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4실수
크산토스가 리라를 훔치고, 티티는 즉시 쫓아 강가에서 그를 잡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두 사람의 쟁탈전 속에서 귀중한 문화재가 바닥에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한다.
사르곤 대사의 방…… 이게 바로 100년 전 빼앗긴 그 문화재인가?
거구의 미노스인은 눈앞의 커다란 나무 상자를 노려보며 노의 모터를 작동시켰다. 그러자 그와 함께 강을 건너온 톱니 달린 도구가 무기로 변하더니 정확하게 자물쇠를 비집어 열었다.
크산토스는 두 손으로 나무 상자의 덮개를 엄숙하게 들어 올렸다. 그 안에는 진작 고향에 돌아와야 했던 영웅 케레세이라의 악기가 방진포에 온전히 싸인 채 놓여 있었다.
케레세이라가 쓰던 리라가 어떻게 사르곤인의 손에 넘어가 협상의 도구로 전락해, 이토록 위선적이고 숨 막히는 나무 상자 속에 번지르르한 모습으로 담겨 있을 수 있단 말인가……
크산토스, 리라를 내려놓으세요.
팔라스, 당신이 아테누스로 돌아오자마자 제1신전을 재건하자고 제안한 것을 많은 이가 찬양하고 있다. 나 또한 그때 투표에서 '찬성'이란 글자를 새겼지.
고마워요.
하지만 당신은 사르곤인과 친구가 되어선 안 됐어.
……
크산토스 씨, 제자를 시켜 호텔 주방을 파괴하고, 혼란한 틈을 타 호텔에 침입해 양국의 외교와 관련된 문화재를 훔쳐 달아나려는 건…… 현명한 행동이 아니에요.
호텔 밖 골목은 사람들로 가득해요. 지금 이렇게 거대한 리라를 들고 빠져나가는 건 아예 불가능해요.
……
창문으로 나갔다고? 여긴 4층인데!
아니요, 당신 방 바로 밑이 호텔 주방이에요. 주방으로 돌진한 배는 연막용이면서 마중용이기도 하죠…… 크산토스는 애초에 이 모든 걸 염두에 두고 있었던 거예요.
지금 호텔 정문으로 쫓아가 봐야 늦어요. 차라리……
나 좀 보내 줄래?
마침 그럴 생각이었어요.
서기관님, 불길은 거의 잡혔습니다. 호텔이 입은 피해는……
피해에 관해서는 제가 절차대로 시정감독관 사무실에 보고하죠. 망가진 주방은 호텔 사장과 이야기를 끝냈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저희는 잠시 이곳을 지키고 있겠습니다. 누군가 이를 틈 타 불법 행위를 저지를지도 모르니까요. 이를테면……
음? 왜 말씀을 하다가 마시죠?
하, 하늘을 좀 보세요!
헤카데모스가 고개를 들었다.
전형적인 포르테 뿔 한 쌍이 햇볕 아래에서 새카만 쌍둥이 달처럼 보였다. 인파를 넘어, 그 그림자는 사고를 낸 선박에 쌓인 건초 더미 위로 떨어지더니, 곧바로 배에서 뛰어내려 강변을 따라 도주했다.
불과 몇 초 뒤, 또 하나의 흰 실루엣이 발끝으로 은빛 사슬 끝을 딛고 창밖으로 뛰어나왔다. 여러 가닥의 부드러운 띠장식이 검은 필라인을 감싸, 그녀를 살포시 착지시켰다.
저건 나루터의 크산토스 씨와 사르곤의 대사님 아닌가요?
크산토스 씨가 짊어진 거대한 꾸러미는 뭐지…… 설마……
……
치안관님 예언이 맞았네요. 누군가 혼란을 틈타 불법을 저지른 것 같군요.
알겠습니다. 수색대! 현장을 봉쇄하고 사고 선박을 압수한다. 순찰대는 즉시 메제티케티 씨를 따라 크산토스를 쫓아라!
사과는 다 땄어. 이따가 상자에 담는 것도 좀 부탁할게.
좋아, 당신들이 신전에 필요한 돌을 많이 채집해 줬으니까, 이 정도 일은 우리한테 맡겨.
좀 비켜줘.
어어어……
어? 크산토스 씨잖아? 뭐가 저렇게 급하대.
뒤에는…… 티티 씨?
안녕, 파네스! 후…… 잠깐 실례할게!
이봐, 둘이서 달리기 시합이라도 하는 거야? 결승점은 어디야?
아가씨, 힘내! 크산토스 씨는 짐까지 졌는데, 설마 지지는 않겠지?
지면 안 되지!
아이쿠, 우리 사과 조심해!
사르곤인이 바짝 쫓아오는군……
하지만 여기까지다.
크산토스 씨, 앞은 강어귀예요. 진짜 더 가면 안 돼요!
리라에 방수 포장이 안 돼 있어서, 물에 닿으면 망가진다고요!
그 정도 도리는 과거 미노스의 수많은 보물을 파괴한 사르곤인이 알려줄 필요가 없다.
크산토스 씨!
아냐, 물소리가 예사롭지 않아…… 부두 아래에 나룻배를 숨겨뒀나? 크산토스 씨는 즉흥적으로 그런 게 아니라, 처음부터 리라를 가져가려고 계획했던 거야……
안 돼요. 못 가요……
오리지늄 아츠의 조종을 받은 띠장식이 크산토스가 짊어진 거대한 꾸러미를 향해 날아갔다.
포르테 전사는 반사적으로 몸을 피해 선미에 리라를 놓았고, 띠장식은 재빨리 방향을 틀어 그의 팔을 휘감았다. 티티는 관성을 이용해 나룻배 위로 그대로 뛰어올랐다.
크산토스 씨! 윽…… 어지러워……
저기, 무슨 오해가 있는 거 같은데, 대화로 풀면 안 될까요? 우선 배에서 내리는 거 어때요?
사르곤인과는 할 말 없어.
그렇다면, 실례해야겠군요……
나룻배의 양 끝에 선 두 사람은 서로의 움직임을 살폈다. 크산토스가 노를 강하게 쥐고 모터를 가동한 순간, 티티의 몸에서 아츠의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옷에 달린 긴 띠가 뻗어 나가 선미에 놓인 리라를 정확히 낚아채더니, 선수 쪽으로 끌어당겼다.
크산토스는 즉시 그 띠를 끊어냈지만, 상대는 이미 리라까지 단 한 걸음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그가 급히 선수로 달려가자 배는 심하게 흔들렸고, 티티 역시 아츠가 중단되며 중심을 잃었다.
그 순간 두 사람이 동시에 손을 뻗었다.
그러자 리라를 감싸고 있던 방진포가 벗겨지며 오랫동안 행방이 묘연했던 전설의 리라가 다툼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케레세이라와 리라에 얽힌 이야기는 거의 모든 미노스인이 들어본 적이 있었으나, 그 실물을 직접 본 자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천 년이라는 긴 세월이 흘렀음에도 리라는 본래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받침대에 새겨진 금속 장식은 잎사귀 모양을 띠고 있었으며, 그 위로 쏟아지는 햇살은 마치 은은한 빛을 두른 듯했다.
하지만 배 위의 두 사람에게는 그 광채를 눈에 담을 여유가 없었다. 뺏고 빼앗기는 와중에 리라의 궤도가 뒤틀렸고, 손을 뻗어도 추락하는 것을 그저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메제티케티는 자신이 운 좋은 인간이라고 생각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귀족 가문에서 태어나기는 했으나 집안은 아버지 대에서 몰락해버렸고, 아버지는 문학에만 탐닉했으며 어머니는 상류층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자식 교육에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혼자 있을 때 그녀는 아버지의 서재에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곳에서 얻은 배움이 깊지는 않았지만 시야는 넓어졌고, 그녀는 만물에 대한 호기심을 품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그녀가 스스로 자금을 모아 컬럼비아로 건너가 박물관학을 공부하는 계기 중 하나가 되었다.
이후 파디샤 케리에 의해 미노스로 향하는 대사로 임명되었을 때, 그녀의 마음속에는 설렘과 불안이 소용돌이쳤다.
미노스의 화려한 문화와 영웅담에 마음이 끌리는 한편, 역사가 남긴 화근이 초래할 영향이 이 여정을 결코 순탄하게 두지 않으리라는 것을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신전의 장인들로부터 겨우 느낄 수 있었던 기쁨도, 그녀의 마음속에 남아 있던 아름다운 환상과 백일몽도, 모두 추락하는 리라와 함께 한순간에 산산조각이 나버릴 터였다.
크산토스는 사르곤인으로부터 리라를 탈취하려는 이 계획이 완벽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옥살이를 하는 자신의 모습이나 계획 실행 도중 광석병 발작이 일어날 가능성도 염두에 두었지만, 남들 눈에는 우스꽝스럽게 비칠 이 행위에 자신의 목숨을 거는 것을 그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다.
그가 생각하기에 몸을 묻기에 적합한 장소란, 5년 전의 미노스 변방…… 이타코스가 향했던 전장 말고는 없었다. 그렇기에 그는 그 후 일어난 수많은 일에서 의미를 찾을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운명이란 대개 영웅담보다 더 잔혹한 법이다. 자신의 결말에 대해 수없이 상상해왔던 크산토스조차 이런 상황만큼은 예상치 못했다.
귀중한 리라는 지금 당장이라도 떨어지려 하고 있었다. 크산토스에게는 이제 아무런 방도가 없었다. 가슴속에 소용돌이치는 것은 분노일까, 슬픔일까, 아니면 자신의 속수무책을 우습게 여기는 마음일까?
운명에 얽매여 있던 감정이 공허한 가슴으로 다시 돌아오는 것을 느끼며, 그는 문득 모든 것을 회상했다.
델피 운하에 부는 산들바람이 크산토스의 등에 닿았다. 그 어느 때보다 뼛속까지 스며드는 냉기에 그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크산토스는 눈앞에 선 사르곤인의 창백해진 얼굴을 보았다.
분명 자신 또한 같은 표정을 짓고 있으리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대사님, 물건을 훔친 나루터 관리인 크산토스와 그의 제자 리케이온을 체포했습니다.
피해를 끼쳐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여쭐 입장은 아니지만, 다툼 중에 파손된 그 물건이 혹시……
치안관님, 걱정해 줘서 고마워요. 파손된 건 제 개인 물품이라 괜찮아요.
제가 아테누스에 왔을 때, 강을 건널 수 있게 도와준 분이 바로 크산토스 씨였어요. 우리 사이에 작은 오해가 있었을 뿐이니, 구경꾼들은 이만 해산시켜주세요.
알겠습니다, 대사님.
대사님께서 더 추궁하실 게 없으시다면, 저 두 용의자는 이따가 저희가 연행해 규정대로 처리하겠습니다.
이봐, 너희 둘, 묶여서도 가만히 못 있네. 어서 메제티케티 씨한테 감사 인사드리지 못해?
……
리케이온, 넌 원래 배 몰 줄 모르잖아. 시정감독관의 서기관 헤카데모스도 널 위해 증언해줬고.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었는데, 왜 굳이 나를 따라 이 곤란한 일에 휘말린 거지?
크산토스 선생님이 저를 배로 보내 엄호를 맡기신 건, 제가 거짓말을 못 한다는 걸 잘 알고 계시기 때문이었잖아요.
선생님의 계획을 알면서 실제로 돕기까지 했는데, 당연히 함께 책임을 져야 하는 거 아닌가요?
더군다나 저는 선생님께서 터무니없는 짓을 하셨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
뭐? '개인 물품'? 치안관이 그 말을 믿을 것 같아? 그 치안관은 동포의 잘못을 추궁하기 싫어서 널 이용한 것뿐이야!
사르곤과 미노스의 수교 이후 첫 문화 교류의 문화재를 도난당했고, 회수 과정에서 문화재가 파손되기까지 했어. 이 일이 라이타니엔이나 시라쿠사에서 일어났다면, 벌써 전쟁의 빌미가 됐겠지!
리라를 확인해 봤는데, 다행히 큰 문제는 없었어. 받침대에 금이 조금 가긴 했지만, 메워서 다시 채색하면 금방 복원할 수 있어.
원칙대로라면 복원 흔적을 남겨야 하지만…… 이번엔 상황이 특수하니까. 며칠 후면 교환식이니 최대한 복원해서 원래 모습과 똑같게 복구할게.
하, 그래도 조상 중에 사르곤 귀족이 있었을 텐데, 어쩜 이렇게 정치적 감각이 없지?
오늘 리라가 파손된 일은 백 퍼센트 미노스인의 과실이야. 이걸 빌미로 두 죄인을 엄중히 처벌해 사르곤의 위신을 세워야지. 그리고……
베누이 씨, 당신 가문이 과거 미노스에서 세운 '전공'을 당신이 자랑스럽게 여긴다는 걸 알아. 이번에 사절단에 합류한 것도 명예의 땅을 재방문하는 게 목적이었겠지.
하지만 이제 시대가 달라졌어. 파디샤 케리께서 우리에게 영웅의 리라를 갖고 사절로서 미노스로 가라고 명한 건, 위엄을 보이라는 게 아니라, 양국 관계를 회복하라는 뜻이야.
사르곤 사절단인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교환식을 무사히 완수하는 거야. 개인의 집념이나 자부심 따윈 중요하지 않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