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4심연의 곁
PRTS에 이상이 발생했다. 오퍼레이터들과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켈시는 로도스 아일랜드 본함의 분리 및 보호 작업을 시작했고, 내부 구역의 어비스에 대한 위기를 대비한다.
클로저, 내겐 데이터 모듈의 검사와 업데이트를 거절할 권리가 있다네.
THRM-EX나 Lancet-2와 같은 취급을 받는 건 용납할 수 없군. 자네도 알다시피, 나는 흥미로운 다른 '동료'들과는 본질부터 달라.
헤헤, 걱정하지 마. 이번에는 널 속이고 모듈 업그레이드를 하려는 게 아니니까.
그럼 내 이동 모듈 전원을 다시 복구해 주게. 존경받는 학자의 신체 자유를 제한하는 건 정말 무례한 행위야.
내 표정 도장을 보게, 충분히 나의 기분을 어필하고 있지 않나……
……'분노'를.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 '저스티스 나이트'가 지금 문 앞에서 줄 서서 기다리고 있거든.
프리스턴, 이번 점검은 빠르게 끝낼게. 약속해.
자, 다 됐어.
PRTS에서 데이터를 불러오는 포트를 차단했나?
차단? 아니야, 아예 PRTS에서 오프라인 상태로 만들었어. 물리적으로 네 수신 모듈을 해체했거든.
(별문제도 아니잖아. 난 또 복구할 수 없는 손상인 줄 알았는데.)
내게 손대기 전에 아무런 대비책도 마련하지 않았던 건가?!
크흠, 지금은 어때, 프리스턴?
실험 중 자네가 작업 규정을 위반하는 모든 과정을 녹화해 두었네. 이따가 켈시와 자네의 업무상 부주의에 관해 얘기할 생각이네……
그리고 내 생명을 존중하지 않는 것도 말일세.
……프리스턴, PRTS의 신호가 전혀 안 잡히는 게 맞는지 자가 점검을 한 번 더 해봐.
……?
실수가 없었다는 걸 다행으로 여기게나. PRTS에는 확실히 접속이 안 되는군.
음…… 앞이 잘 보이지 않는 것 같구먼. 이런 묘한 기분은 솔직히 별로야.
잘됐다!
……?
드디어 제대로 된 대화를 할 수 있겠네, 프리스턴.
만약 내가 모든 개량형 작업 플랫폼을 PRTS로부터 완전히 차단하고 싶다면, 더 안정적인 방법이 없을까?
그렇게 높은 리스크의 작업에 대한 가설은 거절하겠네. 그건 내 귀여운 '동료'들을 죽이는 거나 마찬가지 아닌가……
만약…… 내가 그럴 수밖에 없다면?
그런 결론을 도출한 이유를 알려주게.
무언가 발견한 게 있나?
클로저 씨, 최근 PRTS에서 발생한 오류들의 원인을 지금 알아낼 수 있나요?
로그에는 대부분의 오류가 동료들의 실수로 인한 거라고 나와.
……음, 또 그래요?
어쨌든, 예비 시스템은 이미 서둘러 세팅 중이야.
켈시의 제안대로, 새로운 독립형 단말 지휘 시스템 베타 버전은 프레임워크를 다시 업데이트했어. ZOOT라는 이름도 지어줬지.
관리자 권한은 일단 박사, 켈시, 아미야에게만 개방했어.
물론 나도 포함되어 있지. 이 시스템을 처음 설계했을 때의 많은 이론들이 지금 보니 조금 올드해 보이네.
마음 같아서는 싹 다 뜯어서 다시 설계하고 싶은데, 켈시가 내 신청을 거절했어!
-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
- 새 단말 지휘 시스템으로 매끄럽게 전환할 순 없을까?
음, 그건 아직 노력 중이야.
로도스 아일랜드의 일상적인 운영을 위해서 PRTS는 여전히 대체 불가능한 시스템이야. 대량의 의료 데이터와 자원 배분을 위한 연산은 PRTS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니까.
사실, 지휘 시스템의 작동을 지원할 믿을 만한 데이터 센터와 에너지 센터를 구축하는 게 가장 큰 문제야.
이런 측면에서 PRTS는 비교도 안 될 만큼의 저력을 갖고 있지. 로도스 아일랜드의 방대하고 정밀한 연산을 전부 처리하면서도 여력이 남으니까.
근데 안타깝지만, PRTS의 기본 로직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어…… PRTS를 완전 똑같이 모방한 ZOOT 역시 늘 예상 밖의 이상한 곳에서 오류를 일으킨다니까.
만약 '암나남'의 힘을 빌리면요?
클로저 씨가 제출한 보고서에 남긴 주석과 추측을 봤어요.
카즈델 사무소의 '암나남' 관련 데이터 기록과 실험에 따르면, 이론적으로 '암나남'을 데이터 및 에너지 센터로 활용할 가능성은 분명히 있어.
하지만……
- 위험이 존재하지.
- 우린 아직 '암나남'을 완벽히 알지 못해.
그렇다고 아무런 소득이 없는 건 아니야!
적어도 '암나남'을 활용한 초장거리 통신과 데이터 전송의 가능성은 검증됐으니까.
미리 알려 두긴 했는데도, 위셔델 씨는 클로저 씨의 갑작스런 '인사'를 받고 엄청나게 놀랐대요.
- 카즈델 사무소에 지원 나간 오퍼레이터는 잘 적응했대?
막 도착했을 땐 다들 깜짝 놀랐대요. 대부분은 그 도시가 훨씬 더…… 엉망일 거로 생각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래도 다들 빨리 적응했어요. 미드나이트 씨는 저와 함께 복귀할 때, 거기서 새로 사귄 친구들과 헤어지는 게 아쉬울 정도였거든요.
박사, 오퍼레이터를 각지 사무소로 계속 파견할 필요가 있을까?
본함이 이렇게 썰렁하긴 처음이야……
이미 끝난 얘기잖아, 클로저.
각지 사무소로 지원 인력을 파견하는 건, 오퍼레이터들이 본함에서 뜻밖의 사고를 당할 위험을 줄이기 위함이기도 하고, 각지 사무소가 더 효율적으로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확보하기 위함이야.
나도 물론 알지. 그냥 친구들과 갑자기 헤어지는 게 익숙하지 않을 뿐이야.
어느샌가 내 일정이 송별회로 가득 차 있더라고.
본함의 모든 위험 요소를 제거한 후, 오퍼레이터들이 언제 복귀하는지도 너한테 달렸어.
다 모였으니, 이제 정식으로 회의를 시작하자.
참, 오늘 우리의 음성 및 데이터의 백업 파일을 PRTS에서 삭제하는 거 잊지 마.
지금부터, 우리가 하는 모든 결정에 로도스 아일랜드의 미래가 달려있어.
이건 우리가 이미 합의한 내용이야. 가장 안정적인 방식으로 로도스 아일랜드 인원과 자산의 안전을 지키려면, 몇 가지 결정은 불가피해.
- 본함 구조의 간소화.
맞아, 최대한 '로도스 아일랜드'호의 중요 자산을 분리하고, 본함 인원을 안전한 곳으로 배정해야 해.
그렇게 해야만 본함에 체류 중인 사람들의 걱정을 덜면서도, 돌발 상황에 빨리 대응할 수 있으니까.
음, 그래도 의문은 좀 있어, 켈시.
그건 본함의 구조 대부분을 뜯어내야 한다는 뜻이잖아……
켈시 선생님, 본함의 방어 배치를 서두르신 이유가 단지 최근 PRTS의 이상 현상 때문인가요?
최근 발생한 여러 이상 현상은 한 가지 사실을 말해주고 있어……
PRTS가 점점 통제 불능이 되어 가고 있다는 거야.
시간이 지날수록 통제 불능의 정도는 점점 더 심해지겠지.
하지만 PRTS는 로도스 아일랜드의 단말 제어 시스템일 뿐이잖아.
더 이상 우리의 제어를 받지 않는다면, 누구의 명령으로 작동한다는 거야?
……내부로부터의 위협을 걱정하시는 건가요?
아미야, 그런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했어.
……
……저는 켈시 선생님을 믿어요.
하아, 정말 골치 아프네. 박사 생각은 어때?
- 나는 켈시의 판단을 믿어.
- 우린 이미 수백 가지 대비책을 시뮬레이션했어.
좋아. 그럼 나는 뭘 더 하면 돼, 켈시?
넌 함체의 개조 작업에 이미 큰 도움을 줬어.
서로 다른 핵심 구역을 연결하는 기계 구조를 지난 5년 동안 거의 다 고리탄화수소 프리폼 재료로 교체한 덕분에, 모듈식 분해가 어느 정도 가능해졌지.
- 어느 정도?
하층 갑판의 에너지 동력 구역과 최상층 갑판은 당분간 분리할 수 없어.
'로도스 아일랜드'호가 처음으로 발굴되었을 당시에는 기술과 상황의 제약 때문에 완벽하게 수리할 여유가 없었어.
7년 전, 클로저와 함께 로도스 아일랜드 개조 설계도를 그릴 때가 돼서야 본함의 전체 구조를 고치기 어렵다는 걸 알게 됐지. 지금 이 정도로도 이미 대단한 거라고.
각종 모듈 중에서도, 재앙경보 시스템과 의료 센터가 가장 중요해. 둘 다 아직 공개하기 어려운 기술들과 연관되어 있어서, 설치하기가 제일 까다로워.
- 컬럼비아?
- 에기르?
- 런디니움?
우리는 라인 랩과 꽤 긴밀히 협력하는 관계이니, 경보 시스템과 의료 센터 관리를 라인 랩에 맡기는 건 합리적인 결정이야.
하지만 마크 맥스가 오랫동안 로도스 아일랜드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어, 이 컬럼비아 대통령이 우리 두 기업 간의 협력을 어떻게 생각할지 전혀 예측이 안 돼.
게다가 트리마운츠의 정세는 여전히 복잡해, 라인 랩도 본인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는 없을 거야.
모험적이지만, 내게 생각이 있어.
……모험적인 결정이겠지만, 아주 합리적이야.
클레멘티아와 글래디아의 개인 루트를 이용하면, 에기르 당국과의 관계는 필요 없어. 이 일을 은밀하고 적절하게 처리할 수 있다는 건 보장할게.
겸사겸사 기술 교류까지도 진행할 수 있을 거야, 와파린도 좋아하겠지.
박사, 나는 찬성이야.
런디니움 의회는 지난 2년간의 재건 작업으로 아주 힘들었지만, 그들이 이뤄낸 성과는 아주 놀라워.
그들은 대부분의 항로에 있던 오리지늄 결정 군집을 제거했을 뿐만 아니라, 도시 내의 약물과 자원 공급도 안정화했어.
지금의 런디니움은 의료 센터가 안전하게 운영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수 있고, 우리도 병과 관련된 1차 자료를 대량으로 확보할 수 있어.
하지만 이건 우리가 의회와 다시 공식적으로 협력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뜻이야. 공작 측에서 비나한테 다시 엄청난 압박을 넣을 수도 있고.
이건 이제 막 정상 궤도에 오른 런디니움에게 좋은 일은 아니지.
박사, 모험적인 생각이 하나 더 있어.
에기르야. 종합적인 판단으로 보면, 현재로서는 가장 적합한 선택지가 되겠지.
내가 직접 재판소와 에기르 관련 인원과 소통해서, 우리 쪽 사람들과 자산이 안전하게 도착할 수 있도록 할게.
우리 환자들 대부분은 지금 각지로 증원된 오퍼레이터를 따라 각 사무소의 치료 시설에 임시로 머물고 있어.
의료 센터가 다시 가동만 된다면, 나머지 환자들도 전부 에기르로 이송할 수 있고.
그건 나한테 맡겨. 환자의 장거리 이송을 위한 차량도 이미 투입할 수 있는 상태야.
그리고, 후방지원부와 엔지니어링부의 이전 계획은……
나도 사람들의 의견을 물어봤는데, 다들 카즈델로 잠시 이전하는 데 매우 열정적이야.
예전에 우리와 함께 그 시기를 버텨온 동료들이 많기도 하니까, 다시 카즈델로 돌아가는 건 의미가 클 거야.
네, 저도 카즈델에서 돌아오기 전에 이미 위셔델 씨와 이야기를 해뒀어요.
바벨은 우리 쪽 인원과 중요한 자산을 옮기는 전 구간 호송에 인력을 배치할 거예요. 바벨과 군사위원회의 연합 작전 명분도 있으니까, 주변 용병들이 함부로 움직이지 못할 거고요.
- 그리고 우리의 채굴 모듈도.
- 군사용으로 개조된 채굴 모듈도 신중하게 다뤄야 해.
오래전에 림 빌리턴에서 반 퇴역 상태인 채굴선을 구입해서 로도스 아일랜드 명의로 등록해 뒀어.
본함의 채굴 모듈을 이제 합법적으로 새 채굴선에 이전하고, 림 빌리턴 경내에서 계속 운용할 수 있어.
그리고 새 채굴 모듈 구매를 위한 발주서도 이미 시장에 보내놨어.
- 연막용인가?
단기간 내에 본함에 큰 변화가 일어나면 분명 이목을 끌게 될 거야. 특히 우리의 경쟁 상대들이 기회를 틈타 우리한테 수작을 부릴 가능성이 높아.
비록 공식적으로는 '본함의 업그레이드 및 재건'이지만, 진정으로 꿍꿍이가 있는 놈들은 로도스 아일랜드의 특별한 움직임을 분명 눈치챌 거야.
그러니까 더 치밀한 대응책이 필요한 거지.
제가 함선에 복귀하면서 시라쿠사에 들러 물자를 보급받는 동안, 뉴 볼시니에서 비질 씨와 페넌스 씨를 만났어요.
두 분께서 제가 뉴 볼시니의 현황을 좀 살펴보는 걸 도와주셨어요.
패밀리 세력이 노골적으로 뉴 볼시니에 영향력을 끼칠 수 없는 상황이라, 시청에서 우리를 보호해 주었죠.
그래서 저는 투자라는 방식으로 우리 비즈니스 부서를 뉴 볼시니에 정착시켜 시청과 협력을 맺고, 이를 통해 다른 경쟁사의 노골적이거나 은밀한 수작에 대응하는 방법을 제안해요.
박사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 아미야의 생각에 동의해.
- 예비용 보급 상점이나 창고를 더 만들어도 돼.
뉴 볼시니에 예비용 물자 창고를 만들면 되겠네.
뉴 볼시니의 물류 시스템이 지난 1년 사이에 많이 바뀌었어. 항구의 물동량도 아주 놀라운 수준이야.
시청이 협조를 해준다면, 우리가 운송하고 보관해야 할 중요 자산들도 훨씬 더 비밀스럽게 처리할 수 있고.
박사, 나머지 보조 시설들은 내가 직접 사람들을 만나 조율해 볼게.
이제 마지막 골칫거리가 하나 남았는데……
사람들은 눈앞에 펼쳐진 설계도를 바라보았다. 지휘 센터는 삽시간에 고요해졌다.
……
……
여기가 모든 작전의 핵심이야.
켈시가 설계도 중앙의 한 구역을 가리켰다.
- ……어비스……
어비스.
도면에는 중층 갑판의 핵심 구역, 원래 비어 있던 곳에 새로운 구역이 선명하게 표시되어 있었다……
어비스.
오랫동안 켈시는 당신에게 어비스가 무엇인지 설명하지 않았다.
하지만 당신은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설계도에 칠해진 이 구역, PRTS에 기록된 적이 없는 이 구역이……
당신과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사실을.
마지막으로 열렸던 때로부터, 오랜 세월이 흘렀어.
그때 난 그 중요한 사람을 되찾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가긴 했지만, 나도 더 깊이 봉인된 구역에는 섣불리 접근할 용기가 없었어.
하지만 지금, 나조차도 저 안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모르겠어.
방금 말했던 것처럼 PRTS의 이상에 어떤 원인이 있다면, 분명 어비스가 관련되어 있겠지.
이 구역은 어떻게 할까, {@nickname} 박사?
- ……
- 나도 전혀 감이 안 잡혀.
- 거기 가서 조사해 봐야겠어.
켈시 선생님, 제가 함께……
내가 직접 박사를 데리고 갈게. 아미야, 클로저, 너희는 주변 구역을 완벽하게 격리해 줘.
어비스를 중심으로 주변에 첫 번째 격리 구역을 설치하고, 본함 주변 1km 반경 내에 두 번째 격리 구역을 설치해 줘.
아스카론과 정예 오퍼레이터는 함선에 남아 대기하고, 나머지 인원들은 모두 함선에서 내려서 대비해야 해.
아미야, 너도 클로저와 함께 잠시 본함을 떠나. 돌발 상황에 대비해 언제든지 가동할 수 있는 대응책을 마련하고.
기간은? 그런 대규모 작전을 짧은 시간 내에 완수하기는 힘들 텐데.
15일.
그 기간 동안, {@nickname} 박사, 내가 전면적인 신체 데이터 검사와 데이터 대조를 진행할 수 있도록 나를 도와줘.
- ……
- 알겠어.
켈시 선생님, 어비스에는 도대체 뭐가 있는 거죠?
모든 것의 시작, 모든 것의 끝.
- 켈시, 난 먼저 어비스 쪽에 가서 보고 올게.
……
켈시는 당신의 의도를 이해한 듯,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하지만 모든 준비가 끝나기 전까지는 외곽에서 대략적인 탐사만 할 수 있어.
- 조심할게.
더 깊이 들어가면 안 돼. 네가 어비스의 핵심 구역에 가까워지면 어떤 예상치 못한 변화가 일어날지 나로서도 판단할 수 없어.
이곳은 진짜 어비스까지 아직 거리가 있어. 그리고 난 그곳으로 통하는 길을 열 수 있는 권한이 없고.
계속 시도는 해봤지만, 지금까지는 진전이 거의 없었어.
- 네 말대로라면, 이곳이 내가 처음 테라에서 깨어난 장소라는 건가?
……물리적으로 따진다면, 맞아. 하지만 네 상황은 훨씬 복잡해.
여기서 뭔가 기억나는 게 있어?
- 나를 떠보는 거야?
- 나를 놀리는 거야?
켈시는 고개를 저었다.
네 몸에 이상이 없다는 걸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다.
런디니움에서 철수한 뒤, 우리가 트리마운츠와 밀리아리움에서 펼친 작전은 이 대지의 과거…… 그리고 너의 과거와도 불가피하게 맞닿게 됐어.
- 난 오리지늄 융합 우주에서 내 사명을 엿봤어.
……이 대지의 구원자.
……이 대지의 파괴자.
- 켈시, 난 피할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어.
박사, 난 예전부터 네 결심을 의심한 적 없어. 의심했다면, 우리가 지금 이곳에 오지도 않았겠지.
- 켈시, 어비스의 진실에 관해 짐작되는 게 있어.
- 그녀가 이곳에 있어.
- 프리스티스가 여기 있을까?
……
이 대화에서 아미야와 클로저를 배제한 이유가 이거였구나.
- 어떻게 말해줘야 할지 아직 정리를 못 했어.
- 내가 완벽히 아는 것도 아니니까.
그래. 하지만 우린 언젠가는 준비해 둬야 해.
아미야는 아직 어리지만, 우리가 겪어온 모든 일이 그 아이를 성숙한 리더로 성장시킬 거야.
클로저의 지식과 기술도 얼마든지 믿어도 돼. 게다가 로도스 아일랜드에 대해서도 더 많은 책임을 지고 있으니까.
믿고 의지할 만한 애들이야. 앞으로 쭉 함께할 네 동료들이지.
- 당연하지.
- 너도 그래.
- 어쨌든 지금 우리가 먼저 확인해야 할 건……
- PRTS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야.
융합 우주에서 겪은 것들부터 의문투성이인 데다, 테레시아와 테레시스가 손을 잡고 그 최초의 오리지늄을 손에 넣은 후로……
난 최악의 가능성을 계속 염두에 두고 있었어.
어쩌면 '암나남'이 강림했을 때, 이미 깨어났을지도 몰라.
- ……?!
- 하지만 그건 3년 전이잖아.
나도 100% 확신할 수는 없어.
테레시스는 내가 추적할 수 없는 수단을 사용해 조종자와 오리지늄의 연결을 끊었을 가능성이 아주 높아.
- 그들이 그녀가 오는 걸 지연시켰다는 건가?
'지연'은 정확한 표현이 아니야.
하지만 그들이 내가 상상해 본 적도 없는 위대한 일을 해냈다는 건 인정할 수밖에 없어. 객관적으로도 우리에게 더 많은 시간을 벌어줬고.
하지만, 달콤한 꿈도 언젠가는 깨어나야 할 순간이 오는 법이지.
- 어비스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말처럼 들리네.
맞아, 어쨌든 PRTS가 아직 작동하는 이상, 핵심 서버와 필요한 에너지원은 쭉 어비스의 깊은 곳에 보관되어 있었어. 닿을 수도, 분석할 수도 없는 곳에 있지.
그 미지의 공간에 들어갈 때는 신중, 또 신중해야 해.
그 공간에 대한 건, 작전에 참여하는 모두에게 내가 아는 모든 걸 설명해 줄 거야.
- 난 뭘 도울 수 있을까?
아니…… 지금의 너는 이 흐릿한 과거를 마주하는 게 무척 부담스러울 거야. 난 아직 그 부담을 덜어줄 방법을 찾지 못했어.
아미야랑 다른 사람들을 많이 도와줘. 어비스 문제는 나한테 맡기고.
나를 믿는다면 말이지.
- 당연하지.
- 네게 알리고 싶은 건……
- 넌 혼자가 아니라는 거야, 켈시.
신경 써줘서 고마워, {@nickname}.
……나도 알아.
접속자: 켈시
안녕, 켈시. 또 만났네.
……
아무래도 내 도움이 필요한 것 같네.
맞아.
기술 문서를 하나 찾아줘, 키워드는 '안면교'.
……
……
듣고 있어?
응.
미안해, 켈시, 난 여전히 네가 원하는 답을 줄 수 없어.
넌 선을 넘었어.
알아.
하지만 그게 필요해, '테레시아'……
광석병 진행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고, 오리지늄의 위협도 심해지고 있어. 로도스 아일랜드는 더 효과적인 대응 방법을 찾아야 해.
……
네가 이러는 이유는 이해하지만, 난 답을 줄 수 없어. 네 요청은 DWDB-221E의 기본 로직에 어긋나.
……
……
하지만 제한을 우회할 방법은 줄 수 있어, 켈시……
'딥다이브'.
……
'우주'? '딥다이브'?
당신이 말씀하신 것과 제가 직접 본 것들은…… 모두 상상을 초월하네요.
이곳에 대해서는 너무나 많은 의문과 생각이 들지만……
언어. 묘사 불가. 네 것. 해석 불가. 내 것.
공통성. 사고. 존재.
사고, 해독. 언어, 해독.
사고. 는. 언어.
따라와.
거대한 기기가 순식간에 카우투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하늘이 도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기기는 빛을 왜곡했고, 그녀의 의식도 왜곡했다.
그 기기는 카우투스의 눈이 따라가지 못할 속도로 회전하기도, 또 완전히 멈추기도 했다.
아냐, 저건, 저게 지금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아. 천천히…… 아주 천천히.
카우투스는 마치 자신의 의식을 완전히 집어삼킬 것만 같은 기기를 감히 더 마주 볼 수 없었고, 결국 자신의 몸을 제어하지 못하고 넘어져 버렸다.
하지만 그 차가운 동행자가 그녀를 부축했다.
사고의. 공명.
받아. 들여. 저항. 포기.
경청. 자신.
……
'죽음'.
카우투스에게 여러 개의 음조가 동시에 들렸다……
림 빌리턴어, 우르수스어, 빅토리아어, 그리고 선교사를 통해 들은 적 있던 가울어까지. 그리고 더 많은 건, 그녀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던 기이한 소리였다.
하지만 기괴하게도 그녀는 그 말들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이상한 소리) '죽음'.
(이상한 소리) ♫
다, 당신의 말을 이해할 수 있어요…… 어떻게……
사고는 자리잡을 수 있고, 언어는 해독할 수 있다.
언어는 도구이고, 권리이며, 우리의 존재를 재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다.
안세타는 이 시간의 단편 속 가장 위대한 발명 중 하나다. 우리는 언어의 장벽을 허물고 문명의 간극을 메웠다.
그 부호는……
사고의 닻, 모든 알려진 언어를 해석하는 메타 문자이자, 미지의 언어를 해석하는 도구.
'죽음'.
이건 지금까지 네가 가장 많이 생각했던 말이다, 힐다.
'탄생'.
이게 당신들의 소통 방식인가요……?
음성을 통한 교류는 효율적이지 않지만, 재미가 있다. 우리의 감정을 반영한다.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이런 전통을 고집스럽게 지키며, 서로의 감정을 더욱 깊게 한다.
……완벽히 이해하진 못했어요.
이제 이곳이 어딘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무덤에서 건진 죽음의 배다.
우리는 빛이 비친 폐허 속에서 궁극적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고 있다…… 똑같은 파멸이 우리에게 닥치기 전까지.
'죽음'이 닥치기 전까지.
……?!
네가 방문한 곳, 그곳의 주인은 이렇게 부른다……
'로도스 아일랜드'.
카우투스는 혼란에 빠졌다.
자신이 있던 곳이 기이하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녀가 혼란스러웠던 건 이것 때문이었다……
어째서 신이 죽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