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P-5불치의 운명
세쿤다는 연구소를 공격한 심해 신도를 심문하고, 어비설 헌터스는 수술이 끝난 후 도시를 떠난다. 박사는 울피아누스를 통해 당시 이샤믈라 살해 작전에 관한 더 많은 진실을 듣게 된다.
해양 순찰대군. 날 심문하러 왔나?
심문이라…… 하, 이 단어가 나한테 쓰일 줄은 꿈에도 몰랐군.
연구소로 침입할 때 염두에 뒀어야지.
그럼 그전에는? 너와 나 사이에 도대체 무슨 차이가 있지?
이곳에서 왜 넌 '심문하고' 난 '심문을 받는' 거냐?
가끔은 우리 방식이 너무 부드럽다는 생각이 들어.
이베리아 사절에 따르면, 그들은 심문 단계에서부터 형벌을 적용한다고 하더군.
……
헛소리 다 했으면, 이제 네 신분을 밝혀라.
난 트랙용 산호 배양 담당자였다.
범행 동기는 뭐지?
길가의 트랙용 산호를 자세히 관찰한 적 있나, 해양 순찰대?
우린 모든 거리의 트랙용 산호가 각기 다른 형태와 색깔을 띠고, 심지어 다른 기능을 갖길 바랐다.
투지장 동쪽의 그 산호 말이야. 물류 케이블이 빈 몸통을 관통하고 케이블의 미세한 빛 아래 산호충들이 반짝반짝 빛을 반사해……
마치 작디작은 성운 같았지.
허브항 외곽에도……
조금 전에 난 여러 그루의 트랙용 산호를 자세히 관찰했다. 너희들의 예전 시험 농지에서 말이야.
무고한 데이터 분석가가 거기서 죽었다.
……
그녀의 이상, 집착 그리고 그녀가 아꼈던 조류들은…… 네가 묘사한 트랙용 산호만큼이나 아름다웠지.
하지만 너희가 그녀를 죽였다.
질문 제대로 했군. 그럼 너와 그녀는 도대체 무슨 차이가 있지?
왜 넌 살아있고, 그녀는 왜 죽어야만 했지?
눈치챘기 때문이지……
뭘 눈치챘지? 왜 말을 멈추는 거냐?
아니면 내가 이 질문을 카시아에게 해야 하나?
너……
심해 교회가 항로 계획에 무슨 짓을 했지?
너희가 집중 공격한 대상은 비콘이냐, 아니면 무기냐?
말해.
아, 심해 교회, 심해 신도라.
아직도 이런 호칭에 익숙하지 않아. 너무 낯설어. 해양 순찰대가 사람을 손쉽게 잡아들이려고 지은 이름 아닌가?
……
소위 말하는 교회와 신자, 그 신성함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거지?
난 허황된 어떤 존재를 숭배하지도 않아. 그저 카시아의 주장에 동의할 뿐이지.
에기르에 만연해진 절망 속에서 카시아는 이 나라의 취약성을 꿰뚫었어.
사람은 사물의 가치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면서도 그 가치가 얼마나 취약하고 변하기 쉬운지 인정하지 않지. 그들은 기존의 가치에 충실한 신자가 되어버렸어.
하지만 지금 그 가치가 무너지고 있어. 에기르가 완전한 절망으로 빠지기 전에 누군가는 경종을 울려야 해……
*에기르 감탄사*! 날 떠본 거군.
더는 한마디도 하지 않겠어. 못 참겠다면 그냥 내 뇌파를 분석해. 힘든 일도 아니잖아……
질문을 하는 건 인간으로서 네게 주는 마지막 존중이다, 쓰레기 자식!
넌 스스로 무고하다고 주장할 수 있고 네 행동이 음모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넌 하나도 남김없이 정보를 토해내게 될 거다.
자, 말해.
제2대 대장.
스카디, 이제 우리 출발해야 해요.
긴급 상황이란 거 알아.
전선의 전력이 간신히 시본과 팽팽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어요. 전멸된 두 함대의 악영향이 이제야 온전히 드러났죠.
방금 들어온 소식으로는 제8군단, 제10군단이 여러 번 대형을 바꿔봤지만 모두 실패로 끝났고 고전 중이라는군요.
만약 비콘을 소굴 내 지정 위치에 설치하지 못하고 교착 상태가 계속된다면…… 항로 계획은 실패하는 거예요.
이해했어.
군단의 함대는 곧 피해를 무릅쓰고 시본에 대한 전면 공격을 감행하며 주의를 끌 거예요. 우리는……
우리는 전장의 빈틈을 노려 소굴 깊숙이 침투해 비콘을 투척하는 거지.
맞아요. 스카디, 상태는 어때요?
적어도 방금은 아주 잘 잤어. 그 전투 이후로 처음으로 꿈꾸지 않고 잤지.
지금 도시 내 정세가 점점 더 요동치고 있어요…… 박사님이 어디로 갔는지 아나요?
(고개를 젓는다)
제2대 대장, 박사 얘기를 꺼낸 이유는 알아. 질서를 유지하고 박사를 보호하게 하려고 날 보내려는 거잖아…… 결국 내가 계속 도시에 남아있길 바라는 거지?
솔직히 말해서, 고민 중이에요.
바다의 쓰레기들을 소탕하는 건 어비설 헌터스의 책임이지만, 난 여러분의 안전에도 책임이 있죠.
스카디, 바다로 돌아간 후 이샤믈라가 깨어날 조짐이 보였나요?
만약 그게 있다면, 무척 조용하네.
만약 그게 말을 한다면, 내가 그 입을 다물게 할 거야.
제2대 대장, 사실은 할 말이 있어서 왔어.
예전에 우린 이렇게 조심스럽게 일하지 않았었어. 우린 이런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이 있잖아.
심해 신도들의 신이자 그 쓰레기들이 말하는 '이샤믈라'가 정말 내 몸 안에 있다면, 내가 통제 불능상태가 되었을 때 그 자리에서 날 소멸시키면 돼. 아주 간단하지.
내 심장은 여기 있어. 당신이라면 실수하지 않을 거야.
스카디……
아직 안 끝났어, 제2대 대장.
당신이나 상어가 나보다 먼저 그 쓰레기들의 영향을 받는다면 나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
스카디, 큰 전투를 앞두고 이 말보다 더 위안이 되는 건 없다는 말을 하려던 참이었어요.
가시죠.
……
로렌티나 씨.
아기 새, 그 어색한 호칭은 빼요. 우리 사이가 이렇게 서먹했었나요?
……로렌티나.
에기르의 도시에 온 지 이렇게 오래됐는데 우리가 이제 만나다니. 정말 슬프네요.
난 늘 우리의 용감한 전사에게 심해 속에서의 진정한 활약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하필 이번에 우리가 가야 할 소굴이 너무 멀고 깊어서 당신을 데려갈 수 없게 됐네요.
아니, 그렇지 않더라도 난 지금 밀리아리움에 남아있어야 해.
어머?
여기 있는 동안, 도시에서 몇 가지 일들이 있었어.
처음으로 심해 잠수 장비를 착용하고 바다로 들어가자마자 해류에 휩쓸리며 이리저리 표류했지…… 인정해, 난 도움이 되기는커녕 짐만 될 거야.
그렇게 비하할 필요는 없어요. 처음은 늘 어려운 법이죠.
어쨌든, 소굴보다는 도시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아.
너희가 임무를 완수하고 에기르의 무기 시스템이 이 해역을 정화하기 시작하면, 난 빨리 카르멘 님 곁으로 돌아가 해상의 변화에 대응해야 해.
아, 그러니까 우리는 또 한동안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거군요.
맞아.
원래 너희에게 작별 선물을 주려고 했는데, 밀리아리움에 오기 전엔 이런 상황이 생길 거라곤 생각 못해서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했어……
걱정 마세요. 우린 다시 만날 거예요.
이번엔 반쯤 죽어가는 당신을 바다에서 구할 필요는 없었지만, 이번 전투가 끝난 후에 다시 만난다면, 또 다른 잊지 못할 방식의 재회가 될 것 같네요.
크흠! ……스카디 일행이 왔네!
로렌티나, 조심해.
이야기 끝났어요?
물론이죠.
출발하죠, 헌터들.
박사.
- 원하던 증거를 확보한 것 같네.
그래, 네 도움이 컸다.
- 그럼, 결과는?
- 찾은 걸 공유할 생각은 없어?
내가 전에 말한 것처럼, 도시 내의 비콘과 시본 소굴에 투하된 비콘 사이에 비정상적인 정보 교환이 있었다.
지금 보니 대부분의 작업이 C-22 연구소, 즉 우리가 방금 잠입한 곳에서 이뤄졌더군.
난 비콘 시스템과 제4급 무기의 원리를 완벽히 이해하진 못하지만, 이 정보 교환 내용만으로도 어렴풋이 추측할 수 있지……
비콘과 무기의 연동 관계가 변경됐다는 걸 말이야.
내 생각대로, 항로 계획이 고위층에서 누설된 거다.
- “내 생각대로”인가……
- 너는 처음부터 항로 계획에 이런 의혹을 품고 있었어?
그래.
항로 계획이 탄생하기 전부터, 난 이미 에기르를 의심하고 있었지.
- 그 의심은 어디서 비롯된 거지?
……그 결정적인 전투에서.
- 원래는 네가 '퍼스트본'에게 치명타를 날렸어야 했지.
-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팀과 연락이 끊겨버렸어.
- 게다가 '퍼스트본'을 죽이는 중책은 스카디에게 남겼지.
……넌 이미 알고 있었군.
스카디는 내 예상보다 더 널 신뢰하는 것 같군.
- 스카디의 설명으로 당시 상황을 쉽게 추측할 수 있었어.
- 사실 스카디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히는 몰라.
내 실수는 한순간의 방심 때문이었다.
이샤믈라의 핵심 기관에 가장 근접해 있는 동굴 혹은 그 비어있는 공간에서, 존재해서는 안 되는 뭔가를 발견했지.
거친 살점 층, 탁한 점액…… 난 처음에 그저 신체의 어떤 결절인 줄 알았다. 주변의 눈금과 무늬를 보기 전까지는……
그건 녹슨 수맥 탐지기였다.
……에기르의 것이지. 수백 년 전 모델로, 지금은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다.
- 수백 년 전?
그 수맥 탐지기의 변형 상태로 봤을 때, 적어도 200년은 이샤믈라의 몸 안에 있었을 거다.
하지만 당시 내가 들은 설명으로는, 우리 이전에 에기르에서 '퍼스트본'의 본체와 접촉한 사람은 없었다고 했지.
즉, 시본이라는 생물이 에기르의 시야에 들어오기 전에 이미 에기르인이 '퍼스트본'과 접촉했고, 에기르는 이를 전혀 몰랐다는 거다.
에기르의 잔잔한 수면 아래의 암류는 모두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거세다.
- 네가 증거를 확보하는 동안, 나도 이상한 점을 발견했어.
- 헌터들이 깨어나자마자 바로 떠났어, 아주 급하게.
전선의 교착 국면을 해결하게 위해 헌터들을 동원했겠지.
어떤 임무를 받았는지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전선을 우회해 소굴로 직접 침투해 비콘을 투하하는 거지.
- 작전 보조에서 전술의 핵심이 되길 강요하다니, 변화가 너무 빨라.
……
- 게다가 그 고문은 헌터들보다 훨씬 더 초조해 보였어.
- 헌터들이 깨어나자마자 제일 먼저 연구소를 떠났지.
블란두스.
그렇다면 우리도 서둘러야겠군.
만약 비콘과 무기의 연동 관계가 누군가에 의해 조작됐다면, 내가 가야 할 곳은 하나뿐이다. 항로 계획의 핵심 장소, 비콘 발사대지.
그리고 넌……
- 난 헌터들에게 명령을 내린 사람을 만나러 갈게.
- 클레멘티아…… 집정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