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화중인

WR-8큰 꿈

사이드 스토리작전 후2021-07-30

꿈에서 막 깨어난 듯 흐리멍덩한 정신으로 그림 속을 십 년간이나 여행한 사가는, 드디어 '시'의 실제 모습과 만나게 되는데……

등장 오퍼레이터: 사가, , 니엔


사가

……

사가

……

사가

……

마음이 고요한 호수처럼 평온하네.

네 나이에서는 매우 보기 드문 모습이야.

흰빛이 사라지면 생각도 사라지고, 만사 만물이 네 육체에서 멀어지지.

마지막에는 평온했던 마음의 호수에서 다시 감정이 솟아오르기 시작할 거야……

……슬픈가?


사가

시주, 소승이 폐를 끼쳤소이다!

이야기꾼

오랜 꿈에서 결국 깨어났구나…… 얼마나 지났지?

사가

매화가 열 번 피었다가 열 번 지는 걸 보았소.

이야기꾼

내가 만약 붓을 들지 않았다면, 그림 속 천지가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아니하니, 어찌 꽃이 피고 지겠는가?

사가

솔직히 소승이 천악산 그림에 들어간 후부터 계속하여 시일을 따져보니, 대략 이 정도 세월이었소.

이야기꾼

십 년이라……

이야기꾼

내 그림에서 십 년을 머문 것인가?

사가

어슷비슷하오.

이야기꾼

일개 객승이 이곳에서 십 년의 세월을 허비하다니. 무엇 때문에 그리 고생하는 것인가?

사가

아이고, 오랜 꿈이었지만, 먹고 마실 것도 있고, 세속에 시달릴 것도 없고, 피할 재앙도 없고, 감염도 두려워할 거 없으니 소승은 꽤 만족스러웠소이다.

이야기꾼

……그렇다고 해도, 한 꿈을 십 년씩이나……

이야기꾼

긴 세월 동안 초심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은 매우 드물지. 어떤 사람은 자기가 누군지 잊고 그 그림 속에 영원히 남기도 하고 말이야.

사가

허, 그런 건 상상만 해도 정말 끔찍하구려.

이야기꾼

그런데 자네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군.

사가

시주는 좋은 분이셔서, 그 사람들의 의식이 사라질 때쯤이면 분명 깨우쳐 주실 거잖소.

이야기꾼

오? 왜 그렇게 생각하지?

사가

천악산 정상의 낚시꾼, 강가로 돌아가지 않은 베 짜는 노부인, 무계원의 병사, 용문 객잔의 주인…… 그리고 파산 마을의 이야기꾼까지, 시주께서는 이미 여러 번 소승을 깨우쳐 주셨소.

사가

소승이 미련을 버리지 못한 것이오. 몇 번이나 깨어날 듯 깨지 않고 얼렁뚱땅 넘어갔구려. 이렇게 보면, 소승이 사과를 해야 마땅하오. 그림에서 산 사람을 한 명 더 키우려면 적지 않은 힘이 드는 것 아니오?

이야기꾼

안심하게. 자네가 산에 들어갔을 때는 가을바람이 불었는데, 지금은 겨우 겨울로 접어들었을 뿐이니. 꿈은 잠시였을 뿐이네.

사가

오오! 사실 소승은 이곳에서 오랫동안 게으름을 피우다가 옛 친구들에게 꾸지람을 듣지는 않을까 하고 걱정했소만, 짧은 시간이었다니 마음이 많이 놓이는구려.

이야기꾼

천악에서 이미 자신의 처지를 알았고, 모든 것이 그림인 줄 뻔히 알면서, 어째서 이렇게 시간을 낭비한 것인가?

사가

석아가 달로 날아간 진실을 알고는 오랫동안 마음을 놓을 수 없었소…… 정말 혼자 힘으로 하늘로부터 사랑을 되찾으려는 미치광이가 있다니. 제정신이 아닌 것이 오히려 안타깝지도 않았소……

이야기꾼

호오…… 석아의 그 마음도, 내가 일부러 그린 것이니…… 역시나 거짓이네만?

사가

각국의 전설, 명작, 고서, 신화 중 얼마나 많은 것이 거짓이고, 얼마나 많은 것이 소박한 생활과 인연이 있겠소. 전부 '거짓'이라는 이유로 그것의 의미를 부정해야만 하는 것이오?

사가

그것은 아니라고 생각하오.

이야기꾼

정말 이상한 사람이군.

사가

신묘한 사람과 이상한 사람은 한 끗 차이가 아니겠소. 과찬이오.

이야기꾼

훗……

이야기꾼

자네 스승님과 마찬가지로군. 나이는 많지 않지만 마음이 순결하고 맑은 사람이로군.

이야기꾼

나와 함께 꽤나 시간을 보냈으니, 자네의 스승님 체면을 봐서라도…… 좋아. 날 만날 수 있게 허락해 드리지.

사가

음? 만나다니?

이야기꾼

하하, 정말 혼자 문을 열고 들어오면 꿈에서 깬 것이라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

사가

설마……! 아직 그림 속인 것이오?

이야기꾼

너무 낙담하지 말게. 당연한 일이니.

이야기꾼

설마 정말로 그렇게 쉽게 깨어난다면, 내 체면이 뭐가 되겠나?

이야기꾼

이제 됐네.

이야기꾼

깨어나게나……

별은 눈을 숨기고, 달은 낮과 밤을 감추네.

[CG: avg_ac16_2]

깼어?

사가

아……

일어나. 바닥에 누워 있는 건 꼴불견이야.

사가

아……! 소승은 대체……


사가

……

왜 그래?

사가

아니오…… 소승은…… 상상도 못 했소. 시주의 본래 모습이 이럴 줄은……

허.

물어봐.

사가

소승…… 소승은……

사가

소승은 본래 백여 폭의 그림을 건너면 적어도 시주의 경험을 반이라도 따라갈 줄 알았소만…… 겨우 시주의 수많은 그림 중 한 자락에 불과할 뿐이었다니, 언급할 가치조차 없구려……

잘못을 고집하고 깨닫지 못하는 사람은, 결국 이곳에서 죽고 말지.

사가

이해할 수 있소……

네가 묻고 싶은 건 그게 아닐 텐데?

사가

오, 맞소. 소승이 너무 놀라서 깜빡했소. 이해해주시오.

사가

시주, 소승은 주지 스님의 다락방에서 그 《졸산진기도》를 본 적이 있는데, 그 속에 진의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딱히 답을 할 수가 없었소.

사가

주지 스님께 여쭸더니 주지 스님께선 소승에게 하산하여 스스로 답을 찾으라고 하시더이다. 소승은 산에서 내려와 정처 없이 떠돌아다녔고, 무언가 깨우쳤나 싶었소만 오히려 이 세상 때문에 더 막막해졌소이다.

사가

이렇게 운이 좋아 시주 본인을 만나니, 소승……

이미 깨달음을 얻었는데 구태여 더 물을 필요가 있어?

사가

장점을 취하여 단점을 보완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려는 것이오…… 솔직히 소승은 그 그림 속 진의를 이해하지 못했소. 왜 폭포의 끝에서 획을 그어 몇 치의 여백을 남겼소?

네 생각은?

사가

……졸산진기는 그림 속의 하늘과 땅이 무한하다는 의미요. 폭포 끝이 하늘로 치솟아 여백을 남겼으니, 이로 그림으로 담을 수 없는 아름다운 강산을 모사한 게 아닌가 싶소만……

……

사가

어, 소승은 그저 멋대로 이야기한 것이니, 시주께서도 뜸 그만 들이시오. 소승 민망해지려고 하오.

어떻게 이해하느냐는 보는 사람에게 달렸겠지.

그런데, 고작 그 일 때문에…… 그렇게 애를 썼단 말이야?

사가

인생이란 해답을 구하고 또 구하는 것에 불과하오.

사가

이렇게 작은 고민으로, 소승은 운 좋게 시주의 그림에서 견문을 크게 넓혔으니, 좋은 일이 아니겠소?

그것도 그렇네.

하지만 네가 물은 그 획은, 단지 흥에서 시작되고 흥이 깨져 멈췄을 뿐이야.

사가

어?

그때 폭포까지 그리고는, 갑자기 흥이 깨졌어. 이후에 다시 보니, 무심하게 그린 것이 오히려 더 정취가 있어, 대충 이름을 지어 네 아둔한 스승에게 준 거지.

사가

서……

사가

……설마 그런 것일 줄은 생각도 못 했소!

실망했나?

그림 속에서 허송세월하다 얻은 대답이 이렇게 재미가 없어서 말이야……

사가

그럴 리가 있겠소. 그림 속의 여정에서 소승이 얻은 바도 꽤 많은데, 시주의 대답 역시 정말 재미있소!

사가

흥이 나서 붓을 들었는데, 흥이 깨져 붓을 멈춘다라…… 소승은 본래 모든 것에는 각각의 뜻이 있다고 여겼소. 그런데 오래되다 보니 오히려 그 속에 빠져 헤어나지 못한 것이오.

사가

맞구려, 맞아! 구태여 그 진의를 따질 필요가 없는 것이었소…… 답이 그 하나라면, 백번 생각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소?

사가

소승이 스승님께 들은 “본디 맑고 깨끗한데, 어디에 티끌이 있으리오”라는 말도 비슷한 의미인 것이오?

훗……

사람마다 자신의 신념이 있어. 그것을 이해한다면 자만한다고 꼭 나쁜 것만은 아니지.

사가

아, 시주의 가르침을 잘 새겨두겠소.

그날 네 그 아둔한 스승에게 그림을 선물할 때, 난 분명 '졸산진'이라고 얘기해줬어. 그 다음에 붙은 '기' 자는…… 바로 네 스승의 뜻이야.

사가

보잘것없는 산의 끝이라는 '졸산진'에서, 시작을 뜻하는 '기'라는 글자를?

그때 네 스승이 뭘 봤는지 알아?

사가

시주와 함께 아름다운 산천을 보시지 않으셨소?

틀렸어.


사가

으엇?!

사가

다시 그림 속으로 돌아온 건가……?

사가

아, 저게 혹시 주지 스님께서 보셨던 것인가……

사가

……

[CG: avg_ac16_3]
사가

저건…… 주지 스님?

맞아.

네 스승은 발이 까지고 배가 고픈 상태로 이 굶어 죽은 사람으로 가득한 황무지 사이를 사흘 밤낮 동안 걸어갔지.

네 스승은 성심껏 이천 하고도 스물네 번의 기도를 했어. 자신의 생사에 대해선 생각도 해보지 않고 말이야. 단지 슬픔과 의혹만을 느끼고 있었지.

사가

시주께서…… 주지 스님을 구해 주셨소?

고담강에서 난 이미 그를 한 번 구한 적이 있지만, 이번에는 그를 돕지 않았지.

생각해봐.

그 나이에 이런 참사를 목격한 사미승이 어떻게 네 기억 속의 상냥하고 자상한 주지 스님이 될 수 있었는지.

또 어떻게 그 그림에 '기' 자를 추가했을까.

사가

주지 스님……

……슬픈 기러기의 울음소리가 황야에서 울려 퍼진다.

보고 듣고 말하는 모든 것이 비극이다.

과거의 젊은 극동 승려가 한 걸음 한 걸음 멈추면서 주문을 왼다.

물처럼 흐르는 시간도, 지금 이 순간에 멈춰 있다.

사가

사가라는 이름은 소승이 산을 내려오기 전 주지 스님께서 소승에게 주신 것이오.

……그래.


인간사 가혹함을 보고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고, 천악이 무너져도 기색이 변하지 않았지.

그 사미승은…… 극동으로 돌아와 갈 곳 없는 아이들을 거두어 보살피고 초야에 절을 지어 주지 스님이 되었어.

매우 드문 행보였지.

사가

그 그림…… 그래서 주지 스님께선 '졸산진'에 '기'자를 붙여, 졸산이 아직 끝나지 않았단 의미를 더하고자 했던 거였구려.

사가

……잘 됐구려! 소승, 주지 스님을 대신해 그 풍경을 다시 한 번 보겠소!

아, 네 맘대로 해.

이제 가슴에 뭉친 응어리가 풀렸을 테니, 지금 바로 떠나.

사가

자, 잠깐만, 시주!

사가

이것은 소승 본래의 의혹일 뿐이었소. 소승 그림에서 머문 시간이 십 년, 그 속에 쌓아둔 생각을 내뱉지 않고는 마음이 편하지 않소!

……물어봐.

하지만 마지막 기회야. 난 너무 수다스러운 건 질색이니까.

사가

그림 속의 사람은, 참이오, 거짓이오?

정말 재미있는 질문이네. 그림 속의 사람인 줄 뻔히 알면서 왜 진위를 묻는 거지?

사가

소승, 비록 무미건조한 경문을 들으면 바로 잠이 오지만, '진실을 추구하다'란 말은 얼떨결에 적어 두었소…… 그런데 소승이 시주의 그림을 몇 년 동안 돌아다니다 보니, 오히려 더 막막해졌소.

사가

시주께 여쭙겠소. 참이란 무엇이오?

……참이라.

너는 스스로 '참'된 사람이 '거짓'된 사람을 보는 것으로 생각했겠지. '거짓'에도 생로병사가 있다는 것을 웃어넘기면서.

만약 우리도 그림 속의 사람일 뿐이고, 어느 날 갑자기 연기처럼 사라져 버린다면, 너도 이렇게 태연하게 있을 수 있을까?

사가

사람은 결국 죽게 되는데, 구태여 이 때문에 고심할 필요가 있겠소? 지금으로선 소승이 본심을 따른 것이니 당연한 것이고, 자유로운 것이니, 조금도 두렵지 않소.

사람이라고 꼭 자유롭지만은 않지. 내가 그린 참이나 거짓은, 모두 내 자아에 대한 질문이야.

사가

인생은 마땅히 자유로워야 하는 법이요.

아니, 너와 나, 모두가 화중인, 그림 속 사람이야.

사가

……

스스로 만족하나 자신을 알지 못한다면, 그것이 '참'이라 할 수 있을까?

과연 무엇이 '참'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넌 정말 확실하게 구분할 수 있을까?

구태여 그 진위까지 따질 필요가 있을까?

사가

설마…… 지금 이 순간에도 소승이 여전히 그림 속에 있단 말씀이오?

……넌 확실히 내 그림을 떠났어. 이건 거짓이 아니야.

다만 지금 이 땅이 또 다른 재미없는 그림 속이 아니란 걸 넌 또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사가

……

네가 지나온 길, 만나본 사람, 생로병사, 기구한 운명, 어쩌면 모두 누군가의 갑작스러운 흥일 뿐, 아무런 뜻이 없을지도 몰라.

너희들이 평생을 바쳐 추구하는 '진실'도, 사실은 나인 듯 내가 아닌 집념에 불과하지.

우리가 이 그림 속을 거닐고 있을 때, 구경꾼들은 구경을 하고 그냥 지나쳤지. 갈채를 두어 번 보냈거나 침을 뱉었을 수도 있고. 그저 그랬을 거야.

삶이란 몽환적인 것이고, 이슬처럼, 번개처럼 종적도 없이 거품처럼 사라져.

사가

……

충분히 이야기한 것 같네…… 네가 이곳에서 허송세월 보내는 거, 되게 거슬린다고.

다른 사람은 내가 기회를 봐서 쫓아낼 테니, 넌 먼저 나가 봐.

사가

라바 시주님께서는 선생님을 만나기 위해 만 리 길도 마다치 않고 오셨는데…… 선생님께서는 왜 이렇게 체면을 봐주지 않는 것이오?

너랑 상관없어.

넌 그 녀석들이 무엇 때문에 왔는지 전혀 모르니, 참견하지 마.

사가

허나……

……세 번은 없어, 사가.

여기에서 한마디만 더 한다면, 잘못을 반성해야 할 거야.

사가

하지만 소승은 라바 시주께 약속했으니, 적어도 이 물건은 시주께 전달해 드려야 하오.

너…… 이건……?!

니엔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