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오해들
그레이스롯으로 인해 잠시 회상에 잠긴 블레이즈. 하지만 지금은 옛 일을 떠올릴 때가 아니라, 눈앞의 리유니온을 상대하는 게 급선무다.
어라…… 로즈몬티스, 뭐 하는 거야?
나…… 이 휴대용 단말기를 고치고 싶어.
작년까지 지난 육 년간의 기억이 여기에 담겨있거든……
오늘 아침에 6월 12일의 기록을 읽으려 했는데, 화면이 나가버렸어.
만약…… 이제 정말 다시 볼 수 없다면……
3월 14일에 아빠랑 같이 식물원에 간 일이나, 7월에 한 등산, 그리고 네 번째로 맞은 4월, 엄마……
어…… 엄마……
우, 울지 마! 어… 그러니까… 넌 전자 기기는 원래 서툴잖아?
스카우트한테 수리해달라고 하는 게 어때? 클로저도 할 수 있을걸?
내가 클로저한테 갖다 줄게, 몇 분이면 고칠 거야!
스카우트……?
그 사람이지? 그 조용한 오퍼레이터?
그래! 기억나?
응.
굉장히 깨끗하단 이미지였어…… 마치 하얀색 타일처럼.
바로 저기 있는데.
……어?
날 설마 그렇게 약한 이미지로 생각하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언제 온 거야?!
계속 여기에 있었다. 몸을 숨기는 게 습관이 되어서 말이지.
맞아, 스카우트 씨는 계속 여기 있었어.
블레이즈는 온 지 몰랐던 거야?
……내가 원래 좀 둔하잖아. 전혀 못 봤어!
아니 근데, 로즈몬티스 얘기 다 듣고 있었으면, 그냥 네가 직접 고쳐주지 그랬어?
미안, 좀 이따 임무 나가야 해서. 지금은 무기 손질에 집중해야 해.
클로저나 메커니스트한테 부탁하는 편이 좋을 거야.
그 임무라는 거, {@nickname} 박사를 구하는 거야?
그렇다.
오, 에이스도 가나 봐?
안건을 낸 사람 중 한 명인 내가 안 간다면, 로도스 아일랜드의 정예 오퍼레이터 체면이 뭐가 되겠나.
아스카론은 뭐래?
늘 똑같은 핑계지. 참가할 수 없다고 하더군. 이번에도 계속 켈시 옆에 붙어있을 거다.
…지금이 가장 좋은 시기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한 적 없나?
어쩌면 이번이 우리의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
체르노보그는 이번 재앙을 피하기 위해, 지금 위치를 떠나 우르수스 내지로 향할 가능성이 크다. 우르수스 내부에서 구출 작전을 시행한다면, 성공 확률은 없다고 봐야겠지.
몇 번 얘기는 들어봤는데, 그 {@nickname} 박사라는 사람이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야?
아미야와 켈시만큼 대단하다.
나, 전에 박사를 만난 적 있어?
아니. 하지만 곧 볼 수 있을 거다.
응. 빨리 박사가 어떤 사람인지 보고 싶어.
정말 보고 싶어.
볼 수 있을 거다, 꼬마 고양아.
맞다, 에이스. 너네 팀에 비감염자 하나 있지 않아? 그레이스롯이었나?
그 여자라면, 지금쯤 아마 1인실에서 교육받고 있을 거다.
블레이즈. 요즘 몇 달간 내가 같이 다녀봐서 잘 아는데, 그 여자가 원래 표현이 좀 서투른 게 있다. 근데 절대 악의가 있어서 그러는 게 아니까 너무 뭐라 하진 마라.
악의가 없다면서 우리 팀원들한테는 "난 너희 감염자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잘 모르겠어"…라고 했었지.
알고 있다. 어쩌면 진짜로 몰라서 물어본 걸 수도 있다.
나도 오퍼레이터들에게 우리 처지를 이해하라고 강요할 순 없다. 게다가, 그레이스롯은 지금까지 로도스 아일랜드의 명령에 의문을 품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오퍼레이터지.
다른 건 상관없는데, 누가 내 팀원 모욕하는 건 절대 용납 못 해. 로도스 아일랜드 감염자들의 싸움을 모욕하는 것이라면 더더욱 그렇고.
지금은 안 돼. 나도 네가 참고 있다는 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화를 낼 때가 아니야.
그딴 소리를 내 앞에서 지껄였다고!
어이 거기 큰 고양이 씨, 일단 좀 진정하지?
너도 임무 가야 하지 않아?
……그러게.
알았어, 갔다 와서 다시 얘기하자.
아오 진짜… 그래, 에이스보다 짬 덜 찬 내가 참아야지.
어째 말투가 날 놀리는 거 같은데.
놀리는 거 맞을걸?
에이스는 이틀만 수염 안 깎아도 완전 베테랑처럼 보이잖아.
에이스 수염, 꺼칠꺼칠해.
흠……
아하하하~! 자, 그럼 그 애한테 물건을 전해주러 한 번 나가볼까. 나도 임무 때문에 먼저 가볼게.
임무 끝나고 오면 제대로 한 잔 콜?
또 토할 때까지 마시지는 마라.
저번에 미저리가 두 시간 동안 바닥 청소한 거 기억 안 나냐? 또 그러면 그땐 아마 미저리도 치우다가 토해버릴걸.
네 주량이 그렇게 셀 줄은 몰랐지!
로즈몬티스, 단말기는 나중에 메커니스트가 갖다 줄 거야.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 까먹으면 안 된다?
응, 안 까먹을게! 잘 다녀와!
피부 안 데게 조심하고!
나 참, 나도 내 아츠 정도는 조절할 수 있거든?!
왜…… 다들 먼저 간 거야?
에이스…… 그레이스롯 같은 비감염자를, 정말 네가 키워줄 가치가 있었을까?
우린 얼마만큼 신뢰받을 수 있고, 또 얼마만큼 신뢰를 줄 수 있을까?
만약 박사가……
-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 ……
- 만약 나 역시 로도스 아일랜드를 믿는 게 아니라면?
네 욕은 네 앞에서 하겠어.
박사, 와 있는 거 다 아니까 꾸물대지 말고 어서 나와. 숨으려면 좀 잘 숨던가……
안 나오면 전봇대 위에 매달아 놓고 리유니온을 끌어들이는 미끼로 써 버린다? 걱정 마, 화살 몇 발 정돈 맞을지도 모르지만, 수술하면 괜찮아질 테니까!
하아……
뭐?
아미야가 너더러 여기로 오라고 했다고?
됐다 말을 말자. 아미야도 참…… 좋은 점이라고 해야 하나, 안 좋은 점이라고 해야 하나……
어떻게 해야 아미야한테 자기가 아직 어린애라는 걸 깨닫게 해 줄까… 뭘 해도 매번 역효과란 말이지.
뭐, 아미야가 로도스 아일랜드를 이끌고 있는 한, 그 애늙은이 같은 구석은 안 고쳐지려나? 정말이지……
물론 아미야가 보내서가 온 게 아니라, 네가 직접 날 도와주러 온 거라면 나도 말리진 않을게.
……방해될 거라고? 걱정하지 마, 너 같은 걸 셋이나 데리고 다녀도 아무 지장 없을 테니까. {@nickname} 박사 한 명 정도야 식은 죽 먹기지.
어? 뭐야 저거.
왜 도망가지 않는 거냐! 어서 꺼져! 우리도 이제 더는 싸우고 싶지 않다!
크윽…… 감염자에게 굴복할 수는 없다!
고작 몇 명밖에 없으면서 왜 이렇게까지 버티는 거냐, 대체 무슨 이득이 있다고!
이게 우리에게 주어진 책임이다!
그럼 우릴 원망하진 마라! 너희는 우리 뒤에 있는 저 괴물이 보이지도 않는 거냐! 어서 도망치란 말이다!
어디에 무슨 괴물이 있다는 거야?!
저기 골목을 뚫고 가려는 리유니온 보이지? 용문인들의 방어선을 공격하려는 모양인데, 만약 이대로 놔두면 아마 저 용문인들은 오래 버티지 못하겠지.
작전 지시를 해줘.
- 정상적인 작전 지시를 말하는 건가, 아니면……
당연히 가장 빠른 걸로!
그런 표정 짓지 마. 널 둘러매고 뛰어다니는 것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니까.
좋아! 저쪽에 있는 리유니온을 쓰러뜨리고, 겸사겸사 용문인들도 도와주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