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1테마 전시회
레이넬은 감사의 의미로 레인보우 팀에게 머물 곳을 제공한다. 한편, 예술 거리의 사람들은 방송으로 레이넬의 연설을 듣고 분노하게 된다.
형씨, 말린 선인장 한 팩만. 언티 마르코 걸로.
언티 마르코는 조미료를 별로 안 넣잖아! 엉클 마르코 게 맛있지!
됐으니까, 아무거나 말린 선인장 한 팩만. 배고파 죽겠어.
안색이 영 별로네. 사진 현상하느라 밤새웠어?
밤에 갑자기 영감이 떠오르면 어쩔 수 없거든.
그래서 내 사진은 언제 받아 볼 수 있는데?
아, 맞다…… 선물할 거라고 했지? 메탈 음악을 좋아하는 여자한테 줄 거랬던가?
그 친구는 지난달에 날 차버렸잖아……
기억은 한밤 중에 갑자기 사라지곤 하지.
여기 널린 게 사진작가인데 하필 왜 마감을 못 맞추는 놈을 골랐을까……
테크노, 갤러리 갔다 온 거야? 별일 없었어?
저리 가.
왜? 무슨 일인데 그래? 어젯밤에 갤러리 전체를 스프레이로 칠해버리겠다고 했잖아.
그 '유리 궁전' 안은 어때 보였어?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이 즐비하다고 들었는데. 나도 같이 갈 걸 그랬나.
고작 낙서 하나 그리고 빠져나왔어.
저런.
뭐, 다음 기회가 있겠지. 그땐 나도 같이 데려가.
나도, 헤헤.
그건 됐고…… 영감은 어딨어?
기분이 안 좋아 보여. 종일 방에 틀어박혀서 나오질 않아.
네 '좋은 소식'을 기다리는 것 같아.
그럼, 레이넬 씨는 리바이라는 자를 모른다는 거네?
그렇네. 그런데 Ela 양은 정말 내 큰아버지를 모르는 게 맞나? 키가 크고, 안경 아래에 세상에서 가장 음침한 미소를 품은 사람이네만.
설명만 들으면 우리가 찾고 있는 인물과 같은 사람이라고 오해할 수도 있을 것 같네.
음, 불쾌한 우연의 일치군.
자, 오해가 풀렸으니, 술이라도 한잔 하는 게 어떻나?
고맙지만, 이만 가봐야겠어.
Iana, 왜 그렇게 떨고 있어?
이게 꿈이나 환각이 아니라면……
우리는 미지의 힘에 의해 시공간을 넘어 이곳으로 '발사'된 거겠지……
머나먼 행성이거나…… 상상도 못 할 다른 차원의 지구인지도……
어쩐지 신나는데, Ela.
이해는 하지만, 우린 낯선 세상에 떨어져 낯선 문제도 해결해야 해.
그러니까…… 아무리 신나도 좀 진정해.
……미안.
출발하자고. 어두워지기 전에 머물 곳을 찾으면 좋겠는데.
흠, 그렇게 고생할 필요 없네. 내 목숨을 구해준 은혜는 잊지 않았으니까.
적어도 여러분이 머물 방 하나는 제공하게 해 줄게.
……
길바닥에서 상자를 덮고 자는 게 더 좋다면 그렇게 하고.
……
저런, 비가 올 것 같은데.
공짜로 머물진 않을게, 레이넬 씨.
손님으로 지내는 동안 우리가 레이넬 씨를 보호하지. 오늘처럼 무기를 든 사람들이 당신 방에 쳐들어오는 일은 없게 하겠어.
아, 천장을 뚫고 들어오는 사람들도……
그쯤 하게, 미워시.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고 있잖나.
(작은 목소리로) 하지만 레이넬 님. 저흰 저들에 대해 아무것도 모릅니다.
(작은 목소리로) 이 기회에 알면 되겠지.
(작은 목소리로) 또 고집을 부리시는군요.
(작은 목소리로) 처음도 아니잖나.
제안을 거절할 거라면 빨리 결정했으면 좋겠는데.
아뇨, 이의는 없습니다.
인사부가 퇴근하기 전에 고용 계약서를 작성하는 게 좋겠군요.
저기, 디아즈…… 다녀왔어.
……
어, 날 찾았다면서?
그게…… 실패했어. 그래도 다치진 않았어.
앉아.
뭘 보는 거야?
방송.
레이넬? 이번엔 또 뭔 헛소리를 하려고……
레이넬 씨, 갤러리아 크리슈타와 개장이 얼마 남지 않았네요. 그런데 지역 주민들도 예술 축제를 기획하고 있습니다만,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나는 예술 자체를 존중하네. 지역 주민들은 훌륭한 발상으로 흥미로운 작품을 제작하지. 하지만 결국 예술 축제를 기획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 심지어 전문가의 후원도 없지 않나.
비교도 안 되는 일이지. 당연히 예술 축제보다 갤러리아 크리슈타와 쪽이 더 의미가 크지 않겠나.
문화와 예술의 다양성을 전하고 예술 애호가 여러분이 소통하는 장을 마련하기 위해 세계 각지를 돌며 예술품을 수집해 도솔레스로 모은 것일세.
도솔레스 예술계의 발전을 생각할 때 갤러리아 크리슈타와가 지닌 중요성은 아마추어 예술 축제 따위가 흉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네.
저 장사꾼 자식, 방금 우리를 아마추어라고 한 거야?!
저 녀석이랑 말이 안 통하는 것도 처음은 아니지.
레이넬이 도솔레스에 발을 들이자마자 온갖 기관이나 비평가들이 우리 주민들의 이름을 팔아 아부를 떨었어.
게다가 우리 작품을 깎아내리고, 자기가 만든 쓰레기가 더 위대하다고 홍보하잖아.
전시회, CD 발매, 소규모 공연까지. 언제나 우리를 방해하고 있어.
예전에 레이넬이 제안한 '지역 사회 발전 프로젝트' 기억해? 하도 엉망이어서 결국 우리가 다 취소시켰잖아.
그래. 다들 싫어하지……
너도 그렇잖아. 갤러리 벽에 낙서까지 하고 왔으니.
레이넬이 먼저 작가를 고용해 신문 기사로 내 친구의 작품을 혹평했다고……
처음부터 우리를 좋게 보질 않았어. 그러니 뭘 하든……
도솔레스의 모든 예술가를 대표해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
갤러리아 크리슈타와가 이렇게 많은 분들의 관심을 받아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이 갤러리가 도솔레스 예술계의 진정한 가치를 나타내기 때문이네.
그리고 도솔레스의 문화적 자양분을 흡수해 도솔레스의 진정한 정신을 표현하는 것. 그것이 바로 갤러리아 크리슈타와의 설립 목표이지.
누가 누굴 대표한다고?! 도솔레스의 모든 예술가?!
싱가스 정원에서 탈출한 음악가들을 위해 공연을 연 것도 우리잖아? 우르수스에서 새로 출간된 소설도 우리가 번역했다고!
대체 도솔레스의 예술을 위해 한 게 뭐가 있다고 도솔레스를 대표한다는 거야?!
알겠어, 영감. 그만, 진정해……
진정하라고?! 레이넬이 갤러리를 예술 축제가 열리는 날에 개장하는 건 알고 있어?!
뭐?
오늘 아침에 들었을 때는 설마 했는데, 방송에서 공식으로 발표했다고! 같은 날이야!
그럼 어쩌지?
(깊은 한숨)
……
우리는 우리 일을 하면 돼. 레이넬 따위 알 게 뭐야.
그저 우리 주민들을 위한 일을 하면 되는 거야. 레이넬 같은 녀석에게 신경 쓸 필요 없어.
……마테오 대위님.
살아 돌아온 건 이게 다인가?
저……
그래. 무슨 일이 있었지?
레이넬의 경호원들이 천장으로 진입해 저희를 막았습니다. 여러 동료가 전사했고, 저는 생존자들과 함께 탈출했습니다.
상대는 몇 명이었지?
네 명이었습니다.
고작 네 명?
총을 사용했고, 훈련도 잘 되어 있었습니다. 전투 방식이 독특해서 돌파할 수가 없었습니다……
(총이라…… 산크타인가? 레이넬에 관한 보고서에 산크타 관련 내용은 없었는데…… 아니면 블랙스틸인가?)
대, 대위님. 임무 실패의 책임은 제가 지겠습니다. 부디 제 부하들은 벌하지 말아 주십시오.
흥, 그래도 부하들은 아끼는군.
저는……
그렇게 긴장할 필요 없어. 나쁘다는 말은 아니니까.
우리가 적을 잘 몰랐던 거야. 이제 알았으니 됐어.
나가는 길에 저 상자도 가져가. 현금과 카지노 칩이 들어있으니, 부하들과 나눠서 카지노에서 재미라도 보라고.
대, 대위님? 정말입니까?
대신 귀를 똑바로 세우고 있도록. 카지노라면 떠들어대는 놈들이 있을 거야.
예, 알겠습니다. 정보를 얻는 즉시 보고하겠습니다.
상부에서 계속 압박하는데 지역 주민들은 어쩌실 생각입니까? 주민들만 해결되면 유흥 지구 프로젝트를 완성할 수 있다고……
방법을 찾아야지. 레이넬을 처리할 수 없다면 지역 주민들부터 해결해야겠어.
알겠습니다. 그 지역 정보를 확실하게 모아 오겠습니다.
날 실망시키지 마. 유흥 지구가 완성되면 너를 관리자로 앉힐 생각이니까.
옛!
또 약속 시간보다 일찍 오셨군요.
남을 기다리게 하는 건 싫어해서.
죄송합니다. 차가 막혀서 조금 늦었습니다.
9시 정각이야. 늦지는 않았어.
저도 약속 시간을 잘 지켰습니다만, 이 도시 사람들은 조금 늦게 오는 걸 좋아하더군요.
괜찮아. 덕분에 전시품도 감상했어.
갤러리의 조명이 독특하더군. 낮에는 자연광을 이용하고 밤에도 낮처럼 밝았어.
예술을 좋아하시나요?
아니, 조금 궁금했을 뿐이야.
업무 시간이 끝나면 자유롭게 둘러보셔도 좋습니다. 갤러리가 정식으로 개장하면 그럴 기회가 없을 테니까요.
뭐? 직원 티켓 같은 건 없는 거야?
당연히 있죠.
제 말은, 방문객으로 붐비기 전에 방해받지 않고 여유롭게 감상할 기회는 지금 밖에 없을 거란 뜻이었습니다.
가끔 방문객이 문제가 아닐 때도 있을 거야. 섬뜩한 그림이라던가.
아, 복도 끝에 걸려 있는 작품 말씀입니까?
유명한 작품은 아니죠. 돌아가신 레이넬 님 부친의 초상화입니다.
그분께서 남긴 재산 덕분에 우린 고향을 떠나 타지에 갤러리를 설립하고 테라 각지에서 명작을 수집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레이넬 님도 줄곧 부친을 기릴 방법을 찾으셨지요.
그래서 거대한 초상화를 전시한 건가?
레이넬 님은 사람들에게 부친이 어떤 분이었는지 알리고 싶어 하셨죠. 단지 초상화일 뿐이지만요. 어쨌든 레이넬 님과 저는 부친께서 기여한 바가 훨씬 크다고 생각합니다.
참 효자네.
이제 시간이 거의 다 됐습니다. 가시죠.
궁금했는데, 왜 펜트하우스는 계단으로만 올라갈 수 있는 거야?
레이넬 님은 본인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노력을 들이길 기대하셨습니다. 누구라도 적어도 한 층은 계단으로 올라야 하죠.
레이넬 씨가 계단을 오르는 건 못 봤는데.
전용 엘리베이터를 사용하시니까요.
갤러리 사무실 구역에는 엘리베이터와 계단이 하나뿐입니다.
천재나 할 수 있는 발상 같네.
그래도 덕분에 경호는 훨씬 쉬워지겠어. 또 내가 알아야 할 것이 있을까?
없습니다. Ela 씨 팀의 일은 레이넬 님을 보호하는 것뿐입니다.
야간에는 어떻게 할까? 교대로 경계하는 방법도 있는데.
그럴 필요 없습니다. 밤에는 제가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