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6장봉
천경각 안, 좌락과 막일은 언쟁하던 중에 조금씩 사세대의 비밀을 말하게 된다. 첸은 진소천과 마주하기 어려운 진씨 가문의 과거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렇게 모두가 묻혀 있던 진실에 다가선다.
망일 이틀 전, 해시
남자는 줄지어 쓰러진 책장을 지나가면서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 책들을 주워 제자리에 놓는 데 열중했다.
“땅의 은택이 만백성에게 미치니, 이 기이한 돌을 내렸고, 하늘이 염국을 도와 괴수 쉐이를 제거하였다.”…… 이 천년의 역사라는 건 과연 하늘이 내린 복인가, 아니면 우연의 일치인가?
좌 공자님, 그리고 첸 씨……
오늘 그 증표를 가지고 천경각에 온 게 하필 그분들이라니……
이걸 우연의 일치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난리가 났네…… 대체 무슨 일이죠?
누군가가 가벼운 걸음으로 천천히 다가와 몸을 굽혀 책 한 권을 집어 들었다.
양 대인.
영 소저…… 어째서 아직 이곳에?
저도 예부의 관리라는 걸 잊어버린 모양이군요. 이런 시기라면, 백성들이 모두 대피하기 전까지 이곳을 지켜야 하는 것이 우리의 도리입니다.
맞는 말입니다……
백조의 백성들은 모두 대피했습니까?
대피 작업은 거의 끝났고, 백조는 곧 해체될 거예요.
그래도 불안하네요…… 그렇지 않나요?
……
어쩌면 양 대인께서도 궁금하시겠죠. 제게 좌천된 일을 알리지 않았는데, 양 대인이 여기에 있는 걸 제가 어떻게 알았을까요?
……
……어제 밤새도록 비가 내렸습니다. 하지만, 영 소저의 옷은 너무 얇군요……
……
남자는 난장판을 정리해 작은 공간을 만들었고, 두 사람은 그렇게 바닥에 앉았다.
부끄럽지만, 천경각은 정말 오랜만이네요.
영 소저께서는.… 천경각의 단골손님이셨죠?
학궁에서 공부하는 학생 중에 안 그런 사람이 있었을까요?
그때는 하늘을 찌를 정도로 쌓인 책을 보면, 머리가 아플 뿐이었죠.
하지만, 지금 보니…… 천경각은 정말 세상과의 다툼이 없는, 보기 드문 낙원일지도 모르겠네요.
영 소저, 영 대인의 일은 들었습니다……
정말 유감입니다……
……
할아버지는 자신이 믿는 도의를 위해,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셨어요.
할아버지께서 그 비밀을 그렇게 오랫동안 지켜온 건, 단순한 사심 때문이 아니라 가문의 후손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기도 했죠.
그래서 저도 할아버지를 비난할 수 없었고요.
물론 그게 할아버지께서 본인의 행동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사실을 바꿀 수는 없겠죠.
영 소저께서 그 일을 마음에서 내려놓으셨다면…… 그걸로 됐습니다.
오해하신 것 같은데, 그 모든 걸 쉽게 내려놓을 수 있었다는 뜻은 아니에요.
저는 제가 할아버지의 후광을 업고 출세했다는 걸 부인한 적 없어요…… 다른 사람들 눈에는 지금 영 씨 가문의 처지가 얼마나 우스울까요……
……이건 양 대인께만 드리는 말씀이에요.
어떻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제가 보기엔, 지난 몇 년간 영 소저께서 세운 공적 중, 그 무엇 하나 거짓된 것은 없었습니다.
저는 믿습니다. 영 소저께서……
근데 어쩌면, 당신만 믿어주는 걸지도 모르겠네요.
……
할아버지께서는 궁에 들어가면 아무나 쉽게 믿어서도 안 되고, 쉽게 믿음을 살 수 있다고도 생각하면 안 된다고 하셨어요.
그 말을 확실히 마음에 새기긴 했는데…… 상촉에서 당신을 처음 봤을 때 어쩐 일인지 잊고 말았어요.
저는 드디어 나와 같은 길을 가는 사람을 만났다고 믿었어요.
황송할…… 따름입니다.
보세요…… 당신은 언제나 그런 식이죠.
저는 당신의 정직함과 당당함을 좋아했지만, 매사 남을 멀리 밀어내며 독단적으로 구는 모습은 싫었어요.
하지만 나중에 깨달았어요. 만약 당신이 항상 저를 좋게 봐줬다면, 당신은 '양현'이 아니었겠죠.
제가 할아버지를 비난할 수 없는 것과 같아요. 제가 어떻게 당신을 원망할 수 있겠어요?
……
저는 근면하고 정직하고 꾸준하기만 하면 성취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오랜 세월을 보내며 제 무능함을 깨달았을 뿐입니다.
조부께서 하신 말씀은 지극히 옳습니다. 하지만, 전 저의 초심과 제 이상을 믿을 수 없게 되는 것이 너무 두렵습니다.
제가 감히 모든 일에 공명정대할 수 있다고 자부할 수는 없습니다만…… 그 떳떳하지 못한 일들과 영 소저는 아무런 연관이 없어야 합니다.
이제 '떳떳하다'라는 말로 제가 당신을 위로할 차례일까요?
우리 모두 이미 각자가 믿는 공정함에 따라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어요.
어쩌면 우리는 결국 아무것도 바꿀 수 없을지도 몰라요. 내일 해가 뜰 때, 이 도시는 먼지가 되어 사라져 있을지도 모르죠……
그렇다면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제 마음에 한 점 부끄러움 없습니다.
……
밤이 깊었다.
유구한 역사를 품은 도서관은 아직도 몇몇 오랜 제도를 보존하고 있었다. 모든 것이 고요한 가운데 물시계 소리만이 똑똑 울렸다.
두 사람은 손을 꽉 맞잡았다.
적막한 연못은 파문이 일고, 퇴락한 처마는 침묵에 잠기니, 관복을 차려입고 영광을 누리던 그때가 떠오르는구나.
망일 하루 전, 자시
글자 창괴가 나타나는 빈도가 줄어든 것 같습니다.
이 창괴들은 정말 당신 말대로 쉐이의 호흡일까요……?
아까 말할 때는 안 믿더니.
어쨌든, 지금 기회에 반드시 꼭대기까지……
음…… 여기서부터는 천경각이 외부에 개방하지 않는 구역이야.
……어떡할 생각이죠?
이 창괴들은 때려눕히면 다시 글자가 돼.
만약, 이 글자 창괴들이 천경각에 소장된 고서에서 나온 것들이라면, 이것들을 전부 해치우면 숨겨진 염국의 비밀을 볼 수 있지 않을까?
네……?
함부로 움직이지 마십시오!
어디 보자, 이 글자들을 조립하면 어떤 엄청난 비밀이 나오려나?
이게 뭐지? '상', '다, '최', '수'…… 참나, 재미없네.
천경각 맨 위 3층은 금지 구역이지만, 임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침입한 겁니다.
쓸데없는 짓은 하지 마십시오.
하아, 너는 네가 도적이랑 한배를 탔다는 걸 아직도 인정하기 싫구나?
당신이 뭐라든 신경 안 쓸 겁니다. 제가 뭘 하는지는 잘 알고 있으니까요……
내가 보기엔 아직 모르는 게 많은 것 같은데.
이 건물은 백조가 이동도시가 되고 나서 가장 먼저 준공된 건물 중 하나였어. 당시에는 모든 백성에게 개방된 도서관으로 사용됐는데, 천경각에 금지 구역 같은 게 있다는 말은 들어본 적 없어.
120년 전, 그 대리인이 죽고 그 파급으로 많은 역사책과 고서 속의 글자들이 식별하기 어렵게 변해버렸어.
원래는 사세대에서 철저하게 연구할 계획이었지만, 서적이 너무 많았던 거지. 그래서 천경각 꼭대기 층에 구역을 따로 마련해 사세대에 연구용으로 빌려줬어.
수십 년이 지나고 나서야 그 환란에 대한 논의가 거의 마무리됐고…… 그 무렵부터 이곳도 낡은 책을 봉인해 두는 창고가 됐지.
참 어이가 없네, 금지 구역은 무슨…… 만약 진짜 지식이라면 떳떳하지 못할 게 뭐가 있다고?
아는 게…… 꽤 많군요.
아마 너보다 좀 더 많을걸.
……당신이 말한 것들, 사세대에서는 비밀이 아니겠지만 저는 처음 듣는 얘기입니다.
제 공부가 아직 모자란 거겠죠.
너…… 하아…… 진짜 답답해서 사람 속이 터질 지경이네.
망산 마을에서 만난 그 백발의 페로는 네 친구야?
운청평…… 말입니까?
어, 그 이름이었던 것 같아.
그 친구는 무공도 못 하고 약해 보이긴 했지만, 생각은 꽤 열려 있어서 대화가 제법 흥미로웠어.
친구한테 좀 배우지 그래?
운청평 씨는 똑똑한 분이니까요. 하지만 저라고 당신한테 그런 소리를 들을 이유는 없습니다!
하하하……! 너 말이야, 관리처럼 딱딱하게 굴지 않을 땐 제법 인간미가 느껴진다니까.
막일 씨, 당신은…… 왜 산해중에 들어간 겁니까?
……무슨 대답을 기대하는 건데?
어릴 때 집안이 망해서 떠돌다 보니 도적 무리에 휘말려 들어갔고, 지금껏 개과천선할 기회만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 좌 공자께선 이런 대답을 기대하는 건가?
진부한 얘기라고 생각하지 않아?
제가 무슨……
……마음대로 생각하세요.
약탈을 일삼는 산해중은 좋은 놈들이 아니야. 죽어 마땅한 놈들은 죽여야 하는 법이지.
근데, 내가 제일 싫어하는 건 입으로만 인의를 외치는 놈들이야. 자기가 얼마나 도덕적인지 떠들어대지 않으면 좀이 쑤셔서 못 사는 녀석들이지.
마치 본인이 태생부터 남들보다 정의롭다고 생각하는 위선자들!
제가 그것보다 더 궁금한 건…… 어떻게 이 계원에서 가져온 증표로 염국과 쉐이 사이의 전쟁을 막을 수 있다고 확신하신 겁니까?
나야말로 묻고 싶은데. 너는 사세대에 몸담은 시간이 짧지도 않을 텐데, 사세대가 가장 깊숙이 숨기고 있는 비밀이 뭔지 궁금한 적 없었어……?
그 대리인이…… 죽은 경위 같은 것 말이야.
……
아무래도 궁금하지 않았던 게 아니라 궁금해도 답을 얻을 수 없었던 것 같네.
그걸로 설명되지 않아? 네가 생각하는 사세대는 아주 공정한 사람들인데, 왜 그 일이 비밀에 부쳐졌을까?
왜 그러시죠?
아니야……
방금 아무 소리 못 들었어?
정말 이상한 사람이네요. 조금 전부터 계속 넋이 나가 있는 것 같아요.
설마 그 창괴들 때문에 머리가 어떻게 된 건 아니겠죠? 그렇게 되면 저도 어쩔 도리가 없어요.
고맙지만, 그 정도까지는……
그냥…… 내가 마치……
여기에 처음 온 게 아닌 것 같아……
전에 꿈에서 이곳을 본 것 같다고 했는데, 설마 방금 또 꿈을 꾼 건가요?
……어쩌면.
방금…… 두 사람이 여기에서 '정의'니…… '공정함'이니 하면서 언쟁하고 있었던 것 같아. 기억이 잘 안 나네.
그렇다면 분명 환청일 거예요. 이곳의 책들은 대부분 오래된 역사책이라, 어쩌면 지금의 이변에 관한 단서가 있을지도 모르죠. 그런데 공정함은…… 훗, 그런 건 여기 있을 리 없고요.
그 두 사람은 눈에 보이고 만질 수 있는 '공정함'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던 것 같아……
맞는 말이네요.
그 얘긴 일단 됐고, 물건부터 찾아요. 어쩌면 여기서 당신 아버지의 책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 책이 여기에 남아 있을까?
정말로 자신의 출생에 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군요.
……
그렇다고 당신을 탓할 수는 없어요. 당신이 백조에서 자란 것도 아니니까. 따지고 보면 원래부터 당신과는 상관없는 일들이기도 하죠.
……나한테 엄청 화를 낼 거라고 생각했는데.
화가 나는 건 사실이지만, 침착하게 생각해 보니 그 분노는 당신에게 쏟아내야 할 것들이 아닌 것 같더군요.
저는 그냥…… 아니, 됐어요.
《백조세양잡조》…… 역시 태조부터 대대로 내려온 책이군요.
“……새 군주가 왕위를 계승하니, 만백성이 받들었다. 백성들 모두가 선왕의 덕을 그리워하며 마을마다 모여 제사를 지내니, 흰 깃발이 구름처럼 펄럭였다. 백성들의 마음에 희망이 깃들었고, 태평성대가 도래하고 나라가 영원히 견고할 것을 믿었다.……”
여기에는 백여 년 전, 전대 진룡이 막 즉위했을 때의 일이 적혀 있네요.
그렇게 오래된 일이 우리가 지금 찾으려는 거랑 상관이 있을까?
그 진룡은 평생에 걸쳐 아주 많은 업적을 남겼어요. 백조를 이동도시로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이 천경각도 진룡의 명령으로 만든 것이죠.
하지만 우리 둘 다 그의 시대에 살아본 적이 없으니…… 생각해 보면, 그 사람이 당신의 외조부가 되겠네요.
……
이 책의 서문은 정말이지…… 미화하기 바쁜 느낌이네요.
백조 주변 지역의 기록, 백조의 인구 데이터를 봐도…… 그때의 민심과 여론은 이렇게 안정적이지 않았어요.
결국 후세에 전해지는 건 단 한 사람의 공적뿐이야.
어디가 됐든, 이런 일은 흔히 일어나는 것 같아.
그 폐하의 혈통인 당신이 그런 말을 하다니, 오히려 이상하게 느껴지네요.
“백조가 완성되자, 황제는 비밀 서고 곳곳에 있는 서적들을 한곳에 모았다.”
“……학사들이 밤새 촛불을 켜고 편찬하였다. 민간의 옛이야기들을 모두 검증 및 보완하고, 흩어졌던 옛 문서들을 다시 온전하게 만들었다.”
여기도 이상해요. 태사각이 온 힘을 다해 흩어진 역사 문헌을 수집한 건 그 대리인이 죽은 이후의 일이었어요. 백조가 건립된 것과는 적어도 10년은 차이가 날 텐데.
하지만, 여기는 아주 모호하게 적혀 있어요. 늘 학문에 엄격했던 우리 조상들이 어떻게 이런 실수를……
아니면…… 그 사람들이 남긴 것조차도 누군가에 의해 삭제되고 고쳐진 걸까요……
……
첸은 주변의 변화를 경계하느라 옆에 있는 사람이 중얼거리는 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했다.
첸은 사실 진소천에게 최대한 빨리 움직이자고 말하고 싶었지만, 진소천의 쓸쓸한 표정을 보니 말을 꺼내기 어려웠다.
이제 와서 물어보는 거긴 한데, 네 그…… 백조에 있었던 가족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진씨 가문은 사관 가문이었어요. 약간의 명망은 있었지만, 존경받았다고는 할 수 없었죠. 사관으로서 어쩔 수 없이 남의 미움을 사는 일들을 해야 할 때를 제외하면, 대체로 세상과 다투지 않는 집안이었어요.
제가 기억하는 건, 아버지가 말했던 이 얘기뿐이에요. 진씨 가문이 공주와 혼인한다는 소식을 알게 된 후, 온 집안이 큰 어려움을 겪었다는 이야기였죠.
그 당시, 집에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던 사람은 사촌 오빠뿐이었어요. 물론, 사촌 오빠 말고도 다른 사람 모두 그 혼인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알고 있었지만, 우리에게 거절할 힘은 없었죠……
이후, 염경공주는 용문에서 병환으로 세상을 떠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촌 오빠도 병으로 세상을 떠났어요.
그 일을 빌미로 폐하가 진씨 가문을 난처하게 만드는 일은 없었지만, 공주 집안에서 생긴 불화에 대한 얘기가 온 조정에 퍼졌어요. 공주를 박대했다는 오명을 뒤집어쓴 이상, 진씨 가문이 경성에서 겪을 일은 불 보듯 뻔했죠.
그건 어머니의 뜻이 아니었어……
……웨이 옌우의 뜻이었다고도 할 수 없지.
그때의 저는 아직 어려서, 직접 본 거라곤……
조회에서 돌아온 집안 어른들이 길고 짧은 한숨을 내쉬는 모습, 마음의 근심으로 병을 얻은 사람들, 소식이 묘연해진 형제자매들 정도였죠……
모두가 근심에 빠져 있었지만, 당시의 저는 이게 무슨 일인지조차 몰랐어요.
아버지는 여러 차례 집을 옮겨 다니며 집의 재산을 내다 팔았고, 급기야 온 가족이 백조를 떠나게 되었어요. 그때까지도 아무도 제게 이유를 알려주지 않았죠.
그 뒤의 일은…… 흠, 사실 제가 이 천경각의 전수관이 된 이후로, 역사를 기록하는 일이 제 세대에서 끊어지게 두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던 적도 있죠.
처음에는 이 전수관이라는 직책에 불만이 없었어요. 어차피 기계로 대체되어버린 한직에 불과했고, 동료들 역시 살가운 편은 아니었지만, 높은 사람에게 아부하고 낮은 사람을 짓밟는 그런 부류는 아니었으니까요.
그래서 생각했죠. 결국 남는 건 시간일 테니, 우리 가문의 역사부터 다시 쓰자고.
근데, 어쩌면 전수관이라는 직책이 너무 보잘것없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역사를 쓰기 시작하고 난 뒤로 마치 끝도 없는 안개 속으로 뛰어들기라도 한 듯 점점 더 혼란스러워졌어요.
저는 우리 가문이 법도를 어기지 않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지만, 제가 찾아낸 모든 역사 자료에는 전부 우리 가문이 얼마나 오만방자했는지만 쓰여 있었어요.
아직 살아있는 사람들을 찾아가 직접 본 걸 알려달라고도 했지만, 그들은 제 성과 이름을 듣고는 저를 피할 뿐이었죠.
물론, 가끔 저를 만나주려는 사람들도 몇몇 있었지만, 돌어오는 건 아주 사무적인 답변이었어요. 사과는 아주 많이 했지만, 그때의 일에 대해서는 절대 발설하지 않았죠……
그렇게 저는 이 일에 10년이라는 세월을 허비했어요. 그러다 결국 저조차도 우리 진씨 가문이 공주를 학대했고, 합당한 벌을 받았다고 믿을 지경이 돼버렸어요!
하지만 저는…… 알고 있어요. 그것들은 분명 사실이 아니에요!
그렇다면 저는 뭐죠? 진씨 가문은? 돌아가신 제 부모님은요?
……대체 역사라는 게 뭐죠?!
나는 역사가 진실하게 기록되어야 한다는 것만 알아. 내게 있어 그것은 정의지.
고마워요.
네가 고치고 싶은 가문의 역사는……
솔직히 말하면…… 나는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그분들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어.
웨이 옌우도 저 모양이니, 다른 사람에게 내 부모님이 어떤 분이었는지 설명하기는 어려웠어. 편의상 가끔은 웨이 옌우와 아버지의 이미지를 섞어서 아무렇게나 말해야 했고.
내 기억 속, 어머니는 단 한 번도 웃은 적 없던 사람이야. 아버지에 대해서도 좋은 인상은 별로 없지.
……
솔직히 너무 상상하기 어려워. 온전히 타인에 의해 결정되는 삶…… 있지도 않은 책임과 명예에 의해 결정되는 삶을 살아간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모든 일이 너희에게 불공평했어, 물론 그 사람들에게도…… 불공평했고.
이 세상은 과연 누구에게 진정으로 공평하고 공정한 것일까……
누군가가 나에게 말했어. 우리가 찾는 공정함은 과거에 있지 않다고…… 하지만 우리는 그 과거의 일들을 잊어서는 안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