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4빙원의 서리
눈의 악마 소대는 결국 용문에서 최후를 맞게 된다. 하지만 켈시와 박사의 의미심장한 대화와, 눈의 악마 소대가 전멸했다는 사실을 안 프로스트노바의 반응은, 사건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시사하고 있었다.
이럴 수가… 눈의 악마가…
…정말 처참하군. 이곳 용문에서 모두 죽어 버리다니… 이렇게 감염자의 희망과 전설이 또 하나 사라져버렸군.
어서 가자, 근위국 녀석들이 쫓아올 거다.
알겠다.
…네 눈빛, 뭔가 평소랑은 좀 다른걸.
사실 나는 줄곧 네가 용문의 스파이가 아닌가 의심하고 있었다.
그러면 지금은?
아무도 네가 스파이라 생각하지 않고 있지.
진짜 스파이였다면, 너를 죽여 입을 막았을 거다.
사실 네가 날 죽인다고 해도 무섭진 않다. 용문의 모습을 봐라, 네가 용문인이라 해도 이젠 돌아갈 수 없게 되었으니.
더군다나, 넌 우리보다도 더 딱하잖아.
…그래서 내가 스파이가 아니란 거다. 지금의 나는 아무것도 아니야.
뭐 하는 거야? 어, 꽃을 피운 건가?
오호… 그게 네 아츠인가? 보기 좋은걸.
누군가는 그들에게 경의를 표해줘야 하지 않겠어?
이렇게 느려서야… 너무 오래 걸렸군요.
나쁘진 않다고 봅니다. 하루 동안 용문에 있는 모든 리유니온을 처리했으니, 최고점을 줘도 되지 않겠습니까.
웨이 옌우도 참 대단하군.
태합, 그 소문은 들었습니까?
웨이 옌우의 신상에 관련된 겁니까?
더 이상 말하지 마라.
죄송합니다. 그건 그렇고, 그 검은 삿갓들의 실력은 어떻습니까? 지금의 금군과 비교하자면?
흥, 너무 과대평가하는 거 같군요. 그들의 실력이 뛰어난 건 사실이지만…
조심해라!
이 자식들!!
……감염자인가?
쳇.
……와이어?!
날 죽일 생각이 없었던 것 같군요? 처음부터 아츠를 쓰지 않았던 걸로 봐선.
와이어를 무기로 쓰는 남자들은, 하나같이 다 싸이코패스라던데.
확실히 그런 말을 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더군요……
감염자, 공무 집행을 방해하지 마십시오. 당신들 모두 같이 처리될 수 있습니다.
신분 식별 코드도 없는 무장 인원이 전장에서 죽는 거 가지고 아무 사람 붙잡고 원망하면 안 되겠지?
우리도 당신이 리유니온과 결탁했다고 증언하면 됩니다.
아쉽지만 당신들한테 우리 협력 조직을 조사할 권한은 없습니다.
첸 팀장이군요. '감염자 대책 전문가'의 선박이 용문 항구에 정박해 있다는 건 우리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게 바로 저 블레이즈 씨가 다치지 않은 유일한 이유지요.
그럼 당신들은 언제까지 보고만 있을 생각입니까? 용문인이 죽어가는 모습에는 과연 몇 점을 주어야 속이 후련하겠습니까?
예의를 갖추십시오. 용문의 위험 통제 능력 평가도, 다 당신들을 중요히 여기기 때문에 하는 겁니다.
그거 정말 죄송하군요, 그러면 표현을 좀 다르게 해볼까요.
세 분께서 보기에 저희의 재롱은 어떠셨는지?
쳇.
블레이즈, 그쯤 해둬라. 이 귀하신 세 분은 우리가 대접할 분들이 아니다. 그 검은 삿갓을 쓴 녀석들도 이 사람들과 같은 편은 아니고.
미안하게 됐습니다, 블레이즈 씨. 방금 일로 불쾌해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군요.
……정말 예의 바른 사람이네. 근데 당신, 말투가 마음에 안 들어.
염국어 악센트가 원어민 수준이군요.
확실히 당신 아버지로부터 많은 걸 물려받았다는 티가 나는군요. 하지만 지금의 당신은 한낱 감염자일 뿐… 짧고도 힘든 길이 되겠죠.
뭐야… 당신…?
가자.
그럼, 또 뵙지요. 블레이즈 씨, 첸 팀장.
기다려! 방금 우리 아빠 얘기한 거! 무슨 소리야!
거기 서!
블레이즈 씨!
……
임무를 잊지 마세요!
알았어.
첸 팀장님.
적 지휘관의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다.
어느 지휘관을 말씀하시는 거죠?
우리가 파악한 건 메피스토뿐이다.
그럼 이후의 추격은 우리 로도스 아일랜드 쪽에서 맡겠습니다.
무모하게 뛰어들 필요 없다. 이번 전쟁은 이제 사실상 끝났어.
그들에게, 폭력에 대한 대가를 돌려줘야 해요.
그 부분은 너희에게 맡기겠다.
그러면 각자 출발하도록 하지. 나도 직접 확인해야 하는 일이 있다.
잠깐, 거기 근위국 팀장 씨.
무슨 일이지?
조금 전엔…… 고마웠어.
그냥 그렇다고.
훗, 피차일반이다.
아까 전엔 꼭 그렇게 했어야 했나요? 블레이즈 씨, 당신은 중요한 순간에 잘못된 판단을 하는 사람이 아니잖아요.
첫 번째 이유는 내가 굉장히 화가 났기 때문이고…
두 번째 이유는, 근위국의 그 첸 팀장인가 뭔가 하는 사람도 화가 났다는 걸 보자마자 알아챘기 때문이지.
그렇지만, 우리가 그 상황에서 끼어들 권리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판단할 수 없었잖아요.
그래서 내가 마음에 드는 방식으로 한 거야.
미안, 다음엔 안 그럴게.
아니에요… 블레이즈 씨, 그건 제가 할 말이에요. 저도 다음엔 안 그러겠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하지만 그렇게 말할 용기가 없었어요. 그런 약속을… 할 수 있는 용기가요.
눈의 악마……
……
훗, 멍청한 토깽이 같으니라고.
앗, 머리 쓰다듬지 마세요, 키 안 큰다구요……
……조금만 쓰다듬으세요.
알았어, 알았어.
기분이 어때?
- 켈시인가.
- ……
- 무슨 일이지?
우연히 지나가다 들렀어.
너희들, 심리 상태가 조금 불안정한 거 같군. 버려진 도시에서 리유니온 부대와 굉장히 중요한 거래를 했나 보지?
내가 관찰한 바로는, 이 소대의 대장은 이번 전투에 참가하지 않고 있다.
- 네 말은……
용문은 더 이상 감염자의 행적을 주시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로도스 아일랜드의 시야는 일개 도시보다 훨씬 넓지.
이제부터 발생할 일에 대해 용문은 간섭하지 않을 테니까, 너희들도 이제 상관 안 해도 돼.
……하지만 너희들은 하겠지. 그게 '메피스토'라는 코드네임의 감염자든, '프로스트노바'라는 코드네임의 감염자든 말이야.
- 어디로 가는 거지?
해야 할 일이 있어서.
그리고 {@nickname} 박사……
그런 눈으로 보지 마.
- 더는 숨기지 마라.
- ……
- 로도스 아일랜드에는 신뢰 관계가 필요하다고 아미야가 말했었지.
하지만 너와 나 사이에 신뢰는 필요 없어.
네가 필요한 건 로도스 아일랜드 오퍼레이터들의 신뢰지, 내가 아니라.
……난 너를 잘 알고 있고, 그래서 널 신뢰할 수 없어. 과거에 네가 날 신뢰하지 않았던 것처럼.
- 내 과거를 어떻게 아는 거지?
- 과거?
- 지금의 나는 뭘 할 수 있지?
……
그래.
……
내가 말실수를 했네. 방금 한 말은 신경 안 써도 된다.
그래도 이제부터는 조심히 움직이도록 해. 가장 위험한 지휘관만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감염자 부대를 훈련시킬 수 있으니까.
물론 마지막까지 지켜볼지 여부는 너희 결정에 달려있겠지만.
그리고 체력을 아껴둬. 이제부터는 쉴 시간도 없을지 모르니.
- 용문의 전투는 이제 끝났다.
사태가 그렇게 간단하진 않아. 적어도 내가 알기론 그래.
{@nickname} 박사, 이제 로도스 아일랜드를 책임질지는 너의 결정에 달려있다.
……로도스 아일랜드의 오퍼레이터들이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지 아닌지도 너의 결정에 달려있고.
아, 깨어났군, 프로스트노바 씨.
……천천히! 내가 일으켜줄 테니까.
괜찮다. 너무… 딱딱하게 굴필요 없다.
……
어디 가는 거지? 돌아가면 안 된다.
……
그러니까 내 형제자매들이……
…그래도 돌아가면 안 돼!
그들은 당신을 위해……
내 소대를 모욕하지 마라!
윽!
그들은 확실히…… 콜록, 날 위해서 그런 걸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그들은, 감염자를 위해 용감히 사지로 향한 거다!
그들의 마지막 전투는 보다 많은 동포들을 살리기 위한 것이었지, 어느 한 사람을 위한 게 아니야!
콜록, 콜록 콜록, 콜록…
콜록, 윽… 커헉……
프로스트노바 씨, 당신……
그 호칭, 지금 내가 약해 보여서 그렇게 부르는 건가?
……!
그런 뜻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이 우리에게 당신을 맡긴 거다.
그리고 난 그들을 잃어버렸군.
그들에게 보답할 기회조차 사라져버렸어.
프로스트노바……
……담벼락에 있는 저 녀석은……
메피스토인가.
아직도 정신 차리지 못한 건가?
우리도 잘 모르겠다. 계속 저 상태다. 말도 안 하고, 아무것도 안 하고 있어.
……
그를 데리고 돌아가라. 그거면 충분해.
알겠다. 휴우, 난 또……
뭐라고 생각했는데?
당신이 그를 죽이려는 줄 알았거든.
내가 손 쓸 필요는 없다. 슬럼가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얼추 알 것 같으니까.
실의에 빠진 눈빛을 하고 있군.
어…?
가끔……
떠올리곤 한다. 삼사 년 전에, 그가 노래를 부르기 위해 노력하던 모습을.
노래를 부를 수 있다고? 하지만 파우스트가 메피스토의 목은 이미……
메피스토는 노력했었다.
비록 우리 감염자들은 마지막 순간 광석병에 삼켜질 운명이라지만……
그래도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
그의 남은 날들이 그를 벌해줄 거다.
로도스 아일랜드는 아까 전투에 참가했었나?
그 전투 말인가…
……내가 알기론 아니다. 그들은 눈의 악마들과 싸우지 않았어.
……정말 유치하다니까.
정말 여기 남을 셈인가?
그들이 계속해서 추격해올지 아닐지는 아무도 모른다. 프로스트노바. 이곳에서 남은 생명을 낭비할 필요 없어.
폐허에서 알게 된 녀석들이 몇 명 있다. 그들을 다시 만나고 싶어.
약속했으니까.
그리고 그들은 반드시 올 거다, 난 알아.
프로스트노바……
가라, 전우여.
이 전투는 리유니온의 패배다. 어쩌면 리유니온이 실수한 걸지도 모르지.
하지만 너희는 아직 아니다. 너희에겐 아직 바로 잡을 기회가 남아있어.
이만 가봐. 돌아볼 필요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