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만나
상촉을 떠나 경성에 들어가기 전날 밤, 양현은 마침내 영사추와 산에 올라 차를 마시며 연극 구경을 할 기회를 갖게 되고, 두요야와 좌락 등의 사람들도 곧 각자의 길에 나선다.
이른 아침이라, 아직 한기가 도는군요.
상촉의 날씨가 지금은 춥지만, 정오 무렵이면 또 무더워지니, 정말 변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추위와 더위에도 적응이 필요한 법, 상촉의 백성들은 이미 익숙할 것이라 생각되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최근엔 비가 많이 오는 걸 보니, 날씨가 또 바뀌려나 봅니다.
한파나 폭염이 아니었으면 좋겠군요. 사람들에게도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계절이 다가올 땐, 변화도 따라오기 마련.
뱃사공, 나를 태워 줄 수 있겠나?
말씀하시지요, 어디로 가십니까?
강을 건너고자 하네.
문제없습니다. 그럼 이 강을…… 어떻게 건널까요?
어디로 가시려는지요? 서두르셔야 합니까?
무슨 차이가 있는가?
만일 시간이 급하다면 배를 빠르게 몰 것이고, 강 건너편에도 금방 도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만일 내가 급하지 않다면?
그렇다면, 나루터에서 안주를 준비하겠지요.
배에서 술을 데우고, 상류에서 아래 나루터까지 강변을 따라 내려가죠. 물길을 따라 도시와 농사를 짓고 있는 논밭도 볼 수 있습니다. 풍경이 아름답죠.
나쁘지 않군.
그럼 술부터 데우겠습니다.
……장사를 꽤 잘하는군.
이런 일을 하려면, 이 정도 눈치는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나리 같은 분들 중에, 상촉을 구경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분들이 많습니다. 성엔 관심이 없으실 수 있으나, 사람 구경은 좋아하시죠.
맞는 말이네.
사람이란 확실히 봐야 하지. 사람을 제대로 보지 않는다면, 그건 헛걸음이나 마찬가지 아니겠나.
양현이 그대에게 말했겠지, 그가 오늘 밤 나와 경성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상촉을 나가는 길은 그대에게 맡기겠네.
……확실히, 그런 분부를 받았습니다.
부디 노여워 마십시오. 양대인이 급하게 떠나신다고 하니, 저희 같은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걱정이 먼저 앞서는 바람에.
우리 지부 대인께서는…… 대단한 부모관이라고는 해도, 아직은 젊으신 터라. 송구하지만 어떨 때는 조카 같기도 해서, 걱정이 되곤 합니다.
양현에게는 재능도 있고, 기개도 있지. 버텨 낼 수만 있다면, 전역에 이름을 떨칠 것이야.
만약 버텨 내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아뇨, 방금 질문은 못 들은 걸로 하시죠. 상촉을 보고 싶다면 저를 따라오십시오.
안타깝군요. 리가 찾고 있던데, 오늘 양대인을 만나기는 그른 것 같습니다.
날이 아직 추운데, 차가 따듯해서 다행입니다. 다행히 너무 춥지는 않네요.
양대인. 공사가 다망하실 텐데, 오늘 어찌 이렇게 일찍 오셨나요?
같이 연극을 보자고 하지 않았습니까.
옷을 따듯하게 입으세요, 한기가 듭니다.
저희가 약속을 했던가요? 그저, 한가하면 같이 보자고 했을 뿐입니다만.
오늘이 그 한가한 날입니다.
거짓말은 삼가시죠. 태부께서 그렇게 급하게 청하셨으니, 인수인계 때문에 상당히 바쁘셨을 텐데요…… 양대인, 혹시 어제 주무시지 않은 건가요?
윽, 눈은 좀 붙였습니다.
영 소저도 오늘 일찍 일어나셨나 보군요.
사람 말을 안 듣는 양대인께서 오늘 일찍 올 거라 예상하여, 기다리고 있었죠.
그건, 저……
찻잔이 비었네요, 잔을 주시죠.
……고맙습니다.
우리 사이에 차 한 잔 가지고 고맙다고 할 정도인가요?
이 산의 중턱에 앉아, 차를 마시며 기운을 북돋는 것도 나쁘지 않네요.
이곳의 간식도 맛있답니다…… 빵도 있고, 참깨 떡도 있고, 그리고……
사탕.
저번에 영 소저가 칭찬했었죠.
아, 그걸 기억하고 계셨군요?
네. 영 소저가 좋아하니, 신경 써서 기억해 두었죠.
상촉은 다 좋은데, 맛이 좀 강한 편이죠. 다행히 간식거리들은 부드럽고 달아서 제 입맛에 맞았답니다.
휴, 양대인 님 집 신선로도 처음엔 얼마나 맵던지. 물론 지금은 많이 익숙해졌습니다.
처음에 물 없이는 한 젓가락도 못 먹겠어서 얼마나 곤란했던지.
이제는 매운맛을 덜어 주는 탕을 항상 준비해 두고 있습니다.
영 소저는 고향이……
남쪽 물가의 시골이에요, 매운 음식은 잘 먹지 않죠.
난처하게 했군요.
아닙니다, 언젠간 적응해야 하는걸요.
그렇다고 해도, 쉬운 일은 아니죠.
마음먹고 적응하고자 하면, 어렵지 않습니다.
결국엔 적응해야 하는 것이니까요.
……네.
전에 양대인이 상촉 본토 사람이라고 하셨죠?
네.
저는 일찍이 집을 떠났다가, 최근에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영 소저도 아시다시피요.
그렇게 말한 걸 들은 적이 있어요.
그렇다면, 양대인의 그 용문 친구분은 고향을 떠나 있는 동안 알게 된 건가요?
그렇습니다.
그때는 어려서 세상을 몰랐죠. 집을 떠나 떠돌며 많은 친구를 만들었습니다. 젊음의 패기로 뭐든지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건만……
웃기지도 않은 바보짓도 많이 저질렀죠.
친구를 사귀는 게 바보짓은 아니지요.
양대인은 좋은 친구를 두셨어요.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급한 일만 아니었다면, 그 친구분에게 상촉 구경을 시켜드리고, 지주로서의 멋진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었을 텐데요……
과거 양대인의 재미난 이야기도 들어볼 수 있었을 테고요. 예전엔 지금과 많이 달랐나요?
난 변한 적이 없습니다.
아니……
조금은 변했을지도요. 하지만……
음?
제가 하고자 하는 일은, 백성을 위한 것…… 그것만은 한 번도 변한 적이 없었습니다.
……
어젯밤 태부께서 경성으로 가자고 하셨을 때…… 사실은 응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제가 당신 대신 응한 걸 탓하는 건가요?
아뇨, 그건 아닙니다.
그때 망설이지 않았어야 했습니다. 오히려 영 소저께 감사해야죠.
제 탓이 아니면 됐어요. 양대인이 상촉을 걱정하는 건 저도 이해합니다, 다른 사람도 그럴 거예요. 하지만 태부의 말은 다르죠.
태부께서는 졸부를 곁에 두지 않으시죠. 그 어르신께서 주시는 건, 분명 가장 위험하고, 어려운 기회들일 거예요.
제가 아는 양현이라는 사람은, 만약 망설이다 거절하게 됐다면 나중에 분명 후회했을 테니까요.
……알고 있습니다. 영 소저께 심려를 끼쳤네요.
……
……후훗.
영 소저……?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갑자기 생각나서……
당신이 그때 정말 일말의 망설임 없이 가겠다고 대답했다면, 어쩌면 저도 조금 화가 났을지도 모르겠네요.
……흠. 영 소저, 농담도 할 줄 아시는군요.
농담이 아니랍니다.
콜록콜록.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날이 밝아오네요.
양대인, 이 연극 재미있나요?
그럭저럭 괜찮습니다.
그럼 일찍 내려갈까요?
아닙니다.
……조금 더 보시죠.
영 소저, 조금만 더 봅시다.
아빠! 이제 그만 봐. 됐어, 됐다고!
뭐 볼 게 있다고 그러는 거야, 그냥 행선표잖아. 다른 사람들이랑 이미 이야기 끝난 거야. 짐 정리되면 출발할 거라니까!
아직도 방안에 정리할 게 많다고!
뭐가 그리 급하냐, 어디 보자……
정말이지 너희 젊은 녀석들은 급하게 결정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구나. 이렇게 서두르다간 사달이 날 수도 있다는 점 명심해라.
젊은 게 어때서? 누구든 젊은 시절을 겪잖아. 아빠도 젊을 때 온 세상을 돌며 표국일을 해 왔으면서?
같은 이야기라 생각하느냐?
누군가 인도해 주지 않는다면, 어느 길은 가도 되고 어느 길은 안 되는지 너희들이 알기나 하겠느냐?
이런 시기에 먼 길을 떠나려는데, 무엇을 챙겨야 하고 무엇은 필요가 없을지 네가 제대로 알고는 있느냐?
아빠!
시대가 변했어. 그런 고리타분한 생각으로 설교하지 말라니까!
요야! 듣거라, 아비가 너에게 해 줄 수 있는 말은 이제 많지 않다. 이번엔……
막을 수 없다는 건 안다. 네가 옥문성에 가기로 결정한 거면 가는 것이지. 우리가 깔아 놓은 길을 가지 않는 것 역시 어찌 보면 잘된 일일지도 모르지……
……
아빠, 만약에 말이야, 그냥 만약에……
만약 우리가 이 객잔을 그만두게 된다면 말이야. 아빠랑 그 아저씨들, 우리랑 같이 옥문성으로 갈 생각을 했었을까?
……요야……
에이, 그냥 해 본 말이야, 말도 안 되겠지! 그냥 흘려들어……
요야.
하아……
이 객잔은 원래 너에게 주려고 했던 것이다. 네가 받지 않겠다면, 일찍 문을 닫아 버려도 괜찮겠지.
네가 자립하겠다고 한 부분에 대해선 말리지 않으마, 아비는 네가 충분히 생각했을 거라고 믿는다. 하지만 몇 마디라도 하지 않을 수는 없겠구나, 잔소리라고 생각하진 말거라.
아빠……
너는 젊은이들을 이끌고 있고, 그들도 너를 믿고 따르고 있지. 세상이 변했다고 했느냐…… 맞는 말이다. 변했지. 하지만 이 세상엔 절대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단다.
네가 앞장선 이상, 너의 말과 결정은 이제 너 하나만의 일이 아니다. 즉 이후에 어떤 힘든 일이 일어난다 한들 너는 결코 물러서선 안 된다는 것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견뎌내야 한다는 걸 의미하지. 무슨 말인지 알겠느냐?
……
알고 있어.
알고 있어, 아빠.
……하아. 됐다, 이 행선표는 가져가거라. 힘든 길 몇 곳은 표시해 두었다. 큰길로 갈 수 있으면 큰길로 가고, 이 아비가 밟았던 진흙탕 길로는 발도 들이지 말거라.
걱정 마.
안심이라, 정말 어렵구나.
조금 걱정되는 게 있다만.
뭔데?
요야야. 너도 이제 나이도 찼으니, 이번 옥문성 가는 길에 좀 괜찮은 녀석 하나 정도는 데려와서 보여 줄 수……
잠깐, 잠까아아안!!
아빠! 무슨 바보 같은 소리야!!
뭐가 바보 같다는 거냐?
완전 바보 같은 소리라고!
하아…… 아빠랑 말 안 할래. 그리고 나 양대인 저택에 들러야 해……
양대인을 찾아서 무얼 하려고?
내가 찾는 게 아니고, 그 리 녀석이 찾는 거야!
리도 찾지 못했다면 양대인은 저택에 없을 텐데, 네가 간들 무슨 소용이겠느냐?
……듣고 보니 그러네. 리 녀석, 또 나를 이런 식으로 놀린다 이거지! 바로 가서 매운맛을 보여 줘야겠어!
하아……
이제 다 큰 여자애가, 언제쯤 얌전해지려는지……
……
남의 집안 사정입니다. 너무 두리번거리지 마시죠.
……쓸데없는 참견입니다.
린 칭옌, 도대체 무슨 생각이신 거죠?
식사입니다.
제가 그걸 물은 게 아니라는 건 잘 아실 텐데요.
아침부터 이곳을 지키고 서선 제가 그 세 분을 만나러 가는 걸 막아섰죠. 이유라도 말해 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말했잖습니까, 제가 같이 동행해 드린다고.
린 칭옌!
소리 지르지 마시죠, 보기 흉하군요.
이번엔 대리사를 대표하여 온 게 아닙니다. 그러니 당신. 관직을 떠나서, 원래 저를 어떻게 불러야 하죠?
……
규칙을 잊었습니까?
……이모.
그겁니다.
왜 항상 이런 식으로 절 괴롭히는 겁니까? 제대로 된 친척도 아니고, 당신도 그저 린가와 제 아버지의 교분 덕분에, 한 항렬 위일 뿐인데……
천사부에서 이번에 당신을 보낸 이유가 대체 뭡니까?
온 백성을 위함이겠죠.
말은 잘하는군요.
그렇다면, 정말 이대로…… 이대로 계속 내버려 둘 생각입니까?
태부께선 이미 판단을 내리셨으니, 우린 그저 명령에 따를 뿐입니다.
문제는 당신입니다, 좌락.
……
당신은 사세대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죠. 이번 상촉 배후의 내막은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닙니다. 보아하니 당신은 모르고 있는 것 같군요.
관리가 돼서 사정도 제대로 알지 못하다니, 황당하군요! 대체 누가 당신을 보낸 겁니까?
……아무도 보내지 않았습니다. 자원해서 나온 겁니다.
안 믿기십니까?
믿습니다.
당신이 자원했다는 건 믿고 있습니다. 하지만 배후에 누군가 있다는 것도 믿고 있지요.
……대리사의 냉철하고 충직한 린 칭옌이, 이런 정치적인 음모를 추리하는 법을 알고 계실 줄은 몰랐습니다.
소문에 따르면, 당신은 이런 파렴치한 이해득실 관계를 가장 경멸한다고 하던데요. 만일 당신을 귀찮게 하는 자가 있다면, 감전시켜버리기도 한다고 들었습니다만?
하지만 지금 당신의 모습은, 그런 소문과 거리가 있어 보이는군요.
내가 일하는 방식을 당신이 지적할 필요는 없습니다.
당신에 대해 부탁을 받았으니, 당신과 관련된 일이라면 당연히 신중해야겠죠.
……칫.
지금 혀를 찬 겁니까?
아니요, 이모님이 잘못 들으신 겁니다.
……
이번 일이 끝나면, 당신도 나와 함께 수도로 돌아가야 할 겁니다.
하지만……
이건 좌장군의 뜻입니다.
……
알겠습니다, 같이 가죠.
예부 좌시랑…… 은 사실 정무에 자주 관여하지 않는 직위입니다.
제가 지금 이 관직에 어떻게 앉게 되었는지, 양대인은 들으신 바가 있나요?
자세한 이야기를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혼자만의 힘으로 요직에 오르신 양대인에 비하면 저는 보잘것없지요.
영 가문은…… 큰 가문입니다. 조상님의 보살핌과 진취적인 후대들이 있었기에 대대로 재산을 축적해가며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이지요.
저의 조부께서는 일품관으로서, 수십 년을 근면 성실하게 일해 왔죠. 제가 성함을 말하지 않아도 양대인은 누구인지 아시겠지만요.
……
양대인이기에 말할 수 있는 거예요. 그게 아니라면 그저 자랑하는 꼴이 될 테니까요.
아닙니다.
영 소저는…… 좋은 사람입니다.
양대인은 그렇게 여겨 주실 거라고 생각해요.
예전에도 양대인께 말씀드렸지만, 저는 형제자매 중 일곱째랍니다.
네.
제 아버지와 그 연배에 계신 분들은 뜻이 없으셨고, 후대들도 마찬가지였죠. 제 가장 큰 사촌 오라버니는 저와 열 살이 넘게 차이가 나는 데다가, 이미 독립한 상태였습니다.
조부께서 관직에서 은퇴하실 무렵, 저는 젊은 혈기 덕분인지 부패 관료들의 사건에 휘말렸고 운 좋게도 죄인 일당을 잡아들였습니다. 그리고 이튿날 공문이 바로 제 조부님께로 올라갔죠.
영 소저, 재능이 출중하십니다.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시네요.
아뇨, 이건 진심입니다.
믿어 드리죠.
조부님은 절 서재로 부르셨어요. 특별한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제게 질문 하나를 던지셨죠.
이렇게 물으셨죠. “사추야, 너의 그 재능을…… 국가와 국민 그리고 천하를 위해 써 줄 수 있겠느냐?”라고.
저는 대답했죠……
……목숨을 바치더라도.
마다하지 않겠다고요.
영 소저, 기백이 대단하군요.
자, 옛날이야기는 여기까지만 할까요.
양대인, 차가 식습니다.
아직 온기가 남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엔 양대인 손이 차가워 보이네요. 제가 이 겉옷 절반을 돌려드릴 수 있게 해 주신다면, 따뜻한 차 한 주전자 정도는 더 나눌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죠.
……영 소저 건강이 중요합니다, 입고 계세요.
전 괜찮습니다. 누구 손이 더 차가운지…… 확인해 보시겠어요?
이 양현의 차가운 손으로, 영 소저를 차갑게 할 순 없지요.
어머!
오늘 이후에, 언제 또 만날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군요.
영 소저, 부디 몸조심하십시오. 몸을 춥게 하지 마시길.
……만일……
혹 영 소저께서 이후에도 꽃구경 할 계획이 있으시다면, 길이 멀기도 하니 직접 움직이지 마시고, 사람을 시켜 우편을 보내시지요. 제가 심어 놓겠습니다.
……
영 소저?
앗, 아, 네……
음…… 이렇게까지 말씀하시니, 저도 솔직하게 말씀드리지요.
양대인. 그 주머니 속의 매듭이 있는 장신구 함, 언제까지 쥐고만 있으실 생각이신지요?
……쿨럭, 이건, 그게……
뭔가요?
양대인, 왜 그러시죠. 혹시 다른 사람에게 주려고 준비한 건 아니겠지요?
……
아~ 이거 참.
……당신을 데리고 사람을 찾으러 오는 게 아니었어.
그렇다.
안 나가봐도 괜찮겠나?
지금 모습을 보이는 건, 시기가 적절하지 않을 듯하군요.
저 주거니 받거니 하는 모습이 연극보다 훨씬 재밌으니까요.
저 양현이 저럴 줄은…… 하아, 뭐 괜찮겠지.
……아니, 아니지, 괜찮을 리가!
양현, 십 년 정도 안 봤다고 저렇게 변해 버렸을 줄이야!
십 몇 년 안 본 걸 가지고 뭐, 흔한 일이지.
정말, 못 봐주겠네.
그래도 차 마시며 눈요기할 수 있으니 이것도 나쁘지 않은걸.
이렇게 된 이상, 양현. 너 나한테 또 하나 빚진 거다.
하아……
옛 친구와 마지막으로 술 한 잔 기울이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어렵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