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전부 잊지 않는다
전방에 재앙이 닥치자 예지력이라도 있는 듯 미리 함교에 나타나 로도스 아일랜드를 이끌어 위기에서 벗어난 박사. 그로 인해 켈시는 박사가 비록 기억 대부분을 상실했지만, 오리지늄 본질에 대한 기본 인식은 남아 있다고 판단한다.
4:11 P.M. 날씨 / 흐림. 가시거리 10km
로도스 아일랜드 본함, 의료실
전극패드를 떼도 돼.
- 결과는 어때?
- ……
- 머리가 뜨겁고 터질 것 같아. 너무 불편해.
뭔가 새로운 진전은 없어.
조금 쉬면 그 증상은 금방 가라앉을 거다.
{@nickname} 박사, 지난 한 달여 동안, 네 뇌를 일곱 번 스캔했는데 매번 결과에 큰 차이는 없었다.
너의 내측 측두엽엔 문제가 없고, 다른 뇌 부위에서의 뉴런도 다른 젊은이들만큼이나 활발해.
즉, 이제 의료실에 불편한 검사를 받으러 그리 자주 오지 않아도 된다는 게, 내 소견이다.
- 그럼 내 기억은 어떻게 된 거야?
네가 많은 기억을 잃어버렸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지…… 아무리 너라도 거짓으로 모든 검사 결과를 컨트롤 할 수는 없을 테니까.
그 기억은 에피소드 기억이다. 바로 너 자신에 대한 주관적인 인식이자, 네가 체르노보그 석관에서 잠들기 이전의 모든 경험이기도 해.
그에 비해 너의 절차적 기억은 매우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아미야와 도베르만의 보고를 봐도, 내 관찰로도, 이 결론은 명확하다.
체르노보그 사건에서 보여준 네 전장 지휘 능력은 이전에 비해 크게 손색이 없어.
- 왜 그런 거지?
- ……
- 그럼 아직 도움 된다는 건가?
기억장애의 원인은 다양하다. 불가항력에 의한 것이나 주관적인 것도 있다.
의학적인 검사 수단은 기질적인 병변을 배제하는 것밖에 못 해.
물론, 너는 옛날에 비해 훨씬 말수가 적어졌다.
네 언어중추가 손상되지 않은 걸 보면, 에피소드 기억의 결여로 인해 성격에 변화가 생겼다고 예측할 뿐이다.
로도스 아일랜드에게 있어 너의 의미는 단순히 도움이 된다 만다 하는 정도가 아니야.
설령 네가 정말 모든 기억을 잃고 아무것도 모르는 일반인이 됐다 해도, 아미야는 널 구한 것을 후회하지 않을 것이고, 로도스 아일랜드에도 여전히 네가 머물 곳이 있을 것이다.
어쨌든 난 네가 가진 능력이 과거와 마찬가지로 중요한 역할을 하리라고 믿어.
- 나는 켈시 너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 나는 아미야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알고 있다.
네가 노력하는 것도 다 보이고.
용문을 떠난 뒤 우리는 계속하여 황야에서 이동하고 있다. 오퍼레이터들은 정비할 시간이 필요하고, 아미야도 적당히 휴식할 수 있겠지.
너도 마찬가지로 한숨 돌려야 하잖아. 안 그래?
- 적응할 시간이 필요해.
- ……
- 아직 여기서 멈추고 싶지 않아.
PRTS가 너를 도와주고 있으니, 금방 로도스 아일랜드의 일에 적응할 수 있을 거다.
그렇지만 난 네가 무리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거대한 재난에서 가까스로 돌아온 건, 로도스 아일랜드뿐이 아니야. {@nickname} 박사, 너도 마찬가지다.
너의 몸은 기본적으론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기억 손상은 그대로고, 정신 상태도 안정적이라고 하기 어렵다.
환자인 네게 과로는 득 될 것이 없어.
- 켈시 너도 환자잖아.
- 아미야도 환자잖아.
나? 신경 써줘서 고맙군.
비록 내가 광석병에 익숙해졌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가장 마지막에 걱정해야 할 사람이 나라는 것만은 장담할 수 있지.
아미야도 네가 걱정하는 걸 알고 있어. 그래서 전보다 자신의 몸에 더 신경 쓰고 있다.
가끔은 네가 하는 말이 내가 하는 말보다 아미야에게 더 효과적이라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더군.
{@nickname} 박사, 너는 겨우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함 내 각 부서의 인원 배치 업무를 인계받았다.
그뿐만이 아니야, 네가 작전 오퍼레이터와 함께 과거 전투를 돌이켜보며, 전술의 최적화 가능성을 탐색하는 모습도 자주 눈에 보이더군.
아까 검사를 받을 때도 열람을 멈추지 않던데. 그거, 며칠 전에 새로 가입한 오퍼레이터가 제출한 일간 보고서지?
그리고 네 노트도 봤다.
오퍼레이터들에 대한 가장 세세한 기록, 전술을 고민하다가 문득 떠오른 아이디어……
또 로도스 아일랜드의 업무 효율 계산식이나, 나로서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낙서까지, 모두 네가 일에 몰두했다는 증거들이지.
대부분의 임무는 PRTS의 지원으로 완수할 수 있지만, 이게 네가 더 선호하는 작업 방식일 거라 생각한다.
- 생각을 정리하는 방법일 뿐이야.
- PRTS의 데이터는 인간미가 조금 부족해.
- 켈시, 설마 너에 대한 불평을 적은 부분도 본 건 아니겠지?!
노트의 두께가 늘어남에 따라, 네 사고도 확실히 진보하고 있다는 걸 느꼈어.
PRTS는 도구일 뿐, 도구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는 건 좋은 습관이다.
그게 불평이었나? 오히려 나에 대한 칭찬으로 받아들이고 싶은데.
너의 각 방면의 능력들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이건 절차적 기억이 남아있기 때문만이 아니라, 남다른 노력도 하고 있기 때문이지.
의식적인 단련은 뇌를 잠들기 이전의 상태로 빠르게 되돌릴 수도 있는데, 내 예상보다 더 빨리 기억이 회복될지도.
- 켈시 넌 내가 빨리 회복되길 바라는 건가?
나는 너의 의사다. 환자의 조기 회복을 바라지 않는 의사는 없어.
다만, 네가 너무 무리해서 쓰러지기라도 한다면, 아미야의 상태도 영향을 받을 거다.
- 아미야만 걱정하는 거야?
- ……
- 알겠다, 날 걱정하고 있구나.
가끔 드러나는 그런 감정으로부터 지금의 너와 과거의 네가 다르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 점이 매우 흥미롭지만, 지금 표현한 그 감정의 대상이 나라면 그럴 필요는 없다.
누누이 말했지만, 너의 심신 건강을 유지하는 게 나의 책무 중 하나다.
그러니까, 그래, 전쟁터가 아니라 여기에 있어도 나는 널 걱정하고 있다.
- 신기하네, 켈시 네가 그런 말을 다 하다니.
- ……
- 알겠어.
오늘 검사는 끝났다.
아까도 말했지만, 다음 주 이 시간부터는 여기에 오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매일 오전과 저녁 정기 검사는 그대로니, Lancet-2가 대신 돌봐줄 거다.
일을 계속할 수 없는 상태가 조금이라도 보이면 곧장 의료실로 와야 할 거야.
그럼 이제 일하러 가도 돼, 박사.
4:32 P.M. 날씨 / 흐림. 가시거리 7km
로도스 아일랜드 본함, 함교 바깥 복도
어스스피릿 씨, 여긴 어떻게?
오전에 제출한 지질 관측 보고서, 갱신하러 왔어.
벌써 갱신을요? 어스스피릿 씨답지 않으신데요.
데이터 변화가 눈에 띄게 빨라. 그것만 아니었다면 나도 낮잠을 잤을 텐데.
그쪽 팀장한테 보고서 전해줘. 맨 밑에 내 의견도 적어 놨어.
알겠습니다. 강풍경보 맞죠?
문제없어요. 엔지니어링부에서 이틀 전에 방풍판을 보강했고, 후방 지원부도 각 오퍼레이터에게 갑판 위험 구역에 들어가지 않도록 공지했습니다.
그뿐만이 아니야. 여길 봐봐.
어…… 항로 전방에 폭풍 출현 가능성? 저속 항행이나 우회 권장?
어스스피릿 씨, 당신이 말하는 이 폭풍, 재해 등급은 어느 정도죠?
……몰라.
난 단지 데이터 이상에 따라 하나의 가능성을 제시했을 뿐이야. 전방에 사이클론이 형성된 데다, 위력의 증가 속도가 예상을 벗어나고 있어.
그 결론은 너무 모호한 것 같은데요.
이 경로는 한 달 전에 확정된 것으로, 각 방면의 승인을 통해 추진되고 있으니, 지금 임시로 변경하면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겁니다.
어스스피릿 씨도 지난번 회의에 참석하셨잖아요. 저희가 선택한 경로는 리스크가 극히 낮고, 지난 10년간 용문에서 라이타니엔으로 가는 공식 카라반도 이 경로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그래, 이론상 우리는 재앙 다발구역을 피하고 있으니, 리스크는 극히 낮아.
그렇다는 건, 당신도 확신할 수는 없다는 거죠?
상부의 요구는 우리가 가능한 한 빨리 우르수스와 용문을 떠나는 것인데, 임시로 우회하게 된다면, 시간 낭비가 될 수도 있습니다.
……됐어, 당신이 내 보고를 받은 건 확인됐으니까.
당신들이 어떻게 판단하든, 내 업무 밖이라 개입할 권한도 없어.
어스스피릿 씨, 잠시만요. 절차에 따라 팀장에게 보고할 테니, 같이 상의라도……
- 그럴 시간이 없어.
엇, 박사님?! 이곳엔 어쩐 일이십니까?
정상 항행 시에는 항상 사무실에 계셨잖아요?
- 마침 함교로 가는 길이었어.
우연이네요……
그 보고서를 가지고 가서 직접 저희 팀장에게 상황을 설명하시려는 건가요?
- 폭풍이 눈앞에 있어. 그도 곧 알아차릴 거야.
- 긴급상황이야. 직접 아미야에게 말해야겠어.
엇, 그렇게 심각한가요? 큰일이네요……
박사, 날 믿어주는 건가?
- 난 사실만을 믿을 뿐이야.
- 난 내 오퍼레이터를 믿어.
그럼 나도 함께 함교에 간다. 사이클론의 실시간 상황을 계속 관측하며 수시로 당신과 아미야에게 보고할게.
- 수고해줘. 그게 최선일 것 같아.
- 잔업 수당은 필요 없고?
이건 내 업무니까.
4:39 P.M. 날씨 / 흐림. 가시거리 4km
로도스 아일랜드 본함, 함교
보고, 전방 풍속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가시거리 지속 감소 중, 이 정도 풍속이라면 몇 분 뒤에 1km 이하로 떨어질 겁니다!
모래 폭풍 모드의 보조 운전 기능은 작동하였습니까?
지시에 따라 이미 작동하였습니다.
하지만, 아미야 씨, 이건 일반적인 모래 폭풍이 아닙니다……
맙소사!
파벨 씨, 뭘 보셨죠?
센서에 전방의 뇌운 덩어리가 감지되었습니다!
……!
방송으로 함 내 모두에게 알리세요. 로도스 아일랜드는 곧 천둥 구역에 진입합니다. 경계 등급을 한 단계 격상합니다!
중앙통제실, 즉시 운행 속도를 줄여주세요!
윽…… 굉장한 흔들림이네요……
상황이 어떤가요?
현 쪽 외벽의 압력이 엄청난 속도로 상승하고 있습니다!
가장 바깥쪽 방풍판 손상률 70%, 거의 기능을 상실했습니다!
그리고…… 선체 부근에서 이상 열원 다수 감지, 그 수치가 경고 수준입니다!
그렇다면 설마……
- 네 생각이 맞아. 재앙이야.
앗, {@nickname} 박사님!
여기는…… 어떻게?
- 설명할 시간이 없어.
- 슈퍼셀 폭풍이야.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전 함선에 재앙 비상경계를 발령합니다!
함교를 제외한 제1층 갑판 인력 전원 대피, 2~6층 비엔지니어 인력은 중앙 구역으로 대피하십시오!
중앙통제실, 잠시 최저 항행속도를 유지해주세요……
파일럿님, 이번 폭풍이 얼마나 지속될 것 같나요?
이런 돌발성 폭풍이라면, 아마 한두 시간이면 사라질……
팀장님, 그렇게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보다 박사님과 어스스피릿 씨의 의견을 들어 보시지요.
- 어스스피릿, 네 관측 결과를 모두에게 알려줘.
알겠어, 박사.
파벨, 박사가 준 건 내가 한 시간 전에 완성한 보고서야.
……2킬로 범위 내 복수의 소형 사이클론이라고? 좋은 징조라 볼 순 없겠는데!
이 폭풍은 일반적인 재앙이 아니야…… 최고 위험도의 풍재가 될지도 몰라!
함교 센서를 빌려도 될까?
물론이죠, 어스스피릿 씨. 저도 예측했어야 했는데……
침울할 필요 없어, 파벨. 이번 현상은 지극히 비정상적이고, 일반 재앙 범주 외의 것이라, 베테랑 재앙정보전달자라도 알아차리기 어려웠을 거야.
박사의 도움이 없었다면, 나도 거기 적힌 이상 수치를 오차로 여길 뻔했으니까.
- 아직 상황을 되돌리기엔 늦지 않았어.
- ……
- 느낌이 썩 좋지 않아.
박사, 아미야, 전방에 소형 사이클론 몇 개가 한 곳에 모이면서 더욱 강해지고 있어.
그러니까, 소용돌이가 여러 개인 사이클론의 코어가 곧 형성될 거야.
코어가 형성되면 사이클론의 지름은 약 2킬로에 이르게 되고, 지속시간도 최소 7~8시간이 될 거야.
로도스 아일랜드가 현재 이동 속도를 유지하며 사이클론의 중심에 접근하면 어떻게 되죠?
사이클론에 충돌하면 로도스 아일랜드의 선체는 활성 오리지늄 분진과 고속으로 충돌하는데, 이는 수백 개의 원석 폭탄이 동시에 폭발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 후의 일에 대해서는 아미야 씨, 저는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네요.
아직 방향을 바꿀 시간이 있나요?
최대한 시도해보겠습니다……
폭풍 코어의 방향 전환 속도가 엄청 빨라요. 최대 풍속도 시간당 천 킬로에 육박합니다.
그럼 시도해봤자 소용없겠네요.
아미야 씨, 전속력으로 후퇴해도 방향을 잘못 잡으면, 로도스 아일랜드는 이 폭풍을 피할 수 없습니다.
그럼 이 자리에 머무를 수밖에 없겠네요.
파벨 씨, 선체의 예상 손상도에 대한 평가가 필요합니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는, 저희가 유사 규모의 폭풍우 속에서 7시간을 보낸다면, 1~6층 갑판은 약 15%의 손상을 입습니다……
그중에서 1층 갑판의 손상이 가장 심하며, 사상자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최근 1년 동안 로도스 아일랜드 본함에 생겼던 것 중 최대 규모의 피해가 되겠군요.
다른 방도는 없을 것 같네요……
- 방도라면 있어.
박사님?
- 그런 피해는 보지 않아도 돼.
- 너도 함선을 멈추고 한 달 내내 수리만 하고 싶진 않잖아?
네, 황무지에 멈추게 되면 로도스 아일랜드는 다른 여러 위험에 노출되어 버릴 테니까요.
- 선택지라면 아직 하나가 남았어.
- 후퇴도 정지도 할 수 없다면, 달리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박사님, 그러니까, 계속 나아가라는 건가요?
말도 안 돼요. 가시도가 너무 낮습니다!
보조 운전 기능이 있지만, 저도 경로는 찾을 수 없어요. 우리 사르곤인은 다 압니다. 이대로 폭풍우에 돌진하는 건 자살이나 마찬가지라는 걸요!
카말 씨, 당신의 불안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저는 박사님을 믿어요.
{@nickname} 박사님, 로도스 아일랜드를 재앙 구역에서 벗어나게 할 자신은 있으시죠?
- 어스스피릿이 계속해서 사이클론의 실시간 좌표를 측량해 주었으면 한다.
- 있어.
- PRTS가 지표면 오리지늄 에너지 파형을 계산해 주었으면 한다.
알겠습니다. 여러분 모두 박사님에게 협조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 짧은 시간에 안전 경로를 산출하다니, 뭔가 농담 같이 들리기도 하네요.
박사님이라면, 분명 할 수 있을 거예요.
박사님이 대단하다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함선 운전과 전쟁 지휘는 다릅니다!
저도 승산이 없단 생각입니다…… 물론 박사님의 실력을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 실시간 계산법이라니, 전대미문입니다……
……어쩌면 진짜 갈 수 있을지도.
어스스피릿 씨, 박사님이 순식간에 써낸 저 공식이 이해된다고요?
모르겠어.
하지만 어딘가 낯익어.
맞아…… 비슷한 공식을 이틀 전, 새로 들어온 천재 후배가 언급했었는데, 박사가 쓴 게 훨씬 복잡하고 변화무쌍해.
- 경로는 파일럿에게 넘겼어.
- 즉각 대응하려면 중앙통제실의 협조가 필요해.
- 아미야, 준비됐어.
그럼, 전진하겠습니다!
- 내가 아미야의 지휘를 서포트 할게.
- 나한테 맡겨.
아뇨, 박사님, 그건 효율적이지 않아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로도스 아일랜드의 지휘관은 한 사람이어야만 해요.
네, 박사님. 그럼 좀 더 앞으로, 제가 있는 곳까지 와주세요.
{@nickname} 박사님, 박사님께서 함교에 나타난 순간, 상황이 바뀔 거라고 저는 확신이 들었어요.
함교에 있는 모두에게 전합니다.
이제부터 로도스 아일랜드 본함의 모든 지휘권을 {@nickname} 박사님에게 넘기도록 하겠습니다!
- 클로저에 전달해. 각 선실을 에너지 절약 모드로 전환한다!
- 에너지를 엔진에 집중 공급하도록!
네, 박사님!
클로저 씨의 통신입니다. 엔진 준비 완료되었다고 합니다. 추가로 이 '크레이지'하고 기발한 발상이 성공하기를 빈다고……
가끔은 크레이지 한 것도 나쁘지 않지.
이렇게 운전할 줄 알았으면 술이라도 한잔할걸.
- 로도스 아일랜드, 전속력으로 전진!
코피가 쏟아질 정도의 속도다!
그건 내 팔꿈치가 네 코에 부딪혀서…… 미안, 너무 흔들려서 몸을 제대로 가눌 수가 없어.
제진기는 작동이 안 되나?
나뿐만 아니라 함선 전체가 해체되는 것 같아.
어스스피릿 씨, 이런 상황에도 모니터에서 눈 한번 떼지 않다니……
2호 사이클론이 동남쪽 30도를 향해 이동, 3호 사이클론…… 4호 사이클론은……
박사님, 제 손을 잡아요!
- 아미야, 잡았다.
박사님, 혹시 제가 박사님 발을 밟았나요……
- 괜찮아, 더 꽉 잡아.
- ……
- 네 귀 때문에 간지러워.
흔들림이 아까보단 가라앉은 것 같죠?
- 우현으로 틀어!!!
하아…… 방금 그거, 나는 저런 강풍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어. 말려들었다면 이 속도로 선체를 유지할 수 없었을지도 몰라.
……다운버스트인가?
사이클론 코어 형성까지 2분 남았어.
- 현재 방향을 유지하고 그대로 전진!
잠깐만요, 사이클론이 보여요!
왼쪽에 하나, 오른쪽에도 하나 있어요!
중간에 끼였어요. 2, 3분만 있으면 로도스 아일랜드와 충돌합니다!
- 전진.
회피도 불가능해요. 남겨진 공간이 너무 좁아요!
- 날 믿어줘.
박사님, 저도 당신을 믿고 싶긴 한데!!
근데 저는 저 자신을 별로 못 믿겠다고요!
그렇지만, 아미야 씨가 당신을 따르니, 저도 따를 겁니다. 이 손을 레버에 묶어서라도 레버를 끝까지 밀게요!
빌어먹을 조지 녀석과 교대한 나 자신이 밉다……
75미터, 50미터, 30미터……
(꿀꺽) 이런 근거리에서 재앙 사이클론을 관찰한 적은 생전 처음이야……
박사님……
- 아미야, 무섭니?
- ……
- 네가 손을 너무 꽉 잡아서 아파.
긴장은 되지만, 무섭진 않아요.
긴장되긴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박사님. 무섭진 않아요.
미안해요, 박사님. 좀 긴장했나 봐요. 그런데 무섭진 않아요.
그동안 저는 박사님과 함께, 비슷한 순간을 여러 번 봐왔었잖아요.
절망에 가까워질수록 희망을 품고 바라보는 풍경은 더욱 웅장하고 아름답다.
이건 박사님이 제게 가르쳐준 거예요.
- 희망이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노력에서 온다.
맞아요, 박사님. 옛날에도 똑같은 말을 해주셨어요.
“코드 레드, 코드 레드……”
“전원 충격 대비!”
이번 위기도 모두 함께 헤쳐나가자고요!
- 그래, 헤쳐 나왔네.
- 봐.
- 오차 없는 계산이었어.
바람이 잦아들었어요…… 하늘 색깔도 달라졌다구요.
보고합니다. 로도스 아일랜드가 재앙 구역을 벗어났습니다!
전체 갑판의 손상률 5% 미만, 게다가 부상자도 없습니다!
정말 다행이에요……
아야야…… 파벨, 또 내 코랑 부딪힌 거 알아 몰라?!
그게 뭐 어때서? 우리가 살았다고!
됐다. 술이나 한잔 사.
마시고 싶은 거 다 말해. 나도 하마터면 엄청난 실수를 할 뻔했거든.
전부 박사님이 와주신 덕분이에요!
박사, 훌륭한 연산이었어.
박사님, 당신의 지휘는 항상 이렇게 스릴 있나요? 하하, 그럼 앞으로도 부탁합니다!
박사님, 어떻게 한 겁니까? 마치 예언 아츠라도 쓴 것처럼, 재앙과 맞닥뜨리기 직전에 갑자기 함교에 왔잖아요!
- 사실 나도 꽤 긴장했어.
- ……
- 우리, 축하 파티라도 해야 하지 않나?
박사님……
아미야가 갑자기 당신을 껴안았다. 당신의 허리에 올라간 두 손에는 조금 전 폭풍을 향해 달릴 때보다 더 힘이 실렸다.
고마워요…… 제 옆에 계셔주셔서.
수고했어.
- 당연한 일을 했을 뿐.
- ……
- 칭찬해줘서 고맙군.
오리지늄의 자가회복 속도와 에너지 증폭의 관계…… 너는 그 부분의 지식을 풍재 궤도의 연산에 적용했더군.
예전에도 넌 비슷한 능력으로, 동료를 도와 손해를 줄여 주었지. 그래서 일부는 너를 재앙 전문가라고 불렀어.
하지만 여기에는 너와 나뿐이고, 네 진짜 전문 분야가 뭔지는 우리 둘 다 잘 알잖아.
- 내 전문 분야가 뭔데?
- ……
- 또야? 난 모른다니까.
그 공식…… 아직 기억하고 있잖아.
- 기억에 없던 거야.
- 그건 제멋대로 내 머릿속에서 튀어나온 거야.
그건 과거의 네가 직접 만들어 낸 공식이다.
너는 한 달간 오리지늄과 재앙에 관한 수많은 자료를 샅샅이 뒤졌고, 너의 노트에는 대량의 연산 과정이 남아있었다.
어쩌면 위기 상황에 너의 뇌가 심층 기억을 끌어냈을 수도 있고, 또 어쩌면 자신이 남긴 지식 속에서 그걸 다시 깨달은 걸지도 모르지.
그 공식을 떠올렸다는 건, 네게 오리지늄의 본질에 관한 기본 인식이 아직 남아 있다는 증거다.
즉, 넌 단 한 순간도 자신이 오리지늄 연구자임을 잊지 않았다는 거야.
- 난 연구를 계속하고 싶어.
- 그게 바로 내 사명일 지도.
오리지늄 연구를 네 사명으로 보는 것 같은데, 우리 행동은 사명에만 얽매여선 안 돼.
{@nickname} 박사, 대체 무엇이 오리지늄 연구에 대한 너의 의욕을 이처럼 강하게 만들었을까?
- 너와 아미야 모두 광석병에 걸렸으니까.
- 이 대지는 오리지늄으로 인한 고통으로 가득 찼으니까.
- 이 재앙을 끝내고 싶으니까.
전에도 한 번, 너의 대답을 들은 적이 있었지.
그때의 대답은 지금의 네 대답과 매우 흡사하지만, 또 전혀 달랐다.
그 대답을 했던 사람은 미지의 진리에 대해 본능적 갈망을 품고 있었고, 또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자신의 안전마저 도외시했었다.
“그러나 때때로 구원은 파괴를 뜻하기도 한다”…… 같은 사람이 내게 일러준 말이다.
그래서, 그 대답은 아직도 너의 머릿속 깊은 곳에 남아 있는 걸까?
- 기억이 안 나도 남아있다고 볼 수 있는 거야?
- ……
- 켈시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아미야가 그러더군, 오늘 함교에서 너는 진정한 '예언가' 같았다고.
- 그저 예습을 열심히 했을 뿐이야.
- ……
- 왜 그렇게 뚫어져라 쳐다봐?
{@nickname} 박사, 나는 과학을 믿어야 한다.
처음 너의 뇌 검사 결과가 나왔을 때, 검사 과정에 오차가 있을까 걱정이 되어 두 번, 세 번…… 일곱 번이나 재검사했지.
내 이성이 내게 말했다. 세 번이나 같은 결과가 나왔다면 그건 이미 증명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넌 결코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고.
너는 분명 많은 기억을 잃었다. 네가 테레시아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왜 여기 있는지도 말이다.
그 모든 것이, 내가 잘 알던 과거의 그 사람과 너 사이에…… 큰 차이를 낳았다.
그러나 내가 널 일곱 번이나 검사했듯이…… 지금 또다시 의심이 들기 시작한다. 내 눈앞에 서 있는 건 대체 누구일까?
얼마큼의 과거가 남아 있고, 또 얼마큼의 새로운 것이 싹트려고 하는 걸까?
- 켈시 너, 또 감정적으로 되어가고 있어.
- 일곱 번의 검사는 정말 힘들었다고!
그럴지도, 부정하진 않아. 넌 매번 내 감정을 쉽게 동요시키니까.
하지만 이 역시 지극히 이성적이기 때문이다.
이해하길 바라. 검사에 오차가 있을 수는 있어. 하지만 너에 대한 일만큼은 오차를 용납할 수 없다.
그 일에 대해서는 사과하지.
하지만 네 기억의 회복 상황을 잘 파악해 두면, 네 몸에도 확실히 도움이 될 거야.
- 계속 물어보고 싶었던 게 있어.
- 의사가 아니었어도, 켈시 너는 내 기억이 회복되길 바랐을까?
……모든 사물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어. 그건 사람의 감정도 마찬가지지.
나는 과거의 너에 대한 원한을 숨길 생각이 없어…… 하지만 내가 아무리 인정하기 싫어도, 원한이 전부는 아니야.
- 켈시, 넌 과거 그 사람의 모든 능력을 원하는구나.
- 켈시, 넌 과거에 원망하던 사람이 그리운 건가?
- 켈시, 넌 과거의 진실을 알고 싶은 거구나.
능력만을 원한다면, 지금의 너도 가지고 있을 거다. 아니…… 네가 더 나을 거다.
……그리워한다고?
그 단어는 너무 단순하다. 이 대지의 언어가 발전한 지 수천 년, 그런데도 나는 아직도 너를 생각할 때의 그 감정을 표현할 마땅한 단어를 찾아내지 못하고 있지.
나는 분명 그 대답을 원하고 있다.
물론 네가 말해준다면 가장 좋겠지만, 난 다른 방법을 통해 진실을 찾는 것 역시 포기하지 않을 거다.
자, 이제 내가 질문할 차례다.
{@nickname} 박사, 너는 기억을 되찾고 싶나?
- 찾고 싶어.
- 찾고 싶지 않아.
네 대답이 뭐였든, 주저하는 게 내겐 보였어.
기억을 되찾으면 수많은 의문에 대한 답을 얻겠지만, 모든 답이 만족스럽지는 않겠지.
너는 지금 자신을 향하는 모든 감정이 어디서 오는지 알게 될 거다. 나와 W의 원망이든, 아미야의 무조건적인 신뢰든…… 더 오래된 그런 것들이든.
엄청난 양의 기억과 강렬한 감정들이 순식간에 너의 머릿속을 가득 채우겠지……
그때 받는 느낌은 피로에만 그치지 않을 거다.
더 무서운 건, 과거가 정말로 너를 찾아왔을 때, 너는 선택을 강요당하게 될 거란 거다.
만일 기억이 너무 강렬해서 네가 지금까지 했던 수많은 노력을 손쉽게 뒤덮어버리고, 널 영원히 기어오를 수 없는 심연 속으로 끌어들이면, 그땐 어떻게 할 거지?
지금의 네가 패배해 버리면 힘들게 쌓아 올린 모든 것이 무너지고, 너는 더 이상 네가 아니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 다시 한번 묻지……
{@nickname} 박사, 각오는 되었나?
- ......
우리가 운이 좋다면, 단기간에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지 않아도 된다.
{@nickname} 박사, 우선은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군. 지난 한 달 넌 내게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특히 오늘, 나는 네가 아직도 그 공식을 기억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날을 위해 준비를 하고 있던 건 너와 나뿐만이 아니었구나.
진작부터 의심했지만, 가정용 생체 회복기가 기억을 삭제하는 고장을 일으킬 리 없지……
특히 네가 어떤 선택을 할지에 대해 가장 영향을 주는 부분만을 선택적으로 삭제할 리도 없고, 네게 더 유의미한 부분만을 선택적으로 남기는 일 또한 있을 수 없다.
{@nickname} 박사……
그녀는 내가 과거에 알고 있었던 것보다 더 너를 신뢰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우리도 계속 노력해야겠지.
누누이 말했듯이 나는 너를 도울 거다. 우리가 함께 하는 한.
7:43 P.M. 날씨/흐림
로도스 아일랜드 본함, 지휘실
선배, 계신가요?
- 에이야퍄들라? 들어와.
선배가 절 만나고 싶어 한다고 들어서……
- 이거 받아.
제 작전 부문 가입 신청서…… 앗, 승인이 된 건가요?
다행이다. 다들 제 병세 때문에 선배와 아미야 씨가 절대 동의하지 않을 거라고 했거든요.
- 내가 아미야를 설득했어.
선배가 특별히 승인해 주신 건가요? 감사합니다……
- 네가 오늘 아침에 제출해준 보고서 덕분에 로도스 아일랜드가 위기를 넘길 수 있었어.
위기라면…… 오후에 있었던 재앙 말인가요?
선배, 제 분석 결과 보셨던 거예요?
- 너의 오리지늄 광맥 확장 흔적 관측은 아주 정확했어.
- 지표면 오리지늄 활성 증강 현상을 통해 재앙을 예측했더군.
전 그냥 제 짐작을 말씀드렸을 뿐이었어요.
다들 이 일대는 오리지늄 광석 밀도가 아주 낮다고 했지만, 똑같은 상황을 라이타니엔 남부 화산 근처에서 본 적이 있어요……
소량의 오리지늄이라도 조건이 맞으면 단시간에도 급속히 증식하게 되죠.
며칠 전, 일상 치료를 마치고 습관적으로 숙소 근처를 산책하다가, 선체 창문에 묻어있던 모래 먼지 샘플에서 비슷한 현상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사막의 경우, 오리지늄 에너지 폭발에 의해 지면 온도가 급격히 상승하면, 대형 풍재의 가능성도 덩달아 대폭 상승하거든요……
아…… 미안해요, 선배. 이런 얘기를 하게 되면 멈출 수가 없어서……
- 계속해.
나머지는 보고서에서 이미 읽으셨죠?
선배, 이렇게 바쁜데도, 우리가 끼적인 보고서까지 훑어보신다니, 생각지도 못했어요.
- 네 논문도 잘 읽었어.
- 연구가 흥미롭던데.
- 난 분명 엄청 노력했는데, 다들 내가 아츠를 다루는 줄 알더라.
선배, 제 연구가 흥미롭다고요?
정말 그런 신기한 오리지늄 아츠가 있나요?
……
……
아…… 알았다. 선배, 방금 농담하신 거죠?
선배가 여유가 좀 있으면, 여기에 남아 선배와 차분히 이야기를 나누고 싶네요.
- 이 일만 마무리하고 얘기하도록 하자.
- 우선 구경이나 하고 있어.
선배, 책상에 책이 진짜 많이 쌓여있네요……
《염국정취지》, 《전설이 없는 탑》, 《컬럼비아 사법관찰노트》, 《정복과 동화》…… 선배, 이게 다 선배가 평소에 읽으시는 책이에요?
장르가 엄청 다양해서 제가 아는 교수님들의 책장과는 너무 다르네요.
- 네가 가장 관심 있는 건 이 책일 것 같네.
이건 선배의…… 재앙 연구 노트?
- 독서 할 때 끼적인 메모일 뿐이야.
- 짐작한 것들을 간단하게 적은 거야.
- 초고 같은 거야.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선배. 열심히 연구해볼게요!
궁금한 것이 생기면 다시 찾아봬도 될까요?
- 언제든 와.
- 기꺼이.
- 내가 다른 일들을 빨리 처리할 수 있다면.
젊은 학자는 당신이 준 노트를 꼭 끌어안고, 고개를 들어 물끄러미 당신을 바라보았다.
선배…… 로도스 아일랜드에 온 후로, 놀라운 일들을 많이 보게 되었어요.
광석병의 안정은 제 미래에 엄청난 자신감을 가져다주었고, 선배 같은 사람들은 제게 계속 나아갈 희망을 보여 주었죠.
선배도 이렇게 노력하는데, 우리가 포기할 이유가 없잖아요?
……선배.
앞으로도 부디 로도스 아일랜드를 이끌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