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3햇빛이 비친 도시
소냐는 서로 싸우던 학생들을 단결시키고, 건달들에게 속아 넘어간 친구들을 함께 구하기로 한다. 친구들을 구하러 가던 중, 많은 학생이 벌써 건달 두목인 그로모프에게 속아 '경매'에 참여하게 됐다는 소식을 접한다. 잔혹했던 싸움과 오해를 몸소 겪은 소냐는 그로모프를 상대하기로 결심한다.
등장 오퍼레이터: 지마, 레토, 지마 더 레이징 타이드
다시 한번 말해봐요!
자, '근위군'은 레오니트의 시신을 수습할 생각이 없었어. 이번엔 잘 들렸나?
시신 수습? 레오니트는 지금쯤 따뜻한 벽난로 앞에서 멍청한 당신을 비웃고 있을 거예요!
여기서 통조림 반 캔, 장작 몇 단 놓고 싸우기나 하면서 평생 기다릴 셈인가요!
무력으로 라니아를 구출하자고 주장했을 때부터 알아봤어요. '근위군'은 뭐 하나 이룬 것 없는 쓰레기들이라는 걸!
그러면 그 관리자라는 녀석한테 가서 무릎이라도 꿇든가. 너희가 여기서 나갈 수 있을지, 아니면 그 '꼬맹이'처럼 되돌아오는지는 지켜봐 줄게.
여러분, 가죠……
멈춰!
어딜 가려고? 건달 놈들이 너희 말을 들어줄 것 같아?
역시 너희는 여전하구나……
로잘린드? 여기는 어떻게?
소냐를 찾으러 왔어. 겸사겸사 너희가 죽으러 가는 것도 막고. 이 바보들아!
흥, 저 녀석들에게 신경 써 봐야……
어제 페댜라는 녀석이 '꼬맹이'의 시신을 업고 돌아왔을 때도 옆에서 빈정거리던 녀석들이라고.
……저기는 정말 위험한 곳이야. 아마 저 건달들은 돈을 받아도 너희를 보내주지 않을 거야.
당신이 하는 말이 정답이에요? 당신이 뭔데요? '꼬맹이'가 뇌물 건네는 것을 직접 보기라도 했어요?
나는……
그 '꼬맹이'는 밥 빌어먹는 거지들도 무시할 정도의 빈털터리였어요. 근데 뇌물을 건넬 생각을 했을까요? 분명 탈출하려다 맞아서 죽은 게 분명해요.
그건 네 추측일 뿐이잖아. 자칭 '16인 의회'라고 하는 그 녀석들은 대화라는 게 전혀 통할 상대가 아니었어.
소냐…… 네가 없는 동안 편지가 왔어. 연구회의 나움이 쓴 거야.
나움 말로는, '16인 의회'의 두목인 그로모프는 대화가 통하는 점잖은 사람이라고 했어. 돈만 충분히 주면 우리를 다 내보내 준대.
그 편지 어디에 있어?
여기.
됐죠? 끝난 거죠? 우리는 이 빌어먹을 곳에서 나갈 테니까 더 이상 막지 마세요.
……잠깐만.
소냐, 아무리 당신이라도 우리를 막을 이유는 없어요!
비켜요!
그는 거칠게 사람들을 헤치며 지마의 옷소매로 손을 뻗었다.
짝! 귀청이 울릴 만큼 날카로운 소리가 났다.
뺨을 때리는 소리 때문에 마치 무슨 정지 버튼이라도 누른 것처럼, 모든 사람이 그 자리에 그대로 굳어버렸다.
정신 차려! 이 편지를 보고도 모르겠어?
허구한 날 글만 쓰는 연구회 멤버 중에 이렇게 글씨가 엉망인 애가 어디 있어? 손을 얼마나 떨었는지 글씨가 종이 밖으로 삐져나가려고 하잖아. 아마 이 녀석은 너희의 목숨을 팔았을 거야. 그래 봐야 밥 한 끼 먹은 게 전부겠지만.
이게 진짜일 리 없어……
진짜로 모르겠는 거야, 아니면 저항 말고는 이 봉쇄 구역을 빠져나갈 방법이 없다는 걸 인정하기 싫어서 모르는 척하는 거야?
……
그럼, 어떻게 하면 될까?
구해야지.
지금 이 편지랑 '꼬맹이' 일만으로도 '16인 의회'가 얼마나 위험한지는 충분히 증명됐어. 레오니트가 애들 잔뜩 끌고 죽으러 갔다는데,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지.
단 1명이라도 살아 있다면, 그 1명이라도 데리고 돌아올 거고, 다 살아 있다면 전부 데리고 돌아올 거야.
……소냐, 너도 살기 싫어진 거야?
붙잡힌 건 걔네가 멍청하고 약해서야. 걔들은 죽어도 싸……
입 닥쳐, 파데이.
동료를 비하하는 너희의 그 발언은 지긋지긋할 정도로 들었어. 다 같이 살아남으려면 지금은 뭉쳐야 해.
뭉친다고? 하하, 우르수스가 세워질 수 있었던 건, 저 물러터진 연구회 같은 놈들을 하나하나 강에 처넣은 덕분이라고!
그래서 지금 우르수스도 강에 처박혔잖아. 거기다 너까지 물귀신처럼 잡아끌고 있고, 안 그래?
……
여기서는 '근위군'도 '연구회'도 없고, 귀족도 평민도 없어.
저 '16인 의회'라고 하는 건달들에겐 우리는 그냥 나눠서 먹을 수 있는 고깃덩어리에 불과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야.
그리고 그 녀석들은 어제 '꼬맹이'를 죽였어, 아마 내일은 마치 벌레를 잡듯 우리 모두를 죽일 수도 있겠지. 근데 우린 지금 여기서 쓸데없이 말싸움이나 벌이고 있어. 녀석들이 손을 쓰기도 전에 자멸할 판이야.
그렇다 해도, 발목이나 잡는 것들은……
그렇다면 넌 어떤데, 파데이?
네가 진짜로 뭔가를 해낸 적이 단 한 번이라도 있긴 해? 아니면, 네가 말하는 그 강함이란 건 그냥 허세에 불과한 거고, 약자가 무너지는 것을 보며 부족한 네 강함을 채우는 건가?
그렇다면 그 웃기지도 않을 우월감이나 끌어안고 여기서 평생 처박혀 있어! 그러다 보면 너도 시체가 되어버리겠지!
나머지 사람들은…… 만약 이유도 모른 채 이대로 죽는 게 싫다면, 뭐라도 집어 들어. 녀석들을 박살 낼 수 있는 거라면 뭐든 상관없어.
난 너희에게 연구회를 좋아해 달라고, 아니, 누군가를 좋아해 달라고 부탁하는 게 아니야…… 하지만 지금, 다 같이 살아남으려면 반드시 나를 따라야 해!
지마가 말을 마쳤다. 공기는 얼어붙은 듯 굳어 있었고, 그 누구도 감히 그 침묵을 깨려 하지 않았다.
그때 레토는 누군가 손을 들어 올린 것을 보았다…… 한 학생이 머뭇거리며 팔을 반쯤 들어 올린 것이다. 아직 망설이는 듯한 표정이었지만, 그는 가장 먼저 반응한 사람이었다.
너는 '몽당연필'! '몽당연필' 맞지? 하고 싶은 말 있어?
나는…… 소냐 생각에 동의해.
아까 떠난 애들은 다 우리의 동지고, 친구야. 포기할 수 없어.
근데 가능하면 내 이름을 불러줘, 나는……
나도 동의해. 죽든 살든, 걔네가 어떻게 됐는지 직접 봐야겠어!
나도 찬성이야!
몇몇 학생이 잇달아 일어섰고, 이어서 더 많은 사람이 소냐 곁으로 모여들었다.
좋아. 열몇 명이면 1차 정찰대로 충분해.
아직 회의적인 사람이 많다는 거 알아. 걱정하지 마, 내가 답을 가지고 돌아올 테니까.
……나도 끼워줘.
너는……
오해하지 마. 내가 옳다는 걸 증명하고, 겁쟁이 연구회 녀석들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고 싶어서니까.
어떻게 움직일까? 지시해 줘, 소냐.
……일단, '16인 의회'의 본거지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는 경로를 찾아야……
저기, 안토샤가 물자 좀 갖다드리라고 해서요.
혹시 제가 온 타이밍이 약간 좋지 않았나요?
……정말 고마워, 마트베이. 마침 너희 캠프에 안내해 줄 사람을 찾으러 가려던 참이었어.
이따 전투가 벌어지면, 네 안전은 내가 보장할게.
저를 너무 약하게 보는 것 아닌가요, 소냐.
안토샤가 그로모프를 죽이고 싶어 하는데, 아직 본거지를 못 찾고 있어요.
그래도 몇 번 정찰한 덕에 건달들이 자주 나타나는 거점 몇 군데는 기록해 뒀……
소냐, 저 앞에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아!
제길, 놈들이 점점 가까이 오고 있어!
어떡해, 니카? 네가 제일 머리가 잘 돌아가잖아.
침착해, 예레메이, 당장은……
저 빗장으로는 오래 못 버텨!
니카, 창문 쪽은? 여기서 더 못 버티면……
……퇴로는 없어, 창밖에 2명이 쇠 파이프를 들고 서 있어.
와서 나랑 같이 이 탁자에서 버텨, 여기가 최후의 방어선이야.
니카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그녀는 반짝이는 부엌칼을 동료의 손에 쥐여 주고 두 손으로 탁자 모서리를 세게 눌렀다.
예레메이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몸으로 탁자를 받쳤다. 이마에는 식은땀이 흥건했지만, 눈빛에서는 물러날 생각이 눈곱만큼도 보이지 않았다.
어이! 안에 있는 손님들!
괜한 저항은 집어치워. 그냥 '비즈니스' 협상이나 좀 하자는 거니까.
그러니까 말이야. 밖이 영하 20도인데, 이렇게 추운 날씨에 사람 문전박대하는 게 요즘 애들의 예의인가?
문을 안 열면 '봉사료'가 좀 오를지도 몰라…… 예를 들면, 팔 한 짝 정도?
꺼져!
알려줄게, 이 방에는 오리지늄 화살이 잔뜩 있어. 죽기 싫으면 얼씬도 하지 마!
풉…… 오리지늄 화살? 들었냐, '고질병'? 오리지늄 화살이 있대!
아이고 무서워라, 하하하하……
차라리 똥통에서 보르시치를 찾았다는 게 더 믿을만하겠네, 오리지늄 화살? 적당히 해야지. 이 근처의 오리지늄 제품은 내가 다 쓸어갔다고.
좋게 말로 할 때 들었어야지, 이제 어쩔 수 없다.
숨통은 끊지 마. 죽으면 두목한테 할 말이 없으니까. '고질병', 먼저 해!
도끼가 내려 찍힐 때마다, 마치 도끼가 두 사람의 심장으로 내리꽂히는 것만 같았다. 얼마 후 문짝이 갈라졌고, 문신투성이의 더러운 손이 안으로 뻗어져 들어와 빗장을 더듬었다.
(목소리를 낮추며) 지금이야.
……의사한테나 가라, 이 '고질병'아!
그는 고함치며 무모하게 뻗어져 들어온 손에 부엌칼을 꽂았다.
으악…… 내 손! 이 자식이 진짜 칼질을 하다니!
문 부숴! 산 채로 가죽을 벗겨버리겠어!
퍼붓는 도끼질에 나무문 곳곳이 박살 났다. 눈발 섞인 찬바람이 실내로 쏟아졌고, 문 앞을 막아선 거대한 검은 그림자는 마치 절망의 벽처럼 보였다.
……잘 들어, 예레메이.
잡혀서 끌려가면 온갖 고문을 당할 거야…… 그러니까 절대 망설이지 마. 그게 내가 됐든, 네가 됐든.
……알았어.
니카, 살아남을 수 있다면, 나……
살아남으면 그때 얘기해! 온다, 목을 노려!
건달이 흉악하게 웃으며 문지방을 넘어 들어와 쇠 파이프를 치켜들었다. 예레메이는 절망감과 함께 눈을 질끈 감고, 손에 쥔 초라한 무기로 마지막 일격을 가할 준비를 했다……
하지만, 예상했던 극심한 고통은 전해지지 않았다…… 방금까지 세상 무서울 것 없던 우르수스인이 갑자기 마대처럼 날아가더니, 눈밭에 세게 내동댕이쳐져 더 이상 꼼짝도 하지 않았다.
누구야…… 으악!
이제 알겠어?
문 앞에 있던 커다란 그림자가 돌아볼 틈도 없이, 측면에서 뻗어져 나온 손은 그의 머리를 잡고 문틀에 세게 내리꽂았다.
지마가 문 앞에 나동그라진 몸뚱이를 넘어서며 손의 피를 털어냈다.
이, 이건......
어이, 동장군 등장이다.
드디어……
그녀는 흐느끼며, 잔뜩 경직돼 있던 어깨를 한순간에 축 늘어뜨렸다.
이제 괜찮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천천히 얘기해 줘. 모두가 도와줄 거야.
너희도 레오니트를 따라 나온 거야?
레오니트?
걘 벌써 죽었어……
?!
……'경매회'라고, 그 건달패거리가 만들어낸 새로운 수법.
녀석들의 두목인 그로모프가 우릴 속였어. 몸값만 충분히 치르면 풀어주겠다고 했거든.
근데 풀어주지 않았어. 거긴 그냥 도살장이었어.
그로모프는 모든 사람에게 가축처럼 등급을 매겼어. 돈 많은 귀족은 어느 건물에 가뒀고, 평민들은…… 모르겠어.
다행히 예레메이가 뭔가 수상하다고 여겼고, 바로 들어가지 않고 필사적으로 도망쳤어. 그렇게 겨우 추격을 따돌렸던 거야.
레오니트는 자신만만하게 그로모프와 '가격 협상'을 하러 갔는데……
……여기 묻힌 거야?
응, 바로 이 집 뒤에.
나랑 니카가 직접 봤어. 어떤 건달이 걔를 이리로 끌고 와서 옷이랑 시계를 벗기고 있었어.
우린 녀석들의 거점에서 탈출하는 데 성공한 줄 알았는데, 그 광경을 보는 순간 기절할 뻔했지.
니카가 쇠 지렛대를 하나를 찾아왔고, 그 건달 녀석이 방심한 틈에 뒤에서 기습했어……
그렇게 그 집에 숨어서 어찌어찌 하룻밤을 버텼는데, 이튿날 녀석의 동료들이 찾아온 거야.
난 사람을 죽였어…… 근데 그렇게라도 해야 레오니트의 원수를 갚을 수 있었어.
좀 이상하네요.
여기서 건달들 거점까지는 제법 멀어요. 가끔 약탈하러 오는 거면 몰라도, 여기에 상주하지는 않았을 텐데, 이 집도 그 녀석들의 것이라니……
하지만 그 녀석은 집 안에서 삽이랑 식량을 챙겼어. 그래서 나는……
긴장 풀어요. 그 사람은 어디에 묻었죠? 신원 확인을 좀 해야겠어요.
문 앞에 시체가 왜 이렇게 많지?
……우리 집에 무슨 짓을 한 거야?
여기가 아주머니 집이야……?
내…… 내 남편은? 혹시 못 봤니? 그냥 평범한 노동자야. 회색 솜옷을 입었어. 집에 남은 두꺼운 옷이 그것뿐이거든……
니카와 예레메이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 두 사람은 저도 모르게 근처에 봉긋 솟은 흙무덤 쪽을 바라봤다.
그, 그러니까……
……가서 파.
땅을 파자 이리저리 기운 흔적이 있는 회색 솜옷이 먼저 드러났고, 뒤이어 뺨과 이마가 드러났다…… 시신의 관자놀이에는 검붉은 구멍이 있었다.
여자는 남편 앞에 쪼그려 앉아, 녹슨 기계처럼 떨리는 손으로 그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그건 그녀가 살면서 느낀 가장 차가운 촉감이었다.
모, 몰랐어, 우린 정말 몰랐어.
우, 우린 이 사람이 '16인 의회' 약탈자들인 줄 알았어! 레오니트의 옷을 벗기고 있었다고!
약탈자? 옷?
그로모프가 죽인 사람들의 옷을 우리가 좀 챙기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니?
작업이 중단된 후로 모두가 2달 넘게 그렇게 살아왔어. 뭐가 잘못됐다는 거지?! 너희가 뭘 알아?!
너희, 너희들은 살인자야……
그런 게 아니라……
정말 미안해.
……
정말 미안해…… 이건 순금으로 만든 시계야! 그리고 여기 이 은화도…… 전부 줄게! 제발 울지 마!
정말 미안해! 이것도 있어, 건달한테서 빼앗은 것도 다 줄게.
소냐는 말 없이 품 안에서 식량과 생필품을 꺼내 여자의 앞에 내려놓았다.
멍하니 있던 다른 학생들도 저마다 자기가 찾은 물자를 꺼내 묵묵히 건넸다.
……아주머니, 우리는 얼마 전에 여기에 갇히게 돼서 이곳의 사정을 잘 몰라. 여러 폭력 행위를 목격하고 나서 모두 정신적으로 많이 불안정한 상태고.
하지만 뭐가 어떻든 간에…… 이건 우리의 잘못이니, 반드시 책임질게.
어떻게 해도 좋아, 기꺼이 받아들일게.
이 물건은 우리의 성의 표시라고만 생각해 줘…… 우리 캠프가 이 근처에 있어. 아주머니와 아이가 이 고비를 넘길 수 있게끔 최대한 도울게.
정말 미안해. 손을 쓴 건 나야, 예레메이와 소냐는 상관없어. 벌을 주려거든 나한테만……
여자가 고개를 들었다. 여자의 눈에는 텅 빈 증오만이 서려 있을 뿐, 바라는 것 따위 없는 눈빛을 하고 있었다.
여자는 돈과 금시계를 집어 든 후, 니카의 얼굴에 힘껏 내던졌다.
꺼져!!
그 더러운 돈 싸 들고 썩 꺼져! 이깟 쇠붙이 따위로 이반을 살아 돌아오게 할 수 있어?! 내 아이에게 아버지를 되찾아줄 수 있어?!
왜? 너희는 사람도 막 죽이는 녀석들이잖아! 그렇게 대단한 녀석들이 그런데 왜 그 원흉은 못 죽이는 건데?! 전부 나가 죽어버려!
……
이렇게까지 살기 힘들게 우리를 내몰지만 않았어도…… 왜 내 남편이 시체의 옷이나 벗기는 강도질을 했겠어? 우리가 왜 이 꼴이 됐겠냐고……
……알겠어.
만약 그것으로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 수 있다면, 그렇게 할게.
아주머니를 위해서도, 우리의 친구를 위해서도……맹세할게. 이 모든 사태를 초래한 그로모프는 이번 겨울을 넘기지 못하고 죽을 거야.
우선 건강을 챙겨…… 우리가 봉쇄 구역의 문을 부수면, 다 같이 떠나자.
그렇다면……
소냐, 니카 일행에게 길 안내를 맡기고, 저는 돌아가서 안토샤한테 도움을 청할게요.
알겠어.
나머지는 나랑 같이 가. 이건 우리의 사명이야.
그녀는 맥없이 주저앉은 니카를 일으켜 세우고, 학생들을 대동해 눈보라 속으로 사라졌다.
으윽, 흐으윽……
……너는, 너는 왜 아직 여기에 있지? 내 꼴이 우습니?!
제 어머니는 제가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어 강도에게 맞아 죽은 아버지를 혼자서 묻었어요……
너……
아주머니의 남편분은 강도도 아니고, 누구에게 해를 끼친 적도 없는 분이에요. 그분은 마지막 순간까지 아주머니와 아이를 위해 싸우셨던 거죠.
그 희생이 헛되지 않게, 남편분이 아주머니를 위해 쟁취한 모든 것을 가지고…… 꼭 살아가세요.
그는 여자가 집어던졌던 금시계를 꺼내 그녀의 차가운 손바닥에 힘껏 밀어 넣고, 꼭 쥐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