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5소방 통로
마테오 대위는 레이넬에게 몇 번이나 당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연립정부의 윗선은 마테오 대위에게 성과를 종용했고, 궁지에 몰린 마테오 대위는 결국 극단적인 해결책을 실행하기로 한다.
부커, 무슨 문제라도 있나?
칸델라 님, 대위가 뭔가 꾸미는 것 같습니다.
줄곧 레이넬에게 놀아나더니, 이제 와서 뭔가 꾸민다고?
저희쪽 사람이 소식을 보냈습니다. 대위가 예술 거리 사람들을 무력으로 제압할 생각이라는군요.
감히 내 도시에서 무력을 쓰겠다? 어디서 그런 배짱이 나왔지?
연립정부에서 지지를 얻은 모양입니다. 도솔레스에서 연립정부 군대의 모든 작전을 지휘할 권한을 받았다고 합니다.
흠, 그 멍청이들이 세력을 넓히는 방법을 터득했군……
대위의 계획을 막아야 할까요?
지금은 그냥 두지. 예술 거리 사람들은 시청의 방침을 따르지도 않는 골칫거리였잖아. 이번에 마테오가 그 사람들을 몰아낸다면 우리는 손도 안 쓰고 골칫거리를 없애게 될 거야.
하지만 무슨 짓을 하는지 잘 감시해. 마테오는 욕심이 많아서 큰 그림을 못 보는 작자야. 군대를 동원할 권한을 가졌으니 곧 다른 꿍꿍이를 품을 게 뻔해.
그런데, 칸델라 님. 갤러리아 크리슈타와 개관식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참가하겠습니까?
하아…… 골칫거리가 하나 더 있었네…… 관두지. 사람 보내서 선물이나 전해줘.
그럼, 나가보겠습니다.
잠깐만. 에르네스토에게 시킬 일이 하나 더 있어. 에르네스토에게 이걸 전해.
레이넬, 몇 년 전에 만난 적이 있는데 기억나나?
당신은 분명…… 잠시만, 기억날 것 같군요.
아, 노리스 씨지요? 삼 년 전에 경매에서 미노스 조각상을 두고 경쟁했죠.
기억력이 정말 대단하군. 그날 조각상 이야기를 계속했었지. 그 조각상을 이전에 소유했던 수집가들도 전부 알고 있었고 말이야.
맞습니다. 제 장점 중 하나입니다…… 무엇이든 절대 잊지 않지요.
오랜만에 보니 많이 변했군. 세월이 지날수록 점점 아버님을 닮아가는 것 같아.
아버지께서 일찍 돌아가신 게 안타까울 뿐입니다. 제가 한 일을 보셨으면 좋았을 텐데요.
너무 슬퍼하지 말게. 이 갤러리를 직접 볼 수는 없지만 아드님이 본인보다 더 큰 업적을 이뤘으니 자랑스럽게 여기실 게야.
하하…… 그러시겠죠.
코발스키 씨, 여기 계셨군요.
아, 체티 씨. 잘 지내셨나요? 이번 전시에 이베리아 프레스코화도 있답니다. 지난 1년 간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이베리아 프레스코화를 수집하셨죠?
그건 작년 이야기죠. 올해는 염국의 수묵화를 최대한 많이 구해볼 생각입니다.
투자 품목을 고르는 안목이 그렇게 빨리 바뀔 수 있는지 몰랐네요.
그게 아니네, 레이넬. 빠르게 변하는 건 우리 안목이 아니라 체티 씨의 취향이니까.
그거 재밌군요.
(작은 목소리로) 올해 재혼을 했다지. 새 부인이 수묵화를 엄청나게 좋아한다더군.
자, 인사는 했으니, 본론으로 들어갈까요, 코발스키 씨.
제가 수집한 프레스코화를 처분하려고 합니다. 빠르게요. 방법이 있을까요? 집에 캐서린의 수집품이 있는 걸 메리가 싫어해서요.
어쩌면 제가 도와드릴 수 있겠군요. 방법을 알아보죠.
그렇게 겸손하게 말씀하실 필요 없습니다. 슈테판 코발스키 님의 아드님 아니십니까. 몇 년 전에, 아버님께서 제 작품을 처분하실 때는 두 주 정도……
어라, 미안, 레이넬 씨. 여기 있는 줄 몰랐네.
이 여자가, 뭐 하는 짓이야? 앞을 제대로 보고 다녀야지!
여러분, 제 경호원입니다. 제가 따로 주의를 주도록 하죠.
지금 갈아입을 거야?
물론, 와인을 잔뜩 묻히고 돌아다닐 수는 없지.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고맙네. 저런 놈들이 한 놈만 더 들러붙었어도 숨이 막혀 죽었을 걸세.
고마울 것도 없지. 당연히 해야 할 일인데.
오늘은 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내일이 예술 거리 축제일이잖나. 인형이 춤을 출 준비를 해야 하니 바쁠 것으로 생각했네.
아직 계약이 끝난 건 아니니까.
책임감이 뛰어나군…… 그런데, 계약이 끝나면 무얼 할 생각인가? 어디론가 떠날 셈인가?
등에 상처는……?
아, 이거 말인가? 신경 쓰지 말게. 배신에 대한 대가라고 치지.
계약이 끝나면…… 도솔레스를 떠나 실종된 대원들을 찾으러 갈 생각이야.
그렇다면, 다시 만나기 어렵겠군.
계약을 맺지 않았다면 나 같은 고집쟁이 고용자는 진작에 떠났겠군?
나도 그렇게 고분고분한 고용인은 아니었지. 여태껏 해고당하지 않은 것이 놀라울 따름이야.
……
도와줘서 고마워. 앞으로도 레이넬 씨가 하는 모든 일이 잘 풀리기를 바랄게.
설마 선물을 준비한 건가?
응, 음반이야. 예술 거리에서 산 거지.
이름을 들어본 가수 같은데…… 아, 기억났네. 작년에 27분짜리 곡을 발표했지. 가사는 나에 대한 욕설이었다만.
그건 몰랐네…… 곡이 좋아서 들어봤으면 했거든.
괜찮네. 미안해할 것 없어. 앙갚음은 이미 해뒀으니.
뭘 한 거야?
예전 소속사에서 그 가수가 쓴 곡의 저작권을 사들였네. 그리고 그 가수가 싫어하는 밴드에게 넘겼지. 언제라도 부를 수 있게 말이야.
음반은 여기 두고 갈게. 궁금하면 한 번 들어봐. 듣기 싫다면 그냥 두고.
예…… 며칠 전에 전화했을 때 전화선을 뽑아버렸습니다.
시간을 조금만 더 주십시오. 무슨 수를 쓰더라도 그 땅을 손에 넣겠습니다…… 그러면 개발 계획도 본격적으로 진행할 수 있겠죠.
아시겠지만, 제가 하는 모든 일은 연립정부를 위한 일입니다. 하지만 이번 일은 조금 복잡합니다.
그 토지의 개발권을 가진 사업가가 협조적이지 않아서요. 설득도 해보고 겁도 줬습니다만, 통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예술 거리와 직접 접촉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거기 사는 사람들은 고집이 엄청나서 별다른 성과는 없었습니다.
아, 변명하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상황을 그대로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연립정부 내에서도 레이넬을 지지하는 다른 파가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성급하게 결론 낼 수 없는 일입니다만.
예, 제가 부족한 탓에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감히 한 말씀 드리자면, 혹시 어떤…… 단서라도 없으십니까? 그러니까…… 이번 개발 사업에 끼어들려는 사람이 있을까요?
아닙니다, 연립정부에서의 입지가 불안정하다는 말씀을 드리는 게 아닙니다. 그저 그런 세력이 있을 수도 있다는 말씀입니다.
이 문제는 신경 쓰지 말고 진행하라는 말씀이시죠…… 저, 정말 괜찮은 겁니까? 혹시 제 행동 때문에 문제라도 생기면……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알겠습니다. 절대 기대를 저버리지 않겠습니다.
대위님, 그분께서도 모르신다고 하십니까?
모른다는군. 신경도 쓰지 않는 것 같아. 어쨌든 도솔레스의 모든 병력의 지휘권을 받았다. 그러니까 빨리 처리하라는 소리겠지.
칸델라는 어쩌죠?
직접 처리하겠다는군.
그분께서 뒤를 봐주신다면 아무 문제 없이 풀리겠군요. 그런데 대위님…… 표정이 안 좋으십니다만?
생각해 봐. 상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야만 일을 끝낼 수 있다면 그건 어떤 부하지?
신뢰받는 부하인가요?
아니…… 그건 무능한 부하야.
이번 개발 사업에 확실한 성과를 내서 내 실력을 증명할 생각이었지. 하지만 이제는 내가 저지른 일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멍청한 놈이라고 생각할 거야.
토지를 손에 넣고 난 다음에는 이번 일을 잊어버리시지 않을까요?
모르는 일이지. 어쨌든 최근 계속 진급을 거듭하는 놈이 하나 있다. 아마 그놈을 여기로 보낼 생각인 것 같아.
내 자리를 빼앗기지 않으려면 단순히 토지를 손에 넣는 것으로 만족해서는 안 돼. 뭔가 다른 성과를 내야겠지.
계획이 있으십니까?
당연하지. 예전부터 생각하던 게 있어. 레이넬이 나를 계속 멍청이 취급하는데, 그 대가를 치르게 해주지 못한다면 내 꼴이 뭐가 되겠나.
그러니 내가 그놈의 갤러리도 집어삼켜야겠어……
개관식까지 이틀밖에 남지 않았으니……
이번에는 가장 가혹하고 위험한 방법을 써야겠군.
이상하네…… 어떻게 된 거지……
에르네스토, 창고 불이 켜져 있길래 와봤어. 아직 안 잔 거야?
알레타? 들어와.
예술 거리에서 맡긴 일이야? 며칠 전부터 다들 엄청 바쁘던데.
하아…… 그 일이면 다행이지. 그러면 재미라도 있을 텐데…… 지금은 신세 진 걸 갚는 중이라.
저번에 억제제 되찾을 때 얘기야? 내가 도와줄 건 없어?
네가 도와줄 필요는 없어. 이건 내가 책임질 일이니까.
에르네스토, 그렇게 혼자 다 처리하려고 하지 마. 내가 도와줄 일이 있으면 늦기 전에 말하라고.
괜찮아. 별로 대단한 일도 아니니까. 먼저 들어가서 쉬어.
그러든지…… 너는 맨날 이런 식이야. 혼자 모든 일을 다 처리하려고 들잖아. 남들한테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말도 안 하면서. 그러면 아무도 도와줄 수가 없다고.
그런 게 아니야, 알레타.
그런 게 아니기는? 너 늘 그러거든. 그러니까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거잖아. 난 가서 잘 테니까 너도 무리하지 말고 쉬어.
(깊은 한숨)
미안하지만 도움은 받을 수 없어. 그러면 너도 이 일에 말려들게 될 거야. 내 탓은 하지 말아 줘.
이상해. 그렇게 많은 폭발물이 도시에 도착하자마자 흔적도 없이 사라지다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28일에 도착한 것도 있고…… 다음 달 3일에 한 번 더 운송됐잖아……
그리고 같은 시기에 맥주 재료가 운송된 기록이 몇 건 있네. 그 재료와 함께 운송된 건가? 아니, 그렇다기에는 운송 경로가 안 맞는데. 운송 경로에 세관이 네 군데나 있잖아. 폭탄이라는 것을 들키지 않고 모든 세관을 통과하는 건 불가능해.
혹은…… 검사도 안 받고 세관을 통과했을 수도.
너무 귀중한 물건이라 검사를 안 하는 물건이라면?
명품이나…… 고급 와인?
흠…… 그보다 더 귀중할 텐데. 수백만 컬럼비아 수표를 우습게 넘는 물건이라면?
설마……
이건…… 갤러리아 크리슈타와를 확인해 봐야겠어.
으윽……
어이, 무슨 일 있어? 여기 붙박이처럼 앉아서 계속 울고만 있던 거야?
오늘 운도 더럽게 없는 날인가 봐…… 계속 이상한 조옮김 때문에 골치야. 여기 낮은음자리표 보여? 내 악기는 트럼펫이라고! 작곡가가 대체 무슨 생각으로 곡을 쓴 거지?
리허설이 시작하고 악보를 봤는데 내 악보는 다 묵음이더라고. 여기저기 음표 몇 개가 띄엄띄엄 있더라.
꾸밈음 같은 거도 없어?
없어…… 백 마디 넘게 다 묵음이야. 그래서 마디 수를 세다가 연주를 시작했는데 바로 틀려버렸지. 마디 수를 잘못 세서 일찍 시작해 버렸거든.
심지어 소리가 엄청나게 튀는 음이었어. 다들 연주를 멈추고 나를 쳐다보는데…… 이 악보를 쓴 사람은 트럼펫이 뭔지 모르는 걸까?
하아…… 일단 좀 쉬어. 내일은 좀 낫겠지……
그럴까……?
내일이 예술 축제인데…… 으으…… 너무 긴장된다고.
잠이 안 오면 내 작품 좀 도와줄래?
네 작품은 오래전에 완성한 거 아니었어?
그랬지. 그런데 어제 마무리하던 중에 앱이 작동을 멈춰버렸어. 기다리면 다시 될까 싶어서 저녁을 먹으러 다녀왔거든. 그런데 돌아왔는데도……
으아악……! 그만! 충분히 끔찍하니까 그만 말해!
잠깐!
그만하라니까……! 그렇게 머리 쥐어뜯으면서 돌아다니지 마! 내 태블릿이 저기 있다고!
아, 안 돼…… 다 날아갔어…… 오늘 왜 이렇게 운이 없지……?
보고. 높은 곳에 석궁병을 배치했습니다. 목격자는 없습니다.
대기하겠습니다.
하아…… 오늘 진짜 바빴네…… 몇 시지? 좋아, 아직 시간 있네. 잠깐 도시로 나가서 술이나 한잔해야겠다.
아야!
누가 이런 돌덩이를 도로에 놔둔 거야? 생각 없는 사람 같으니.
이런…… 오늘 대체 왜 이러지? 제대로 되는 일이 없잖아. 내일 점쟁이라도 만나서 운수라도 봐야 하나.
실례하겠습니다. 나가는 길은 통행이 금지됐습니다. 돌아가시죠.
뭐야, 당신? 뭔데 길을 막는 거야?
돌아가시라고 했습니다.
뭐야, 당신들 누군데? 어디서 나온 거야?
물러나시죠, 선생님.
곧 제복을 입은 병사들이 더 나타났다. 병사들은 단단히 무장하고 굳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모든 골목마다 배치를 마치고 예술 거리를 완전히 포위했다.
병사들 사이로 검은 트럭이 돌아다니며 먼지를 자욱하게 일으켰다.
트럭이 멈추자, 병사들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짐을 내렸다. 하늘은 어둑해지고 있었지만, 병사들이 트럭에서 내린 물건은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병사들은 예술 거리 사람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가시철사를 풀어 거리를 봉쇄했다.
지금 뭐 하는 짓이지……?
정기적인 소방 점검입니다. 놀라실 필요 없습니다.
협조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