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영웅들의 서사시

영웅들의 서사시

오퍼레이터 레코드브릿지

에라토는 로도스 아일랜드를 소재로 새로운 시를 쓰기 시작했다.

등장 오퍼레이터: 에라토, 팔라스, 키아베, 플린트, Lancet-2, 아오스타


팔라스

꿀꺽, 꿀꺽……

팔라스

하, 좋은 술은 향기만으로도 사람을 취하게 만드네요.

팔라스

에라토 씨, 문 좀 열어봐요.

팔라스

에라토 씨…… 자신을 방안에 가둬봤자 아이디어는 떠오르지 않아요. 그러니 좀 포기하시죠?

에라토

시끄러워요, 주정뱅이 제사장님.

팔라스

당신이 걱정되니까 그러는 거죠, 에라토 씨.

팔라스

어젯밤 술을 마시며 산책을 하다가 오퍼레이터들의 대화를 우연히 듣고, 당신이 이틀 밤낮을 기숙사에 틀어박혀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팔라스

제사장으로서 당연히 걱정이 되었지요. 그래서 이렇게 해가 뜨자마자 문안을 온 것이고요.

에라토

문안을 왔다면서…… 손에 든 그건 뭐죠?

팔라스

좋은 술이죠.

에라토

미노스의 뭇 산들이여, 술에 취한 자들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게 은총을 내려주소서.

팔라스

농담할 기운이 남아 있는 걸 보니 시도 금방 쓰겠는데요?

에라토

……제가 새로운 시를 창작 중인 건 어떻게 아셨어요?

팔라스

로도스 아일랜드에 온 이후로 한가하게 지내셨잖아요…… 무엇을 쓸 생각이신가요?

에라토

장점과 개성이 다른 여러 영웅들이 힘을 합쳐 억압받는 사람들과 함께 어려움을 극복하고 희망의 세계로 가는 것에 대한 장편 시가 될 거예요.

에라토

하지만 막상 펜을 드니 써지지 않네요.

팔라스

한 글자도요?

에라토

그럴리가요. 적어도…… 제목은 썼다구요!

에라토

이야기 초반에는 세 명의 영웅이 나와요. 전쟁에 능한 전사, 천부적 재능을 가진 장인, 자애로운 의사……

에라토

하지만 너무 오랫동안 펜을 놓고 있어서 캐릭터도 낯설어지고, 스토리는 현실감이 없고, 캐릭터 이미지도 분명하지 않고…… 영감이 더 필요해요.

팔라스

고향에서처럼 좋은 와인 한잔하면서 산속 영웅들의 전설에 대해 이야기해 보는 것은 어때요?

팔라스

술에 취하면 영감이 머릿속에 주렁주렁 열릴걸요.

에라토

술을 가지고 찾아온 것을 정당화할 생각은 말아요.

팔라스

고전을 읽거나 민요를 수집해 보는 건 어때요? 미노스의 시인들이 자주 쓰던 방법이죠. 잘 알잖아요?

에라토

물론이죠. 영웅담을 찾아 나설 준비는 진작에 했다고요.

팔라스

영웅담이라면 우리 고향 말고도 빅토리아와 카시미어가 취재하기에 좋죠. 다른 곳도 있을 테고요.

에라토

그렇게 멀리까진 안 갈 거예요. 이미 어디로 갈지는 정했거든요.

에라토

잡담은 이제 그만해요. 시간이 없어요.

팔라스

잠깐만요.

에라토

또 뭔가요?

팔라스

에라토 씨의 창작 방식은 늘 저를 매료시켰어요.

팔라스

이 흔치 않은 기회를 잡고 싶군요. 함께 가고 싶은데 설마 거절하진 않겠죠?

에라토

따라오세요.


에라토

여기가 제가 계획한 첫 번째 장소예요.

팔라스

의외군요, 에라토 씨. 로도스 아일랜드를 떠날 생각은 원래 없었나요?

에라토

당연하죠. 본함에 승선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영감은 충분히 떠오르거든요.

에라토

전쟁에 능한 전사라면 훈련실에서 쉽게 만날 수 있을 거예요!

에라토

저희가 너무 일찍 온 걸까요? 아무도 없는 것 같네요……

???

헛! 이 주먹은 어떠냐?

팔라스

누군가 있어요.

에라토

저도 들었어요…… 안녕하세요?

???

이거나 먹어라!

에라토

아, 플린트 씨.

플린트

팔라스네. 그리고 넌……

에라토

……

플린트

……

플린트

키도 크지 않고, 훈련장에서 싸우는 모습도 거의 못 봐서 그런지 기억에 없네.

에라토

전 에라토라고 해요. 외근을 많이 나가고 있기 때문에, 확실히 좀처럼 만날 기회도 없네요.

플린트

그렇구나, 잘 부탁해.

플린트

맞다, 에라토, 싸우러 온 거야?

에라토

엣! 갑자기 그게 무슨……

플린트

싸우러 온 게 아니면 됐어.

에라토

죄송해요. 전 근접 전투엔 서툴러서…… 활은 좀 쏠 수 있어요.

플린트

괜찮아.

플린트

(샌드백을 향해)

팔라스

잠시 기다리죠. 조금 있으면 다른 오퍼레이터들도 올 거예요.

팔라스

에라토 씨?

에라토

플린트 씨가 대단하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실제로 전투하는 모습은 처음 보네요.

에라토

저 당당한 자세, 강력한 펀치…… 아, 바로 제가 찾던……

에라토

플린트 씨, 아니, 전투에 능한 용사님! 당신이라면 분명 특별한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 같네요. 당신의 영웅담을 알고 싶은데, 혹시 들려주실 수 있나요?

플린트

영웅? 영웅을 본 적은 없고,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잘 모르겠어.

플린트

너는 그……일화 같은 게 필요한 거야?

에라토

저는 지금 저에게 시적 영감을 주는 영웅들의 일화를 찾고 있어요!

플린트

아, 알겠다. 영감이 필요한 거구나.

플린트

이리 와봐.

플린트

이리로.

플린트

샌드백을 쳐 봐.

에라토

음…… 이렇게요?

플린트

너무 약해, 더 세게.

에라토

이렇게요?

플린트

아직 부족해. 좀 더.

에라토

흡! 아야야……

플린트

맞아, 바로 그거야. 느낌이 어때?

에라토

아파요……

플린트

다른 건?

에라토

그것 말고는……

플린트

그럴 리가, 영감이 떠오르지 않았어?

에라토

전혀요.

플린트

이상하네, 난 주먹으로 무언가를 칠 때 영감이 가장 많이 떠오르거든. 다음엔 페인트 모션으로 공격해야겠다 같은 생각말이야.

플린트

어떤 문제라도 주먹으로 다 해결할 수 있어. 아무래도 네가 너무 적게 쳐서 그런 것 같아.

플린트

자, 좀 더 쳐봐.

에라토

자, 잠깐만요……

후방 지원 오퍼레이터

플린트 씨, 플린트 씨, 안에 계세요?

플린트

여기 있어.

후방 지원 오퍼레이터

어, 에라토 씨, 팔라스 씨도 함께 계셨네요.

후방 지원 오퍼레이터

플린트 씨, 이건 지난 번 외근 임무의 배상 목록입니다. 잘 보세요. 당신이 외근 가셔서 저지른 일 때문에 후방 지원부가 거금을 쓰게 생겼다고요.

후방 지원 오퍼레이터

특히 이 부분이요. 임무 보고서에는 “키 큰 남자가 나를 위협적으로 내려다보기에 그를 쓰러뜨렸다”라고 쓰셨죠.

후방 지원 오퍼레이터

그런데 단지 쓰러뜨리기만 한 게 아니었잖아요. 너무 아파서 데굴데굴 구르다 문을 두 개나 부술 정도였다고요!

플린트

그럴 리가, 분명 힘을 빼고 쳤다고. 봐, 이렇게, 이렇게 딱 두 번……

후방 지원 오퍼레이터

아무튼, 앞으로 외근 나가서는 절대 공공기물을 파손해선 안 돼요. 다음에도 그러면……

에라토

샌드백이……

에라토

일격에 터져버렸어……

플린트

미안.

에라토

……

후방 지원 오퍼레이터

뭐, 됐어요. 플린트 씨, 이거 받아요.

플린트

이게 뭐지?

후방 지원 오퍼레이터

지난번 외근 중에 당신이 구해준 여자아이가 보낸 감사 편지에요.

플린트

아, 그래.

플린트

(글러브에 편지를 넣는다)

플린트

난 샌드백을 교체하러 갈게.

에라토

음……

에라토

이만 가보죠.


팔라스

에라토 씨, 역시 제 선택은 틀리지 않았어요.

팔라스

당신과 함께 다니는 게 함교 위에서 혼자 술 마시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네요.

에라토

제사장들은 다 그렇게 말하는 건가요, 아니면 당신만 그렇게 재미없게 말하는 건가요, '승리의 여신'님?

팔라스

제가 유일무이한 겁니다.


에라토

여기가 다음 장소예요.

에라토

로도스 아일랜드에는 엄청난 엔지니어들이 많아요. 여기서도 분명 찾을 수 있을 거예요……

키아베

어이! 팔라스, 에라토, 좋은 아침!

에라토

안녕하세요, 키아베 씨, 혼자세요?

키아베

방금까지 아오스타도 있었는데? 엇, 어디로 갔지?

키아베

아오스타, 어디 있어?

에라토

아니에요, 부르실 필요까진 없어요. 그냥 당신에게 여쭤보면 될 것 같아요.

에라토

제 기억으론…… 당신은 기계 설계에 능했던 것 같은데, 맞나요?

키아베

당연하지, 튜닝 기술은 이 몸을 따라올 사람이 없다고. 천재라 불려도 손색이 없달까!

에라토

잘됐네요. 여쭤보고 싶은 게 있거든요. 혹시 스스로 이정도면 영웅담이다 싶을 정도의 일을 한 적이 있으실까요……

키아베

자, 이것 좀 받아줘.

에라토

이건…… 유압 클램프인가요?

키아베

튜닝 기술에 대해 물으려던 거 아니었어? 자동차 수리에 대해 배울 때 스승님이 말씀하셨지. 입으로 백날 떠들어봐야 한번 해보는 것보다 못하다고.

에라토

아니, 제가 여쭤보려는 건 영웅적인……

키아베

잘 들고 있어. 지금 보여줄테니까.

에라토

뭘 보여준다는……

에라토

꺄아악!

에라토

저, 저게 어떻게 뜰 수 있는 거죠?!

키아베

어때? 나의 최신 작품이야. 이름하여 자기부상 유압 클램프!

키아베

이 몸이 여기에서 일하다 보니 대형 장비를 자주 써야 하는데 매번 공구를 들고 사다리를 오르는 게 여간 불편한 게 아니란 말이지!

키아베

내가 개조한 이 장비를 쥐고 있기만 하면 우리도 붕 떠오를 수가 있어! 아무리 높은 곳을 가더라도 사다리가 필요 없지!

키아베

꽉 잡아! 더 높이 뜰 수 있으니까!

에라토

이, 왠지 흔들리는데, 정상적으로 작동되는 거 맞죠?

키아베

흔들린다고……? 그러고 보니 로터 모터는 설치하지 않은 것 같은데? 잠깐만, 설치 했나……

에라토

마구 흔들리기 시작했어요! 더는 못 버티겠어요. 손을 놓아야겠어요!

에라토

조심해요! 유압 클램프가 당신을 향해 날아가고 있어요!

키아베

뭐……

키아베

아얏!

키아베

아이고, 아파라, 내 머리……

키아베

왜 이런 고장이 난 거지? 이상하네, 제트엔진 출력이 너무 컸나? 뭐, 됐어,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

키아베

방금 영웅 같은 일을 한 적이 있냐고 물었었지?

에라토

네……

키아베

그렇다면 이 몸이 보란 듯이 답해줄게……

키아베

없어!

팔라스

예상 밖의 대답이군요.

키아베

그건, 난 이 튜닝한 이 장비들에 내 모든 피와 땀을 쏟았기 때문이야.

키아베

이 장비들이야말로 나 대신 많은 업적을 이루었지! 이름을 남겨야 할 건 나의 이 튜닝 능력이야!

키아베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이 위대한 것들을 만들어 냈으니…… 음…… '영웅 창조자' 아닐까?

키아베

하, 나쁘지 않은 호칭이야.

아오스타

'영웅 창조자'? 쳇.

키아베

아오스타! 쳇이라니, 무슨 뜻이야? 날 인정하지 않는다는 거야?

아오스타

당신이 말하는 영웅은 노래하는 드릴인가요, 아님 춤추는 렌치인가요?

아오스타

아, 이젠 하늘을 나는 유압 클램프도 생겼네요.

키아베

아오스타 이 자식, 네 보스를 무시하는 거야?

아오스타

제 데이터에 따르면 당신이 마지막으로 튜닝 요청을 받은 게…… 3개월 전이던가요?

키아베

잘 기억해 봐, 기가 막힌 튜닝이 분명 더 있었다고! 분명히!

아오스타

인정해요, 키아베. 당신은 이제 한물 갔다는 걸요.

에라토

어, 탁자 위의 이 헬멧은…… 얼마 전 외근에서 본 적이 있는 것 같아요.

에라토

그때 그 디펜더 오퍼레이터가 “고글만 고쳐달랬더니 쓸데 없는 기능을 잔뜩 넣어놨잖아!”라면서 엄청 화를 내더라고요.

에라토

그런데 임무 수행 중에 소대가 예상치 못한 오리지늄 오염과 조우했거든요.

에라토

전문적인 오리지늄 탐지 장비가 없었는데도 헬멧의 오리지늄 탐지 기능의 도움으로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어요.

키아베

아오스타, 들었지? 아직 내 도움이 필요한 곳이 있다고!

아오스타

그럼 이 헬멧은 왜 반송된 거죠?

에라토

제 기억으론 임무 말미에 헬멧에 누전이 생겼던 것 같아요……

키아베

어떤 상황에서도 나의 아이디어를 포기하지 않을 거야. 절대 내 재능을 썩힐 순 없다고.

키아베

언젠가는 이 몸도 '영웅 창조자'가 아닌 영웅으로 당당하게 불릴 날이 있을 거야. 아오스타, 두고 보라고!

키아베

참, 너희 두 사람을 깜빡하고 있었네. 미안, 에라토. 네가 원하는 영웅담 같은 건 들려주지 못하겠네.

에라토

괜찮아요.

키아베

대신 영웅담에 대해 묻고 싶다면 추천해 줄 사람이 있어.

에라토

누구인데요?

키아베

이 몸의 둘도 없는 친구, Lancet-2야!

키아베

그 녀석 요즘 유난히 부정적이긴 하지만, 일은 정말 열심히 하고 있어.

키아베

그런데 그 녀석도 항상 부정적인 건 아냐…… 너희들이 그 녀석의 영웅적인 행적에 대해 물어본다면, 어쩌면 그 녀석도 기뻐할 지 몰라!

에라토

네, 알았어요.

키아베

시간 있으면 또 놀러와, 튜닝할 거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고!


팔라스

에라토 씨, 정말 키아베 씨 말대로 할 거예요?

에라토

당연하죠, 제가 가보려던 곳 중 마지막 장소도 마침 의료실이었거든요.

팔라스

지금까지의 '여정'이…… '여정'이라는 구닥다리 단어를 사용해서 미안하지만, 아무튼 창작에 도움이 되었나요?

에라토

글쎄요.

에라토

저는 예전부터 수많은 전설과 이야기를 수집했고, 이를 잘 보존하기 위해 충실한 기록자로서 최선을 다했어요.

에라토

이야기가 본래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도록, 주관적인 감정이나 생각이 섞이지 않게 한 것이 제 비결이었죠.

에라토

여정이 끝나면 제가 보고 듣고 기록한 것들도 며칠 밤이 지나면 결국 자리를 잡게 될 거예요.

에라토

그러고 나면 펜 끝에서 시가 흘러내리고, 제 입에서 사람들에게 전해지겠죠.

에라토

이번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아서 결과가 어떨지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요.

팔라스

기록하고, 이야기로 엮어, 전승시킨다…… 음유시인 이상의 책임을 지고 있군요.

에라토

아마도 전 이걸 좋아하나봐요.

팔라스

선택은 당신의 자유죠.

에라토

……이번에 보고 들은 것들이 창작에 약간의 변화를 가져올 것 같아요.

팔라스

전에는 그저 당신의 창작 과정이 궁금했는데, 이젠 어떤 시를 쓰게 될지도 정말 궁금하네요.

에라토

도착했어요.


Lancet-2

어떡하지, 정말 어떡하지?

에라토

Lancet-2 씨, 안녕하세요…… 뭐하고 계세요?

Lancet-2

두 분, 안녕하세요. 모션 모듈에 표시된 상태에 따르면, 전 지금 선회하는 중이랍니다.

에라토

그런 것 같네요. 그런데 왜 그렇게 돌고 있는 거예요?

Lancet-2

박사님, 박사님 때문에요.

에라토

박사님께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거예요?

Lancet-2

아니요, 제 탓이에요.

Lancet-2

제가 무능하고 쓸모없고, 잘하는 게 없어서 그래요……

에라토

잠깐만요, 자세히 말해줄 수 있어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에라토

팔라스 님, 제가 이렇게 두 번 정도 두드리면, Lancet-2가 정상적으로 말할 수 있을까요?

팔라스

시도해 볼 순 있죠.

Lancet-2

언어 모듈 자체 검사 중…… 자체 검사 완료, 작동 재개.

Lancet-2

박사님이 요즘 너무 바쁘셔서 그래요. 매일 엄청나게 많은 문서를 처리해야 해서 새벽이 되어야 잠자리에 드시거든요.

Lancet-2

계속 이런 식이라면 다음 박사님의 신체검사 결과에 분명 이상징후가 나타날 거예요.

Lancet-2

모두 제 잘못입니다. 박사님을 잘 돌보지 못한 제 탓……

에라토

잠깐만요.

에라토

Lancet-2 씨, 박사님도 박사님만의 일이 있고, 그건 우리 모두에게 정말 소중한 일이에요. 가끔 바쁘신 건 당연한 거죠.

에라토

이런 상황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면 안 돼요. 당신도 열심히 일하고 있으니까요.

Lancet-2

정말인가요, 에라토?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에라토

당연하죠, 지금도 당신의 도움을 구하러 온 거거든요. 혹시 당신에겐 저에게 들려줄 만한 영웅담이 있을까요?

Lancet-2

영웅담이라…… 간호하면서 오퍼레이터들의 대화를 들은 적이 있는데 제 저장 모듈에 저장되어 있을 거예요.

에라토

아니, 아니, 그런 거 말고요. 제가 듣고 싶은 건 당신이 영웅적인 일을 한 적이 있었냐는 거예요.

에라토

Lancet-2 씨의 업무 능력이 이렇게 출중한데 영웅적인 일들도 적지 않겠죠?

Lancet-2

제 영웅담이라…… 아니요, 그렇게 불릴만한 일들은 한 적이 없어요. 애초에 영웅이라는 호칭도 제겐 어울리지 않고요.

Lancet-2

제 업무적으로는 모든 오퍼레이터를 잘 돌봐드려서, 모두가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면 영웅이라고 할 수도 있겠죠.

Lancet-2

하지만 저는 그런 일은 커녕 박사님도 잘 돌보지 못했어요…… 전 절대 그런 호칭과는……

팔라스

정말 부정적이네요.

에라토

네, 알았어요. Lancet-2 씨, 그럼 절 보살피는 건 어때요?

Lancet-2

에라토 님을 말인가요? 분명 제 업무 범위 내 일이긴 합니다만…… 그래야 할 이유가 있나요?

에라토

그래야 제가 당신이 일을 잘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얘기해줄 수 있고, Lancet-2 씨도 자신이 필요한 존재라는 사실을 알게 될 테니까요.

Lancet-2

알겠습니다. 에라토 님에 대한 전신 생체 테스트를 시행하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Lancet-2

검사…… 완료. 검사 결과, 오퍼레이터 에라토는 27시간 13분 27초 간 잠을 자지 않아, 몸에 피로가 누적되어 있습니다.

Lancet-2

……오퍼레이터 에라토는 몇 시간 전에 다량의 당분을 섭취했습니다. 그리고 지방은……

팔라스

에라토 씨, 전에 입만 열면 다이어트 하고 싶다고 했잖아요.

에라토

…… 그건 아이디어를 위한 거예요, 아이디어!

Lancet-2

이럴수가…… 에라토의 이상을 즉시 발견하지 못했다니……

Lancet-2

당신이 들어올 때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감정 모듈을 처리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당신을 챙겨주지 못했어요…… 전 너무 무능력해요……

에라토

아니요,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Lancet-2

역시 전 쓸모없는 존재예요. 전 바로 폐기 구역에 갔어야 했어요……

선택지
  1. 에라토, 팔라스, 안녕!
  2. 에라토, 팔라스, 너희도 여기 있었구나.
— 분기 합류 —
에라토&팔라스

박사님, 안녕하세요?

선택지
  1. Lancet-2, 검진 받으러 왔어……
— 분기 합류 —
선택지
  1. 상태가 안 좋아 보이네. 무슨 걱정이라도 있어?
— 분기 합류 —
Lancet-2

박사님…… 죄송해요. 박사님을 제대로 돌봐드리지 못했어요.

선택지
  1. Lancet-2 덕분에 검진 결과는 늘 정상인걸.
— 분기 합류 —
에라토

어머, 역시 그렇군요?

건강검진의 전 과정은, 매우 짧은 시간 안에 완료됐다.

Lancet-2

검진 결과가 나왔습니다. 각종 지표는……

Lancet-2

모두 정상입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선택지
  1. 괜찮을 거라고 했잖아.
  2. 전혀 걱정할 필요 없어.
— 분기 합류 —
Lancet-2

(박사님의 커피 배급량을 줄인 것이 역시 효과가 있었군요.)

에라토

Lancet-2 씨의 업무 능력은 정말 대단하네요……

에라토

……

선택지
  1. 에라토, 괜찮아?
— 분기 합류 —
에라토

아, 죄송합니다. 잠시 생각을 좀 하느라……

에라토

박사님, 전 일이 좀 있어서 먼저 가볼게요! 안녕히 계세요!

선택지
  1. 그래, 또 봐.
— 분기 합류 —

일주일 후

키아베

알고 보니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초대받은 거였네.

플린트

'시 낭송회'라니 이해가 안 되네. 시가 뭐지?

Lancet-2

시란 함축된 언어로 사건을 서술하거나 감정을 표현하는 문학 장르로, 청중은 시 낭송을 듣는 것으로 활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Lancet-2

오늘 에라토의 최신작 낭송은 오퍼레이터들의 심리적 건강에 매우 긍적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선택지
  1. 에라토의 새로운 시라…… 정말 기대돼.
— 분기 합류 —
에라토

크흠.

에라토

(모두에게 초대장을 보내긴 했지만, 이렇게 많이 올 줄은 몰랐어……)

에라토

저의 시 낭송회에 참석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모두 즐거운 시간 되시기를 바랍니다.

에라토

인사말은 이쯤하고, 여러분께 낭송해 드릴 시는……

에라토

(스읍…… 하아……)

에라토

(아, 너무 떨려.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시를 낭송한 건 몇 년 전 코리니아의 도시 광장이 마지막이었어……)

키아베

에라토! 에라토!

에라토

크흠, 지금부터 여러분께 낭송해 드릴 제 시는 이번에 새로 쓴……

에라토

《영웅들의 서사시》입니다.

아득히 높은 하늘이여,

당신 아래 모여 사는,

평범한 인간들의 의지를 노래하라.

땅끝 변방의 땅에,

뭇 산은 더 이상 없고,

오직 황사와 검은 자갈에 묻힌 황야뿐이다.

문명이 채찍질당하고,

포도주 거품처럼 몸부림치며,

심장의 고동은 형체 없는 괴물에게 삼켜지고 있다.

생각지도 못했던 어느 여름 밤 홀연히

그것이 일어났다.

세 명의 영웅은

그들을 길러낸 민중들로부터 나왔다.

그들은 태양 아래에서 맹세했다,

사람들을 이끌어 족쇄를 풀고,

꽃들이 만발한 그 곳을 향해 가겠노라고.

......

리라 소리와 함께 울려 퍼지는 에라토의 부드러운 목소리는 세 영웅의 이야기를 펼쳐냈다.

민중에서 나온 그들은

고귀하지도

완전무결하지도 않았다.

전쟁에 능한 용사는 말에 서툴고, 성정은 충동적이다.

천부적 재능을 가진 장인은 오만하고 제멋대로이다.

자애로운 의사는 자존감이 낮고 너무 소극적이다.

그러나 수많은 위기가 끊임없이 찾아왔을 때,

전사는 두려움없이 자신보다 거대한 적을 상대했고,

장인은 뛰어난 도구로 사람들을 위험에서 구해냈으며,

의사는 몸과 마음을 다해 고통 받는 환자를 보살폈다.

민중에서 나온 그들은

고귀하지도

완전무결하지도 않지만,

그들은 사람들을 이끌고 앞으로 나아간다.

에라토

새벽의 베일을 걷으면 태양의 광채가 땅 위로 쏟아지며 먼지 묻은 얼굴을 살며시 쓰다듬는다.

에라토

멀리서 풍겨오는 향기를 맡으며 사람들은 가방을 메고 묵묵히 길을 나선다.

에라토

감사합니다, 여러분.

시낭송이 끝나자 사람들은 못내 아쉬워하며 자리를 떠났다.

에라토

저, 팔라스 님, 당신에게 시를 읽어 드린지 2, 3일은 지났는데, 아직도 뭔가 느낀 점은 없는 건가요?

팔라스

제가 잘못 들은 게 아니라면 그건 시의 첫 구절일 뿐이었어요.

에라토

네, 맞아요.

팔라스

당신만의 스타일을 가진 시라는 것은 인정하지만, 시가 완성되기 전에는 평가하지 않기로 했어요.

에라토

수다쟁이 팔라스 님이 평가를 입 밖에 내지 않겠다니, 나쁘지 않은 것 같네요.

팔라스

입씨름보다는 시를 어떻게 완성해갈 건지가 더 궁금하군요. 지난번에 수집한 소재로는 시를 완성하기에 좀 부족하지 않나요?

에라토

네, 맞아요. 확실히 지금은 더 이상 떠오르는 것이 없어요. 다만 예전부터 줄곧 생각해왔던 아이디어가 하나 있거든요.

에라토

저 자신을 모델로 한 캐릭터를 만들어서 이야기 속 영웅들과 함께 꽃들이 만발한 이상의 땅으로 가고 싶어요.

팔라스

미노스인들은 누구라도 영웅과 동행하는 꿈을 꾸지요. 이해합니다.

에라토

아니요…… 과거와 같은 그런 건 아니에요. 이번 작품은 전과 다를 거라고 말했던 거 기억하시죠? 그래도 제가 창작한 시 자체는 과거와 달라지지 않을 거예요.

에라토

시를 쓸 때 이런 예감이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계속 생각하다 펜을 내려놓는 순간 깨달았어요. 이 변화는, 이미 오래전부터 제 몸에서 일어나고 있던 게 아닐까 하고요.

에라토

저는 예전 여행 중에, 제가 이야기 속 등장인물인 글을 쓴 적이 있어요. 그렇게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기를 바랐죠.

에라토

하지만 이곳에 와서 로도스 아일랜드 사람들을 처음으로 진지하게 관찰한 후 알았죠…… 제 시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것을요……

에라토

저는 이미 영웅들 사이에 있고, 지금 함께 여행을 하는 중인지도 몰라요.

에라토

그것이야말로, 제가 서술해야하는 것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