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비질로

나에게 그럴 가치가 있었을까

미니 스토리브릿지2022-02-17

체르노보그 사건 이후 석 달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그 석 달 동안의 일을 마음에 두고 있는 박사. 막막함과 고민 속에서 박사는 작고한 옛 친구와의 에피소드를 떠올리는데……

등장 오퍼레이터: 비글, 아미야, W, 느와르 코르네, 켈시, 크루스, , 야토


에이스

300 걸지. 저건 그냥 잡동사니라, 수고할 가치도 없다.

스카우트

그래? 그럼 난 500 건다. 우리에게 의미가 있을 게 틀림없어.

에이스

근거는?

스카우트

직감.

에이스

재앙으로 인해 날려 온 폐기된 기계 설비는 황무지에서 드문 일도 아니지.

스카우트

하지만 내 직감이, 이건 절대 평범한 물건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고.

박사

무슨 얘길 하는 거야?

에이스

어, 박사.

스카우트

안녕, {@nickname} 박사.

스카우트

어제 외근 때 유랑민 마을에 갔는데, 거기서 꽤 재미있는 걸 발견했거든.

에이스

그냥 공업 폐기물이다. 서부 황무지에서 지겹게 봤지. 박사는 신경 쓸 필요 없다.

스카우트

아니 근데 그 공업 폐기물이 아직 움직이잖아. 무슨 소리도 나고 말이야.

박사

……음악인가?

에이스

저 소리를 음악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

박사

당시 상황은?

스카우트

……거기 유랑민 마을 한복판에 이상한 기계가 놓여 있었는데, 빨간 페인트칠에 아주 무거운 데다, 사람이 다가가면 이상한 소리를 냈어.

스카우트

난민들은 가까이 다가가려 하진 않았지만, 그걸 에워싸고 캠프를 짓고 있더라고.

스카우트

그때 가져왔어야 했는데, 어쩌면 켈시 씨는 무슨 기술인지 알 수도 있잖아.

에이스

돈을 주고 공업 쓰레기를 산다고? 우리가 언제부터 그렇게 한가했지?

스카우트

밴시라면 좋아할지 누가 알아.

에이스

……너희 사이에 어떤 개인 사정이 있는진 모르지만, 공사는 구분하길 바란다.

박사

얘기가 재미있어지는데.

박사

언제 한번 같이 그 유랑민 마을에 가보자. 어쩌면 나도 뭔가를 알게 될지도 모르니까.

에이스

흠, 아무래도 우리 내기의 결과가 나올 것 같군.

스카우트

그럼 약속한 거다. 전하의 일이 일단락되면 같이 가자고.

스카우트

무르기 없기야.


귀에 거슬리는 기계음 속에서 당신은 눈을 떴다.

평범한 하루.

로도스 아일랜드의 표준 거주용 선실의 천장이 보인다. 방 장식은 평범해 보이지만 배기 시스템이 가동되는 소리가 다른 선실에 비해 낮고 무겁다.

이건 수많은 특이점 중에서 가장 눈에 띄지 않는 것으로, 당신은 그 원인을 알고 있다.

간단한 세수, 이건 일반인과 다를 바 없다. 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특별 배급된 약물을 복용하는 것, 이건 일반인과 다르다.

다음은 특제 전신 방호복, 활동하기에는 불편하지만 당신의 신체 상황을 고려하면 필수적이다. 일시적인 것일지는 모르지만, 그것은 당신의 회복 상황에 달려있다.

이것들은 모두 닥터 켈시의 지시다. 켈시의 말에 따르면, 옛날의 당신이라면 켈시보다도 더 잘 알겠지만, 지금은 오직 켈시만이 당신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켈시

맞아, {@nickname} 박사. 너는 그와 다르다.

켈시

누가 우리의 동족일까?

켈시

……너의 동족은 누구지?


이 대지가 당신에게 불친절하다는 것은, 당신도 알고 있다.

아미야

아, 박사님, 일어나셨군요.

아미야

사실 더 쉬셔도 돼요. 거의 밤을 새웠잖아요.

선택지
  1. 오늘은 일 독촉을 안 하네?
  2. ……아무렇지 않아.
  3. 괜찮아, 아주 말짱해.
— 분기 합류 —
— 선택 1 —
아미야

박사님…… 제가 매일 일을 독촉하진 않잖아요. 쉴 때는 쉬어야 해요.

— 선택 2 —
아미야

음…… 켈시 선생님께서, 지금은 충분한 수면이 필요하다고 하셨어요.

— 선택 3 —
아미야

정말인가요…… 박사님, 그렇게 말짱하다고 하시니 오히려 더 걱정되네요.

— 분기 합류 —
아미야

아, 맞다. 켈시 선생님은 오늘 외출하셨어요. 그래서 회의는 내일로 미룬다고 전해 달래요.

선택지
  1. 응? 그렇다면 오늘은 스케줄이 없다는 거야?
  2. 설마 오늘은 쉬어도 된다는 거야?
— 분기 합류 —
아미야

네, 오늘 푹 쉬도록 하세요.

선택지
  1. 쉬는 날이라……
  2. ……
  3. 정말 사치스런 말이네.
— 분기 합류 —

7:33 A.M.

로도스 아일랜드 식당

아, 박사님! 좋은 아침이에요.

크루스

어? 아앗, 박사다~

선택지
  1. 좋은 아침.
— 분기 합류 —
크루스

신기하다~ 박사가 식당에서 밥 먹을 시간도 다 있다니~ 드디어 오늘은 별로 안 바쁜 거야~?

선택지
  1. 음…… 오늘은 좀 쉴 수 있을 것 같아.
  2. ……
  3. 내가 그렇게 바쁘게 살았나?
— 분기 합류 —
느와르 코르네

이거 이거~ 이게 누구야?

느와르 코르네

이 시간에 식당에서 널 보다니, 별일이 다 있네.

선택지
  1. 난 지금까지 너희 눈에 어떻게 비쳤던 거야……
— 분기 합류 —
느와르 코르네

글쎄…… 연중무휴에 잔업까지 하는 워커홀릭이랄까?

느와르 코르네

솔직히 말하자면, 조금은 쉬는 게 좋을 거야. 용문을 떠난 후로 계속 그 상태야. 몸 상하지 않게 조심해.

느와르 코르네

조금은 스스로를 소중히 여겨, 박사. 어쨌든 당시 우리는……

느와르 코르네

……아얏…… 아파! 뭐 하는 거야!

야토

말이 너무 많아.

선택지
  1. 괜찮아…… 네 말이 맞아.
  2. 나만의 목숨이 아니니, 항상 자각을 가져야지.
— 분기 합류 —
느와르 코르네

아, 아니, 박사,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니라……

느와르 코르네

아니다. 박사, 밥부터 먹어. 난 이만 갈게.

오퍼레이터들은 서서히 흩어져 갔고, 당신은 겨우 식당 한쪽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로도스 아일랜드, 익숙하면서도 낯선 장소, 명료하지만 세세하게 판별할 수 없는 기억과도 같다. 감염자 문제의 해결을 주목적으로 하는 의료회사.

당신은 과거에 로도스 아일랜드의 모든 것과 깊이 관련되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리고 당신은, 로도스 아일랜드 설립의 핵심 인물이었고, 로도스 아일랜드의 브레인이었으며, 로도스 아일랜드는 당신 의지의 연장선이나 다름없었다는 이야기마저 들은 적이 있었다.

이런 '카더라'의 일부가 서서히 진실로 밝혀지고 있지만, 그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당신은 여전히 확신할 수 없었다.

당신은 너무 많은 걸 잊었다. 로도스 아일랜드는 당신을 환영하나, 당신은 스스로가 환영받을 자격이 있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눈앞에 있는 싱겁지만 건강한 음식들로 구성된 아침식사, 이 또한 켈시의 지시임을 당신은 알고 있었다.

지난 3개월간, 당신의 매일매일은 이런 느낌으로 가득 차 있었다……

모든 것이 낯설면서 어딘지 모르게 그리운, 이런 감각은 개념상 서로 완전히 상반되지만, 확실히 당신 앞에 동시에 나타나고 있었다.

석 달 전, 돌발적인 소동과 충돌 속에서 그들은…… 로도스 아일랜드는 혼란의 중심에서 당신을 구출했다.

그 충돌로 인해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많은 사망자들은 당신을 알지만, 당신은 그들을 모른다. 사망자들은 당신에 대해 들은 적 있지만, 당신은 그들에 대해 들은 적이 없다.

당신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했고, 그 과정에서 많은 존중을 받았으며, 결국 승리를 가져왔지만, 승리는 피할 수 없는 상처와 아픔 또한 가져왔다.

그리고 지금…… 지금에 이르러서야 의문을 품는다. 거듭 자신에게 물었지만, 결코 답을 찾을 수 없었던 의문.

과연 이 모든 것들이 가치가 있는 것일까?


2:45 P.M.

로도스 아일랜드 종합 생체 처리실

지금 당신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로도스 아일랜드에서도 가장 특수한 창고다.

이 창고 안에는 인수자가 없는 물건들이 대량으로 쌓여 있다.

그곳에서 한 왜소한 체구의 페로 족 오퍼레이터가 심하게 파손된 방패를 열심히 닦고 있었다.

당신은 그 방패를 알고 있다. 또한 방패의 소유자 역시 기억하고 있다.

크고 우람한 몸집에 상쾌한 미소를 짓는 오퍼레이터를 당신은 기억하고 있다. 그는 당신의 옛 친구라고 전해 들었지만, 당신은 아무것도 모른다.

이런 식으로 반복되는 별 도움이 안 되는 말들은 싫지만, 그것만큼 지금의 상태를 가장 잘 묘사하는 것 또한 없었다.

모든 구체적인 디테일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다. 당신은 손을 뻗어 잡으려 하지만, 기억은 마치 고운 모래처럼 중력에 이끌려 심연 속으로 떨어지고 만다.

비글

바, 박사님?

비글

어떻게 여기까지……

선택지
  1. 이것은…… 에이스의 방패구나.
— 분기 합류 —
비글

네, 에이스 선배님 거예요. 제가 매주…… 닦으러 오거든요.

비글

윽, 무…… 무거워.

비글

저기, 박사님, 좀 도와주시겠어요? 너무 무거워서…… 매번 선반에 올릴 때마다 힘드네요.

당신은 도와주려고 시도했지만, 이내 당신의 힘으론 방패를 땅에서 1센티도 들지 못한다는 걸 깨달았다.

예전의 당신이라면 들어 올렸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회복 중인 몸으론 무리임이 분명하다. 전부 다 켈시한테 들었던 얘기다. 켈시한테 전부 다 들었던 얘기였는데……

비글

어, 어어! 박사님, 허리 조심하세요!

비글

휴, 아니에요. 그냥 저한테 맡겨주세요.

선택지
  1. ……도움이 못 돼서 미안하다.
  2. 그렇지만 이건…… 에이스의 방패인데, 그러니 내가……
— 분기 합류 —
비글

괜찮아요, 박사님은 로도스 아일랜드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이라고 다들 말했으니까요.

선택지
  1. 내가 도와줄게.
— 분기 합류 —
비글

알겠어요! 이렇~게, 조심하세요!

비글

핫! 됐어요.

선택지
  1. 그런데 '다들'이라니?
— 분기 합류 —
비글

네, 도베르만 교관님도 그렇고 다들 그랬어요. 정예 오퍼레이터들도요.

비글

그리고 에이스 선배님도……

비글

전에 에이스 선배님이 박사님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박사님 혼자 군대 절반의 힘에 버금간다고요. 헤헤헤.

선택지
  1. ……에이스랑 둘이 사이가 좋았어?
— 분기 합류 —
비글

네? 음…… 사이가 좋았었냐고요……

비글

에이스 선배님은 누구와도 사이가 좋은, 그런 분이에요.

비글

에이스 선배님은 의지할 수 있는 분이에요…… 예전에 훈련할 때 많은 걸 가르쳐 주셨죠. 단체 전투라든지, 협력이나 포위 돌파 방법이라든지……

비글

정예 오퍼레이터들은 매일 굉장히 바쁜데도, 선배님은 훈련장에 자주 와주셨어요.

비글

계속 생각했어요. 난 언제쯤 선배님처럼 믿음직스러워질 수 있을까 하고요……

비글은 슬픈 미소를 지으며 방패를 응시했고, 얼굴과 머리카락에는 창고의 먼지가 내려앉아 있었지만, 이 페로 족 오퍼레이터는 전혀 개의치 않는 듯했다.


당신은 창고를 빙 둘러보았다. 선반의 한 귀퉁이, 그곳에 있던 무언가가 당신의 주의를 끌었다.

각종 사진과 액세서리가 상자 안에 난잡하게 쌓여 있었고, 상자 바닥에는 색이 바랜 신분증 같은 것들도 있었다.

선택지
  1. 이건……
— 분기 합류 —
비글

아…… 이건……

비글

……

비글

박사님 아무래도……

선택지
  1. 왜 그래?
— 분기 합류 —
비글

이것들은…… 예전에 용문에 있을 때, 리유니온 멤버들이 남긴…… 유품이에요……

비글

처리실 오퍼레이터들이 오랫동안 논의해서, 결국 전부 여기에 두기로 했다고 들었어요.

당신은 몇 장의 사진을 보았다. 누렇게 빛바랜, 군데군데 더러워진 사진 속에 보이는 사람들은 대부분 우르수스인이었다.

사진에 찍힌 사람들은 대체로 남루한 옷차림이었고, 카메라를 향해 어색하거나 기뻐하거나, 굳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상자 안에 있던 은색 액세서리 뒷면에는 우르수스어로 이런 말이 새겨져 있었다……

……“우리 사랑하는 딸 야지아나야, 네가 행복하기를 바란다.”

그들 중에는 과거의 적도, 친구도 있었다.

로도스 아일랜드와 끝까지 맞선 사람도 있고, 위기 상황에서 로도스 아일랜드의 동맹이 된 사람도 있다는 걸 당신은 알고 있다.

당신은 각 사람의 사연은 알지 못하지만, 감염자의 고통은 알고 있다. 당신은 알면서도…… 모른다.

비글

가끔, 작전에 참여하는 우리 오퍼레이터들은 스스로에게 이렇게 묻곤 하죠……

비글

“우르수스도, 감염자도, 우리도 재앙을 경험했다. 하지만……”

비글

“그 모든 것이 과연 가치가 있었을까?” 라고요.

선택지
  1. ......
— 분기 합류 —
비글

아, 죄송해요. 이런 우울한 말은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하지만 여기서 와서 이 물건들을 볼 때마다……

비글

어, 어쨌든 못 들은 걸로 해주세요, 박사님…… 박사님?

선택지
  1. 아냐, 아무것도.
— 분기 합류 —
비글

앗, 벌써 세 시네! 훈련장으로 가야 해요. 늦으면 도베르만 교관님께 또 혼날 거예요.

비글

저 먼저 갈게요, 박사님! 문 잠그는 거 잊지 마세요!

페로 족 오퍼레이터는 허둥지둥 가버렸고, 창고에는 당신과 주인 없는 물건들, 그리고 천천히 흐르는 시간의 티끌만이 남았다.

당신도 이만 가려고 하는 순간, 기묘한 붉은 그림자가 시야에 들어왔다. 기묘했다. 하지만 걸음을 멈추게 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것은 단지, 이상한 붉은 기계일 뿐이었다.


3:53 P.M. 날씨 / 흐림

로도스 아일랜드 본함, 하층 구역

W

저기 말이야, 종일 이런 곳에 틀어박혀 있으면 안 뜨거워? 가끔은 위에서 기분전환이라도 하지그래?

살카즈 보일러공

이 정도 온도는 우리 골리앗인에겐 적당한 수준이에요. 그리고 설비도 누군가는 지키고 있어야 하잖아요.

살카즈 보일러공

로도스 아일랜드의 정상 운행도 다 이 동력 시스템에 달려 있으니까요.

W

그래, 너희만 괜찮다면 뭐, 좋을 대로 해.

살카즈 보일러공

가시려고요?

W

그래. 여기 계속 있어봤자 딱히 할 일도 없잖아. 켈시 그 할망구도 날 그닥 좋아하지 않고.

살카즈 보일러공

켈시 선생님이 아직도 당신이 여기에 오게 놔두다니…… 솔직히 좀 뜻밖이네요.

W

아하하, 그 할망구가 나한테 얼마나 많은 보험 조치를 해 놨는지 알아?

W

물론, 그뿐만이 아니라…… 봐, 저기 복도 있잖아. 모퉁이에 누가 서 있게?

살카즈 보일러공

……빅토리아로 가십니까?

W

그런 셈이지. 그래서 가기 전에 너희랑 얘기 좀 할까 했던 거야.

살카즈 보일러공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저희도 압니다. 그리고 말릴 수도 없다는 것도요.

살카즈 보일러공

하지만 그래도…… 빅토리아는 말입니다. 그다지 좋은 선택이 아닙니다, W.

살카즈 보일러공

제 생각에 살카즈라면……

살카즈 보일러공

후, 아닙니다. 전 그냥 보일러공이고, 당신을 말려서도 안 되겠죠. 그냥 못 들은 걸로 해주세요.

W

사실 계속 묻고 싶었던 게 있었거든? 대부분의 사람이 여길 떠났는데…… 너희는 왜 남았지?

W

너희 정도면 어디 가도 배부르고 등 따습게 살 수 있을 거 아니야?

살카즈 보일러공

……

살카즈 보일러공

전하께서 우리에게 이 집을 남겨주셨으니, 떠날 이유가 없잖아요.

살카즈 보일러공

황무지를 방황하는 것보단, 소속이 있는 게 훨씬 더 나아요.

살카즈 보일러공

게다가……

거구의 살카즈 사내는 옆에 있던 기계를 두드렸다.

살카즈 보일러공

전하께서 남긴 것은 우리가 지켜야죠. 당신이 앞으로 하려는 일과도 큰 차이가 없어요…… 알잖아요. W, 당신이 가장 잘 알지 않나요.

W

……지킨다는 게 보일러를 말하는 거야? 보일러를 집이라고 할 수는 없잖아.

살카즈 보일러공

비슷해요. W, 전 보일러를 지키는 게 바로 제 사명이라고 생각해요. 웃고 싶으면 웃으세요.

W

……내가 이런 상황에서 못 웃는다는 거 알잖아.

살카즈 보일러공

하하, 당신이 우리를 생각해 준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격스럽습니다.

살카즈 보일러공

행운을 빌게요.


W

하…… 너희들 정말.

???

……이젠 떠나야 한다.

그림자 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왔고, W는 고개를 돌려 그곳을 바라보았다. 불은 꺼져 있었고, 그림자 속에서 누군가가 여전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W

알아, 알아…… 아스카론. 사실 제일 못 참는 건 너야, 그렇지?

W

그런데 정말 '박사'나 용뿔 달린 여자를 만나게 해줄 순 없는 거야? 나 걔네랑 하고 싶은 이야기가 진짜 엄~청 많은데……

???

......

W

하, 차가운 녀석.

W

그럼 이네스는 역시 아직 살아있었던 거네? 런디니움은 지금 어떤 상황이야?

W

그리고 넌 어떻게 할 건데? 넌 옛날부터 테레시스와……

???

......

W

……하하, 알았어. 말 한마디 않고도 날 위협할 수 있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지. 넌 옛날엔 그렇게 말 없는 스타일은 아니었는데, 날 보는 게 괴로운 거야? 이만 사라져주면 되는 거지?

W

그냥 할망구한테 확인할 게 있었을 뿐이야. 아니면 나도 이런 곳에 오고 싶지 않았다고.

???

일단은 협력하겠다.

W

'협력'이라, 전혀 그런 느낌은 아니지만, 만에 하나 전쟁터에서 우연히 만났을 때 실수로 적의 적을 다치게 하지 않기 위해서야.

W

앞으론 함부로 로도스 아일랜드에 오지 않을 테니까 안심해. 몇몇 녀석들도 재미있는 눈빛을 하고 있던데, 전쟁터에 나가면 모두 그런 눈을……

???

......

그림자 속의 살카즈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것이 아스카론이 일할 때 가끔 나오는 습관이라는 것을 W는 알고 있다. 여기서 한마디라도 더 한다면, 아마 자신의 목이 베이는 소리가 먼저 아스카론의 귀에 전해질 것이다.

W

……친애하는 아스카론 씨, 넌 이제 내 상사가 아니야.

W

다음에, 런디니움에서 다시 보자고.

살카즈 보일러공

무슨 일이에요, W? 아직 출발 안 했어요? 음……

살카즈 보일러공

……이상하다, 왜 아무도 없지?


4:10 P.M.

로도스 아일랜드 본함, 하층 구역

기계가 작동하는 굉음이 로도스 아일랜드의 최하층 구역을 가득 메우고 있다. 이곳은 로도스 아일랜드의 동력 구역이다.

살카즈 족의 골리앗인 오퍼레이터가 이 구역의 운영을 담당하고 있으며, 기술 인력을 제외하고는 평일에 이곳을 찾는 사람은 거의 없다.

살카즈 보일러공과 대화를 나누던 당신은 잠시 깊은 생각에 잠겼다.

당신은 정처 없이 주변을 걷고 있었다. 지난 3개월 동안 당신은 로도스 아일랜드 구석구석 모두 돌아본 것은 아니었다.

로도스 아일랜드는 작은 이동도시처럼, 비록 규모는 훨씬 못 미치지만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

로도스 아일랜드의 내부는 보이는 것보다 훨씬 복잡한데, 그중의 하나가 바로 동력 구역이었다.

살카즈 보일러공

응? 오늘은 유난히 소란스럽네. 평소엔 여기를 찾는 사람이 거의 없는…… 음……

살카즈 보일러공

박사님?

선택지
  1. 클로저한테 들었다. 날 찾았다고?
  2. 인사부 사람한테 들었다. 날 찾았다고?
— 분기 합류 —
살카즈 보일러공

……네, 그렇습니다. 사실 계속…… 음, 당신과 대화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살카즈 보일러공

그래도 일부러 여기까지 안 오셔도 됐었는데, 보다시피 지금 저는 땀범벅에, 여긴 온도도 높으니까……

살카즈 보일러공

우선 장소를 옮기도록 할까요? 어떻습니까?

선택지
  1. 그래. 그런데 나한테 무슨 용무라도 있는 거야?
  2. ……
  3. 좋아. 그런데 왜 갑자기 나를 찾은 거야?
— 분기 합류 —
살카즈 보일러공

그냥…… 옛날이야기를 좀 하고 싶어서요. 부디 귀 기울여 주셨으면 합니다.

거구의 살카즈 사내는 손에 든 스패너를 내려놓고, 더러워진 작업 장갑을 벗었다.

그는 공구함 맨 아래층에서 작은 찻주전자와 찻잔을 꺼냈고, 그것들은 거칠고 큰 손과는 극명한 대비를 이루었다.

살카즈 보일러공

차 한 잔 괜찮으십니까?

선택지
  1. 번거롭게 그러지 않아도……
  2. 내가 지금 일하는 것을 방해하는 건 아니지?
— 분기 합류 —
살카즈 보일러공

사양하지 마세요. 여기까지 이렇게 오셨는데 뭐라도 대접해 드려야죠, 저도 막 쉬려던 참이었습니다.

선택지
  1. 그럼 사양하지 않을게.
— 분기 합류 —
살카즈 보일러공

그…… 하하, 사실 이렇게 당신과 이야기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살카즈 보일러공

기분이 안 좋아 보이는데, 왜 그러시죠? 날씨 탓입니까?

그는 당신보다 로도스 아일랜드를 더 잘 알고 있었다.

갑자기 로도스 아일랜드의 운행을 지탱하고 있는 건, 바로 이들 살카즈와 그 동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육지 항행의 키를 쥐고 있지만, 딱히 다른 곳에서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지도 않는다.

당신은 그들이 해준 모든 것에 감사해 했지만, 그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살카즈 보일러공

여기서 일하고 있으면 날씨를 전혀 볼 수 없어요. 아래층 창문으로 내다봐도 캐터필러에 감겨 올라오는 모래 먼지밖에 보이지 않죠.

살카즈 보일러공

당신이 어떤 복잡한 난제를 생각하는지 저는 모릅니다, 박사님. 전 그저 보일러공일 뿐이니까요.

살카즈 보일러공

머리가 좋은 사람도 아니고요.

선택지
  1. 나한테 뭔가 할 말이 있구나.
  2. 얘기해줘. 나도 모두와 대화를 나눌 필요가 있을 것 같아.
— 분기 합류 —
살카즈 보일러공

네, 박사님. 아미야 씨도 켈시 선생님도 당신에게 힘이 되어 주고 있으니, 그분들과 자주 소통하셔야 합니다.

살카즈 보일러공

많은 것들을…… 마음에 계속 쌓아만 두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니니까요.

선택지
  1. 입 밖으로 꺼내기 어려운 것도 많지…… 근데 넌 뭔가 아는 것 같네.
— 분기 합류 —
선택지
  1. 로도스 아일랜드에서 얼마 동안 일했지?
— 분기 합류 —
살카즈 보일러공

저야 로도스 아일랜드에 오래 있었죠, 박사님. 우린 옛날에도 아는 사이였어요. 기술직 일을 하기 전에도 당신의 지휘를 받았거든요. 기억은 잘 안 나시겠지만.

살카즈 보일러공

제가 드릴 수 있는 조언은, 무언가 할 말이 있다면 그녀들과 얘기를 나누라는 것입니다. 그녀들도 당신에게 답을 줄 수 없는 일이라면, 그 누가 또 답을 줄 수 있겠습니까?

살카즈 보일러공

(속삭이면서) 그녀에게 신뢰를 받은 사람…… 그녀에게 신뢰받은 당신, 그리고 그녀에게 신뢰받은 그녀들.

선택지
  1. 답을 찾아라…… 이건가?
— 분기 합류 —
살카즈 보일러공

……사실, 조금 전에 W를 만났어요.

선택지
  1. 어…… W가?
  2. ……
  3. 의외네. 켈시가 그녀와 로도스 아일랜드의 접촉을 허락했다는 말인가?
— 분기 합류 —
살카즈 보일러공

박사님도 눈치채셨겠지만, W는 로도스 아일랜드와…… 그리고 당신의 과거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살카즈 보일러공

플레임브링어 같은 살카즈까지 로도스 아일랜드에 나타났을 때부터, 저는 이런 날이 오리라는 걸 예상했습니다.

살카즈 보일러공

너무 신기해요. 카즈델에서 우르수스, 용문, 그리고 지금, 심지어 더 나아가 미래까지……

살카즈 보일러공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는데, 마지막엔 가장 처음 만났던 사람들이나 사건과 다시 만나게 됩니다. 그들이 남긴 깊은 영향까지도요……


6:22 P.M.

아미야

박사님, 오셨어요?

아미야

오늘 종일 안 보이셔서…… 어디 가셨던 거예요?

선택지
  1. 그냥 산책 좀 했어.
— 분기 합류 —
아미야

그랬다면 다행이네요. 적절한 휴식도 업무의 일부니까요.

선택지
  1. 하루 종일 일을 안 하면, 왠지 마음이 좀 불안해.
— 분기 합류 —
아미야

……박사님.

아미야

작은 비밀 하나 알려 드릴게요. 대신 켈시 선생님에게는 절대 말씀하시면 안 돼요.

아미야

사실 오늘 있었던 켈시 선생님의 일은 그렇게 촌각을 다툴 정도의 급한 일은 아니었어요. 게다가 일부러 외출할 필요도 없었고요.

아미야

……그냥 박사님이 요즘 너무 피곤해 보이셔서, 쉬게 하려고 그러셨던 거예요.

선택지
  1. ……그랬구나.
— 분기 합류 —
아미야

근데 박사님 뭔가 기분이 좋아 보이시네요?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었나요?

선택지
  1. 별거 아니야. 그냥 이렇게 사람들이랑 수다를 떤 게 오랜만이라서 그런 거지.
— 분기 합류 —
선택지
  1. 그러고 보니, 아미야.
— 분기 합류 —
선택지
  1. 오퍼레이터들의 유품 보관실에서 기묘한 걸 발견했어.
— 분기 합류 —
아미야

유품 보관실 말인가요…… 박사님 혹시…… 아니, 그것보다 기묘한 거라니요?

선택지
  1. 붉은색이었고……
  2. 어떤 공업용 장치 같은 건데……
— 분기 합류 —
아미야

아, 그 '적색 공업 폐기물' 말씀이시군요.

아미야

박사님은 기억 못 하실 수도 있는데…… 그건 스카우트 씨와 에이스 씨의 내기에 사용되었던 거예요. 어느 날 갑자기 두 분이 그 장치를 로도스 아일랜드로 가지고 오셨었죠.

아미야

클로저 씨가 한참을 연구했지만, 결국 아무 쓸모가 없는 물건이라 판명되어 창고에 버려두게 되었어요.

선택지
  1. 다시 한번 보러 가도 될까?
— 분기 합류 —
아미야

아…… 그럼요.


창고에 쌓인 갖가지 폐기된 기계 설비들 중에서 그 이상한 장치가 우뚝 솟아 있었다.

2미터 정도 높이의 상자 모양 장치, 표면은 붉은 페인트로 칠해져 있었으나 오랜 세월 모래 폭풍에 침식되어 심하게 마모되어 있었다.

클로저

이거야. 그런데 박사도 참 엉뚱하네. 왜 갑자기 이런 물건에 관심을 가지시는 거지?

아미야

가지고 왔을 당시에는 사람이 다가가면 상자에서 소리가 났었는데, 지금은 클로저 씨 때문에 망가진 것 같아요.

클로저

나 때문에 망가졌다니! 가지고 왔을 때부터 이 상태였거든? 난 단지 조금 '연구'를 했을 뿐이라고.

클로저

지금도 이게 대체 뭐하는 물건인지 전혀 모르겠어. 원래 뜯어 보려고 했는데, 커팅 머신 세 대가 고장나는 동안 외벽조차 못 열었다니까?

클로저

그래서…… 박사는 이게 뭔지 알아?

선택지
  1. 금고인가?
  2. ……모르겠어.
  3. 혹시 날 수 있을지도?
— 선택 1 —
클로저

금고라니…… 이렇게나 큰데, 거기다 이렇게 눈에 띄는 색을 칠하면, 오히려 더 쉽게 도둑의 표적이 될 것 같은데? 너무 멍청한 거 아니야?

— 선택 2 —
클로저

역시 박사도 모르는구나.

— 선택 3 —
클로저

……박사, 괜찮아? 너무 피곤해서 바보가 된 거 아냐?

— 분기 합류 —

당신은 이 기묘한 설비를 유심히 관찰했다. 심하게 마모된 금속 외벽에는 그 어떤 버튼도, 틈새도 없었다.

비슷한 물건을 본 적도 딱히 없었다. 적어도 지금 당신의 기억 속에서는, 본 적이 없는 물건이다.

호기심에 당신은 기계의 외벽을 가볍게 두드렸다.

클로저

엥?

아미야

바, 박사님! 조심하세요!

선택지
  1. 나, 아무것도 안 했는데?
— 분기 합류 —
클로저

그보다 일단 뒤로 물러나!

심한 잡음이 울린 뒤, 장치에서 '삑'하는 소리가 났다.

일체라고 생각될 정도로 완벽한 모양이었던 상자의 구조가 변하기 시작하며, 틈새 하나 없던 외벽이 마치 해치처럼 위아래로 열렸다.

상자 모양의 구조 내부에는 금속광택을 띤 인공물이 들어 있었다.

마모된 상자의 외벽과는 달리, 내부는 처음 만들어졌을 때처럼 너무나도 매끄러워 시간의 흔적이라곤 전혀 찾을 수 없었다.

다만, 그 인공물의 모습이 왠지 눈에 익었다.

클로저

……

아미야

……이건……

클로저

이거…… 맥주…… 맞지?

선택지
  1. 아무리 봐도…… 맥주가 맞는 것 같은데?
— 분기 합류 —
클로저

뭐야! 난 또 뭔가 더 대단하고! 더 값비싼 게 들어있을 거라고 생각했단 말야!

클로저

반나절을 애썼는데 결국 그냥 자판기잖아! 이렇게 단단하게 만들어서 어쩌자는 거야. 오리지늄 폭발에 대비라도 한 거야!?

클로저

음…… 근데 맥주 색깔이 좀 이상한데? 아무래도 좀 더 연구를 해보는 것이……

선택지
  1. ......
— 분기 합류 —
아미야

……박사님은 이게 뭔지 아세요?

선택지
  1. 아니, 그냥 잡동사니일 뿐이야.
— 분기 합류 —
선택지
  1. 중요한 건, 이게 우리한테 맥주를 제공했단 거야.
— 분기 합류 —
선택지
  1. 클로저, 이 맥주 말인데……
— 분기 합류 —
선택지
  1. ……그냥 창고에 놔두자. 에이스의 방패 옆에.
— 분기 합류 —

선택지
  1. 내기에서 이겼으니까.
— 분기 합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