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세끼
그저 산책 삼아 시장을 둘러볼 생각이었던 리는, 이곳에서 어느새 십 년이라는 세월을 보내게 되는데.
손님, 아까부터 시장 곳곳을 서성거리시던데 필요한 재료를 못 찾으셨습니까?
저 말입니까?
네, 곧 시장 문 닫습니다. 지금 나가지 않으면 밤새 이 안에 갇혀있게 될 테지요.
아직 7시도 안 됐는데요.
아이고, 현지인이 아니신가 봅니다. 여긴 밤이 되면 위험합니다. 그 시간까지 장사할 만한 배짱이 있는 사람은 없답니다.
……확실히 이곳에 온 지는 며칠 안 되었습니다. 바로 어제 이 근방에 숙소를 잡았죠.
용문에 둘러볼 곳이 널리고 널렸는데 굳이 왜 이 작은 시장을 둘러보시는 겁니까?
새로운 지역에 가면 현지 시장에 들르는 것이 습관일 뿐입니다.
풍속과 인심, 그리고 특산물까지 확인할 수 있는 곳이 시장이니까요.
그래봤자 시장이 다 거기서 거기지 뭐가 다르겠습니까? 사람 많고 복잡할 뿐일 텐데.
예를 들면…… 이곳과 달리 상촉의 시장은 밤늦게까지 영업을 하지요.
네……?
……그래서 대체 사실 겁니까, 마실 겁니까? 안 사실 거면 이만 정리하겠습니다.
추천할 만한 물건이 있습니까?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었으니 몸보신을 위해 죽순으로 죽을 끓여 드시는 건 어떻습니까?
흠, 역시 됐습니다. 이렇게 큰 건 숙소 냉장고에 들어가지도 않을 것 같으니.
허…… 정말 별난 사람이군.
괜히 시간만 낭비했어……
여어 주인장, 오늘은 일찍 가네?
(칫, 저 깡패 놈들…… 이렇게 빨리 가는데도 마주치다니……)
돈은 준비됐지? 지난달에 밀린 것까지 같이 달라고.
요, 요즘 장사가 잘 안돼서 정말 돈이 없어.
뭐, 잘됐네. 이제 그만 때려치우고 유능한 사람한테 가게를 넘겨주지 그래?
아이고, 뭐 하려는 거야?
제발…… 부수지 말아줘! 조금만, 며칠만 더 시간을 주면 어떻게든 돈을 마련해 볼게!
흥, 어느 세월에!
이번 한 번만 넘어가시지 그러십니까.
쳇, 당신은 또 뭐야?
당신이라니 황송하군요, 그냥 형제라고 부르면 됩니다.
……말조심해. 내가 누굴 모시는지 알기나 해?
린 선생님 아닌가요?
알면 눈치껏 행동하지 그래.
(흠, 역시 이 도시에서 만난 건달 열에 여덟이 린 선생님을 모시고 있다고 하네. 도대체 무슨 까닭일까.)
역시, 왠지 낯익다 했더니 린 선생님 저택에서 만났었나 봅니다.
아…… 그, 그래?
그럼요, 작년엔 저택에 계화꽃이 만개해 계화떡을 만들었는데…… 당신도 받았겠죠?
무, 물론이고 말고, 열 통이나 받아서 다 먹지도 못했다고.
아차차, 잠깐만…… 린 선생님 저택에는 계수나무가 아니라 복숭아나무가 심겨 있던가요?
*용문 욕설*, 너 이 자식 도대체 린 씨를 아는 거야, 모르는 거야?
내가 아는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당신은 확실히 아닌 것 같군요.
썩 꺼지는 게 좋을 겁니다. 누군가 자기 이름을 팔아가며 건달 짓하는 걸 알게 되면 린 선생님도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
쳇, 재수가 없으려니.
저…… 감사합니다.
가볍게 몇 마디 해준 것뿐이니 신경 쓰지 마시죠. 또 저런 녀석을 만나거든 무서워할 필요 없답니다. 대게는 덩치만 요란한 시정잡배들일 테니. 진짜 마피아들은 이러지 않습니다.
아휴…… 일개 장사치인 제가 사람 보는 눈이 있겠습니까?
참, 잠시만 기다려 주시지요.
네?
냉장고가 아무리 작아도 이 리치 정도는 들어가겠죠.
제 성의입니다. 집에서 따온 거라 몇 푼 되진 않지만 가져가서 드셔보세요.
……
……손님?
아, 문득 달콤한 리치를 맛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여기까지 온 가치가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잘 받겠습니다.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입니다. 또 들러주세요.
네, 그러지요.
여어, 리 씨!
시장 입구서부터 차이 사장님 목소리가 들리더군요.
리 씨를 위해 남겨둔 겨울 죽순이 상할까 그랬지. 이런 강추위엔 죽순을 꼭 챙겨 먹어야 한다고.
무슨 채소가 몇 분 만에 상한다고 그러십니까?
가져가서 꼭 소금물에 담가놓아야 해. 그래야 오래 가니까.
됐습니다, 제가 빌린 방은 주방이 엄청 작습니다. 대충 랩에 싸서 냉장고에 보관하죠.
안 돼! 리 씨 주려고 특별히 챙겨둔 백안 죽순이란 말이야.
걱정 마세요. 며칠 후면 손님이 오실 테니 금세 다 먹을 수 있을 겁니다.
리 씨도 용문에서 친구를 사귀었나?
아직 친구라고 부를 순 없지만요.
그럼 어떻게 해야 리 씨의 친구가 될 수 있는 건가?
린 선생님, 오늘도 부인 대신 장을 보러 오신 겁니까?
내 아내는 십여 킬로미터 떨어진 시장에 가서 죽순을 사 오라고 할 만큼 까다로운 성격이 아니야.
(작은 목소리로) 저, 저 사람이…… 설마 그……
(작은 목소리로) 평범한 행인이라고 생각하시죠.
아직 내 질문에 답하지 않은 것 같은데.
전 속물이라 객잔에서 대접받아야만 상대를 친구라고 생각합니다.
부하들의 보고와는 좀 다른 것 같군. 지난 일주일 동안 리 선생님은 내내 평범한 길거리 식당만 들렀다고 들었는데 말이야.
제가 어디를 드나들었는지 그렇게 잘 아는 린 씨가 왜 이렇게 먼 시장까지 절 찾으러 오신 걸까요?
죽순을 사기 위해서라면 굳이 이곳까지 올 필요는 없겠지만, 친구에게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서라면 올 만한 가치가 있는 거잖나?
별말씀을요. 전 그저 사소하디 사소한 일을 도운 것뿐입니다. 애초에 제가 없었어도 잘 해결될 일이었지요.
그건 아니지. 리 선생님이 없었다면 이렇게 깔끔하게 해결할 수 없었을 거야.
……하하, 제 깜냥은 누구보다 제가 더 잘 알고 있습니다만.
그래서 당신은 이 최상급 죽순을 어떻게 요리할 생각이지?
가볍게 볶기만 해도 충분히 맛있을 것 같군요.
그런 소박한 조리법으론 이 죽순이 아까울 듯한데, 갓 잡은 파울비스트를 넣고 찌개를 끓이는 건 어떤가?
흐음, 그럼 죽순의 맛이 죽을 텐데요?
게다가……
편하게 말하게, 리 씨.
시골에서 자유롭게 자란 죽순이라 다른 재료들과 섞이고 싶지 않아 할 겁니다.
그것보다도 죽순이 너무 잘 자란 탓에 아무리 깊은 산속임에도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나?
어찌 됐든 평화로운 날을 보내긴 힘들 텐데.
하하, 그 얘기는 나중에 하는 걸로 할까요.
웨이 놈이 아무 이유도 없이 손님 노릇 할 리는 없는데……
자신 있습니다.
무슨 자신 말인가?
……웨이 장관님은 젓가락을 든 순간부터 저와 계속 얘기를 나누게 될 겁니다.
흐음…… 여기 사과도 파나?
예예, 있고 말고요.
얼마지?
도, 돈은 받을 수 없습니다. 린 선생님 덕분에 이곳 모두가 몇 년째 평온한 날을 보내고 있으니까요.
장사도 힘들 텐데 받게.
린 선생님, 살 게 없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기왕 왔으니 딸에게 좀 사다 줄까 해서.
역시 가정이 있으신 분은 뭔가 다르군요. 내년에 꽃구경하러 강제에 가자고 하려 했는데, 아무래도 그 생각은 접는 게 좋겠군요.
리 씨도 여기저기 떠돌지 말고 자리를 잡는 게 좋을 게야.
사양하겠습니다. 어딘가 정착하는 삶은 제 성에 맞지 않아서요.
부인, 이 제철 매실을 보시지요. 껍질이 얇고 씨가 작아 새콤달콤 아주 씹는 맛이 있답니다.
으음……
지금 매실주를 담가두지 않으면 청명이 지날 때까지 맛보기 힘드실 겁니다.
알겠어요…… 조금만 담아주시겠어요?
네, '매실주는 제철에 담가야 한다'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가방끈이 짧아 이 구절밖에 기억이 안 나지만……
차이 씨, 멀리서 들어보니…… 어째 말주변이 점점 좋아지십니다?
아휴, 장사하려면 어쩔 수 없지 않겠나?
리 씨도 이곳 단골이신가요?
오랜만입니다, 부인. 웬일로 여기까지 오셨습니까?
용문에서 가장 규모가 큰 시장이잖아요. 식재료를 사기엔 이곳만 한 곳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부인께서 직접 식재료를 사러 오시다니 무슨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음, 며칠 후면 옌우 그이의 생일이거든요. 제가 직접 음식을 해주고 싶어서요.
어떤 음식을 만들 생각이십니까?
……아직 못 정했지만, 그이가 즐겨 먹는 음식을 준비하려고 해요.
웨이 씨가 즐기는 음식이라면…… 음식 솜씨가 좋아야 할 텐데요.
으음…… 가장 중요한 건 마음이니 열심히 만들면 괜찮지 않을까요?
그건 그렇지요.
그런데…… 시장은 처음이라 뭘 어떻게 골라야 할지 모르겠네요. 리 씨가 좀 도와주시겠어요?
그럼요. 이 토마토의 경우 익히지 않고 생으로 드실 거면 분홍빛이 도는 것으로 고르셔야 해요. 그래야 식감이 좋거든요. 만약 볶음용이라면 붉은빛으로 고르세요. 그래야 풍미가 있고 과즙도 많답니다.
네, 기억해 둘게요. 저쪽에 토란은요? 훈제 고기에 매시드 토란을 곁들이고 싶은데.
토란이라면, 크기가 비슷하다면 무거운 걸 사는 게 좋습니다. 전분과 수분이 많아 식감이 부드럽거든요.
알겠어요. 그럼 표고버섯은요? 말린 버섯이 좋을까요, 생버섯이 좋을까요?
그건 부인이 어떤 음식을 만드시냐에 따라 다릅니다. 각각의 장점이 있거든요.
다짐육을 사용해서 표고버섯 완자를 만들 거예요.
그럼 말린 버섯이 좋겠네요. 불리고 나면 향이 훨씬 진해질 겁니다.
아아, 그렇군요.
참, 이 앞쪽에 간장 가게가 있습니다. 그 간장으로 파울비스트를 졸이면 맛이 좋을 겁니다.
(작은 목소리로) 그 집, 요즘 가격이 올랐다던데.
(작은 목소리로) 차이 씨, 그건 세상 쓸데없는 걱정이에요.
그 장미 간장조림 말씀하시는 건가요?
네.
잘못 아셨나 봐요, 그건 제가 좋아하는 요리랍니다. 그이는 같이 먹어 준 것뿐이죠.
……알고 있습니다.
네?
전에 웨이 장관님과 식사 중에 들었습니다. 부인께서 좋아하시니 저절로 그 음식이 좋아진 걸지도 모르지요.
……풉.
장사하는 사장님보다 리 씨의 말이 더 청산유수인 것 같은데요?
하하, 요즘은 장사꾼이나 마찬가지지요.
리 씨는 자유롭게 지내고 싶으신 거죠? 그이가 근위국 요직 자리를 몇 번이나 제안했지만 거절하셨다면서요. 그런데 왜 갑자기 생계를 걱정하게 되신 거예요?
집안에 입이 하나 늘었으니 열심히 돈을 벌어야지요.
어머, 드디어 결혼하신 건가요? 다음에 옌우와 함께 부인을 찾아뵈어야겠어요.
그게 아니라…… 오랜 친구가 아이만 남겨둔 채 먼 길을 떠났습니다. 그래서 제가 맡기로 했습니다.
(고개를 젓는다)
정말 무책임한 사람이네요…… 언제 돌아오겠다고는 얘기하지 않던가요?
그런 말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아이를 그냥 저렇게 둘 수는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몇 달 봐주다 보면 돌아오겠지요.
친구가 오면 아이를 돌려보내고 저도 떠날까 합니다.
용문이 마음에 안 드세요?
마음에 안 드는 건 아니지만 떠돌이 기질 탓인지 아무리 좋은 곳이라도 정착하기가 어렵네요.
휴, 어쨌든 도와주셔서 감사했어요. 리 씨 덕분에 장도 다 봤으니 이만 가볼게요.
조심히 가세요, 부인.
……
리 씨. 어이, 리 씨!
아…… 차이 씨. 무슨 일로?
언제까지 거기 서 있을 거야? 다른 손님들 생각도 해줘야지.
……크흠, 죄송합니다. 이 수입 체리는 얼마죠?
웬일이래? 리 씨가 이런 비싼 과일을 다 사려고 하고?
그 녀석이 좋아하니 어쩔 수 없죠. 몇 근만 사겠습니다.
참, 차이 씨, 지난주에 부탁한 식재료는 도착했습니까?
그럼, 네가 오기만을 기다렸다고.
아아, 죄송합니다. 집에 일이 생겨서 조금 늦었네요.
괜찮아. 9시도 안 됐으니 아직 문 닫으려면 멀었지 뭐.
그런데 왜 오늘은 직접 왔어? 그 키 큰 제자는 어디 가고?
오늘 이삿날이라 그 아이는 와이후, 아와 함께 청소를 하고 있습니다.
이사? 왜, 원래 살던 집이 싫어졌나?
집이 좁아서 손님 맞이하기가 영 불편해서요. 또 냉장고를 하나 더 놓고 싶은데 주방이 원체 좁아서 말이죠.
냉장고 두 개로도 부족한 거야?
식구가 많아졌으니 별수 없지요. 훔이 요리를 배워서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밥 차리다 지쳐 쓰러졌을 겁니다.
다른 건 몰라도 네 음식 솜씨만큼은 대가 끊겨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 녀석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수박 겉핥기식으로 배운 거니 완전히 익히려면 아직 한참 멀었을 겁니다.
그럼 오늘은 직접 음식을 만드는 건가?
네, 애들도 하루 종일 바빴을 테니 맛있는 밥이라도 먹여야지요.
하하, 그럼 사무소 개업 축하 선물로 이 금귤 화분을 줄게.
몇 년 동안 가게 앞을 지킨 화분이잖아요. 남들이 만지지도 못하게 하면서 애지중지 키웠고요.
이제야 날이 풀려 열매를 맺었는데…… 왜 제게 주시는 겁니까?
실은 이제 가게를 접을 생각이야.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겁니까?
이제 나도 은퇴해야지 않겠나?
……
벌써 10년이 흘렀군요.
네가 오기 전까지 세면 벌써 삼십 년이나 흐른 셈이지.
지난달 통보를 받았어. 내년이면 시장을 철거하고 대형마트가 들어선다고 하더군.
지난 몇 년 동안…… 용문에서 철거된 곳이 너무 많습니다. 근처에 있던 다루도 카페를 세우겠다며 허물었죠.
뭐, 다 그런 거 아니겠나. 에휴, 부부 둘이서 지금까지 열심히 일했으니 이젠 좀 쉬어도 되겠지.
하긴, 차이 씨 자제분들도 다 커서 가정을 이뤘으니 더 이상 가게를 지킬 필요가 없을지도요. 이참에 여행을 떠나보시는 건 어떻겠습니까?
그러고 보니 오랫동안 용문 말고 다른 염국 도시는 가보지도 못했네.
지금껏 저축한 돈에 철거 보조금을 더하면 몇 년은 충분히 놀고먹을 수 있을 거야.
리 씨, 이곳저곳 많이 다녀봤지? 어디 추천할 만한 곳 없을까?
……저도 용문에 너무 오래 머물렀나 봅니다. 갑자기 여기저기 돌아다니던 때를 생각하려 하니 가물가물하군요.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신기하게도 나쁜 기억들은 별로 생각나지 않습니다…… 현지의 아름다운 경치와 따뜻한 인심만이 떠오르는군요.
시끌벅적한 시장도 빼놓으면 안 되지.
아하하하…… 아직도 그 말을 기억하고 계셨군요.
상촉에 가면 우선 밤늦게까지 불 켜진 시장부터 구경할 생각이라네.
아…… 좋죠.
볼 때마다 용문을 떠나겠다고 하더니, 십여 년이 흘러 결국 내가 먼저 떠나는군그래.
그러게 말입니다. 떠나려고 할 때마다 일이 생기는 탓에 어영부영 십여 년이 흘렀네요.
흐음…… 차이 씨, 사람들은 먼 길을 떠나기 전에 제게 와서 길흉화복을 점쳐보곤 합니다.
오랜 친구로서 앞으로의 여정을 점쳐드려도 될까요? 물론 돈은 받지 않겠습니다.
그럼, 좋고말고.
흐음……
어떻다던가?
세왕, 이 점괘는 대길을 의미합니다. 앞으로 건강하고 무탈하게 여행하시게 될 것이라는 뜻이지요.
으하하, 하여간 리 씨는 듣기 좋은 말만 한다니까!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라 제 진심입니다. 앞으로 인연이 된다면…… 다시 만날 수 있겠지요.
……그래, 또 보자고.
겨울맞이 신선 코너 1+1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겨울맞이 신선 코너 1+1 할인 행사를……
훔 오빠,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해요? 줄 선지 벌써 한참 됐잖아요.
조금만 더 기다리자, 얼마 안 남았어. 마트 행사 날이라 사람이 많을 수밖에.
다리 살 한 덩이 사려다가 내 다리가 없어지겠어요. 수련할 때도 이 정도로 힘들진 않았는데……
리 선생님이 생일에 파기름 다리 살 볶음을 부탁하셨잖아. 오늘 마트에서 갓 잡은 이 고기를 사지 않으면 냉동 고기를 사야 해.
그 사람은 왜 나이가 들면 들수록 먹고 싶은 걸 참지 못하시는 거 같지? 어린애도 아니고……
생일은 원래 소원을 들어주는 날이잖아.
너도 말은 그렇게 하면서, 방에 생일 선물 숨겨놨잖아.
그걸…… 어떻게 알았어요? 내 방 청소하지 말라고 했잖아요!
방엔 안 들어갔어…… 쓰레기를 버리다가 큰 포장지를 봤을 뿐이야.
후, 저도 선물 포장이 그렇게 어려운지 몰랐어요. 몇 번을 싸고 찢고 싸고 찢은 끝에야 겨우 쌌다니까요.
어서 오세요, 손님. 뭘 찾으세요?
다릿살 좀 주세요.
앞다리로요? 아니면 뒷다리?
뒷다리로요.
와이후, 혹시 아 봤어? 왜 아직도 안 오는 거지? 고기만 받으면 바로 계산하고 가야 하는데.
모르겠어요. 마트에 들어오자마자 안 보이던데요.
(두리번거리며) 하아 참……
아, 저기 있다. 이쪽으로 오는 거 같은데요.
어디 갔다 왔어요? 한참 찾았잖아요.
그냥 리 선생님한테 줄 선물이 없나 좀 둘러봤어.
마음에 드는 건 없었고?
헤헷, 없었어.
손님, 총 471 용문폐입니다. 카드로 하시겠어요?
으음…… 계산이 잘못된 것 같은데요?
그럴 리가요. 기계로 계산하는 거라 잘못될 일이 없습니다.
(이상하네, 내 예상보다 많이 나왔는데.)
와이후, 봉투 좀 열어볼래. 다시 확인해 보게.
그만 해요. 오빠가 잘못 계산했을 수도 있잖아요. 얼른 집에나 가요.
맞아, 종일 나와 있느라 와이후 누나도 지쳤을 테니 얼른 돌아가서 쉬자고.
……
……와이후, 봉투 줘 봐.
……여기요, 자세히 확인해 봐요.
(하아, 입이 방정이지……)
다리 살, 무, 호박, 연근……
훔 오빠, 제일 밑에 약재 봉지가 있는 거 같은데요.
에에…… 엣취! 아우, 이게 무슨 냄새야.
콜록콜록, 이게 대체 뭐야?!
에휴, 그러게 왜 굳이 확인하겠다고 나서? 이건 내 책임 아니다?
다들 시시한 생일 선물을 준비한 것 같아서 내가 신경 좀 썼지.
그럼 난 먼저 가 있을게. 이따 보자고~
콜록콜록…… 저, 저게 진짜……
야 이 자식아! 당장 이리로 안 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