿈틀대는 강철…… 파도……
(등불도 소용이 없군. 다른 선박이 상륙한 흔적은 없다.)
(형광색 명흔이 저 자를 감싸고 있다. 시테러가 혼란스러워하는 것도 저자 때문이겠군.)
(그럼…… 저자는 사람 모양으로 위장한 시본이라는 건가?)
이베리아의 눈을 파괴하고 싶은 건가? 재판소는 그것을 허용할 수 없다.
으아아악, 육지……!
지금이다!
……안녕하신가요, 기사님.
……!?
다른 두 사람은?
두 사람이요? 다들…… 기사님의 동료와 교류하고 있어요.
근처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군. 상당히 문명적인 교류야.
거기에선 제가 할 일이 없더군요. 그래서 왔답니다.
……너…… 살비엔토 때와는 사뭇 다른 거 같군.
그란파로에서 만났을 때와도 다른 것 같아. 시시각각 변하고 있군.
바닷물은 정신을 맑게 해주죠. 바닷바람에 섞인 약간의 바닷물 냄새뿐일 지라도요.
하지만…… 전 바다의 품으로 돌아가고 싶은데, 스카디가 말리네요.
나의 스카디, 그녀는 무엇을…… 과연 무엇을 두려워하는 걸까요?
……
……
이 상황은, 글래디아의 설명이 필요하겠군.
(에기르어) 기사님, 착한 기사님, 잠의 심연으로 돌아가세요.
(에기르어) 우리는 적이 아니에요.
기사는 노래하듯 읊조리는 로렌티나를 외면했다.
그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방금 자신에게 강한 공격을 한 '적'을 잠시 훑어보았다. 그러곤 눈길을 하늘 높이 솟은 등대로 다시 돌렸다.
아, 너무 슬프네요. 먹구름이 당신의 눈을 가린 것처럼 제 언어가 당신의 귓가에 닿지 않나 보네요.
설령 광기에 휩싸였다 하여도, 당신의 의지가 태엽처럼, 육체를 제어하여 앞으로 나아가는 건가요?
……
몰아쳐라, 폭풍이여.
우리 함께 춤을 춰요.
찾았어요! 메인 컨트롤 패널을요!
상황은 어때?
저도, 잘 모르겠어요. 도면에 그려진 것보다 훨씬 복잡해요. 게, 게다가 전 실제로 이런 걸 조작해 본 적이 없어요.
……또 시작이에요…… 밖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요?
우리가 이곳에서 맞닥뜨릴 위험에 대해 과소평가한 건 아닌지 모르겠어. 이렇게 가다간, 징벌군의 기술 인력이 올 때까지 버티지 못할지도……
아냐, 설령 지원군이 도착한다고 해도, 이런 환경 속에서 등대를 보수하기 위해 희생한다는 것은 고속 군함의 공격 속에서 진영을 구축하는 것과 다름없어.
……시민 조르디, 너도 이베리아의 일원이야. 이제부터, 난 너의 출생과 더불어 그란파로에서의 과거 여러 가지 사건에 관해 묻지 않겠어.
일각을 다투는 사태야. 지금, 당장, 네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이베리아의 눈에 관한 모든 정보를 얻어내. 나와 선생님은 이 등대를 지킬 거야. 우리는……
네, 알겠어요…… 로그는 이미 확인했어요…… 패널도 반응하고요. 탑 아래의 에너지 모듈도 작동돼요……
……동작이 매우 빠르네. 정말 잘했어.
그다음엔? 등대 전체를 재부팅 하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려?
최, 최선을 다해볼게요!
하지만…… 밖에 사람들이 바다 괴물과 전투 중이긴 하지만, 그래도 말해야 하겠어요!
패널만 작동하면, 재부팅은 어렵지 않아요. 제 부모님이 남기신 노트에서 본 적이 있거든요…… 시, 실제로 처음 조작해 보는 거긴 하지만…… 운에 맡길 수밖에요!
하지만 이것도 시간이 필요해요! 우린……
으아악……
이곳을 지키라는 거겠지.
아래를 보지 말고, 계속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