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아테누스 복수록

ME-8신탁의 계시

사이드 스토리작전 후2026-06-22

케레세이라의 리라 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광장의 세 사람은 신탁을 받는다. 산꼭대기의 녹은 눈은 계속 흘러, 언젠가 꽃과 갈대를 그들의 고향으로 데려갈 것이다.

등장 오퍼레이터: 팔라스, 티티, 바르카리스


크산토스

(오랫동안 잊고 있었군. 이 몸속에 아직 피가 흐르고 있다는 감각을.)

크산토스

(전장을 떠나고, 고향을 등진 이후로……)


출혈이 그의 시야를 흐려놓았고, 눈앞의 모든 것이 희미하게 변해갔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두 눈을 감았다.

귓가에 리라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지만, 어디서 들려오는 소리인지 알 수 없었다.

필사적으로 눈을 떴을 땐 완전히 다른 광경이었다. 몸은 마치 떠있는 것 같았고, 주변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마치 어떤 환상, 또는 다른 공간에 들어온 것만 같았다.


포로가 된 미노스인

난 결코 사르곤 놈들에게 협력하지 않는다! 네놈들이 아무리 심문하고, 고문하고, 괴롭혀봤자……

포로가 된 미노스인

내 입에서 유격대 정보를 캐낼 생각은 꿈도 꾸지 마라!

사르곤 경비

그 말은 유격대가 있다는 뜻이군. 안 그랬다면 그냥 없다고 말했을 텐데.

포로가 된 미노스인

……*미노스 욕설*!

사르곤 경비

왜 그리 화가 났어? 미노스인이라면 이런 사변을 좋아할 줄 알았는데. 내가 본 영웅 이야기에는 다 그렇게 나와 있었어.

포로가 된 미노스인

친근한 척이라도 하지 마라! 난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

사르곤 경비

……긴장하지 마. 그저 잡담일 뿐이야. 나도 심문할 생각은 없거든.

사르곤 경비

하지만 여기서 시간을 좀 때우지 않으면, 나가서 바로 혼나거든. 나도 어쩔 수 없어.

포로가 된 미노스인

……

사르곤 장교

마샤예르, 뭐 하는 거야! 포로 심문 이런 간단한 일도 할 줄 모르나?!

사르곤 경비

아아! 지금 하고 있습니다.

사르곤 장교

쓸모없는 놈. 저런 것도 귀족이라고, 퉷!

포로의 눈앞에서, 경비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바닥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의 상관은 그저 얼굴을 내밀어 호통만 지를 뿐, 그대로 등을 돌려 가버렸다.

두 사람은 그런 광경에 완전히 익숙해진 듯 보였다. 상관은 평소에도 몇 번이고 경비를 욕하며, 그에게 악의를 퍼부어 왔다.

창백한 얼굴에 야윈 체격, 나긋나긋한 말투의 젊은 경비는 마을 사람들 인상 속의 사르곤인과 많이 달랐다.

하지만 절대 방심할 수는 없다. 포로는 그렇게 되뇌었다.

사르곤 놈들은 하나같이 비열한 족속들이다. 어쩌면 이것조차, 놈들이 짜고 치는 연극일지도 모르니.


사르곤 경비

아무튼 나는 심문하는 시늉이라도 해야 해……

사르곤 경비

부탁이니…… 아무 얘기나 좀 해줄 수 없을까?

포로가 된 미노스인

아무 얘기? 그럼 쉬지 않고 네놈을 욕해주지.

사르곤 경비

……다른 걸로 부탁해. 이 답답함과 부자유를 잠시나마 잊을 수 있는, 좀 더 아름다운 걸 말이야…… 너희 미노스의 영웅 이야기를 들려줄 수 없을까?

사르곤 경비

내가 고서를 좀 모아서 너희들의 전설을 어느 정도 알고는 있어. 하지만 사르곤에서 그걸 모으기란 여간 쉽지 않아서 말이야.

포로가 된 미노스인

……


사르곤 경비

그 이야기는…… 그저께 들려줬잖아. 나 전부 기억해.

포로가 된 미노스인

쳇.

사르곤 경비

뭐 새로운 거 없어? 좀 더 떠올려 봐!

포로가 된 미노스인

(상관을 속이기 위해 시늉만 하는 게 아니었나? 갑자기 왜 진지하게 받아 적고 있는 거지?)

포로가 된 미노스인

(어떻게 이렇게 미노스 영웅의 전설을 좋아하는 사르곤인이 있는 거지? 이 녀석,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사르곤 경비

겨우 100개밖에 못 적었어. 영웅의 고향인 미노스라면, 분명 더 많은 전설이 있을 텐데?

포로가 된 미노스인

(나를 도발하는 건가. 내가 그렇게 쉽게 속을 줄 알아? 퉤!)

사르곤 경비

어릴 적 노인에게 들었던 단편적인 이야기라도 상관없어. 완벽하지 않아도 되고,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가 아니어도 좋아.

사르곤 경비

좀 더 떠올려 봐. 사르곤 소녀가 미노스를 동경할 만한 이야기를…… 그런 이야기가 분명 있겠지?

포로가 된 미노스인

(*미노스 욕설*, 이 자식 이렇게까지 말한다면……)

포로가 된 미노스인

(쳇, 대충 지어내지 뭐. 어차피 *미노스 욕설* 사르곤인은 구분도 못 할 텐데.)

포로가 된 미노스인

좋아. 그러면 침묵의 영웅 시오피의 이야기를 들려주지.


그건 포로 인생에서 가장 기묘한 경험이었다. 말해봤자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그는 이 일을 가슴속에 영원히 묻어두기로 했다……

이곳에서 무사히 나갈 수만 있다면 말이다.


포로가 된 미노스인

성가신 녀석 같으니, 드디어 오늘 분량 다 채웠네.

포로가 된 미노스인

참 나, 설마 나한테 이런 이야기를 지어내는 재능이 있었을 줄이야. 여기서 나가면 음유시인이라도 해서 먹고살 수 있겠는데. 훗!

포로가 된 미노스인

나갈 수만 있다면……

포로가 된 미노스인

문이…… 약간 열려있는 거 같은데?

포로가 된 미노스인

이 자식, 설마 문 잠그는 걸 깜빡한 건가?


별하늘을 보는 것은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도망친 순간, 포로는 잠시 넋을 잃었다.

이렇게 탈출한 건가? 다시 자유를 되찾은 것인가?

사르곤 장교

이 쓸모없는 놈! 매일 그 미노스인의 감옥을 드나들면서, 유격대 정보는 하나도 캐내지 못했단 말이냐?

사르곤 경비

죄, 죄송합니다. 매일 하는 말이 달라져서요…… 적어두긴 했지만, 다 가짜 정보일 것 같습니다……

사르곤 장교

역시 네놈은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어! 이 무능한 녀석 같으니!

사르곤 장교

내일 내가 심문할 때는 너도 동행해라. 사르곤 아미르군의 방식이 어떤 건지 똑똑히 배워두도록!

사르곤 경비

예, 예……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멀리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경비와 상관의 대화 소리에 포로는 긴장하며 풀숲을 헤치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하지만 그 움직임은 결국 사르곤인의 주의를 끌고 말았다.

사르곤 장교

포로가 어떻게 도망친 거지?!

사르곤 장교

마샤예르, 이 쓸모없는 놈, 당장 쫓아라! 못 잡아 오면 너는 죽은 목숨이다!

등 뒤에서 그 비쩍 마른 경비가 몸에 맞지 않는 갑옷을 입고 달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포로는 오히려 안심했다.

이 미노스인의 땅에서 사르곤인 한 명이 자신을 붙잡을 수 있을 리 없다. 그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사르곤인의 영지를 벗어나는 마지막 순간, 그는 마침내 뒤를 돌아봤다.

저 머리, 그 허약한 경비가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어느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았을지 모를 화려한 갑옷이, 오히려 족쇄가 되어 아무리 바둥거려도 좀처럼 일어나지 못했다.

혹은…… 일어나서 자신을 쫓을 생각이 없었던 게 아닐까?

그 문은 그가 잠그는 걸 잊은 것일까, 아니면 일부러 살짝 열어둔 걸까?

포로는 알 수 없었다.

그가 확신할 수 있는 건, 사르곤 영지에서의 경험과 어딘가 우스꽝스럽게 보였던 그 사르곤인을 결코 잊지 못할 거라는 사실뿐이었다.


크산토스

……

크산토스

(지금 본 게…… 뭐지……?)

티티

그건…… 제 아버지입니다.

크산토스가 놀라서 돌아보자, 그곳에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과거의 환영 속에 나타난 사르곤인 여성이 있었다.

그녀도 놀란 표정이었지만, 놀라움 외에도, 슬픔과 그리움 또한 섞여 있는 것처럼 보였다.

티티

아버지는 미노스에 온 적이 있었고, 아미르군에서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탓에 사르곤으로 송환되었죠. 원래라면 더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했겠지만, 마샤예르 가문의 마지막 잔광이 결국 아버지를 지켜줬어요.

티티

아버지는 평소에도…… 무엇 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분이었기에, 징병된 후 실수를 저질렀다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게다가 미노스에서의 경험에 대해 줄곧 입을 굳게 다물고 계셔서 저도 깊이 묻지 않았어요…….

티티

설마…… 어릴 적 아버지의 무릎 위에서 들었던 미노스의 영웅 이야기가 이런 식으로 탄생한 것이었다니.

크산토스

……그 사람은 내가 아는 사르곤인과는 전혀 달랐다.

티티

네, 아버지는 늘 나약했고, 누가 면전에서 대놓고 모욕해도 대꾸조차 하지 못하는 분이었어요…… 그렇게나 영웅 이야기를 사랑했는데, 어째서 조금도 영웅답지 않은 걸까? 저는 줄곧 의아했죠.

티티

이런 거였구나…… 그래서 아버지는 언제나, 30년 동안 비밀을 지켜낸 침묵의 영웅 시오피의 이야기를 들려주셨던 거군요…….

크산토스

그는 영웅의 씨앗을 당신의 마음속에 심은 거다.


파디샤 케리

자네에게 거는 기대가 크네, 메제티케티 나수투 마샤예르 양.

티티

영광입니다.

파디샤 케리

내가 왜 이렇다 할 실적도 없는 젊은이를 사르곤 사절단의 책임자로 임명했는지, 자네는 알겠나?

티티

물론 깊은 뜻이 있으시겠죠.

파디샤 케리

자네는 아버지보다 훨씬 영리하군.

파디샤 케리

자네 마샤예르는 원래 우리 영내에서도 명문가라 불릴 만한 가문이었고, 그 집안의 어르신들과도 예전에는 꽤 친밀한 사이였지.

파디샤 케리

그런데 설마 자네 아버지가 가문을 이어받게 될 줄이야. 몸은 약하고 평소엔 놀러만 다녀서 그야말로 쓸모가 없었지. 보기에도 참으로 한심했어!

파디샤 케리

그래서 일부러 아미르군에서도 편한 직무를 주어 미노스에 파견했거늘, 그 결과가 어떤가? 하마터면 군사 재판에 회부될 법한 문제를 일으키고 말았지.

파디샤 케리

이번에 다시 미노스에 사람을 보내게 되어, 자네를 떠올린 것이네.

파디샤 케리

메제티케티 양이라면 아버지보다 훨씬 우수하겠지. 그저 리라를 미노스에 전달하고, 원래 우리 사르곤의 물건인 도면 몇 장과 교환하는 임무 정도야 차질 없이 완수할 수 있을 테니.

파디샤 케리

가문의 명성을 다시 사르곤에 떨치기 위해서라도 잘해줄 수 있겠나?

티티

예! 저는 미노스의 영웅 이야기를 사랑하고, 어렸을 때부터 현실에서의 진정한 영웅적 기개가 무엇인지 알고 싶었습니다. 미노스와의 친선 교류라면 안심하고 제게 맡겨 주세요!


티티

출발 전, 파디샤는 겉치레뿐인 좋은 말만 늘어놓았고, 저는 왜 저를 사절단 대사로 임명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죠.

티티

지금 생각해 보니, 어쩌면 무슨 일이 생겨도 손쉽게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네요.

티티

그 '도면 몇 장'에 그렇게 상세한 기록이 있는지.…… 저는 몰랐어요.

티티

파디샤가 말한 마샤예르 가문의 부흥 같은 건, 솔직히 전혀 신경 쓰지 않아요.

티티

제가 여기에 온 건 그저, 제가 항상 궁금해하고 동경하던 이 땅을 직접 보고, 낭만적인 전설을 좇고 싶어서였을 뿐이에요……

티티

그리고 어쩌면, 아버지에 관한 답을 알고 싶어서였을지도 모르겠네요……

티티

아버지가 말했던 영웅의 고향은 대체 어떤 모습인지, 영웅적 기개라는 건 대체 무엇인지…… 그걸 알고, 탐구하고 싶어서 미노스에 왔어요.

크산토스

……그래서 지금, 답을 얻었나?

티티

그런 것 같아요. 크산토스 씨, 당신은 어떤가요?

크산토스

……나는……

팔라스

크산토스, 저도 예전엔 당신이랑 같았어요.

크산토스

팔라스?! 당신까지……

팔라스

저는 이 눈으로 지켜보고, 이 귀로 들어왔습니다. 동포가 전우를 지키기 위해 사르곤인에게 찔려 죽는 모습을. 작은 마을에서 부상병이 어쩔 수 없이 사지를 절단하며 울부짖는 목소리를.

팔라스

증오는 저와 당신, 모든 미노스인의 마음속에 흐르고 있었어요.

크산토스

……지금도…… 내 마음속에는……

팔라스

알아요.

팔라스

그런데 크산토스, 우리가 왜 이렇게 술을 좋아하는지 생각해 봤어요?

팔라스

좋은 술 자체의 향과 그것이 상징하는 풍요의 기쁨, 그리고 우리에게 주는 영감과 환희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팔라스

그 외에도……

팔라스

어쩌면, 일시적인 망각을 주기 때문일지도 몰라요.

팔라스

마음속에 맴도는 무수한 일들이, 우리를 고통스럽게 합니다. 하지만 그것들을 전부 잊어버릴 수는 없어요. 왜냐하면 그것은 배신과 포기를 의미하니까요. 그러니 그저 술에 빠져 잠시나마 망각을 탐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

팔라스

하지만 나중에…… 저는 미노스를 떠나야만 했죠.


기사 스포츠 애호가

드디어 찾았다. 당신이 팔라스 씨 맞죠? 의무실 사람한테 여기서 자주 술 마시고 있다는 얘길 들었거든요.

팔라스

그렇습니다만…… 무슨 일이시죠?

기사 스포츠 애호가

당신이 미노스인이라면서요? 게다가 라케다이몬 경기 대회에 참가한 적도 있다면서요? 그렇다면…… 피의 기사 디카이오폴리스를 알고 계시겠네요! 대련해본 적도 있을 테고요!

팔라스

아니요…… 하지만 그 이름을 들어본 적은 있습니다. 카시미어에서 기사 스포츠 경기에 참여한 미노스 감염자죠?

팔라스

음, 뭐랄까, 이 두 곳의 '스포츠'는 사실 많이 달라서……

기사 스포츠 애호가

하지만 결국 육체의 힘과 무공의 실력을 겨루는 거라는 점에선 다를 게 없잖아요!

팔라스

아…… 음…… 뭐……

기사 스포츠 애호가

역시! 강자의 원리는 공통된 거라니까! 피의 기사가 저렇게 강한 건 분명 미노스가 그에게 어떤 인장을 남겼기 때문일 거예요!

기사 스포츠 애호가

줄곧 피의 기사를 만나보고 싶었는데, 이미 은퇴했다는 얘길 듣고 결국 만날 기회가 없었거든요.

기사 스포츠 애호가

하지만 미노스의 다른 강자를 만난 것만으로도 감격스러워요! 사인 좀 해주실래요? 제 티셔츠든 어디든 상관없으니까요!

팔라스

……(묵묵히 사인한다)

기사 스포츠 애호가

감사합니다! 정말 친절하세요!

기사 스포츠 애호가

혹시 뭐 좀 물어봐도 될까요? 미노스의 전사들에게는 뭔가 특별한 훈련 방식이 있나요?

기사 스포츠 애호가

술을 좋아하신다고 들었는데, 그것도 훈련의 일환인가요? 알코올로 혈액순환을 촉진시켜서 신체의 순간적인 폭발력을 끌어올린다거나?

기사 스포츠 애호가

맞다, 의무실 사람한테 들었는데, 당신은 어디서든 잠들 수 있다면서요? 분명 체력을 아끼기 위한 기술이겠죠! 필요할 때 전신의 기능을 한꺼번에 끌어올리기 위한!

기사 스포츠 애호가

그렇구나! 그래서 피의 기사가 그토록 엄청난 폭발력을 자랑했던 거군요!

팔라스

……아, 그건 제 개인적인 습관이라…… 피의 기사가 어떻게 훈련했는지는 잘 모르지만…… 제 생각에는 아닐 겁니다……

기사 스포츠 애호가

알고 있어요, 그냥 좀 상상해본 거예요. 아, 너무 흥분했네요. 실례는 아니었나요?

팔라스

……괜찮습니다. 디카이오폴리스를 정말 좋아하시나 봐요.

기사 스포츠 애호가

네! 제가 광석병에 걸렸다는 걸 알았을 땐 이제 인생에 희망 같은 건 없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피의 기사가 제게 용기를 줬거든요.

기사 스포츠 애호가

그가 출전했던 비디오 테이프를 몇 번이나 봤는지 몰라요! 저도 육체와 전투 기술을 단련해서 언젠가 감염자 기사단에 가입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기사 스포츠 애호가

그가 카시미어에서 길을 개척했기에 감염자들도 기사 스포츠 분야에서 자리를 얻을 수 있었던 거죠! 덕분에 빛의 기사도 다시 경기에 복귀할 기회를 얻었고요.

기사 스포츠 애호가

피의 기사와 빛의 기사 간의 세기의 결전은 정말 대단했어요! 특히 마지막에 두 사람이 함께 시상대에 섰을 때, 그날 저도 경기장에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 울어버렸거든요.

기사 스포츠 애호가

하아, 왜 울었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 미래에 아주 조금 희망이 보였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네요.

기사 스포츠 애호가

제 생각에 그분이야말로 당신들 미노스인이 말하는 영웅 아닐까요!

팔라스

……피의 기사는 감염자예요. 미노스의 방식을 따른다면……

기사 스포츠 애호가

오?! 미노스에는 감염자 영웅을 부르는 특별한 호칭이 있나 보군요?!

팔라스

……그런 건 아닙니다만, 그가 영웅인 것은 확실합니다. 아무도 부정할 수 없죠.


팔라스

전통은 영원불변한 게 아니에요, 크산토스.

팔라스

영웅의 이야기가 우리를 정의하고 우리를 만들었어요. 그리고 영웅은 우리 중에서 나오죠. 때문에 우리도 영웅을 정의하고 그 의미를 새로 만들어갈 수 있어요.

팔라스

이건 제가 미노스를 떠나고 나서야 비로소 깨달은 사실이에요.

크산토스

……


미노스 주민

오, 우리 승리의 여신이 돌아왔네.

미노스 주민

이번에도 몰래 국경을 넘어온 사르곤 기병대를 괴멸시켰다면서?

미노스 소녀

마을에서는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했잖아. 부끄럽단 말이야.

미노스 소녀

그건 원래 팔라스 씨의 칭호니까……

미노스 주민

모두를 이끌고 승리할 수 있는 자라면 우리에게는 승리의 여신이야. 팔라스 씨도 마을을 떠날 때 이렇게 말했잖아……

미노스 주민

“이 부풀려진 이름은 여러분이 최대한 많이 활용해 주세요. 전장에서 사르곤인을 두려워 떨게 할 수만 있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미노스 주민

우리에게 '승리의 여신'이 있는 한, '승리'가 있는 한, 그게 사르곤인에게는 위협이 되는 거야.

미노스 소녀

응…… 작년에 팔라스 씨가 주변의 몇몇 마을을 이끌고 사르곤 국경 마을과 《상호 불가침 조약》을 체결한 뒤에도, 가끔 함부로 국경을 침범하는 사르곤인들이 있었지만……

미노스 소녀

우리가 몇 번 더 승리하고 나니, 사르곤인의 침입 빈도가 줄었어. 다 '승리의 여신'이라는 이름 덕분이야.

미노스 소녀

그리고 가끔 전투에서 더 이상 못 버틸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에도, 내가 팔라스 씨의 칭호를 달고 있다는 걸 떠올리면 질 수 없다고 버틸 수 있었지.

미노스 소녀

이 칭호는 적을 두려움에 떨게 할 뿐만 아니라, 우리를 격려하기도 해.

미노스 주민

그렇고말고. 그것이야말로 우리 미노스인에게 '영웅'이 갖는 진정한 의미인 거지.


팔라스

아크로티 마을…… 정말 그리운 곳이네요.

크산토스

……내 고향과 정말 비슷해.

팔라스

미노스의 마을은 다 비슷해요. 이 땅이 우리를 길러냈죠.

팔라스

하지만 우리가 하나의 민족으로 결속될 수 있었던 것은, 결코 같은 땅에 살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라, 같은 영웅 이야기를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죠.

팔라스

올리브 가지를 보았을 때, 영웅 페이디피데스가 어떻게 아테누스에서 다른 도시국가로 달려가 사르곤을 이겼다는 소식을 전했는지 떠올리는 건 우리뿐이죠.

팔라스

그가 손에 아테누스의 올리브 가지를 들고 달렸기 때문에, 그 후로 이 평범한 가지가 우리 마음속에서 승리와 희망의 상징이 된 겁니다.

팔라스

그런 것들이야말로 진정 우리에게 속한 것이에요…… 이방인도, 침략자도 영원히 빼앗을 수 없는.

팔라스

우리가 살아있는 한, 필사적으로 살아가는 한, 우리는 그 이야기들을 품고 전통을 조금씩 바꿔나갈 수 있어요. 영웅의 전설을 전하고 미노스의 정신을 이어나갈 수 있어요.

팔라스

우리가 있는 곳이 바로 미노스예요.

크산토스

……

제1신전 광장에서, 아테누스 시민들은 사르곤이나 다른 도시국가에서 온 빈객들과 함께, 그 기묘하다고밖에 할 수 없는 광경을 목격했다.

본래라면 통쾌했어야 할 전투였다. 그러나 노를 든 미노스 용사로부터 튀어나온 선혈이 케레세이라 조각상이 든 리라의 현에 쏟아진 순간……

고대의 리라는 거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마치 오랜 침묵 끝에 드디어 재가동되어, 삐걱거리며 톱니바퀴를 돌리기 시작한 기계처럼.

리라 소리가 흘러나옴에 따라, 무대 위의 세 사람은 점차 움직임을 멈추더니 마치 광기에 빠진 듯…… 때로는 분노하고, 때로는 슬퍼하며, 때로는 웃고, 때로는 낙담했다.

이윽고 도전을 걸어온 미노스인이 힘을 다해, 자신의 몸을 지탱하지 못한 채 조각상의 좌대 옆으로 미끄러지듯 주저앉자, 무대 위의 두 사람은 그제야 제정신을 되찾았다.

그녀들은 어안이 벙벙한 채 주위를 둘러보고는, 이내 도전자 곁으로 달려가 그를 부축하기 위해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상대는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았다.

극장을 가득 채웠던 모든 소음, 외침, 성원, 분노가 멈추고, 사람들은 점차 이해하기 시작했다. 지금 자신들이 눈앞에서 보고 있는 것은 신이 일으킨 기적이라는 것을.

전설에서 사르곤인의 침략 이후로는 두 번 다시 울리지 않을 것이라 전해지던 리라가 본래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와, 세상 사람들에게 선포했다……

옛 전통은 지금도 이곳에서 계승되고, 영웅 이야기는 새로운 한 장이 쓰일 것임을.

리라 소리는 광장 상공에서 유유히, 그리고 끊임없이 울려퍼졌다.


그 음색 속에서 크산토스는 고개를 들었다.

가을 햇살은 너무나 눈부셨고, 왠지 모르게 눈앞의 광경이 흐릿한 기억과 겹쳐지며, 이타코스를 배웅했던 그날로 되돌려 놓았다.


형, 유격대가 사르곤인을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우린 100년 넘게 계속 져왔잖아.

뱃사공

(고개를 끄덕인다)

뱃사공

나는 신탁을 받지 못했고, 점술도 몰라. 심지어 너와 함께 떠날 수도 없지.

뱃사공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약속하마.

뱃사공

나는 우리의 마을, 우리의 집, 우리의 논밭, 우리의 꽃밭을 지킬게. 그리고 네가 승리하고 돌아오면, 나는 너와 함께 너의 고향 아테누스에 갈게.

뱃사공

거기서도 나는 뱃사공을 계속할 생각이다. 매일 델피 운하의 아침 햇살을 맞이하며, 네가 도시 건너편 신전으로 출근하는 걸 배웅해 줄게…… 네가 한 말을 들은 이후로 계속 그 광경을 그려왔어.

뱃사공

……이타코스, 듣고 있어?

형, 올해 미노스의 겨울은 유난히 춥네.

뱃사공

그래, 하지만 괜찮아. 봄이 오면 전보다 더 따뜻해질 테니까.


마침내, 그는 그때 이타코스에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

그리고 자신의 말을 들은 이타코스가 보여준 따뜻한 미소도 떠올렸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고통과 갈 곳 없는 분노가 그의 기억을 흐렸고, 가장 소중한 것을 잊게 했던 것이다.

하지만 봄이 찾아오고 전쟁이 끝나, 삶이 원래 궤도로 돌아오면 모든 게 분명 좋아질 것이다.

대지의 상처는 언젠가 아물 것이다. 헬리아 산꼭대기의 녹은 눈은 계속 흘러, 언젠가 꽃과 갈대를 그들의 고향으로 데려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