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츠빌링슈튀르메의 가을

ZT-10미사 '군왕'

사이드 스토리작전 전2024-04-30

황역이 붕괴하기 시작한다. 츠빌링슈튀르메를 구하기 위해 쌍둥이 여황은 힘을 합쳐 황역에 있는 위치킹의 탑에 들어가게 되고, 두 사람은 다시 한번 위치킹을 쓰러뜨려야 했다.

등장 오퍼레이터: 비비아나, 이그제큐터 디 엑스 포에데레, 비르투오사


비비안

우와…… 놀랐잖아.

비비아나

비비안, 이불을 뒤집어쓰고…… 편지를 쓰고 있었나요?

비비안

쉿…… 코라 아줌마가 곧 올 거야. 내가 늦게까지 안 자는 걸 알면 또 화내.

비비아나

누구한테 편지를 쓰는데요?

비비안

아빠.

비비안

코라 아줌마한테 2주나 졸라서 겨우 내일 몰래 루트비히스 대학의 시회에 나를 데려가 준다고 했거든. 아빠한테 이 일을 말해주고 싶어서.

비비안

원래는 내일 쓰려고 했는데, 너무 늦게 돌아오면 시간이 없을까 봐……

비비안

하지만 이 편지는 보낼 수 없어. 나는 그 기사 소설들과 함께 보관할 거야.

비비안

사탕을 안 먹기로 했으면 당연히 사탕을 치워야지……

비비아나

그 소드스피어의 빛, 해와 달처럼 빛나는 기사, 눈 부신 빛으로 반짝이는 나라를 당신은 줄곧 동경하지 않았나요?

비비안

너무 멀어, 너무 멀다고.

비비안

엄마는 이제 없고, 아빠는 혼자야. 나도…… 혼자가 됐고. 그래서 난 아빠랑 멀어지고 싶지 않아.

비비안

코라 아줌마에게 물어봤는데, 츠빌링슈튀르메에서 슈투름란트까지 빠르면 이틀밖에 안 걸린대…… 아빠한테 내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비비아나

하지만 아버지는 당신이 남아 있는 걸 모르잖아요.

비비안

그러게, 아마 엄청 화내겠지.

비비안

하지만 난 후회하지 않아. 아빠가 말한대로 코라 아줌마와 함께 그랜드 나이트 영지에 가지 않고, 코라 아줌마에게 라이타니엔에 남게 해 달라고 부탁한 건 후회하지 않아.

비비안

설령 앞으로 숨어 살아야만 하고, 아빠한테도 말할 수 없다고 해도 말이야.

비비안

그리고 코라 아줌마는 우리를 정말 많이 도와줬어. 엄마는 코라 아줌마가 엄청 대단한 사람이고 용감하고 매우 상냥하다고 했어……

비비안

하지만 코라 아줌마가 그런 사람이라고 해서, 아줌마에게도 의지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걸 잊어버리면 안 되잖아……

비비안

아줌마는 줄곧 혼자였어.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지만, 적어도 손을 잡아 줄 수는 있어……

비비아나

네, 저는 알고 있어요.

비비아나.

이런 생활도 나쁘지 않아. 많은 걸 포기했지만, 그래도 아쉬움은 줄었으니까.

비비안

코라 아줌마다…… 누군가 아줌마를 불러세운 것 같은데……

비비아나

제가 보고 올게요.

비비아나

당신은 어서 주무세요.


'위치킹의 여음'

희한한 일이네요. 쌍둥이 여황의 총애받는 대단한 인물이 어째서 우리 같은 '잔당'을 먼저 만나자고 했을까요?

'위치킹의 여음'

드디어 결심하신 겁니까?

'위치킹의 여음'

호흐베르크 가문의 그 아이 때문에요?

코라

비비아나는 아주 속 깊은 아이야.

코라

루신다를 닮았고, 베르너도 많이 닮았어. 만약 내게 딸이 있다면 나도 딸이 저렇게 착하고 강하길 바랐겠지.

코라

그날 차 안에서 갑자기 나한테 남고 싶다고 부탁했어. 그때 난 그게 어쩌면 더 나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

코라

베르너한테든…… 나한테든.

코라

그동안 그 아이가 함께 있어서 나도 마음이 점점 진정된 것 같아.

코라

몇 번이고 카를 슈미트 거리를 지날 때, 나는 금잔화가 다시 보이는 것 같았어. 마치 개화 시기가 영영 끝나지 않을 것처럼 거리 곳곳에 피었어.

'위치킹의 여음'

하지만 그 아이의 처지가 모든 것을 설명하고 있죠.

'위치킹의 여음'

명색이 선제후라는 사람이 자신이 사랑하는 딸조차 지키지 못하다니.

코라

이른바 새로운 시대를 위해 모든 걸 바친다는 사람들은 여전히 이 나라의 고질병에 얽매여 있고, 약간의 자유조차도 그저 사치일 뿐이지.

'위치킹의 여음'

정말 다행이군요. 그 아이가 와서 당신이 더 빨리 결정하게 됐으니까요, '수석님'.

비비아나

안 돼요! 코라 씨, 제가 온 건, 그것 때문이 아니라……

비비아나

이럴 리가 없어요!

코라

……

'위치킹의 여음'

……


눈앞의 모든 것이 연기처럼 사라지고 비비아나는 또다시 나선계단 위에 서 있었다.

방금 문 너머에서 비비아나는 더 빨리 그 가여운 여인을 위로하고, 그 뒤의 모든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적어도, 작별을 고해야 할 사람에게 인사는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수많은 문이 비비아나 앞에서 동시에 열렸다. 문은 나선계단 위에 차례대로 늘어서 보이지 않는 먼 곳까지 굽이굽이 이어졌다.

그녀는 모든 문에 다 들어가 보았고, 문 너머에는 모두 촛불이 켜져 있었다.

양친, 혹은 그녀 자신은 다른 선택을 할 것이다. 그건 서로 다른 인생이고, 서로 다른 가능성이다.


비비안?

만약 아빠와 엄마가 사랑을 숨길 필요가 없고 모두에게 인정받을 수 있었다면, 내 출생이 모두에게 축복받을 수 있었다면……

비비안?

난 계속 이대로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았을까?

비비안?

만약 아빠가 정말 신분이나 사명을 내려놓고 엄마와 함께 평범한 사람처럼 소박하게 살았다면……

비비안?

결말이 지금보다 훨씬 좋지 않았을까?

비비아나?

만약 맥키 씨에게 미리 연락해서 상업연합회의 자원을 동원해 더 빨리, 하루라도 더 빨리 슈투름란트에 돌아왔다면……

비비아나?

적어도 그분의 마지막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았을까요?

비비아나?

만약 사람들이 당신을…… 평범하게 바라봐준다면, 평가나 조롱, 연민이 조금도 담기지 않은 눈빛으로 바라봐준다면……

비비아나?

만약 당신이 더 완벽한 이미지를, 더 적절한 표현을 찾을 수 있었다면, 그 찬란한 금잔화와 자상한 뒷모습을 유감없이 써 내려갈 수 있었다면……

비비아나?

만약 당신이 계속 평온하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면……

비비아나?

그렇게 고통스럽진 않았을까요?

코라?

너는 더 좋은 삶을 살 자격이 있어, 비비아나……

코라?

정말 그런 삶이 있다면……


비비아나

하지만 어째서 매번……

비비아나

사람을 이토록 실망하게 하는 걸까요.

비비아나는 기척을 느꼈다. 그건 문이 무너지는 소리였다. 멀리서 전해왔지만, 매우 또렷하게 들렸다. 마치 눈사태가 일어나기 직전 산꼭대기의 눈이 꿈틀거리기 시작하는 것처럼.

비비아나

다시 한번 시도할 기회가 있을까요?

비비아나는 가장 가까운 문으로 향했다. 그것은 지금까지 경험했던 모든 문과 같은 새로운 문이었다.

비비아나

이 문 뒤에는 더 적절한 선택과 더 원만한 해결책이 있지 않을까요. 그렇게까지 아쉬워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요……

이렇게 생각하며 비비아나는 문을 열었다.


페데리코

기원의…… '츠빌링슈튀르메'의 시공간은 매우 불안정합니다. 율리아 쉴러 씨, 당신의 예감이 맞았습니다.

페데리코

하지만 당신은 떠나지 않을 거란 걸 저도 알고 있습니다……

페데리코

그러니까 최대한 공명 파이프 가까이에 서서 자신을 잘 지키십시오.

율리아

집행자님은요?

페데리코

저는 빨리 아르투리아를 찾아야 합니다.

율리아

아르투리아 씨는 이미……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났을 거예요.

페데리코

아르투리아는 위험한 인물입니다. 저와 함께 라테라노로 돌아가야 합니다.

페데리코

만약 아르투리아가 원하는 상대가 정말 위치킹이라면, 그녀도 지금 위험에 처했을 것입니다.

페데리코는 돌아서서 먼 곳을 바라보았다.

율리아가 개조한 공명 파이프를 가동하자 가까이에서부터 멀리까지, 두 사람의 주위가 점점 더 선명해져 갔다.

이제 페데리코는 더 이상 힘들게 아르투리아의 행방을 찾을 필요가 없었다……

붉은 기운이 감도는 검은색의 거대한 나선형 탑이 우뚝 솟아 있었고, 전에 보지도 못했던 무수한 탑들이 그것을 둘러싸고 있었다.

율리아

집행자님, 헤어지기 전에 얀은 지금 어떻게 지내는지 알려 줄 수 있나요?

페데리코

성장하는 과정에 흔히들 겪는 문제에 직면했습니다.

페데리코

로리스 보르딘 씨가 얀에게 돈을 남겼습니다. 얀 본인의 뜻으로 볼 때, 아마 라이타니엔을 떠나 다른 나라에 갈 거 같습니다.

율리아

그것도 나쁘지 않네요.

율리아

얀은 자기주장이 있는 아이예요.

율리아

……

페데리코

율리아 씨, 아직 더 물어볼 게 있는 것 같습니다만.

카프리니 여인은 발걸음을 재촉했다. 하지만 페데리코는 평소대로 걸으며 그녀가 앞서가게 했다.

율리아

로리스는……

율리아

이미 죽었죠?

페데리코

전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만……

율리아

집행자님, 알 수 있어요. 당신은 오로지 일에만 몰두하고 다른 데 정신을 팔지 않는 사람이에요.

율리아

하지만 당신은 유독 저만 신경 써줬고, 심지어 임무조차도 일단 제쳐두었어요. 그렇다는 건 분명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는 거겠죠.

율리아

로리스가 라테라노 공증소의 임무 수칙을 말해준 적이 있거든요……

페데리코

유언입니다.

페데리코

여황 축제 전, 로리스 보르딘 씨는 위치킹의 잔당들이 일으킨 반란을 막으려다 보덴 구 밀림 공원 근처의 하수도에서 사망했습니다.

페데리코

그가 죽기 전에 남긴 마지막 메시지는 한 통의 전화였습니다. 통화 속에서 그는 누군가 율리아 쉴러 씨의 사건을 맡아주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페데리코

15년 동안, 그는 츠빌링슈튀르메라는 도시에 반감을 품었고, 본인이 헌병대에서 일하는 걸 싫어했습니다. 마지막 전투를 제외하면 모든 것에 무관심했죠.

페데리코

하지만 당신의 사건은 그의 유일한 아쉬움이었습니다. 로리스 보르딘 씨는 전 라테라노 법정 공민이므로, 해당 요청은 그의 유언으로 간주될 것입니다.

페데리코

다만 실종 사건의 진실은 이미 밝혀졌고, 더 이상 추궁할 것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의 거처에서 당신에게 남긴 편지 한 통을 발견했죠.

율리아

……

페데리코

딱 한 번 읽었지만, 모든 내용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필요하다면 들려드리겠습니다.

페데리코

다만, 편지에는 감정적인 표현이 다분히 포함되어 있습니다.

페데리코

예를 들면, “네 사건을 끝까지 조사하기로 결심했을 때, 나는 험상궂게 생긴 그 상사에게 사무실로 불려갔어.”

페데리코

“상사는 내 얼굴을 툭툭 치며 말했어.” 이 부분은 라이타니엔 욕설이었습니다. “공 좀 세웠다고 모든 사람을 거역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페데리코

“율리아, 나는 츠빌링슈튀르메가 미워. 나는 아무런 방법이 없는 내 자신이 미워……”

율리아

집행자님, 로리스는 그렇지 않아요……

율리아가 페데리코의 말을 끊었다.

율리아

제가 아는 로리스는 절대 '영웅'이라는 말을 입에 올리지 않아요.

율리아

그 사람은 위치킹의 고탑에 가장 먼저 돌입한 병사였어요.

율리아

그 사람은 작위를 받았으면서도 헌병이 되기를 선택한 유일한 바보였어요. 그 사람은 묵묵히 이 도시를 지키는 유공자였죠.

율리아

평민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그 사람은 귀족에게 대드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유일한 헌병이었어요.

율리아

라테라노든 라이타니엔이든, 한 번도 좋았던 적이 없다고 했어요. 바꿔야 할 게 너무 많다는 걸 그 사람도 알고 있어요.

율리아

희망을 품은 사람은 절대 실망에 지지 않아요.

율리아

……절대.

율리아는 발걸음을 멈추고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페데리코도 멈춰 섰다. 그는 뒤에서 여인의 어깨가 가볍게 들썩이는 걸 바라보며 앞으로 다가가지 않았다.

젊은 집행자는 조용히 경청하며 그 말에 담긴 감정을 분석하려고 했다.

페데리코

율리아 씨, 당신은 로리스 보르딘 씨에게…… 실망했습니까?

페데리코

사실 그 사람은 단지……

율리아

아니요.

율리아

집행자님, 전 그냥 안타까울 뿐이에요……

율리아

그 사람이 그렇게 된 건, 혹시 저 때문이 아닐까요? 저는 원래……

멀리서 갑자기 파이프 오르간 소리가 울려 퍼졌고, 거대한 에너지 충격이 뒤따랐다.

페데리코는 무의식적으로 총을 뽑았다.

율리아

……그 사람의 청혼을 받아들이려고 했어요.

페데리코가 고개를 돌렸다.

희뿌연 안개가 페데리코의 두 손을 스쳐 지나가자 눈앞의 카프리니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그것은 처음부터 허무였다.

페데리코

……!


[CG: 44_i21_1]

페데리코는 갑자기 암브로시우스 수도원 화재 속의 그 꽃이 떠올랐다. 당시 그는 자신의 곤혹이 그 꽃에서 해답을 얻을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때도 지금처럼 페데리코 앞엔 아무도 없었다.

다른 점이라면 지금, 이 순간에도 페데리코는 여전히 이곳의 진실을 확실히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곳에는 율법도 확실한 땅도 없고, 존재하는 거라곤 위험과 미지뿐이었다.

페데리코

이건 율리아 쉴러의 두 번째 '사망'으로, '기원의 뿔'이 강렬한 충격을 받으면서 비정상적인 에너지가 그녀에게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페데리코

바로 구체적인 원인을 조사하겠습니다.

페데리코

한마디로, 이것 또한 불의의 사고입니다.

페데리코

사고가 또다시 율리아 쉴러의 삶을 망쳤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그녀는 여전히 어떠한 대응도 할 수 없었습니다.

페데리코

……

페데리코는 훌륭한 공증소 집행자다. 정식으로 집행자가 된 지 7년째, 성도 칭호를 받은 지 2년째.

그는 자신을 이그제큐터라 칭했고, 그동안 수많은 죽음을 목격했다. 하지만 그가 한 사람의 마지막 순간의 감정을 진정으로 느껴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CG: 44_i21_2]

그녀는 영원히 자신만의 '츠빌링슈튀르메'에서 살았고, 그녀는 사랑했고, 그녀는 아쉬워했다. 죽음조차도 삶에 대한 그녀의 신념을 흔들지 못했다.

그렇게 단순했다.

그리고 강렬했다.


아르투리아

……

위치킹

산크타, 한참을 침묵하고 있구나.

아르투리아

율리아 씨가……

위치킹

레오폴트와 프레몬트가 만든 그 쌍둥이가 내 파빌리온에 침입하고 있다.

위치킹

나약한 의식체는 강렬한 에너지 파동을 견딜 수 없지.

아르투리아

설마, 율리아 씨뿐만이 아니라는 건가요……?

시야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아르투리아는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갑작스러운 에너지 파동은 마치 바람처럼 안개를 걷어냈다. 그리고 안갯속에 숨어 있던 호흡과 발소리, 기쁨과 통곡이 갑자기 또렷하게 느껴졌다.

그것들은 지금, 아니, 줄곧 파빌리온 구석구석에 존재해 있었다.

만약 사람의 마음이 현악기라면, 이 순간 아르투리아가 느끼고 있는 건 무수한 현들의 진동일 것이다!

아르투리아

제게 율리아 씨밖에 보이지 않았던 건, 로리스 씨와의 관계로 인해, 그녀와만 연결될 수 있었기 때문이군요.

아르투리아

그러나 당신의 궁전에는 이렇게나 많은 평범한 사람들의 영혼이 '거주'하고 있었네요……

위치킹

그들은 정보의 형태로, 그리고 라이타니엔인의 신분으로 존재한다.

위치킹

그뿐이다.

위치킹

산크타, 너에겐 추모할 시간도 많지 않을 것이다.

위치킹

어떤 미래의 가능성을 위해 찾아왔다 하지 않았나?

아르투리아

……아마, 어느 정도는 이미 검증된 것 같아요.

아르투리아

사람은 도대체 무엇 때문에 '자아'가 생기고, 무엇 때문에 다가오는 위기나 정해진 소멸에도 대항할 수 있을 만큼 강해질 수 있을까요?

아르투리아

우리는 '질서' 속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아르투리아

계율과 규칙은 라테라노의 닻이자 밧줄이고, 신앙이 대지를 넘게 하며, 신도에게 기도의 대상을 제공하죠. 율법은 우리의 경건함을 형성하였고요.

아르투리아

그리고 귈데네스게사츠는 문화적 공통성이 없는 10개의 전혀 다른 지역을 '라이타니엔'으로 만들고, 이 나라가 천 년 동안 존속할 수 있는 제도와 규범, 미와 도덕의 기준을 제공했죠……

아르투리아

대대로 전해지는 경험, 명백하게 작성되어 있는 법률, 사회적인 약속으로 굳어진 관념……

아르투리아

개체보다 앞선 이런 존재들이 '질서'를 만들었고, 우리에게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말하고, 어떻게 처신하고 어떻게 타인과 어울려야 하는지 안내하고 있습니다.

아르투리아

……우리의 뼈와 살에 새겨진…… 본능이 된 거죠.

아르투리아

하지만 질서는 완벽하진 않아요. 질서는 견고하고 차별적이며 냉담합니다. 질서는 우리를 분리시키고 있어요.

아르투리아

라테라노의 질서는 신도를 구원했지만, 정작 살카즈에게는 낙원의 문을 닫게 하여, 그저 배를 채우기 위한 빵이나 비를 피하기 위한 지붕조차도 제공하지 않으려고 하죠.

아르투리아

에기르와 이베리아는 위기가 도사리는 같은 바다를 사이에 뒀지만, 서로의 질서로 인해 같은 등대의 빛을 바라볼 수 없습니다.

아르투리아

그러나 질서가 아무리 우리의 존재를 배척했다 하더라도, 우리는 여전히 더 나은 질서를 간절히 바라고 있죠.

위치킹

……'질서'를 제외하고, 바라는 것은 없다.

위치킹

라테라노의 율법은 백여 자에 불과하고, 라이타니엔의 악장도 이미 경직돼 있다.

위치킹

세상 사람들은 천박하고, 건방지며, 어리석지.

위치킹

세상 사람들은 죽음만을 영원한 것으로 생각하고 싶어 한다. 이토록 겁이 많으면서도, 또 그래서 두려움을 모르기도 하지.

위치킹

그렇다면 산크타, 네 답은 무엇이냐?

아르투리아

……'감정'.

아르투리아

우리는 '지금'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무수한 각자의 다른, 끊임없이 변화하는, 그러면서도 서로 맺어진 이 '지금'이라는 감각이 시간이라는 강을 이루고 있어요.

아르투리아

감각이 축적되어 감정이 되고, 감정은 우리의 마음을 형성하죠.

아르투리아

우리의 감정은 이렇게도 풍부하고 깊어요. 우리는 모든 사람, 모든 처지에 대해 사랑, 미움, 소중함 또는 회한을 품고 있어요…… 이러한 감정들로 인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게 됩니다.

아르투리아

이건 우리가 타고난 본능이죠. 법률, 종교, 정치, 과학이 탄생하기도 전에 인간은 이렇게 생명의 소멸에 대항해 왔습니다.

아르투리아

그리고 우리는 확실히 감정에 의해 연결될 수 있습니다.

위치킹

산크타의 교감 능력을 말하는 건가?

아르투리아

네.

아르투리아

언어는 무력합니다. 그러나 교감은 표현의 한계를 뛰어넘어 동포들이 서로의 희로애락을 쉽게 느낄 수 있게 하죠…… 이건 매우 귀한 형식입니다.

아르투리아

하지만 그 또한 불공평하고 너무 모호하며 너무 편협하죠. 이미 정해진 규칙처럼 라테라노의 질서를 위해 봉사하죠.

위치킹

너는 '진정한 교감'을 원하는 것이냐?

위치킹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우러나오고, 네가 소위 말하는 '감정'보다 더 광범위하고 더 깊으며, 대지의 모든 사람을 하나로 묶는 그런 것을?

위치킹

흥미로운 망상이군, 산크타.

아르투리아

저는 찾아도 봤고 시도도 해 봤지만…… 늘 실패로 끝났습니다.

아르투리아

상상이 되시나요? 낡아빠진 수도원에서, 산크타와 살카즈가 생활의 고난과 신앙의 흔들림에 함께 맞서 싸우고, 어렵게 얻은 정원을 함께 지키는 모습이.

아르투리아

그러나 진정한 재난이 찾아왔을 때, 우리는 비로소 60년간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인 '동포'가 여전히 의심하고 흔들리며…… 여전히 서로 낯설다는 걸 깨닫게 되죠.

아르투리아

감정은 그렇게 진실하며 마음속에서 우러나온 것이지만, 사람들의 마음 자체는 너무 연약합니다.

아르투리아

우리는 고통을 피하는 데 익숙하고, 고통과 관련된 표현을 피하는 데 능숙해요. 심지어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도 모르죠…… 이건 오히려 우리의 연약함을 숨기도록 도와주고 있습니다.

아르투리아

그래서 사람과 사람은 영원히 동질감을 느낄 수 없죠. 갈등은 늘 존재하기에 비극도 항상 일어나는 것이고.

위치킹

그래서 너는 자신의 연주로 사람들을 속박에서 풀어내어, 속마음을 마주하게 하고 싶은 것이군. 마치 악기를 갈고닦듯이 말이야.

위치킹

너는 사람들이 부족함을 채우고 마음이 더 강대해지게 인도하려고 하는 것인가?

위치킹

그게 네가 오랜 세월에 걸쳐 자신의 연주에 부여한 사명인가?

아르투리아

그렇습니다, 위치킹 폐하.

아르투리아

그래서 지금까지 그 가능성을 찾고 있었습니다.

아르투리아

저는 어떠한 미래를 상상하고 있습니다.

위치킹

계속 얘기하거라.

아르투리아

그 미래 속에서는 모두가 가장 강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르투리아

그렇다고 완전히 똑같은 건 아닙니다. 어쩌면 당신처럼, 속세에는 당신의 의지를 흔들 수 있는 그 어떤 것도 없으며, 심지어 죽음마저도 당신의 저항이나, 탐구, 정복을 지울 수 없어요.

아르투리아

아니면 코라 씨, 율리아 씨, 그리고 이 궁전에 떠도는 영혼처럼…… 그들은 위대한 업적과는 무관하고 그저 자신의 삶을 사랑할 뿐이지만, 자신을 삼키려는 거친 파도에도 용감히 맞서죠.

아르투리아

물론 우리도 행복 추구에 집착하겠지만, 더 중요한 건 고통을 피하지 않고 고통을 수치로 여기지 않는다는 겁니다.

아르투리아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우리는 고통을 받고, 고통을 마주해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르투리아

허무, 의혹, 곤혹, 후회, 굴욕, 슬픔…… 이런 복잡한 감정이 더는 우리 마음속 깊은 곳의 상처나 말하기 어려운 혼돈이 아니에요.

아르투리아

우리는 더 이상 표현하는 것에 부끄러워하거나, 표현하는 방법을 찾느라 애쓰지 않아도 됩니다.

아르투리아

우리는 어떻게 자신을 마주해야 하는지 알아요. 그렇기 때문에 더 강해지는 것이고요.

위치킹

……

위치킹

산크타, 네 연주 결과는 보통 원만하지 않은 것 같구나. 감정이 대다수 사람의 행동 규범이 될 수 없다는 걸 너도 알고 있을 거다. 완전히 마음만 따른다면 오히려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하게 되지……

위치킹

창조주는 너무 교활해서 모든 집에 그 집을 무너뜨릴 수 있는 눈보라를 마련했다.

위치킹

그런데도 네 미래에…… '모든 사람'이 포함되길 원한다는 것이냐?

위치킹

흥미로운 망상이다.

아르투리아

아니요, 위치킹 폐하. 반드시…… '모든 사람'이어야 합니다.

아르투리아

물론, 이 대지에는 이미 당신이라는 개체가 존재합니다.

아르투리아

당신은 질서에서 태어났지만, 이미 질서 자체를 뛰어넘었습니다. 월등한 인격, 막강한 힘, 무한한 지식, 탐구적인 정신, 파격적인 통찰력…… 이 모든 게 한 몸에 모여있죠.

아르투리아

덕분에 당신은 이미 알려진 검은 숲을 엿볼 수 있고, 나아가 그걸 뛰어넘는 힘을 장악했습니다.

아르투리아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동시에…… 당신을 미치게 하고 파멸시켰습니다.

아르투리아

이러한 비범한 매력,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얻은 그 달성하기 어려운 업적이 당신의 소멸과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졌죠.

위치킹

……

아르투리아

우리는 한 개체에 모두를 가둬버린 감옥을 부숴달라고 요구할 수 없습니다.

아르투리아

그렇기 때문에 모든 사람은 강한 마음을 가져야 하고, 모든 사람이 '교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르투리아

우리는 감정의 연결을 바탕으로 지식과 경험, 능력과 통찰력을 공유할 것입니다.

아르투리아

그리고 그때가 되면, 우리의 연결을 흔들 수 있는 위기는 없고, 우리의 결합을 닳게 할 수 있는 좌절은 없게 되겠죠……

아르투리아

밝혀지지 않는 진리는 없습니다. 이해받을 수 없는 고통도, 극복할 수 없는 장애도 없습니다. 우리는 자아가 강해짐으로써 모두가 강해질 것입니다.

아르투리아

각자가 선명하면서도 하나로 태어나는 거죠.

아르투리아

우리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서 있을 때, 그 어떤 재난과 미지도 우리를 흔들 수 없습니다.

아르투리아

그래서 제가 당신을 찾아온 겁니다. 만약 정해진 소멸에도 대항할 수 있는 '강한 마음'이 정말로 존재한다면, 그런 미래를 저는 무시할 수 없습니다.

위치킹

……

위치킹

너는 수많은 걸 목격하고 수많은 걸 경험하면서 감정의 힘을 굳게 믿고 있구나.

위치킹

그렇다면 산크타, 왜 자신에게 그 답을 요구하지 않았나?

아르투리아

……


아르투리아

당신은 지금…… 제 마음을 읽고 있습니까?

아르투리아

제가 옥좌 앞에 왔을 때부터…… 설마 이게 당신의 '연주'인가요?

위치킹

그건 너의 방식이다, 알현자여.

위치킹

파빌리온의 모든 것은 내 것이고, 내 지배하에 있다.


위치킹

오랫동안 쌓인 죄책감?

스테파노 주교

……


위치킹

달랠 수 없는 슬픔?

클레망

……


위치킹

절망적인 실망?

위치킹

막강한 용기?

로리스

……


위치킹

끝없는 아쉬움?

게사츠슈베이터

……


위치킹

확고한 사랑?

코라

……


이건 '연주'가 아니다. 이렇게 힘차고 무리한 연주가 있을 리 없다.

그는 동의하지 않았고, 희비를 함께하지도 않았다. 아르투리아는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모든 것을 드러냈을 뿐이다.

라이타니엔의 역사에서 위치킹은 이렇게 자신의 악단과 군대를 숙청하고 개혁했다. 거역할 수도 없이.

위치킹

산크타, 만약 감정에도 형태가 있다면 너는 아마 내가 본 것 중에 가장 충만한 개체일 것이다.

위치킹

그런데도 너는 왜 그렇게, 텅 비어있는 것인가?

위치킹

너는 자신을 '거울'로 삼아 타인의 슬픔과 기쁨을 비추려고 한다. 아니, 너는 그렇게 순수한 객체가 아니다. 너는 자신을 그릇으로 삼고 있다.

위치킹

네 감정이 타인의 감정에 파묻혀 네가 동질감을 느끼겠지만, 너는 아는 게 하나도 없다.

위치킹

너는 타인의 속박을 푸는 과정에서 자신을 얽매이게 한다…… 너는 더할 나위 없이 혼돈에 가깝다.

위치킹

……

아르투리아는 두 손이 느껴졌다.

그 손은 의식의 호수 밑바닥까지 닿았지만 여전히 멈추지 않았고, 진흙을 휘저으며 가장 깊은 허무한 곳까지 도달했다.

익사의 느낌이 마치 솟구치는 물줄기처럼 의식의 모든 구석을 씻어내며 그녀를 철저하게 삼켜버렸다.

위치킹

음?

아르투리아?

……

위치킹

그렇군.

위치킹

이게 네 유일한 진실인가.


위치킹

……

한참 동안 위치킹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는 침묵하며 옥좌 앞에 선 자를 바라보았다.

아르투리아는 심장이 이렇게 빨리 뛰는 것을 느껴본 적이 없다.

위치킹

산크타여. 네가 그리는 그 미래는, 분명 가치가 있다.

위치킹

어쩌면, 정말 실현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르투리아

……

위치킹

하지만, 너는 오히려 그 답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사람이다.

위치킹

만약 네가 그릇이고 거울이라면, 만약 네가 자신이 간과한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면……

위치킹

아무리 네가 올바른 길을 걷는다고 해도, 너는 종점에 도착하지 못할 것이다.

아르투리아

위치킹 폐하……

위치킹

시간이 다 됐다.

위치킹

네가 원하는 대답은 하지 않으마.

위치킹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내 결말을 목격하도록 허락하겠다.

위치킹

용케도 내 파빌리온까지 왔구나. 나와라, 쌍둥이.

위치킹

너희를 기억하고 있다.

처음에는 소리였다. 아득히 멀리서부터 파이프 오르간 소리가 옥좌 앞까지 선명하게 울려 퍼졌다.

그리고 부드러운 금빛이 뒤따랐다. 이 금빛은 마치 먹물처럼 시야에서 빠르게 퍼지며 벽을 완전히 녹여버렸다.

현란한 빛이 먹구름을 물들였고, 츠빌링슈튀르메의 노을이 오래전에 사라진 검은 고탑을 밝게 비추었다.

그리마흐트

헤르쿤프트쇼른, 너는 정말로 그 옥좌에 연연하는구나.

에비게그나데

23년 전, 나와 힐데가르트가 이 문으로 쳐들어오기 전에도 당신은 그렇게 옥좌에 앉아 있었지.

에비게그나데

고작 법령 하나 때문에 심야에 부름 받은 신하들은 당신의 선율에 서서히 영혼이 찢기면서도 계단 아래 엎드려서 감히 움직이지도 못했어. 그리고 당신은 그들을 쳐다보지도 않았고.

위치킹

그 옷차림을 보니…… 쌍둥이, 너희들은 지금 라이타니엔의 황제를 자처하고 있는 것인가?

위치킹

귀족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낸 무기는, 결국엔 자신들에게 향한 것인가.

위치킹

우스꽝스럽구나.

그리마흐트

……

그리마흐트

그렇다. 나와 리젤로테는 네 술식에서 태어났고, 우리의 혈육과 능력은 귀족들의 끝없는 야망에서 탄생했지. 우리는 확실히 피조물이다.

그리마흐트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라이타니엔에만 충성할 수 있지.

위치킹

그렇다면 말해 보거라. 너희가 충성하는 라이타니엔은 지금 어떤 모습이냐?

에비게그나데

나와 힐데가르트는 공적을 자랑하지 않아, 헤르쿤프트쇼른.

에비게그나데

적어도 츠빌링슈튀르메의 사람들이 고개를 들었을 때, 피비린내가 나는 먹구름이 아닌 찬란한 노을을 볼 수 있어.

에비게그나데

우리는 그러길 바랐고, 또 그렇게 하고 있어.

위치킹

순진하구나.

위치킹

계속 환상을 엮어 진실을 볼 수 있는 가능성을 가리겠다는 건가?

위치킹

인간은 추악한 규칙에 얽매여 있다. 우리는 감옥에 갇혀 있고, 우리는 진실을 모른다.

위치킹

막연하고 근시안적인 너희가, 라이타니엔에 어떤 미래를 가져다줄 수 있다는 거냐?

에비게그나데

라이타니엔을 절망으로 몰아넣은 위치킹이 우리가 미래를 줄 수 없다고 비난하는 건가?

그리마흐트

……

그리마흐트

됐어, 리젤로테. 우리는 시간이 많지 않아.

그리마흐트

23년 동안 우리는 매년 신생의 날 축제에서 합주했고, 네 실력은 늘 한결같았어. 전투 능력도 녹슬지 않았길 바라지.

에비게그나데

힐데가르트, 난 영원히 완벽한 방패야. 너에게, 그리고 라이타니엔에게 말이지.


[CG: 44_i13]
[CG: 44_i13]
그리마흐트

헤르쿤프트쇼른, 나는 네 지식, 네 기백, 네 업적을 높게 평가한다. 너는 고탑보다 더 단단한 편견과 낡은 질서를 무너뜨렸고, 모든 라이타니엔 사람에게 기회를 주었지.

그리마흐트

너는 라이타니엔에 전례 없는 활력을 불어넣었고, 너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군주가 돼야 했었다.

그리마흐트

하지만 너는 이 나라를 전쟁으로 떠밀어 내고, 더 무시무시한 고탑을 세워 너로 인해 희망을 얻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백 배의 고통을 가져다주었다. 너는 네 자신의 욕망으로 인해 멸망한 것이다.

에비게그나데

헤르쿤프트쇼른, 라이타니엔에는 대대로 전해지는 모범이 있고, 조화로운 선율이 있으며, 라이타니엔을 라이타니엔답게 만드는 예술과 도덕이 있어.

에비게그나데

하지만 당신은 국가의 기반을 흔들었고, 생존의 기반을 파괴했으며, 심지어 라이타니엔을 자신의 부속물로 만들어 버렸어.

에비게그나데

당신은 국력을 다 써버리고, 나라 전체를 소모품으로 사용했어. 당신이 어떤 탐색을 했고, 무엇을 장악했든 그건 다 라이타니엔의 것이야.

에비게그나데

우리는 그걸 되찾으러 왔어.

그리마흐트

허상만 남은 고탑은 애초에 존재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라이타니엔 상공에서 23년이나 머물러 있었다니.

그리마흐트

아까 뭐라 불렀지…… '파빌리온', 궁전?

그리마흐트

헤르쿤프트쇼른, 오늘 이 곳은 네 마지막 무덤이 될 것이다.


어느 순간, 오리지늄 결정이 갑자기 늘어나더니 먼저 그리마흐트의 검에 부딪히고, 그다음 에비게그나데가 펼친 방패 쪽으로 흩날렸다.

하나가 된 검은색과 붉은색. 그리고 눈부신 황금색, 강렬한 보라색.

세 사람의 술식은 마치 녹지 않은 색채 덩어리처럼 극치에 달했다. 그 색채는 서로 충돌하면서 전혀 섞이지도 물들지도 않았고, 옥좌 앞에서 흩날리며 모든 공간을 차지했다.



그리고 색채와 함께 귀청을 찢는 듯한 변화무쌍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무기는 악기 그 자체였고, 전혀 다른 스타일의 두 악장이 같은 시공간에서 연주되었다.

금관 악기, 목관 악기, 현악기, 타악기, 건반, 심지어 방울이 울리는 나무와 죽음의 호루라기까지……

사르곤의 황사 밑에 파묻힌 녹슨 리드, 블랙 플로우 진흙 밑에 파묻힌 화염에 둘러싸인 호박, 사미 툰드라의 깊은 곳에 파묻힌 뿌리 없는 꽃, 그리고 지금 이 황역의 끝없는 혼돈 그 자체까지……

수많은 사물과 소리가 위치킹의 선율에 공존하고 있다. 이 선율은 그가 쓴 것이고 그가 지휘하고 있으며, '위치킹'은 선율의 모티브이자, '위치킹'은 선율의 주제였다.

세상에 이런 악장은 더 이상 없을 것이다. 시끄럽고 귀에 거슬리며 전혀 논리적이지 않지만, 한편으로 또 광대하고 성대하며 심금을 울린다.

반면, 에비게그나데와 그리마흐트의 이중주는 매우 심플했다.

가볍게 시작해 급격하게 끝난다. 정중하고 웅장한 파이프 오르간은 깊은 산에 둘러싸인 성채 같았고, 변화무쌍한 바이올린은 성채 옆에서 떨어지는 폭포 같았다.

폭포에서 가장 머릴 떨어진 방에서도 물이 바위에 부딪히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린다. 그러나 폭포와 가장 가까운 방에서는 오히려 시끄러움을 느끼지 못한다……

에비게그나데와 그리마흐트는 마치 한 사람의 연주처럼, 그녀들의 악장은 이토록 조화로웠고, 균열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악장은 곧 전쟁의 노래다. 라이타니엔의 두 세대 황제가 옥좌 앞에서 교전했고, 파빌리온은 그들의 전술판과 전장이 되었다. 그리고 이 순간, 역사는 거슬러 올라갔다……

가울의 기함은 코르시카 1세의 지휘 아래 계곡을 넘었고, 빽빽이 늘어선 병사들은 두툼한 먹구름을 이뤄 슈투름란트의 철벽같은 방어선을 삼켜버렸다.

그리고 헤르쿤프트쇼른의 모습은 이 순간에 비소로 사람들의 눈에 비쳤다. 그는 고탑 꼭대기에 서 있었고, 하늘과 땅마저 그의 편에 서 있었다. 비바람, 천둥, 모래폭풍은 그의 뜻대로……

모든 것을 집어 삼켰다.

그러나 천지를 뒤덮는 핏빛 연기 속에서, 에비게그나데와 그리마흐트의 움직임은 눈에 띄지 않았다.

그녀들은 어둠과 선제후 연합군의 양동작전을 틈타 베두니엔에 진입했고, 고탑까지 직진했다.

고탑은 문을 열고 손님을 맞이했다. 무방비 상태의 고탑 캐스터는 다급히 진형을 갖췄지만, 모두 늦가을의 단풍으로 변했고……



방패와 검은 기원의 탑을 무너뜨렸다.

23년 전의 그날 밤처럼.




위치킹

나의 파빌리온, 파빌리온의 모든 것이 붕괴하고 소멸하고 있다.

위치킹

파빌리온…… 불멸의 전당, 이건 내 건물이 아니고, 그 누구의 건물도 아니다.

위치킹

파빌리온은 인류의 수천수만 년에 걸친 헤아릴 수 없는 희생의 축적이다.

위치킹

과학, 예술, 진화의 경험, 모든 선택과 후회, 모든 사랑과 증오, 모든 희망과 실망.

위치킹

온갖 바람과 그리움, 온갖 문명의 탄생과 파멸, 온갖 기억과 잊혀진 것들.

위치킹

파빌리온은 인류의 모든 것이고.

위치킹

파빌리온은 인류의 의지가 응결된 기념비다.

위치킹

이 의지는 파멸 속에서 생겨났고, 이 의지는 혼돈 속에서 질서를 만들어 냈다.

위치킹

오직 이러한 의지만이 진정한 기원을 밝힐 수 있고, 오직 이러한 의지만이 진정한 기원을 정복할 수 있다.

위치킹

오리지늄.

위치킹

파멸의 시작과 혼돈의 근원은 내 손안에 있다. 나는 이것으로 오리지늄의 본질이 드러나게 다그쳤고, 기원의 진실을 바치도록 다그쳤다.

위치킹

하지만 나는 깨달았다. 오리지늄이 얼마나 증식하고, 얼마나 중복되고, 어떻게 재현하든……

위치킹

그것이 말한 진실을 결코 변하지 않는다. 그것은 늘 우리 눈앞에 있었으니.

위치킹

그것은 만물의 기원, 또한 피조물이라고 말했다.

위치킹

그것은 창조 초기에도 지배가 있었다고 말했다.

위치킹

그것은 희망이 사라졌고, 영원도 소멸했다고 말했다.

위치킹

나는 기원의 시작점에 이르렀고, 피조물의 근원에 이르렀다. 그런데 내가 얻은 게 더 깊은 질곡, 또 다른 무심한 결단이라고?

위치킹

그것은 침묵처럼 견고했고, 별들처럼 빛났다.

위치킹

창조주는 잔인하고 사악하며 교활하다.

위치킹

그것은 의지를 사라지게 할 수 없지만, 의지를 취약하게 할 수는 있다. 그것은 의지를 능가할 수 없지만, 의지를 당혹스럽게 할 수 있다.

위치킹

의지는 가장 강력한 무기이자 가장 견고한 감옥이다.

위치킹

진실은 이렇게 적나라하다. 그런데 만약 탐구자의 의지가 사라지거나 미쳐버리면, 어떻게 진실에 도전할 수 있겠나?

위치킹

진실은 한 사람만 알아서는 안 되고, 사실은 한 사람만 목격해서는 안 된다.

위치킹

나는 이곳에 올 수 있는 의지가 한 사람만의 것이 아니길 바란다.

위치킹

이것은 나를 가장 험악한 악몽으로, 자유의 배신자로 만들었고, 나를…… 폭군으로 만들었다.

위치킹

하지만 기원의 탑이 아직 끝에 이르지 못했다면, 그 어떤 시공간에서도 도달할 수 없는 곳에 누군가는 도달해야 한다.

위치킹

만약 근원조차 질곡이라면, 누군가는 반드시 근원도 함께 정복해야 한다.

위치킹

만약 그 근원의 끝에 있는 창조주가 만물을 소멸시키려 한다면……

위치킹

그 창조주도 만물보다 먼저 멸망해야만 한다.

위치킹

허무는 진실이 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 나는 절대 허용하지 않으며, 절대 용서할 수 없다.

위치킹

이게 내 최고의 비전이자 내 모든 죄악이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헤르쿤프트쇼른의 마지막 의지다.

위치킹

창조주는 반드시 멸망해야 한다.

위치킹

쌍둥이, 그때보다 힘이 더 강해졌구나.

위치킹

나는 이미 모든 것을 버렸다. 나는 그것들을 버렸을 때보다 더 강하다.

위치킹

하지만 너희들은 자신을 자각한 적이…… 자유를 자각한 적이 없다. 너희들은…… 인간이기를 포기했다.

위치킹

라이타니엔의 검과 방패는 단순한 검과 방패여서는 안 된다.

위치킹

쌍둥이여, 그리고 알현자들이여.

위치킹

너희들은 옥좌 앞에 도달했다. 너희들은 나에게 답을 구하러, 나를 심판하러 왔다.

위치킹

오직 인류만이 인류에게 답을 구할 수 있고, 오직 군왕만이 군왕을 심판할 수 있다.

위치킹

만약 너희들이 나를 쓰러뜨린다면, 너희들은 반드시 내가 도달할 수 없었던 영역에 도달하고, 반드시 내가 이루지 못한 비전을 이뤄야 한다.

위치킹

설령 희망이 죽었고 영원이 소멸했다 하더라도.

위치킹

이건 헤르쿤프트쇼른의 비명이자 결말이다.

위치킹

라이타니엔은 반드시 희망보다 더 빛날 것이다.

위치킹

라이타니엔은 반드시 영원보다 더 오래갈 것이다!

군왕은 환상에 빠졌고, 군왕은 힘껏 울부짖었다. 그리고 군왕의 말이 황역에 뿌려져 분노하는 천둥이 되어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