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2어린이
코스타의 설득에 패션가의 사람들은 또다시 이사하는 것에 대한 반발이 컸다. 화산박물관에서 에이야퍄들라는 발신자 정보가 없는 편지 한 통을 받는데, 동봉된 사진 속 풍경은 마침 그의 부모님이 사고를 당한 화산이었고, 편지 속의 말투를 보고 에이야퍄들라는 자기도 모르게 그것이 아버지가 수년 전에 보낸 편지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등장 오퍼레이터: 스와이어, 스와이어 디 엘리건트 위트, 에이야퍄들라
친애하는 시에스타 주민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은 1099년 8월 16일입니다.
공기 습도는 75%, 가시거리는 18km, 바람은 남서풍입니다.
화산 예상 분화일까지 이제 15일 남았습니다……
모처럼 좋은 날씨입니다만, 이동도시 밖의 해안에서는 물놀이를 하지 않으시길 다시 한번 당부드립니다.
평온한 생활 속에도 셀 수 없을 정도의 트러블이 있듯, 언뜻 잔잔해 보이는 해수면 아래에도 보이지 않는 암초와 암류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자, 이 날씨가 화창한 아침, 여러분의 기분은 어떠신가요? 우리 함께 본즈 앤 본즈 밴드의 《Life Always Goes On》을 들으며 멋진 하루를 맞이해 봅시다!
아침 7시, 나는 꿈에서 끌려나왔다. 꿈속에서 난 내가 구애하던 사람과 키스를 하고 있었다♪
눈을 떠보니 눈에 비친 건 변함없이 지겨운 광경, 귀찮은 일들은 태양과 함께 나를 찾아왔다♪
오늘 이 가게를 찾는 첫 번째 손님은 ……어, 정말 의외네.
이렇게 화창한 아침에 화산이 곧 분화할 거라는 소식보다 더 좋은 소식은 없는 걸까?
헤일리 아주머니, 집착을 적당히 내려놓는다면 제가 가져온 소식도 좋은 소식이 될 겁니다.
그렇게 부르지 마. 나는 아직 네가 어르신 취급할 정도로 나이를 먹지 않았다고.
코스타, 오늘은 날씨가 좋으니 몇 분 동안은 시간을 줄게…… 이번엔 또 어떤 핑계를 가져왔어?
취업 보조금과 세금 면제인데요……
됐거든.
그럼, 우리가 도심으로 이사한 후에 어떤 곳에 취업할 수 있는지부터 말해볼래?
관광객이 없는 이 상가에서 기다리는 것보단 낫겠죠.
헤일리 씨, 이 거리에 당신네 한집만 사는 건 아니라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네요…… 모든 사람이 다 의향서에 서명하는 걸 꺼리는 건 아닙니다.
좋아. 그럼, 마찬가지로 너에게 욕하는 사람도 나뿐만은 아니겠네?
시청에 한 가지 건의할게. 너희는 여기에 사는 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게 뭔지 똑똑히 알아 두는 게 좋을 거야.
처음에 허먼은 우리한테 화산이 곧 분화할 거라고 했어. 그런데 결과는 어때? 2년이 지났지만, 화산은 여전히 저기에 있어. 하지만 모든 시에스타 사람들은 엄청나게 고생을 했지.
아, 물론 너처럼 시청에서 번듯한 직장이 있는 사람은 제외하고.
이 '순백의 화산'은 그냥 건물이 아니라, 나와 세 아이의 집이야.
우리는 이미 화산 때문에 이사를 한 번 했으니, 우리를 다시 이사시킬 생각은 꿈에도 하지 마. 나는 매번 우리에게 이사하라고 요구할 때마다 허먼이 제정신인가 싶으니까.
헤일리 씨, 이건 어느 한 개인의 집이 아닙니다……
잘 들어, 여긴 내 땅, 내 터전이야♪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하지 마, 한 번만 더 말하면 너를 죽여버릴 테니까, 죽여버릴 테니까!
정말 훌륭한 노래네. 가사가 마음에 들어.
……
자, 코스타. 아니, '존경하는 시청 나리', 이만 돌아가 줘.
실례합니다, 혹시…… 이 가게에서 아직 가수를 모집하고 있나요?
여러분이 지금 보시는 쇼윈도 안에 있는 생물이 바로 '시에스타 화산 원석충'입니다.
이런 원석충은 화산 환경에서 오랫동안 생활하면서 모양과 습성이 다른 지역의 원석충과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래서 생물학자들은 이것들을 특별 종으로써 연구하고 있고요.
신기하게도 이 원석충들은 화산을 떠나 박물관의 인큐베이터 안에서 살고 있지만 동면하고 활동하는 규칙은 여전히 시에스타 화산 에너지가 오르내리는 것과 일치합니다.
이건 바로 생물과 생태환경이 서로 영향을 주며 상호 의존한다는 걸 의미하죠……
제법인데, 에이야퍄들라.
앗…… 스와이어 씨! 시에스타로 휴가를 오신 건가요?
그런 셈이야. 모처럼 휴가가 생겼으니 당연히 와서 여름을 즐겨야지.
너는 어때? 네가 연구원으로 일하는 모습은 처음 보는 것 같네.
저는 박물관의 자료 정리를 도우러 온 것뿐이에요……
그래도 관광객들은 열심히 듣던데, 심지어 메모하는 사람도 있더라. 그리고 나도 너에게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
에이야퍄들라, 이 전시품들에 관해 내게 다시 한번 설명해 줄 수 있어?
정말 이상해. 스와이어 씨는 이 지질 전시품보다 박물관 주변의 땅값에 관심이 더 많을 것 같은데……
땅값?
돌리 씨? 당신이 어떻게……
그렇게 놀라지 마, 그냥 이 건물에 화산 그림이 많아서 보러 온 거니까.
그래서, 땅값은 뭔데?
……토지의 가격을 말하는 거예요.
일반적으로 경기가 좋은 곳일수록 땅값이 더 높아요.
인간은 토지에도 가격을 매기는구나. 정말 흥미로워.
그렇다면 분명 분출구 쪽이 가장 비싸겠네?
아…… 그렇진 않아요. 그 보다 돌리 씨, 여긴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모습을 드러내도 정말 괜찮으신가요?
아, 네가 뭘 걱정하는지 알 것 같아. 걱정거리를 덜어줄게.
돌리는 몸을 흔들며 가볍게 점프하더니…… 스와이어의 머리 위에 뛰어올랐다.
스, 스와이어 씨!
어, 왜 그래?
왜 그렇게 놀란 표정으로 쳐다보는 거야?
아, 아니에요. 스와이어 씨의 모자가 좀 비뚤어져서요. 제가 바로 잡아드릴게요!
봐봐, 전혀 눈치채지 못하잖아.
엄청 신기하지 않아?
(작은 목소리로) 돌리 씨! 함부로 다른 사람의 머리 위에 올라가는 건 예의가 아니에요!
그래, 그래…… 너희 인간들과 같이 있으면 이렇게 제한과 구속이 많단 말이지.
이런 불필요한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서, 내가 관심 있는 사람만 내 존재를 알 수 있는 거야.
시간이 많이 늦었으니, 나 먼저 간다. 약속한 것 잊지 말고.
에이야퍄들라, 에이야퍄들라? 에이야!
앗! 스와이어 씨, 죄송해요…… 잠시 딴생각을 했네요.
그런데 에이야라니……?
방금 생각해 낸 애칭이야.
기왕 시에스타에 왔으니 쉬는 시간을 좀 가져야지. 쉬는 날에 나를 찾아와. 같이 온천욕 하러 가자!
박물관으로 온 소포입니다……
저기요, 누구 안 계세요?
안녕하세요?
혹시 박물관의 책임자신가요? 박물관에 온 소포예요. 서명 좀 부탁드립니다.
네, 알겠습니다.
발송지는 라이타니엔…… 윌리엄 대학…… 켈러 선생님이 찾은 자료들이네.
……어?
상자 안에는 각종 서류와 표본이 가득 들어 있었고, 그 안엔 편지 한 통도 섞여 있었다.
편지 봉투는 무슨 영문인지 반쯤 찢어져, 안에 있는 사진이 드러나 있었다. 그리고 봉투 가장자리는…… 마치 물어뜯긴 것 같았다.
사진 속에 이건…… 우나 화산?
……전달자 씨, 잠깐만요……!
왜 그러세요……
이 편지는 라이타니엔에서 보낸 게 확실하고, 수신 주소도 여기가 맞는데요.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죄송해요, 전달자 씨께 이 편지의 발신자 정보를 확인하고 싶어서요. 그리고 이 편지는 언제, 어디에서 부쳐 온 건가요……?
번거롭게 해서 죄송해요. 하지만, 이 편지는 제게 매우 중요해요……
그렇게 말씀하셔도…… 발신자 정보는 봉투에 다 적혀 있지 않나요?
그게……
아, 생각났어요. 이곳에 보내온 물건 중에 편지 봉투가 찢어진 편지가 한 통 있었어요.
원래 이 편지들을 배달해야 할 전달자가 어제 임시로 휴가를 냈는데, 제 손에 왔을 땐 이미 그런 상태였어요. 봉투에 '화산'이라고 적혀 있길래 이곳으로 배달할 수밖에 없었고요.
편지에 보낸 사람의 정보가 제대로 적혀 있지 않다면, 저도 잘 모르겠네요……
……
죄송합니다, 실례했어요……
“요즘 잘 지내고 있니? 나는 여기에서 아주 잘 지내고 있단다.”
“오랜만이야, 네가 많이 보고 싶구나.”
“화산은 아주 장관이야. 정상엔 바람이 매우 세게 불어.”
“너를 사랑하는 아버지가”
사진 뒤에는 두꺼운 장갑을 낀 채 펜을 쥐고 쓴 듯, 삐뚤삐뚤한 글씨가 몇 줄 적혀 있었는데 필자의 필치를 알아보기 어려웠다.
잉크 자국은 이미 오래된 것 같았고, 편지는 그동안 이리저리 떠돌아다녔는지 봉투와 사진 모두 약간 누렇게 변해 있었다.
아델, 뭐 찾고 있어?
칸 선배님! 박물관의 연구 자료 중에 우리 아빠의 노트가 있을까요?
카티아 교수님의 노트를 말하는 거야? 무슨 과제랑 관련된 건데?
아빠가 직접 쓰신 노트라면 무엇이든 상관없어요!
그게……
내가 찾아볼게…… 켈러가 윌리엄 대학의 연구 자료를 모두 이곳에 넣어 놓았어. 하지만, 카티아 교수님의 원래 연구 방향은 오리지늄 아츠라서 화산과 관련된 건 적을 텐데……
《화산 식물도감》, 《화산 운동 중 오리지늄 에너지 전환》, 《화산 분화 데이터 모델》…… 이것들은 모두 마그나 교수님의 노트일 테고.
잠깐만요, 이 《화산 분화 데이터 모델》은 엄마 것이 아닌 것 같은데요……?
황급히 노트를 열어봤으나, 일부 논문과 데이터 공식 사본만이 들어 있었다. 노트의 마지막 몇 장은 찢어진 듯한 흔적이 보였다.
이 노트는 처음 보는 것 같아요.
이상하다, 나도 왜 본 기억이 없지…… 화산이 분화할 때의 오리지늄 에너지는 화산학과 카티아 교수님의 전공과 겹치는 분야일 텐데.
아델, 대체 뭘 찾는 거야? 중요한 일이야?
칸 선배님…… 편지가 어떤 이유로…… 지체돼서…… 몇 년이 지나서야 배달될 수도 있을까요?
만약 외국에서 보내온 편지라면, 분실될 확률은 낮지 않지만, 그렇다고 몇 년이나 늦게 배달될 수는……
저는……
요 며칠…… 이상한 일이 많이 발생하긴 했지만, 그래도 제 생각에…… 만약 라이타니엔에서 '화산'으로 보낸 거라면……
제가 괜한 생각을 했나 봐요……
하아……
매일 방 안에 틀어박혀 있으면 우울해질 수 있어. 허튼 생각이 드는 것 같으면 밖에 좀 돌아다니는 게 좋아. 마침 네 도움이 필요한 일도 있으니까.
흑요석이라고 알아?
화산에서 나는 광석 말인가요?
응, 흑요석 광업은 한때 시에스타의 주요 수입원이었지만 후에 과도한 채굴로 인한 환경 파괴를 고려해서, 수년 전에 이미 채굴이 금지되었지.
시에스타가 이전할 때 샘플까지는 채집하지 못했어. 최근 2년 화산에서 채굴한 흑요석을 찾을 수만 있다면 화산 분화 시기를 좀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을지도 몰라.
비록 이 일이 시끄러운 시청 직원들의 입을 막는 것 외엔 별 실질적인 의미는 없긴 하지만, 어쨌든 이번에 투자를 받았잖아……
하지만, 이젠 더 이상 화산에 접근해 흑요석 샘플을 수집할 수 없잖아요?
그래서 우린 특수 루트가 필요한 거야.
특수 루트요?
전에도 시도해 보았지만, 그 괴짜는 너무 상대하기 어려워.
그래서 이 일은 네 도움이 좀 필요해……
안녕하세요, 실례합니다……
흑요석 화산 온천 호텔에 온 걸 환영해……
식사, 숙박, 목욕 중에 뭐 할 거야? 가격표는 거기 있어. 오픈 행사 광고를 아직 떼지 않았다면 거기 적힌 할인가로 직접 계산해서, 비용은 카운터 위에 올려놓고 입장하면 돼.
이 온천 호텔…… 엄청 예쁘네요!
참, 그런데 이 온천 호텔은 왜 이름을 흑요석이라고 지었나요?
흑요석은 시에스타의 영혼이니까!
왜…… 일까요……?
자세히 봐봐.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운 촉감, 곱고 윤이 나는 색깔, 이걸 자세히 관찰하면 이런 보기 드문 아름다움에 반하게 될 거야!
그리고 흑요석마다 자기만의 유일무이한 아름다움이 있어…… 유일무이가 무슨 말인지 알아?
이것은 자연의 보물, 화산의 결정체야!
이렇게 말을 많이 했는데, 너도 흑요석에 관심이 있어?
네……! 관심이 아주 많아요!
잘됐네! 가장 저속한 속물들이나 흑요석을 상품으로 취급하지. 여기 와서 내 소장품을 좀 봐봐! 어디 보자, 이쪽부터 소개할게!
설명해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소장품을 이렇게 많이 갖고 계시는데, 혹시 판매할 수 있는 흑요석도 있나요……?
어?
아, 안 돼, 하나도 안 돼.
이것들은 소장품이야, 소장품이 어떤 개념인지 알아?
소장품은 진정으로 아름다움을 감상할 줄 아는 사람의 집에 놓아두는 것이지, 판매용이 아니야.
뭐야? 너도 그저 그런 인간이었구나…… 흥, 그렇다면 더 이상 할 말은 없겠네.
전……
그만해, 펠리페.
칸 선배님?
괜찮아, 내가 저 사람이랑 얘기할게.
또 당신인가…… 미안한데 두 사람, 오늘은 영업 끝났어. 여기서 나가줘.
억지 쓰지 마세요, 펠리페 씨.
시에스타는 몇 년 전부터 흑요석 채굴을 금지했어요. 하지만 암암리에 흑요석을 들여오는 루트를 당신이 몇 개 알고 있는지, 저희도 다 알아요.
화산 연구엔 흑요석이 많이 필요하지 않아요. 저는 당신의 저 정교한 장식품에 관심도 없고요. 그저 최근 2년 사이에 저 화산에서 채굴한 흑요석이기만 하면 돼요.
시에스타를 위해 좋은 일을 한다고 생각해주세요. 이렇게 부탁드릴 테니, 좀 진정하세요.
더 이상 얘기할 것 없어. 시에스타인으로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네가 가르칠 필요도 없고.
칸 선배님, 죄송해요. 제가……
……괜찮아, 가자.
이봐, 거기 아가씨, 잠깐만.
넌 저 안경잡이보다 훨씬 말이 잘 통할 것 같네.
생각이…… 바뀌셨나요?
아니, 이 보물들을 팔진 않을 거야. 그래도 내가 마침 물건을 들여오는 루트를 한 곳 알고 있어서 말이지……
고맙습니다!
내가 말해준 거라고 말하지 마.
네, 알겠습니다!
……
아델은 신이 나서 걸음을 내디뎠지만, 갑자기 생물 한 마리가 나타나 앞길을 가로막았다.
눈앞의 이 쪼꼬미양은 낡은 시에스타 표지판을 씹으며, 천천히 가게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생물의 발걸음이 갑자기 느려지더니 온천 호텔 밖에 있는 간판에 시선이 쏠렸다. 그리곤 입을 벌려 주소판을 물고는 계속하여 느릿느릿하게 멀리 사라졌다.
어, 왜 표지판이랑 주소를 먹고 있는 거야……?
주소? 혹시 편지 봉투에 있는 주소도 네가 먹은 거니?