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오락
힐록 카운티에 온 아웃캐스트는 로도스 아일랜드 사무소에서 주둔군의 의장병인 제인과 만나게 되는데……
등장 오퍼레이터: 사일라흐
7:11 A.M. 날씨 / 흐림
로도스 아일랜드 주 힐록 카운티 사무소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 날씨 정말 좋네요. 그렇죠, 올리버 아저씨?
제니구나. 난 또 누가 이른 아침부터 문을 두드리나 했네. 그런데, 오늘 분명 날이 흐렸잖아. 뭐가 날씨가 좋다는 거야?
비만 안 오면 날씨가 좋은 셈이죠. 여긴 힐록 카운티잖아요. 더군다나, 이따가 날씨가 갤지 누가 알아요?
그래, 너를 말로는 못 이기겠다. 슈레더, 너도 우물쭈물하지 마. 지금 찾아온 사람은 고객이 아니라 매일 게으름 피우는 제니니까.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 슈레더 오빠, 오빠도 일로 와.
내가 오늘은 바노피파이랑 쇼트브레드를 가져왔어. 그리고 지난주에 아버지께서 찻잎도 좀 보내주셨거든. 올리버 아저씨, 무당연유 아직 있어요?
……남아 있던 건 진즉에 곰팡이가 피었어. 올리버는 사 오는 걸 아예 까먹었고.
네가 사러 갈 차례가 아니야? 설마 내가 잘못 기억한 건 아니겠지?
프레드! 윌! 너희 둘도 뭐라고 말 좀 해봐!
됐어요, 이런 사소한 일로 다투지 말아요. 봐봐요, 이게 뭐게요? 신선한 무당연유랑 치즈예요. 새벽 시장을 지나다가 샀는데 여러분께 먼저 드릴게요.
헤헤, 진즉부터 밀크티를 만들어 먹어보고 싶었거든요. 적어도 올리버 아저씨는 좋아할 것 같아요.
아휴, 역시 제니가 제일 친절하다니까. 윌, 너도 좀 보고 배워라. 적어도 네 옆에 있는 그 슈레더란 코드네임을 가진 녀석처럼만은 되지 않길 바란다.
이 쇼트브레드 정말 맛있네요…… 그런데 윌로우 씨, 매일 이렇게 우리 집에 아침 식사를 가져다주면 상관한테 혼나지 않나요?
……빅토리아 군대의 규율은 꽤 엄격한 걸로 기억하는데.
아……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나는 의장병이라 중요한 행사나 징병 홍보 같은 게 없으면 딱히 할 일이 없거든. 사관장님도 평소에는 나를 전혀 떠올리지 않을걸.
더군다나, 나도 할 일을 전혀 안 한 건 아니야.
매일 아침 기상해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바로 이 깃발을 선반에서 꺼내는 거야.
반죽 발효를 기다리고, 커피를 끓이는 동안 다림질로 깃발의 주름을 하나하나 펴.
쇼트브레드를 다 구운 다음에는 몸에 묻은 밀가루를 씻어내. 머리가 다 마를 때까지는 시간이 좀 걸리니, 이때 깃대를 반질반질하게 새것처럼 닦기 딱 좋아.
올리버 아저씨, 그렇게 급히 찻잔을 만지지 마세요…… 아직 뜨거워요.
좋은 아침을 맞이하려면 모든 것이 완벽해야 해. 그래야만, 제 자신과 여러분 모두에게 기쁨을 가져다줄 수 있어…… 이게 바로 나의 인생 신조야.
슈레더 오빠, 오늘 파이 맛이 어때? 좀 더 줄까?
……완벽해. 매일 매일 똑같아.
진짜? 나도 맛 좀 볼게…… 으음, 설탕을 좀 많이 넣은 것 같네. 내일은 주의해야지.
윌로우 씨, 저 다시는 저 사람들과 함께 윌로우 씨가 게으름을 피운다고 말하지 않을게요.
……제니라고 해, 다들 그렇게 불러.
알겠습니다, 어…… 제인 씨. 저 사람들이 제 아침 스케줄을 제인 씨처럼 꽉꽉 채워줄까 봐 걱정이네요.
칭찬받을 정도는 아니야. 난 여러분과 달리, 여기 있는 분들께 해드릴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거든. 음…… 이젠 차 온도가 적당한 것 같아. 잘 저어서 마셔.
우와!
크레이그, 너 또 공을 날려버렸잖아!
……
내가 주워 올게.
큰일 났다…… 집 안으로 날아가 버렸어.
혹시 어른들한테 맞기라도 하면 어떡해! 지난번 캐럴 누나도……
쉿, 쉿…… 누가 나왔어, 빨리 튀자!
아……
이것, 누가 던진 공이야?
음……
꼬마야, 너야?
크레이그…… 크레이그, 빨리 도망가! 공은 포기하고……
안 돼…… 저 공은 아빠가 남긴 거란 말이야……
부끄럼을 많이 타면 친구를 사귈 수 없어. 이리 와서 손을 내밀어.
……
나…… 나를 때릴 거야?
내가 왜 널 때려야 하니?
……그야 옷이 더러워졌으니까.
아, 이건 내 부주의로 그런 거야, 괜찮아.
누나 같은 모습을 한 높으신 분들은 내가 옷을 더럽힌 게 맞든 아니든 상관하지 않아.
계속 사람을 때려. 그런데 손으로 때리는 게 아니라 발로 차. 그러면서 소리를 지르며 우리보고 꺼지라고 해.
하아.
그건 그자들이 네 친구가 아니라서 그래.
너 혹시 이 근처에 살아? 왠지 낯이 익어. 매일 아침 동이 틀 무렵이면 부근의 제17구역의 골목길에서 사과를 파는 사람, 혹시 너희 엄마 아니니?
너네 집 사과, 정말 맛있더라. 아삭하진 않아도 아주 달아서 잼을 만들어 빵에 발라 먹기에 딱이야.
이렇게 하자. 누나가 공을 창문턱에 올려놓을 테니, 이따가 와서 가져가렴?
응?
잠깐만, 천천히. 내 손에 찻물이 묻어서 모두 네 머리카락에 묻었잖아. 내가 닦아줄게.
네……
난 제니라고 해. 넌 이름이 뭐야?
난……
크레이그! 너네 어머니가 널 찾으셔. 빨리, 빨리 가자!
밖이 꽤 떠들썩한 것 같은데?
아이들이 공놀이하고 있었어요.
저 꼬마 녀석들은 항상 이른 아침부터 길에서 막 뛰어다녀. 지난번 우리 집 창문 유리가 깨진 것도 틀림없이 저 녀석들이 한 짓일 거야.
하하…… 아이들이잖아요. 저도 어렸을 적에 이웃집 아저씨네 화분을 깨뜨려서, 후에 아빠께 크게 혼났어요.
……네 손이 남자아이한테 닿았었구나.
아까? 맞아. 그래서 빨리 닦아주지 않으면 아이의 머리카락이 계속 끈적거렸을 거야.
저 아이의 아버지는 돌아가셨다. 반년 전에, 불쌍하게도 광석병에 걸려서.
많은 사람들이 그 이유 때문에 감히 그 아이를 만지지 못해.
아……
노동자들은 돈이 없어. 그 이철 부산물 가공 공장과 아네카랑은 협력한 적이 있지만 예방 약품을 충분히 공급하진 않았지.
네가 망설여지는 건 당연해. 그들이 사는 지역에선 20%의 가정에서 광석병 환자가 발생했어.
그들은 서로를 살뜰히 살피고 있어. 만약 그 병사들이 없었더라면……
슈레더! 무슨 헛소리야.
……괜찮아요. 슈레더 오빠는 사실을 말한 것뿐인걸요. 제가 들은 바로는…… 제 동료들은 광석병 환자에 대해…… 아니, 환자뿐만 아니라, 이곳의 주민들에 대해 모두 오해가 좀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다들 빅토리아인 아닌가요? 저, 저는 저 주민들이 어렵게 생활하고 있다는 걸 다 알고 있어요. 그래도, 전 주민들이 좀 더 즐겁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저 아이에게 좀 더 잘해줘야 하지 않을까요?
……너무 애쓰지 마.
왜 다들 우울한 표정을 지으세요? 제인 씨, 제가 카드를 가져왔어요. 저희 차를 마시며 카드놀이 하자고 하지 않았나요?
그래, 윌 말이 맞아. 드디어 날이 개고 태양이 나올 것 같은데, 이런 좋은 날씨를 낭비할 순 없잖아.
다들 앉아. 내가 차를 더 따라 줄게. 아직 반 주전자나 남았거든.
또 제가 이긴 거예요?
우쭐대기엔 일러. 오늘 저녁 당직은 네가 서.
네? 왜 또 저예요?
몰라서 물어? 우리 내기했잖아! 카드에서 이기면 바닥 청소, 파일 정리,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애프터눈 티를 사기로 했잖아……
……저, 방금 카드로 바꿔도 되나요?
올리버 아저씨, 아저씨 농담 때문에 윌이 울겠어요.
이런 게 카드놀이의 재미 아니겠어? 하하하!
한 가지 조언을 하자면…… 다음번에 카드를 바꿀 땐 네 뒤쪽도 신경 쓰라고.
뭐라고……?! 누구냐?
그나저나, 차 맛이 아주 좋네.
……안, 안녕하세요. 당신은?
(갑자기 들어왔는데, 우리 중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네……)
다들 아웃캐스트라고 불러, 아름다운 와이번 아가씨.
허락도 없이 너의 차를 맛봐서 미안해. 그래도 먼 길을 급하게 달려온 걸 봐서 부디 용서해 주길 바란다.
전……
편…… 편한 대로 하세요. 혹시 아직 아침 식사 전이라면 제가 구운 파이도 드셔볼래요? 좀 달긴 하겠지만……
나야 감사하지. 내 오랜 친구들은 다 알아, 내가 디저트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게다가 이렇게 정교하고 귀엽게 구운 빅토리아 디저트라면 더 말할 나위도 없지.
하하…… 아웃캐스트 여사님, 격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냥 아웃캐스트라 부르면 돼. 아무도 날 여사님이라고 부르지 않아, 그럴 필요 없어.
……!
앗, 당신이었군요! 기억났어요…… 윌! 어, 어서 테이블을 깨끗하게 정리해……
……전 당신이 이틀 뒤에나 도착할 줄 알았어요. 지난번 전보 때 이제 막 변경에 들어섰다고 들었거든요.
어쩔 수 없었어. 내가 빅토리아에 안 온 지 10년이 됐거든. 어떤 곳은 붐비기 시작했고, 또 어떤 곳은 많이 낡았지, 마치 나처럼 말이야.
페닌슐라 카운티에서 히치하이킹할 때 길을 잘못 들어서지 않았더라면 우린 어제 만날 수도 있었어.
콜록콜록, 죄송합니다. 힐록 카운티가 별로 눈에 띄는 곳도 아니고, 저희 사무소에 정예 오퍼레이터가 오는 일도 거의 없어서요.
지난번 제가 미노스 부근에 파견 갔을 때도 스톰아이 씨를 만났었는데…… 그게 벌써 2년 전의 일이네요.
정예 오퍼레이터요? 듣기만 해도 엄청 대단한 것 같아요.
……로도스 아일랜드에서 오퍼레이터의 역할을 구분하는 것뿐이야. 게다가, 난 지금 거의 일반 사무직 직원과 별반 다름없어. 이번에 힐록 카운티에 온 것도 자료 몇 개를 가지러 온 것뿐이거든.
너무 겸손하십니다.
자료라면 재무제표를 먼저 보실래요, 아니면 최근 반년 동안의 입출하 재고 명세서를 먼저 보실래요?…… (윌에게 눈짓한다)
서두르지 않아도 돼.
그렇게 급한 것도 아닌데, 배가 고파 꼬르륵 소리가 날 정도로 불쌍한 내가 바로 일을 시작할 필요는 없잖아? 간만에 출장 나온 건데, 잠깐 게으름을 피워도 괜찮지 않을까?
하하…… 완전히 이해돼요.
내가 너희들의 소소한 오락 활동에 방해가 안 되었기를 바란다.
아웃캐스트는 무심코 카드 한 장을 집어 들었다. 엷은 종이 카드가 그녀의 손끝에서 세 바퀴 반을 돌더니 갑자기 사라졌다.
와! 방금 그 카드 어디로 사라졌죠?
아직 여기 있지.
엇, 다시 돌아왔네요. 기묘한 공간 마술이라도 부리신 건가요?
가벼운 눈속임에 불과해. 늘 표정이 어두운 한 동료가 내게 가르쳐줬어. 다들 내 손끝에 집중하고 있을 때 이 수법을 쓰면 아주 효과적이거든.
긴장이 좀 풀리는 것 같지 않아? 올리버, 앉아. 슈레더랑 윌도 앉고. 구석에 서 있는 젊은이도…… 이름이 프레드인 거로 기억하는데.
손에 든 그 서류를 내려놓고, 우리 한가로이 즐겨보자고.
저…… 정말 그래도 돼요?
그렇지 않으면, 너희들은 얼굴에 피곤한 기운이 가득한 이 외지인이 여기에 서서 10분 동안 지루한 마술을 더 하길 원하는가?
크흠…… 다들 앉아.
어서들 앉아.
난 이 무당연유를 넣은 맛있는 홍차랑 고소한 파이를 즐기고 싶단 말이야.
앗, 여기에 쇼트브레드가 더 있어요. 아직 부족하시면……
고마워.
아, 이 훌륭한 디저트 덕분에 내 빈 속을 오랜만에 잘 달랠 수 있었어. 이제 내 혀가 슬슬 더 강렬한 맛을 원하기 시작한 것 같네.
이 사랑스러운 아가씬……
아, 제인이라고 해요. 제인 윌로우요.
이름도 정말 귀엽네. 혹시 아직 술을 마실 수 있는 나이가 안 된 건 아니겠지?
진즉에 성년이 되었어요. 여사님…… 아니, 아웃캐스트 씨. 이래 봬도 전 군인이에요.
오? 그 칙칙한 빅토리아 군복 때문에 너의 찬란한 금발이 전혀 돋보이지 않는군. 올리버, 너희들 정말 운이 좋은 것 같아. 날씨가 아무리 흐려도 집안엔 늘 태양이 있잖아.
하하…… 맞아요. 제니가 늘 우리에게 많은 웃음을 안겨주죠.
말씀도 참. 올리버 아저씨, 여러분이 늘 몰래 캠프를 빠져나온 저를 반갑게 맞이해 주시는 게 고마울 따름이죠.
너희들 관계가 이렇게 친밀한 걸 보고 난 처음에는 좀 놀랐었어……
제인, 빅토리아 병사가 모두 너처럼 이렇게 사랑스럽다면 이 땅에 떠도는 무서운 소문이 적어도 반은 줄어들 거야.
감사합니다. 제가 잘못 이해한 게 아니라면, 지금 절 칭찬하는 거겠죠?
심지어 내가 오는 길에 좀 불쾌한 일이 있었는데도, 여기서 여러분을 만나게 된 기쁨에 아무런 지장이 없어.
당신을 알게 돼서…… 저도 기뻐요!
그렇다며 우리의 만남을 위해 건배할까?
이번에 급히 오느라 평범한 진 밖에 준비 못했네. 내 입맛에 따라 레몬즙을 좀 많이 넣었는데 너희들한텐 좀 실 수도 있을 거야……
저흰 업무 시간에 술을 마시면 안 되는데……
분위기 좀 망치지 마!
괜찮아, 내가 생각이 짧았어. 같은 로도스 아일랜드 오퍼레이터로서 나도 예외가 아니지. 그냥 같이 차를 마시자.
그래서…… 다음은 누구 차례야?
……저, 저요.
——
산크타의 축복이 필요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