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설산 강림 1101

OS-5눈 내리는 밤의 독행

사이드 스토리작전 전2026-04-14

엘레나는 재앙 전날 밤 관찰된 특수 데이터를 복원하려 애쓰다 '천체 물질'이 쉐라그에 추락했다는 것을 발견한다. 엘레나는 진실을 밝히고, 사라진 캐롤린을 찾기 위해, 홀로 관측소를 떠난다.

등장 오퍼레이터: 뮤엘시스, 노시스, 사일런스, 사일런스 더 패러디그매틱, 아스트젠 더 라이트체이서


쉐라그 라인 랩 관측소 1101년 12월 7일

쉐라그 재앙 발생 33시간 전

엘레나

기기는 정상이고, 단말기 전력도 충분해. 펜이랑 원고지도 넉넉하고…… 커피도 충분해. 좋아!

엘레나

매일 같은 밤샘 작업, 시작!

엘레나

으아악!

구석에서 들려온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깜짝 놀란 엘레나는 그제야 이 시각에 관측실을 사용 중인 사람이 자신 혼자만이 아님을 깨달았다.

이윽고 기기 옆에 쌓인 이면지 더미에서 누군가가 기어 나왔다.

캐롤린

어…… 엘레나, 너였구나.

캐롤린

(하암)…… 이 시간에 어느 과학자님께서 맥스 상을 꿈꾸며 밤샘 작업을 하시나 했더니……

엘레나

카…… 캐롤린 선배?!

엘레나

나를 기억해?

캐롤린

에너지과 최연소 스타 연구원이잖아, 네 유명세를 너무 과소평가하지 마.

엘레나

과찬이야……

엘레나

이미 돌아간 줄 알았어, 일정표상 오늘 관측은 내 차례라……

캐롤린

됐어. 프로젝트가 언제부터 일정대로 굴러갔다고…… 제대로 굴러갔으면 내가 여기서 보름 동안 지내는 일도 없었겠지.

엘레나

어쩐지 관측소에 와서 선배를 만난 적이 별로 없더라……

엘레나

고생했어.

캐롤린

돌아온 기분은 어때?

엘레나

무슨 말인지……?

캐롤린

다시 라인 랩으로 돌아온 기분 말이야.

캐롤린

이번 관측소 프로젝트에서 멤버를 구성할 때, 제일 먼저 널 떠올린 건 맞지만, 난 네가 거절할 줄 알았어.

엘레나

……솔직히, 좀 망설였어.

엘레나

그래도 라인 랩은 내게 소중한 기회를 준 곳이고, 나는 단 한 번도 라인 랩이 위대한 과학기술 회사라는 걸 의심한 적이 없어.

엘레나

지금까지도 라인 랩에서 공부하던 그 시절이 내 꿈에 가장 가까이 갔던 때라고 생각해.

엘레나

그리고 인정할 수밖에 없는 건…… 연구 영역에 있어서는 퍼디낸드의 재능이 정말 부러워.

캐롤린

그래, 걘 아주 쓸만한 물리 뇌를 갖고 있으니까, 그러니 본인한테 맞는 일을 하게 두자고.

캐롤린

아무튼 퍼디낸드는 특별구 감옥에서 나온 후로 자기 연구에 몰두하고 있어서, 다른 연구원들을 괴롭힐 여유가 없어.

캐롤린

에너지과 주임 자리에 곧 변동이 있을 것 같은데…… 엘레나, 파이팅.

엘레나

무, 무슨 말을! 그건 아니지!

엘레나

나는 그저, 자세히 보고 싶을 뿐인걸……

[CG: cg_moonmasked]

엘레나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고 관측소의 투명한 돔 너머 눈보라에 가려진 하늘을 바라보았다.

엘레나는 이런 느낌이 싫었다.

이건 마치 자신이 싫어했던 가문의 오래된 전통과 의식들, 자신을 가로막았던 모든 것들, 그리고 과학과 무관한 장애물 같았다.

엘레나는 과학이 순수한 환경 속에서 끊임없이 한계를 넘어, 이 대지를 향한 사람들의 모든 의문을 풀어내야 한다고 믿었다……

엘레나

이번 관측소 프로젝트는 아주, 정말 아주 귀한 기회야.

엘레나

나는 내 연구에 전념하고 싶은 마음뿐이야. 할 수만 있다면, 기존 지식의 경계를 조금이라도 더 넘어가 보고 싶어……

캐롤린

경계라…… 이곳은 확실히 '경계'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긴 해.

캐롤린

참, 쉐라그의 전설에 관해 들어 본 적 있어?

엘레나

전설? 무슨 전설?

캐롤린

이 땅은 천 년 동안 단 한 번도 재앙을 겪지 않았는데, 그건 신이 이곳을 보호하고 있기 때문이래.

엘레나

하하…… 어느 나라든 특수한 현상을 '신'의 뜻으로 돌리려는 전통이 있기 마련이지.

엘레나

아니면, 쉐라그가 상대적으로 고립된 환경이기 때문에 그런 전설이 오래도록 남아 있었을 수도 있고……

캐롤린

그렇지만, 현지 조사 결과만 봐도 쉐라그는 정말 최소 천 년 동안은 재앙이 없었어.

엘레나

흔치 않은 사례이긴 해…… 하지만, 분명 설명할 수 있는 근거가 있을 거야.

엘레나

내가 보기에, 가장 큰 가능성은 쉐라그의 높은 해발고도가 침전된 오리지늄 분진의 응집을 막기 때문이야. 그게 아니면……

캐롤린

베헤모스 때문일지도?

엘레나

어?

엘레나

선배, 그런 비과학적인 농담은 하지 마. 나는 아주 진지하게 가설을 세우는 중이라고!

엘레나

이 땅 많은 곳에 여전히 베헤모스에 관한 전설과 상상 속 이야기들이 많이 남아 있다는 건 알아. 산맥만 한 크기의 괴물이 죽은 뒤에, 그 시체가 산과 호수로 변했다는 그런 이야기들 말이야.

엘레나

베헤모스의 존재를 증명할 신뢰성 있는 기록이 전혀 없다는 건 차치하더라도, 정말 그런 생물이 존재했다면 그 생물의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는 어디서 왔을까?

엘레나

그런데 선배는 왜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캐롤린

그냥, 갑자기 떠올라서.

캐롤린

그럼, 잡담은 여기까지 하자. 가서 쉬어, 오늘 밤 관측은 내가 맡을게.

엘레나

정말 괜찮겠어 선배? 벌써 며칠째 연달아 야근을 하고 있는……

캐롤린

어차피 생활 패턴이 완전히 뒤집어졌거든, 너랑 수다 좀 떨다 보니 정신이 확 드네.

캐롤린

내 기억이 맞으면, 고에너지 빔 폭격 장치의 전력 공급 구조에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남아 있는 걸로 아는데, 맞지?

엘레나

어? 잘 알고 있네……

캐롤린

가서 푹 쉬고, 네 똑똑한 머리는 더 가치 있는 데다 써.

엘레나

그럼 가볼게! 고마워, 선배!

엘레나

다음에 시간 될 때, 산 아래에 새로 생긴 빅토리아 레스토랑에서 린수 앤 칩스 쏠게!

캐롤린

됐어. 이국땅에서 정통 빅토리아 음식을 먹고 싶어 하는 빅토리아인은 없거든?

엘레나

하하…… 그럼, 쉐라그식 치즈 퐁듀로 대접할게.

캐롤린

약속한 거다.


캐롤린

……

인기척도 사라진 깊은 밤, 쉐라그에 찾아온 평범한 밤이었다. 이 오래된 땅은 잠들어 있었고, 불빛은 별빛에 자리를 양보한 후였다.

밤하늘 아래 잠든 설산은 때때로 사람들의 상상력을 부추겼지만, 더 많은 이는 이미 그 품에 익숙해져 있었다.

이런 밤에 하늘을 관측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캐롤린

……!

캐롤린

저건……!

장비를 쓰든, 맨눈으로 보든, 하늘을 가르는 저 기이한 빛은 분명 보였을 것이다.

하늘의 계시 같은 빛을.


노시스

자료를 보니 캐롤린은 우수하고, 똑똑하고, 전도유망한 젊은 연구원인 게 확실하군.

사일런스

라인 랩과 컬럼비아 양쪽 다 이 프로젝트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 아무나 다 들어올 순 없지.

사일런스

현재로선, 캐롤린의 기록과 통신 내용에 아무런 문제점이 없어.

노시스

빅토리아 출신인가?

사일런스

캐롤린의 개인 정보는 더 이상 말해 줄 수 없어. 라인 랩의 기본적인 개인정보 보호 규정 위반이거든.

사일런스

쉐라그 쪽에서 정식으로 스파이 소송을 제기하기 전까지는 캐롤린이 라인 랩에서 활동했던 정보만 제공할 수 있어.

노시스

그냥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다.

노시스

캐롤린이 제출한 서류는 완벽해. 당직과 외근 일지까지 전부 아주 성실히 정리했어……

노시스

기록을 보니 캐롤린은 현장 탐사 임무에도 자원했더군.

노시스

기초 과학 연구를 수행하면서 쉐라그의 지리 정보 수집까지 진행한 건가?

사일런스

캐롤린은 아주 성실한 연구원이었어. 라인 랩에서의 업무 평가는 늘 좋았고, 학창 시절 학업 성적도 우수했지.

사일런스

일반적으론, 그런 연구원이라면 이렇게 복잡한 문제에 잘 휘말리지 않지.

사일런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가 캐롤린의 행방에 관한 어떤 단서나 정보도 찾지 못한 건 사실이야.

사일런스

……믿을지는 모르겠지만, 캐롤린의 행방을 찾고 싶은 마음은 당신보다 라인 랩이 더 커.

사일런스

거기에는 많은 게 걸려 있어. 라인 랩의 평판, 연구 데이터의 보안, 관리 시스템의 허점과 침투 위험, 쌍방의 비즈니스 협력과 향후의 신뢰 관계, 그리고……

노시스

그리고?

사일런스

그리고…… 쉐라그의 발전까지.

노시스

그건 과학 윤리 도덕 합의 위원회의 입장에서 하는 말인가?

사일런스

이런 말 때문에 오해가 생기진 않았으면 좋겠어, 이건 권위자로서의 배려에서 비롯된 말이 아니야. 나는 카란 무역회사의 사업을 진심으로 존중해.

사일런스

우물 안을 벗어날 수 있는 용기야말로 가장 높이 평가될 과학자의 자질이니까.

노시스

그건 과학자에게만 해당하는 건 아닐 텐데.

노시스

쉐라그에는 이런 말이 있다. 검은 버든비스트는 길들지 않는다.

노시스

버든비스트는 몇 번이고 울타리를 뛰어넘어 눈밭으로 달아나지. 녀석들의 발자국을 따라 눈밭으로 들어간 유목민들은 돌아오지 못하고.

사일런스

죽는 건가?

노시스

쉐라그에서 “눈밭으로 들어가 돌아오지 못한다”라는 말은 거의 그런 뜻이라고 보면 된다.

책상 위로 종이가 1장씩 포개졌다. 캐롤린의 기록과 행적은 마침내 이렇게 작은 한 묶음의 종이로 모여졌다.

노시스

그러면, 뛰쳐나간 블랙 버든비스트들은 어디로 간 걸까? 사실상 같은 문제다.

노시스

어쩌면, 유목민을 데리고 설산으로 갔다가, 숲속에서 길을 잃고 밤에 얼어 죽었을지도 모르지.

새 페이지를 다 읽은 뒤, 종이가 아래로 떨어졌다.

노시스

아니면……

노시스가 제출된 마지막 기록을 내려놓았다.

새로 내린 눈이 얼어붙은 절벽 위를 덮듯, 하얀색 위에 하얀색이 포개졌다.

노시스

새로운 수원을 찾고, 새로운 세상을 봤을지도 모르지.

노시스

마지막으로 구체적인 현장 탐사 위치를 알려줄 수 있나?


엘레나

……

엘레나

안 돼. 관측 데이터가 완전히 망가져 버려서 기록 포트에서 기존 내용을 복구할 수 없어……

책상 위에는 각종 서류들이 쌓여 있었고, 머그컵에는 말라버린 커피 자국이 남아 있었다.

복구 실패 알림이 그녀의 심장을 다시 조여왔다.

엘레나

출입 기록은 모두 ID카드에 남아있는데, 숙소와 실험실 어디에도 메모 같은 건 없었어……

엘레나

메인 CCTV는 고장 났고, 실험실 측면의 양쪽 CCTV에는 아무것도 찍히지 않았어……

엘레나

모든 게 너무 딱딱 들어맞아. 설마 캐롤린 선배가 정말……

엘레나

……

엘레나

아니지, 지금 모두가 선배를 스파이라고 생각하는 마당에 나까지 그렇게 생각하면 안 돼. 뮤엘시스 주임에게 열람 권한을 신청한 건, 제대로 조사하기 위해서였다고. 나까지 그런 선입견을 가진다면……

뮤엘시스

똑똑! 밤샘 중인 사람?

엘레나

뮤…… 뮤엘시스 주임?

뮤엘시스

내가 여길 온 게 정말 뜻밖인가 봐?

뮤엘시스

벌써 이틀째 숙소에 안 들어갔다고 하던데…… 아직도 유실된 정보를 분석하는 중이야?

엘레나

응……

엘레나

지금 확정적으로 말할 수 있는 건, 우리가 본 관측 기록이 조작됐다는 거야. 아직까지는 누가, 무슨 목적으로 데이터를 바꿨는지 알 수 없지만.

엘레나

다만 확신하는 건 있어. 은폐된 데이터에는 분명 아주 중요한 단서가 숨겨져 있을 거야……

뮤엘시스

흠…… 하지만……

뮤엘시스

됐어, 이 얘긴 그만하자. 간식을 좀 갖고 왔어. 일단 좀 먹어, 배가 고프면 머리도 잘 안 돌아가거든.

엘레나

고마워. 이건……

뮤엘시스

쉐라그식 치즈빵이야. 설탕이랑 산딸기잼이 들었어. 한때 관측소에서 꽤 유행했는데, 안 먹어 봤어?

엘레나

……

엘레나

팀원들한테 듣긴 했어. 근데, 최근에 쉐라그 특수 에너지 조사 과제를 수행하느라 바빠서 산 아래에 가질 못했어. 원래는 치즈 퐁듀를 먹으러 갔다가 겸사겸사 사 올 생각이었거든.

엘레나는 타원형의 작은 빵 하나를 집었다. 시간이 좀 지난 바람에 빵 겉 부분은 조금 말라 있었지만, 데웠기 때문인지 안에 든 치즈와 과일 잼은 부드러웠다.

주변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멎더니, 뮤엘시스가 깨끗한 머그컵 2개를 들고 와 엘레나 옆에 앉았다.

뮤엘시스

같이 커피 한잔해도 되지?

엘레나

물론이지.

씻은 컵엔 다시 커피가 채워졌고, 향긋한 커피 내음이 공기 중에 퍼졌다.

깊은 밤 실험실 안의 기계 소리는 더 또렷하게 들렸고, 벽면의 커다란 창 너머로 보이는 쉐라그의 밤하늘은 여느 때처럼 한없이 넓고 그윽했다.

긴장감이 조금씩 누그러졌고, 엘레나는 잠시 망설이다 컵을 들었다.

뮤엘시스

하아…… 이렇게 밤늦게 실험실에서 후배랑 같이 마시는 커피는 정말 오랜만이네.

엘레나

예전엔 밤을 자주 새웠어?

뮤엘시스

이 일을 하는 사람 중에 밤을 안 새우는 사람이 있을까?

뮤엘시스

업무 때야 말할 것도 없고, 공부할 땐 기말고사 주간만 되면 몸에 피 대신에 커피가 흐르는 것 같다니까……

엘레나

하하…… 역시 다들 똑같구나?

뮤엘시스

밤에 일하면 효율이 더 높잖아.

엘레나

맞아. 밤은 더 조용하고, 어떨 때는 집중이 훨씬 더 잘 돼.

엘레나

예전에 너무 바쁠 땐 논문을 쓰면서 녹음기로 다른 논문의 개요를 구술하곤 했어.

엘레나

그렇게 하면 2가지 작업을 동시에 할 수 있었거든. 지금 생각하면 정말……

엘레나

……아, 맞다. 녹음!

뮤엘시스

응? 뭐, 무슨 녹음? 어딜 가는 거야?

엘레나

CCTV 녹음!


엘레나

CCTV, 열람 권한, 통과…… 시간은…… 새벽 3시 19분……

엘레나

찾았다, 바로 여기야.

뮤엘시스

CCTV에 실험대 화면은 안 찍혔다고 하지 않았어?

엘레나

맞아…… 하지만 CCTV가 관측 장비의 소리를 녹음했을 수도 있어.

엘레나

들어봐…… 여기엔 여러 기기의 작동음이 들어 있잖아, 그중 비교적 또렷이 들리는 '삐삐' 소리가 아마 음파 감지기일 거야. 내가 구분할 수 있어.

엘레나

기기의 알림 주파수가 그래프와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어서 이 주파수를 기준으로 데이터를 재현하면…… 잠깐만.

뮤엘시스

응? 종이랑 펜 찾아? 자, 여기.

엘레나

아, 고마워.

펜이 종이 위에서 미끄러졌다. 온종일 기기와 함께인 연구원은 데이터라면 그 누구보다 익숙했다.

엘레나가 손으로 써 내려간 숫자들을 컴퓨터에 입력했다. 그러자……



엘레나

됐다……

엘레나

이게 바로 은폐된 그 데이터야.

뮤엘시스

음…… 그래프상으로 봐선……

엘레나

재앙이 있기 전날 새벽, 쉐라그의 카란 성산에선 아주 약한 지진이 한 차례 있었어.

엘레나

아니…… 지진이라기보다는 거대한 충격이 있었다는 게 맞겠어.

엘레나

마치, 뭔가가 하늘에서…… 쉐라그 산으로 떨어진 것 같아……

엘레나

그러고 나서 쉐라그는 첫 번째 재앙을……맞이했어.

관측소 중앙의 거대한 창 너머로 달빛 아래의 설산이 투명에 가까운 푸른빛을 내고 있었다. 여느 때와 같은 쉐라그의 밤이었다.

뮤엘시스

캐롤린이 사라진 이유가, '천체 물질'을 찾으러 갔기 때문일까?

뮤엘시스

그런데 왜 혼자 움직였을까?

엘레나

캐롤린 선배는 단 한 번도 이렇게 제멋대로 자리를 비운 적이 없어. 분명 뭔가를 발견했을 거야……!

엘레나

그것의 낙하지점을 찾으면 캐롤린 선배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

엘레나

그 '천체 물질'의 구체적인 낙하지점은 충돌음의 주파수로 산출할 수 있어!

엘레나

……뮤엘시스 주임, 우리……

뮤엘시스

엘레나, 지금의 만주원은 라인 랩 대신 조사를 맡아주지 않을 거야.

뮤엘시스

이론적으로는 우리가 더 이상 이 일에 개입해선 안 돼.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이 일을 컴포넌트 총괄과에 보고하는 것뿐이야.

엘레나

하지만, 캐롤린 선배가 위험에 처했을지도 모르잖아……

뮤엘시스

너도 알다시피, 이건 네 의무가 아니야.

뮤엘시스

그리고 너는 캐롤린과 잘 아는 사이라고 할 수도 없잖아. 캐롤린이 처한 상황은 사실상 너와 아무런 관계가 없어.

짧은 침묵 속, 뮤엘시스는 컵에 남은 식은 커피를 단숨에 마셨다.

이어서 느껴지는 씁쓸한 맛에 혀끝을 살짝 내민 뒤, 작은 빵 조각 하나를 집어 입에 넣은 후 빵을 씹으며 말을 이어 나갔다.

뮤엘시스

……근데 있잖아.

뮤엘시스

과학자에게 가장 소중한 재능은 약간의 용기와…… 무모함일 때가 있지.

뮤엘시스

넌 음악 속 리듬을 잘 찾아내는 예민한 감각의 소유자잖아.

뮤엘시스

그건 무용수로서 갖춰야 할 필수 소양이지. 그런 널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도록 붙잡아 두는 건 너무 잔인한 일이야.

엘레나

뮤엘시스 주임, 그 말은……

뮤엘시스

오늘 밤 내가 널 찾아온 걸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그러니, 네게 조언한 사람도,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하면 안 되는지 말한 사람도 당연히 없는 거야……

뮤엘시스

이 야식은…… 네가 공용 냉장고에서 직접 꺼내 먹은 걸로 하자,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