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H-ST-4여전한 파도
위기는 사라졌고, 여름은 여전했다. 하지만 이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은, 자신만의 생각에 잠긴다.
……후.
드디어 일어났네요.
왜? 자고 일어나는 게 정상 아니야?
그런데 어제는 돌아오자마자 쓰러질 듯 잠들어서 조금은 걱정했거든요.
……바깥 상황은 어때?
도시 상황을 묻는 거라면 별로 달라진 게 없어요. 그대로 떠들썩합니다.
아침 먹을 때 사람들이 어제 일을 이야기하는 것 같던데, 그렇게까지 신경 쓰는 건 아니더라고요.
결국 물타기가 먹힌 거네.
칸델라 시장은 진짜 무서운 여자야.
어제 같은 상황에서도 그런 방식을 쓰다니……
저도 TV를 보다가 깜짝 놀랐어요.
그런 방식은 진짜 듣도 보도 못했어요.
게다가 정말 그 위험인물들과 싸우는 사람들도 있더라고요.
그때 나도 옆에 있었잖아. 진짜 쎄했다니까.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칸델라 시장을 죽이려고 달려드는 자들이 있었는데……
그 여자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오히려 크루즈 위의 상황을 중계할 수 있는지만 걱정하더라고.
그러면서 화면과 바다를 가리키며 지휘하더니, 곧장 옆에 있는 사람들과 다시 웃고 떠들더라.
와, 그땐 진짜, 이 모든 게 현실이 아닌 줄 알았다니까.
마지막에 그 두 선수가 등장했잖아.
두 사람의 등장으로 모든 것이 현실로 돌아왔지.
솔직히…… 너무 짜릿했어!
그러니까, 창작을 하고 싶단 말이군요.
아하하, 역시 나를 잘 안다니까?
우리가 알고 지낸 지가 얼만데요.
하긴. 아무튼 그 순간의 두려움, 감격, 아득함 같은 걸 모두 적어 새 곡을 쓰고 싶어.
나를 위한 곡이지만 걔네들과 관계도 있지.
이 도시, 나쁘지 않네.
라이타니엔의 오페라, 컬럼비아의 영화, 그리고 볼리바르의 커피, 그동안 경험해보고 싶었던 것들도 모두 해봤어.
그런데 이 도시 사람들은 참 재미가 없어. 경기 도중에 그들과 노는 것도 질렸고.
이렇게 끝날 줄 알았으면 중간에 첸 누나가 괜찮은지 확인하고 같이 배에 오를걸. 그랬으면 첸 누나를 도와줄 수 있었을 텐데.
뭐, 됐다. 이제 놀 만큼 놀았으니까, 첸 누나가 어디로 갈지 알아나 볼까.
첸 누나가 온 곳에는 분명 누나처럼 좋은 사람들이 많겠지?
야, 스와이어! 멋대로 하지 말라고.
어어 그래, 네네네네, 알았어, 알았다니까! ……잠깐, 근데 왜 너한테 혼나야 하는 건데!
이젠 근위국을 네가 맡고 있잖아. 그런데도 넌……
어머 얘는, 나한테도 다 생각이 있거든?
너야말로 로도스 아일랜드의 오퍼레이터가 된 주제에, 몰래 이런 데 와서 휴가나 보내고 말이야!
그건…… 관두자. 네 말이 맞으니까.
흥.
계속 싸우지 왜? 첸이 떠난 뒤로 둘이 언제 마지막으로 싸웠는지 기억도 안 나네.
저번에 로도스 아일랜드에 갔을 때도 싸웠거든.
자자, 문제도 해결됐겠다, 이왕 나온 거 기분 나쁜 건 다 잊고 우리 신나게 놀아 볼까?
어때, 첸?
뭐…… 그래.
왜 그래? 아직도 어제 일을 생각하는 거야?
훗, 내 평생 가장 원치 않는 명예였을 거야.
하하, 확실히 그래. 솔직히 나였어도 정말 짜증 났을 것 같아.
어쨌든 일어난 일이잖아.
첸, 세상에는 마음처럼 되는 일이 많지 않아.
알아.
그만, 그만. 앉아서 얘기를 나누느니 차라리 나가서 쇼핑이나 하고 맛있는 거나 먹자.
가자. 점심은 내가 살게.
그 망할 쥐새끼는 어디 갔어?
아침 일찍 나간 것 같던데, 어디로 갔는진 모르겠어.
어딘지 알 거 같다. 내가 찾아올게.
찾으면 꼭 알려줘.
흥, 어젯밤부터 나를 피하더라. 보이기만 해봐, 아주 죽었어.
내가 떠난 뒤 이곳의 관리는 너에게 맡긴다.
알려준 거 잊지 않았겠지?
물론입죠. 걱정하지 마십시오.
무슨 얘기 하고 있어?
아, 첸 누님, 린 누님이 이것저것 가르쳐주고 있었습니다.
말하지 마. 얘한테 잡힐 수도 있어.
나 이제 경찰 아니야.
너처럼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는 관광객은 처음 봤다 진짜.
흥.
이만 가 봐.
네.
무슨 일이야?
술 마시자고 날 찾아온 건 아닐 테고.
만약에 그렇다고 한다면?
그럼…… 한잔하면 되지.
내가 아는 용문 청년창업자협회 회장은 신속하게 일을 처리하고 자신이나 타인에게 엄격한 사람이지.
이번에 한 수 배웠어.
내가 아는 용문근위국 특별감찰팀 팀장은 공평무사하고 범죄에는 사정을 봐주지 않는 사람이지.
나도 이번에 한 수 배웠어.
이번은 웨이 옌우가 보낸 거야?
후미즈키 부인이 웨이 장관을 대신해 가라고 한 거야.
처음엔 이해가 안 됐는데, 널 보자마자 이해가 됐지.
……화 안 나?
안 나. 나한테는 기회니까.
래트킹의 딸이 래트킹일 필요는 없지만, 될 수도 있지.
그래서 그 사람을 도와준 거야?
……너한텐 답을 안 알려줄 거야, 첸 훼이지에.
왜?
난 너랑 다르니까.
내가 용문을 버렸다고 말하고 싶겠지.
처음엔 그런 생각이 없잖아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야.
방금도 말했잖아, 난 너랑 다르다니까?
역시 귀만 아프네.
그건 네 문제고.
훗.
그 망할 쥐새끼는 찾았어?
옆에 있어.
지금 어딘데?
26번 연안 도로에 있는 바에.
26번? 잘됐네. 안 그래도 그쪽에서 괜찮은 가게를 발견했는데. 주소 보낼 테니까 먼저 가 있어.
그 망할 쥐새끼가 도망치지 못하게 꼭 붙잡고 있으라고.
너도 들었지.
하아…… 쟨 사람 귀찮게 하는데 진짜 뭐 있다니까.
갈까?
그래.
해변 쪽에 사람 많네.
이 도시의 상징인 크루즈가 그렇게 가라앉았으니 궁금해할 사람이 많겠지.
크루즈라…… 훗.
네가 어떻게 생각하든 그 크루즈는 우리가 폭파한 거 맞잖아. 이건 팩트야.
칸델라 시장님이 우리 상금으로 메꿔줘서 그나마 다행이지.
정확하게 말하면 네가 폭파시킨 거지.
더 좋은 방법이라도 있었어?
아니.
응? 저건……
……
에르네스토?
첸 씨, 린 씨.
네가 왜 여기 있어?
칸델라 시장이 아버지 외에 다른 사람들은 사면하고 전부 추방했어.
지난 몇 년간의 공적을 봐서 나를 여기 남게 한 거고. 물론 직장은 잘리겠지만.
그래서 남으려고?
아니, 떠날 거야.
사실 나랑 라파엘라는 어디 갈지 고민 중이야. 어젯밤부터 생각하고 있었는데 도통 떠오르지 않더라고, 그래서 바다나 보면서 멍때리고 있었지.
라파엘라라면, 그 꼬마 아가씨?
맞아. 아버지 전우였던 퓨 아저씨의 딸이야. 퓨 아저씨는 아버지를 감옥에서 빼내다가 목숨을 잃었어. 그래서 죽기 직전에 딸을 아버지에게 맡겼던 거고.
……
두 사람, 혹시 여기서 날 처리할 생각은 아니겠지?
나한테는 너를 심판할 자격이 없어.
네가 성공했다면 다시 만났을 때 아마 너를 죽였겠지. 지금은…… 뭐.
하하, 역시나 당신들 다운 대답이네.
……첸 씨, 린 씨, 염국에서라면 나는 이미 큰 불효를 한 거겠지?
응.
대의멸친이라는 말도 있긴 한데, 그 정도는 아니니까 뭐.
하하하, 확실히. 내게 무슨 대의가 있겠어.
그래도 이번 일을 진행하면서 아버지를 배신할 생각은 없었어.
배에서 첸 씨에게 했던 말은 거짓말이 아니야.
두 사람이 여기 있는 동안 이런 생각을 해본 적 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 도시가 어떻게 세워졌는지 확실하게 알고 있어.
하지만 이곳의 고층 빌딩, 푸른 바다와 맑은 하늘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그게 옳다는 생각이 들거든.
내겐 이 도시 말고는, 볼리바르 사람들에게 낙원을 선사해 줄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하지만 넌 떠날 거잖아.
솔직히 두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난 기꺼이 칸델라 시장 밑에서 계속 일했을 거야.
그런데 첸 씨가 해준 말에 오히려 망설이게 됐어.
두 사람은 서로 다른 나라에서 왔잖아. 어쩌면 다른 곳에서는 다른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지.
……후, 당신들한테 털어놓고 나니 훨씬 편해졌네.
날 처리하지 않아 줘서 고마워. 쓸데없는 잡담도 들어주고.
입장이 다를 뿐이야.
이만 가볼게. 당분간은 이 도시에 머물 거니까,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찾아와.
그래.
……난 에르네스토를 도와줄 수 없어.
나도…… 응? 그게 무슨 뜻이야?
그냥, 이대로 두기에는 좀 아깝달까.
……생각해 볼게.
어이, 첸.
왔구나.
시청 앞에서 스와이어 씨를 만나 같이 왔어요.
그랬구나. 시장님과는 얘기 잘 나눴어?
두 분 덕분에 우리도 이번 일에 공이 있는 걸로 돼서, 시장님이 바로 동의하셨어요.
그게 그 사람 스타일이야.
이 망할 쥐새끼야, 드디어 잡았다.
내가 언제 도망이라도 쳤냐? 너야말로 머리가 잘못된 게 아냐? 스와이어!!
그건 너겠지!
친구가 어디 놀러 간 게 부러워서 따라온 건 그렇다고 쳐, 근데 막상 또 도착하니까 안 마주치려고 숨고, 그런 사람이 대체 어딨냐!
내 마음이거든?!
하아……
참, 아가씨가 오후에 같이 쇼핑 가자고 했어, 특산물도 좀 사고. 첸, 린 아가씨, 밥 먹고 같이 갈래?
그래.
망할 쥐새끼, 너 안 가기만 해봐!
그래그래, 딱히 할 일도 없는데.
그럼 밥 먹으러 가자.
응?
저기 네 분, 포즈 좀 취해보세요.
갑자기?
갑자기 이 장면을 사진으로 남기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이번 휴가 기념으로 사진 찍어 드릴게요.
좋아, 좋아. 야, 사진 찍어야 하니까 빨리 와.
……하아.
하하하, 하긴 넷이 한자리에 모인 것도 오랜만이네. 그럼 한 장 찍을까? 첸!
그래.
자, 하나, 둘, 셋, 치즈~!
도솔레스산 수제 커피에는 독특한 향이 있다. 그중에서도 최상급 커피는 향이 특히나 더 진하다.
마시기 전에는 진한 향을 맡고, 한 모금 마시고 나면 바로 씁쓸한 맛이 느껴진다. 하지만 조금 지나면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씁쓸하지만 떫지 않고, 달콤하지만 느끼하지 않게 입안에 여운이 오래 남는다. 아무리 까다로운 비평가라고 해도 그 어떤 흠집도 찾지 못할 것이다.
라이타니엔의 일부 귀족들 사이에는, 도솔레스의 명품 커피를 손에 넣은 사람이 현지 사교계에서 절대적인 발언권을 갖게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리고 그런 희귀한 커피 중의 일부가, 용문 총독 웨이 옌우가 든 잔에서 향긋한 열기를 내뿜고 있다.
위시아가 쓴 도솔레스 보고서를 보고 있나요?
그래. 칸델라를 못 본 지 오래됐는데, 여전히 제정신이 아닌 것 같네.
지금 당신이 그 여자와 다르다는 건가요?
당연히 다르지.
제가 보낸 전달자가, 이번에 첸과 위시아가 아주 잘했다고 하더군요.
스와이어 가문의 아가씨와 호시구마는 왜 갔는지 모르겠지만요.
둘 다 확실히 잘하긴 했어.
그런데, 정작 걔네 둘은 그렇게 기뻐할 것 같진 않네.
왜요?
칸델라가 그 애들을 다치지 않게 할 거라는 데에는 동의해.
하지만 그 아이들은 칸델라의 선의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를 거야.
그 여자한테는, 근본적인 옳고 그름이 없어. 오로지 결과뿐이야.
그러니까 제가, 애초에 첸과 위시아를 보내지 말았어야 한다는 걸 빙빙 돌려서 말하는 거네요?
아니, 그 반대야. 당신 말이 맞았어. 경험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
어머, 웬일로 칭찬을 다 하시네요.
이렇게 된 거, 좋은 것을 보여드리죠.
뭔가?
위시아가 준 사진이에요.
……
보세요, 젊음이란 게 참 좋아요. 어쩜 이렇게 하나같이 생기가 넘치는지.
우리도 이런 때가 있었는데, 기억나세요?
물론이지.
첸이 건강해 보여서 저도 마음이 놓이네요.
이 사진은 액자에라도 넣어 잘 간직해야겠어요.
당신이 기뻐하니 나도 좋군.
여보.
응?
첸이 돌아올까요?
돌아올 거야.
그럼 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