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교착 상태
적들을 처리하고 아미야와 합류한 블레이즈. 아미야의 곁에 있던 오퍼레이터 그레이스롯은, 블레이즈와 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아 보였다. 한편, 첸과 스와이어는 오랜만에 어깨를 나란히 하고 함께 작전에 돌입하게 되는데……
하아…
버려진 도시에서 준비 운동을 충분히 해뒀으니 망정이지. 너흰 준비 운동 거리도 안 돼, 본 실력을 보여주기엔 더더욱 그렇고.
로도스 아일랜드! 이 감염자의 배신자들! 용문을 도우며 동포를 핍박하겠다는 거냐?!
우리를 용문에게 넘겨 자기 손을 더럽히지 않겠다는 거냐? 이 위선자들! 감염자의 수치 같으니!
어?
단박에 나가떨어진 주제에 욕 할 기운은 남아있나 보네, 아주 제법이야.
근데 또 틀렸어.
윽!
숨 쉬기 힘들지? 막 허파가 불타는 거 같지 않아?
으윽…
우선 코부터 시작해서 다음은 기관지, 마지막엔 흉강이야. 내가 손가락을 가볍게 튕기기만 하면…
고온의 공기가 네 몸속으로 들어가서 팽창하고, 네 장기를 전부 바싹 익혀버린 다음 모공으로 분출되겠지.
사실 용문이 너흴 살려줄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거든? 근데 내가 지금 손을 쓴다면…
하아, 하아… 으, 으윽!
그땐 너흰 그냥 다 죽는 거야.
아, 안 돼! 그, 그만둬! 살려줘!!
알았어. 나도 그렇게까진 안 할게.
거기 경찰! 여기 와서 뒤처리 좀 해줘.
아 참, 거기 우르수스인. 방금 건 '손 쓴' 축에도 못 끼는 거 알지? 그냥 가벼운 스킨십 정도잖아.
아, 드디어 왔네.
{@nickname} 박사, 여기야!
- 아까 그 기술, 정말 굉장하던데!
- ……
- 너무 소란스럽잖아.
하핫, 이 정도 가지고 뭘.
다음번에는 더 대단한 걸 보여줄게, '뼈를 안 부러뜨리고 팔 90도 뒤로 젖히기'라는 기술인데, 어때?
뭐야, 표정은 또 왜 그런데…
로도스 아일랜드에 꽤 오래 있었잖아? 설마 그전까지 싸움 좀 하는 사람들을 본 적이 없는 거야?
걔네들이랑 비교하면 난 되게 여린 편이라고.
당연하지. 내가 조용하게 일하는 타입처럼 보여?
원래 좀 세게 나가서 딴 놈들을 쫄게 해 줘야, 안 싸우고도 이길 수 있는 법이라고.
그리고 말이야, 이렇게 좀 날뛰기라도 해 줘야지, 안 그러면 땀 흘리고 고생하는 의미가 없지 않겠어?
박사님께 괜히 이상한 바람 넣지 말아 주세요……
토깽아!!
마… 만나자마자 껴안지도 말아 주세요!!
와 미쳤다… 볼살 봐봐… 어쩜 이렇게 야들야들할 수 있지? 아 가만히 좀 있어봐! 아 진짜! 좀만 만지게 해 주라 쫌! 닳는 것도 아닌데!
브레이즈 시히… 보올으 자바 다아기지도 마라주헤효오!
에잉.
헤어진 지 한 시간도 안 됐잖아요, 왜 이러시는 거예요 정말! 좀 더 진지해지세요!
으이그 진짜, 애가 붙임성이 없다니깐.
……
더는 못 참겠어요…!
아냐 아냐 하지 마 그거, 잠깐 농담 좀 해본 거잖아! 내 머릿속에 그 이상한 감정을 욱여넣는 거, 그거 진짜 하지 마. 그런 처벌은 저번 한 번으로 충분하다고!
……잠깐.
쟤는?
아…… 난……
네가 누군진 알아.
다음번에 또 감염자 동포에게 그런 말을 하면, 그땐 그 얼굴을 반으로 갈라버릴 줄 알아.
블레이즈 씨!
미안, 아미야.
근데 저 여자한텐 경고 해 둬야겠어. 이 말은 취소하지도 않을 거야.
……
먼저 가볼게. 다음 목표 지점에서 만나자.
그레이스롯 씨, 블레이즈 씨가 당신을 오해하고 있는 것 같아요.
괜찮아. 어쨌든 내가 그런 말을 한 건 사실이니까.
그래도, 과거의 일로 지금의 그레이스롯 씨를 나무라는 건 잘못됐어요.
정말로 내 생각이 바뀌었는지 아닌지, 그런 걸 누가 알 수 있겠어? 나 자신도 잘 모르겠는걸.
……
- 그래서 네가 더더욱 활약해야 하는 거다.
- ……
- 지금 바로 작전에 참여해도 정말 괜찮겠나?
물론이지. 나도 하고 싶은 게 있으니까 여기까지 온 거야. 그 블레이즈라는 오퍼레이터가 뭐라 하든 난 상관 안 해.
네……
- (아미야……)
(네…… 로도스 아일랜드의 현재 상황은 비감염자인 그레이스롯 씨에게는 다소 혼란스러울지도 몰라요.)
(그레이스롯 씨는 이번 작전으로 정하게 되겠죠. 로도스 아일랜드에 머물지, 아니면 떠날지를……)
(그레이스롯 씨는 명령에 따르는 데 너무 익숙해져서, 자신의 생각을 밖으로 잘 드러내지 않아요. 그러다 보니 어쩔 땐 깜짝 놀랄만한 말을 하기도 하지만……)
(절대 악의가 있어서 그러는 건 아니에요. 그레이스롯 씨는 그저, 자신을 이해할 기회가 필요한 것뿐이죠.)
(그레이스롯 씨는 박사님께서 믿어도 좋을 만큼 굉장한 실력을 갖추고 있어요. 비록 우리가 그분을 도와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분은 분명 우리를 도와줄 수 있을 거예요.)
어라…… 가비알 씨, 어디 가신 거죠?
- 설마 또 못 참고 적을 두들겨 패러 나간 건가?
- ……
- 불필요한 파괴를 하러 간 걸지도.
그거, 큰일이잖아요!
……그건 그렇고, 대체 누가 박사님께 그런 얘길 해준 거죠? 너무하네요. 확실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아무튼,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어서 다음 순찰 지점으로 가서 연락 신호를 보내도록 하죠.
가비알 씨가 계획대로 움직여준다고 해도, 만약 지켜보는 사람이 없다면… 굉장히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니까요……
- 다른 팀은?
정예 오퍼레이터들이 대신 지휘하고 있어요. 우리한테 전황을 보고해 줄 테니 안심하세요.
지금이 바로 합동 작전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예요. 아마 용문의 승패를 결정지을 전투가 되겠죠.
- 첸 팀장은?
첸 팀장님은 따로 지휘 임무를 수행 중이에요.
특별감찰팀장인 첸 팀장님은, 우리와 근위국의 계획대로, 근위국의 정예 부대를 이끌어 리유니온의 공격을 막을 겁니다.
첸 팀장님은 리유니온의 주요 부대를 정해진 위치로 '유인'하고, 다른 한 편으로는 리유니온의 나머지 소규모 부대가 슬럼가에 진입하는 걸 막아야 해요.
우리 로도스 아일랜드는 각 순찰 지점을 따라 움직이면서 다른 근위국 부대가 리유니온의 잔여 부대를 소탕하는 것을 도와주고, 리유니온이 전투를 포기하도록 만들어야 해요.
그리고 마지막에는, 예정대로 슬럼가에서 근위국과 함께 리유니온의 주력 부대를 격파합니다.
이 정도 규모의 작전에서 우리 로도스 아일랜드가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겠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 약속한 임무를 완수해야겠죠.
우리와 근위국의 협동 작전에 대한 문제는…… 제가 반드시, 로도스 아일랜드의 모두를 납득시킬 수 있는 답을 내놓을 겁니다. 맡겨주세요.
하지만 한 가지, 박사님만이 하실 수 있는 일이 있어요.
- 내게 맡겨!
- ……
- 좀 더 진지해지라고?
헤헤… 네.
그래도…… 무리하게 강요하는 건 아니니까요.
저기…… 계속 그렇게 아무 말도 안 하실 거예요?!
그럼 저, 말해도 되죠?
으으…… 아무 말이나 좀 해달라구요… 박사님!
아뇨, 그러실 필요는 없어요!
이번 일은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을 거예요!
……블레이즈 씨에게 박사님을 지켜달라고 연락할게요. 번거로우시겠지만 제가 합류하기 전까지, 블레이즈 씨를 돌봐주세요.
- 돌봐주라고? 나에 대해 뭔가 오해하고 있는 거 같은데?
- ……
- 내게 정예 오퍼레이터를 지켜줄 힘이 있다는 건 처음 알았는데.
아… 힘으로 지켜달란 게 아니고요! 심리적인 면을 말하는 거예요.
로도스 아일랜드는 때때로 감염자들과 싸워야 해요.
특히나 지금처럼요. 우리와 용문의 협력 관계는 이미 어느 정도 어색해진 구석이 있잖아요.
비록 블레이즈 씨가 의지할 수 있는 로도스 아일랜드의 정예 오퍼레이터 중 한 명이라곤 하지만, 블레이즈 씨가 자기 실력을 발휘하는 데는 심리적인 요소도 어느 정도 영향을 줄 거예요.
블레이즈 씨가 단호한 태도로 우리 쪽에 서 있기 때문에, 오히려 감염자와의 조우는 더더욱 블레이즈 씨의 감정에 영향을 줄 수 있어요.
그리고 이건 박사님께도 블레이즈 씨를 이해할 좋은 기회가 될 거예요.
블레이즈 씨한테는 고맙다는 말을 자주 해주세요. 예를 들면 버려진 도시에서 우리를 구해줘서 고맙다는 식으로요, 분명 기뻐할 거예요!
- 알았어!
- ……
-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전 박사님의 능력을 믿어요! 그럼, 잘 부탁드려요!
지금 우리 쪽 다른 부대랑 놈들의 주력 부대가 교전 중이야!
리유니온보다 먼저 목적지에 도착해서 포위망을 완성시켜야 해!
거기다 한마디 더 해줘, "하지만 지금 우리는, 우선 아직 주력 부대에 합류하지 못한 리유니온을 처리해야 한다"고.
오케이!
방금 통신에서 첸 팀장이 말한 대로 움직여! 오버!
우리가 마지막으로 같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싸운 게 언제였더라?
지금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싸우는 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함께' 싸우는 거다. 그 버려진 도시에서 어떻게 돌아온 거지?
나한텐 기동장치가 배급되잖아! 그게 아니라면 어떻게 로도스 아일랜드를 구하러 갔겠어? 아님 나랑 말싸움이라도 하고 싶은 거야? 보니까 지금 얼굴에 짜증이 가득한데.
말싸움이라, 음… 뭘로 말싸움을 할까.
괜히 쓸데없이 트집 잡으려 들기는. 꼭 그래야 스트레스가 풀리겠어?
아… 그렇지… 날 업은 채로 로도스 아일랜드를 구한 일은, 나중에 개인적으로 알려줘.
왜? 쪽팔려서? 아니면 왠지 너만 아무것도 몰랐다는 느낌이 들어서?
둘 다야.
어머…… 어쩐 일 이래? 언제부터 이렇게 솔직해 진 거야? 옛날 같았으면 분명 그 한마디 할라고 말 빙빙 돌려가며……
왔다!
근위국 방어 부대, 모두 방패 올려! 안심해, 너희 뒤는 든든한 동료들이 받쳐주고 있으니까, 위치 사수!
열 걸음 거리!
석궁 부대, 사격 준비!
이 길도 봉쇄됐다고? 안 돼… 더는 갈 곳이 없는데! 이제 갈 수 있는 길은 여기뿐이라고!
무서워하지 마라, 이대로 뚫고 간다! 가자!
다섯 걸음!
공격 부대, 위치로!
무너뜨려!
……지금이다!
첫째 줄 석궁병, 사격 개시!
장창 부대, 거창!
한 놈도 놓치지 마라!
다들 위치에 도착했나?
그래. 맞아.
알았다. 하지만 근위국에겐 근위국이 해야 할 일이 있고, 너희에겐 너희가 해야 할 일이 있지. 이건 월권행위라 할 수 없다.
확실히 린 거뤠이는 심하게 반대했었지.
하지만 이번 일은 그의 말대로 할 순 없다.
……
모두의 의견은 잘 들었다. 하지만 우리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어, 어쩔 수 없는 일이지.
거뤠이의 딸이 너희에게 연락하면, 그때부터 3주 동안은 절대 나에게 연락하지 마라. 모든 정보는 그 여자에게 넘겨주도록.
너희에게 맡기지. 내가 늘 지켜보고 있을 테니 걱정은 하지 말고.
……더는 그렇게 부르지 마라. 지난 일은 지난 일일 뿐, 난 더 이상 그 일과 관계없으니까.
그래, 용문의 영원한 평화를 위해.
웨이 씨, 우리는 그…… 뭐더라, 의형제라고 하던가?
그러니까, 그 여자와 내 딸을 좀 부탁하지.
뭐… 괜히 쓸데없는 말하는 건 아닌가 싶긴 한데, 웨이 씨는 자기 여동생도 제대로 못 돌봐줬잖아?
딸 이름은 이미 지어뒀지, 이름은……
…탈룰라라고.
너무 마음에 담아 두지 마. 다 알고 있으니까.
전부… 다 알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