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사방에서 일어난 불길
조사를 계속하기 위해 거리로 나간 백파이프는 현지 타라인과 주둔군 간의 갈등이 아주 심하다는 걸 발견한다. 한편, 혼은 주둔군 대령과 만날 기회를 얻어낸다.
“바람에 금빛 보리 물결이 일 때면”
“숲과 파이프에서 일제히 딸랑딸랑 소리가 나네”
“나는 이 땅의 가장자리에서 내 사랑을 만났고, 잇따라 하늘에선 불꽃이 떨어지네'”
음…… 이 노래 끄트머리는 이렇게 부르는 거였구나……
……
마이 슬파. 눈물이 날라 그래.
데미안도 가버렸어. 심지어 그 변변한 장례식조차 치러주지 않다니……
놈들이 데미안을 우리에게 돌려줄 리가 없지. 그저 데미안을 태워서 재로 만든 뒤, 흙을 버리듯 아무렇게나 교외에 뿌려버릴 거야.
(작은 소리로 흐느낀다)
첨엔 라우리였고, 다음은 크리스였어. 이제는 데미안마저. 그레인, 숀이 잡혀갈 때 놈들은 모두 그가 광석병에 걸렸다고 했어……
그만, 그만해. 더 이상 말하지 마, 로난. 숀은…… 그냥 부주의로 병에 걸린 거야.
숀은 부지런하고 충실한 불쌍한 사람이었어. 그는 머릿속엔 온통 우리 모자가 좀 더 나은 삶을 살게 하려는 생각뿐이었어……
그레인, 아직도 모르겠어?
우리는 그냥 나사못 같은 존재야. 녹이 슬면 놈들은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우릴 버릴 거야.
설령 녹이 슬지 않았어도 이 도시의 기계에 맞지 않으면, 우린 똑같은 운명을 맞이하는 수밖에 없어.
저것들은 우리가 무더기로 광석병에 걸리든 말든 상관하지 않아.
공장에서 매일 배급하는 약품을 다른 노동자들은 전부 받지만, 우리는 언제나 절반, 심지어 3분의 1밖에 받지 못했어.
그리고 방호복도 그래. 숀의 그 방호복은 몇 년이나 입었지? 5년, 아니면 7년? 그것도 네가 한밤중에 몇 번이나 몰래 기워줬잖아.
모든 법안과 기준은 자신들에게만 유리해. 그런데 우리는?
우린 저놈들이 싫어하는 감자나 썩은 사과나 먹어야 해. 여기 농지 구석구석에 우리의 땀이 안 배인 곳이 없는데도 말이야.
우리는 공장에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목숨 바쳐 일해야 해. 그러다 일을 할 수 없을 때가 되면 쟤네 바람대로 모두 감염되어 버려.
그럼 놈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우리 타라인 모두를 자기네 도시에서 내쫓아……
……그만 해, 제발, 로난, 그런 말을 해봤자 아무것도 나아질 게 없어.
저쪽에 서 있는 클리오드나를 봐봐. 자기 아들과 형제자매들을 위해 울고 있어. 대체 너의 그 분노 때문에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고통을 받게 하려는 거야?
이 고통은 살인범이 가져다 준 거야. 놈들은 우리를 한 명씩 죽이고 있어. 때론 질병으로, 때론 포탄으로. 그레인, 더 이상 자신을 기만하지 마.
(소리를 낮추며) 오늘 아침 몇몇 사람이 날 찾아왔었어. 오브라이언 가족, 그리고 코너네 형제도 모두 우리와 함께 하기로 했어.
그레인, 우린 네가 아이랑 살아가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알아. 이런 중요한 시기에 우린 더욱더 서로 도와야 해……
……나랑 아이한테서 떨어져 줘. 로난, 전에 숀이 너희들에게 잘 대해준 걸 봐서라도.
……!
난 이제 가봐야 해. 그레인, 저쪽에 있는 사람 봤어? 저 여자는 제복을 입고 있어.
너도 우리 규칙을 알잖아. 난 널 믿어. 너도 날 좀 더 믿었으면 좋겠어. 고민이 끝나면 시엘샤한테 얘기해도 돼.
잘 지냈나!
어…… 잘 지냈나.
……
혹시 배리, 그니까 그 뭐이나, 데미안 배리의 가족을 니는 아나?
(고개를 젓는다)
좀 전에 느들이 불르는 노래를 들었잖나. 내가 잘못 온 게 아인 거 같은데.
저…… 저는 당신이 무얼 찾고 있는지는 잘 모르지만, 데미안의 어머니와 누이들은 아무것도 몰라요.
그럼, 데미안한텐 특별나게 친한 친구나, 창고에서 같이 일했던 동료 같은 건 없나?
……우린 아무것도 몰라요…… 정말이에요……
흑…… 제발요! 절 잡아가지 마세요……
응? 미안…… 내가 너무 가까이 갔나 보다야? 난 느들을 해칠 생각이 없아.
나를 뭐이 그래 무서워해. 혹시 내 얼굴에 뭐이 묻었나?
아, 아무것도 안 묻었어요……
허락하신다면 저 집에 가도 될까요? 오늘 아침에 남은 과일이 아직 많아서요. 그대로 두면 금방 썩어요……
하아.
……
어? 저 사람은…… 켈리 대위인가?
클리오드나, 그냥 너를 한번 보러 왔을 뿐이야. 너랑 피오나가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서……
그래, 내가 잘못했어. 하지만……
……나도 별수가 없었어.
물론 기억해. 전부 기억하고 있어. 데미안은…… 내 조카야.
어릴 때부터 그가 자라는 것을 봐 왔어. 내가 페닌슐라 카운티에서 힐록 카운티로 돌아왔던 그날, 그 녀석이 괭이밥을 직접 내 모자에 얹어 주었지.
그땐 데미안이 아직 어렸는데…… 내가……
……미안해, 너희들에게 이런 말을 하면 안 되는데.
네 말이 맞아…… 난 어느 한 가지 일도 제대로 한 게 없어. 난 이곳에 돌아올 면목이 없어.
데미안이 녀석들과 엮였을 때 난 미처 말리지 못했어…… 그리고 대령의 명령을 감히 거역할 수도 없었어.
그리고, 난 그렇게 해야만 했어. 이 모두 힐록 카운티를 위한 것이니까.
난 너희들을 사랑해. 난 이 도시도 사랑해…… 나는 그놈들이 우리 가족을 풍비박산 내는 꼴을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어.
나도 다 알아, 클리오드나, 내 자매여. 난 너의 용서를 구하려는 게 아니야.
……그럼 이만…… 가볼게. 너랑…… 피오나도 자신을 잘 돌보도록 해.
내일 시간이 나면 또 너희들을 보러 올게……
콜록콜록……
너는……
……
……꼬마잖아.
너 혹시…… 콜록, 다치지 않았어? 너무 빨리 뛰지 마. 몇십 년 동안 이 길은 한 번도 평평한 적이 없었어……
배신자!
뭐…… 뭐라고?
배신자!!
난……
크레이그, 너 뭐 해?! 빨리 돌아와!
네 손에 그 공…… 그래, 넌 어딜 가든 꼭 그 공을 가지고 다니니까. 너…… 또 코너네 형제한테 갔었어? 너…… 혹시 로난이 네게 무슨 말이라도 했어?
네 그 손, 새카만 것 좀 봐. 광산에서 뒹군 것 같잖아.
이제부터 나랑 새벽 시장이나 나가자. 당분간은 걔들 만나러 가지 마…… 그 아이들처럼 변하면 안 돼……
배신자?
……그 아이 말이 결코 틀린 건 아니야.
대위는 잠깐 멈춰 서서 배신자라는 단어를 두어 번 되뇐 뒤에야 발길을 돌려 떠나갔다.
그는 고개를 푹 떨구고는, 황급히 그에게로 다가가는 젊은 동료를 포함해서 누구와도 시선을 마주치지 않았다.
잠깐만, 대위……
너희들…… 여기 모여서 뭐 해? 빨리 집으로 돌아가지 못해?!
진즉에 말했지? 당분간은 거리에서 모이지 말라고!
여긴 우리 집이야. 떠나야 할 사람은 우리가 아니라고!
……감히 그딴 말을 한 게 누구야?
이게 뭐야?…… 썩은 채소 잎?
나와라!
이 타라의 쓰레기들, 내가 그저 확……
거리에서 석궁을 들어 올리는 건 아니다야, 울매나 위험스럽다고!
……넌 누구야?
아, 난 맹령을 받고 사건을 캐러 왔아.
넌 술집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을 조사하러 온 거지?
응? 살인 사건이라니?
이 쓰레기 같은 놈들이 우리 사람을 몇 명이나 죽였다고.
……혹시 데미안 배리 아이나?
맞아, 그는 이미 처형했다고 들었어. 그렇다면, 그 사람은 너희가 잡은 거야? 잘했어. 고마워.
우리가 데미안을 붙잡았을 땐 진짜 몰랐다야…… 그럼 가가 진짜 귀혼대 소속이었나? 음…… 뭐 됐다 됐아.
어디 소속이든 죽어도 싸!
다들 들었지? 모이는 건 금지다! 몰래 집회 같은 걸 하면 모두 용의자로 처벌한다!
이 *빅토리아 욕설*들아.
흐, 흥분하지 마! 내가 보기에 거즘 대부분이 일반 시민이고, 가족이 죽었으니 같이 모예서 추모하는 것도 인지상정이 아이나?
윽…… 써, 썩은 감재?
하하, 그거 봐. 저놈들 편에 서서 말하더니, 결국 너도 얻어맞았지?
이곳에 더 있고 싶으면 있어도 돼. 난 이 쓰레기들이 일을 저지르지 않고 얌전히 있기만 하면 되니까. 이런 순찰 임무를 받다니, 재수도 없지.
쓰레기들아, 다시 한번 말한다. 모여있지 마!
난……
하아, 썩은 채소 잎사구가 점점 더 많아지네……
이쪽이야.
뭐이?
“보고드립니다. 제9방위대가 습격을 당했습니다……”
“보고드립니다. 제13방위대가 교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말 좀 전해줘. 난 해밀턴 대령님을 만나야겠어.
대령님은 지금 급한 용무를 처리하고 계십니다.
너 두 시간 전에도 그렇게 말했잖아.
우리는 철저히 절차를 밟았고, 어제 힐록 카운티에 들어서자마자 임무 설명서를 제출했어.
대령님은 우리를 용의자 취조에 참여하지 못하게 했고, 또 용의자를 미리 처형해버렸지. 지금은 면담 요청도 거절하고 있고……
제삼자가 봤다면 아마 이런 일련의 행위는 우리가 군령을 집행하는 걸 의도적으로 방해한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저는 당신의 질문에 대답할 권한이 없습니다, 중위님.
괜찮아, 나 그냥 혼잣말하는 거니까 누군가 들어주기만 하면 돼.
내가 말했었지? 우리가 도난당한 오리지늄 제품은 수량이 적지 않아. 작은 마을 하나를 공격할만한 군대를 무장시키기에 충분해. 혹은, 한 중형 이동도시를 지탱하는 캐터필러를 폭파할 수도 있지.
누가 이 오리지늄 제품을 갖고 싶어 하겠어?
일반 도적들은 원하지 않을 거야. 왜냐면 밀입국 비용이 엄청 높거든. 이렇게 많은 빅토리아 군용품이라면 컬럼비아의 보호를 받는 최대의 사르곤 암시장조차도 감히 거래처를 제공하지 못해.
그럼 남은 사람은 누가 있을까? 현지에서 약간의 중간 개조 비용을 벌어들이는 개인 무기 상인들? 그들은 이런 것에 흥미가 없을 뿐더러, 더욱이 그럴만한 배짱도 없어.
감히 그 물건들을 가져가고 우리 시선도 피할 수 있다면, 이는 군대의 운용 방식을 잘 아는, 잘 훈련된 부대밖에 없어.
그 부대가 그렇게 많은 오리지늄 제품을 가져간 목적이 뭘까?
전복을 꾀하려는 걸까? 아니면 런디니움과 멀리 있는 기회를 틈타 횡령하거나, 외부 세력과 결탁하여 중간에서 긴 세월 동안 자기네 주머니를 채우려는 걸까?
중위님……
그렇게 당황해할 필요 없어, 이것은 근거 없는 추측일 뿐이니깐. 대체 누가 나를 마냥 기다리게만 하면서 아무 일도 못 하게 하는 걸까?
(작은 소리로 통신한다)
중위님, 대령님이 곧 도착한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