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와 늑대무리
늑대 무리, 늑대 두목, 고독한 늑대…… 용문은 많은 외부자를 수용했으며, 황야의 외침을 듣기 전까지 강철의 숲은 이들을 소리소문없이 변화시키고 있었다.
등장 오퍼레이터: 라플란드
9시 35분, 예정보다 5분이나 지났네.
안전을 위해서라도 장소를 바꾸는 게 좋겠어.
단 1초라도 여기 머물고 싶지 않은 건 나도 마찬가지지만, 함부로 자리를 떴다가 접선자를 못 만날 수도 있어.
도시에 들어오자마자 우릴 만나기로 약속했는데, 지금 입구 쪽에서 쥐새끼 한 마리 안 나오고 있어. 분명 안에서 발이 묶인 거겠지. 좀 더 기다려 보자고.
입구 쪽은 너무 눈에 띄는데, 정말 계속 기다릴 생각이야?
그럼 어떡해? 우린 지금 그 미친 여자 밑에서 일하고 있잖아!
그 여자가 우릴 붙잡고 처음 했던 말이 뭐였는지 기억 안 나?
“생각이 바뀌었어. 살아 있는 너희 둘이 시체보다는 도움이 되길 바란다.”
그거 말고, 그다음에 한 말!
“내 일을 망치지 마. 한 번이라도 실수하면 너희는 그대로 죽은 목숨이다.”
그러니까, 접선자를 만나지 못해 편지를 못 받을 바엔, 차라리 눈에 띄는 편이 나아.
너…… 아니, 됐다.
슬슬 사람들 나오네.
접선자라, 어떻게 생겨 먹었더라……
생각하지 마, 어차피 너 몰라.
무슨 소리야?
하아.
애초에 그 여자가 상대가 어떻게 생겼는지, 무슨 옷을 입었는지 알려준 적이 없잖아. 그쪽에서 찾아오는 거지, 우리가 찾는 게 아니란 말이야.
감비노, 접선 암호는 기억하고 있지?
감비노?
……그쪽에서 “마요네즈 마카로니 철판 볶음 어때”라고 물으면, 우리가 “특가 세트 2인분”이라 답하는 거지. 그럼 편지를 건네올 거야.
기억하고 있어서 다행이다.
이런 거지 같은 암호는 잊고 싶어도 잊을 수가 없어.
9시 50분이다. 마지막으로 나온 놈들도 다 떠났는데……
뭔가 잘못됐어. 우리가 움직여야 해.
그러다 나중에 그자가 나왔을 때 우리가 없으면 어쩌려고?
그런 우연이 있을 리가 있나? 지금 이대로 멍청하게 기다릴 때가 아니야!
만약에 그자가 안에서 잡혔다면?
설령 그게 아니라 해도, 우리가 여기서 기다렸다고 우리 문제가 아니잖아. 상대가 우릴 못 찾았을 뿐, 그 미친 여자도 이걸로 우릴 어떻게 할 순 없어……
뭐가 다른데?!
그 여자는 미쳤다고. 그 여자가 원하는 건 결과야. 누구한테 문제가 생겼냐가 아니라! 더 이상 움직이지 않으면 우린 이대로 끝나!
……그래, 네 말이 맞다고 치자. 그럼 우린 어딜 가서 그자를 찾아야 하는데?
머릴 좀 굴려봐.
시라쿠사인 말고 그 미친 여자에게 편지를 보낼 사람이 어디 있어. 펭귄 로지스틱스는 일단 제쳐두고, 지금 용문에서 시라쿠사와 관련된 놈이 또 누가 있겠냐?
설마 우리가 시라쿠사에서 데려온 그 배신자들?
그 녀석들이 우릴 배신한 것도 모자라, 이제는 아예 사람까지 가로챌 속셈인가?!
하, 드디어 사람 말을 알아듣기 시작했구나.
……
꼭 그들이 가로챘다고 단정 지을 순 없지만, 이번 일이 그 녀석들과 완전히 무관한 건 아니란 말이지. 적어도 뭔가 알고 있긴 할 거야.
가자.
빌어먹을 배신자 놈들, 내가……
그만!
용문에 발을 들인 첫날부터 내가 말했잖아. 용문에는 용문의 규칙이 있다고.
우리가 어째서 래트킹에게 패했는지, 또 그 녀석이 우리 목숨을 왜 살려 둔 건지 잊지 마.
시끄러워, 나도 알아!
그럼 다행이고.
어쨌든 우린 그 배신자들의 아지트에 가는 건 맞지만, 설교하러 가는 건 아니야. 싸우러 가는 건 더더욱 아니고. 단지 정보를 캐내는 것뿐, 알았어?
……
조용히 걸어. 다 왔어.
기분이 어때?
최고야.
그래서 어떡하려고? 아무나 붙잡아서 물어봐?
그건 안 돼.
만약 녀석들이 정말로 시라쿠사에서 온 사자를 납치한 거라면, 그건 분명 윗선의 뜻이었을 거야. 만약 녀석들이 한 짓이 아니라면, 잔챙이들이 자초지종을 알 리가 더더욱 없을 테고.
네 머리는 이럴 때만 잘 돌아가네.
……
그래서, 어쩌자고? 젊었을 때처럼 내가 놈들의 주의를 끌면 네가 잠입하게?
아니. 더 지켜봐야 해. 놈들의 경비가 충분히 허술하다면 굳이 네가 그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지.
그 미친 여자 밑에서 일하는 이상, 쓸데없이 아군을 잃고 싶진 않아. 아무리 너처럼 방해만 되는 녀석일지라도.
하, 말 참 예쁘게 하네. 내가 없었다면 넌 진작에 실수해서 그 여자한테 죽었을걸.
하핫, 블랙 잭이다!
돈 좀 걷어볼까~
잠깐, 그게 뭐야?
뭐가 뭔데, 억지 좀 부리지 마……
동작 그만, 어디서 밑장빼기냐!
……
(작은 목소리로) 이것들이 대낮부터 노름이나 하고 앉아 있네?
(작은 목소리로) 내가 보스였으면 트럼프 카드를 저 녀석들 입에다 쑤셔 넣었을 거다.
(작은 목소리로) 됐어, 지금 네 처지를 잊었냐?
……
(작은 목소리로) 그래도 저런 무방비 상태면 우리한텐 좋은 일이지.
아이고, 내 피 같은 돈.
요즘 내 자금줄이 끊겨서 말이야. 그렇지 않았으면 이런 짓도 안 했을 텐데.
누가 보면 나는 무슨 갑부인 줄 알겠다. 너 지금 각 잡고 나한테 사기 치려 한 거잖아!
네 구역은 시장 근처니까 적어도 심부름 값이라도 벌 수 있잖아. 근데 나는? 나는 감염자들이 사는 동네라, 분위기도 우중충한데다 심부름 자체가 없거든!
심부름?!
누구야?!
뭐야, 누구 있어?
누구 목소리가 들렸는데. 가까운 곳이었어.
뭐라고 했는데?
'심부름'…… 이라 한 것 같은데?
하하하…… 잘못 들은 거겠지. 아니면 어떤 못된 녀석이 심술이라도 부렸나.
그런가.
(작은 목소리로) 너 미쳤어?!
(작은 목소리로) ……닥쳐.
(작은 목소리로) 우리가 저 불쌍한 놈들을 거둬들인 게, 설마 이 감비노와 2대 시칠리아의 이름을 짊어지고……
(작은 목소리로) 심부름이나…… 시키기 위해서였다고?
(작은 목소리로) 대체 누가 미친 걸까? 우리는 지금 뭘 위해 그랬던 건데? 놈들은 또 여태 뭘 위해서였는데?
(작은 목소리로) 당연히 생존을 위해서지, 이 자뻑아!
(작은 목소리로) 지금 우리한텐 어떻게든 좋은 일이야. 뭐가 불만인데?
(작은 목소리로) 불만은 무슨……
총소리?!
아니다, 오리지늄 폭발물이네. 소리는 여기서 몇 블록 떨어진 곳인데…… 감비노, 야, 어디가?!
여기서 평생 죽치고 앉아 있게?
……
천천히 뛰어!
가, 감비노, 천천히 뛰라고……
카포네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자신보다 조금 먼저 도착한 감비노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눈앞에 서 있는 것은 검은 모자에 검은 코트를 입은 남자였다.
그 사람 옆엔 용문 마피아들이 여기저기 쓰러져 있었다. 몇몇은 정신을 잃었고, 몇몇은 상처를 붙잡은 채 신음하고 있었지만, 모두 목숨에는 지장이 없어 보였다.
마요네즈 마카로니 철판 볶음 어떤가?
……
트…… 특가 세트 2인분으로.
자.
카포네는 몇 걸음 다가가 검은 코트의 사내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봉투에 찍힌 실링 왁스는 어딘가 익숙해 보였지만, 정확히 무엇을 의미했던지 떠오르지 않았다.
저기, 혹시 어느 패밀리 소속인지……
?!
보스? 가 아니라, 감비노…… 씨?
토마소?!
네놈이 왜 여기에 있는데…… 아니지, 이 편지는 어디서 받았어? 편지를 준 사람은?
저…… 저는 아무것도 몰라요. 이 편지는 제가 전해주는 거였어요.
토마소, 너는 내가 잘 알지. 설마 날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내가 발가락에 낀 때로 생각해 봐도 네가 이 많은 사람을 쓰러뜨릴 수 없다는 거 알아. 네가 먼지 나게 처맞으면 맞았지. 분명 너에게 편지를 준 녀석이 이들을 쓰러뜨렸을 테지.
좋은 말로 할 때 얼른 편지 준 녀석을 불어.
그…… 그건 알려 드릴 수 없어요.
아무래도 우리가 못 본 사이에 네가 많은 걸 잊어버린 모양이군.
내가 오늘 네 입으로 반드시 그 녀석을 불게 한다. 차라리 죽여달라고 비는 편이 더 나을걸.
아, 안 돼요!
죽어도 이건 말씀 못 드려요, 절대요!
좋아, 그럼 이것부터……
감비노!
왜 너까지 꾸물거려? 편지를 보낸 사람을 찾으면 우리는 이 빌어먹을 도시를 떠날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시라쿠사에……
이 봉투를 봐. 그리고 이 실링 왁스도. 너도 이게 뭔지 잘 알고 있겠지.
……
?!
이건…… 그 여자의 편지인가? 어째서…… 용문에?
이런, 근위국 놈들이다. 폭발음을 듣고 왔나!
토마소, 얼른……
도망쳤어?
걔보다 우리 코가 석 자야!
……무기를 버리고…… 포위……
……이쪽이다.
거긴 막다른 길이잖아!
날 믿어, 어서!
이, 이건 패밀리 간 전쟁 현장인가?
아니, 내가 보기엔 그냥 일방적인 무력 시위 같은데…… 봐봐, 이 녀석들 전부 살아 있잖아.
그러네. 뭐, 심하게 다치긴 했지만.
진범은 아직 멀리 가지 못했을 거다. 얼른 쫓아가자!
어느 쪽이지?
이쪽 양쪽 길엔 모두 우리 검문소가 있어. 그 녀석이 바보가 아닌 이상 이 작은 골목밖에 도망갈 길이 없겠지.
하핫, 이쪽 골목은 나도 알아. 막다른 길이잖아.
(작은 목소리로) 정말 이쪽 길 맞아?
(작은 목소리로) 말 못 들었어? 양쪽 길 끝엔 검문소가 있다잖아. 그쪽으로 가선 안 돼!
숨지 말고 나와라!
사람 목숨은 해치지 않았으니 어느 정도 사정은 봐주겠다!
저항은 그만하고…… 얼른 나와!
(작은 목소리로) 야, 이쪽으로 오고 있는데!
(작은 목소리로) 조용히 해, 지금 생각하고 있잖아. 어떻게든 방법을……
그만 숨고 나오지! 벽 뒤에 숨어 있는 거 다 안다! 무기를 버리고 투항해!
(작은 목소리로) 방법이 뭔데?
(작은 목소리로) 지금 생각 중이라고……
다시 한번 말한다, 무기 버리고 나와. 관대하게 조치할 테니……
관대한 조치 좋아하시네!
꼼짝 마!
멈춰! 멈추라고!
이 틈에 도망가자!
뭐야, 동료가 있었던 거야? 양동작전이었던 건가? 빠, 빨리 지원을……
……적어도 동료 한 명은 더 있다. 무기는 석궁인데, 사격은 별로다!
내 사격이 별로라고?!
용문만 아니었으면 진작에 헤드샷을 날렸을 거다!
후우, 후우……
여기까지 왔는데, 그 녀석들도 더 이상 쫓아오진 않겠지.
고작 그 잔챙이들 가지고 도망 신세라니, 쳇.
정말 너답다, 이 자뻑아.
……
그리고 너의 그 잘난 척은 어쩜 위기일수록 더 심해지냐. 젊었을 때보다 더 신물이 난다.
왜, 옛날이 그리워?
조금은.
……
여기 이 화살 자국이 누가 남긴 건지 난 아직 똑똑히 기억하고 있어.
내가 지금 그 빌어먹을 놈이랑 같은 배를 탄 게 아니라면, 그 녀석 심장 가까운 곳에 똑같은 자국을 남겨줬을 거야. 그렇지 않고서야 내게 그리움 따위는 없으니까.
……네 말이 맞아.
나도 그 거만한 꼴통한테 한 발 더 먹여 주고 싶네.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급소를 맞춰줄 테니까.
하, 말 한번 잘했다. 그렇게 날 죽이고 싶으면 지금 하면 되잖아?
내가 쫄 것 같아?
아니야? 몰래 기습 없이, 날 이길 수나 있고?
(스으으읍)
좋아, 난 널 이길 수 없어.
왜, 벌써 항복이야?
……지금 우리가 누구 밑에서 일하는지 잊지 마. 방금 네가 했던 말을 그대로 돌려준다.
……
맙소사, 너도 침착해지긴 하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는 일러. 우리가 이 편지를 '당사자'에게 직접 받은 게 아니니까. 설마 그 미친 여자가 우리가 '일을 망쳤다'고 생각할까?
알 게 뭐야.
한 가지 확실한 건, 우리 둘이 힘을 합쳐도 그 여자 앞에선 십 초도 못 버틴다는 거야.
어차피 선택의 여지도 없는데, 그런 걱정을 해서 뭐하게?
문밖에서도 너희 냄새가 진동하는데. 무슨 일이라도 생겼어?
아…… 아무 일도 아닙니다, 누님. 편지는 순조롭게 가져왔습니다.
순조롭게?
네, 아주아주 순조롭게요, 누님.
순조로웠는데 이제야 돌아왔다고?
……
편지 줘봐.
버…… 벌써 다 읽으신 겁니까?
할 말이 있으면 해.
아, 아, 아닙니다. 할 말 없습니다.
뭔가 할 말이 있는 것 같은데?
……
얘가 묻고 싶은 건 그 편지에…… 저희가 언급되어 있습니까?
하핫, 하하하하하!
……
있었습니까?
있어.
내가 마음대로 너희를 처분하면 된다네.
뭐야, 왜 리액션이 없어?
저…… 정말로 그 한마디뿐입니까?
훗, 생각보다 눈치는 빠르네.
편지에는 꼴사나운 너희 둘을 황야에 묻어버리라고 했어.
……
별로 놀라진 않은 모양이네.
놀랄 것도 없습니다. 나조차도 지금 이 꼴이 창피하기 그지없으니까요.
그래서, 어떻게 할 생각인데?
너무 창피해서 자결이라도 하게?
아니면 다시 도망이라도 쳐 봐. 이번엔 15초 줄게.
……농담은 그만 하세요. 우리도 우리 실력을 알고 있다고요.
하핫.
그럼 너희 내 제안을 들어볼래?
……
어찌 됐든 너희는 결국 하찮은 존재야.
너희도 그들의 규칙은 잘 알고 있지? 그러니까 넘겨짚지 마. 시칠리아 부인은 집 나간 개들에 신경도 안 써. 이런 나조차도 안중에 없는데.
그게 무슨 뜻인지 너희도 알잖아? '시라쿠사'는 너희들이 사라지길 바라는 거야.
사실 난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너희들의 이 꼴은 차마 보고 있을 수만은 없어.
그래서 말인데, 지금부터 서로 죽여 봐!
그럼 너흰 조금이라도 '명예'를 되찾을 수 있을 거고, 편지를 쓴 사람도 조금은 기분이 풀리겠지. 나도 당분간은 귀찮은 일에 관여하지 않아도 되고.
어때, 어때?
……항복하죠.
뭐?
편지의 명령을 어기고 패밀리를 배신하는 게 당신에게 항복하는 거잖습니까. 그러면 살아남은 사람은 당신의 보호를 받는 거죠. 안 그렇습니까?
항복? 보호? 배신?
너희 둘이 서로를 얼마나 많이 배신했는지는 내가 말할 필요도 없지 않나?
……알았어, 나도 상관없어.
카포네?!
과거 따윈 그리워할 필요 없다고 한 건 너였잖아?
네 말대로 하지. 셋을 세면 동시에 움직인다. 누가 살아남는지 보자고.
참고로 말하자면, 난 말함과 동시에 움직일 생각은 없어. 이 정도면 예전에 널 몰래 습격했던 일에 대한 사과로 충분하겠지.
그래, 배신자. 그 빚은 갚은 걸로 해줄게.
하나……
둘……
셋!
간다!
하하, 하하하하하!
좋아, 이런 반응이 너무 좋아!
자, 더 격렬하게! 마음속에 담긴 분노를 쏟아 내는 거야! 너희가 목숨을 걸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내게 보여줘 봐!
지금이다, 감비노!
이야아아압!
이거나 먹어라……
왼쪽이다!
말도 안 돼, 칼도 뽑지 않았는데……
동작이 너무 단순하잖아. 대충 봐도 너희가 어느 쪽으로 공격해 올지 알아.
너흰 정말 사이좋은 형제구나. 멍청한 녀석은 너무 멍청해서 탈이고, 똑똑해 보이는 녀석도 그냥 허울뿐이잖아.
너흰 어릴 때 시라쿠사에서도 고생 같은 거 안 해 보고 편하게 살았지?
감비노, 말할 틈을 주지 마……
설마! 맨손으로?!
왜, 신기해?
아무래도 우린 전혀 다른 시라쿠사에서 살았던 모양이네.
이렇게.
스스로 쏜 화살에 목구멍이 노려진 느낌은 어때?
……별거 없네.
너희가 내 제안을 거절한 이상, 나도 편지에 적힌 내용대로 할 수밖에 없어. 적당히 묻어버리지 뭐.
한 가지 간과한 게 있을 텐데.
뭐?
여긴 용문이야.
그래서?
고무로 된 화살촉으론 사람을 죽일 수 없어!!!
몸에 칼을 지닌 건 알았지만, 이렇게 빨리 뽑을 수 있을 줄이야.
그래도 너무 느려.
크윽……
그리고 고무 화살촉으론 확실히 사람을 죽을 수 없지.
하지만 대동맥을 노린다면 내겐 너무나도 쉬운 일이야.
(큭…… 윽……)
카포네?!
으윽…… 큭……
콜록…… 콜록콜록……
축하해, 목숨은 건졌네.
콜록, 콜록, 그럼 뭐해, 어차피 너한테……
그만해, 카포네.
우린 진작에 죽었어야 했어. 적어도 여기선 진정한 시칠리안답게 죽을 수 있어.
그래?
감비노와 카포네는 자신들의 눈을 의심했다.
라플란드는 아름답게 장식된 봉투와 정성스럽게 접힌 편지를 손가락으로 집어 불 위에 올렸다.
그러자 편지에는 불이 붙기 시작했다.
미쳤어? 감히…… 시칠리아 부인의 편지를?!
응? 지금까지 나를 미친 여자로 알고 있었던 게 아니었나?
장엄한 헛소리만 잔뜩 늘어놓은 종이 쪼가리 뿐이야. 태워서 재가 되는 편이 기분이 좋더라 난.
이런…… 미친……
왜, 그런 여자를 대신해 나한테 싸움이라도 걸게?
……그럴 리가.
그렇겠지. 그녀에게 송곳니를 드러내거나, 그녀를 위해 싸우거나, 너희는 둘 다 못하지.
그녀에게 고향에서 쫓겨났는데도 불평 한마디 못 했으니까.
너희들은 화도 안 나? 시라쿠사에서 쫓겨난 게 그녀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편지엔 분명 너희를 처리하라고 했는데도, 그 편지가 불에 타는 것조차 못 볼 정도로 그녀가 두려워?
……
……
쳇, 시시하긴.
일어나.
어디로…… 데려가는 건데?
데려가? 내가 왜?
황야에 묻어 버리려는 거 아니었나?
방금 너희 모습은 확실히 치졸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꼴사나울 정도는 아니었어.
게다가 편지도 불에 탄 마당에, 내가 그 사람 말을 들어야 할 이유가 없잖아?
됐으니까 일어나!
너흰 아직 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 그만 자빠져 있어!
해야 할 일?
이 도시에 고독한 늑대가 한 마리뿐이 아니야.
용문의 차는 어떤가?
......
아무래도 입에 맞지 않는 모양이군. 시라쿠사 사람들은 감기에 걸렸을 때만 차를 마신다고 듣긴 했다만.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하지만 여긴 용문일세. 용문 사람들은 진한 차를 선호하는 편이지, 카데두 선생.
그것에 관해 저는 따로 드릴 말이 없습니다. 저는 그저 부인의 말씀을 전하러 왔을 뿐이니까요.
하지만 부디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 땅 어디에 있든, 한 번 시라쿠사인은 영원한 시라쿠사인입니다. 시라쿠사인은 따뜻한 차를 마시는 습관이 없습니다.
글쎄. 하지만 시라쿠사에서 온 친구들도 이미 찻잎의 향을 좋아하게 된 터라, 설마 자네나 그 부인은 아직도 그들의 입에 억지로 다른 걸 집어넣을 생각인가?
……
부인께선 이제 그 사람들에게 간섭할 뜻이 없으십니다. 당신에 대한 경의와 그자들이 용문에서 멋대로 설치는 것에 대한 사과의 의미로, 부인께선 당신의 방식대로 그들을 처리하는 것에 동의하셨습니다.
나도 자네한테 사과를 해야겠군. 오늘 오전, 현지인들이 자네를 그들의 지원군으로 착각하는 바람에, 이제야 당신을 모시게 된 점에 대해 정식으로 사과하지.
그리고 적당히 봐줘서 매우 고맙네.
천만에요.
그럼, 다른 볼일이 없다면……
죄송합니다만, 아직 하나 더 있습니다.
얘기하게.
타락한 자들에 대해 부인께서 더 이상 관심이 없습니다만, 그 두 사람만큼은 이대로 내버려 둘 수 없습니다.
그 두 마리의 '고독한 늑대'를 말하는 건가?
그렇습니다.
부인께서도 최대한 양보해서 다른 자들을 모두 놓아주기로 하셨습니다만, 그 두 마리만은 절대 무리를 떠날 수 없다고 하시는군요.
그녀들이라면 나도 들은 바가 있네. 나도 그녀들과 시라쿠사의 갈등에 관여할 생각이 없네만.
이해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녀들이 용문에 있는 동안 저희도 쓸데없는 참견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그녀들이 너무 나댄다면 저희 또한 이대로 보고만 있지 않을 것입니다.
자네가 용문의 규칙을 어기지 않는다면 말이지.
최대한 노력해 보겠습니다만, 저희도 보장은 어렵습니다.
협박하는 건가?
그럴 리가요.
그렇다면 그 '최대한'이라는 말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네.
분명히 말해두지만, 자네는 용문에서 용문의 규칙을 어기지 않고 싶을 걸세.
물론입니다. 솔직히 저희도 용문이나 용문 뒤에 있는 염국과의 마찰은 가급적 피하고 싶으니까요.
이 노친네의 체면을 너무 세워주는군.
하지만 어떤 일들은 반드시 행해져야만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부디 이해해 주시길 바라겠습니다.
……
그렇다면 서로 일이 그 지경까지 커지지 않길 기도하지.
기도 말입니까? 당신의 최종 입장으로 받아들여도 되겠습니까?
시칠리아 부인께 최대한의 경의를 담아서, 맞네, 그게 내 답변일세.
그렇군요, 잘 알겠습니다.
저희도 사태가 심각해지지 않도록 노력하지요.
좋아.
그럼,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환대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기회가 된다면 시라쿠사에 초대해 쿼드 샷 커피를 대접해 드리고 싶습니다.
고맙네.
그 전에 그 찻잔은 어떻게 비워줄 수 없나?
?
주인의 대접을 손님이 고맙게 받아야 하는 것 또한 용문의 규칙일세.
……
검은 옷의 시라쿠사인이 눈앞의 찻잔을 들어 올리더니 한입에 비워버렸다.
이걸로 되겠습니까?
물론이지. 친구여, 부디 가는 길 편안하길.
갔나?
갔습니다. 도시를 떠날 때까지 뒤를 밟았지만, 이번엔 변장하려는 낌새를 보이지 않더군요.
그래.
우리 대화를 너도 다 들었겠지?
네.
명을 전하게, 한동안 그 시라쿠사 마피아들을 잘 살피라고.
네.
그리고 고독한 늑대 두 마리는, 엠퍼러 그 녀석이 한 마리를 데리고 있으니 안심하겠지만, 다른 한 마리는 좀 더 신경 쓰게. 적어도 용문을 떠날 때까지.
네.
만약 그녀가 용문을 떠나지 않는다면 어떡할까요?
……
………………
……………………
오늘 금요일이던가?
그렇습니다만, 그건…… 왜 물으시는지?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니까, 오늘이 무슨…… 프라이데이라고 했더라? 젊은이들이 하는 말은 갈수록 알아듣기 힘들어지는군.
아무튼, 오늘 아이스 캐슬 호텔이 30% 세일이라 하지 않았던가?
으음…… 한번 확인해보겠습니다.
30% 세일이 맞다면, 오늘 저녁에 2인석을 예약해주게.
2인석…… 알겠습니다! 바로 예약하겠습니다!
뭘 그렇게 긴장하나, 오랜 친구와 밥 한 끼 먹으려는 것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