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6선측 구역 점령
이상한 협력 분위기 속에서 비행선 코어를 찾아다니던 박사와 W는 테레시아를 암살했던 자객과 비슷한 모습의, 지금은 이미 군사위원회 편에 선 적을 마주치게 된다.
네가 언제 나를 찾아올까 늘 기다렸어, 켈시.
늦게 오는 바람에 아쉽게도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놓쳐버리고 말았구나.
가장 먼저 싹을 틔웠던 저 꽃은 어젯밤에 시들어 죽었어. 그런데 지금 어떤지 봐봐.
다시 생기를 얻었어.
꽃이 피었을 때와 별 차이가 없어 보이는걸.
바로 이거야.
죽음 속에서 태어난 꽃이 눈 깜짝할 사이에 자라난 거야……
오리지늄에서 탄생한 이 기적을 너도 직접 볼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오리지늄에서 탄생한 이곳은 테레시아가 심혈이 기울여 가꾼 꽃밭이었다.
전쟁 외에, 테레시아가 살카즈를 위해 찾아낸 또 다른 길이 바로 눈앞에 있었다.
하지만 이 길은 도대체 어떤 미래로 향하는 것일까?
박사를 데리고 이 꽃밭에 온 뒤로부터, 너는 더 많은 시간을 여기에서 보내기 시작했어.
의장으로서 처리해야 할 바벨의 일이 많은데도, 넌 오늘 있었던 전체 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았지.
지금은 닥터 켈시뿐만 아니라 박사도 도와주고 있으니, 나도 가끔은 게으름을 피워도 되는 거잖아, 안 그래?
난 널 알아, 테레시아. 넌 여태껏 중요한 일에 농담을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지.
켈시……
응?
박사가 너한테 자신의 의견을 말한 적 있어?
……
아니. 박사가 너한테 무슨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박사도 너의 생각을 전적으로 지지하지는 않았을 거야.
……난 포기하지 않아, 켈시.
이게 지금의 살카즈가 처한 고난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면, 난 테레시스를 찾아갈 거야.
그리고 모든 살카즈에게 보여주겠어. 증오 속에서 끝없이 윤회하는 것만이 우리의 유일한 숙명이 아니라는 걸 말이야.
테레시아……
켈시, 내 얘기를 먼저 들어줘.
그 속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 수 있다는 걸 잘 알지만, 난 널 믿고 있어.
내가 이 길에서 걷잡을 수 없는 미래로 나아간다면, 네가 날 붙잡아줘.
네가 많은 일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는 건 알지만, 난 네가 할 수 있다는 걸 알아.
정말로 네가 바라는 미래를 실현하고 싶다면, 우리는 박사의 지지를 얻어야 해.
오리지늄을 이용하는 부분에서 박사는…… 그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존재니까.
하지만 결과가 어떻게 되든……
……그때가 되면 내가 네 곁에 있을 거라는 건 약속할게.
(위협하듯) 크르르르르……
잡았으니까, 그만 좀 으르렁 대.
이 손을 절대 놓지 않을 게.
귓가에서는 거센 바람이 울부짖었고, 부서진 창을 통해 아래에 있는 더 샤드 빌딩과 엉망이 된 전장이 보였다.
계속되는 격렬한 폭발이 언제든지 당신을 비행선 밖으로 튕겨낼 수 있지만, 지금 당신을 붙잡고 있는 사람은…… W였다.
- ……
- ……
이렇게 진지한 W는 좀처럼 볼 수 없었다.
(초조한 듯) 크르르르르……
지금 아주 중요한 일을 생각하고 있으니까 건드리지 마, Mon3tr.
……
……
……
미덥지 못한 할망구지만, 그래도 널 가지고 모험한 적은 없었어.
비행선 상륙이 위험한 임무임에도 굳이 널 데리고 왔다는 건……
……전하를 만나고 이 빌어먹을 비행선을 멈추려면 반드시 네가 필요하다는 거겠지.
*살카즈 욕설*, 당분간 너를 살려둘 수밖에 없겠네.
올라와.
- ……고마워.
- 방금……
방금 아무 일도 없었어.
이제 어디로 가야 하지?
- ……
- 등 뒤에서 폭발 소리가 계속 들리는데.
위치추적용이야. 폭발은 그저 부가적인 기능이라고 생각해.
너마저도 끌려간다면, 찾을 순 있어야 하니까 말이야……
아! 그때 할망구에게도 하나 줄걸!
(무시하듯) 크르르르르……
너한테는 줘봤자야, 이 괴물아.
빨리 어디로 가야 할지나 생각해, 이 깡통아.
시간이 얼마 없어. 이 비행선이 당장에라도 저 이상한 것에 부딪힐 것 같다고……
죽더라도 전하를 만나고 죽어야 한단 말이야.
- 비행선에 타고나서부터 계속 초조해 보이네.
뭐? 네 목숨을 살려줬는데, 평소보다 침착해 보이지 않았다고?
- ……테레시아를 만날 수 있게 돼서?
- ……외드레르와 이네스가 걱정돼서?
- ……나랑 단둘이 있는 게 처음이라서?
……
난 지금 할망구 대신 보모 노릇도 해야 하고, 그 코어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너랑 진실 게임 할 시간이 없어.
쳇, 그 녀석들 걱정해서 뭐 해?
이네스는 죽은 사람을 되살리는 데 도가 텄어.
알아서 하겠지.
……날 도발하려고 하지 마.
지금 같은 상황이 아니었다면, 넌 이딴 질문을 할 기회조차 없었을 테니까.
그러니 더 이상 멍청한 질문으로 열 받게 하지 마.
금속에서 떠오른 그림자는 어디에나 존재했다.
레버넌트는 어디에나 존재했다.
그것은 이미 W의 눈앞에 와 있었다.
너 역시 살카즈다! 그런데 어찌 영혼들의 분노를, 포효를, 못 들은 척할 수 있나!
너는 그래선……
미안, 손이 미끄러져 버렸네.
맞다, 방금 무슨 말을 하려고 했던 거야?
잠깐, 너 설마 전하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려고 일부러 찾아온 건 아니지?
……
……
……
금속의 파열 소리는 계속되었고, 비행선 전체가 울부짖고 있었다.
(긴장한 듯 발톱으로 당신의 옷을 걸고 있다)
- 비행선이…… 분노하고 있나?
- 레버넌트가…… 분노하고 있나?
음, 이 녀석도 그다지 이성적이지는 않은가 봐……
너 혹시 이 빌어먹을 비행선에서 에너지 파동이 가장 뚜렷한 곳을 찾을 수 있겠어?
이 녀석의 코어는 분명 거기에 있을 거야.
- ……
- ……그런 건 못 해.
……
(비웃는 듯 W를 바라보며) 크르르르르……
- ……잠깐만, 다른 방법이 있어.
- 오리지늄 농도 변화가 가장 심한 곳을 산출할 수 있어!
그럼 서둘러! 이 녀석이 예상보다 더 성급한 거 같으니까!
아무래도 네가 계산을 마칠 때까지 얌전히 기다려 줄 것 같지는 않네……
스읍……
어이, 그림자! 집들이 선물을 가져왔는데, 사양하진 않겠지?
자, 받아!
야, 괴물, 너 그 녀석을 지켜내지 못하면 할망구가 널 엄청 들볶을 거야.
(고함치듯) 크르르르르……
- 이쪽이다! 그런데 벽이 너무 두꺼워……
얘가 있잖아?
내가 전에 실험한 바로는 이 녀석이 껍데기만 튼튼한 게 아니란 말이지.
박사, 그 녀석 꽉 붙잡아! 큰 폭죽을 하나 터뜨릴 테니까!
폭발하는 순간, 이놈이 너를 지켜주며 전력으로 벽에 부딪힐 거야!
알아들었지, 괴물아?
(흥겨운 듯) 크르르르르……
자, 준비. 셋! 둘! 하나!
“펑”!
- 잘 안 보여……
- 머리가 어지러워……
거의…… 도착……
- 귀가…… 잘 안 들려……
어이, {@nickname}. 지금은 좀 어때?
방금 다시 벽을 확인해봤는데, 굳이 정확하게 폭발 지점에 부딪힐 필요는 없었던 것 같아.
괜히 고생하게 했네. 미안.
- ……
(화난 듯 앞발을 휘두르며) 크르르르르……
발톱 조심해, 그 녀석이 너처럼 튼튼하진 않아.
- Mon3tr, 이젠 괜찮으니까 내려줘……
어째 너 '안색'이 많이 안 좋다? 훗, 내 앞에서 힘든 척할 필요 없어.
겨우 이 정도 가지고 네가 못 견딜 리가 없지.
- 켈시가 걱정돼서 그래……
- 아미야에게도 이런 일이 생긴다면……
할망구는 그렇게 나약하지 않아. 그 녀석은……
……
(더 이상 헐떡이지는 않지만, 그 녀석의 상처가 다 낫지 않은 건 확실해…… 게다가 이 괴물도 여기로 보냈고……)
(낮은 소리로) 크르르르르……
짜증 나니까 소리 좀 지르지 마.
네가 아직 멀쩡하게 살아 있다는 건 할망구도 별일 없다는 거겠지……
이네스 말로는, 꼬마 토끼가 노포트 구에서 이 이상한 녀석과 싸웠던 적이 있었대.
그러니까 이런 녀석에 대한 대처법은 꼬마 토끼가 우리보다 경험이 많다는 뜻이지.
흥, 레버넌트보다, 네가 나랑 같이 있는 게 더 걱정될걸?
(위협하듯) 크르르르르……
닥쳐, 지금은 할망구도 없는 마당에.
아무튼, 꼬마 토끼는 별일 없을 거야. 날 믿어.
{@nickname}, 꾸물거리지 마. 이제 가야 한다고……
복도를 걷던 W는 무심코 창 밖을 바라보다가 잠시 넋을 잃고 말았다.
……
가자, 관광하고 있을 시간 따윈 없어.
당신은 창문을 통해 아래에 펼쳐진 전장을 바라보았다.
왕의 숨결이 내뿜는 황금색 빛줄기는 여전히 하늘에서 번쩍이고 있었다.
- 빅토리아의 반격이 시작됐어.
- 로도스 아일랜드가 도움될 수 있기를……
저 아래는 지금 지옥이니까 안 봐도 돼.
- 너 지금…… 슬퍼하고 있어?
……너무나 많은 살카즈가 죽었으니까.
얼른 따라와.
전하한테 물어볼 게 많아.
(경계하듯 두리번거리며) 크르르르르……
- ……Mon3tr?
(분노한 듯 바닥을 치며) 크르르르르……
그림자의 검은 물결이 소리 없이 당신의 발밑에서 나타나 경이로운 속도로 당신을 복도 끝 어둠 속으로 끌고 들어갔다.
당신은 날카로운 칼날이 뒷목에 닿은 것을 느꼈다.
- 여기 레버넌트만 있는 게 아니네!
(나지막이 울부짖으며) 크르르르르르……
검은 파도가 미친 듯이 몸부림치는 Mon3tr를 꼼짝달싹 못하게 옭아맸다.
*살카즈 욕설*, 감히 내 눈앞에서 사람을 납치해?!
(분노하듯) 크르르르르르……
그 녀석 내놔!
당신은 복도 끝의 어둠 속에서 아른거리는 빛을 보았다. 그다음 순간, 폭발의 굉음이 들려왔다.
등 뒤에서 밀려오는 강렬한 충격으로 인해, 당신은 어둠 속에서 튕겨 나와 바닥에 세차게 부딪쳤다.
- ……아파파파!
- ……내 등 뒤에 폭탄이 있었어?!
어때? 위치추적이 가능한 최첨단 장치, 괜찮지? 말했잖아, 폭발은 그냥 부가적인 기능이라고.
그래도 한 이틀은 아플 거야.
하핫, 우리 협력이 제법 괜찮은걸!
- 난 이런 협력에 동의한 적 없어!
- 미리 알려나 주든가!
협력을 할지 말지, 어떻게 할지는 내가 정하는 거야.
어이, 안에 숨어 있는 녀석, 너도 깜짝 놀랐지?
……
여전하군, W.
……?
더 이상은 못 간다.
너도 마찬가지다, '박사'.
- 너…… 살아있는 사람이구나.
- 우리 어디서 만난 적이 있나?
……
W는 바벨로 돌아가던 그날이 떠올랐다.
W는 부서진 문과 피로 물든 표식이 떠올랐다……
그리고 가면 뒤에 숨은 살인자들이…… 떠올랐다.
그들이 테레시아의 목숨을 앗아갔다.
그 테레시아의.
W는 지금 이 순간 더없이 냉정해진 자신을 발견했다.
너는 무조건 죽인다.
아주 비참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