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흑야의 회고록

DM-5깃발

사이드 스토리작전 후2020-12-10

외드레르는 바벨을 떠나기로 결정한다. 바벨에서 나오고 난 뒤 많은 이야기를 하는 외드레르와 이네스. 한편 W는 왕의 환심을 사고자 바벨에 남기로 한다……

등장 오퍼레이터: 외드레르, 이네스, W, 켈시


켈시

결정했겠지?

외드레르

전혀 질문하는 어조가 아닌 것 같습니다만, 켈시 선생님…… 아니, 최근에 알게 된 것이지만, 아무래도 켈시 경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군요.

켈시

지금 그런 말을 해봤자 아무런 의미도 없어.

켈시

네 결정이 안타까울 뿐이야. 너희는 테레시아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을 텐데.

외드레르

전하께서…… 지난 임무가 끝났을 때, 저를 따로 부르신 적이 있습니다.

켈시

테레시아답네.

외드레르

제 출신을 기억해 주시더군요. 카즈델에 머물렀던 적이 있었습니다.

외드레르

……거대한 공단과 그 주변은, 범죄와 죽음의 냄새로 부패한 도시였지요.

외드레르

난민이 계속 몰려들면서, 빈민굴은 끊임없이 늘어났습니다.

외드레르

카즈델에 소위 말하는 '귀족'이 얼마나 있을 거라 생각하십니까? 그리고 전쟁을 통해서 권력자를 자칭하며, 우스꽝스러운 칭호를 달고 있는 살카즈가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켈시

수두룩하겠지.

외드레르

맞습니다. 수두룩하죠.

외드레르

……하지만 전하께서는 모두 기억해 주셨습니다.

외드레르

전하의 인자함에는 정말 감사드립니다. 전하께서는 이런 살카즈라도 인간이라 불릴 수 있었던 면을 기억해주고 계셨습니다.

외드레르

오직 전하께서만 하실 수 있는 일이지요.

켈시

그런데 왜 여기서 도망치려고 하는 거야?

이네스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지 말아 줄래? 의사 선생.

외드레르

이네스, 켈시 선생님께서 우리를 많이 도와주셨던 건 너도 알고 있잖아.

이네스

흥……

켈시

……내가 말을 좀 이상하게 했군.

켈시

너희가 이곳을 떠나 자유로운 용병의 삶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내가 막을 이유는 없지.

켈시

이런 저런 일이 많아, 굳이 내가 말할 필요는 없겠지.

외드레르

알고 있습니다.

켈시

그러면 나머지 살카즈 한 명은?

외드레르

W는 자신만의 생각이 있겠죠.

외드레르

게다가 이 용병들을 붙잡아둘 만한 구실도, 저 또한 없는 것 같습니다.

켈시

규모가 크지 않은 용병단은 항상 그렇지. 강한 힘에 의지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움직이려고 하는 세력들은, 항상 그렇게 쉽게 와해 돼.

켈시

하지만 너희가 추구하는 것은…… 길을 잃은 살카즈 전사들에게는 좋은 모범이 될 거야.

켈시

어쨌든, 너희 스스로가 선택한 길이야.

켈시

도망칠 수 없는 길이라고 해도 말이지.

외드레르

용병이 하는 것이라고는 전쟁터에 뛰어들거나, 폐허 속에 피어난 연기에 자신을 숨기는 것뿐입니다.

켈시

……가능하다면 너희도 할 수 있으면 좋겠네.

외드레르

고맙습니다.


이네스

……우리를 따르는 살카즈도, 고작 이 정도뿐이구나.

외드레르

대다수가 여기에 남기로 했다. 그리고 더 많은 이들이, 자신의 거처를 선택할 권리를 영원히 잃었지.

이네스

기지도 없어졌고, 장비도 바벨이 제공한 최하급 장비뿐이야.

이네스

용병이라기보다는, 어디 놀러 가는 등산객 꼴인걸……

외드레르

……처음으로 돌아왔군. 자작나무 숲에서 만나서, 독립하기로 했던 그때로 말이야.

외드레르

켈시 선생님께서 특별 계약을 제안해줬다. 적어도 일이 있으니 지낼 만은 할 거다.

이네스

그렇게 계속 일하는 거라면, 바벨에 있는 것과 다를 바가 없잖아?

외드레르

우리는 이익을 추구하는 용병이다. 나쁘지 않은 제안은 받아들여야지.

이네스

전부 속임수일 뿐이면서.

이네스

……잠깐, 우리 깃발은?

외드레르

전부 거기에 두고 왔다. 속임수를 쓰려면 제대로 써야지.

외드레르

기억하나? 처음에는 기수 하나가 쓰러지면, 다른 기수가 바로 교대했었지.

외드레르

서부에서 동부까지, 용병이 되어서 여기로 돌아오기까지, 깃발이 내려간 적은 없었다.

외드레르

일흔 번째, 여든 번째 기수가 깃발을 들고 죽어도, 적어도 기수는 깃발을 자신의 배에 꽂으면서까지 깃발을 쓰러뜨리지 않았지.

외드레르

우리가 로도스 아일랜드 본함을 호위했을 때, 적들…… 카즈델에서 온 적들은 우리의 방어선을 너무나도 쉽게 뚫어냈다.

외드레르

그때 깃발을 들고 있었던 건, 한 아이였다.

외드레르

우리는 언덕 아래에, 적은 언덕 위에 있었고, 산사태 같은 아츠가 지면을 휩쓸었지.

외드레르

켈시 선생님께서 오기 전까지, 우리는 반격조차 할 수 없었다.

이네스

깃발이 전부 부서졌지.

외드레르

사실 내가 그 깃발을 붙잡을 수도 있었다.

이네스

……

외드레르

난 그 깃발을 단 한 순간도 좋아했던 적이 없다.

외드레르

그건 분명히 쓰러져야 해.

이네스

그때 함께 시작했던 오랜 용병 중에 몇이나 살아남았나?

외드레르

너와 나뿐이다.

외드레르

……어서 떠나도록 하지.


이네스

……

이네스

……외드레르.

이네스

W를 일부러 전하 곁에 둔 거지?

외드레르

전하뿐이겠나? 켈시 선생님과…… '박사'도다.

이네스

너도 남 얘기를 할 줄 아는구나.

외드레르

잡담일 뿐이니.

외드레르

너도 거기에 있을 때는 아츠를 사용하지 않았지. 흔치 않은 일인데, 걱정이……

이네스

……안 쓴 게 아니라 못 쓴 거야. 그 닥터 켈시가 요청했었다고.

이네스

거긴 비밀이 너무 많아.

외드레르

너무 깊게 관여하는 건 좋지 않다. 켈시 선생님의 신분을 안 것만으로도 충분해……

이네스

무의식적으로 전하를 알아본 적은 있었어. 내 아츠는 사람의 마음을 파헤칠 수는 없지만, 그들의 '그림자'를 통해 알아낼 수 있으니까……

이네스

전하는 무척 특이했어.

이네스

누구보다…… 슬퍼하고 계시지만, 그 무엇보다 강하고 온화한……

이네스

닥터 켈시는 이상해. 사람보단 기계에 더 가까워 보이지만, 사람 냄새가 나는 기계라고나 할까.

외드레르

……그분이 말인가?

이네스

너희는 아마 못 느꼈을 거야.

이네스

그 여잔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관찰하고 있어. 우리를 '살카즈'라고 부르지도 않고.

외드레르

어쩌면 전하 곁에 있어서 그랬을지도 모르지.

외드레르

그럼 박사는?

이네스

굳이 비유하자면, 왜…… 흔히 병사는 체스말, 지휘관은 체스를 두는 플레이어라고 하잖아.

이네스

그 사람을 보면, 무의식적으로 나는 평생 체스말 신세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외드레르

그는 전쟁터가 아니라, 전쟁 그 자체를 조종하고 있다.

이네스

물론 그런 이유 때문은 아니야.

이네스

체스말과 플레이어의 가장 큰 차이가 뭔 줄 알아?

외드레르

잠깐…… 말하는 스타일이 꼭 W같이 변했군. 예전엔 돌려서 말할 인내심 같은 건 없었지 않나?

이네스

플레이어가 생각하는 건 체스말이나 게임이 아니라, 상대 플레이어야. 마주 앉아있는 상대를 이기고 싶어 하거든.

이네스

이기고 나면 플레이어는 집으로 돌아가 만찬을 즐기겠지만, 체스말은 상자 안에 들어갈 뿐이잖아.

이네스

플레이어는 매일 일어나서 두 다리로 걷고, 다른 플레이어와 소통하지만, 체스말은 상자 안에 틀어박혀만 있을 뿐이고.

이네스

우리는 물건이야, 생명이 없는 물건… 마치 모든 전쟁터가 그 사람 하나를 위한 것처럼.

이네스

만약 우리가 우리를 살아있는 인간으로 본다면…… 오히려 특이한 건 그 사람이려나.

외드레르

보아하니, 이 부분에서만큼은 서로 의견이 일치하는 것 같군.

이네스

하지만 전하는 못 본 척하시는 것 같아.

외드레르

켈시 선생님도 끝까지 경계하고 있었다. 같이 보낸 시간은 짧았지만, 전사들도 어느 정도는 막연함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외드레르

이미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고 W에게 이야기는 해 두었다.

이네스

……떠나는 것이 정답일지도 모르겠네.

이네스

잠깐, 내 질문에 대한 답은? 우리 둘 다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데, 왜 W를 거기에 둔 거야?

외드레르

걱정하는 건가?

이네스

그러면 뭐 어때서? 대답이나 해.

외드레르

……만일을 위해서다. 어쩌면 우리도 그들과 함께해야 할지도 모르니까.

외드레르

아니면 전하의 형제인 섭정왕이 우리를 용서하고, 계속 라테라노인을 약탈하면서 살게 놔둘 것 같은가?

외드레르

나는 이 전쟁으로부터 가능한 멀리 떨어지고 싶다. 동포들과 싸우는 것이 날 지치게 하고 있다…… 고생은 이만하면 충분해.

이네스

……흥.

외드레르

오해하지 마. 처음부터 W를 이용해서 뒷일을 도모할 생각을 한 건 아니니까……

외드레르

그 녀석에게 남아도 좋다고 했더니, 흔쾌히 그러겠다 하더군.

이네스

……

이네스

쳇…… 배은망덕한 녀석 같으니……


스카우트

생각한 것보다 임무를 잘 해내는군.

스카우트

그리고 네 두 친구도 마찬가지야. 이곳에 남으라는 박사의 요청을 받아들이지는 않았지만, 일은 괜찮게 하고 있어.

W

아아, 테레시아가 뭐라고 안 했어?

스카우트

……전하께 칭찬을 듣고 싶은 거라면, 직접 공을 세우는 것도 나쁘진 않을 거다.

스카우트

네가 켈시 씨를 피할 수만 있다면 말이지.

W

그럼 됐어. 그 망할 여자는 테레시아 옆에 찰싹 붙어있으니까. 아~ 진짜 귀찮아!

W

그래서, 테레시아랑 다른 사람들은 지금 어디 있지?

스카우트

알면서도 갈 생각인가?

W

가보는 것쯤이야 뭐, 설마 욕먹기라도 하겠어?

스카우트

대체 누가 누굴 더 귀찮게 하는 건지 원.

W

너희를 위해서 난민촌에서 스파이를 일곱이나 잡았다고! 일곱! 게다가 캐스터까지 있었는데!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스카우트

조용히 해. 네 존재와 임무 내용은 모두 기밀이라고…… 제발……

스카우트

그거 다 네 임무잖아. 게다가 박사가 한 명 정도는 살려두라고 했던 것 같은데……

W

사람 구하는 건 잘 못해서 말이야. 자살하는 속도가 내가 죽이는 것보다 빨랐는데, 나더러 어쩌라고?

스카우트

하아……

스카우트

함교에 있다. 아미야도 거기에 있을 거야.

W

그렇게 많은 이름을 어떻게 다 기억해? 테레시아 빼고 다른 사람들은 상관 없잖아? 어차피 다들 신경도 안 쓰는데.

스카우트

마음대로 해라……

스카우트

……잠깐, 손에 든 건 뭐지?

W

이거? 스파이한테서 뺏은 소형 카메라. 드문 물건이지?

스카우트

너 설마……

W

어? 전하와 사진 찍을 수 있는 기회를 그냥 날려버리는 살카즈도 있어?

스카우트

……켈시가 너를 스파이로 처리해버린다 해도, 난 도와주지 않을 거다.

W

맞다, 있잖아.

W

스파이들은 어떻게 들어온 거야?

스카우트

......

W

최근에 뭔가…… 우리가 하는 싸움이 이상하다는 생각, 해보지 않았어?

스카우트

우리가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야. 불만이라면 박사를 찾아가도록 해라.

W

박사, 말이지……

W

그럼 됐어.


W

(저긴가…… 전부 모여 있네. 역시 숨어있는 편이 좋겠다.)

W

(저 토끼는 대체 누구지? 귀찮게시리. 귀 때문에 테레시아가 가려지잖아!)

W

(……! 켈시다……)

W

(......)

W

(……안 오는 건가? 못 봤나?)

W

(망했다. 박사까지…… 저 사람이 사진에 찍히면, 사진에 부정 탈 것 같은데……)

W

(......)

W

(아, 테레시아가 웃었다.)

W

(에잇, 몰라! 이런 기회를 놓칠 수는 없지!)

W

자, 찍는다! 치즈……!

……W,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거야?

에이, 잘 알지~ 어쨌든 전쟁터에 나간 횟수는 내가 훨씬 더 많은걸? '의사 선생님'~

켈시, 너무 그렇게 화내지 마……

W

칫, 저 여자가 귀찮게 굴면 진짜 성가신데…… 사진 찍는 것뿐이잖아!

W

하지만 앞으로는 조금 고생할 거야, 포로 오빠.

살카즈 포로

읍…… 읍읍!!

W

에이, 긴장하지 마~ 의장실까지 갈 정도로 배짱이 있는데, 설마 들키면 어떻게 될지 각오를 안 했을 리 없잖아?

W

그리고 내가 지금 기분이 별로 안 좋거든? 봐주지는 않을 거야.

살카즈 포로

……

W

어머, 왜? 자살이라도 하게?

W

그렇게는 안 놔둘 테니까 천천히 하자고. 그리고 물어볼 것도 있어서 말야. 어디 보자……

W

지난달 '방앗간' 전투에서, 무슨 일이 있었지?

W

여기에는 왜 온 거야? 핵심구역 근처까진 어떻게 온 거지?

W

뭘 찾고 있는 거야? 누구와 접선하려고 한 거지? 테레시스에게 뭘 가져다주러 온 거야?

W

아. 성급하게 대답하지 않아도 돼. 이게 급한 건 아니거든.

W

우선 이것부터 대답해줘. 오리지늄 가시가 네 눈앞에 멈추고, 초당 3mm씩 천천히 영원히 감지 못하는 네 눈 안으로 들어간다면……

W

넌 두려움을 느낄까?

외드레르의 예측이 맞았다. 전황은 어딘가 꼬여가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카즈델의 상황이 어떻게 되든 나는 관심 없었다…… 나와 상관도 없었으니까.

그저…… 테레시아가 걱정될뿐이다.

그 망할 의사를 볼 때면 거울 속에서 웃고 있는 나를 보는 것처럼 기분이 나빴지만, 어쩌면 제대로 이야기를 해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녀와 나는 동류니까. 아니, 그녀가 정말 '사람'이라면 말이다. 그녀에게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비밀이 많다.

하지만 그녀는 나보다 훨씬 강하니, 테레시아를 지켜줄 수 있을지도 모르지……

아니,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

아니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