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전장에서의 재회
'회색 모자'를 통해 시즈는 로도스 아일랜드 일행을 데리고 봉쇄 구역의 복싱장으로 돌아오고, 글래스고의 새 멤버와 기존 멤버가 서로 만난다. 맨프레드는 파프리카에게 오직 원한만이 살카즈를 단결할 수 있다는 걸 가르치려고 한다.
……
여긴 많이 변했네.
폐허, 시체, 그리고 죽은 사람 몸에서 떠다니는 오리지늄 분진까지.
로도스 아일랜드는 광석병 전문가이니 내가 여러분의 방호 문제를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
이 전쟁은 끊임없이 새로운 감염자를 만들어내고 있어요…… 그 사람들은 이런 환경에서 더 힘들어질 뿐이고요.
갑자기 혼란 속에 떨어져서 이런 잔인한 추락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아. 질병의 고통이든 전쟁의 흔적이든……
하지만 사람들은 곧 이해하게 될 거야. 뼈저리게 이해하게 되겠지.
그것이 어떻게 감염되고 짓무르게 될지 우리도 상상할 수 있을 것 같아. 사람들은 막연함 속에 죽어가거나 분노하며 집결할 거야.
이러한 분노의 마지막을 박사도 본 적 있어.
- 리유니온이지.
전쟁은 사람들에게 예외적인 핑계를 줬어. 일상에 가려지지 않았다면 결과는 더 최악이었겠지.
그 원인이 무엇이든 우리는 반드시 테레시스를 막아야 해요.
……그리고 테레시아도요.
……알겠다.
우리의 동행은 여기서 잠시 멈춰야 할 것 같아. 일이라는 게 다 그렇잖아, 언제나 처리해야 할 사소한 일이 쌓이는 법이거든.
그럼 잠시 실례할게.
여러분, 게으름은 피우지 말도록 해.
저 사람을 보면…… 소름이 끼쳐.
예전에 휘트먼 경장을 만났을 때도 이 정도로 역겹지는 않았는데.
자, 다들 기분 좀 내고. 우리 글래스고의 구역에 온 걸 환영해, 예전 일이긴 하지만.
우리가 떠난 뒤로 베어드가 복싱장을 잘 관리하고 있나 모르겠네……
……
시즈, 모건, 왜 둘 다 말이 없어?
그게……
인드라…… 내가 뭘 밟은 것 같아……
응? 어느 집 애완동물이 또 길거리에……
……!
잠깐…… 저게 뭐야……
- 아미야, 보지 마.
……
이미 봤어요, 박사님. 과거의 환영에서는 여기보다 훨씬 비참한 상황도 많이 봤는걸요.
저희는 일이 그 지경까지 되지 않게 하려고 온 거잖아요.
그 중절모를 쓴 분이 우리를 여기 데려오면서 거래 외에는 우리 뜻대로 움직여도 된다고 했는데, 그 사람의 목적이 뭔지 다들 잘 알고 있어요.
우리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라는 걸 아는 거예요. 여기 사람들이 우리의 행동을 그 사람이 모시는 공작의 공으로 여기길 바라는 거죠.
하지만 전 상관없어요.
공작이 우리를 어떻게 이용하려고 하든, 어떤 명성을 쌓길 바라든 신경 쓰지 않아요.
다른 공작이 인심을 얻는 데 영향을 주든 말든, 그래서 우리에게 어떤 행동을 취하게 하든 신경 쓰지 않아요.
전 그저 그냥 두고 볼 수가 없어요.
여긴 우리와 상관없는 국가나 도시, 한 구역의 재앙이 아니에요.
이런 일은 살아 있는 모든 사람에게 일어나요.
믿음은 언제나 취약한 거죠. 한번 무너지면 다시 쌓기란 매우 어려워요.
서두르세요, 박사님. 제가 약을 챙겨왔어요. 많지는 않지만 우리도 할 수 있는 만큼은 해야죠.
……
자, 이렇게 하면 됐어요.
죄송해요. 전 전문적인 의사가 아니라서 가장 기본적인 응급 처치만 했을 뿐이에요.
광석병 감염 증상을 안정시키고 상처가 악화되는 걸 막아줄 거예요. 지금 할 수 있는 건 이게 다예요.
푹 쉬고 영양을 보충하세요. 나머지는 운에 맡겨야 해요.
우리가 집까지 데려다 드릴까요?
아, 아니. 싫어!
난 그냥 배고파서 어지러운 바람에 길가에서 잠깐 잔 것뿐이야.
다…… 당신들 원하는 게 뭐지? 난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
……아무것도 필요 없어요.
아…… 아무것도 필요 없다고?
집으로 돌아가세요.
(작은 소리로) 이건 먹을 거예요. 다른 사람에게 들키지 않도록 숨겨두세요.
다, 당신들……
아, 알았어. 이만 갈게……
(작은 소리로) 너무 오랫동안 굶었으니 급하게 먹지 마세요. 일단 천천히 신체 기능을 회복해야 해요.
알았어.
……고마워.
아미야, 많은 사람이 우리를 지켜 보고 있어.
그중 대부분은 악의를 품고 있어.
이미 두 팀이 작전을 짜고 화염병을 준비하고 있어.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절망한 사람들이 우리를 봤어요. 어둠 속에 숨어서 병으로 목숨이 위태로운 사람들도 우리를 봤고요.
우리가 여기 있는 것만으로도 저 사람들이 작은 희망을 다시 불태우기에 충분할 거예요.
- 격렬한 붕괴 뒤에는 그 어떤 재건도 반드시 조심스럽게 진행해야 해.
맞아요, 박사님.
우리에게 필요한 건 사람들의 믿음이 아니에요. 저 사람들이…… 서로에 대한 믿음을 다시 가지는 거죠.
이게 바로 사회가 다시 돌아가는 밑바탕이에요.
누가 접근하고 있어.
괜찮아, 내가 여기 서 있잖아. 너희 앞에 서 있을게.
여기는 우리의 거리야. 혼란과 원망 속에서 되찾아야 해.
누가 됐든 얼마든지 덤비라고 해.
조심해, 온다.
잠깐!
넌……
(작은 소리로) 호들갑 좀 떨지 마, 한나. 그러다 진짜 나한테 한 대 맞는다.
(작은 소리로) 너희는 너무 이목을 끌었어. 모두의 목표가 되고 싶은 거야?
(작은 소리로) 어서 날 따라와.
도망친다!
제기랄, 글래스고 놈이 선수를 쳤어!
놈들을 포위해!
저리 비켜.
이네스 씨, 공격하지 마. 아직은 아니야.
이 녀석들 중에는…… 내가 아는 사람도 꽤 있어. 두려움에 시달리다 정신을 놓아버린 것뿐이야.
아직 목숨으로 대가를 치르게 할 정도는 아니라고.
(작은 소리로) 예전에 우리가 몰래 나가서 당구 치던 골목으로 가. 문은 원래 위치에 있어.)
(작은 소리로) 알았어.
(작은 소리로) 베어드, 우린…… 집에서 보자.
따라와!
서둘러! 놓쳐선 안 돼!
난…… 벌써 며칠째 밥을 못 먹어서 뛸 수가 없어……
그럼 *빅토리아 욕설* 꺼져. 나까지 발목 잡지 말고 배짱이 있으면 가서 죽은 사람 고기나 먹으라고!
……
방해할 생각이냐?
저들은 누구지?
뭐? 누구긴 누구겠어, 망할 글래스고 놈들이지!
글래스고.
같이 할 거냐, 아니면 내 손에 죽을 거냐?
아니, 만난 적이 있는 것 같아서 그래. 저 제복 입은 사람을 말이지……
이곳 상황은 내가 예상한 것보다 더 복잡한 것 같아.
더 빨리 움직여야겠어.
오늘 안쪽이 예전보다 더 시끄러운 것 같은데? 또 어디에 불이라도 났나?
제가 가 볼까요, 장관님?
불길이 퍼지기라도 하면……
그래도 네가 상관할 일은 아니야.
괜히 나한테 트집 잡히지 말고 네 할 일이나 해.
여기에 널 지켜줄 사람 따윈 없으니까.
자…… 장군님!
장군님! 어쩐 일로 친히 이곳까지 오셨습니까?
장군님께서 걱정하실 일은 없습니다. 다 잘 통제되고 있습니다!
맨프레드는 살카즈 병사의 보고를 무시했다. 그저 봉쇄 구역의 높은 벽에 올라 그 안의 건물을 멀리서 지켜보았다.
뭐…… 뭔가 이상한 점이라도 있습니까, 장군님?
……
전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군.
파프리카, 그동안 뭘 봤나?
그게……
사람들이 계속 서로 죽이고 있어요.
아니, 정말 서로 죽인다기보다는…… 그냥…… 두려워하고 있어요.
공포와 의심은 인간들을 분열시킨다. 계약과 관습, 도덕은 극단적인 환경에서 빠르게 무너지지.
과거의 카즈델도 마찬가지였다.
카즈델……
그래서 그 두 분이 나선 거지.
그 말씀은……
그럼 무엇으로 사람들을 단결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나?
아마도…… 인내심이 아닐까요? 설득해 보거나 선한 마음으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거죠……
제 생각에 시간만 충분하다면……
그 여자는 실패했다.
그런 것들이 세울 수 있는 유대는 너무도 나약하거든.
그 사람이 알려주었다. 가장 효율적인 건…… 원한이라고.
맨프레드는 어린 용병 소녀를 냉담하게 스쳐보았다. 긴장한 소녀는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자신의 발끝만 뚫어지게 쳐다봤다.
계속 네 물자를 봉쇄 구역 안에 있는 사람에게 나눠주고 있더군.
아, 아니에요! 그분은 살카즈예요! 전……
뭐? 네가 감히……
빅토리아에서 일하는 살카즈라면 더 죽어 마땅하다!
장군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당장……
계속하거라.
……장군님?
아직 안에 있는 사람이 다 굶어 죽게 둬선 안 된다.
저들은…… 군사위원회를 위해 더 크게 쓰일 데가 있거든.
여기는…… 예전이랑 달라진 게 없네.
모건의 그라피티들도 그대로 있어.
지금 보니까 그때 내 솜씨는 최악이었네.
지금도 별 차이 없잖아?
한나, 싸우자는 거냐!
눈앞에서 투덕거리는 두 사람을 바라보던 베어드와 시즈는 눈이 마주치자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봉쇄된 대문과 나무판자가 덧대진 창문, 일행의 피곤한 기색을 무시한다면 모든 게 말 그대로 예전과 똑같았다.
그러나 각자 마음속으로 잘 알고 있다. '다들 변하지 않았다'라는 건 그저 자기 위로이자 착각일 뿐이라는 걸.
이미 지나간 순간순간은 의심할 여지 없이 그들의 몸에 흔적을 남겼다.
베어드, 오랜만이야.
그러게, 비나. 오랜만.
네가 펄펄 뛰어다니는 걸 알았다는 게, 최근 들어 받은 가장 좋은 소식인 것 같아.
내 목숨은 언제나 끈질기거든.
그건 그래.
비나, 여기 돌아온 널 보니까 나도…… 너무 기뻐.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줄곧 너희가 돌아올 거라고 믿었어. 어찌 됐든 '어퍼컷' 간판은 예전에 우리가 함께 건 거니까.
다만 지금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웃음이 나오질 않네.
알고 있어.
나도 알아. 네가 단지 우리를 위해 온 게 아니라는걸.
5년 전에 너희는 아주 다급하게 떠났어. 그때 노포트 구는 이미 사냥터가 되었고, 놈들은 시시각각 네 목숨을 노렸지.
그때…… 난 준비가 되지 않았어.
다른 사람을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아서 떠날 수밖에 없었지.
그럼 우리의 거리 위에 다시 섰으니 이제는 준비가 됐겠네.
……그러길 바라고 있어.
로도스 아일랜드 사람들은 여기에서 살카즈의 비행선을 찾아야 해. 나도 로도스 아일랜드의 오퍼레이터로서 작전에 협조하고 있고.
하지만 난 여전히 글래스고의 일원이기도 해.
너희를 곤경에서 벗어나게 해 줄 거야. 예전과 마찬가지로 이건 너희에 대한 내 책임이니까.
하, 넌 정말 여전하구나, 비나. 하나도 안 변했어.
……하, 예전 그대로라니.
난 그냥……
……
베어드, 우리는 보급이 충분하지 않아. 그런데 한 번에 이렇게 많은 사람을 데려오다니.
한 끼 먹고 다들 흩어지자는 거야? 아니면 내가 방어가 삼엄한 보루에 들어가서 강도질이라도 하길 바라는 거야?
그렇게 말하지 마, 카도르.
우리 비축 물자는 확실히 좀……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가 식량을 가져왔으니까요. 게다가 여유분도 있어요.
음, 이 정도면…… 많은 건 아니지만 당장 급한 불은 끌 수 있겠어.
저희가 함께 이 구역의 상황을 바꿀 수 있어요.
구역의 모두를 단결시키기만 하면……
하, 단결?
카우투스, '단결'은 그리 쉬운 게 아니야. 어디 마음껏 해 보시든가.
너희가…… 그 계기가 되길 바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