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ST-1찬란한 도시
메나트 하마이트 박물관, 관장 대행 아나트와 부관장 메제티케티는 귀빈이자 파디샤의 딸인 페페를 기다리고 있다. 페페는 박물관의 소장품인 이름 없는 장군을 빌리러 온 것이지만, 사막의 도적 나란투야가 자신을 따라 도시로 들어왔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저 등을 좀 더 높이 올려주세요. 전시품을 비추는 조명의 빛이 구석구석 모두 비출 수 있게요.
네, 관장님!
누가 이 무희 흉상을 고력기 암흑시대 조각상 그룹에 둔 건가요? 같은 시대가 아니잖아요. 빨리 꺼내서 제2 전시실로 보내주세요.
제가 가져다 놓겠습니다!
고력기 영탄시대 제작 기술로 복원한 악기는 어딨나요? 왜 전시대에 나와 있지 않은 거죠?
여기에 없어……
여기도 없고……
♪먼 곳에서 온 손님이여, 연꽃 가득한 못의 잔물결이 당신이 왔을 때의 발자취를 어루만지네요♪
♪나무 그늘 아래, 달콤한 대추야자와 향긋한 맥주를 준비했어요♪
♪함께 잔을 들어 한여름을 축하하는 건 어떨까요♪
아, 메제티케티 님의 노래는 마치 천상의 소리 같아요. 계속 귓가에 맴도네요!
와, 메제티케티 님의 연주 소리는 흐르는 물처럼 부드러워요!
당연하지. 이 오래된 노래를 완벽하게 연주하려고 한 달 넘게 열심히 연습했거든.
……
흥, 말은 입에 꿀을 바른 것처럼 하더니, 일을 시작하려고 하니까 발바닥에 기름을 바른 것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졌네요.
티티, 내일 복원한 악기를 전시해야 한다는 거 알고 있나요?
오늘은 접객실을 잠시 빌릴게, 아나트. 귀한 손님이 오셨으니 우리 박물관에서 제대로 대접해야지.
이건 범람 축제를 위해 준비한 특별 전시회에요, 티티.
지금 저희의 최우선 과제는 전시회의 모든 일정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하는 거예요.
여기 사람들 눈이 얼마나 까다로운 지는 오래 근무했던 당신이 저보다 더 잘 알잖아요.
너무 예민하게 굴지 마, 관.장.님.
부임하자마자 중요한 전시회를 기획해야 해서 조금 불안하다는 것은 알아.
하지만 날 믿어, 아나트. 마음을 편하게 가져. 우리가 뭘 전시하든 트집 잡는 사람은 있을 거야.
메나트 하마이트에는 집집마다 귀중한 소장품들이 있잖아. 우리 전시품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건 당연해.
……내일 공개할 새 전시품을 확인하러 가봐야겠어요.
걱정하지 마. 그 남자와의 데이트를 방해하지 않을 테니까.
그건 제 연구 대상이지, 데이트 상대가 아니에요.
하지만 바라보는 네 눈빛에는 감정이 듬뿍 담겨 있었는데.
이상하네……
근데 지금 몇 시야? 아직도 못 데려왔나?
내 생각에 저 여자애는 수리 시설을 관찰해서 도시 수리 발전사에 관한 논문을 쓰려는 것 같아.
아니면 금석학자일 수도 있지. 강바닥에 있는 비석의 얼룩을 닦고 있을지도 몰라.
하긴, 뭐가 다르겠어? 결국 역사를 파는 녀석들이니까.
도시의 역사가 너무 오래돼서 그래. 사르곤의 역사학자는 다 여기로 몰려든다니까.
……그래, 이 400년 된 고대 하천을 봐, 넓고 광활하지. 그리고 이 높고 거대한 건물도 200년이나 됐어.
오래된 역사의 전승? 그게 바로 이거란 말씀.
그래, 범람 축제만 한 게 어디 있겠어? 천 년 전부터 이어져 온 전통 축제잖아.
맞아, 강물이 범람하면 나는 강의 신에게 오아시스에서 나는 흰 꽃을 바칠 거야. 신의 숨결이 영원한 향기로 가득하기를 빌겠어.
너는 뭘 준비했어, 친구?
난 우리 집 전통대로 할 거야. 순금으로 만든 잔과 그릇, 그리고 와인 1병…… 할아버지께서 아버지가 태어났을 때 묻어뒀던 오래된 술이지.
신께서 맛있는 음식을 즐기시고, 우리와 함께 축제의 북적거리는 분위기를 만끽하시기를.
신께서 인간 세상을 거니시는 모습을 우리의 눈으로 직접 볼 수 있기를, 그리고 신의 축복을 받을 수 있기를.
불멸의 메나트 하마이트, 신께서 영원히 이곳에 머물 수 있기를.
언니, 찾았어요?
잠깐만, 방금 뭔가 닿은 것 같아.
하지만 언니는 벌써 한 시간 반 동안이나 물속에 있었잖아요. 계속 금방 끝난다고만 하고.
쉿…… 조용히……
정말이지, 이 아가씨는 또 어디로 간 거야?
분명 각 성문 밖에 사람을 배치했는데 아무도 보지 못했다니.
너를 맞이하기 위해서 얼마나 공을 들였는데, 어떻게 조용히 들어오게 놔둘 수 있겠어?
안녕하세요, 메제티케티 님. 이렇게 급하게 어디 가세요?
아, 베크티 부인, 안녕하세요. 오랜 친구를 만나러 가는 중이에요!
이건 제가 방금 마당에서 딴 달콤한 오렌지예요. 범람 축제 전에 열린 거라 맛이 정말 좋을 거예요.
메제티케티 님의 친구에게도 가져다주세요.
호의를 잘 못 받아들이는 그 손님을 대신해 감사드려요. 그럼 이만, 부인.
안녕히 가세요!
여기 사람들은 항상 친절하네……
휴…… 그 녀석은 대체 어디로 갔을까……
학교 다닐 때 제일 좋아하던 곳이 어디였더라?
아, 정말 죄송합니다. 당신을 미처 보지 못했어요. 오렌지가 전부 쏟아져 버렸네요.
괜찮아? 다치진 않았어?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친절하시군요.
오, 이런……
왜 갑자기 눈살을 찌푸리는 거야? 어디 다치기라도 했어?
방금 당신의 이마에 그림자가 스쳐 지나갔어요. 이건 좋지 않은 징조예요. 불운을 만날 거라는 예고죠.
5디나르만 주시면, 당신에게 다가오는 불운을 없애 드릴 수 있어요.
어…… 저기, 난 약속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
잠깐만요! 아! 잠깐만, 2디나르도 괜찮아요!
거짓말이 아니에요, 정말로 불운을 겪게 될 거예요!
절 속이는 건 아니겠죠……
안심해, 내가 한 말은 절대 거짓말이 아니야.
정말요? 흐윽…… 하지만……
울지 마, 내가 지금……
이런, 안 돼. 또 놓쳐버렸잖아!
으앙!!!
울지 마, 울지 마, 장난친 거야! 사실 잡았어. 봐, 내 손안에 있잖아?
언니 나빠요……
헤…… 평소에 집에서 동생을 괴롭히던 버릇이 있어서 그만……
동생이 불쌍해요……
불쌍하다니? 그 녀석도 날 적잖게 괴롭히거든? 자, 항아리 이리 줘봐. 린수를 넣어줄게.
이 금색 린수를 다시는 못 찾는 줄 알았어요…… 고마워요, 언니.
쯧쯧쯧, 내가 이렇게 힘들게 린수를 잡아줬는데, 목소리가 너무 작잖아. 더 크게 말해봐.
고마워요 언니, 언니가 최고예요!
그렇지, 이 정도는 돼야지.
좋아, 어서 집에 가. 절대 또 갑자기 남들처럼 밖에서 애완동물을 산책시키겠다는 생각은 하지 마.
안녕히 가세요.
강에서 애완 린수 산책시키기? 나만 어릴 때 이렇게 엉뚱한 짓을 했던 게 아니었구나……
크흠……
크흠, 아무래도 한참 동안 물속에서 린수를 잡고 있었더니 결국 누군가 못 참고 나타난 모양이네.
너도 내 마음을 알고 있었구나, 페페.
하아, 박물관에 일찍 가고 싶지 않단 말이야. 가면 아나트가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귀찮게 굴 거라 분명 편히 쉴 수 없을 거야.
너 혼자만 왔어? 아나트는?
그 애는 관장 대행 업무로 바빠. 원래도 일이 많은데, 중요한 전시회까지 겹쳐서 정신이 없어.
대단하네, 아나트가 오자마자 승진할 줄은 몰랐어. 학교 다닐 때 다들 그 애의 느긋한 성격을 좋게 보지 않았지. 하지만 난 그 애가 열심히 하는 만큼 분명 뭔가 이룰 거라고 생각했어.
……내면은 항상 강한 사람이었어.
넌 어떻게 지내는데? 이 도시에서 오래 지냈잖아, 뭐 변한 거 없어?
나? 바쁘지도 한가하지도 않아. 지금은 겨우 부관장 자리를 얻었지.
근데 넌 전에 컬럼비아 박물관에서……
그때는 거기서 상업 운영을 맡았었는데, 여긴 다르더라고.
메나트 하마이트 박물관은 돈 벌 필요도 없고, 매년 있는 아미르와 파디샤들의 지원만으로도 잘 돌아가니까 내가 할 일이 별로 없어.
좋아, 한가해서 좋아.
하지만 넌…… 늘 가만히 있지를 못했잖아.
너는? 이번 여행에서 얻은 게 많겠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많아.
음…… 그럼 네가 쓸 보고서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많겠네.
이런, 안 되겠어. 너무 더워. 어지러워. 여기서 바람 좀 더 쐬어야겠어.
그만해. 그 변명은 학교 다닐 때 내가 선생님한테 네 조퇴를 신청해 줄 때 몇 번이나 핑계로 썼던 말이야.
부인, 이곳에 오래 앉아 계셨습니다. 햇볕이 뜨겁습니다. 음료를 드시는 건 어떠신가요? 저희 가게 대표 메뉴인 신선한 감초 주스가 5디나르입니다.
애플로젤티는 어떠신가요? 2디나르입니다.
됐어.
그렇다면 살구 주스는 어떠신가요? 1디나르입니다.
분명 말했어, '됐어'라고.
알겠습니다……
잠깐 기다리게, 최고급 커피 하나 부탁하지. 이 지역 특산품인 카다멈과 정향을 넣어줬으면 하는군.
그리고 저 여성분께 감초 주스 한 잔 부탁하지.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손님.
부인, 범람 축제를 즐기러 메나트 하마이트에 오셨는데 예산을 넉넉히 준비하지 않으신 건가요? 여행의 즐거움이 크게 떨어질 겁니다.
무례하게 들리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저는 항상 사람들이 벌이 수준에 맞게 소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자금이 충분하지 않은 거라면, 휴가를 보내기에 좋은 다른 장소들도 많죠.
볼리바르의 도솔레스가 괜찮다고 들었습니다. 물가도 저렴하고 경치도 좋아서…… 생활이 빠듯한 분들에게 적합하죠.
……일리 있는 말이네. 당신, 견문이 넓은 사람이구나.
과찬입니다. 당신은요? 많은 것을 보기 위해 여행길에 오르신 건가요?
여행? ……그렇다고 할 수 있겠네. 나만의 길을 찾고 있었어.
손님, 주문하신 커피입니다.
거기 두게.
부인, 감초 주스입니다.
(단숨에 마신다)
대접해 줘서 고마워.
(작은 목소리로) 쯧……
이곳 범람 축제에는 어떤 재미있는 것들이 있는지 좀 소개해 줄 수 있나……
표정이 왜 그렇지?
아…… 아닙니다. 저 여성분께서 음료값은 안 내고 싶어 하시더니 팁을 많이 주셔서 놀랐을 뿐입니다……
하, 체면치레 때문에 무리하는 가난뱅이를 만난 모양이군.
됐네, 즐길 거리는 내가 직접 나가서 찾아보지. 계산 좀 부탁하겠네.
총 15디나르입니다. 손님.
……
손님?
어…… 내 지갑이 어디 갔지?
강이 이 도금된 고철을 싹 쓸어가 버렸으면 좋겠네, 그리고 물이 불어날 때 정말 필요한 사람들에게 갔으면 좋겠어.
……시간 낭비했네. 목표를 놓칠 뻔했어.
찬란한 도시엔…… 보석이 잔뜩 있고, 수많은 용사도 찾지 못한 보물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런데 멀리 와보니 동전 몇 닢 가지고 따지는 사람들만 자꾸 만나게 되네.
먹구름이 몰려와 눈부신 햇빛을 가렸다. 붉은 머리의 여자는 돈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내 하나씩 던져 강물 속 태양의 그림자를 깨뜨렸다.
곧이어 그녀는 휘파람을 불며 군중 속으로 사라졌다.
아…… 그랜드 바자르의 살구 주스는 여전히 맛있네. 학교 다닐 때 먹었던 그대로야!
난 네가 여기 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사람들 사이를 한참이나 돌아다녔는데도 네가 안 보이더라고. 나중에야 학교 다닐 때 우리 셋이 함께 왔던 게 생각났지.
너는 혼자 있을 때 항상……
강가…… 난 혼자 있을 때 항상 강가에 갔어. 그런데 날 찾으려고 여기저기 돌아다녔다고?
넌 귀한 손님이잖아, 페페.
친구잖아, 그렇게 격식을 차릴 필요는……
……
설마 날 위해 손가락이 오그라들 정도로 민망한 공연이라도 준비한 거야?
……
그건 당연한 예의지.
거짓말.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훤히 보일 지경이라고.
이번엔 무슨 대단한 걸 가져왔길래?
보석.
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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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나트 하마이트는 각종 보석이 많이 나는 곳이야. 평범한 보석이라면 대단할 건 없어.
하지만 내가 발굴한 보석은 좀 특별한 거야.
특별하다고?
저는 최근에 핑크 카이언나이트 하나를 샀어요. 예전에 물을 정화하는 데 썼다고 하더라고요. 새겨진 오리지늄 회로가 정말 정교해서 예술 작품 같아요.
정말 값비싼 것 같군요. 저도 지난달에 비슷한 토르말린 하나를 구했어요. 지팡이에 박아 넣었더니 오리지늄 아츠 시전 능력이 크게 향상됐죠.
그런 건 중요하지 않네. 자, 이걸 보라고.
작년 한정판 보석 벨트 아닌가요? 판매자가 이 벨트로 피부 개선도 되고, 노화 방지도 된다고 했죠?
어르신, 착용해 보니 어떠세요?
확실히 상쾌하고 기분이 좋아진 것 같아……
음…… 그랜드 바자르에서 유통되는 이런 보석들과 비교하면, 내가 발굴한 이 보석은 좀 희귀한 기능이 있어.
어떤 점에서 희귀한데? 그랜드 바자르에서 유통되는 이런 오리지늄 회로 보석들도 일반인들은 보기 힘든 거야.
일단 가자, 티티.
혹시 남이 보면 안 될 비밀이라도 있어?
그건 아니야, 안심해. 꼭 너한테 말해줄 거야. 하지만……
뜨거운 태양이 더 높이 뜨기 전에 칠망성 대로에 가서 기원 조각상을 하나 사야겠어. 연구할 때도 신의 축복이 필요하니까.
……그럼 빨리 가봐. 조금 있으면 발이 데일 정도로 뜨거워질 거야.
목표가 도시 중심의 박물관으로 가고 있어……
현지 박물관 부관장이 직접 마중 나올 정도면 소문이 맞는 것 같아. 평범한 신분을 가진 사람은 아니야.
뭐라고?! 네가 찾은 그 보석이 샤의 유물이라고?
쓰읍…… 발가락 드러나는 샌들 신지 말걸. 샌들 모양 그대로 타겠어.
지금 샌들 생각이나 하고 있을 때야? 그 보석은 도대체 어디서 발견한 거야?
스바트 아르살란이라 불리던 땅에서 단서를 발견했어. 우여곡절 끝에 결국 한 아미르의 영지에서 찾아냈지.
“사자들의 옛 왕좌”……
한 수정 동굴에서는 샤 본인이 남긴 고대 영상도 봤어.
그리고 여정에서 발견한 걸 전부 이 수첩에 기록했어. 이걸로 보물이 가득한 그 보물창고의 진짜 위치를 밝혀낼 수 있을 거야. 당시 샤가 나이츠모라에게 했던 약속이 단순한 전설이 아니었다는 걸 증명하는 거지.
생각해 봐, 우리가 보물창고에 들어간다면 그곳에서 어떤 게 우릴 기다리고 있을까?
희귀한 보물의 가치는 차치하고, 중요한 건 그곳에 담긴 정보로 당시의 진실을 밝혀낼 수 있다는 거야.
티티, 샤가 남긴 모든 수수께끼가 전부 풀리게 될 거야!
샤는 왜 미치광이처럼 도전장을 내밀었던 걸까? 그리고 카란두 카간과 벌였던 희대의 전투에 대한 진실! 그의 마지막 행방에 대한 것까지 전부 풀릴 거야!
이건 정말 충격적인 발견이 될 거야! 황금의 도시도 우리를 주목하게 될 거라고!
네가 위치를 알고 있다면 직접 사람들을 데리고 가서 발굴하면 되잖아. 그냥……
아니, 마지막 단서가 하나 더 필요해. 박물관의 유물 하나를 빌려야 해.
넌 파디샤의 딸이잖아. 전시된 유물뿐만 아니라 박물관 창고 문도 너한텐 언제든 열려 있잖아.
바로 그게 문제야.
잠깐, 설마 네가 노리는 게……
페페는 박물관 외벽을 바라봤다. 현수막이 천천히 펼쳐지고 있었다.
현수막에는 금빛 갑옷을 입은 미라가 그려져 있었다. 얼굴은 가면으로 가려져 있었고, 키가 큰 체형이었다.
현수막 하단에는 눈에 띄는 큰 글씨로 이렇게 쓰여 있었다.
바르야반다바드 박물관 특별 기념 전시 - 샤 시대의 이름 없는 장군
장군? 아니, 그는 그 보물창고의 수호자야.
그게 누구든 간에, 아나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전시품이야. 빌리기 쉽지 않을 거야.
단서를 가진 보석 하나만으로는 아무것도 증명할 수 없어. 샤의 보물창고를 찾아야만 아버지와 폐하에게 내 능력을 증명할 수 있어.
내가 황금의 도시에 들어가 폐하의 사관이 되어 사르곤의 역사를 기록할 자격이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해.
페페. 파디샤의 후계자가 되는 게 싫어?
……그런 부와 권력은 겉모습일 뿐이야. 우리 가문의 진정한 명예는 대대로 이어져 온 사관의 직위야.
하지만 페페…… 아버님은 계속 네 동생이 사관 자리를 맡기를 원하시잖아?
걔한테 있는 품위와 소양은 내게도 있어. 능력으로 따지면 나도 절대 지지 않아.
페페, 2달 후에 사자가 네 동생을 황금의 도시로 데려갈 거야.
충분해, 티티! 네가 날 도와주기만 한다면! 아나트는 여름이 끝나야 그 미라를 빌려줄 수 있댔어.
하지만 이번 여름이 내 마지막 기회야. 그렇게 오래 기다릴 순 없어.
너희 남매는 정말…… 어릴 때부터 맨날 싸우더니, 커서는 같은 자리를 놓고 다투는구나.
……내 출입증이야. 가져가.
밤에 전시관에 들어가서 몰래 연구할 수 있을 거야.
너……
너희가 이렇게 다투는 걸 보는 것도 지겨워.
한 번 더 도와줄 테니, 만약 이번에 아무 소득도 얻지 못한다면 더 이상 고집부리지 마.
그럴 리 없어. 소득은 분명 있을 거야.
페페의 혼잣말을 무시한 채, 메제티케티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수백 년의 세월을 견뎌온 웅장한 건물을 바라봤다.
태양이 정원과 건물을 밝게 비췄고, 끝없는 푸른 하늘 아래 거대한 사다리꼴 건물이 우뚝 서 있었다.
옆에 있는 커다란 종려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며 소리를 냈다.
매일 보는데도 여전히 저 위용에 압도돼.
이렇게 오랫동안 이 도시를 조용히 지키면서 세월과 맞서왔지.
그래, 이 건물 앞에서는 인생이 아무리 길다 하더라도 순간에 불과하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 버려.
시간이 어느 한순간에 멈춰 버렸으면 좋겠어.
응, 그러면 좋겠다.
내일 전시회 때 보자. 들키면 내 출입증을 네가 훔쳤다고 해.
내일…… 박물관 전시회……
좋아, 손님의 일정이 확정됐어. 이제 잘 접대만 하면 되겠군.
찬란한 사관 가문의 후계자, 왕과 영웅을 칭송하는 자, 사르곤 전역을 누빈 탐험가, 박학다식한 사람, 고귀한 파디샤의 딸……
제르나페카퍼-사시우트-하트셉수트.
다른 사람이라면 이렇게 많은 사람을 한 번에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에 고뇌하겠지, 하지만 이곳에 있는 건 나란투야, 이 모든 직함이 사실은 한 사람의 것이라는 게 아쉬울 뿐이야.
……그 여자 하나만 납치해도 내 빚을 갚고도 남을 만큼의 돈을 받아낼 수 있겠어.
지갑에 남아있는 돈으로 내일 입장권은 살 수 있겠지……
……됐어.
줄도 너무 길고, 햇볕도 너무 뜨겁고.
이 도시에선 금화가 너무 가치가 없어……
당신은 당신들의 황금빛 태양, 찬란한 보석, 그리고 저 뒤에 있는 박물관에 대해 맹세할 수 있어?
역사와 문명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신중하게 대답할 수 있는지 물어봐도 될까?
당신의 양심에 물어보고 말해줘, 박물관 입장료는 얼마지?
다시 말씀드리지만, 사르곤 유물 전시관이 아닌 곳은 무료입니다. 사르곤 관련 전시관만 금액을 지불하셔야 해요.
만약 알아보지 못하신 거라면, 앞에 있는 매표소 유리창에 관람 가격표가 있습니다. 박물관의 통역 서비스를 신청하실 수도 있고요.
미노스 전시관에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고?!
다시 말씀드리지만, '미노스 전시관'은 없습니다.
하지만 '북동지부' 전시관에서 말씀하신 미노스 유물을 가끔 전시하기는 해요.
……'북동지부'?
이국에서 온 관광객은 깊은숨을 들이쉬었다. 관광객이 주먹을 쥐자 드러난 팔의 근육이 불거졌다.
매표원은 본능적으로 작은 창구의 판자를 끌어 내리려 했지만, 관광객은 한 손으로 단단히 그 판을 받쳤다.
역사는 이 땅 위의 모든 사람이 함께 건너온 긴 강이야. 타르사스 고읍의 오리지늄 공방은 가울의 탐험가가 발굴했고, 고대 국가 아가멤의 경전은 미노스의 기능공이 복원했지.
그런데 미노스의 역사는 강을 거슬러 모래 속에서 흩어져 버렸어. 난 그저 그 남은 조각을 보기 위해 여기까지 왔을 뿐이야.
역사학자의 사명이란, 사람들이 잊어버린 과거를 찾는 거야. 당신도 이 말에 동의하겠지……
그렇다면, 권력을 가진 약탈자들이 자신들의 오만함으로 차별적 대우를 하는 걸 막아야 하지 않을까?
다시 말해서, 만약 사르곤의 역사가 100디나르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미노스의 역사도 그만큼의 가치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
그래서 입장권이 필요하신 건가요?
……더 중요한 건, 사르곤 사람이 마침 약탈자의 입장에 서 있다는 거야.
이야기는 여기까지, 당신은 양심적으로 박물관 내 미노스 유물의 가치를 인정하겠어?
다음 분!
잠깐.
이름은 헬리아의 아스파시아, 미노스어 철자로 써줘. 사르곤어로 음역하지 말고.
표 1장 부탁할게,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