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투 비 컨티뉴

브라운테일

미니 스토리브릿지2023-02-17

설산 사변 이후, 시우루스와 유카탄은 브라운테일 가문의 대표로서 빅토리아 현지 상인들과의 거래를 통해 가문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자 움직이고 있었다.


라타토스

준비됐어, 시우루스?

라타토스

빅토리아는 쉐라그 때와 달라. 이번엔 우리도 상대방과 협력을 해야 돼. 지금은 우리 상황이 불리하니까, 상대도 분명 기회를 봐서 한탕 할 생각이겠지.

라타토스

나도 상대방이 어떻게 나올지 예상할 수 없기 때문에 해줄 수 있는 건 조언뿐이야. 이번엔 네가 스스로 판단해야만 해.

시우루스

알겠어, 알겠다고! 귀에 딱지 앉겠네!

시우루스

내가 그렇게 못 미더우면서, 왜 직접 가지 않는 건데!

라타토스

평소에 쓰지도 않던 그 머리로 직접 생각해 보는 게 어때.

시우루스

너 진짜……!

라타토스

됐어, 지금은 너랑 싸울 때가 아니니까. 기억해, 이번에 우린 여행이나 하러 온 게 아니야. 넌 지금 브라운테일 가문을 대표하고 있으니까.

라타토스

유카탄, 네 마누라 잘 챙겨. 괜히 밖에서 브라운테일 가문에 먹칠하게 두지 말고.

유카탄

아하하……

시우루스

뭘 끄덕이는 거야! 유카탄, 너 대체 누구 편이야?!

라타토스

말 돌리지 말고.

라타토스

아무튼, 이번엔 뭐든 많이 보고 듣고 생각하되 말은 최대한 줄이도록 해. 예전처럼 생각 없이 막 뱉지 말라는 소리야.

라타토스

너도 이제 식견을 넓힐 때가 됐어. 쉐라그 밖의 세상은 어떤 세상인지, 빅토리아는 도대체 어떤 곳인지 나가서 한 번 봐봐.

시우루스

흥……

시우루스

……

시우루스

하아, 저기…… 라타토스……

라타토스

왜?

시우루스

사실은 네가 직접 가고 싶었던 거 아니야?

라타토스

……

라타토스

시우루스, 이리 와 봐.

시우루스

응?

시우루스

……뭐 하는 거야, 이 여자가! 이거 놔, 나 멀쩡하거든!

라타토스

그럼 왜 그런 헛소리를 하실까?

시우루스

그, 그냥 해 본 소리잖아.

시우루스

라타토스, 만약 그럴 기회가 있었다면…… 넌 빅토리아에 가 보고 싶었어?


빅토리아 거상

아, 두 분 여기 계셨군요!

빅토리아 거상

방금은 손님이 많아 도저히 빠져나올 수가 없었습니다. 대접이 변변치 못한 점 모쪼록 너그럽게 용서해 주시길 바랍니다.

시우루스

과분한 말씀이십니다, 해리슨 씨.

시우루스

환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오늘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빅토리아 거상

별말씀을요!

빅토리아 거상

먼 길을 오셨는데 현지인으로서 대접해 드리는 게 당연하죠. 여기 있는 술과 음식들은 편하게 즐겨 주시고, 더 필요한 게 있으시면, 주변에 있는 하인을 부르시면 됩니다.

시우루스

신경 써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빅토리아 거상

아, 혹시 이 식기들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려드리는 편이 좋을까요?

시우루스

……괜찮습니다.

시우루스

해리슨 씨, 그것보다도 저흰 브라운테일 가문과 귀사의 협력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싶습니다만.

빅토리아 거상

이런, 시우루스 부인께선 꽤나 직설적이시군요……

빅토리아 거상

협력에 대해선 저희가 이전에 어느 정도 합의를 봤다고 생각했는데, 아닌가요?

시우루스

확실히 그렇죠.

시우루스

하지만 일부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빅토리아 거상

물론입니다. 안심하시죠.

빅토리아 거상

제 비서가 이미 정식 계약서를 준비해 뒀습니다. 여유가 되신다면 한번 읽어 보시는 것도……

시우루스

그 계약서라면 이미 읽어 봤습니다.

빅토리아 거상

네?

시우루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일부 조항들은 브라운테일 가문에서 받아들이기엔 힘들 것 같군요.

빅토리아 거상

으음……

빅토리아 거상

그 말씀은?

시우루스

인력 제공 및 이윤 배분 부분에서, 구체적인 수치에 대해 다시 한번 얘기를 나눌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빅토리아 거상

으음.

빅토리아 거상

한번 고려해 보겠습니다.

시우루스

그럼……

빅토리아 거상

진정하시죠, 시우루스 부인.

빅토리아 거상

이번 협력에 대해선 이미 저희 쪽에서도 상당 부분 공제금 혜택을 내어 드린 겁니다.

시우루스

하지만……!

빅토리아 거상

안심하세요. 이번 거래의 목적은 저희 모두 이득을 보기 위함이 아닙니까. 개인적으로도 쉐라크에 호감을 느끼고 있기도 하고, 계약상 시우루스 부인과 부인 가문에 손해를 끼치게 되는 일은 결코 없을 겁니다.

시우루스

……

유카탄

'쉐라크'가 아니라, '쉐라그'입니다. 해리슨 씨.

빅토리아 거상

네? 아, 네. 부끄럽군요. 저에겐 쉽지 않은 발음인지라.

유카탄

쉐라그에 가 본 적이 있으신가요?

빅토리아 거상

그건…… 아닙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쉐라크에 관한 소식들이 꽤나 들려오더군요.

빅토리아 거상

들은 바에 의하면, 쉐라크의 연회에서는 통바비큐를 굽고, 사람만큼 큰 술독에 술을 담는다지요? 게다가 서커스 공연도 한다던데,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방문해 보고 싶군요.

유카탄

……

시우루스

……농담도 참.

빅토리아 거상

전 그럼 이만 다른 손님들을 맞이하러 가 보겠습니다. 두 분께선 모쪼록 오늘의 연회를 즐겨 주시길.

시우루스

자, 잠깐만요……! 제 얘기는 아직……

빅토리아 거상

실례하겠습니다.

부유한 여성

(드디어 왔군요, 해리슨. 저기 계신 두 분은 누구죠?)

빅토리아 거상

(쉐라크에서 온 손님인데, 현지에서 꽤나 이름 있는 가문 출신인 모양입니다.)

부유한 여성

(어머, 처음 듣는 곳이네요……)

빅토리아 거상

(그저 변방 산골입니다. 신경 쓰실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여사님.)

시우루스

……

시우루스

가자, 유카탄!

유카탄

시우루스……


시우루스

……

시우루스

후우……

시우루스

스으으읍…… 후우우우……

유카탄

시우루스.

유카탄

이제 아무도 없어.

시우루스

……

시우루스

(스으으읍)

시우루스

아아아아짜증나 진짜!!!

시우루스

짜증나 정말!

시우루스

짜증나 정말!

시우루스

짜증나 미치겠어!!

시우루스

대체 뭐야 그 태도는! 지가 뭐라고 날 이따위로 대하는 건데! 나랑 쉐라그를 깔보는 걸 눈치 못 챌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시우루스

식기를 쓰는 법을 가르쳐 주겠다고? 대체 어느 집 연회에서 서커스를 한다는 건데! 게다가 쉐라그를 계속 쉐라크라고 불러대다니, 진짜 계약만 아니었으면 한 방 날려줬을 거야!

시우루스

아아 진짜 짜증나!!

유카탄

……하아.

유카탄

자, 물 좀 마셔.

시우루스

됐어, 열이 뻗쳐서 배가 부를 정도니까.

유카탄

조금은 마셔 둬, 또 밤중에 위가 아프다 그러지 말고.

시우루스

그럼, 쓰다듬어 줘!

유카탄

그래, 쓰다듬어 줄게.

유카탄

지금까지 잘 참아 줬어, 시우루스.

시우루스

흥, 참는 거 말고 다른 방법이 없잖아.

시우루스

내가 그때 화냈어 봐, 돌아가면 라타토스 그 자식이 또 잔뜩 야단을 쳤을 테니까.

유카탄

……고생했어.

유카탄

이제 어떻게 할까?

유카탄

연회장으로 돌아갈까, 아니면 오늘은 이만하고 쉴……

시우루스

돌아가자! 안 돌아갈 이유가 없잖아!

시우루스

몇 번 짜증이 났을 뿐이야. 계약에 대한 얘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 이대로 도망칠 수는 없지!

유카탄

……정말? 정말로 괜찮겠어?

시우루스

당연히 괜찮지. 난 멀쩡해.

시우루스

라타토스가 말하지 않아도, 이번 빅토리아와의 계약은 브라운테일 가문이 외부와 접촉하는 첫걸음이란 건 알고 있어. 내가 망쳐 버릴 수야 없지.

시우루스

실수하지 않는 것뿐만 아니라, 최대한 이익을 가져와야 하는데……

시우루스

그러니까 괜찮아, 참을 수 있어.

유카탄

시우루스……

시우루스

유카탄, 요 이틀 동안 너도 봤잖아……





시우루스

나 살면서 그런 거대한 기계는 정말 처음 봤어. 무식하게 덩치만 큰가 했는데 그렇게 매끄럽게 굴러갈 줄이야.

시우루스

게다가 길은 또 얼마나 평탄한지. 정거장도 곳곳에 있고, 진열장에 있는 상품에 눈이 돌아갈 뻔했다니까.

시우루스

오늘 밤 이 연회장만 해도 조명으로 촛불 따윈 쓰지도 않고, 전등을 쓰고 있잖아

시우루스

유카탄, 쉐라그엔 이런 것들이 없어.

유카탄

……

시우루스

우리도 이런 것들이 필요해.

시우루스

그래봤자 기차, 아름다운 도시, 형형색색의 상점들뿐이잖아! 우리가 이제부터 다 만들면 돼!

시우루스

나중에 우리 아이들이 태어나면 말이야, 이런 것들이 당연한 것이었으면 좋겠어. 그리고 아이들이 크면 유학이든 여행이든 좋으니, 가고 싶은 곳에 전부 가게 해 줄 거야.

유카탄

아, 아이라니……

시우루스

……앗.

시우루스

아, 아냐! 그런 뜻이 아니라, 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내 말은 그, 그, 미래의 쉐라그 아이들이……!

유카탄

지, 진정해 시우루스, 딱히 그런 생각을 한 건 아니고……

시우루스

뭐? 그럼 우리 아이를 가질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는 거야?!

유카탄

생각은 했…… 지금 그 얘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니잖아!

시우루스

……크흠.

시우루스

아무튼, 미래를 위해선 우리가 조금 더 노력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야.

시우루스

그 엔시오데스 녀석도 나랑 같은 생각이었을까?

시우루스

그런 복잡하고 빙빙 돌아가는 방식은 잘 몰라. 하지만 그 녀석이 지은 철로랑 공장은…… 쉐라그를 상당히 변화시켰지.

유카탄

시우루스……

시우루스

왜 웃는 거야……

시우루스

왜, 왜 머리를 쓰다듬는 거야! 머리 헝클어져!

유카탄

아, 시우루스, 가만히 있어. 정리해 줄 테니까.

시우루스

정말…… 우리 지금 밖이라고!

유카탄

미안, 참을 수가 없었어.

유카탄

네 말이 맞아, 우리에겐 그것들이 필요해.

유카탄

우리도 분명 가지게 될 거야.

시우루스

물론이지……!

유카탄

그건 그렇고, 네가 그런 말을 할 줄이야…… 게다가 그 엔시오데스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다니.

시우루스

하.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유카탄. 난 실버애쉬 가문 사람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적 없거든!

시우루스

그냥 사실을 말했을 뿐이야. 엔시오데스는 마음에 안 들지만…… 만약 지금 상황이 엔시오데스가 봐 온 것들이라면, 나도 그 녀석이 해 왔던 일들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던 것뿐이라고.

시우루스

그 녀석도 조금은 능력이 있다는 걸 인정한 것뿐이야. 나도 그 정도는 할 수 있다고.

유카탄

확실히 엔시오데스는 유능해.

시우루스

게다가 난 엔시오데스보다 옆에 있는 그 노시스가 더 싫어!

시우루스

그 망할 녀석이 배신하는 척하면서 우릴 속이지만 않았어도……

유카탄

그 상황에선 사실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지. 모두 자신의 진영을 위해 싸운 것뿐이야, 그걸 탓할 수는 없지.

시우루스

됐어! 유카탄, 넌 왜 그 녀석 편을 들고 있는 거야?!

유카탄

그런 적 없는데……

시우루스

(찌릿)

유카탄

……그래, 내가 잘못했어.

유카탄

그건 그렇고, 그 일이 있고 나서 벌써 많은 시간이 흘렀잖아. 어쨌든 결국은 실버애쉬 가문과 접촉해야만 할 텐데, 언제까지 그렇게 미워만 할 거야?

시우루스

평생.

유카탄

으음.

시우루스

그거랑 이건 다른 얘기야. 난 그 녀석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아직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고!

유카탄

……하아.

유카탄

보아하니, 가주님도 전혀 신경 안 쓰시는 것 같던데.

시우루스

그럴 리가! 라타토스 그 여자는 겉보기엔 아무렇지도 않아 보여도, 실은 나보다 더 원한이 깊을걸!

시우루스

유카탄. 우리 어릴 때 라타토스 빼놓고 나가서 놀다가 돌아간 날 기억 안 나? 그때 할아버지한테 잡혀선 일주일 내내 벌로 책을 베껴야 했잖아.

시우루스

내가 확신하는데, 그거 분명 라타토스가 일부러 복수한 거야!

유카탄

그때 바깥에서 너무 오래 놀았던 건 사실이잖아. 그걸로 가주님을 탓할 순 없지.

시우루스

정말, 넌 우리 언니를 너무 따른다니까!

시우루스

그나저나 얘기하다 보니 생각난 건데……

시우루스

유카탄, 언니가 엔시오데스를 꽤나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아 보이지 않았어?

시우루스

말은 안 하지만, 어렴풋이 느껴지는 게 있지.

유카탄

흐음…… 확실히 그랬지.

유카탄

엔시오데스의 방식이 지나치게 급진적이지만 않았다면, 가주님께서도 그렇게 반대하시지는 않았을 것 같긴 해.

시우루스

너도 그렇게 생각해? ……언니가 이번에 날 보낸 이유는, 이런 것들을 직접 보게 하려고 그랬던 걸까?

시우루스

출발하기 전에 내가 라타토스한테 물어봤거든. 기회가 있었다면 직접 빅토리아에 가고 싶었냐고.

시우루스

……사실 나도 언니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고 있어.


시우루스

라타토스! 라타토스!

시우루스

라타토스! 들었으면 대답을 해. 이렇게 큰 소리로 부르는데, 왜 끝까지 못 들은 척이야?

시우루스

왜 무시하는…… 응? 뭘 보고 있는 거야?

라타토스

한 번도 언니라고 안 부르는 망할 꼬맹이한테 내가 신경 쓸 필요가 있나?

시우루스

뭐 망할 꼬맹이?!

라타토스

몰래 놀러 나가기나 하고, 내가 계속 감싸 주기만 해야 하는 망할 꼬맹이가 여기 또 어디 있겠어.

시우루스

윽, 그건…… 내가 잘못한 게 맞아.

시우루스

다음엔 꼭 같이 가자. 유카탄한테 망보라고 할게!

라타토스

됐어, 난 너처럼 한가하지 않거든. 할아버지 몸 상태도…… 됐어, 아무것도 아냐. 넌 그냥 사고만 안 치면 돼.

라타토스

그리고 유카탄이 착하다고 해서 너무 괴롭히지도 말고.

시우루스

내가 언제 유카탄을 괴롭혔는데!

라타토스

내가 그렇다면 그런 거야.

라타토스

그래서, 이젠 날 뭐라고 부를 거야?

시우루스

라타토스……

라타토스

음?

시우루스

……언니!

라타토스

그래 그래, 내 착한 동생아.

시우루스

흥……

시우루스

잠깐, 너 지금 또 날 놀리려는 거지? 말 돌리지 말고, 아까는 뭘 보고 있었던 거야?

라타토스

정기 보고 내용에 있던 정보를 보고 있었을 뿐이야, 특별한 건 없어.

시우루스

할아버지께선 벌써 그런 일들까지 너한테 물려주신 거야? 할아버지도 정말……

라타토스

난 어디 사는 여동생 씨와는 다르게 이런 걸 처리할 능력이 있거든.

시우루스

너 진짜……!

시우루스

됐어, 너랑 싸울 시간 없어.

시우루스

그래서 어떤 정보가 있었길래? 꽤나 오래 붙잡고 있는 것 같던데……

라타토스

……

시우루스

별로 특별한 건 안 보이는데……

시우루스

응? 그 실버애쉬 가문의 장남이 쉐라그를 떠났다고?

시우루스

빅토리아에 유학이라…… 핑계도 좋네. 내가 보기엔, 그냥 쉐라그에서 못 버틸 것 같으니까 다른 곳으로 도망간 거야!

라타토스

……넌 그렇게 생각해?

시우루스

다들 그렇게 말하는걸. 여기 남을 수 있다면, 왜 굳이 말도 안 통하는 나라로 가겠어? 나 같으면 절대 안 가.

라타토스

……

시우루스

왜 그래? 라…… 언니, 안색이 안 좋아 보이는데.

라타토스

……됐어, 손 치워. 너한테 걱정받을 정도로 몰락하진 않았어.

시우루스

이 망할 여자가…… 좋은 뜻으로 걱정해 줬더니만!

라타토스

그래, 너의 그 호의 잘 받아들일게.

라타토스

……후우……

라타토스

난 조금 감회에 젖었을 뿐이야. 실버애쉬 가문이 처한 상황에서 이런 결심을 했다는 건, 정말 모든 걱정들을 내려놓았다는 얘기겠지.

시우루스

무슨 결심?

라타토스

모든 걸 내버릴 결심 말이야.

라타토스

……엔시오데스, 정말 독한 녀석이야.


시우루스

그때 라타토스는 이렇게 말했었어.

시우루스

나도 새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그때 라타토스랑 엔시오데스가 불 속에 있는 모습을 보니까……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갑자기 몇 년 전 일이 생각나더라.

시우루스

그때 라타토스의 생각은, 우리와 다르지 않았을까 하는 느낌이 들었어.

시우루스

혹시…… 브라운테일 가문이 라타토스의 발목을 붙잡고 있었던 건 아닐까?

유카탄

전대 가주님께 문제가 생기기 전에 있었던 일이야……?

시우루스

응. 그러고 얼마 안 있어서 할아버지께서 세상을 떠나셨지.

시우루스

너도 알잖아. 그 당시 할아버지께선 이미 많이 편찮은 상태였고, 라타토스가 그걸 숨기고 있었지만……

유카탄

그땐 너무 많은 사람들이 브라운테일 가문을 주시하고 있었어. 가주의 나이가 너무 어리면, 늘 다른 생각을 품는 사람이 생기니까.

시우루스

그렇지. 그때 라타토스는 잠 잘 시간도 없이 바빴던 데다, 다크서클이 얼마나 진하던지 나도 못 알아볼 정도였었다니까…… 성격도 고약해 가지고, 하루종일 나한테 소리나 지르고.

시우루스

……

시우루스

유카탄.

유카탄

음?

시우루스

그때 난 뭐가 그렇게 불만이었는지 항상 라타토스랑 다투곤 했어…… 정말 바보 같지?

유카탄

그렇지 않……

시우루스

됐어, 거기까지! 넌 아무 말도 하지 마!

유카탄

윽!

시우루스

나도 내가 바보 같았다는 거 잘 알아. 실제로도 별 도움 안 됐고. 오히려 상황만 더 안 좋게 만든 적이 많았지. 우리 가문에 부끄러울 정도였어! 내가 제일 잘 알아!

시우루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렇다 쳐도, 너한테 그런 말을 듣고 싶진 않아.

시우루스

너만큼은 날 탓하지 말아 줘, 너까지 그러면 난 정말 못 버틸 것 같아.

유카탄

시우루스…… 내 말을 들어 줘.

유카탄

넌 잘하고 있어. 한 번도 널 바보 같다고 생각한 적 없어.

시우루스

……어떻게 눈 하나 깜빡 안 하고 거짓말을 하는 걸까?

유카탄

어, 그렇게 보여?

유카탄

난 네가 바보 같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건 가주님도 마찬가지일 테고……

시우루스

라타토스 그 녀석은 그렇게 생각할걸!

유카탄

……그래, 하지만 가주님께서도 널 탓하시지는 않아. 넌 항상 뭐라도 시도해 보려고 했고, 가주님도 항상 널 믿으려 하시지. 그럼 그걸로 된 거 아냐?

시우루스

나도 알아, 그냥 조금…… 화가 났을 뿐이야.

시우루스

나 자신한테 화가 나. 라타토스한테도 화가 나고.

시우루스

왜 난 이런 사실들을 좀 더 일찍 깨닫지 못했을까. 라타토스는 왜 또 그렇게 혼자 무리할까?

유카탄

으음…… 솔직하게 말해 줄까?

시우루스

잔소리 할 거면 그만둬.

유카탄

그건 안 돼.

유카탄

무리하는 건 아마 브라운테일 가문에 대대로 내려오는 기질 아닐까. 그 점에 있어선 시우루스, 너나 가주님이나 마찬가지야.

유카탄

그래서, 우리 승부욕 강하고 무리하길 좋아하는 시우루스 부인께선, 저기 계신 욕심 많은 해리슨 씨를 어떻게 설득할 생각일까?

시우루스

난……

시우루스

……잠깐, 이게 무슨 소리지?


귀족 남성

정말 초라한 연회로군.

귀족 남성

해리슨 선생께서 큰맘 먹고 사들인 이 귀족의 땅에서, 나 같은 손님은 대접할 가치도 없다는 건가?

귀족 남성

어이, 거기.

불친절한 남성

네.

귀족 남성

해리슨 선생께 선물을 하나 보내 드리도록.

귀족 남성

걱정할 필요 없다. 선생께 귀족을 어떻게 대접해야 하는지 가르쳐 드리기만 하면 되니까.

불친절한 남성

옙!

부유한 여성

꺅!

부유한 여성

어, 어서 해리슨 씨를 불러와!

시우루스

(무슨 일이지? 저 녀석들이 연회장을 죄다 때려 부수고 있어.)

시우루스

(앞장선 저 녀석이 빅토리아의 귀족인가? 이게 대체 무슨……)

유카탄

(저 사람과 해리슨 씨 사이에 갈등이 있었던 모양인데.)

시우루스

(이렇게 집에 쳐들어와서 난리를 피워댈 정도면, 보통 갈등이 아닌 모양이야.)

유카탄

(한번 가 볼까?)

시우루스

(잠깐, 그렇게 쉽게 모습을 드러내선 안 돼. 적어도 아직은 아니야!)

시우루스

(하지만, 어쩌면 이게 기회가 될 수도 있겠는걸……)

빅토리아 거상

에반스 자작!

빅토리아 거상

오, 오셨군요. 오시기 전에 귀띔이라도 해 주셨으면 좋았을 텐데…… 아직 라이타니엔에서 휴가를 보내는 중이시라고 들었는데 어떻게……

귀족 남성

해리슨 선생께선 내 스케줄에 대해 꽤나 잘 알고 있는 모양이야.

귀족 남성

하지만 내가 이렇게 미리 돌아와서 해리슨 선생의 계획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릴 줄은 미처 몰랐나 보군.

빅토리아 거상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귀족 남성

이런, 해리슨 선생. 그런 표정 짓지 말라고.

귀족 남성

당신이 몰래 손을 써서 우리 협력사의 지분을 빼앗고, 내가 빅토리아에 없는 틈을 타 암암리에 토지를 매입할 땐 이렇게 애처로운 표정을 짓지 않았을 텐데 말이야.

빅토리아 거상

……

빅토리아 거상

에반스 자작, 꼭 이렇게 하셔야겠습니까!

빅토리아 거상

우리가 맺은 계약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익의 문제라면 아직 대화의 여지가 남아 있으나…… 이건 협력 파트너를 대하는 태도가 아니지요!

귀족 남성

물론 나도 우리가 협력하는 관계라는 걸 잊지는 않았지.

귀족 남성

하지만 이렇게 화라도 내지 않으면, 기분이 풀리지 않는다고.

시우루스

(상인과 귀족 간의 이권 다툼인가……)

시우루스

(오기 전에 라타토스가 몇몇 자료들을 보여 주긴 했지만…… 이런 일을 직접 눈으로 목격하게 될 줄이야.)

시우루스

(그렇다면……)

유카탄

(시우루스, 무슨 좋은 생각이라도 있어?)

시우루스

(응. 방금 네가 해리슨 씨를 어떻게 설득할지 물어봤었잖아.)

시우루스

(지금 좋은 생각이 났어. 움직여, 유카탄. 이건 기회야!)

빅토리아 거상

이…… 이러시면 안 됩니다!

귀족 남성

아, 안 되는 건가?

귀족 남성

여기서 확실하게 해 두지, 해리슨 선생. 내가 지금 당신에게 손을 댄다고 해도, 단지 “불쌍한 해리슨 선생은 자작 각하와의 결투 중 불행하게 패하여 세상을 떠났다” 정도의 일로 끝날 뿐이야.

귀족 남성

하, 혹시 이곳에 귀족을 어떻게 해 볼 수 있는 사람이 있으리라 생각하는 건가?

불친절한 남성

(각하.)

귀족 남성

뭐지?

불친절한 남성

(저희가 데려온 사람들 중 상당수가 쓰러졌습니다, 움직일 수 있는 인원이 많지 않습니다.)

불친절한 남성

(아마 손님 중 누군가가 경찰에 알린 모양입니다, 저기……)

귀족 남성

……

귀족 남성

아무래도 완전히 바보는 아니었던 모양이군, 해리슨. 도움을 청할 줄도 알았다니.

빅토리아 거상

예……?

귀족 남성

지금 누굴 속이려고!

귀족 남성

눈치 있게 군다면 앞으로의 협력에 대해 대화의 여지 정도는 남겨 두려고 했건만, 아무래도 자네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군.

귀족 남성

흥, 오늘은 이 정도로 끝내겠지만, 이걸로 끝이라 생각은 마라.

귀족 남성

가자!

빅토리아 거상

……

시우루스

그냥 이렇게 가는 거야?

시우루스

으음…… 그럼 이 사람들은 어떡하지?

붉은 머리의 자라크는 어깨에 들쳐 멘 사람들을 거상의 눈앞에 아무렇게나 내던졌다.

유카탄

여기 둬, 누군가 처리하겠지.

빅토리아 거상

앗…… 이 사람들은 에반스 자작이 데려온……

빅토리아 거상

그렇다면 아까 그들이 말한 도움이라는 게……

유카탄

저희 외에 생각나는 분이 따로 없으시다면, 그건 곧 저희를 말하는 것이겠죠.

유카탄

다친 곳은 없으신가요, 해리슨 씨?

빅토리아 거상

크게 다친 곳은 없습니다. 두 손님께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 드렸네요. 하아, 이것 참……

빅토리아 거상

아무튼 두 분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빅토리아 거상

하지만 방금처럼 그 자작의 부하에게 손을 댄다면 앞으로는…… 하아……

시우루스

……

시우루스

해리슨 씨.

시우루스

그 부분에 대해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당신과 그 귀족과의 협력은 이제부터 순조롭지 못하게 된 걸로 이해하면 될까요?

빅토리아 거상

그건……

시우루스

귀족분께서 데려온 사람들에게 손을 댔으니, 이미 당신은 공개적으로 죄를 지은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보아하니 상대방의 신분이 더 높아 보이던데, 이제 당신으로선 따로 어찌할 방도가 없으시겠죠. 이 상황에서 상대방도 해리슨 씨와의 협력을 계속 이어 나가려 할까요?

시우루스

해리슨 씨의 회사는 지금 한창 확장 중에 있는 중요한 시기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협력하는 쪽이 도중에 철수한다면 당신에게도 꽤나 타격이 크겠지요?

빅토리아 거상

그…… 그건 무슨 뜻이죠?

빅토리아 거상

혹시 방금은 고의로 그런 일을 벌이셨다는 겁니까?!

시우루스

아, 저는 단지 사실만을 얘기했을 뿐이에요. 그 외에 별다른 뜻은 없었습니다.

시우루스

이제 당신께서 할 일은 계속 그 귀족에게 머리를 숙이거나, 아니면 힘겹게 새로운 협력 파트너를 찾거나, 둘 중 하나가 되겠죠. 자, 여기 좋은 제안이 있습니다만……

빅토리아 거상

……

시우루스

우리 브라운테일 가문은 쉐라그의 삼대 가문 중 하나입니다. 빅토리아의 작은 귀족쯤이야 두렵지 않죠. 그러니 만약 생각이 있으시다면, 브라운테일은 언제나 선생님의 가장 믿음직한 파트너가 되어 드리죠.

시우루스

어떠신가요, 해리슨 씨. 저희 사이의 협력에 대해서……

시우루스

……다시 한번 이야기를 나눠 보지 않으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