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ST-3맑은 날
켈러는 결국 나우만 부부의 사망에 관한 진실과 자신의 마음속 응어리를 털어놓는다. 에이야퍄들라는 켈러의 이름도 아델이라는 걸 알게 된다. 병원에서 깨어난 에니스는 패션가를 이주시키지 않고 워터파크를 세우기로 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에이야퍄들라는 마침내 펜을 들어 부모님에게 보내는 답장을 끝마친다.
등장 오퍼레이터: 실론, 슈바르츠, 에이야퍄들라 더 크비트 아스카, 브라이오피타
한 생태학자가 이 땅의 모든 파울비스트를 '웨이 파울'과 '홈 파울', 두 종류로 나눴다.
전자는 기후와 생태의 변화로 인해 끊임없이 옮겨 다니며 스스로 생존하기에 가장 적합한 곳을 찾는다. 반면 후자는 한번 정착하면 영원히 그곳에 머물며 온갖 방법으로 고향을 지킨다.
훗날 한 역사학자가 이 생물학설을 차용하였고, 한 사람이 “대지에 존재하는 모든 집단 간의 모순은 한곳에서만 살 수 있는 사람과 사방을 돌아다니는 사람의 모순이다”라고 얘기했다.
그 뒤로 또 누군가가 이러한 관점에 대해 말을 덧붙였다.
이 땅에는 원래 홈 파울이 없었다. 그런데 차츰 파울비스트들이 한곳에 모여 집을 짓고 공통된 기억을 만들면서 홈 파울이 나타났다.
......
이번에는 확실해. 지도에 나온 길 대로라면, 이 산을 넘으면 바로 시에스타야.
시에스타는 여기 있을 텐데……
멀리 바라보자 눈길이 닿는 곳은 그저 새하얗기만 했다.
이…… 이게 어디야?!
요, 롱 타임 노 씨.
앗, 옵시디언 뮤직 페스티벌에 참가할 것도 아닌데 엠퍼러 씨가 여긴 또 어쩐 일이세요? 옷을 보아하니 불에 타서 구멍이 난 것 같은데……?
당장 화제를 체인지해야겠어.
요 며칠 아주 괜찮은 소재를 모았어요. 컬럼비아로 돌아가면 곧 앨범을 만들 수 있을 거예요.
이제 날 기대하게 하는 음악가는 많지 않아. 버드, 넌 그중 한 명이라고 할 수 있지.
제1회 옵시디언 뮤직 페스티벌에 참가했을 때가 생각나네요. 바바라 씨가 저한테 본인이 상상하는 시에스타의 미래에 대해 말했었거든요.
언젠가 이 도시가 화산과 흑요석, 풍경이 아름다운 해안선을 떠나게 되면 이 도시에는 뭐가 남을까요?
바바라 씨는 음악도 일종의 매개체이지만, 이곳에 사는 사람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매개체라고 했어요.
기쁠 때나 슬플 때 노래를 부르려는 사람이 있고 저녁 무렵 저녁놀을 감상하려는 사람이 있는 한, 시에스타는 여전히 그 시에스타라면서요.
영 피플이 옛날만 그리워할 필요는 없지. 그러면 만들어 낸 음악도 올드해질 거야.
그건 좀 무리한 얘기인 것 같은데요, 엠퍼러 씨.
사람의 일생이 아무리 짧아도 본인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돌아보지 않으면 길을 잃어버린 느낌이 들 거예요.
소중한 걸 길에 떨어뜨리지는 않았는지 가끔은 고개를 돌려서 봐야죠.
이제 과거의 모든 건 저 화산 아래 묻혔어. 어때? 옵시디언 뮤직 페스티벌 2.0을 기획해 볼래? 마침 나도 투자할 계획이 있거든.
다시 개최한다면 새롭게 이름을 붙여야 하지 않을까요?
화산 뮤직 페스티벌? 이건 너무 평범한 것 같고…… 참, 이번에 시에스타에 와서 아주 귀여운 동물을 봤거든요. '솜사탕 뮤직 페스티벌'이라고 부르는 건 어때요?
역시나, 버드. 너의 네이밍 센스는 음악 센스의 천분의 일도 안 되는 것 같아.
켈러 선생님, 화산 관측 자료는 다 여기에 들었어요.
이번 관측으로 매우 가치 있는 자료를 얻게 됐어요. 정리를 다 끝내면 돌아갈게요.
고생이 많구나……
역시 넌 제 몫을 다하는 학자가 됐어. 카티아와 마그나도 자랑스러워할 거야……
이 방호복도…… 진열대에 있는 것보다는 역시……
학자의 목소리가 낮아졌고, 그녀는 오래도록 익숙한 외투를 응시했다.
어머니의 방호복을 들고 더 많은 화산에 가고 싶어요. 이 옷이 절 지켜줄 테니까요. 그리고 그동안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걸 배웠어요……
참, 칸 선배님은요?
일이 있어서 미리 라이타니엔으로 돌아갔어.
켈러 선생님, 칸 선배님를 대신해서 제가 사과드릴게요. 아마 뭔가 오해를 했을 거예요……
……난 신경 쓰지 않아.
아델…… 넌 한 번도 날 의심한 적 없니?
아델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어요……
그 당시 일에 대해 전 아는 게 거의 없어요. 다들 일부러 저한테 감추고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전 부모님의 노트와 사진들을 봤어요……
그분들과 함께 수많은 화산에 가서 수도 없이 위험을 겪은 사람이, 두 분을 배신했다니 믿을 수가 없어요……
너한테 보여 주고 싶은 게 있단다.
요 며칠 칸이 찾던 게 아마 이것들일 거야.
이 서류들은 라이타니엔의 공식 데이터베이스를 제외하면 나한테만 있는 거지.
폐기된 서류라서 기밀도 아니야. 난 그저 영원히 아무도 이걸 찾지 못했으면 했어……
학자는 책장에서 종이상자 하나를 꺼냈고, 두 학자가 존재했던 흔적이 이 작은 상자에 담겨 있었다.
낡은 봉투에 적혀 있는 '극비'라는 글자 위에는 '폐기' 도장이 찍혀 있었다.
'소나기 프로젝트'.
이게 바로…… 아빠의 연구를 군용화한 프로젝트인가요?……
카티아와 마그나에게 일생의 소원은 순수한 학자가 되는 거였어. 그리고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
하지만 현실은 순수하기 힘든 법이야……
20여 년 전 라이타니엔 정변의 여파로 귀족 사이의 분쟁이 항상 두 사람을 옭아맸어. 계속 연구를 진행하려면 타협할 수밖에 없었지.
카티아는 본인의 연구 성과 중 일부를 군대에 넘기고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학술 환경을 얻어냈어. 난 카티아를 도와 일부 후속적인 관련 업무를 맡았고.
그래도 두 사람은 너에게 희망을 걸었단다.
두 사람은 네 삶에 이런 불순한 분쟁이 끼어들지 않길 바랐어. 네가 흥미를 느끼는 것만 집중해서 연구할 수 있도록 말이야.
이건 내 바람이기도 해……
수년이 지난 뒤, 사람들이 나우만 부부를 얘기할 때면 두 사람을 순수하고 위대한 과학 연구자로만 기억했으면 해. 그리고, 난 두 사람의 하나뿐인 아이가 아무런 걱정 없이 지식을 탐구했으면 좋겠어.
아빠랑 엄마…… 두 분의 희생은 정말 사고인가요?……
당시 우나 화산 탐사를 위해 등산하려고 할 때, 라이타니엔의 사자가 다시 찾아왔었어.
난 두 사람이 방해 없이 탐사를 마치길 바라는 마음에 대신 군부에 가서 적당히 얼버무리고 넘기려 했지. 그런 사고가 생길 줄은 예상도 못했어……
아델, 네게 감히 용서를 바라지는 않을게……
켈러 선생님, 왜 이게 본인의 잘못이라고 생각하세요?
……
전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해서 과학 연구를 사랑하는 부모님의 순수함을 의심하지 않아요. 물론 켈러 선생님을 의심하지도 않을 거고요.
세 분은 이미 이상적인 사업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셨어요. 그런데 그런 이유로 질책을 받는다면 그건 너무 불공평하잖아요……
부모님도 그렇게 생각하실 거예요……
난 카티아와 마그나가 시에스타에 온 여름을 영원히 기억할 거야. 두 사람을 만난 건 내 인생에서 가장 큰 행운이었어.
그날, 낯선 외국 관광객 커플이 그 카페로 들어와 내 옆 테이블에 앉았다. 그때부터 내 삶은 달라졌다.
난 책 밖의 더 넓고 아름다운 땅을 보았고, 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보냈다.
시에스타에서 라이타니엔까지, 그리고 수많은 곳에 가고 화산을 오르며 모험을 했다.
난 그들과 더 함께하고 싶었다.
켈러 선생님, 한번 안아봐도 될까요?
……
학자는 여자아이를 품에 끌어안았다. 그리고 여자아이의 이마에 가볍게 이마를 갖다 댔다.
켈러 선생님, 잠시 여기에서 혼자 있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그래.
여자아이는 서류를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낡은 서류들 가장 밑에 손으로 쓴 편지가 한 장 있었다.
“……이상의 연구 자료는 과학에 누구보다 진심인 두 학자의 것입니다.”
“그들은 지식으로 인류를 보호하고, 고향을 더 안전하고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과학탐사에 평생의 에너지와 생명을 바쳤습니다.”
“진지한 마음으로 임하시고, 이것을 올바른 일에 써주길 바랍니다.”
켈러 선생님의 성함이…… 그렇구나……
편지의 한 귀퉁이에 수려한 글씨체로 서명이 적혀 있었다.
“아델 켈러”
리브!
누워요, 움직이지 말고.
리브는……?
진정해요. 리브는 집에 갔어요. 그때 아이가 꽤 많이 놀라기는 했지만 다행히 별로 다치지는 않았거든요…… 지금 걱정해야 할 건 당신이라고요.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다행이에요……
가슴을 쓸어내린 소년은 또 쿵 하고 병상 위로 쓰러졌다.
제가…… 며칠 동안 기절해 있었나요?
꼬박 사흘이요.
당신 어머니랑 동생들이 매일 보러 왔었어요. 가족들이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요?
이번에는 혼내지 마세요, 실론 선생님.
저도…… 사람을 구하려고 그런 거잖아요…… 안 그래도 말 안 듣는 동생을 혼내 주려고 했는데……
흥, 아직도 숨기려고 하네요. 당신은 정말 의사가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해요?
오리지늄 아츠를 몰래 배우다니 정말 간도 크네요. 당신 여기 실려 왔을 때 혈중 오리지늄 결정 밀도가 얼마나 높았는지 알아요?
그……
치료받으려면…… 돈이 많이 들나요?
흥, 당신이 로도스 아일랜드에 가서 일한다 해도 한동안은 월급을 갖다 바쳐야 할걸요.
하하…… 이번에는 정말 선택의 여지가 없네요……
전 뉴 시에스타에 감염자 수용 치료 센터를 세울 생각이에요.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라서 도와줄 사람이 꽤 많이 필요하거든요.
남아서 절 도와주는 건 어때요?
실론 선생님, 감사하지만 전 이미 가족한테 말했어요…… 당분간은 시에스타에 머무르지 않을 거예요.
가능하다면 전 선생님이 여러 곳에 갈 수 있다고 말씀하신 그 배를 타보고 싶어요.
곁에 없더라도 가족은 영원한 가족이야. 난 날 위해 살며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해 보고 싶어. 아버지가 보셨던 풍경을 나도 보러 가고 싶어.
탐험가는 역시 멋진 직업인 것 같다.
이게 무슨 소리죠?
아, 스와이어 씨의 공사팀일 거예요. 행동이 엄청 빠르네, 계약서를 쓰자마자 공사를 시작하다니.
순백의 화산은……
실론 선생님! 저 일단 돌아가야겠어요. 치료비는 다음에 드릴게요!
일은 끝났나요?
응, 마지막 환자야. 후…… 요 며칠 계속 수용 치료 센터 일로 바빠서 그동안 네가 어떻게 지냈는지 들을 겨를도 없었네……
사실 그냥 로도스 아일랜드의 임무였어요. 더 많은 국가에 가서 꽤 많은 오퍼레이터를 새로 알게 됐죠.
휴가가 끝나면 전 아마 몇 가지 장기 임무를 맡게 될 거예요. 그쪽에 가서 한동안 살 수도 있고요.
음, 너랑 같이 가고 싶지만 지금은 도저히 시간이 안 돼. 그리고 너도 내가 그러길 바라진 않잖아?
맞아요, 그럼 의미가 없으니까요.
그렇다면 며칠 동안 내가 이곳을 구경시켜 줄까?
좋죠. 여기도 저번에 돌아왔을 때보다 더 예뻐졌네요.
장담컨대, 네가 다음에 다시 돌아왔을 때는 분명 더 새로운 시에스타가 되어 있을 거야.
저도 그렇게 믿어요, 아가씨.
아직 완연한 가을이 되지 않아 햇살은 여전히 따갑지만 갑자기 날씨가 서늘해진 것 같다. 거리에서 사람이 조금 늘어난 것 같았고, 심지어 몇몇 상점 앞에는 줄까지 서 있었다.
(제발, 아직 부수지 마. 절대 철거하면 안 된다고!)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보게 해 줘……)
에니스? 병원에 누워있어야 하는 거 아니니……?
순백의 화산은 이미 철거됐어……?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에니스는 입구에 새로 세워진 LED 간판을 보았다.
파손된 전등을 교체한 것 외에, 헤일리는 위에 직접 그라피티도 더했다…… 한 마리는 크고 두 마리는 작은 솜사탕 같은 어린 양 세 마리였다.
누가 재건한다고 꼭 철거해야 한대? 여기엔 새로운 워터파크가 세워질 거야.
워터파크?! 그럼 물류센터는?
시청에서 뉴 시에스타에 관광지다운 풍경을 남기는 게 좋겠다며 계획을 다시 세웠대. 이 거리는 관광 명소로 남겨둘 생각이고.
펠리페가 몇 개나 되는 상점을 전부 한 외국 기업에 팔아넘겼는데, 투자자가 전에 개최한 이벤트 반응이 좋았다며 여기에 워터파크를 세우는 것도 장사가 잘될 것 같다고 했나 봐.
어쩌면 이 가게도 당분간은 운영할 수 있을지도 몰라.
그 난리를 피우더니 결국……
엄마, 이 차는……?
아, 며칠 전에 가게에 왔던 돈 많아 보이는 아가씨가 몰고 와서 여기에 세워뒀어.
흰색의 최신형 픽업트럭이 가게 문 앞에 세워져 있고, 와이퍼 아래 쪽지 한 장이 끼워져 있었다.
“친구의 고민거리 해결.”
그 아가씨는 멋진 척하는 걸 참 좋아한다니까……
……고마워요.
“존경하는 아담스 스와이어 님, 안녕하세요. 늘 그랬던 것처럼 우선 건강하시길 빌겠습니다.”
“……이번에는 제가 이겼어요.”
......
(쇠약한 소리로 숨을 몰아쉰다)
TV를 꺼줄까, 아니면 의사를 불러줄까?
불효막심한 손주야.
드디어 하나 해냈구나……
후……
네 얼굴에서 이런 표정을 보는 건 정말 오랜만이야. 린을 불러서 같이 올 걸 그랬어.
잘난 척하지 마라…… 너도 언젠간……
젊은이를 조심해라…… 웨이 옌우.
시간은…… 젊은이들의 편이니까.
녀석들은 언젠가 우리 앞에 서게 되겠지.
정말 기대되는군…… 훗날…… 훼이지에가…… 너에게 편지를 보낼 때가……
나도 마찬가지야.
하…… 하하……
하하하하……
으하하하하!
하하하, 윽……
이봐, 늙은 호랑이?
어이, 이봐!
의사, 의사!
사랑하는 아빠, 엄마에게
안녕.
난 요즘 아주 잘 지내. 시에스타에 와서 잊지 못할 여름을 보냈어.
여기는 두 사람이 예전에 봤던 모습과 많이 달라졌지만, 여전히 아주 재미있는 도시야.
나도 시에스타 화산에 올랐어. 이번 관측을 순조롭게 마쳤고 아주 가치 있는 연구 데이터를 얻었어.
여기에서 엄마랑 아빠의 옛 친구 한 분을 만났어. 아니, 두 분이라고 해야겠네.
그분들은 내게 많은 이야기를 해 주셨어. 카페에서 만난 일, 황산 연못에 빠진 일, 실험실에서 있었던 일까지. 내가 몰랐던 두 분의 젊은 시절 이야기를 다양하게 들었어.
어떤 '사람'이 내게 그랬어. “과거의 모든 일들은 정말로 지나가 버리는 게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네 옆에 남아 있는 거야.”라고.
지금 난 그 말을 믿을 이유가 더 생겼어. 나도 신기한 경험을 했거든.
어렸을 때 내가 자기 전에 두 분이 들려주신 이야기처럼 허구적인 부분도 있겠지만, 난 믿고 싶고, 믿었으면 좋겠어.
아빠, 엄마, 난 내가 생각한 것만큼 강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 같아.
내가 아무 소리도 못 듣게 되고, 눈앞에 있는 것이 흐릿해질까 봐 두려웠어. 결국 내 목숨을 앗아가는 것이 화산이나 연구가 아닌 광석병의 아픔과 고통이 될까 봐 두려웠어.
가능하다면 난 두 사람이 갔었던 화산에 다 가 보고 싶어. 그리고 두 사람이 노트에 남긴 모든 의문을 풀고 싶어.
모험을 무릅쓰고 황산 호수에서 배도 타 보고 싶고, 용암 속에서 불타오르는 작은 돌멩이인 것처럼 굴어보고 싶기도 해.
공포는 용기의 반대말이 아니야, 죽음이 생명의 반대편에 있는 게 아닌 것처럼. 난 화산 연구를 사랑하는 동시에, 내 목숨도 사랑해.
어쩌면 더 행복해질 방법이 있을지도 몰라. 그런데 이제야 깨달았어. 너무 늦은 걸까?
사실 난 이 편지를 어디로 보내야 할지 모르겠어. 그냥 두 사람한테 알려 주고 싶었어……
난 아주 잘 지내고 있어.
......
아델 씨, 편지 보내시려고요? 저한테 주세요. 제가 편지 보낼 때 같이 보낼게요.
어디로 보내는 편지예요?
음……
아니에요. 제가 직접 보내고 싶어요.
에니스 씨, 이 꽃은……
아, 저번에 몰래 흑요석을 채굴할 때 산비탈에서 가져온 거예요. 원래는 동생들한테 선물로 주려고 했는데, 화산에서 갖고 내려오니까 색이 변해버렸네요.
시에스타 화산에서요?
네, 화산 뒤편에서 가져온 거예요.
......
맞다, 두 사람이 시에스타에서 찾으려 했던 것도, 내가 찾았어.
(정말 아름다운 화산이야.)
(화산은 분화할 때 가장 아름다워, 비록 짧은 순간이긴 하지만.)
(다음 분화를 보려면 얼마나 기다려야 할까?)
(괜찮아, 여기 남아서 더 기다리면 되니까.)
(우리에게는 시간이 많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