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5광야의 굉음
제4군단은 사자를 보내 여대공에게 그들의 '반란' 평정을 침묵해주길 요청한다. 한편, 박사 일행은 동료들에게 소식을 전하기 위해 연구소의 비상 통신 장비를 사용한다.
그러고 보니 이상하군요……
사실 저는 브레스크의 이 계절이 참 좋은데 말이죠.
해가 뜨고 지는 일이 없고, 낮과 밤의 구분이 없으니…… 사람들도 모든 게 명확한 척할 필요가 없죠.
'격동의 가을', 사령관도 이렇게 표현하셨습니다.
여대공 전하, 시간이 없습니다. 전하께서 내주신 이 따뜻한 차를 마시는 동안에도, 정세는 계속해서 긴박해지고 있습니다.
사령관은 전하의 답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예브게니 사령관마저 좌불안석이라니, 우르수스가 정말로 큰 곤경에 처하긴 했나 보네요.
정확히 보셨습니다.
이런 국면에서, 디에티 그라이퍼부르크의 미지근한 대응은 절대 용납할 수 없습니다…… 이건 사령관 혼자만의 의견이 아닙니다.
지금쯤, 사령관도 깨달았겠죠. 자신의 부친이 그때의 혼란 속에서 내린 결정이 얼마나 현명했는지…… 제4군단은 변방으로 쫓겨나는 것보다 훨씬 더 비참한 결말을 맞을 수도 있었는데.
그럼, 우리의 젊은 예브게니가 이 혼란의 최전선으로 뛰어들기로 결심한 건가요?
언제나 위험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우르수스를 지키는 것…… 사령관은 우르수스 군인으로서의 직책을 다하고 계십니다.
여대공 전하, 이제는 전하의 뜻에 달려있습니다.
사령관은 전하께서 과거의 협력을 계속 이어가는 것을 바라고 있습니다.
통보인가요?
우정어린 부탁입니다.
사령관은 전하와의 우정을 매우 소중히 여기며, 전하의 지혜를 신뢰하고 계십니다. 또한, 이런 시기에도 브레스크와 제4군단의 이익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믿고 계십니다.
게다가, 사령관은 전하께 다른 무언가를 요구하는 게 아닙니다…… 그저 고개만 끄덕여 주시면 됩니다.
음, 그게 아주 쉽다고 생각하는 것 같군요.
설마 사령관은 우리의 황제 폐하를 바보라 생각하는 겁니까? 설마 위트 의장도 바보라고 생각하는 건가요?
그건 양립할 수 없는 선택이에요…… 마치 태양과 밤이 공존할 수 없는 것처럼.
사령관께서는 전하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이건 당연히 전하의 근심을 덜어드리고 싶어 그런 것입니다.
어쨌든, '황제의 칼날'의 사망에는 충분한 설명의 여지가 있으니까요, 사령관은 전하를 대신해 설명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제4군단이 브레스크를 지원해 크라이니 세베르에서 발생한 반란 진압”…… 전하께서 협조만 해주신다면, 군단이 디에티 그라이퍼부르크에 올릴 보고서는 이 한 문장으로 끝날 수 있습니다.
심지어 고개를 끄덕일 필요조차 없습니다. 전하의 침묵도 사령관은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아니…… 그렇지 않아요…… 만약 사령관이 정말 저를 이해한다면, 제가 신경 쓰는 게 디에티 그라이퍼부르크의 의혹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을 거예요……
제 영지에 사는 사람들, 우르수스의 백성들…… 제가 신경 쓰는 건 그뿐입니다.
사령관도 전하의 자비로움을 알고 계실 것이고, 전하께서 그어 놓은 선을 아무도 넘을 수 없도록 보장할 것입니다.
젊은 예브게니여, 성급한 예브게니여…… 제가 어찌 사랑하는 친구가 위험에 뛰어드는 걸 볼 수 있겠습니까.
정말 사령관의 바람대로 제가 침묵한다 해도, 그건 단지 사령관의 험난한 앞길에 놓인 작은 돌멩이 하나에 불과합니다. 남아 있는 거대한 바위들은 또 어떻게 처리하겠다는 거죠?
그건 여대공 전하께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바위가 됐든 다른 뭔가가 됐든, 사령관께서는 우르수스를 위해 모든 적을 물리칠 각오를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전하의 답을 받은 것으로 이해해도 되겠습니까?
……
예브게니 사령관께서 안부를 전해 달라고 하셨습니다.
우르수스의 영광을 위하여.
……
모든 것은 우르수스의 영광을 위하여……
크세니야, 괜찮아? 필요하면 내가 둘 다 안고 뛸게!
아, 아니에요. 저는…… 괜찮아요……
그냥 이해가 안 돼서요…… 왜…… 이렇게 서둘러야 하는 거예요?
- 내 추측인데……
- 만약 우르수스 당국이 광맥의 이상 징후를 알고 있다면……
- 크라이니 세베르의 모든 광산을 침묵하게 했다는 건……
- 우르수스가 광맥이 고갈됐다는 사실을 은폐하고 싶은 거야.
……
박사, 하늘의 색을 봐!
우리가 들어올 때도 저랬나?
……아니요…… 이건 환각일까요?
왜 또…… 저런 색이죠?
눈에 띄는, 경고가 담긴 듯한 붉은빛. 심지어 고개를 들지 않아도 그 빛을 볼 수 있을 정도였다.
붉은빛은 잿빛이었던 하늘을 서서히 뒤덮었고, 지상의 모든 것도 뒤덮었다.
- ……군대다.
- 우르수스 군의 경고등이야.
- 그들이 왔어.
왜죠……
왜 하필 이럴 때 크라이니 세베르까지 들어온 거죠? 이곳에 올 이유가 전혀 없는데!
박사, 북서쪽 5km 지점에서 대규모 고에너지 오리지늄 반응이 감지돼. 누군가 우리 쪽으로 빠르게 접근하고 있어.
- ……당장 연구소로 돌아가자.
- 반드시 아미야에게 알려야 해.
크세니야, 괜찮아? 서둘러야 해!
맞다, 연구소……
연구소로 돌아가야 해요.
이쪽이에요!
제가 기억하기로는, 비상 통신 장비가 꼭대기 층 전망대에 있어요. 열쇠는 소장 사무실에 있고요……
저를 따라오세요!
(작은 목소리로) 우리 발소리가 아니야.
(작은 목소리로) 여기 또 누가 있나?
- 사람은 많진 않은 것 같은데.
- 시간이 없어.
- 최대한 빨리 아미야에게 알려야 해.
죄송해요. 여긴 비상등이 없어서 잘 안 보여요. 촛불을 켰으니 아쉬운 대로 쓰죠.
역시…… 통신 장비가 여기에 있네요. 저는 이런 걸 써본 적이 없어서, 신호가 얼마나 멀리까지 전달될지는 몰라요.
이건 우르수스 군용 통신기야.
-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아?
라이디언도 비슷한 장치가 있어…… 라이디언이 젊을 때 우르수스 군에서 했던 유사 설비 연구에 참여한 적이 있거든. 우르수스가 벌써 성과를 냈을 줄은 몰랐네.
내가 아는 거랑 같다면, 이건 아마 고성능 전역 전파 장치일 거야.
이 장치에는 고출력 아츠 유닛이 탑재돼 있어…… 출력은 일반 군용 통신기 100대를 동시에 가동하는 것과 맞먹어.
이 장치는 넓은 범위에서 군사 시설에 긴급 전보를 보낼 목적으로 설계됐어. 물론, 라이디언처럼 오리지늄 아츠 감지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면 전파를 받을 수 있을 거고.
- 그럼 좋은 일 아니야?
- 왜 그렇게 긴장해?
문제는 특정 주파수만 송신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거야.
다시 말해, 우리가 이 장치를 쓰면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우르수스군 또한 통신을 받게 된다는 뜻이지…… 우리의 위치가 노출될 거야.
박사……
- ……통신을 보내자.
- 통신을 보낸 뒤에 바로 이동하자.
알겠어, 박사.
통신 내용을 알려줘, 내가 입력할게.
- 우르수스, 광맥이 전면 고갈 중.
입력했어, 그리고?
박사! 조심해!
윽……!
어떻게 된 거죠? 군대가 왜 연구소를 습격하는 거죠?
- 최소 1개 부대가 크라이니 세베르에 투입됐어.
- 통신을 차단할 거야……
좋아, 입력 완료!
전송……
- 가자!
박사, 크세니야, 꽉 잡아.
우리 이제……
야…… 이봐!
빌어먹을…… 제때 온 건지 늦은 건지 모르겠네.
어이 괴물, 날 잡을 때 보였던 그 기세는 어디로 갔어? 이런 데서 그렇게 쉽게 죽지 말란 말이야!
내 말이 들려? 들리냐고……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