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1테마 전시회
레인보우 팀원들은 도솔레스에서 시간을 보내며 도시의 다양한 모습을 마주하게 됐고, 미워시는 납치를 계획했던 대위를 몰래 찾아간다.
아, Ela 양. 친구들은 같이 안 온 건가?
레이넬 씨의 경비원들이 Fuze에게 '관심'이 많아서 놓아주질 않더라고. 마침 레이넬 씨도 경비원들에게 훈련이 필요하다 해서 두고 왔어.
대원은 넷이라고 하지 않았나?
합의에 따라 두 명은 레이넬 씨의 경호를 맡고 나머지는 도시에서 수색 작업을 계속할 계획이야. 물론 상황에 따라 바로 합류할 수도 있지.
어차피 오늘은 공식 석상에 나갈 일정도 없다 했으니까.
그냥 궁금해서 말이야. 사실 경호원은 적을수록 편하거든.
오늘 일정에 비밀회의가 두 개 있는 걸 봤는데.
회의? 그런 게 있었나?
번지 점프…… 이게 그 '회의'인 건가?
아, 그래. 미워시는 절대 허락하지 않겠지. 하지만 마침 출장 중이니, 오늘 해볼 생각이네.
……경호원으로서 번지 점프는 포기하길 제안하는데.
고용주로서 Ela 양이 제안을 덜 하는 것을 제안하지.
안전장치는 잘 고정된 건가?
네. 바로 뛰어내리셔도 됩니다.
그럼, 이만.
야호……!
저 얼간이……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업계 최고의 장비를 사용해서 전혀 위험하지 않거든요.
전혀 위험하지 않다면 아까 서약서를 작성할 필요는 없었겠지.
그럼 안전장치는 도로 풀어드릴까요?
내 고용주가 이미 계산했다는데, 뭐……
Ela는 점프대를 등진 채 가장자리에 섰다. 어느새 뒤꿈치는 허공에 닿았고, 안전장치를 따라 등줄기에 소름이 돋는 것이 느껴졌다.
Ela는 직원을 향해 미소를 짓고 뒤로 몸을 기울였다. 그리고 심장을 움켜쥐는 듯한 부유감을 만끽했다.
Ela는 밧줄이 완전히 늘어났다 튕겨 올라오기를 기다렸다. 뒤집혔던 세상을 똑바로 볼 수 있도록.
그때, 거센 바람 소리 사이로 첨벙하는 물소리가 들렸다.
세상에, 저 불포가 안전장치를 풀었잖아?!
Gówno!
해변의 햇살이 걱정인가요? '솜브레로 형씨' 선크림으로 피부를 보호하세요. 지금 주문하시면 꼬리 케어 오일 세트도 무료로……
그건 뭐야?
저 고양이 귀 달린 여자애가 나눠주길래 받아왔어.
하긴, 여긴 자외선이 상당히 강하니까.
그거 말고. 여기 읽어봐.
뿔 연마용 숫돌? 잘못 적은 거 아닐……
처음에는 볼리바르 출장이라고 해서 정말 싫었거든. 그런데 내전이 한창인 나라에 이런 아름다운 휴양지가 있을 줄 누가 알았겠어?
다 좋은데, 바닷바람 맞아서 뿔이 거칠어졌잖아. 호텔에 돌아가면 다듬어야겠어.
……
그리고 불포, 루포, 필라인 전용 린스도 있네.
10 리터 짜리라고?! 아니, 아무리 귀랑 꼬리가 있다고 해도……
이번 물건은 품질이 좋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내일 해변에서 하시죠.
정말 좋은 물건이어야 할 거야.
린스…… 필요하겠네.
이젠 뭘 봐도 놀랄 것 같지 않아.
(눈살을 찌푸린다)
(경멸하듯 비켜 간다)
Sacré dieu……
……
오늘의 게스트, 도솔레스 예술계의 떠오르는 스타! 레이넬 코발스키 씨를 소개합니다!
감사를 표하지, 도솔레스 TV. 이 방송을 볼 수 천 시청자 여러분에게 멸시당할 좋은 기회로군. 물론 시청자 여러분의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되겠지.
어, 저건 갤러리아 크리슈타와 주인이잖아?
길거리에서 저 목소리를 들을 줄은 몰랐는데.
Ela와 Fuze가 고생이 많겠어. 어쩐지 사람 속을 다 긁어 놓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게임할 생각 없으면 당장 꺼져! 너 같은 구질구질한 놈 때문에 손님들이 안 들어오잖아!
뭐지?
단지 축제를 홍보하려는 것뿐이야. 당신 손님을 귀찮게 하진 않았다고.
귀찮게 하면 각오해.
안녕! 축제 좋아해? 전단지 받아 가! 예술 거리에서 진행하는 특별한 축제라고!
안타깝지만 시간이 없을 것 같네……
설마 그 유리 건물 개관식에 가는 건 아니지? 장사꾼의 사탕발림에 속으면 안 돼! 예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음……
그러지 말고 전단이라도 받아 가.
뭐라고 쓰여 있어?
흠. 재밌을 것 같기는 하네. 행사 진행이 제대로 되기만 한다면 말이지.
……이 행사는 도솔레스의 예술 및 문화 산업 발전을 촉진시킬 걸세.
직원들과 함께 인수, 사업 개발, 공동체 상생 방안 등등 상세한 계획도 마련했지.
갤러리아 크리슈타와의 개장은 도솔레스 경제 발전의 전환점이 될 걸세.
저걸 들으니 전단 내용이 더 궁금해지는데?
쿨럭! 정신 나갔어?!
일어나, 이 멍청아!
죽은 척한다고 속을 줄 알아!? 맥박도 뛰고 있잖아!
쿨럭! 하하…… 쿨럭.
차마 참을 수가 없었네. 수면에 가까이 떨어졌을 때 나 자신을 옭아매는 모든 족쇄를 풀고 자유롭게 낙하하는 그 기분을……
밧줄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것보다 훨씬 스릴 있지 않나.
……레이넬 씨, 미안하지만 이런 식이라면 더 이상 경호원을 맡을 순 없어. 머물 곳을 마련해 줬던 건 고마워. 내일 대원들과 함께 떠나도록 하겠어.
예전에는 더 높은 곳에서 떨어진 적도 있네. 하지만 생채기 하나 없이 멀쩡하지 않나. 그렇게 화내지 말게.
자신의 목숨으로 장난을 치는 사람을 보호할 수는 없어.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닐세, Ela 양. 오래전부터 이루기 위해 노력한 목표가 있지. 목표를 달성하기 전까지 세상 누구보다 내 목숨을 소중히 여길 생각이네.
일단 몸부터 잘 말리는 게 좋겠군. '우리'보다 체력이 약한 듯하니 말이야.
너도 알고 왔겠지. 그 문을 열고 들어온 이상, 네 마음대로 나갈 수 없을 거야.
대화를 하려고 왔습니다, 마테오 대위님.
대화? 네 상사가 내 부하를 그렇게 대접했는데?
왜 레이넬 님과 계속 다투시는 겁니까?
흠, 재밌군. 예술 거리 놈들이 눌러앉은 땅만 레이넬이 넘기면 다툴 필요가 없을 텐데.
내 사업을 방해하는 건 볼리바르 연립정부를 방해하는 거나 마찬가지야.
돈밖에 없는 카시미어인이, 용병 몇 명을 고용했다고 정부의 대변인과 협상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레이넬 님은 그 토지를 두고 대위님과 다툴 의사가 없으십니다. 서로 조건만 잘 맞춘다면 레이넬 님은 대위님께…… 아니, 연립정부에게 그 토지를 기꺼이 넘기실 테죠. 누구에게 넘겨도 상관없습니다.
그래서 네가 대변자로 온 건가?
그렇습니다.
어설프게 납치를 시도하시지만 않았다면 더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을 텐데요.
지금 내 탓을 하는 건가?
불운한 오해였을 뿐이죠.
좋은 말로 포장할 필요 없어. 어차피 신경도 안 쓰고. 그래서, 레이넬이 원하는 건 뭐지?
볼리바르에서 사업을 하려면 영향력 있는 후원자가 필요합니다…… 대위님처럼 영향력 있는 후원자가 말이죠.
나는 군인이야. 학교에서 남의 말을 파악하는 공부 같은 건 안 했어. 요점만 말해.
……그 동네는 예술가들의 터전이라기보다 갱단이 판을 치는 무법지대에 가깝습니다.
저희는 지역 개발 계획을 세웠지만 주민들이 사납게 반대했습니다. 심지어 주민 중에는 감염자도 있었죠.
흥. 도솔레스에서는 돈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나 보군.
예. 결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손을 써야 결실을 볼 수 있는 거겠죠.
너희들의 전투 방식이나 전술을 모르니 모의 교전으로 파악하는 것이 가장 빠를 것 같네.
네 명씩 두 팀으로 나눠 3판 2선승으로 진행하자고.
공격팀은 인질을 찾아 구조하고, 방어팀은 공격팀이 인질을 구조하지 못하게 막는 거야.
질문 있나?
……
인질은 누가 하죠?
형평성을 고려해 내가 하도록 하지.
창문으로 진입했다!
방이 비었다! 다음 방으로 이동!
뭐야, 앞 좀 보고 다녀!
너나 눈 똑바로 뜨고 다녀!
목소리 낮춰! 그쪽은 이미 수색했어. 아무도 없다고 말했잖아. 통신 내용 못 들었어?
통신? 아, 이어폰이 창밖으로 떨어졌거든. 너한테 새로 받으려고 온 거야.
두 명 제압. 그렇게 떠들면 멀리서도 들리지.
이 판자 뒤에 쭈그려 앉아 봐. 머리 위가 살짝 보이면 어떨까? 그러면 상대를 유인할 수 있겠지.
입구는 하나이니, 적이 들어오면 우리 셋이 바로 제압하겠다.
……내가 다칠 수도 있지 않을까?
다치다니? 에이, 들어오자마자 제압하면 괜찮을 거야.
망할! 아츠잖아! 앞이 안 보여!
차, 창문으로 들어온다! 물러서!
인질 발견. 얼간이 셋이 문 옆에서 대기 중이더군. 입구가 하나밖에 없다고 생각했나 봐.
섬광이 잘 먹힌 것 같네…… 잠깐, 저놈은 뭐 하는 거야?
저리 가! 꺼져! 저리 가라고!
무, 무작정 쏘고 있잖아?! 우리 팀원은 어디…… 당한 건가?!
……
*러시아 욕설*. 그만, 그만!
정말 대단한 친구들이군.
일찍 돌아오셨군요. 제가 평소에 가지 못하게 하는 곳들을 즐겁게 돌아다니실 줄 알았는데요.
사고가 있었네.
다치셨습니까?
아니. Ela 양이 그만뒀다네.
……레이넬 님에게 싫증이 나서 그만둔 경호원이 벌써 32번째입니다. 저도 바쁘니 계속 레이넬 님 곁을 지켜드릴 수는 없습니다만.
대위와 협상은 잘 풀렸나?
미끼를 물었습니다.
좋아. 이제 우리 예술 거리 '친구'들이 어떻게 나올지 보자고.
대위도 바빠지겠군요.
내가 그 예술가들과 엮여봐서 잘 알지. 그 예술가들이 잘하는 일이라고는 말썽을 일으키는 것뿐이야.
Ela 양! 사직서는 아직 제출하지 않았나?
하필 인사부가 쉬는 날이던데.
아, 우리 직원들이 좀 변덕스럽거든. 정말 골치 아픈 일이지.
……
떠나기 전에 알려줄 게 있어. 특별 전시실 중앙에 전시된 조각상이 모조품이더군.
같은 조각가의 다른 작품들과 비교해 보니 미묘한 차이가 있었어. 한 번 살펴보는 게 좋을 거야.
그런가?
미술상에게 사기를 당했나 보네. 레이넬 씨 같은 사업가에게는 흔한 일이겠지.
하하하! 다시 생각해 보니 역시 Ela 양이 그만두면 아까울 것 같군.
뭐?
Ela 양은 예술을 보는 안목이 있으니까. 사실 그 모조품은 내가 만들었네. 모조품이지만 마음에 들어서 전시했지.
전시한 지 꽤 됐는데, 모조품이라는 걸 알아챈 사람은 Ela 양이 처음일세.
직원들이 상사에게 말하기 어려운 일이기도 하지.
별로 신경 안 쓰는 것 같으니, 우리는 이만 가보도록 할게.
잠시만, Ela 양.
왜 그러지?
내가 점잖게 굴기로 약속하면 경호를 계속 맡아 줄 수 있겠나?
(작은 목소리로) 웬일로 저러시지……
그만두지 말라고 설득하려는 거야?
그렇네.
진품을 보고 싶지 않나? 그런 세세한 차이까지 눈치챌 정도면 그 조각가의 작품을 인상 깊게 감상한 것 같은데.
……
약속은 꼭 지켜줘야 할 거야.
에르네스토, 도솔레스까지 얼마나 남았어?
거의 다 왔어.
며칠 전부터 거의 다 왔다고 했잖아!
진짜 거의 다 왔다니까…… 이번 의약품만 전달하면 해변으로 데려가 줄게. 거기라면 하루 종일 누워 햇빛을 즐길 수 있거든.
물론 카지노나 술집에서 먼 해변으로.
술집은 괜찮아. 술을 마시며 스트레스를 날리고 싶어 하는 건 이해할 수 있어…… 근데, 내가 카지노 싫어하는 건 어떻게 알았어?
내 고향으로 동료 오퍼레이터를 데려가는 건 처음이라, 오키드 팀장에게 너에 관해 물어봤지.
그럼 내가 고향을 떠난 이유도 알겠네……
용감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해.
그리고 내가 돌아갔을 때는……
떳떳한 결정이었지.
……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이런 데가 아니라 술이나 한잔하면서 이야기하는 게 낫겠는데.
도솔레스에 도착하면 네가 사는 걸로 하자. 이야기 값이라 생각하고. 어때?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