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비정상 스펙트럼

16-7마지막 기쁨

메인 스토리작전 전2026-03-19

툰드라에서 스스로 자기 자식을 죽인 부친과 갈등이 생긴 친구를 제외한 광부들은 짧은 승리를 만끽한다. 한편, 연구원의 회상 속에서, 모든 파국은 자원이 고갈된 광산에서 새로운 물질을 발견한 순간부터 시작된다.

등장 오퍼레이터: 라이디언, Mon3tr, 스네구로치카


호리

……

닉토

호리, 뭐라도 좀 먹는 게 어때?

닉토

봐, 흰 빵이야. 도시에서나 먹을 수 있는 거라고.

호리

……

닉토

하아……

우르수스 크라이니 세베르, 툰드라3일 전

닉토

음?

닉토

갑자기 노래를……?

유쾌한 광부

닉토! 후우, 드디어 찾았네.

유쾌한 광부

자, 괴짜, 도시인, 교수님, 그리고 아무것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닉토 씨. 마침 음악도 있으니까, 나랑 춤이나 추자.

닉토

……지금은 춤이나 추고 있을 때가 아니야.

닉토

밤에 모닥불을 피우면 너무 눈에 띄잖아.

유쾌한 광부

하지만 견인차도 찾았고, 물자도 좀 구했잖아. 적어도 그 빌어먹을 곳을 더 멀리할 수 있게 됐어. 이거면 축하할 만하지 않아?

유쾌한 광부

칩도 제거했고, 광산에서도 빠져나왔고, 감시팀까지 물리쳤어. 이제는 견인차와 물자까지 생겼어. 이런 상황, 내가 꾼 제일 좋은 꿈에서도 나온 적이 없어.

닉토

베토치키랑 렌킨은 어디 있어?

유쾌한 광부

어째 넌 항상 그 둘만 찾는 것 같네. 근데 너희들이 꼭 붙어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잖아. 가끔은 이렇게 잠깐 떨어져서 서로 숨통 좀 트이게 해주는 것도 나쁘지 않아.

유쾌한 광부

하지만 렌킨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는 알아. 네가 못마땅해하는 모닥불 옆에 있는데, 너도 같이 가지 않을래?

닉토

……하나만 더 물을게.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게 누구야?

유쾌한 광부

궁금해? 같이 가보면 알게 될 거잖아!

그리하여 닉토는 그가 내민 손을 잡았다. 장갑이 벗겨진 손바닥은 거칠고도 따뜻했다. 애써 잊은 과거의 시간 속에서 잡았던 손들과는 달랐다.

두 사람은 발걸음을 옮겨 모닥불과 음악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닉토

……렌킨……

유쾌한 광부

말했잖아, 여기 있다고.

그랬다. 렌킨은 여기에 있었다.

렌킨이 두 주먹을 꽉 움켜쥐고 무기를 휘두르는 모습을 닉토는 수도 없이 봐왔다.

그의 두 손은 흉터로 가득했고, 핏줄이 도드라져 있었다. 그런데 그런 렌킨이, 그런 손으로 아코디언 같은 섬세한 악기를 연주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닉토

렌킨이 아코디언을 연주한다고?

유쾌한 광부

응, 그게 왜?

모닥불 근처, 굳은살이 생긴 렌킨의 손가락은 건반 위를 춤추듯 오갔고, 벨로즈를 여닫는 힘도 매우 부드러웠다.

음악 소리는 그렇게 퍼져갔다.

유쾌한 광부

봤지? 난 거짓말 안 한다니까?

유쾌한 광부

빨리 와, 멍하니 서 있지 말고. 다들 오랜만에 즐기는 여유로운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지 마!

닉토

난……

그녀는 마치 사냥꾼이 사냥감을 포획하듯 닉토를 끌어당겼다. 군중 속으로 몸이 끌려 들어간 순간, 그는 거의 본능적으로 리듬에 맞춰 스텝을 밟기 시작했다.

한때 닉토는 최고의 댄서였지만, 광산에 온 뒤로는 과거를 최대한 떠올리지 않으려 했다.

유쾌한 광부

인상 쓰지 마. 모든 걸 잊고 춤에만 집중해. 몸을 흔들면서 고민을 다 털어버려.

닉토

……

사람들은 박자에 맞춰 몸을 흔들고 노래하며, 모든 관절로 리듬에 응답했다.

이거야말로 춤, 가장 단순하고 원초적인 춤이었다.

닉토

……훗.

닉토는 가볍게 코웃음을 치더니, 갑자기 몸을 격렬하게 흔들기 시작했다. 쪼그려 앉기, 발차기, 회전하기, 그의 모든 움직임이 열정적인 비트에 호응하고 있었다.

유쾌한 광부

역시 내 눈은 틀리지 않았다니까, 역시 춤을 잘 추는구나!

유쾌한 광부

어때? 이런 분위기에 가만히 있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니까.

닉토는 대답하지 않았다. 무표정한 얼굴로 그저 음악에 맞춰 아무 감정 없이 발을 구르고 회전할 뿐이었다.

발끝, 발꿈치, 스텝을 밟다가 가볍게 점프, 팔을 흔들다가 몸을 비튼다. 그는 다음 소절의 첫 박자가 시작될 때까지 반복했다.

그리고 다시 몸을 일으켜 파트너의 두 손을 잡았다. 그는 어느새 리드하고 있었다.

유쾌한 광부

우와……

닉토

감사는 됐어.

유쾌한 광부

사람이 겸손을 모르네. 하지만……

유쾌한 광부

인정할게. 내가 춤을 배운 적은 없지만, 네가 춤에 일가견이 있다는 걸 알겠어. 너의 속도, 그리고 발끝의 그 '마법'…… 꼭 날아오를 것 같아.

유쾌한 광부

그걸 뭐라 부르지? '스텝'? '몸놀림'?

닉토

그냥 '처량한 겉치레 본능'이야.

유쾌한 광부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설명은 없었다. 고조되는 리듬을 타며 닉토는 상대의 손을 잡아 세게 끌어당기더니, 다시 밀었다.

웃고 있던 그녀는, 춤을 추고 싶지만 파트너가 없는 젊은이에게 그대로 부딪혔다. 그러자 닉토는 태연히 그녀의 손을 놓았고, 두 사람이 다음 춤을 이어가는 모습을 바라봤다.


춤이 끝났을 때, 닉토는 렌킨 가까이에 서 있었다. 한 걸음만 뒤로 가면 바로 렌킨 곁에 앉을 수 있었다.

하지만 닉토는 그러지 않았다. 말을 꺼내기 전, 끊임없이 자신에게 타일렀다. 따지지 마, 침착하게 진실만 물어보는 거야. 싸우면 안 돼.

어렵게 생긴 즐거운 시간을 망치면 안 돼.

닉토

네가 아코디언을 연주할 줄은 몰랐네.

렌킨

나도 네가 춤을 그렇게 잘 출 줄은 몰랐어.

닉토

하긴, 우리가 뭐든 터놓고 말하는 그런 친구 사이는 아니지.

닉토

그렇지만, 어떤 일은 네가 반드시 얘기해 줘야 해. 나를 친구라 생각한다면.

렌킨

……호리를 만나고 왔어? 아직도 아무것도 안 먹어?

닉토

호리가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행동하길 바라는 건 아니지?

닉토

렌킨, 나랑 얘기 좀 해……

렌킨은 한숨을 내쉬었고, 마지막 선율을 마무리한 뒤 옆에 있는 광부에게 아코디언을 건넸다.

닉토는 그가 보기나의 오빠, 파벨임을 알아봤다. 보기나는 아직도 열이 나고 있었던가? 그는 알지 못했다.

그런데 그때, 아코디언 받아 든 파벨이 낯선 노래를 나지막이 부르기 시작했다.

경쾌하고 은은하지만, 슬픈 노래였다.

나지막한 목소리

“……나의 이 연약한 열매, 어찌해야 참나무에 기댈 수 있을까……”

나지막한 목소리

“이제는 고갤 떨구지 말고, 바람에도 흔들리지 마라……”

렌킨

(작은 목소리로) 저쪽으로 가서 얘기하자.

렌킨이 일어섰고, 두 사람은 북적이는 사람들 틈에서 조용히 빠져나왔다.

닉토

……그럴 필요까지는 없었어.

렌킨

……

닉토

평소처럼 네가 직접 할 수 있었잖아. 호리를 그 자리에서 내보냈다면, 나는 분명 네 선의를 크게 칭찬했을 거야.

닉토

……그런데 왜 하필 호리한테 시켰어?

렌킨

……

닉토

넌 '고상한 렌킨', '영웅 렌킨' 아니었나? 왜 그 많은 적을 쓰러뜨린 것도 모자라, 이젠 이런 방식으로 동료마저 괴롭혀야 해?

닉토

꼭 그렇게 해야만 만족할 수 있었어? 아니면 꼭 그렇게 해야만 네 승리가 더 영광스러워진다고 생각했어? 넌 도대체……

렌킨

……화났으니까.

닉토

……

렌킨

그래…… 난 호리가 자기 아들을 용서하길 원했다는 등의 변명 따위는 할 생각 없어. 내가 원했던 건 바로 이런 결과야. 너무 통쾌해.

렌킨

내가 냉정해야 했나? 내가 자비로워야 했나? 아니면 네 말처럼, 차라리 시원하게 죽여야 했나? 내가 왜?

렌킨

그 사람들이 컨테이너에 실릴 때도, 자비를 바라지 않았을까? 차라리 시원하게 죽여달라고 애원하지 않았을까?

렌킨

나를 무자비한 놈이라 비난해도 상관없어. 하지만 도대체 누가 그들을 위해 저 짐승만도 못한 빌어먹을 놈들을 비난해야 할까?

렌킨

난 그놈들을 이해할 수 없어. 인간의 탈을 쓰고 인간의 언어를 쓰지만, 하는 짓은 전부 괴물이 할법한 짓이지.

렌킨

놈들은 자신의 동족을 태연한 모습으로 해칠 수 있다고.

렌킨

나는 그 차이가 무서워. 마치…… 마치 우리는 녀석들과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한 번도 공유하지 않았던 것 같아. 만약 놈들이 괴물이 아니라면, 아마…… 괴물은 나겠지.

렌킨은 캄캄한 극야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그리고 또박또박 말했다. 닉토는 그의 얼굴을 똑바로 돌려, 자신의 눈을 바라보며 다시 한번 말하게 하고 싶었다.

그러나 닉토는 그러지 않았다.

두 사람은 한동안 침묵에 빠졌다.

렌킨

……하지만, 네 말이 맞아. 내가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어.

렌킨

그건 아무런 의미가 없어……

닉토

……렌킨, 너는 자신을 괴롭히고 있어.

닉토

너는 애초에 네가 상상하는 것처럼 강한 척해서는 안 됐고, 사람들에게 너만큼 강인하기를 요구해서는 더더욱 안 됐어.

렌킨

……

닉토

내게 너를 탓할 권리는 없어. 너는 모두를 이끌어야 한다는 사명을 짊어졌고, 반드시 영웅이 돼야 해…… 그건 정말 대단한 일이야.

닉토

하지만 너는 네 마음속의 망설임과 공포를 없던 일로 해서는 안 돼…… 너는 지금 자신의 마음을 외면하고 있어.

닉토

그 결과, 오늘처럼…… 너는 통제력을 잃었지. 이건 위험한 일이야. 다음에 네가 또다시 감정적으로 변하면 무슨 어리석은 짓을 할지 몰라.

렌킨

경고해 줘서 고마워…… 닉토, 명심할게.

닉토

……

닉토

모닥불을 끄고, 사람들을 불러서 출발하자…… 다음 마을까지는 얼마나 남았지?

렌킨

……조금만 더 있자.

렌킨

다들 즐거워하잖아. 저렇게 즐거워하는 모습은 정말 오랜만이야. 차량도 찾았고, 우-카 접경지에도 한 걸음 더 가까워졌어…… 조금만 더 즐기게 두자. 몸도 좀 녹이고.

렌킨

적어도 아까 춤출 때, 너도 즐거웠잖아. 그렇지?

닉토

그럼, 호리는? 호리의 기분은 어떡하려고?

닉토

지금 호리는 아무것도 먹고 있지 않아, 아무 얘기도 듣고 있지 않고.

렌킨

……호리도 이해할 거야.

닉토

그렇게 믿어야 네 마음이 편하다면, 계속 그렇게 믿든가.

렌킨

……

렌킨은 모닥불 쪽으로 걷다가, 돌연 방향을 틀어 다른 쪽으로 걸었다. 자신과 의견이 다른 친구와 기쁨에 젖은 동료들과 멀어질 때까지.


그는 걷고, 또 걸었다. 영원히 바래지 않는 그 진홍빛 광경이 자신의 머릿속에 몇 번이나 떠올랐는지 알 수 없었다.


희미한 목소리

렌킨, 어떡하지? 뼈가 부러진 것 같아, 여기저기 피가……

희미한 목소리

렌킨, 살려줘! 난 죽고 싶지 않아!

희미한 목소리

렌킨……

렌킨?

미안해.

날카로운 목소리

받아들여.

날카로운 목소리

고통을 받아들여, 마치 이 세상의 기쁨을 받아들이듯이. 죽음을 받아들여, 마치 우르수스가 준 삶을 받아들이듯이.

날카로운 목소리

그래야 네가 진정으로 구원받을 수 있어.

렌킨?

그래, 받아들일게.

뒤틀린 형체

……넌 누구지? 너는 도대체 누구냐?!

뒤틀린 형체

원래라면 우리의 영혼은 구원받을 수 있었어…… 이렇게 될 게 아니었단 말이다! 너 같은 괴물 때문에 우리는 갈 곳을 잃었고, 다시는 구원받을 수 없게 됐어!

뒤틀린 형체

너…… 너 때문에 우리는 갈 곳을 잃었어……

렌킨?

……

'검은 눈'

포기해라.

'검은 눈'

너희들에겐 애초부터……

'검은 눈'

갈 곳 따위는 없었다.


렌킨

(답답한 듯 숨을 헐떡인다)

렌킨

하아…… 하아……

렌킨

나댜 부인…… 여기는 무슨 일로? 베토치키랑 함께 있지 않았어?

노부인

널 찾으러 온 거란다…… 렌킨.

렌킨

나를? 내가 뭐 도와줄 게 있을까?

노부인

아니…… 네게 뭘 좀 해주러 왔단다.

렌킨

아……

노부인

너는 그것을 죽이고, 그걸 계시로 받아들여 모든 것을 짊어졌지.

노부인

네가 힘든 건 알고 있단다…… 타인의 삶과 죽음을 짊어지는 것도, 사명을 떠안는 것도 모두 고통이지. 어찌 고통스럽지 않을 수 있겠니……

노부인

네 영혼은 갈기갈기 찢겨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내겐 치유할 방법은 없구나. 나는 네 용기를 칭찬할 수 없다. 그 용기가 바로 네 고통의 근원이니까……

렌킨

헤아려 줘서 고마워, 나댜 부인.

렌킨

하지만 나를 불쌍히 여길 필요는 없어. 이건 내가 선택한 사명이니까.

렌킨

게다가…… 아니, 나는 계시 따위를 믿은 적이 없어. 나는 단지 내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고 있을 뿐이야.

노부인

그래, 네 선택을 존중하마, 가여운 아가. 너를 구할 수 있는 건 너뿐이야……

노부인

내가 할 수 있는 건 진심을 담은 축복뿐이란다. 언젠가…… 언젠가는 네가 고통에서 구원받고, 갈망하는 평안을 얻을 수 있길 바라마……

노인이 메마른 손을 렌킨의 가슴에 얹자, 렌킨은 따뜻함을 느꼈다.

렌킨

이건……

렌킨은 자신의 가슴을 더듬었다.

너무 피곤했나? 아니면 환각이라도 본 걸까?

렌킨은 자신의 심장 박동이 느껴지지 않았다.


물어보신 이상, 이 광산의 계엄령 때부터 이야기해야겠군요.

우선 시작은, 할 일 없는 사람들이 자원이 고갈된 광산 바닥에서 새로운 물질을 발견했을 때부터였어요.

저희도 당연히 그 새로운 물질을 연구하기 시작했고요.

걱정하는 연구원

감염자는 그렇다 쳐도, 왜 우리마저 광산을 못 떠나게 해?

걱정하는 연구원

더 이상 캐낼 것도 없고, 광부들도 숙소에 가둬놓고 일을 못 하게 하잖아. 저 밑에 오리지늄 광석이 진짜 고갈된 건지 누가 알겠어?

크세니야

조금만 더 기다려 보죠. 여대공께서 우리가 위험에 빠지지 않게 해주실 겁니다.

걱정하는 연구원

기다려? 기다려서 뭐 하게? 물자만 주고 월급은 안 주는데. 그럴 바엔 우릴 보내는 게 더 낫지. 모두가 너처럼 혼자인 건 아니야. 나는 어머니를 부양해야 한다고.

흥분한 연구원

최신 소식이야! 광산의 광맥이 고갈된 게 아니야!

크세니야

네? 진짜예요?

흥분한 연구원

우리가 갱도에서 뭘 발견한 줄 알아?

걱정하는 연구원

오리지늄 광석이 또 자라났어?

흥분한 연구원

아니, 아니야! 참 상상력이 부족한 사람이구먼.

걱정하는 연구원

상상은 삶에 무의미한 희망을 품게 해 결국 죽게 할 뿐이야. 난 죽고 싶지 않아.

크세니야

그래서, 뭘 발견했다는 겁니까?

흥분한 연구원

브레스크에서 온 지질학자 말로는 광맥에 단층이 생겼대, 고갈된 게 아니라! 단층 때문에 암석이 움직이고 마찰을 일으켜서, 오리지늄 광석이 겉보기엔 사라진 것 같아도, 실제로는 변질된 거래.

걱정하는 연구원

우린 지질학자가 아니야. 좀 더 쉽게 설명해 줄래?

흥분한 연구원

그러니까, 오리지늄 광석은 없어졌지만, 그 대신 새로운 게 생겼다는 뜻이야.

흥분한 연구원

봐, 바로 이거야! 지금 막 도착한 거야. 내가 바로 가져가 분석할 테니까, 너에게 도와줄 기회를 줄게.

흥분한 연구원은 표면이 거울처럼 매끈한 검정 액체가 담긴 병을 꺼내 동료들 앞에서 흔들어 보였다.

걱정하는 연구원

확실한 거 맞아? 난 지질학자가 아니지만, 단층 운동으로 암석이 액체로 변할 수 없다는 것 정도는 알아……

걱정하는 연구원

녀석들이 우리에게 일을 시키려고 꾸며낸 건 아니겠지?

흥분한 연구원

내가 직접 내려가서 봤다니까? 안에는 온통 이 물질뿐이었어. 마치 지하수가 흐르는 것 같았다고. 거기 광부들이 오리지늄 광석이 사라졌다고 말하는 건, 아마 오리지늄이 이 물질로 변했다는 뜻일 거야.

흥분한 연구원

하아, 내가 지금 너한테 내 논문의 제2 저자가 될 기회를 주는 건데, 어째 고마워하질 않네?

걱정하는 연구원

알았어, 갈게! 말은 그럴듯하게 했지만, 결국은 내 실험실을 쓰려는 거잖아.

흥분한 연구원

그게 뭐 어때서? 네 실험실이 제일 깨끗하니까……

크세니야

……

그렇습니다. 아무리 단층 운동으로 암석이 변질된다 하더라도, 오리지늄이 고체에서 액체로 변할 수는 없죠.

하지만 이건 우리가 의심할 수 없는 기정사실이었습니다. 신속한 분석과 결과 대조를 통해 우리는 이 물질이 확실히 전대미문의 물질이라는 걸 확인했어요. 그리고 성질에 따라 그 물질을 '오카'라고 명명했죠.

그리고, 여대공의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크세니야

곧바로 인체 임상시험에 들어간다고요? 그건 누구 명령입니까? 소장님인가요?

크세니야

아니, 설령 소장님의 명령이라 해도 안 됩니다. 아직 성질도 확실치 않고, 동물이나 에너지 실험을 시작하지도 않았잖아요. 절차가 너무 급해요. 제가 직접 소장님을 만나서……

걱정하는 연구원

임상시험 지원자는 이미 다 뽑았어. 라치나가 벌써 실험에 착수하기 시작했으니, 소장을 찾아가 봐야 의미 없어.

걱정하는 연구원

게다가 이 명령은 여대공이 직접 내린 거야. 2주 내로 결과를 가져오라고 했어.

크세니야

겨우 14일로는 물질의 반감기조차 제대로 측정하지 못해요. 이걸로 무슨 결과를 낸다는 건가요?

크세니야

이건 제가 원하는 게 아닙니다. 저는……

걱정하는 연구원

하기 싫으면 '오카' 연구에서 빠져도 돼.

크세니야

저는 '오카'의 주요 성분 추출을 주도했고, 라치나와 함께 동물 실험에 사용할 수 있는 시약도 만들었어요. 당연히 계속하고 싶죠!

크세니야

다만…… 이렇게 해선 안 된다고 생각할 뿐이에요. 어떤 결과가 나올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바로 인체 실험 단계로 들어가다니요.

걱정하는 연구원

성과를 빨리 내면, 여대공도 우리를 일찍 집에 보내 주겠지. 솔직히 내가 지금 신경 쓰는 건 그것뿐이야.

걱정하는 연구원

말했잖아, 모두가 너처럼 아무 걱정이 없는 혼자가 아니라고, 크세니야.

크세니야

그렇지만……

크세니야

저는……

결국 인체 실험이 시작됐습니다. 저는 점점 소외되어 핵심 실험 데이터에 접근할 수 없게 됐어요.

그럼에도 저는 '오카'의 본질이 무엇인지, 왜 갱도에 나타났는지 간절히 알고 싶었어요. 그래서……

연구소에서 기르던 무스비스트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고, 아무런 진전이 없자 궁지에 몰린 나머지 제가 직접 실험 대상이 되려고 했습니다.

물론, 실행에 옮기진 못했어요. 실험에 참여한 '지원자'들이 사실은 자발적으로 지원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기 때문이죠.

라이디언

크세니야, 이곳을 떠나야 해.

크세니야

세라피나? 어떻게 들어왔어요? 호위병들이 문밖을 지키고 있지 않아요? 설마 또 광부 지원자가……

라이디언

크세니야, 내 말 좀 들어봐. 그 광부들은 자진해서 참여한 게 아니야!

라이디언

우리 의료 거점에 있던 환자들까지 강제로 끌려갔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고 말하는 건 네 동료뿐이야. 거짓말을 너무 자연스럽게 해서 나조차도 바로 눈치채지 못했어.

크세니야

뭐라고요?

라이디언

그 '지원자'들 전부 자발적으로 참여한 게 아니라고. 다들 돌아가지 못했어! 여기서 일어난 일은 과학 윤리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크세니야.

라이디언

혹시 '잔가지'라고 하는 종을 치는 애 기억나? 말을 조금 더듬는 애 말이야.

라이디언

걔는 착한 아이야. 광산에 있는 모든 사람을 기억하는 아이인데, 사라진 사람이 있다는 걸 알고 바로 작업반장 렌킨에게 알렸어.

라이디언

처음에는 감염자 광부들이었고, 그다음엔 광부들의 비감염자 가족들이었어……

라이디언

렌킨도 한동안 실종됐었어. 다시 나타났을 땐, 실종됐던 광부들의 시신 몇 구와 함께였지.

크세니야

황제 폐하시여…… 전에 라치나와 연구원들이 '장비 도난'으로 인해 실험을 잠시 중단한다고 했던 게 그러면……

라이디언

너희들의 일은 자세히 모르지만, 지금 수많은 광부가 숙소를 떠나 연구소로 몰려오고 있어. 해명을 요구하려는 거야.

라이디언

광부들은 대부분 감염자고 인원도 많아. 만약 그들이 힘으로 밀어붙인다면, 호위병들은 막아내지 못할 거야. 피를 볼 게 뻔하지.

크세니야

하지만…… 하지만 지원자가 거부반응을 일으켰다는 건 듣지도 못했어요. 하물며 사망자가 나왔다니……

라이디언

확실해?

크세니야

아…… 아니요.

라이디언

실험 데이터 갖고 있어?

크세니야

없어요. 실험 데이터 정리를 신청하려고 오전 내내 소장님을 찾았는데, 아무 데도 없었어요.

라이디언

너희가 무슨 연구를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누가 뭐래도 감염자에게 최악의 결말은 불에 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거야.

크세니야

……

라이디언

만약 이곳이 아직 황제 폐하의 바람대로 일부 병원의 역할을 하고 있다면, 소각로나 시체 안치소로 한 번 가봐.

라이디언

그다음에 만약 나와 같이 가고 싶다면, 의료팀 캠프로 와.

그때 저는 그녀의 제안을 거절했어요.

하지만, 세라피나의 말이 맞았습니다.

지하실에는 주인 없는 옷들이 쌓여 있었고, 소각로의 불은 꺼지지도 않은 상태였어요. 마지막으로 이곳을 지키던 사람은 이미 떠났고, 아직 붕괴되지 않은 시신들이 옷가지처럼 흩어져 있었어요.

2주 동안, 실험에 참여한 지원자들은 차례대로 죽어갔습니다. '오카'가 인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이미 의심의 여지가 없게 되었죠.


우르수스, 크라이니 세베르 중앙 광산지구 연구소

크세니야

임상시험 때와 마찬가지로, 철수할 때도 저는 제외되었어요.

크세니야

지하실에서 모든 것을 다 알게 되고, 아직 붕괴되지 않은 시신을 전부 냉동시켰을 때, 연구소는 이미 텅 비어버린 뒤였죠.

크세니야

……사실 '철수'라는 것도 어쩌면 저의 일방적인 생각이었을지도 몰라요. 소장님과 라치나,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어디로 갔는지도 모르니까요.

크세니야

지금 생각해 보면, 꼭 체르노보그 연구소 사건이 다시 일어난 것 같아요. 다만, 이번에 연구소에 남은 사람이 저였다는 것뿐이지만요.

Mon3tr

그때 너는 너무 어렸고 연구 때문에 참여한 거라, 원래부터 핵심 멤버 명단에 없었어.

크세니야

다…… 당신이 그걸 어떻게 알아요?

크세니야

설마 당신도……

선택지
  1. 나 알았어.
— 분기 합류 —
선택지
  1. 우리는 광산에서 '국가'로 인한 오염을 발견했었어.
— 분기 합류 —
크세니야

……근위병이 왔었지만, 지금은 떠났어요.

선택지
  1. 하지만 너는 정신을 잃기 전에 '오카'가 근위병을 죽일 수 있다고 말했어……
  2. 그리고 광부가 근위병을 죽였다고도 말했지.
— 분기 합류 —
선택지
  1. 대체 어떤 게 사실이야? 아니면, 둘 다?
— 분기 합류 —
크세니야

(작은 목소리로) ……젠장.

크세니야

저는 특별히 할 말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크세니야

우르수스에서 나고 자라, 평생을 무력하게 살아온 평범한 사람이…… 자신을 마음대로 휘두르고 파괴하던 거대한 폭력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린 광경을 어떻게 묘사할 수 있겠어요?

크세니야

우르수스에 있는 모든 아이에게, 근위병은 악몽과 같은 존재예요. 그들은 아이들의 모든 언행을 채찍질해 신중하게, 경솔하지 않게, 복종하게, 반역하지 않게 만들죠.

크세니야

그들은 이길 수도, 맞설 수도 없는 존재예요.

크세니야

그런데 그런 존재가 갑자기 죽었다는 건…… 그보다 훨씬 더 두려운 존재가 나타났다는 의미일 뿐이에요.

선택지
  1. '오카'에 노출된 감염자 광부가 근위병을 죽였군.
— 분기 합류 —
크세니야

……아니, 아니에요. 저는 몰라요. 그냥 제가 헛소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해 주세요.

크세니야

저는 아무것도 못 봤고, 당신들은 아무것도 못 들었어요. 여길 떠나세요.

크세니야

당신들이 궁금해하는 것과 제가 말할 수 있는 건 이미 다 얘기했어요.

선택지
  1. 그렇게 되면 감염자의 죽음이 앞당겨질 텐데……
  2. 유출된다면, 그 영향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거야.
— 분기 합류 —
선택지
  1. 근위병이 죽었는지, 누가 죽였는지는 둘째치고.
  2. 도망친 감염자 광부들이 그 물질에 노출됐는지 우리는 몰라.
— 분기 합류 —
Mon3tr

만약 노출된 적이 있고 또 전염 가능성이 있다면, 연구소 사람들을 내보냈을 리가 없어.

크세니야

아뇨, '오카'가 일으키는 병변이 꼭 전염된다고는 할 수 없어요. 적어도 제가 본 실험 데이터로는 그래요. 아직 대조 관찰은 진행하지 않은 것 같아요……

선택지
  1. 아직 '오카' 샘플을 갖고 있어?
— 분기 합류 —
크세니야

……아니요. 뭐 하시려고요?

선택지
  1. 무엇을 하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할 수 있느냐야.
— 분기 합류 —
선택지
  1. 결국 샘플을 손에 넣지 못하면 알 수 없어.
— 분기 합류 —
크세니야

하지만 샘플은 모두…… 설마 갱도에 내려갈 생각인가요?! 지금?

선택지
  1. 그게 유일한 방법인 것 같은데.
— 분기 합류 —
선택지
  1. 너는 '오카'의 정체가 궁금하지 않아?
— 분기 합류 —
크세니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