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6선측 구역 점령
박사는 비행선 전체가 결정화되는 것을 이용해 W와 함께 적의 봉쇄를 뚫고 코어를 찾아내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그곳에 테레시아는 없었고, 자신을 불사르고 있는 레버넌트만 발견한다.
저항하지 않겠다느니……
죽음으로써 해방되고 싶다느니……
난 믿지 않아.
……
그녀는 일부러 치명적인 급소를 피하며, 비수를 자객의 가슴에 더욱 깊숙이 찔러 넣었다.
그녀는 가면 뒤에 숨겨진 겁쟁이의 비명을 듣고 싶었다.
그녀는 천천히 비수를 돌렸다. 그것이 그저 겁에 질린 숨소리일지라도……
그녀는 듣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들을 수 없었다.
……
지금 당장 죽이지는 않을 거다. 이렇게 간단하게 죽일 수는 없지……
너희가…… 전하를 죽였어……
죽음은 너희들에게 너무 가벼운 벌이야……
임무를 받았을 때부터 이미 살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난 믿지 않아.
살고 싶지? 도망치고 싶지?
W는 이들이 도망치기를 원했고, 도망치기를 갈망했다.
그래야만 이들을 쫓고, 사냥하며, 끝없는 절망 속에서 죽게 할 수 있을 테니까.
그녀는 그들의 절망을 마시고 싶었다.
그래도 부족하다. 턱없이 부족하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만 그 부족함을 채울 수 있을까?
자, 이 수류탄을 받아. 잠시 후에 폭발할 거야.
여기 앉아 있을 테니까 어디 한 번 나한테 증명해 봐.
물론 나한테 던져도 돼.
던진다면 넌 살 수 있어.
널 죽이지 않고 보내줄게.
……
……
던져!
……
이게 폭발한다면 난 아무것도 남지 않겠지?
……
좋아.
멀리 떨어지는 게 좋을 거야.
W는 믿지 않았다. 그녀는 눈앞의 자객이 억지로 아닌 척하는 흔적을 찾으려고 했다.
그가 망설이기만 한다면, 살고 싶다고만 한다면……
하얀빛이 그녀의 눈앞에서 피어올랐다. 폭발이 시작된 곳은 수류탄을 움켜쥔 손이었다.
불씨가 그녀의 얼굴을 스쳐 지나갔지만, 그녀는 전혀 만족감을 느낄 수 없었다.
턱없이 부족했다……
- 그만해, W!
- 이미 재가 됐어!
아니, 아직 부족하다.
턱없이 부족하다.
더 많은 것을 준비해 놓았는데……
- W!
- ……W.
검은 파도가 폭발의 잔해 속에서 소용돌이치며 물러갔다.
그 녀석은? 이젠 아예 흔적조차 찾을 수 없는 것인가?
……한 번에 비축품을 너무 많이 썼나?
뭐 어때. 보관만 하고 사용하지 않는 쪽이 낭비지.
괜찮아?
- 난…… 괜찮아.
- 너 방금…… 왜 그랬어?
왜 그랬냐니? 널 구해줬잖아?
(나지막이 울부짖으며) 크르르르르……
괴물아, 너 이 녀석들 기억하지?
이미 과거에 죽었어야 했을 유령들……
(분노한 듯) 크르르르르……
- ……과거에 이미 죽었어야 했다고?
- 너…… 이 유령들이 누군지 알아?
넌 몰라?
- 내가…… 알아야 해?
- 너 지금…… 무서울 정도로 냉정해.
……
하, 모르는 게 약이지.
레버넌트가 무슨 수작을 벌이고 있는지 모르겠어.
그것도 전하가 있는 이 비행선에서……
하지만 그 자식은 반드시 죽일 거야.
- 그렇게 간단하진 않을 것 같아……
- 앞으로 더 많이 나타날 것 같아……
바라던 바야.
이번 작전이 점점 더 흥미로워지고 있어.
가자. 이쪽인가?
- 맞아, 이쪽이야.
- 아니, 저쪽이야.
네가 앞장서.
뭐가 두려워? 얘가 네 옆을 지켜줄 텐데.
내 시야 안에 있어. 그래야 즉각 반응할 수 있으니까.
- ……
- ……알겠어.
나와 협력하는 거, 별로 어렵지 않지?
복도는 죽음의 냄새로 가득했고, 구역질이 날 정도로 정적이 흘렀다.
누구의 도움이 없었더라도 그녀는 자신들이 레버넌트의 코어에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전하는 왜 이런 곳에 있길 원하는 걸까?
전하도 거기 있을까?
전하는, 아직 날 기억하고 있을까?
그녀는 많은 의문을 가지고 있었지만, 생각할수록 오히려 더 흥분하기 어려워졌다.
전하에게 의기소침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다……
전하는 항상 W가 웃으면 더 예쁠 거라고 했다. W는 그 말을 똑똑하게 기억하고 있다……
안 그래도 보고 싶었다, 이 쓰레기들아.
거기까지다.
거기까지다……
더 이상 지나가게 두지 않겠다.
{@nickname}, 멈추지 마.
이 복도의 끝에 우리가 찾는 곳이 있어.
넌 괴물만 꽉 잡고 있으면 돼. 다른 건 신경 쓸 필요 없어.
약속하지. 저놈들은 네 털끝 하나 건드리기도 전에 모조리 잿더미가 될 거야.
너 혼자서는 모든 것을 지킬 수 없다.
……?
(분노하듯) 크르르르르!
- Mon3tr, 난 괜찮아!
- W, 조금만 더 시간을 끌어줘. 나한테 방법이 있어!
난 꼬마 토끼가 아니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줄 필요 없다고!
하고 싶은 게 있으면 그냥 해, 쓸데없는 말은 집어치우고.
- ……너를 믿어.
- 좋아, 나는 계속 앞으로 갈게.
너희들은 박사를 처리해라.
어이, 너희들 설마 내가 진짜 아무런 대비도 안 하고 보내줬다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
레버넌트 그 미친 노친네하고 오래 있더니 대갈통이 어떻게 된 거 아니야?
그 녀석에게는 선물을 잔뜩 준비했는데.
눈 꽉 감아, {@nickname}……
“펑”!
- 아파파…… 네가 얌전할 리가 없지.
- 역시 내 몸에 '보험'을 들었구나……
칭찬은 됐어. 원래는 할망구를 다시 만나면 깜짝 선물을 주려고 했는데, 전부 낭비하게 됐잖아.
조심해라.
좋은 걸로 좀 더 줄게!
구석구석 다 비춰주면, 너희들도 좀 더 빨리 죽으려나……
쳇, 소용없나? 그렇다면 고전적인 방법대로 모조리 한 번 더 베는 수밖에 없겠네.
(흥겹게 응하며) 크르르르르……
너는 저 녀석의 목숨만 제대로 챙겨.
(불만인 듯) 크르르르르……
……
유령이 복도 끝의 어둠 속에서 죽여도 죽여도 영원히 끝이 나지 않을 만큼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마치 죽음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은 듯이.
마치 그때처럼……
누구야, 너희를 돕고 있는 게?
……
……
W는 아무런 대답도 듣지 못했다.
이 끝이 없을 것 같은 복도에는 분명 살인범의 시신으로 가득한데, 어째서 이 배신에 대한 완전한 해답을 찾지 못하는 것일까?
하지만 그녀는 분명 이곳에 진실이 숨겨져 있다고 확신했다.
바벨에, 그리고 PRTS 시스템에 기록된 모든 눈에 띄지 않는 임무 속에.
심지어…… 이 복도의 끝에도.
여기……
……?
여기…… 이 시체들 밑에……
우리를 도와주러 온 건가…… 전하를 구해야……
……
네가 왜 여기에……
전하를 지키려 했는데, 누가 때려서 기절했어.
전하는 지켜냈어?
그 자객들은 봤어?
본함의 방어가 갑자기 무력화되자 수많은 사람들이 갑자기 밀려들어 왔어……
나와 함께 있던 형제들 모두 전하를 지키려고 했는데……
이 사람들이 네 형제라고? 모두 죽었어.
하지만 넌 살아 있네.
……
전하는 죽었어.
……
하, 지키긴 개뿔.
이 수류탄이나 받아. 전하를 계속 지키려면.
W는 끓어오르는 충동을 참았다. 만약 자신이 그때 여기에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만약 자신이 남아있었더라면…… 결과는 바뀌었을까?
W는 시체를 넘어 복도를 따라 계속해서 걸어갔다.
그러나 등 뒤에서는 오랫동안 폭발음이 울리지 않았다.
쓰레기. 겁쟁이.
피투성이가 된 채로 의장실로 다가가자, 입구에는 자객의 시신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W는 도저히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배신자를 죽이지 않으면 어떻게 전하를 추모할 수 있다는 말인가?
이 모든 것을 주도한 자가 누구인지, 그녀의 마음속에는 이미 답이 나와 있었다.
바로 그자가 모든 자객을 데리고 이곳에 서서 전하를 죽음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이 악행에 가담한 자들을 모조리 죽인 후, 그녀는 그자에게서 답을 구하려 했다.
그게 그녀의 마지막 목표가 될 것이다……
- W, 가야 해!
- 문이 열렸다! 선실로 들어가!
너……
그녀는 당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당신은 복도 끝 어둠 속에 서 있었다.
Mon3tr의 거대한 몸집이 당신에게 달려드는 모든 유령을 막아내고 있었다.
- 내가 놈들을 전부 끌어왔어!
- Mon3tr가 오래 못 버텨!
(격앙된 듯) 크르르르르……
……
괴물아, 조금만 더 버텨!
W는 검은 유령이 모여 있는 곳을 향해 여러 개의 폭탄을 투척했다.
(분노하듯) 크르르르르!
쳇.
W는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폭발의 폭풍 속으로 뛰어들었다.
적과 Mon3tr, 그리고 불빛을 뚫고 지나가는 W의 귓가에 공기가 폭발하는 소리가 터져나갔다.
W는 문 반대편에 도착했다.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복도에 서 있던 사람은 여전히 해치 제어 장치에 손을 올리고 있었고, 등 뒤에서는 수많은 유령이 쏟아져 나오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그녀의 기억 속에는 이 광경이 존재한 적이 없다.
하지만 W가 추측했던 무수한 암살 광경 중, 가장 가능성이 있었던 한 광경이 머릿속에 영원히 남아 지워지지 않고 있었다……
그 '악령'도 이렇게 전하 앞에 서 있었던 것일까?
그 '악령'의 뒤에도 전하의 목숨을 앗아간 죄인들이 무수히 쏟아져 나왔던 것일까?
그 '악령'이야말로 의장실의 문을 마지막으로 연 사람이 아닐까?
……
- Mon3tr, 돌아와! 문을 닫는다!
(즐거운 듯) 크르르르르……
- W, 폭탄을 던져 시간을 끌어!
……
W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무의식적으로 가지고 있던 폭탄을 던졌다.
(흥분한 듯 당신을 들어 올리며) 크르르르르……
- 아프다고!
- 방금 등을 다쳤다고!
……
마치 과거의 익숙한 사람의 모습을 찾아내려는 듯 그녀는 당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 ……왜 그렇게…… 나를 쳐다봐?
……
이렇게 하면 놈들이 못 들어와? 이렇게 간단한 방법이…… 너란 천재의 계획이야?
- 간단…… 한가?
- 간단할수록 효과적인 법이지.
잠깐만, 저건…… 결정화잖아?
- 너도 발견했구나.
- 여기 들어왔을 때부터 이미 진행되고 있었어.
그러니까, 방금 저 문이 완전히 결정화되기 전이, 바로 우리의 마지막 기회였다는 거네……
처음부터 혼자서 문을 막을 계획이었던 거야?
- Mon3tr랑 너도 있잖아?
- 너랑 Mon3tr를 믿었지.
……
날…… 믿었다고? 훗.
그 일이 확실히 밝혀지기 전까지, 난……
- 봐, 여기가…… 우리가 찾던 곳이야.
- 역시 내 계산은 틀리지 않았어.
선실 깊은 곳에서 엔진이 포효하고 있었다.
영혼이 불타올랐고, 뿜어져 나온 건 고통과 분노였다.
비행선의 코어가 눈앞에 드러났다.
- 비행선의 엔진은…… 레버넌트를 불태워 가동되는 것이었다?!
(전하는…… 여기 없네.)
뭐, 어쨌든 여길 날려버리면 이 빌어먹을 비행선을 마비시킬 수 있겠지.
더 중요한 일이 있으니까, 빨리 끝내 버리자.
넌 나와 함께 전하를 만나러 가야 해.
- ……
- ……좋아, 약속할게.
어이, 노친네, 여기 있는 거 다 알아.
널 위해 준비한 특별 선물은 내가 직접 네 침대 밑에 넣어둔다.
받을 준비해!
- 이상하다……
- 폭탄이 안 터지네?
감히 이곳에 발을 들이다니!
이종족!
그리고! 살카즈 네놈!
활활 타오르던 코어가 잠시 멈추더니 사방에 퍼져 있던 불길이 갑자기 코어로 역류하기 시작했다.
생명의 불빛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었다.
소음은 모두 사라지고, 남은 것은 심장 소리마저 들릴 정도의 고요함뿐이었다.
커다란 선실이 천천히 어둠으로 뒤덮이고 있었다.
코어에서 흘러내린 그림자가 모여 강이 되고, 점점 더 빨리 흐르더니……
선실을 통째로 삼킬 만큼 커다란 검은 파도가 되어 당신들을 덮쳐왔다.
……!
……!
이렇게 강렬한 고통과 분노가……
이종족의 마왕, 너에게는 말을 아끼겠다!
테레시아를 위해, 거듭되는 너희들의 무례를 계속 용인해왔다.
너희들이 막으려는 게 무엇인지 알고는 있나?
살카즈에게 필요한 건 이 전쟁뿐만이 아니다!
너희들이 꺼뜨리려 하는 건 우리의 운명을 바꾸기에 충분한 불꽃이다!
결코 너희들의 마음대로는 안 될 것이다……
아미야를 뒤덮었던 검은 파도가 물러가고, 그림자 속에서 그녀를 잡아당기던 힘도 점점 약해졌다.
레버넌트가 힘을 거두고 있네?
그림자는…… 모두 사라진 건가?
아무래도 다른 사람들이 레버넌트가 숨어 있는 곳을 먼저 찾은 것 같네.
박사님은 괜찮으실까? 켈시 선생님과 W 씨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강렬한 분노의 감정이 느껴지네. 그곳이 우리가 찾고 있던 곳이 분명해.
박사님, 켈시 선생님, 조금만 더 버텨주세요……
제가 찾으러 갈게요!
이 폭발의 흔적은……
W 씨!
이건…… Mon3tr의 발톱 자국?! 박사님과 W 씨가 함께 있는가……
……!
복도 끝의 어둠 속에서 아미야가 여기서 만날 거라고 상상하지도 못했던 인물이 걸어 나왔다.
아미야는 오래 전의 그 악몽을 단 한 순간도 잊은 적이 없다.
그녀는 테레시아를, 자신의 가슴에 꽂혔던 검은 장검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녀는 검은 로브의 살인자를 기억하고 있었다.
말도 안 돼……
당신들은…… 이미 죽었을 텐데요.
아스카론 씨가 분명 확인했는데……
……'마왕'.
한발 늦었다. 그분께서는 네가 여기에 올 걸 알고 계셨지.
테레시아 씨……
아미야, 네가 찾고 있는 사람들은 전부 죽게 될 것이다.
……?!
비켜주세요.
당신들……
감정을 읽는 수고는 덜어주지.
더 이상은 지나갈 수 없다……
아니면 우리의 시체를 밟고 지나가.
당신들 머릿속의 그 부서진 화면을 봤어요……
설마……
당신들이 바벨 멤버였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