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4비전통 예술 공간
예술 축제에 몇 가지 문제가 생겨 레인보우 팀이 나서게 된다. 레이넬은 비싸게 낙찰한 오르골을 수리할 사람을 불렀고, 그 오르골은 레이넬의 어머니가 만든 오르골이었다.
안 돼. 절대 안 돼. 레이넬의 부하들이 우리 축제에 끼어드는 꼴은 못 봐.
이제 축제까지 얼마 남지도 않았어. 아무 문제도 생기지 않게 대비해야지.
하지만 약은 벌써 돌려받았잖아. 레이넬도 축제를 괜찮게 생각하고……
놈들이 무슨 꿍꿍이를 꾸밀지 모르잖아. 레이넬이 정말 좋은 뜻으로 참여하고 싶어 하는지 어떻게 알아?
……
왜 말이 없어, 테크노?
영감, 나도 그 사람들이 레이넬의 부하인 건 알아. 신문에도 레이넬과 함께 찍은 사진이 실렸으니까.
하지만 그날…… 광석병이 도졌을 때, 쓰러져서 움직일 수도 없었어. 주변에는 아무도 없고…… 이제 죽는구나 싶었다고.
그만 포기하려고 했는데, 그 사람들이 나타나서 구해줬어. 그리고 동네로 데려다주기도 했고.
예전에 무도회장에 불이 났을 때처럼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영감이 날 불 속에서 구해줬잖아.
그게 어떻게 같은 거야? 나는 소방관이라고, 테크노. 사람을 구하는 게 내 직업이야. 그리고 그것만으로 충분히 만족해. 하지만 그 사람들은? 다른 속셈이 없다고 장담할 수 있어?
그렇게 걱정되면 그 사람들을 감시할 사람을 보낼게. 그냥 구경만 하게 해 주면 안 돼?
왜 그렇게 고집을 부리는 거야? 네가 그 사람들을 들여보내 주면…… 문제가 생겼을 때 네가 가장 곤란해질 거란 말이다.
그러지 말고, 영감. 내가 사고 못 치게 잘 지켜볼게.
하아…… 대체 왜 의견이 안 맞을 때마다 이렇게 멋대로 구는 거야?
에이, 영감…… 제발, 응?
됐어. 그런 눈으로 보지 마. 그래봐야 소용없어.
전에는 잘 통했는데……
통하긴 뭘 통해? 그때는 네가 그렇게 요란한 머리 꼴을 하지도 않았고, 온통 검은 옷만 입지도 않았고, 걸을 때마다 딸깍거리고 다니지도 않았으니까 그랬던 거지.
됐어, 그만하자…… 하아…… 예전처럼 예쁘게 차려입으면 얼마나 좋냐?
흥.
됐다. 입술 그만 삐죽거리고 그 용병들 대장한테 이야기나 좀 하자고 전해.
여기로 오라고 해?
아니, 해변에서 만나자고 해.
Ela 양, 왜 여기에서 만나자고 했는지 알겠어?
바다를 보러 온 건 아닐 테고.
분명 이 해변은 레이넬이랑 일하면서 본 멋진 광경들과는 비교도 안 되겠지.
글쎄. 쓰레기로 가득한 골목 너머에 있는 깨끗한 해변이라니 생각보다 괜찮네. 예술 거리보다 햇빛이 훨씬 잘 들어서 수면이 예쁘게 반짝이는걸.
어쩔 수 없지. 건물들 높이가 들쭉날쭉하다 보니 말이야.
쓰레기는…… 예전에 더 많았지. 결국 내가 팀을 꾸려서 치웠어. 이제 우리 동네에 쓰레기를 버리는 놈이 있으면 나랑 멱살부터 잡아야 할 거야.
도솔레스를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멋진 해변을 볼 기회가 있어야 하니까.
그렇지 않나, Ela 양?
쓰레기를 버릴 생각은 없어. 그저 이 경치를 즐기고 싶을 뿐이지. 디아즈 씨처럼.
정말 깨끗하고 조용한 곳이네. 시끄러운 관광객도 없고, 카지노 간판도 없고.
그건 여기 바람이 너무 강해서 그래. 아무도 개발할 생각을 못 했지.
나무를 보고 알았어. 바람이 안 부는 쪽에만 잎이 자라더군.
나무는 강인해. 산바람을 맞아도 언제나 살아남을 방법을 찾지.
바닷바람이겠지.
미안, 아직 그쪽 말에 익숙하지 않아서.
Ela 양…… 우리를 그저 지켜보겠다고 했지. 뭐, 우리가 숨길 게 있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우리 일에 끼어들지 않았으면 좋겠어.
테크노는 당신들이 꽤 마음에 들었나 보더라고. 동네 사람들도 좋아하는 것 같고. 그러니 쓴소리는 내가 하도록 하지.
만약 당신들이 테크노를 배신하거나 슬프게 한다면, 내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
테크노를 특히 챙기는 것 같네. 그냥 부하가 아닌 모양이지?
살면서 결혼도 안 했고 애도 없었어. 하지만 그 아이를 화재에서 구한 이후로 내 딸아이나 다름없는 존재가 되었지.
할 이야기는 다 했어. 결정은 알아서 해.
딸이 소중하다는 말을 이렇게 돌려서 하는군.
(작은 목소리로) 이 세계 사람들의 삶에 필수적인 산업용 광물에서 비롯된 감염병. 별다른 전조 없이 발병하고, 사람에 따라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난다. 아직 치료법도 없고……
(작은 목소리로) 석유 같은 게 갑자기 불치병의 감염원이 된다면…… 상상도 하기 힘들군.
무슨 이야기 하고 있었어, 귀스타브 씨?
아, 아니야. 그냥 혼잣말이었어.
요청했던 약이랑 장비를 가져왔어. 또 필요한 게 있을까?
이 정도면 충분해.
이 동네를 담당하던 의사를 잃은 후로 의료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어. 귀스타브 씨가 도와주니까 동네 사람들이 정말 좋아해.
아, 거기 그 의사가 광석병을 연구한 내용을 쓴 수첩이 있네. 그 사람도 광석병과의 오랜 사투 끝에 안타깝게…… 후우.
글씨를 보니 아주 신중하고 꼼꼼한 사람이었나 보네.
다들 그 사람을 그리워하지.
아, 그리고 귀스타브 씨가 찾는 분들 말인데…… 전달자를 급하게 보냈어.
나도 만나본 적이 별로 없어서 그쪽에서 찾는 사람들이 맞는지 확신이 들지 않네. 하지만…… 이렇게 작은 실마리라도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
그렇지. 정말 고마워.
그런데…… 전달자를 보냈다고?
맞아.
국제 전화 같은 건 없는 건가?
국제 전화……?
에르네스토 씨. 저, 오늘 진료 예약을 했는데요.
아, 왔구나, 엘리. 이분은 귀스타브 씨야. 새로 오신 의사 선생님.
안녕하세요, 귀스타브 씨. 엄마가 새로 오신 의사 선생님 드리라고 빵을 구우셨어요.
오, 감사하다고 꼭 전해주렴. 이건 무슨 빵이지?
쿠와송이요.
아니지, 꼬마 친구. 이건 크루아상이야. '쿠와송'이라고 발음하는 게 아니란다.
이상하네…… 우리는 그렇게 안 부르는데요……
날 믿어보렴. 그 발음이 맞다니까.
어? 다들 '쿠와송'이라고 발음하지 않나?
이럴 수가…… 믿을 수가 없군.
선생님, 괜찮아요? 표정이 안 좋은데요.
크흠, 괜찮단다…… 그럼, 요즘 어디 아픈 곳이 있을까?
아니야! 그 팔은 좀 더 높이 달아야 한다니까. 그래야 나중에 어깨랑 맞추지.
알았어!
두 꼭두각시가 같이 춤을 춘다라…… 대단한데.
구상하고 작품을 만드는 데만 반년이 걸렸어. 그래도 헛된 노력은 아닌 것 같아서 다행이지.
네가 다 계획한 거야?
나? 아니. 원래는 영감 생각이었어.
디아즈 씨가? 그럴 분처럼 보이지는 않았는데……
그 불이 났던 해는 유난히 건조했지. 무도회장에 불이 났고 불길이 너무 거세서 사람들이 빠져나올 수가 없었어.
소방서에서는 구조를 포기하라는 명령을 내렸는데 영감이 명령을 무시하고 사람들을 구하기로 한 거야. 최선을 다했어도 모든 사람을 구할 수는 없었어……
끔찍한 기억으로 남았지. 결국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게 됐어. 그래서 지금은 예전처럼 춤을 추지 않아. 그 화재의 고통을 아직 잊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사람들의 마음속에 다시 춤에 대한 열망이 생겨났어.
영감 빼고…… 본인은 아직도 구하지 못한 사람들 때문에 괴로워하거든.
그런데도 이 작품을 구상한 거구나……
영감은 사람들이랑 춤을 추지 못하겠대. 하지만 사람들이 춤을 출 수 있게 해주고 싶다더라고.
있잖아, 테크노.
여기 처음 왔을 때, 엄청나게 충격받았거든. 무허가 건물에 가득 들어찬 사람들을 보니 정말 도시 계획이 엉망이구나 싶었어. 불이 난다면 큰일이 나겠다 싶었지.
그런데 골목골목에 소방 시설이 잘 갖춰져 있더라고. 건물마다 비상구도 있고 피난 대피 계획도 잘 만들었더라.
그래서 생각했지. 이 동네를 운영하는 사람은 진짜 능력자구나.
그리고 지금 보니까 진짜 능력자인 게 확실해졌어.
그건 그렇긴 해……
어, 저긴 무슨 일이지?
어떻게 된 거지? 저 팔이 안 움직이는 것 같은데.
거기 왜 그래?
문제가 생겼어. 인형 몸체를 고정한 케이블에 팔이 엉켜서 움직이지 않아.
분해하고 다시 설치할 수 없어?
글쎄, 완전히 엉킨 것 같은데.
어디가 엉켰는데? 풀 수 있는 사람을 불러올게.
위치가 좀 그런데…… 3층이랑 4층 사이야. 창문에서도 멀고.
안전 장비 입고 올라가면 어때?
글쎄…… 한 번 해봐야겠네.
사람을 8층에서 내려보내는 건 너무 위험하지 않아? 저 인형 머리보다도 훨씬 높은 곳이잖아.
방법이 없어…… 다른 층에는 타고 내려갈 밧줄을 고정할 곳이 없거든.
멀리서 움직일 방법은 없는 건가……? 저 건물 외벽을 타고 올라가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은데.
저 목각 인형은 수작업으로 만든 거라 내부 구조가 엄청나게 복잡하거든…… 구조를 확실하게 알아야 다룰 수 있어.
조심해……
조금만…… 조금만 더 왼쪽으로……
안 돼! 기술자가 떨어졌어!
휴…… 안전 장비를 입어서 다치지는 않았네.
다시 해볼 수 있을까?
안 될 거 같은데…… 너무 높은 데서 떨어져서 다리가 후들거리나 봐.
나, 난 못해…… 난 고소공포증이 있다고요……
하지만 인형 내부를 너보다 잘 아는 사람이 없잖아…… 다른 사람이 고치는 건 불가능이나 마찬가지라고……
싫어요…… 너무 무섭다고요! 떨어질 때…… 진짜 죽는 줄 알았어요……
테, 테크노는 어때요? 테크노가…… 설계한 거니까……
테크노! 테크노!
기술자는 괜찮아?
괜찮아. 다치지는 않았는데 겁을 먹었어. 그래서 우리 대장이 네가 직접 고치면 어떻겠냐고 하는데……
나는 내부 구조를 하나도 모르는데?
몰라? 네가 설계한 거 아니야?
내가 설계한 건 겉모습이지. 만들 방법은 내가 생각한 게 아니거든.
그럼…… 어떡하지?
테크노, 나랑 Fuze가 해보면 어떨까? 복잡한 기계는 많이 다뤄봤거든.
어? Ela, 벌써 영감을 만나고 온 거야?
우리가 해볼게, 테크노.
하지만 영감이……?
나도 도와줄게, 테크노. 우리는 다들 기계를 잘 다루거든. 그러니까 방법이 있지 않을까.
그게……
혹시 고소공포증은 없어? 저기가 8층 높이라…… 머리로는 안다고 해도 올라가 보면 느낌이 다르거든.
20층 건물에서 떨어진 적도 있어. 이 정도는 쉽지.
아니야, 안 돼…… 여기 있어. 내가 올라갈게.
테크노?
미안해, Ela. 당신을 못 믿어서 그러는 게 아니야. 영감한테 당신들이 직접 나서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했거든.
하지만 고칠 수 있겠어?
어떻게든 해봐야지.
후우……
메이어르, 부탁 하나만 할까?
당연하지. 뭘 하면 돼?
저기 날 감시하는 사람들 보여? 나는 Fuze를 찾으러 갈 테니까 저 사람들이 나를 따라오면 적당히 막아줘.
아하, 디아즈 아저씨가 지원군을 보냈구나.
해볼게. 그런데 어디로 가게?
위로. 테크노가 저렇게 큰 녀석을 다룰 수 있을 리 없잖아.
Ela! 잠깐!
쳇, 그 여자가 어디로 간 거지?
하아……
저기, 미안하지만 잠깐 도와줄 수 있을까?
응?
윽……
이런 데서 잠들면 안 되지.
무슨 일인가?
이베리아에서 복원가분이 오셨습니다. 지금 만나시겠습니까?
그러지, 안으로 모시게.
레이넬 씨, 무슨 일로 절 찾으셨죠?
탁자에 있는 오르골을 봐 주겠나?
아…… 15년 전에 제작된 알리자의 명작이군요…… 정말 아름답네요.
아주 평온한 기분도 느껴지고요……
덮개에 새겨진 여성의 상을 보세요. 차분하고 아름다워 보이죠. 연민이 가득 담긴 눈과 입술 끝을 스치는 씁쓸한 감정이 느껴지네요. 이런 게 진짜 명작이겠죠.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지. 며칠 동안이나 살펴봤으니 어떤 작품인지는 충분히 알고 있네.
회전통이 손상된 것 같네요. 완벽하게 복원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괜찮아. 내가 그런 것이니 말이야. 그건 고칠 필요 없네.
오르골 안에 악보가 있는데, 그걸 토대로 회전통을 새로 만들면 될 듯하군.
숨겨진 공간인가요?
레이넬은 탁자에서 오르골을 들어 뒤집었다. 틈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바닥 판 사이를 레이넬이 손톱으로 찌르자, 바닥이 열리며 접혀 있는 악보가 나타났다.
레이넬은 조심스럽게 악보를 펼쳐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누렇게 색이 바랜 종이가 세월의 흐름을 비췄다.
아주 깔끔한 필체로 기록된 악보였다.
숨겨진 공간이 있는 걸 어떻게 아셨죠?
아, 어머니께서 오르골을 만드실 때 같이 있었지. 그때 악보를 넣는 것을 봤네.
다른 방법은 없는 거야? 8층에서 밧줄을 타고 내려오겠다고?
그래. 목표에 접근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야.
가장 위험한 방법이기도 하지.
설마 내가 정말 떨어질 거라고 생각해?
그건 아니야. 하지만 우리 입장을 생각해야지.
이렇게 대놓고 나섰다가 일이 잘 안 풀리면 저 사람들은 우리를 탓할 게 뻔하잖아.
평소보다 말이 많네.
너는 평소보다 말이 없고.
나는 그저 저 사람들의 작품이 물거품이 되지 않았으면 해.
어째서 저 망상에 빠진 예술가들에게 그렇게 신경 쓰는 거지?
망상이 뭐 어때서? 스스로에게 부여한 저 불가능할 것 같은 도전에 성공하고 모두를 놀라게 하면 되는 거잖아.
그런 식으로 따지면 우리가 하는 모든 일도 그런 망상에 빠진 도전 같은데.
나도 그렇게 생각해.
……
바닥에 내려오면 빨리 작업하는 게 좋을 거야. 우릴 쫓고 있는 사람들이 곧 따라잡을 테니까.
하지만 시간은 벌어주지. 너무 서두를 것 없어.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